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생환의 설 낭보를 빌며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현장에서 22일(현지시간) 네팔군 구조대가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현장에서 22일(현지시간) 네팔군 구조대가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좀 더 높이 올라가야지….' '꼭 살아서 돌아가야지….'

2000년 8월 25일. 새로운 천년의 설렘을 안고 대구의 20~60대 산악인 17명은 '새천년 초모랑마 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의 으뜸인 초모랑마(珠穆朗玛) 오르기에 나섰다. 흔히 에베레스트라고 부른 초모랑마는 티베트에선 '대지의 어머니'로 통했다.

10월 15일 대구 귀환 때까지 52일 일정에서 5차례 8,848m 등정 도전은 헛되었지만 대원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이런 감사는 원정 중 일어난 60대 최고령 참가 대원의 예기치 못한 사고 때문에 더욱 그랬다.

짐을 푼 5,400m 첫 출발 기지(BC)에서 29㎞ 떨어진 6,300m 전진기지(ABC)에서 정상 등반을 준비하던 중 고소(高所) 적응을 위해 4,000m 현지 마을로 하산하는 젊은 대원들과 달리 홀로 늦게 떠난 그가 앞선 대원들과 연락이 끊겼다 자정쯤 합류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날씨의 변덕과 오를 때 익숙한 길이 없어지곤 하는 산악지형 변화에다 발을 잘못 딛는 실수로 순식간에 눈밑 얼음 구멍으로 빠진 것이다. 미국 최고봉 맥킨리 정상도 밟았던 그였지만 당황해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무사히 탈출, 눈물로 해후한 일은 바로 기적이었다.

생환(生還) 비결은 회자되곤 했다. 얼음 구멍 속에서 오직 보고픈 가족만을 떠올렸고, 아내와 자녀들 이름을 번갈아 불렀다. 그의 간절한 외침에 '대지의 어머니'도 외면하지 않았다. 지팡이에 기대 조금씩 발을 내딛고 마침내 얼음 구멍 속을 빠져나와 젊은 대원들을 울렸다.

이후 정상 도전의 꿈은 접었지만 출발지 대구공항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애타게 불렀던 가족들과 극적인 재회를 했고 생업을 이어갔다.

지난 17일 교육봉사활동에 나선 한국 교사 4명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로 실종, 아직 찾지 못해 국민을 애타게 하고 있다. 특히 설밑 들뜬 사람들과 달리 가족들의 속타는 심정은 어찌 다 헤아릴까.

히말라야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사람의 한계를 생각하면 '대지의 어머니'가 대구 원로 산악인에게 베푼 자비의 기적이 이들에게도 일어나길 비는 마음이다. 하늘이여, 그들 모두가 사랑하는 가족 이름으로 버티어 꼭 생환의 낭보 기적을 누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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