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무엇을 위한 ‘공수처’인가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아닌 '고위공직자 범죄은폐처' 될 가능성 농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두진 편집국부국장 조두진 편집국부국장

정부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혈안이다.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민주당 법사위원들까지 나서서 조기 출범을 압박하고 있다. 출범시한까지 11월 안으로 못 박았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대법관 등을 비롯해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이다.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수사권뿐만 아니라 기소권도 갖는다.

문제는 너무 과한 권한이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도 수사하고 있을 경우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검경은 응해야 한다. 또 타 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그 사실을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수사를 시작하고 말고는 공수처장이 결정해 회신한다. 마음만 먹으면 정부 여당의 비리를 덮고, 야당을 집중 공격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공수처에 대해 야당을 탄압하려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며 "고위공직자 대부분이 정부 여당이지 않겠느냐. 사리에 맞지 않는 말씀"이라고 했다.

내 편이 주축이 되어 추천하고, 내가(대통령이) 임명한 공수처장이 내 편의 비리를 엄단할 것이란다. 허무맹랑한 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부 여당의 불법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에 한 일을 보면 문 대통령이 임명할 공수처장이 할 일은 안 봐도 뻔하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정부 여당 인사들이 일제히 '정부 정책에 대한 개입'이라고 궤변을 쏟아냈다.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검찰 정치'로 둔갑시켜 수사 자체를 뭉개려는 것이다. 이런 자들이 만든 공수처가 무슨 일을 하겠는가. '범죄수사처'가 아니라 '범죄은폐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 대통령이 진실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엄단하고 싶다면 야당 측 위원이 추천한 후보를 공수처장에 임명하면 된다. 그런 공수처라면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해 추상같지 않겠는가? 하지만 정부 여당은 한술 더 뜬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그리고 민주당이 지명한 2명, 국민의힘이 지명한 2명으로 모두 7명이다. 이들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 및 2명으로 압축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공수처장에 임명한다. '최후의 후보 2명'은 추천위원 6명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야당을 배제한 채 공수처법안을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려 처리하면서 '정권을 호위하는 독재 기구를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야당 추천위원이 공수처장 후보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가 추천하지 못한다"고 했다. 전체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를 내지 못한다고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이 후보 압축에 찬성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후보 2인 선정 기준을 '추천위원 7명 중 6명 찬성'에서 '7명 중 5명 찬성'으로 바꾸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애초 '야당의 비토권 인정'은 법 통과를 노린 사기였던 것이다.

추 장관은 정부 여당의 부정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을 솎아내느라 수고롭게도 네 번의 '인사 칼춤'을 췄다. 이제 친정부 여당 인사들끼리 뭉친 공수처가 출범하면 추 장관이 국민의 욕을 먹어가며 칼춤을 출 일도 없어진다. 검경의 수사 초기에, 아니 검경이 범죄를 인지하는 순간 공수처가 사건을 빼앗아가 뭉개버리면 그만이다. 여권이 만든 법이 그렇게 보장하고 있다.

이런 날강도 같은 수사기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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