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며 쓴 주행기(走行記)] 겨울철 효자종목, 계단오르기

마스크 호흡이 곤란한 이들의 대안, 계단오르기… 겨울철 효자 종목
거리두기 지침에도 충실… 유·무산소 운동 효과 누리는 생존형 운동
초심자는 하루 10분 계단오르기 도전… 300개 넘는 계단 정복 가능
당신이 오르는 어디나 운동 공간… 언제 실행할 것인지 결정하면 OK

계단을 오르는 한 사람과 에스컬레이터에 탄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계단을 오르는 한 사람과 에스컬레이터에 탄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계단을 오르면 내 근육이 피로감을 느끼고 숨을 크게 쉰다. 숨 쉬는 근력이 강화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니까 심장에 도움이 된다"며 "심폐 기능을 강화시키는 운동이 계단오르기인데 하루에 5~6층만 걸어서 올라 다녀도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김태진 문화부 기자 김태진 문화부 기자

입춘이 지나자 겨울색이 풀린다. 한겨울에도 얼음이 꾹꾹 눌려 차있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즐기던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취향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씨가 된 것이다. 설 연휴 이후 최저기온 영상권에서 달리기도 가능할 전망이다.

기온이 오를수록 장비는 줄어든다. 그간 장갑, 비니, 군밤모자에 옵션으로 땀복, 레깅스 등 패션 감각 살리는 옷도 챙겼던 터였다. 다만 마스크는 예외다. 날씨와 무관한 기본 장비가 된 지 오래다.

조깅마니아에게 마스크는 호흡 곤란의 주범이다. 안경을 쓴 이들에겐 안경알에 서리는 김도 고역이다.(마스크 턱에 검지를 넣어주면 안경에 낀 김이 사라진다.) 공기 흐름을 통제하는 필터가 하나 더 생긴 셈이라 적응이 쉽잖다. '들들날(들숨 2회, 날숨 1회)'이 원활치 못한 건 당연지사. 조깅마니아 공통의 하소연이다.

궁하면 통한다. 근육이 생기고 살도 빠지는 계단오르기가 대안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시국에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에 비해 거리두기에도 충실하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내놓은 코로나19 예방수칙에도 계단 이용이 있다. 아파트 현관만 열면 가능하다. 운동하기 엄혹한 시국의 효자 종목이다. 특히 달리기 초보, 달린이들에겐 러닝머신 못지않은 겨울철 운동 공간이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들의 패기는 한겨울 날씨에도 꺾이지 않는다. 출처=개그맨 홍현희 인스타그램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들의 패기는 한겨울 날씨에도 꺾이지 않는다. 출처=개그맨 홍현희 인스타그램

◆생존형 운동, 계단오르기

계단이 총애 받는 이유 중 상당 부분은 생활운동이라는 데 있다. 운동 시간을 따로 가질 필요가 없다. 또 친환경 운동이다. 출근 혹은 등교하기까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여러 계단을 기꺼이 밟아주면 된다.

만보걷기가 생활운동을 넘어 생존운동이 됐듯 계단오르기도 엄연한 생존형 운동이다. 특히 조깅에 비하면 무릎 통증 걱정을 덜어주는 효자 종목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내리막은 난제다. '산다람쥐'라는 별명을 가진 다수의 산악회 날쌘돌이들이 오르막을 뛰어오르는 건 숱하게 봤어도 내려갈 때 뛰는 건 폭풍설사 증세가 있지 않고서야 보질 못했다.)

계단오르기의 운동 효과는 오르는 계단 수에 비례한다. 계단 오르는 게 무슨 운동이 되느냐며 콧방귀 뀌는 이들은 숨이 차야 운동이라는 개념을 재장착해야 한다. 대개 3층 정도 오르고 헉헉거릴 틈이 없었던 탓이다. 운동이라 말할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계단 80개 이상(아파트 계단으로 치면 층당 16개이므로 5개층), 6층까지는 올라야 된다.

'계단오르기'라는 종목 이름처럼 내리막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엘리베이터 전기료 운운하는 이들이 있다. 30~40분 운동에 엘리베이터 이용 횟수는 10회 이내다. 무엇보다 계단오르기가 몸에 밴 이들은 평소에도 엘리베이터를 잘 이용하지 않게 된다. 전기료 부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층수는 5의 배수로 잡는 게 좋다. 1층에서 오르면 6층이나 11층까지 오르고 내려온다. 11층까지 10번 반복하면 100개 층이다.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는 시간을 포함해 30분 이내에 끝내면 수준급이다. 40분 이내에 끝내면 보통 체력으로 보면 된다. 흘리는 땀의 양은 5km 달리기에 버금한다.

계단은 우리 주변 어디든 있다. 실행하느냐 마느냐 마음 먹기에 달렸다. 사진은 대구 서구 비산동에 있는 담담책방 입구 계단. 김태진 기자 계단은 우리 주변 어디든 있다. 실행하느냐 마느냐 마음 먹기에 달렸다. 사진은 대구 서구 비산동에 있는 담담책방 입구 계단. 김태진 기자

◆작심삼일 피하려면

처음부터 100개 층을 목표로 삼으면 작심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도 400m 트랙 두 바퀴 정도 뛰면 실신 직전에 이른다. 계단오르기도 같다. 10개 층을 오르면 당연히 다리가 후들거린다.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어렵지 실력은 금세 늘어난다. 허벅지 근육이 잡히고 무릎 근육이 뼈를 잡아준다. 몸은 더 강한 부하를 원하고 계단의 맛이 감각되기 시작한다. (이때쯤이면 실생활에서도 엘리베이터 이용 빈도가 줄어든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이 있을 때는 예외다.)

초심자는 우선 10분, 하루 10분 계단오르기를 목표로 삼는다. 10분이면 최소 20개 층(아파트 계단으로 환산하면 320개 계단)을 오를 수 있다. 스피드는 상관없다. ('세월아 네월아' 오르지는 않을 테니 일반적인 속도로 오르면 된다.) 10분이면 체온이 오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계속 힘들기만 한 건 아니다. 통증과 희열의 반복이다. 10분을 넘기면 건물이, 세상이 온통 노랗게 채색된다. 달리기에서 숨이 넘어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위기가 2km마다 한 번씩 오는 것과 같다.

숨이 찬 덕분에 복잡한 생각이 정리된다. 명상에 빠져드는 효과가 생긴다. 슬픔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슬픔의 정화라는 의미 부여보다 통증으로 잊히는 것에 가깝다. 근육통이 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취월장한 실력이 감지되면 15분으로 시간을 늘려 잡는다. 얼추 40개 층 이상 오를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는 등을 포함한 피부의 땀구멍이 열리기 시작한다.

대구 동구 팔공산 갓바위 시설 지구 공영주차장에 그려졌던 폭포와 극락조 모양의 트릭아트 계단으로 등산객들이 내려오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 동구 팔공산 갓바위 시설 지구 공영주차장에 그려졌던 폭포와 극락조 모양의 트릭아트 계단으로 등산객들이 내려오고 있다. 매일신문DB

◆계단오르기 좋은 곳

대구의 계단 중 유명한 곳으로는 제일교회 옆 3.1만세운동 계단 등이 떠오른다. 많아 보이지만 90개다. 앞산 충혼탑이 108개다. 계단 수로는 갓바위 계단이 1천365개로 압도적 1등이다. 서울 63빌딩 계단(1천251개)보다 많다. 다만 야외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게 아쉽다.

계단오르기에 엘리베이터는 필수다. 국내에서 열리는 계단오르기 대회도 모두 빌딩 안에서 열린다. 63빌딩과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바 있다. 그러나 굳이 높은 건물만 고집할 건 아니다.

계단오르기의 가장 큰 장점은 가까이, 어디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자신이 다니는 회사 빌딩, 대구도시철도 역사 계단으로 충분하다. 한 달이면 체형도 변한다. 계단오르기로 겨울철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면 꽃피는 봄에 맛보는 조깅 맛의 풍미가 다르다.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허벅지가 예전의 것이 아니다. 기록 풍년 예감, 계단오르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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