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비열한 책임 전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추미애 직권남용·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으로 집회 대부분이 통제됐으나,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2곳에서는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인파가 몰렸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추미애 직권남용·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으로 집회 대부분이 통제됐으나,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2곳에서는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인파가 몰렸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등을 찔렸다." 1차 대전 패배 뒤 그 책임을 민간에 뒤집어씌우기 위해 독일군 수뇌부가 만들어낸 신화다. 그 의미는 이렇다. "우리는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굴욕적 합의 평화만 궁리하던 민간인들이 정권을 잡더니 전쟁을 포기하고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독일군은 전쟁 초반 파리 50㎞ 앞까지 진격했고 탄넨베르크 전투에서 러시아군을 궤멸시키는 등 승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영국에 이어 미국이 참전하면서 패배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군부는 '이기고 있다'고 국민은 물론 빌헬름 2세 황제까지 속였다.

전쟁을 포기한 것은 민간이 아니라 군부였다. 이길 가망이 사라지자 당시 참모총장 힌덴부르크는 헌법을 고쳐 정체(政體)를 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바꾸고 의회 다수당 출신으로 내각을 구성해 이 정부가 휴전협상에 나서도록 했다. 민간 정부에 패전과 굴욕적인 베르사유 조약 서명의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힌덴부르크는 참으로 비열하게 행동했다. 당시 사민당 출신 프리드리히 에베트 대통령이 전화로 베르사유 조약 수락을 지지한다는 분명한 결정을 요구했을 때 힌덴부르크는 전화기가 있는 방에 없었던 것으로 하고, 참모차장인 빌헬름 그뢰너에게 그 '결정'을 떠넘겼다.

이렇게 해서 베르사유 조약이 조인되고 그 내용이 알려지자 독일 국민은 분노했다. 우리 군대가 이기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베르사유 조약이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등을 찔렸다'는 그 분노를 군부가 아니라 사회주의자, 유대인, 공산주의자 그리고 민주주의자로 향하게 했다.

이런 비열한 책임 전가에서 문재인 정권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젠 문 정권의 폭정에 항의하는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를 코로나19 재확산 주범으로 몬다. 재확산은 할인 쿠폰을 마구 뿌리고 '모여서 즐기라'며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국민에게 방심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낸 정부의 방역 실패 때문이란 방역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에도 막무가내다. '집회' 이전에 이미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팩트'쯤은 간단히 무시한다. 한 당권 주자는 한 술 더 떠 집회를 '생화학 테러 음모'라고 한다. 참으로 무서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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