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CES, 참가만이 능사는 아니다

장성현 경제부 차장 장성현 경제부 차장

지난 8일(현지시간) 'CES 2020'이 한창이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크 이스트(Tech East) 내 사우스플라자(South Plaza). 18만 명이 몰려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박람회'답지 않게 전시장 안은 꽤 한산했다.

주로 디자인과 조달 분야 업체들이 배치되는 사우스플라자는 가건물에 테크 이스트 내에서도 외곽에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었다.

이곳에 마련된 대구경북공동관을 찾는 해외 바이어들도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스타트업이나 아직 해외 시장 인지도가 높지 않은 업체들이 다수인 점도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한 '테크 웨스트'(Tech West) 내 샌즈 엑스포로 들어서자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통로를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인파가 붐볐다.

이곳에는 3D 프린팅과 무선 디바이스, 드론, 건강, 웨어러블, 피트니스, 센서, 스마트홈, 수면 분야 업체들이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중견기업인 바디프렌드와 코웨이가 전시장을 꾸렸고, 대구테크노파크 스포츠융복합산업지원센터가 마련한 홍보관에도 10개 업체가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설립 5년 미만의 스타트업 기업들로 구성된 '유레카관'도 인산인해였다. 올해 처음 CES에 참가한 서울시는 '스마트시티, 스마트라이프'를 주제로 공동관을 차리고 수많은 관람객을 맞았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삼성전자 C-랩,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의 지원을 받은 국내 업체들도 'KOREA'라는 이름 아래 유레카관에서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구경북공동관은 왜 한산한 사우스플라자에 자리를 잡았을까. CES를 주최하는 CTA(전미소비자기술협회)가 대구경북공동관을 사우스플라자에 배정한 건 공동관의 참가 주체가 지방정부이기 때문이다.

CES는 철저하게 기업과 기술 위주의 전시다. 분야별 참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전시는 주요 전시장에 들어가기 어렵다. 서울시가 '유레카관'에 공동관을 차린 건 설립 5년 미만의 스타트업만 모은 덕분이다.

공동관에 참가한 대구 기업 25곳 중 10곳은 설립 5년 이하의 스타트업이었다. 제품과 기술도 AI와 진단 및 의료기기, 스마트도시, 드론, 사물인터넷, AR 등 분야별로 다양했다.

대구경북이 만약 분야별로 기업들을 모아 여러 곳의 공동관을 마련했다면 사우스플라자가 아닌 본 전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국내 지자체 중 가장 일찍부터 CES에 참가했지만, 성과를 거둘 전략은 부실했다는 뜻이 된다.

다행히 'CES 2021'에서는 대구경북공동관이 가건물 신세를 면할 가능성이 높다. CTA는 내년 CES에서 국가관을 사우스플라자 대신 테크 이스트 내 사우스홀로 옮기기로 정책을 수정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안심할 건 아니다. 사우스홀 역시 관람객들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전시장 중 하나다. CES 2021은 전체 부스 중 절반 이상이 이미 자리 배치도 끝난 상태다.

대구시는 벌써 3회째 CES에 참가했다. 참가에 의의를 둘 시기는 지났다.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대구경북공동관을 분야별·주제별로 묶어서 참가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목 좋은 자리는 참가 횟수가 늘어날수록 차지할 가능성도 커진다. 내년 CES에서는 대구경북 기업들의 전시장이 관람객들로 붐비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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