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동물농장의 자업자득(自業自得)

동물농장 형상화. 네이버 발췌 동물농장 형상화. 네이버 발췌
임상준 경북부 차장 임상준 경북부 차장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살 오른 돼지가 말했다. 그래서 인간을 적으로 삼았다. 농장에서 이들을 쫓아낸 뒤에는 원칙을 내걸었다. "동물은 모두 평등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농장은 변질됐다. 같은 동물도 평등하지 않았다. 권력을 잡은 돼지만 무소불위(?)의 삶을 누렸다. 당초 금과옥조로 여겼던 규율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일부는 더 평등하고, 특히 두발로 걸어도 된다"로 바뀌었다.

조지 오웰이 동물을 의인화해 권력의 속성을 경고한 '동물농장'에서 작금의 한국 사회가 오버랩된다.

돼지들은 인간을 몰아내자는 기치로 혁명을 했지만 그 순수성이 훼손돼 간다. 출범 당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현실은 어떤가.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거머쥔 집권 세력은 여러 장르에서 오만한 '권력상'을 연출한다.

1심 판결에서 드러난 조국 전 장관의 자녀들이 가졌던 기회는 출발선부터 불평등했다. 표창장 위조와 인맥·학맥으로 쌓은 거짓 스펙은 공정하지 못했다. 결과 역시 '독수의 독과'다. '평등→공정→정의' 시스템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한 게 없다. 오히려 수사한 검사와 검찰총장을 징계하고 축출하려 끊임없이 시도했다.

잇따라 터져 나오는 성추문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생경한 단어를 생산했고, 야당을 패싱한 29번째 장관이 탄생했다. 부모 몰래 자사고에 등록한 자립심이 강한 딸과 머리를 직접 손질하며 생활비를 아낀 아내의 지극한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혼한 전처 집에 어머니를 모시고, 임대아파트에서는 처제와 함께 살고, 부동산이 있는지 몰라 수차례 재산 신고를 누락했지만, 하나같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의 정수를 보여준다.

'묻고 더블'로 가는 일도 새로울 게 못 된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법부가 비틀댄다. 사법부 수장이 '거짓의 명수'로 통하는 판에 간판이 부끄럽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진작에 '1심 판결'에 면죄부를 줬다. '1심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 3심서 보자'는 '오만함'으로 변질됐다. 판결 유불리에 따라 판사 징계, 탄핵의 '집단 언어 린치'는 '1+1 패키지'처럼 따라온다.

블랙리스트로 구속된 전 환경부 장관과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을 받는 전 산업부 장관 스토리는 꺼내기조차 민망하다. 세계 1위였던 원전 경쟁력은 시나브로 '루비콘강'을 건너 '영영 작별'을 고하고 있다.

스무 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은 내 집 마련이라는 서민의 꿈까지 뺏었다. 오죽하면 청년들이 주식에 영혼을 바치겠는가. 그렇게 자랑하던 '코로나19 K-방역'은 17일 현재 주요 선진국은 물론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미얀마, 몰타 등 개발도상국까지, 78개국이 접종을 시작했다는 소식에 손이 오글거린다.

국민은 딱 그 수준만큼의 지도자를 가진다고 했다.

'풍차 건설'의 신기루 앞에서 독재에 순응하는 농장 동물들에게 '돈키호테'(풍차로 돌진)의 기질이 있었더라면 돼지들의 독재가 가능했을까. 결국 모순된 체제에 순응하는 동물 스스로가 탐욕과 특권의 울타리를 치게 했다면 과장일까.

이런 면에서 'TK 농장'도 암울하다. 위천국가산단에서 삼성자동차, 가덕도신공항에 이르기까지 부산·경남에 쥐여 터질 때마다 말로만 정치권을 타박한다. 정작 표는 또 준다. 정치권이 시도민을 개·돼지로 취급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동물농장의 주인은 동물이다. 풍차를 짓든, 부수든 동물 구성원 하기에 달렸다. 입법 독주, 도덕적 해이, 탈원전으로 치닫는 '코리아 농장'과 쪼그라드는 'TK 농장'도 주권자인 '우리 하기' 나름인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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