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쓰레기 대란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과거 농경시대에는 쓰레기가 없었다. 낡은 옷이 해지면 몇 번이고 기워서 입다가 종내에는 걸레로 활용했다. 음식물 찌꺼기는 소죽 끓이는 데 사용했고 어쩌다 나오는 생선 뼈다귀마저 멍멍이들이 처리했다. 뒷간 분뇨나 마구간에서 나오는 소똥 거름마저 발효시켜서 퇴비로 사용했다. 집을 짓는 자재는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 모두가 천연재료였으니 산업폐기물이 생성될 까닭도 없었다.

쓰레기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부산물이다. 자본주의적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부추기며 엄청난 쓰레기 발생을 부채질해왔다. 그렇게 자연환경을 무차별로 파괴해온 인류의 횡포가 초래한 업보는 막중하다. 쓰레기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 곳곳에서 대재앙의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인류 또한 이제야 대자연의 신음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매일 100t 안팎의 쓰레기가 발생했던 필리핀 보카라이는 관광지 폐쇄로 한동안 휴식기를 가지면서 하루 관광객 수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은 한 해에 2만 명의 관광객만 받는다. 자국민들의 평온한 삶과 환경보호를 위해서다. 갈라파고스제도에는 자연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해야 들어갈 수 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쓰레기 감소와 처리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자 동남아가 밀려드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환경부가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불법 수출된 쓰레기를 국내로 다시 가져와 처리하는 한편 히말라야 산악 지역의 폐기물 관리 용역사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쓰레기 불법 수출국의 오명을 쓰레기 처리 선진국의 이미지로 상쇄하려는 모양이다.

경북 의성에서 7만t이 넘는 쓰레기 더미에 한 달 이상 화재가 계속되고 있어 주민들이 매연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부에서 폭발하는 불길을 잡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양산한 쓰레기의 반격과 자연의 분노가 이제 우리 주변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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