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풍선 유감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휘파람을 불지마 그건 너무 쓸쓸해. 촛불을 끄지마 어두운 건 싫어. 너와 나 빨간 풍선 하늘 높이 날아. 가슴 깊이 묻어 둬 너의 슬픔이랑….' 197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해 파격적인 음악으로 선풍을 일으켰던 삼형제 록 밴드 '산울림'의 노래 '빨간풍선'이다. 그런데 바보같이도 느껴졌던 무미건조한 가수의 목소리에는 당대 청년들이 갈망했던 자유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날아오르는 풍선의 속성에 구속을 싫어하는 인간의 해방감을 담은 것일까. 형형색색의 풍선들은 눈에 띄기 쉽고 보기도 좋아 선전용이나 야외 행사용으로도 두루 쓰인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면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이벤트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1986년 미국 클리블랜드의 풍선 사고도 그렇게 일어났다.

어떤 단체가 기네스 세계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풍선 150만 개를 하늘에 띄웠다. 두둥실 떠오른 각양각색의 풍선들은 장관을 연출했고 사람들은 넋을 잃고 하늘을 쳐다봤다. 그러나 그것은 곧 재앙으로 돌아왔다. 활주로에 바람 빠진 풍선이 나뒹굴며 공항이 마비되었고, 온 도시가 풍선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지구상에서 풍선의 역사는 수백 년이 되었다. 원시적인 풍선은 동물의 창자로 만들었는데 중세 유럽에서는 궁정의 광대들이 다양한 형태의 풍선을 만들어 막대기에 매달고 다녔다. 1960, 70년대 우리 농촌에서도 경조사를 위해 돼지를 도축하고 난 부산물인 방광에 바람을 불어넣어 어린이들이 축구공처럼 가지고 놀기도 했다.

오늘날의 풍선을 발명한 것은 19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페러데이였다. 그는 화학실험을 하면서 두 겹의 고무를 용접해 가방 모양으로 만든 후 수소를 채워 넣고 공중으로 띄우며 기체의 성질을 관찰한 것이다. 풍선이 상업화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 고무 생산업자인 토머스 핸콕에 의해서라고 한다.

2020년에도 전국에서 새해맞이 풍선 날리기 행사가 열렸지만, 이제는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떨어진 풍선 조각을 먹이로 착각한 야생동물과 해양생물의 목숨을 위협하며, 미세플라스틱 오염원 증가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류가 멋모르고 누리는 문명의 이기에는 늘 이렇게 반대급부가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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