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국민의 힘 안 실리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제일라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시민후보 찾기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제일라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시민후보 찾기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지난주 치러진 미국 대선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애초 관심은 '바이든 당선' 여부가 아닌 '트럼프 낙선' 여부에 있었다. 트럼프는 지난 4년간 폭주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그의 재임 기간 후퇴했다. 나라는 증오와 적대로 쪼개졌다. 인종차별과 폭력을 부추기고 선거 불복을 당연시했다. 세계 경제 질서는 난장판이 됐다. 굳건하던 국제 사회 리더십은 손상됐다. 미국민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제대로 경험했다. 그런데도 지지자들은 맹목적이었다. '슈퍼맨'을 연호했다. 과연 미국민들이 이런 트럼프의 재선을 허용할 것인가. 그래서 관심을 뒀다.

결정적 순간 미국민들은 깨어 있었다. 선택의 시간이 닥쳤을 때 '4년 더'(four more years)를 외친 트럼프를 거부했다. '슈퍼맨' 트럼프 대신 '약체' 바이든을 택했다. 트럼프는 선거 불복으로 이젠 민주주의를 부정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가 그동안 무너뜨린 공정과 정의, 평등이란 민주적 가치를 복원해야 하는 바이든의 어깨가 무겁다.

갈등과 분열, 불복으로 얼룩진 미 대선을 지켜보며 한국이 미국같이 '4년 중임'이 아니라 '5년 단임'이라는 것에 안도했다. 지난 4년간 우리나라 역시 요동쳤다. 적폐 청산이니 검찰 개혁, 토착 왜구, 재벌 해체 같은 그럴듯한 말들이 난무했다. 극단적 양극화가 진행됐다. 협치는 사라지고 네 편에 대한 증오와 적대는 일상이 됐다. 이러니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원전, 부동산 대책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 놓은 일이 없다. '코리안 드림'은 '코리아 패싱'이 됐다. 그래도 무슨 짓을 하건 여당은 선거마다 이겼다. 오죽하면 금태섭 민주당 전 의원이 "편가르기와 내로남불, 말 뒤집기 행태에 절망했다"는 탈당의 변을 내놓았겠나. 진보 성향의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일찌감치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의 권한'은 확장돼 왔고 '법의 지배'는 위협받았다"는 판단에 근거해서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존재감 없는 야당이 부추겼다. 제1야당이자 103석을 가진 '국민의힘'은 무기력하다. 여·야가 힘의 균형을 이뤄야 협치가 가능하고 사회적 균열과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생긴다. 그런데 무기력한 야당은 쪽수 타령만 늘어놓을 뿐 속수무책이다. 야당의 힘은 숫자가 아닌 투쟁력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엔 이것이 보이지 않는다. 20대, 21대 공천에서 능력 있는 사람 대신 내 사람만 공천한 결과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믿거나 말거나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 선거일은 2022년 3월 9일이다. 딱 1년 4개월 남았다. 그런데 리얼미터 10월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국민의힘' 예상 대선 주자 선호도(오세훈 3.6, 황교안 3.3, 원희룡 3.0, 주호영 1.5%)를 다 합쳐도 윤석열(17.2%)의 절반을 조금 웃돈다. 나란히 21.5%를 기록한 이낙연, 이재명엔 족탈불급이다. 기존 인물들로는 차기 대선도 필패일 확률이 높다. 정당 지지도라고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 10월 4주 차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20%로 40%인 민주당의 절반이다. '국민의힘'에 더 이상 국민의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범야권 연대에 대해 "야권이 우리 '국민의힘' 말고 뭐가 더 있나"고 했다. 국민의 눈엔 '국민의힘'이 안 보이는데, 그의 눈에는 '국민의힘'만 보이는 모양이다. 무기력한 데다 오만하기까지 하다. 이러니 우리나라 같았으면 과연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을까 의문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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