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文대통령과 영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영화 '천문'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영화 '천문'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12월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분으로 부산에서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30㎞ 내에 부산, 울산, 양산 시민 340만 명이 살아요. 만에 하나 그런 사고가 발생하면 이거는 뭐 인류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최대, 최고, 최악의 원전 사고가 되는 거거든요."

취임 한 달여 뒤인 2017년 6월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발표하고 탈원전을 선포했다. KBS가 팩트체크라며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탈원전을 공약한 만큼 영화 '판도라'와 탈원전은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판도라'를 본 문 대통령이 탈원전 결심을 확실하게 굳혔다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영화 관람으로 문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경우가 잦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후 문 대통령은 "아직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고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하고서는 "(역사는) 이렇게 뚜벅뚜벅 발전해오고 있는 거다. 우리가 노력하면 바뀐다"고 밝혔다. 이어진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예술인들과의 점심 자리에서는 더 강한 발언이 나왔다. "책임 있는 사람들, 벌 받을 사람들. 확실히 책임지고 벌 받게 하는 그게 해야 될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주말 영화 '천문'을 관람했다. 신분과 상관없이 실력만으로 인재를 발탁해 과학 발전을 이룬 세종대왕과 노비 출신 천재 과학자 장영실을 다룬 영화다. 온라인에선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들을 언급하며 "애가 탄다"고 했던 점을 지적하며 영화 관람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영화 '판도라'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의 탈원전을 꼬집는 댓글도 있었다. "세종대왕 시절은 우리 역사상 과학기술이 융성했던 시기"라는 문 대통령 발언과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을 폐기하는 탈원전이 모순된다는 것이다.

견강부회일지 모르지만 문 대통령의 '천문' 관람 목적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세종=문재인, 장영실=조국, 과학 발전=검찰 개혁'이란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지 진영 논리를 담은 영화를 편식(偏食) 관람하는 대통령 탓에 온갖 추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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