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성범죄 2차 피해 '모르쇠'한 도교육청

‘갑’의 횡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교육청 또한 나쁜 ‘갑’이다

박기호 경북부 기자
박기호 경북부 기자

최근 경북 울릉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성범죄와 관련한 2차 피해가 여러 차례 일어났지만 교육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학교 교장이었던 A씨(직위해제 상태)가 학교 공사 업체로부터 현금 50만원을 받은 뒤 피해 교직원에게 이를 학교 회식비로 집행하라고 했지만, 피해 교직원인 행정실장이 이를 거부하자 성희롱과 강제추행을 했다"는 게 경찰 수사로 밝혀진 1차 피해다. 현재 A씨는 '강제추행과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1차 피해에 대한 형사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교 안팎에서 가해진 2차 피해에 있다. 일부 학부모가 피해자인 교직원에게 성범죄 피해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는 행위가 수차례 일어났다. 학부모 대표들은 '학교를 떠나달라'는 요구도 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진위를 묻거나 근무지를 옮겨라'고 하는 행위 모두 명백한 성범죄 2차 피해다.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피해자를 보호해주지는 못할망정 '피해 교직원의 전보조치를 요구'하며 집단으로 학생들을 이틀간 등교 거부까지 시키는 일을 벌였다. 결국 학생들은 무단결석 처리됐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교장 A씨가 피해 교직원을 학교에서 쫓아낸 후, 자기의 잘못을 덮으려고 학부모와 교사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학생들까지 동원된 등교 거부 사태의 전말이다. 학부모들의 주장과 집단행동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피해자인 교직원에게 성범죄 사건으로 학교가 시끄러워졌으니 학교에서 떠나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뇌물수수와 강제추행을 일으킨 '교장 A씨가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요구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은 실태조사조차 않고 있다. 피해자가 2차 피해 조사를 요청하지 않는다며, 2차 피해 조사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피해 교직원은 '2차 피해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직장 내 따돌림 등 지금껏 일어난 2차 피해보다도 더 큰 피해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집단행동도 문제였지만, 경북도교육청 등 교육 당국의 성범죄와 2차 피해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대처가 문제를 더욱 키웠다. 피해자의 권리 회복과 건강한 근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교육 당국을 향한 지탄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피해자인 교직원을 전보 조치해 달라'는 탄원서를 작성한 교사는 말할 필요도 없다. 도교육청 감사관실 직원이 해당 학교 교감에게 문제의 탄원서에 대해 물었지만, 교감은 알면서도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감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알면서도 보고하지 않는 '학교', 보고하지 않고 대답하지 않는다고 조사할 수 없다는 '울릉교육지원청'과 '경북도교육청' 모두 2차 가해자다. 2차 피해 예방에 나서야 하는 교육 당국의 태도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경북도교육청과 울릉교육지원청, 해당 학교 등 교육 당국은 성범죄 2차 피해 사건을 은폐·묵인할 의도인가.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살펴보면, 성 관련 비위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불법행위를 할 경우 관련 직원에 대해 교육 당국은 최대 파면까지 할 수 있다.

가해자인 교장 A씨는 피해자인 교직원에 대해 업무상 '갑'의 위치에 있다. 뇌물수수와 강제추행 그리고 2차 가해는 '갑'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가 범죄불법행위까지 용납할 것을 기대하며 행한 '갑'의 횡포다.

'갑'의 횡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교육청 또한 나쁜 '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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