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민주주의의 위기 부르는 공수처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3040 초선의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법과 세월호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3040 초선의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법과 세월호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어코 밀어붙일 모양새다. 야당에 주었던 공수처장 후보 추천 비토권을 빼앗는 수순이다. 이낙연 대표는 "기필코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야당이 사사건건 비토권을 행사해 공수처를 출범할 수 없다는 이유다.

만일 탄생한다면,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생명이다. 이를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비토권이다. 이는 '정권의 친위기구가 될 것'이란 비판에 여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여당은 '야당의 비토권이 확실히 인정된다'며 입법을 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당시 "야당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추천위원이 2명이라 비토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제 와 법을 고쳐 '야당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분'을 뽑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대통령 친위기구'가 목표였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문재인 정권이 이를 무릅쓰면서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는 것은 절박함 때문일 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동원한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는 실패했다. 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 등 온갖 권한을 휘둘렀지만 윤 총장은 요지부동이다. 추 장관만 온갖 위법과 불법, 탈법 사이를 오갔을 뿐 합법과 여론, 명분 싸움에서 졌다. 법원 판단으로 직무에 복귀한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단골 수사인 '공정' '평등' '정의'를 언급한 것은 역설적이다.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선을 넘지 말라'는 정권의 '분명한 경고'에도 아랑곳 않는다. 이제 월성 1호기 폐쇄 수사는 청와대 턱밑까지 파고들었다. 상식선의 국민이라면 윤 총장 찍어내기와 공수처의 속내를 읽기 어렵지 않다.

문 정권으로서는 이제 10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징계위를 앞두고 사퇴하자 하루 만에 친여 성향 이용구 변호사를 임명하며 본색을 드러냈다. '절차적 정당성' '공정성'을 말한 것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징계'를 위한 법적 구색용일 가능성이 크다. 징계에 성공하건 실패하건 대통령으로서는 잃을 것이 더 많다. '이겨도 지는 전쟁'이란 말도 나온다. 그래도 징계에 집착하는 것은 '그 이상의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윤 총장이 버틸 경우 남은 보루가 공수처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공소권을 행사함에도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한다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헌법기관인 검찰이나 법원의 상전 역할을 할 길이 열려 있다. 대통령 직속 사찰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놓았지만 헌재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공수처에 보고해야 하고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하라 하면 따라야 한다. 이런 체제라면 현재의 월성 원전, 울산시장 청와대 선거 개입 등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건을 가져오는 것이 눈치가 보이면 판검사들을 사찰하거나 압박해 재판과 수사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게다가 대통령은 공수처장과 차장을 친정권 인사로 임명하고 이들을 통해 검사와 수사관 인사를 좌우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공수처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임기 후에도 문 정권의 안전판 노릇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데도 야당은 입법을 저지할 의석수도 모자라고 투쟁력도 없다. 이 정권 최후의 보루는 야당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민주주의의 조종이 울리는 것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를 막지 못한다면 해체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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