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칼럼] TK 텃밭의 진정한 주인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대구경북(TK)의 정치 환경이 황량하기 그지없다.

TK는 보수정당에는 텃밭, 중도개혁정당엔 황무지, 진보정당엔 불모지와 다름없다.

TK는 그동안 보수당만 줄곧 짝사랑해왔다. 중도개혁당은 잘 돌아보지 않았고, 진보정당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최근 TK 신세는 이들 모두로부터 '팽'당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자조하는 이들도 꽤 많다.

자유한국당 부산경남권수도권 신주류들은 최근 당권 경쟁 과정에서 TK를 왕따시켰다.

TK 정치권이 당권을 잡으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내년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논리를 당원들에게 주입시켰다. 이 논리가 먹혀들면서 결국 주호영 의원은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여유 있다던 경북의 김광림 의원은 겨우 턱걸이했고, 대구의 윤재옥 의원은 희생양이 됐다. 밀당(밀고 당기기)도 없이 간, 쓸개 모두 빼내 주며 수십 년 짝사랑을 되풀이해오다 차인 꼴이다.

안타깝지만 전두환 정권 때부터 지금까지 대구경북을 위해 온몸을 던진 덕분에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또 그 사랑을 마중물로 대권가도까지 달린 TK 정치인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대구는 박정희 정권 이래 약 60년 세월 동안 또 다른 보수당인 자민련과 한때 바람을 피운 것을 제외하곤 공화당에서 한국당으로 이어지는 정통(?) 보수당에 모든 걸 내줬다. 결과는 일부 서울 TK 정치인과 고위 관료만 떡고물을 챙긴 게 고작이었다. 남은 것은 청년실업과 지독한 불경기, 팍팍한 서민생계, 지역내총생산(GRDP) 만년 꼴찌였다. 그러면서도 선거 때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친 보수정당에 표를 쏟아붓고 있다.

반면 TK의 질긴 외면에 비춰볼 때 더불어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중도개혁당에 대한 지역의 기대와 요구는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황무지에 뿌리내리기 위해 모인 민주당 TK발전특별위원회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다. 실망으로 바뀔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대다수 위원이 수도권 등 타 지역 현역 의원이다 보니 정치적 득이 없고 오히려 일부 현안에는 이해가 부딪힐 수도 있는 TK 발전을 위한 활동에 시늉만 내기 십상이다.

TK발전특위 한 위원은 최근 "대다수 위원이 자기 지역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현안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관심도 낮다"고 고백했다.

현역 국회의원 25명 중 2명을 뽑아준 뒤 이 정부에 각료를 비롯한 TK의 상당 지분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염치 있는 요구인지 모르겠다.

정치적 텃밭에 대한 경작 기한은 무기가 아니라 4년에 불과하다. 텃밭을 잘 가꾸지도 않고 수확도 시원찮으면 경작권을 빼앗고 정당도, 일꾼도 수시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김부겸 의원과 유승민 의원, 권영진 시장이나 주호영 의원 등 기회는 누구한테나 열려 있다.

황무지든 불모지든 땅을 잘 가꿔 기름지게 만들어 풍성한 수확을 낼 수 있다면 경작자는 언제든지 교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텃밭의 진정한 주인은 경작자가 아니라 시도민이자,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TK 텃밭 주인은 이제 정치 환경 탓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정치 환경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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