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의료 정책 원점 재검토, 정부가 ‘결자해지’하라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에 들어간 26일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한 의대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에 들어간 26일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한 의대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수 사회부 선임기자 이석수 사회부 선임기자

이제서야 마각(馬脚)이 드러났다. 당정이 강행하려는 소위 '4대 의료 정책' 중에 의대 정원 확대가 주로 부각된 터라 사실 '공공의대'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 정부가 이미 몇 년 전부터 물밑에서 추진 중인 사안이라는 얘기는 들려 왔지만, 학생 선발이며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는 누구도 잘 알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25일 팩트 체크 자료를 통해 '공공의대 학생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추천하여 결정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공공의대는 시험 등의 선발 방식이 아닌 추천을 통하여 입학하는 제도라고 설명한 것이다. 더구나 시민단체가 의대생 합격권을 쥐게 되는 정말로 희한한, 결국은 윤미향과 같은 운동권 자식들 의사 만들기 프로젝트가 본질이었던 것이다.

국민들은 "복지부는 원래의 '시·도지사 추천'을 '시민단체'로만 바꾸었을 뿐,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입시를 현대판 음서 제도로 만들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의사가 되기 위하여 피땀 어린 노력을 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것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낄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시민·사회단체의 추천이 없으면 입학이 좌절되는 방식이 공익의 가면을 쓴 공공의대의 진짜 모습인 것이다.

복지부는 "시민단체는 예시로 제시한 것"이라며 "학생을 어떻게 선발해야 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고 봉합에 나섰지만, 그들의 저의는 주워 담을 수 없게 됐다. 공정과 반칙이 자웅동체였던 조국의 딸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이젠 공익과 특권을 동의어로 만들려는 저돌적 계획까지 경험할 뻔했다.

이러한 공공의대는 여권 내에서 이미 입지가 정해졌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정이 부실로 문을 닫은 옛 서남의대 정원에다 추가로 인원을 늘려 전북 남원으로 결정했고, 이곳 언론은 180석 거대 여당 단독으로 법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한다. 의사 수 부족을 내세우며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전라권 공공의대를 패키지로 끼워 넣은 듯하다. 답은 정해진 마당에 의료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경북에서 공공의대 유치 특위를 구성하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짠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정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의대 정원 확대도 절차적으로 단추를 잘못 끼웠다. 공공의대 등과 묶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면서 일방적 통보로 제시했다. '선거용 호재'로 정치적 판단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그 누구도 대화에 낀 적이 없다고 한다.

왜곡된 의료 수가와 기피 과를 전공하면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이 의료 불균형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인데, 이 부위에 메스를 들지 않고 의대 정원을 확대해 해결하겠다는 오진(誤診) 처방을 내렸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고 버스 운전사를 늘리는 격이다.

의·정은 몇 차례의 대화에서도 물러섬이 없었고, 대통령도 강력히 대처하라고 주문해 최악의 행로로 치닫고 있다. 파업에 나선 전공의·전임의에게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의사 국가고시 거부에 나선 의대생에겐 원칙대로 응시 취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헌신 '덕분에'라고 외치다가, 이젠 단체행동에 나선 의사들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화살을 돌린다.

신뢰를 먼저 차 버린 쪽은 정부다. 의사도 국민인 만큼 그들의 절박함을 살펴 부족함이 있었던 부분은 담대하게 인정하고,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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