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억울한 옥살이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프랑스 왕정복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정치적 음모에 휘말린 한 사나이의 억울한 옥살이와 기적적인 탈옥 그리고 통쾌한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빠삐용'도 억울한 옥살이가 모티브이다. 살인죄 누명을 쓰고 악명 높은 감옥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감내하다가 끝내 탈출에 성공한 어느 종신수의 이야기이다.

아내를 살해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지옥 같은 감옥에 갇혀 있다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탈출해 자유의 몸이 되는 줄거리의 영화 '쇼생크 탈출'도 억울한 옥살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 현대의 사법체계와 교정시설에서 탈옥(脫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억울한 옥살이의 사연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잊을만하면 한번씩 불거진다.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모(53) 씨의 경우도 그렇다. 그가 이춘재의 자백을 계기로 무죄를 주장하며 법원에 청구한 재심 개시가 지난 14일 결정되었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수사기관의 짜맞추기 조사로 연쇄 성폭행범으로 몰려 2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캐나다의 60대 남성이 당국을 상대로 배상 소송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재력과 권력이 옥살이의 유무와 경중을 좌우하는 행태는 여전한 듯하다. 탈옥 후 도심 한복판에서 인질극을 벌였던 지강헌이 남긴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제는 '유력무죄 무력유죄'(有力無罪 無力有罪)가 더 통용되는 시대이다. 특히 정치적인 성향을 지닌 사안의 유무죄(有無罪)는 권력의 향배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2015년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혐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징역형이 확정되자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 보복'이라 억울해하며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로 치부했다. 그 정당이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고 촛불 시위에 힘입어 권력을 거머쥐자 소위 '적폐 청산' 명목으로 숱한 반대 세력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억울한 옥살이'의 개념을 스스로 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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