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빙공영사' 유해조수 포수들?

현재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하다

윤영민 기자 윤영민 기자

'빙공영사'(憑公營私)는 '공적인 일을 빙자해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꾀한다'는 뜻이다. 최근 경북 예천군에서 일부 포수들이 유해조수 포획포상금을 부정하게 수령했다는 논란에 어울리는 사자성어다.

공익과 사익, 무엇이 우선이고 중요한가에 대한 답은 없지만 유해조수 포획포상금 부정 수령 논란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는 그야말로 범죄다. 유해조수 포획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포획 수를 부풀리고 사익(포상금)을 챙긴 범죄, 공익을 가장해 사익을 챙긴 사기에 가깝다.

현재 경찰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포수를 찾는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북도도 15일까지 울릉도를 제외한 22개 시·군에 대해 유해조수 포획포상금 지급 실태를 파악하는 전수조사에 나섰다.

전수조사는 예천군에서 발생한 포획포상금 부정 수령 사례가 다른 시·군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번 부정 수령 행위는 제도적 허점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커 전수조사가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

매일신문 보도(1월 4일 자 6면 등) 이후 유해조수 포획포상금 지급 관련 문제는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는 말이 많았다. 포수의 비도덕적 양심도 문제지만 지방자치단체별 유해조수 포획포상금 지급 지침이 제각각이고 허술했기 때문이다.

전국 각 지자체는 포수가 포획한 유해조수 사체 사진을 제출하거나, 사진과 함께 위치를 전송하는 등 증거 자료를 근거로 포상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사체 처리는 포획한 당사자가 주민과 협의해 알아서 소각하거나 매립하도록 규정해 사체 실물이 필요 없었던 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이를 악용한 사례도 물론 있었다. 2017년 부산시 기장군에서 다른 사람이 잡은 멧돼지를 본인이 잡은 것처럼 사진만 찍어 보내 포상금을 타낸 일이 발생했다. 준비된 멧돼지 사체 사진 한 장만으로 포상금을 받는 데 문제가 없었다.

유해조수를 1마리만 잡고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포획 인증사진만 찍으면 손쉽게 더 많은 포상금을 타낼 수 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그나마 예천군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체 사진과 위치 전송은 물론 군이 지정한 냉동창고로 사체를 가져와 환경감시원의 감독하에 사체 숫자를 확인·기록한 후 입고하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돼 포획 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포수들에게 더 큰 복마전을 제공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예방 차원에서 멧돼지 1마리당 포획포상금을 기존 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하고 포획 수 제한을 없앤 게 화근이었다.

경북 지역에서 지난해 포획한 멧돼지는 울릉도를 제외한 22개 시·군에서만 무려 2만2천847마리에 달한다. 그중 멧돼지 포획포상금이 오른 지난 두 달간 1만186마리가 잡혔다. 10개월 동안 포획한 멧돼지 수와 맞먹는다.

예천군과 부산시의 사례 등을 보면 이 수치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포수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포획 수를 부풀린 만큼 전국에서 얼마나 이런 일이 벌어졌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속이는 포수가 나쁜 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정직한 포수들은 구멍이 숭숭 난 현재 시스템이 모든 포수를 부정한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더 많은 비도덕적 포수가 양산되기 전에 정부는 구멍난 시스템을 개선해 의혹을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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