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실검 실종 시대

2019년 8월 27일 오후 6시 37분 기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실검) 상위권 순위. '조국힘내세요'가 1위, '조국사퇴하세요'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모습. 자료 사진. 네이버 제공 2019년 8월 27일 오후 6시 37분 기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실검) 상위권 순위. '조국힘내세요'가 1위, '조국사퇴하세요'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모습. 자료 사진. 네이버 제공
최창희 디지털뉴스부 부장 최창희 디지털뉴스부 부장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 서비스가 사라졌다.

'독자들의 궁금증과 관심사는 무얼까?' 항상 대중의 관심과 여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펴야 하는 처지(?)라 허전하고 급작스럽다.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수사권을 갖게 된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의 소감과 달리 등산화 한 켤레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일주일 전,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2005년 출시 이후 16년 만이다. 그동안 여론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중단한 적이 있었는데 내달 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다.

그동안 실검의 위세는 대단했다. '실검에 오르다' '실검 총공(총공격)' 등 관용구까지 만들어내며 늘 국내외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재난이나 속보 등 빠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공유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사안이 무엇인지 보여줘 사회적 이슈를 확산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순기능을 해왔다. 때론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이 사회적 이슈의 결과이자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약자의 편이었다. "실검 1위에 한번 올라 볼래?" 백화점, 마트, 택시, 비행기 내 등 사회 곳곳에서 '갑질'을 일삼던 이들도 이 한마디에 물러서기 일쑤였다. 우리 사회의 '을'들 편에 서서 해결사 노릇을 자처했다.

포털 뉴스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실검 순위를 확인한 후 뉴스를 볼 정도로 실검 사랑이 각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실검 서비스를 악용·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중의 사랑을 서서히 잃기 시작했다. 어느새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기보다 정치적 목적이나 장삿속에서 의도적으로 관심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변해 버렸다.

선거 때나 주요 이슈가 생길 때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당시에는 지지파와 반대파가 생사를 건 '실검 대결'을 펼치며 극한으로 치달았다. 앞서 국정원 댓글 공작이나 '드루킹' 일당의 댓글 순위 조작 때도 그랬다.

언론까지 덩달아 실검 전쟁에 뛰어들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언론이 실검 상위에 오른 검색어를 이용해 비슷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어뷰징'을 일삼았다. 인기 방송에서 진행자가 특정 주제나 인사를 실검 1위로 만드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불똥이 엉뚱하게 지역 언론으로 튀고 있다는 점이다. 매체보다 이슈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포털 뉴스 이용자들의 성향상 실검 폐지는 지역 언론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계는 크게 네이버에 입점한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지역 신문으로는 매일신문, 부산일보, 강원일보만이 입점한 상태다. 많은 언론이 네이버의 간택(?)을 받지 못했다.

네이버에 입점한 지역 대표 언론들의 경우 구독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이나 타 지역 사람들이다. 따라서 지역의 목소리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실검도 중요한 기능을 했다. 실검 폐지로 지역 언론이 위축되면 결국 지역의 이슈와 민원들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검은 악용·남용만 막는다면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 역기능이 컸지만 주요 현안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장점이 있고,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검의 조속한 귀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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