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지방 분권 한다더니 수도권 세상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수도권에 사는 인구가 비수도권에 사는 인구수를 추월했다. '수도권 세상'이 활짝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는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국민의 50% 이상이 산다. 수도권 인구는 매월 9천500명씩 불어나고 비수도권 인구는 3천500명씩 줄어든다. 지난해 대구에서 1만 명이, 경북은 더 많은 1만1천 명이 수도권으로 갔다.

인구가 늘면 소리도 커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수도권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지방의 목소리는 작아진다. 지역균형발전은 더 멀어졌다. 2013년 75곳이던 30년 내 소멸 위험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89곳으로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꿰뚫고 있다. 재빨리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18년 2월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했던 말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에 공을 들였고 또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앙집권을 우리나라 지역불균형발전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이 노 정부였다. 그 결과 세종 행정수도가 나왔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53개를 비수도권 11개 지역에 이전하는 가시적 성과도 냈다. 노 정부를 거치며 수도권에 몰리던 인구가 2011년과 2013~2016년 지방으로 순이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9일 반환점을 돌았다. 노 정부를 계승해 그보다 더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선언했으니 기대가 컸던 정부다. 하지만 문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은 노 정부와 달리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달콤한 약속에 걸었던 지방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물론 문 정부가 그동안 고사 위기에 몰린 지방을 살리기 위한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한다며 취임 초 지방분권 개헌안을 제시한 적도 있다. 자치분권의 근간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정부의 571개 사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는 지방이양 일괄법 개정안,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경찰법 개정안 등 소위 '자치분권 3법'을 국회에 올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법안만 올리고선 야당 탓만 할 뿐 통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20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이 30%가 안 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중앙집권은 더 강화됐고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심해졌다. 지방재정은 중앙정부에 더 예속됐다. 선심성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재정 부담은 지방이 떠안는다. 복지확대 정책 사업 예산이 대표적이다. 중앙정부가 해마다 지자체에 지급하는 지방교부세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보조 사업에 의무적으로 매칭하는데 쓰인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극히 제한됐다. 최저임금에 대해 지역별로 차등을 둬야 한다는 기본적인 요구마저 묵살됐다.

반면 수도권 집중 기반을 다지는데는 거리낌이 없다. 지난달 말 대도시권 광역교통비전 2030계획을 발표했다. 대도시권이란 이름을 갖다 붙였지만 실상은 광역급행철도 건설 등 수도권 도시의 광역거점 간 통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안이다. 수도권에 30만 호의 3기 신도시를 만들 계획도 나와 있다. 역시 수도권에 120조원을 쏟아부을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허용한 것도 문 정부가 한 일이다.

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즐겨 말하지만 실천은 않고 있다. 추진 의지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이러고도 지방분권을 말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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