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 드라마 포스터 '펜트하우스' 드라마 포스터
김병구 경북본사장 김병구 경북본사장

최근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많은 관심과 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막을 내렸다. 최상류층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전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후속 편으로 빗대지기도 한다. 스카이캐슬이 서울대 의대 입시를 둘러싼 상류층 부모와 자식들의 민낯을 보여줬다면 펜트하우스는 서울대 음대를 향한 상류층의 부조리를 담아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드라마는 서울대 음대를 향한 마지막 관문인 청아예고 수석 입학생 민설아(조수민 분)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족보가 없는 민설아는 펜트하우스의 폐쇄형 공동체 '헤라클럽'의 공동의 적이자, 집단 괴롭힘의 대상. 민설아는 결국 청아예고 입학 후보 1번의 어머니 오윤희(유진)에 의해 희생된다.

입양아의 친모 심수련(이지아)과 양오빠 로건리(박은석)가 가해자들을 찾아내 복수에 나선다는 게 드라마 줄거리의 뼈대다.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복수극인 셈이다.

스카이캐슬이 상류층의 입시 전쟁에 초점을 맞췄다면 펜트하우스는 왜곡된 자녀 교육과 입시 전쟁의 폐해와 함께 부유층의 상속, 부동산 투기 등 한국 사회 양극화란 구조적 문제까지 드러내고 있다.

부모의 비뚤어진 교육과 자식 사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도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악녀 천서진(김소연)은 청아예고 이사장직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아버지를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게 한 뒤 구조에 나서기는커녕 "날 이렇게 만든 것은 아버지"라고 외치며 아버지의 죽음을 방치한다. 실기시험 부정의 당사자로 점점 파멸로 치닫는 천서진의 딸도 결국 부모를 향해 "내 잘못은 없다. 모두 엄마 아빠가 날 잘못 키운 것"이라고 쏘아붙이며 절규한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살인과 범죄를 서슴지 않는 부모, 극한의 경쟁 속에서 악마가 돼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두 갈래로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빨아들인다. 여기에다 선악의 이중적 본성을 오가는 인물 설정, 치밀한 심리 묘사, 거듭되는 반전 등의 요소를 가미해 드라마의 집중도를 높였다.

펜트하우스가 비록 살인과 뒤엉킨 불륜, 악인과 악행의 극한 설정 등 막장 드라마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낱낱이 드러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 재수, 삼수로 내몰리는 학생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 부동산 광풍에 허탈한 서민들,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들···.

입시 위주의 교육과 성적 지상주의는 펜트하우스형 입시 비리를 여전히 싹틔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학생들조차 지방대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지방대의 육성과 발전은 요원하기만 하다. 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은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이의 정책적 해결 없이 지방의 몰락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광풍은 서민들의 심리적 박탈감과 함께 양극화를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가장 큰 사회적 위험 요소로 볼 수 있다. 펜트하우스 주민과 밖의 주민,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민, 대구 수성구 시민과 그 밖의 시민 등 브레이크 없는 집값 폭등은 물질적·심리적 양극화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일자리 구하기도, 집을 장만하기도 난망한 현실 앞에서 결국 젊은이들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나 주식, 투기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제한된 활동은 주식 광풍을 더 부추기고 있다.

생산적인 노동 활동 대신 주식이나 부동산 투기에 매몰된 사회는 결국 자본주의 폐해가 낳은 일그러진 모습이다. 한탕주의나 투기가 만연한 사회는 극단으로 치달아 종국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노력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결국 사회 시스템의 제대로 된 작동은 정부와 정치권에 기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먼저, 지방분권, 정의가 바로 선 나라'를 주창해 온 이 정부에 펜트하우스의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교육·부동산·일자리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헛된 망상에 불과한 것일까.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 차기 대선에 매몰된 정치권에 교육 백년대계와 부동산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일까.

1년여 남은 이 정권의 임기 동안 이들 정책 중 하나만이라도 다잡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완독률이 좋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