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제 좀 내려놓읍시다

정욱진 정치부장. 정욱진 정치부장.

#자유한국당이 지난 연말 실시한 당무감사 결과 '대구경북(TK)은 100% 갈아야 한다'는 소식이 지난 3일 알려졌다. 한국당 고위 당직자에 따르면 TK 현역 의원 중 한 명도 정당 지지도를 넘어서는 지지율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진은 물론 초·재선까지 다 갈아도 괜찮다는 결론의 성적표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TK 의원들은 "황교안 대표의 정치적 의도"라고 발끈했다. "TK를 우습게 알고 하는 헛소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황 대표는 같은 날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 중진들도 험한 길로 함께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리더십 위기론을 봉쇄할 험지 출마 카드였다. 하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그게(험지 출마)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냐"고 날을 세웠다. 다른 중진들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도입을 주장하며 맞섰다. 황 대표 체제에서는 야권 통합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황 대표 대신 비대위 체제로 가자는 주장이다.

#7일 황 대표와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가 만났다. 그동안 사분오열됐던 보수 진영의 대통합을 위한 큰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전날 황 대표가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제안한 '보수재건 3원칙'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보수 통합 논의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메시지는 없었다. 밤 사이 당내 최대 세력인 친박계 의원들이 황 대표에게 집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이에 밀려 황 대표가 수용 선언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총선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당의 이런 행보를 보면 과연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부터 든다.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대표와 중진들이 따로따로, 내홍만 거듭하면서 혼란스러움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은 "총선과 관련해 모든 면에서 여당에 밀리고 있는 한국당이 극심한 당내 갈등으로 '콩가루' 분위기만 보이고 있다. 그나마 돌파구로 보이는 보수 통합에도 손발이 맞지 않아 코앞에 다가온 총선에서 힘이나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한다.

다른 보수 인사는 "정치권에선 구도, 인물, 정책(공약)을 선거의 승패를 가를 3대 변수로 꼽는다. 한국당은 이 중에서 어느 하나도 경쟁 정당을 앞서는 게 없다. 그런데도 당내 기반이 약한 대표가 공천 권한을 지렛대 삼아 마구 휘두르려고 하고, 이에 중진들은 집단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되풀이한다. 이런 내분이 계속되면 총선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혀를 찼다.

모두 내려놓아야 다 같이 산다. 수도권이나 부산·경남에선 현역 의원의 4·15 총선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19명(대구 8명, 경북 11명)의 현역 의원이 있는 TK는 아직 불출마 선언 무풍지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잘나갔던 TK 한국당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재창출 실패, 두 전직 대통령 구속, 지방선거 완패 등 보수의 잇따른 참사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것에 대해 TK를 바라보는 다른 지역의 시선은 곱지 않다.

보수대통합을 위해서도 그렇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통합 논의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노선 문제, 지분 이야기가 나올 테고 그 순간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다. 모든 협상 주체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보수는 물론 중도까지 아우르는 '빅텐트'가 쳐질 수 있다. 그래야 등 돌린 민심을 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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