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비노'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비누의 역사는 수천 년이 넘는다. 고대인들은 몸을 씻거나 옷 세탁에 오줌과 재(灰)를 이용했다. 로마인은 묵은 오줌과 표백토를 섞어 비누 대신 썼고, 고대 한반도에서도 '오줌으로 손을 씻고 옷을 빨았다'는 문헌 기록이 전한다. 청결을 위해 고안한 수단이 더러운 오줌과 재라니 묘한 반전이다.

값비싼 사치품이었던 비누는 19세기 중반 대량 제조법이 나오기까지는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비누는 깨끗한 물과 함께 인간 수명을 크게 연장시킨 일등 공신이다. 꼼꼼이 비누칠을 한 다음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씻으면 세균을 거의 제거할 수 있다.

비누는 우리말 '비노'가 변한 말이다. 조선시대 때 콩과 팥, 녹두 등을 갈아 빨래에 비벼서 때를 뺐는데 이를 '비노'라 했다. 숙종 때 간행된 중국어 한글학습서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에 '머리를 감는데 비노를 썼다'는 기록이 보인다. 조두(澡豆)나 석감(石鹼)도 옛사람들이 쓴 세정제다.

고체 형태의 비누가 대중화된 것은 1790년 프랑스 화학자 니콜라 르블랑이 소금에서 소다를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서다. 조선말 파리 외방전교회 펠릭스 리델 신부가 '사봉' 비누를 가져온 것이 우리나라 비누의 시초인데 당시 비누 1개 값이 쌀 한 말(80전)보다 더 비싼 1원이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이화여대 목동병원 남궁인 교수는 가장 효율적인 바이러스 예방법은 사람 많이 모인 곳에 가지 않고,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 씻기인데 손이 대부분 전염병의 매개이기 때문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로 인한 비말(飛沫)이 어딘가 묻어 있다가 손으로 만진 후 몸으로 들어올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급속한 전파와 별개로 불미스러운 사회적 현상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고민이다. 우한 거주 한국인 국내 이송·격리를 극렬 반대한 일부 지역의 반응이나 천정부지로 치솟은 마스크 대란 등은 과학적 사실보다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에서 비롯된 비이성적 감정 표출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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