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김부겸의 영남 편애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조달이 답이다! 공정조달제도 도입을 위한 경기도 정책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조달이 답이다! 공정조달제도 도입을 위한 경기도 정책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팽창적 민족주의(제국주의)'와 '저항적 민족주의'를 동렬에 놓을 수 없듯이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와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를 동렬에 놓을 수 없음에도 이를 싸잡아 한꺼번에 비판하는 것은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를 온존시키는 기회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2016년 2월 5일 자 한겨레신문의 홍세화 특별기고 '영남 패권주의와 민주주의의 퇴행'의 한 대목이다. 영남 지역주의는 '패권적'이고 호남 지역주의는 '저항적'이란 단순 이분법이 놀랍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권에 도전하는 김부겸 전 의원이 "영남은 보수당이 무슨 짓을 해도 '묻지마 지지'를 하지만 호남은 그렇지 않다"며 "영남의 정치 성향이 문제"라고 한 것도 똑같은 단순 이분법이다. 김 전 의원은 그 근거로 호남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20대 총선을 든다. 호남 28석 중 23석을 국민의당에 몰아줬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다. 역대 선거에서 호남이 보여준 '정치 성향'은 호남이 지역 기반인 정당에 대한 '묻지 마 지지'였다. 20대 총선 하나만으로 호남은 '묻지마 지지'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삼척동자가 들어도 코웃음을 칠 일이다. 경선에서 호남표가 아쉬운 사정은 알겠는데 그래도 비약이 너무 심했다.

김부겸의 논리대로라면 영남도 '묻지마 지지'는 없다. 15대 총선에서 야당에 '묻지마 지지'를 했기 때문이다. 대구가 바로 그랬다. 13석 중 자민련에 8석, 무소속에 3석을 몰아줬다. 역대 선거에서 대구는 보수정당을 '묻지마 지지'하는 '정치 성향'을 보였지만, 김부겸식 사고방식이라면 15대 총선 하나로 이런 전력은 깨끗이 사라진다. 그런데도 어째서 '영남의 정치 성향이 문제'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김 전 의원은 발언이 논란을 빚자 "영남 비하가 아니라 영남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고 사랑이다. 진심으로 영남의 발전을 원한다면 '묻지마 지지'를 넘어서야 한다는 영남에 대한 충정"이라고 해명했다. 고마운 말이지만 영남 편애(偏愛)로 들려서 부담스럽다. 영남뿐만 아니라 호남의 미래도 걱정하고 사랑해주기 바란다. '호남의 정치 성향도 문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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