[매일칼럼] 칼잡이와 정치는 다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김병구 경북본사장 김병구 경북본사장

칼잡이에서 정치지도자로 탈바꿈하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 전 총장이 보수의 본산인 대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강성 발언을 한 다음 날 전격 사퇴했다. 사실상 정계 진출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그의 최근 행보는 보수의 대표 지도자, 대선 후보에 대한 열망이 담긴 것으로 여겨진다. 현 정부에 의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임명됐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여당의 검찰 개혁 방향에 정면 반발해 온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과 줄곧 날을 세웠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의 발길이 보수 야당으로 향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듯하다.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사퇴의 변에서는 잠룡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윤석열식의 '정의와 상식'을 세우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을 뛰어넘어 결국 정치지도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대권 야망은 불확실성과 상당한 우려가 동반된다. 칼잡이와 정치지도자는 분명하고도 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칼잡이로서 윤 전 총장의 일관된 삶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서울대 법대 2년 시절인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모의재판에 검사로 출연해 당시 군부인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할 정도로 대담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직원을 체포했다. 국정원이 18대 대선에서 SNS상 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고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 조작을 한 사실까지 밝혀 냈다.

또 2016년 말부터 2017년 5월까지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을 담당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등에 대한 구속을 이끌어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어 살아 있는 현 권력에까지 맞서는 담대함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의 움직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엄정한 잣대와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함이 검찰의 소양이라면 정치인의 그것은 사뭇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는 냉정함보다는 포용력이, 차가운 이성보다는 따뜻한 감성이, 눈물까지 때론 요구된다. 평생 냉철한 검사로만 살아온 정치 초년생의 섣부른 대권 도전이나 야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의 향후 거취가 단순한 정계 입문이라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차기 대권을 겨냥한 것이라면 한국 정치 발전이나 보수 진영의 미래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총을 잡은 군인이나 칼을 잡은 검찰 출신이 치열한 정치 학습과 경험 없이 섣부르게 정권을 잡았을 때 국가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곰곰이 되짚어볼 필요도 있겠다.

윤 전 총장이 정의와 상식을 제대로 세우는 정치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우선 지방선거나 총선을 통해 정치인의 길을 단계적으로 밟아 나가길 권고하고 싶다.

그가 대구경북(TK)을 정계 진출과 지지의 지렛대로 삼아 포석을 깔려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역민들이 지역 연고도 없는 수습 정치인을 지도자로 모셔야 할 만큼 인물이 궁하지는 않을 터이다.

유승민을 비롯해 권영진·이철우·주호영·홍준표 등 보수우파, 김부겸을 비롯해 유시민·이재명 등 개혁·진보좌파 등등.

TK에는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고위 관료를 거쳐 풍부한 경험을 지닌 정치지도자가 적지 않고, 이 중 옥석을 가려 잠룡으로 키우는 것은 지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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