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대구, 독수리 대신 수달?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삼국유사'에는 수달 때문에 스님이 된 사연이 실려 있다. 신라 혜통 스님이다. 스님이 살던 집 부근 시냇가에서 놀다 수달 한 마리를 잡아 죽여 뼈를 버렸다. 그리고 이튿날 가보니 뼈는 없고 핏자국만 남았다. 따라가니 수달이 예전 살던 굴이었다. 뼈는 새끼 다섯 마리를 안고 쭈그린 모습이었다.

놀란 스님은 마침내 출가, 오늘에까지 이름을 남겼고 이런 수달 이야기는 흔히 부모와 자식 간 정(情), 특히 뜨거운 모정(母情)을 나타내는 글감으로 다뤄지고 있다. 7세기 신라 때 활동한 혜통 스님이 남긴 수달에 얽힌 사연은 천년 넘는 세월을 두고 잊히지 않고 이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수달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시대 변화와 인간이 만든 환경오염 등으로 점차 우리 곁을 떠났으니 말이다. 대구 같은 도심 하천에서는 더욱 보기 힘든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살 만한 터가 되지 못한 탓이다. 정부가 1982년 수달을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려 할 만하다.

이런 수달이 신천 등 대구 곳곳에서 2006년 이후 최근 확인한 결과, 모두 24마리가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랜 수난사 속에 대구 도심에서 살아가는 수달이 2006년 16마리 관찰에서 이제 8마리 가족을 더 늘린 결과다. 대구 사람들의 수달 보호 노력이 결실을 거둔 셈이다.

이런 대구 수달들의 생존과 증가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달의 존재는 대구가 그만큼 깨끗하고 달라진 환경을 갖춘 곳이자, 이런 환경을 가꾸는 도시라는 인상을 줄 척도일 수도 있어서다. 아울러 신라 혜통 스님 이래 수달과 사람 사이 인연에 깃든 남다른 이야기까지도 곁들이면 더없이 좋을 터이다.

이참에 대구시청 앞 독수리 동상을 수달로 대신하면 어떨까. 독수리가 어떤 특별한 연결 고리로 대구 상징의 새로 뽑혔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환경과 모정을 떠올릴 수달도 대구에 어울릴 만한 동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구 수달, 아픈 사연만큼이나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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