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구미 경제는 한국의 미래다

김교영 편집부국장 김교영 편집부국장

성형외과 의사인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밥벌이가 어떻냐고 안부를 물었다. 후배는 "대구의 개업 의사인 제가 구미와 한국의 경제를 걱정할 줄은 몰랐습니다"라고 했다. 무슨 말을 하나 싶었다. 이어진 얘기로 궁금증은 풀렸다. "환자 중에 구미의 LG, 삼성에 다니는 여성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한 명도 없습니다. 공장 이전, 희망퇴직이다 해서 난리라고 하더군요. 동료 의사들도 구미 불황으로 환자가 많이 줄었다고 걱정합니다."

대구에서도 구미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 대구와 구미는 '경제 공동체'다. 산업기지 구미의 베드타운이 대구다. 대구~구미 통근자는 어림잡아 5만 명. 이들이 구미에서 돈을 벌어 대구에서 쓴다는 얘기다. 대구에는 구미 소재 대기업의 협력업체도 많다.

구미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는 1999년 단일 산단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 LG 등 대기업 사업장이 핫바지 방귀 새듯 해외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구미산단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옛 명성에 비해 현재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수출액은 2013년 367억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지난해는 259억달러까지 떨어졌다.

구미산단 내 공장 가동률은 2014년 말 80%에서 지난 2월 55.5%로 추락했다. 근로자 50인 미만 업체(산단업체의 88%)의 가동률은 불과 33.7%. 구미산단 근로자 수는 9만 명 선이 무너졌다. 최근 4년 새 1만2천 명이 줄었다.

구미산단의 불황은 지역 상권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임대매매'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다. 원룸이 많은 구평동 일대는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인동에서 식당을 하는 지인은 "인동의 밤거리는 젊은 직장인들로 술렁였던 곳이다. 지금은 적막강산이다"며 "장사를 접고 싶어도 가게를 인수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구미시는 몇 년 전부터 정부에 '산업 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 요청을 했다. 정부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민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생각이 지역에 퍼졌다. 그런 민심이 6·13 지방선거에서 장세용 구미시장을 만든 것이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보수의 핵심'. 이런 곳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시장 당선은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다.

장 시장은 구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청와대정부 인사, 여당 인사들을 만나 도움을 구했다. 여당과 정부도 구미에 관심을 보였다. 작년 8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첫 최고위원 회의를 구미서 열었다. 이 대표는 전략적으로 구미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구미시민들이 염원했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경기도 용인으로 결정됐다. 정부, 여당 관계자가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언급했다. 19일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6월 내에 제2 광주형 일자리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구미산단이 녹슬어서는 안 된다. 구미는 훌륭한 산업 인프라를 갖춘 곳이다. 50년 축적된 우수한 기술과 연구 인력이 있다. 신산업을 발굴하고 노후 산단을 재건해야 한다. 구미 경제의 회생은 한국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말부조'는 지겹다. 구미시민들은 너무 지쳐 있다. 장 시장의 어깨는 그만큼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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