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문재인 박근혜, 왜 그리 빼닮았나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음을 느낀다. '욕하면서 배운다' '혹독한 시집살이한 며느리가 모진 시어머니 된다'. 이런 속담이 생각나는 이유는 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그리 빼닮았는가 하는 의문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최순실 없는 것 빼고는 박 전 대통령과 똑같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데, 단순한 우스개가 아니라 아무리 봐도 두 사람은 유사점이 많다. 둘의 사상·가치관은 대척점에 있지만, 행동 양식이나 상황 인식 면에서 거의 흡사한 모습을 보여 놀랄 정도다.

둘에게서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불통과 독선이다. '불통'과 '독선'은 박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나 언제부턴가 문 대통령도 같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둘은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전형적인 '꼰대'의 기질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 비해 덜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여론 수렴이나 상대 진영을 인정하지 않는 기질은 그에 못지않다. 문 대통령은 부드러운 외모와는 달리 고지식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 '문 대통령은 남의 얘기를 인내심 있게 잘 듣는다. 막상 결정할 때는 자신 맘대로 한다.'

온 국민이 경기 침체를 체감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 홀로 '경제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참모들에게 '경제정책이 잘된 점을 적극 홍보하라'고 하니 경제부총리나 일자리수석비서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얼마 후면 구조 개선의 변화를 실감할 것이다' '일자리의 질이 개선됐다'는 망발을 내놓고 있다.

역사관마저 닮은꼴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애국' '뉴라이트사관'에 경도돼 역사 교과서를 손대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친중 반일' '역사 바로 세우기'로 대표되는 '관제 민족주의'에 열중한다. 방향만 다를 뿐, 개방개혁 시대에 과거사를 껴안고 미래를 소홀히 여기는 것도 판박이다.

불통과 독선은 국민뿐만 아니라 같은 편에게도 적용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이가 있었던가. 이들에게도 친척·친구가 있고 지역 구민을 만나는데,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모를 리 없다. 2015년 박 전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유승민 의원에 대해 '배신의 정치'라고 일갈하고 원내대표직에서 쫓아낸 것을 기억한다면 누가 감히 신념에 가득 찬 대통령에게 고언을 하겠는가.

둘의 닮은꼴은 아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내세우며 '친문'으로 물갈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한 최측근 양정철 씨가 '친정체제 강화'를 내세우면 '친문'과 '비문'의 공천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6년 총선 때 당시 새누리당이 180~200석을 예상하다가 '공천 파동'으로 제2당으로 내려앉았던 때를 기억한다. 내년 총선에 '친문'을 넘어 '진문'(眞文)이 등장하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둘이 닮은 이유는 개인 자체의 문제인지, 국민 수준의 문제인지 헷갈리지만, 결국은 문 대통령에 대한 모욕으로 귀결된다. 이웃을 만나도, 택시를 타도, 서울 친구를 만나도 문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비판으로 넘쳐난다. 야당이 좋아서 혹은 보수 성향이라서 하는 비판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퇴보와 직결된다. 집권 2년을 돌아보고 새롭게 출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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