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이웃돕기 성금 인색한 골프장 유감

이채수 기자경북부 이채수 기자경북부

지난 연말 경북 고령지역 골프장들의 인색한 이웃돕기 성금 기사가 지면에 게재된 뒤 새해를 맞이했다. 기자는 '오랜만에 속 시원한 기사를 썼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고령은 인구 3만2천 명의 조용한 시골 도시지만 골프장은 4개나 된다. 대구라는 대도시와 인접하다 보니 골프 수요가 많아 군 단위 농촌 도시에 골프장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

골프장은 변변한 기업체가 없는 고령 입장에선 엄청난 거대 기업이다. 고령 군민들은 골프장 조성 당시 고용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서 많은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군민들은 해가 갈수록 '골프장의 인색함'이란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고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주민들과 약속한 숙원사업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약속도 헛구호에 그쳤다. 결국 골프장은 본인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아마 이번 기사가 환영 일색으로 주목받은 것도 이런 속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터.

기사는 지난달 29일 지면으로 소개됐다. 기자는 사전에 고령군청 해당과에 문의를 했다. 문의 결과 고령오펠과 마스터피스, 대가야, 유니밸리 등 고령 지역 4개 골프장의 이웃돕기 성금은 말 그대로 '제로'였다.

골프장 측에도 문의를 했다. 혹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했을 수도 있으니 했으면 알려 달라'고 했다. 답이 없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다음 날 고령오펠CC로부터 한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경북사회공동모금회에 3천만원의 성금을 냈다는 것이다.

대단했다. 기사의 위력이 아니라 하루 만에 3천만원을 기부할 수 있는 재력이 실로 놀라웠다.

여기서 굳이 고령오펠 측이 성금을 냈다고 하니 기자도 다소 치사한 것 같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오펠 골프장은 고령을 비롯해 영천, 군위 지역에 골프장이 각각 하나씩 있는 거대 골프기업이다. 골프장당 1천만원씩 성금을 낸 셈이다. 1천만원보다는 3천만원이 어감이 낫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그것도 기사가 나간 뒤 부랴부랴 말이다.

비록 9홀이지만 대가야CC도 마찬가지였다. 대가야는 2019년 부산 지역 레미콘과 건설 등으로 기업을 일으킨 H레저가 모기업이다. 이 기업이 인수하고 첫해 코로나19 특수를 맞이했다. 한마디로 '코로나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역시 취재에 대한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알아보겠다"는 대답뿐, 아직 이렇다 할 답이 없다.

그나마 마스터피스는 지난해 고령문화원 발전기금으로 3천만원을 냈는데, 누락됐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기사의 팩트인 이웃돕기 성금과는 차이가 있지만 마스터피스는 문화원에 발전기금 3천만원을 낸 것으로 밝혀둔다.

이런 지역 골프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고령 군민들은 "지역에서 돈을 벌어 이익은 대도시로 가져가고 지역에는 쓰레기만 남겨둔다"고 비난한다.

다같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올해 고령군 사랑의 온도탑은 기대 이상의 80℃를 기록하고 있다. 성금을 낸 사람들 대부분이 고령군 전통시장 상인들과 어린이들로 밝혀졌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주머니를 열었던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100도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지역의 기업들도 굳이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사회 환원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 이웃사랑의 본보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고령 군민들은 지역에 정착한 기업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이웃사랑의 온도도 비등점을 지나 펄펄 끓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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