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갈등 권하는 정부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필요한 것을 갖기 위해 다툰다고 한다.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인간 사회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의 장으로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다투기만 했다면 오늘날 인류가 공존하고 있을 리 없다. 인간은 투쟁의 장을 공존의 장으로 바꾸는 기술을 찾았다. 바로 정치다. 이를 두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류 사상 최초의 직업이 정치'라고 짚었다. 정치인을 욕하지만 인간은 더불어 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상생의 장치로 정치를 택했다.

정치는 독이기도 하고 약이기도 하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정치는 치열한 투쟁의 장이 된다. 온갖 이해 집단들의 이해관계는 난마처럼 얽혀 갈등이 분출한다. 훌륭한 리더는 이를 뚫고 큰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간다. 이엔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다. 한때 그것이 부족한 리더는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했다. "여기에 앉은 내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 미국 대통령(하딩)도 있었다. 물론 그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았다. 그렇다고 엉킨 실타래를 단칼에 베어 해결하려는 시도는 현명하지 않다.

요즘 국민들 마음이 편치 않다. 엉킨 실타래를 풀 생각은 않고 단칼에 베려 든다는 생각이다. 갈등은 분출하고 출구는 암흑천지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갈등 조정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2년간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리면서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해 비롯된 일이다. 소상공인들은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며 아우성이다. 갈등의 골은 깊어 가는데 청와대는 그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일일 뿐이란다. '최저임금 이의신청'이란 소상공인들의 마지막 몸부림마저 가벼이 걷어차 버렸다. 물론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진정한 대책은 '나를 잡아가라' 아우성치는 소상공인의 뜻을 깨우치고 연착륙 기회를 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조급하다.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할 때 밀어붙이자는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득은 적고 실은 많다는 것이다. 북 비핵화를 확인도 않은 채 남북경협부터 추진하는 것이 그렇다. 덜컥 탈원전부터 선언해 잘 가동 중인 원전을 세운 것도 마찬가지다. 정작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인 기업은 후려치면서 성장과 일자리를 강조하는 대목은 코미디 수준이다. 덕분에 일자리 전광판은 싸늘하게 식었다. 내 편만 챙기는 사이 갈등은 지역, 세대, 노사를 넘어 남녀 성 간 갈등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사회 갈등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다 보니 세계 경제는 호황인데 우리나라 경제만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 박수소리가 크다고 그 정책이 훗날의 박수로 이어질 리도 만무하다. 갈등을 해소한답시고 막대한 예산을 들이미는 것은 임시방편은 될지 모르나 미래의 화를 키울 뿐이다.

19세기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는 나라 밖으로 유럽의 세력 균형을 주도하고, 안으로 사회주의자들을 회유하며 불만을 누그러뜨려 독일제국을 일궜다. 그의 리더십 아래 독일은 통일되고 융성했다. 그는 정치를 두고 '통치의 예술'이라 했다.

문 대통령에게서 '예술 같은 통치'를 기대하는 것은 허튼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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