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스포츠] 경상북도 도립체육시설 '0' 실화냐

체육회관 없어 41년째 전세살이…잘못 설계한 체육 정책 누가 바로잡나?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체육공원에 조성된 대구선수촌 모습. 대구시체육회관, 대구시스포츠단훈련센터, 대구FC 클럽하우스 등을 갖추고 있다. 대구시체육회 제공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체육공원에 조성된 대구선수촌 모습. 대구시체육회관, 대구시스포츠단훈련센터, 대구FC 클럽하우스 등을 갖추고 있다. 대구시체육회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지난해 민간인 회장 체제의 민선 체육회가 전국적으로 출범하면서 일부 체육회가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경상북도체육회와 경기도체육회가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지자체장이 바라는 후보가 민간인 회장 선거에서 패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체육회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경북도체육회는 경북도의 견제로 지난해 집행부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처장조차 선임하지 못한 채 표류를 거듭하다, 최근 도 간부 출신인 사무처장을 받아들였다.

경기도체육회는 도와의 갈등으로 치명타를 맞고 있다. 경기도가 그동안 각종 도립체육시설을 위탁 운영한 경기도체육회의 위탁 연장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경기도는 최근 경기도체육회관과 경기도사격테마파크, 경기도유도회관, 경기도검도회관 등 도립체육시설 4곳을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위탁 운영하기로 했다. 경기도가 이처럼 시설 운영 주체를 바꾸는 것은 감사 결과 비위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지만 사실상 궤를 달리하는 경기도체육회에 대한 힘 빼기로 볼 수 있다.

또 경기도는 이달 중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공모를 하는데 GH도 참가할 계획이다. 경기도 직장운동경기부는 사격·육상·근대5종·펜싱·수구·핀수영·컬링·체조·스키·루지 등 10개 팀 78명으로 구성돼 있다.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공모 역시 기존에 경기도체육회가 담당해 오던 업무 재배분 차원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경상북도에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지자체 소유 체육시설이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전국 시·도체육회 회장단 모임에서도 화제가 됐다. 경상북도는 그동안 전국체육대회 성적 올리기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지자체임에도, 도립체육시설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회장들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경북도가 체육시설을 한 곳이라도 소유할 기회는 있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팀킴'을 배출한 의성컬링센터의 정식 명칭은 경북컬링훈련원(지난 2006년 개장)이다. 도비가 투입되면서 경북컬링훈련원으로 이름 지었으나 도는 직접 운영을 외면했다. 경북도는 또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불붙은 컬링 열기를 반영, 도청 신도시에 컬링장을 포함한 대규모 동계스포츠 시설 건립 계획을 밝혔으나 흐지부지된 상태다.

경북도체육회는 각종 경기장 시설뿐만 아니라 사무, 회의 공간인 체육회관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1981년 대구시체육회와 분리되면서 41년째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도체육회는 시에서 분리된 이후에도 대구시체육회와 한 건물(대구시민운동장 내 체육회관)에 있다가 지난 2001년 경산시 옥산동 옛 경북개발공사 건물로 사무실을 옮겨 지금까지 머무르고 있다.

경북도체육회는 전세살이에 대한 체육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여러 차례 체육회관 건립을 검토했으나 경북도의 무관심 등으로 이를 추진하지 못했다. 도체육회는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잉여금으로 받은 210억원(이자 포함)을 체육회관 건립 용도로 보관하고 있다.

이웃인 대구시체육회는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체육공원 내에 대구시체육회관,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 등을 품은 대구선수촌을 두고 있다. 대구시체육회관은 시체육회 사무실과 회의실,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데다 가맹 경기단체 사무실까지 입주해 원스톱 체육행정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는 핸드볼 등 여러 종목의 훈련장과 숙박 시설, 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는 대구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20여 개 팀과 약 200명의 선수단이 입촌해 있다.

경북도체육회는 지난해 민간인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하영 회장의 지휘로 스포츠경영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수익사업과 마케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마케팅 대상인 도립체육시설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이런 실정은 경북도의 체육 정책이 잘못 설계됐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의 얼굴을 빛낸다는 명목으로 전국체전 성적 올리기에 주안점을 둔 반면 인프라 중심의 체육 발전은 사실상 외면했다. 어쩌면 체육 분야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경북도 행정이 관행적으로 직접 시행을 외면하는 건 곱씹어볼 대목이다.

지난달 25일 부임한 이묵 사무처장이 민선 체육회장 체제로 바뀐 경북도체육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해 보자. 그는 민간인 체육회장이 모신 경북도 간부 출신의 '거꾸로 된 낙하산 인사'다. 스포츠 환경 등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십 년간 철저히 외면한 경북도체육회에 혁신의 바람이 불까.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완독률이 좋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