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대구 문화기관장 선임, '그들만의 진흙탕 리그'가 되지 않으려면

대구문화재단 전경 대구문화재단 전경
이혜진 기자 이혜진 기자

대구 5대 문화기관 중 2곳(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콘서트하우스)이 올해 수장을 새로 선임했고, 1곳(대구문화재단)이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구 문화기관장 자리를 두고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를 한다는 말은 수없이 나온 얘기다. 대구 문화예술계의 한정적인 인력풀을 생각하면, 백번 양보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자. '했던 사람이 또 한다'는 결과를 넘어 선임 과정을 들여다보면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문화기관장을 뽑을 때마다 공모 절차를 둘러싼 잡음은 재방송처럼 반복된다. 시 산하 문화기관장을 뽑을 때 1차 공모에서 '적임자 없음' 결론이 났음에도 1차 공모에서 탈락했던 지원자 중 몇몇이 재공모에 다시 지원했고, 그 중 한 사람이 최종 낙점됐다. 이를 두고 재공모에서 심사위원이 바뀌면서 결과가 뒤집힌 것이라며 심사의 공정성과 적격성을 문제 삼은 진정서가 최근 대구시에 제출됐다.

현재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대구문화재단의 경우 '내정설'과 함께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 명단이 사전에 노출됐다는 말들이 파다했다. 지원자들이 만약 추천위원 명단을 알고 있다면, 추천위원에게 얼굴 도장 한 번 제대로 찍어야 겠다는 유혹이 일지 않을까? 심지어 추천위원 중 몇 명이 어느 지원자와 가까운 사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추천위원이 지원자를 어떻게 평가할 지 오롯이 그의 양심에 맡기면 되는 일인가?

두 사례는 자리를 둘러싼 과열경쟁과 제도의 허점이 더해져 빚어낸 촌극이다. 문화계 인사들은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온갖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공정 선발을 위해 만들어놓은 절차는 요식행위로 전락해버렸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진흙탕 리그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관계기관은 "공모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말한다.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선발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절차를 철저히 지킨들 무슨 소용일까.

잡음이 끊이지 않다보니 대구문화재단 대표 자리에 관한 한 전문경영인 혹은 행정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라도 문화기관장 선임 과정에 있어 공정성을 해칠 만한 요소를 디테일하게 점검해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수많은 문화기관을 설립할 당시 그렸던 청사진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현 시점에서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 고민해 적임자를 뽑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지원자들은 자리 욕심보다는 해당 기관을 잘 이끌기 위한 원대한 포부와 구체적인 실현 계획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은 감시의 눈을 거두어선 안 된다.

문화기관장 선임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린다면 결국 그 피해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문화예술 창달의 꿈을 싹 틔우고 있는 지역 예술인과 문화예술을 향유할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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