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미스터트롯과 TK 정치

사진. 쇼플레이 사진. 쇼플레이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평소 관심을 두지 않던 한 종편 채널을 요즘엔 종종 찾는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때문이다. 우승자를 가린 뒤 결승 진출자들로 꾸린 후속 프로그램도 인기다. 코로나로 찌든 일상을 잠시나마 씻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트로트 열풍은 미스트롯에서 시동을 걸어 미스터트롯을 통해 쾌속 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특정 연령층에 머물던 장르가 세대를 아우르며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비결이 뭘까.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유독 여기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SDI는 최근 미스터트롯의 성공 비결을 5가지로 꼽고 벤치마킹에 나섰다. ▷숨은 인재의 재발견 ▷관성에서 벗어난 변화 추구 ▷창조적 복제 ▷기본과 본질 ▷실패의 경험과 실패 후의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 등이다. 모두 그럴듯하다.

하지만 미스터트롯이 필자를 끌어당긴 것은 무엇보다 '흥미와 감동'이다.

흥미는 경연의 다양성과 공정성에서 비롯됐다. 출연자들은 지역, 연령, 분야 모든 면에서 다채로웠다. 출신 지역, 나이, 전공이나 직업이 경연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련한 꺾기 기술, 춤과 끼, 구수하거나 청아한 목소리, 성악이나 판소리 자질 등 저마다 뚜렷한 개성으로 재미를 더했다. 이들이 팀을 꾸려 만들어낸 퍼포먼스나 일대일 미션 등도 눈길을 모았다. 출연자도, 경연 방식도 다양했다. 이로써 우승자 임영웅과 대구경북 출신 이찬원, 영탁뿐 아니라 김희재, 정동원, 김호중 등 대다수가 짧은 시간에 상당한 팬덤층을 형성했다.

공정한 평가 방식도 흥미 유발에 한몫했다.

몇몇 전문가(?)의 독단적인 평가나, 관객의 인기투표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았다. 기성 가수, 관객, 시청자 의견을 적절하게 반영함으로써 경연의 한계와 허점을 보완했다. 공정한 과정은 누구나 수긍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숨은 인재가 발탁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다른 오디션에서의 실패, 무명의 설움을 딛고 선 패자의 부활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미스터트롯의 경연과 달리 지난달 막을 내린 대구경북(TK) 21대 총선은 흥미도 감동도 없는 경연이었다. 미래통합당은 막장 공천으로, 상당수 지역민들은 '묻지마 투표'로 외딴섬을 자초했다.

미래통합당 4선 이상 당선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회동하고 있다. 왼쪽앞부터 시계방형으로 이명수 의원, 권영세 당선인, 홍문표 의원, 주호영 의원, 김기현 당선인, 정진석 의원, 조경태 의원, 서병수 당선인, 박진 당선인.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4선 이상 당선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회동하고 있다. 왼쪽앞부터 시계방형으로 이명수 의원, 권영세 당선인, 홍문표 의원, 주호영 의원, 김기현 당선인, 정진석 의원, 조경태 의원, 서병수 당선인, 박진 당선인. 연합뉴스

TK 총선은 다양성도, 공정성도 담보하지 못했다. 흥미와 감동은커녕 명분과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

통합당의 공천 과정은 불공정의 정점을 찍었다.

황교안 전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는 TK에서 내 사람 심기, 내리꽂기, 돌려막기, 유력 인사 경선 배제 등 온갖 불공정을 자행했다.

전국적으로는 탈북민 2명을 각각 통합당 지역구,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내세워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들은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으로 북한 김정은의 건재함이 드러나기 하루 전까지 "스스로 못 일어나"거나 "99% 사망"이라는 웃지 못 할 허언을 고집하면서 유포시켰다.

공정하지 못한 공천 과정이 유권자들의 흥미를 끌 리 없다. 더욱이 그런 과정을 통해 숨은 인재나 신선한 인물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감 홍시가 입안으로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과 매한가지일 뿐이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이처럼 흥미를 잃은 선거판에서 묻지마 정당투표로 일관하면서 김부겸·홍의락으로 대변되는 지역의 정치적 다양성의 싹도 무참히 짓밟아버렸다.

TK 정치 토양에서 선거가 다양성과 공정성을 통해 흥미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엔 여전히 시기상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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