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좌파 권력과 시장 권력

이춘수 편집부국장

이춘수 편집부국장 이춘수 편집부국장

노무현 정부 때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로 아파트 공급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시민단체들은 공사 원가 공개를 요구했다. 정부가 의지만 있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정부 통제 아래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하여금 원가를 공개토록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스스로 고백했듯이 재임기간 내내 신자유주의를 정책의 틀로 삼았다.

외환위기 후의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 정부에서도 신자유주의가 사회적 지배 원리로 작동하면서 비정규직과 청년실업가계 부채의 증가, 아파트가격 폭등,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를 가져왔다.

노 전 대통령의 신자유주의적 사고는 시민사회단체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한미 FTA 체결에서도 잘 드러난다. 노 정부는 시장이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하도록 해주면 경제 전반이 활성화되면서 모두가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한 실패였다.

이에 대한 반작용일까? 프레임 설정에 강한 노무현 후계자들, 문재인 대통령과 정책 참모들은 노 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 '시장 중심주의'에서 국가의 시장 개입과 통제를 정책 작동 원리로 신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사건건 정부 재정을 투입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국가의 힘으로 시장을 제어조율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 듯하다. '재정 중독증 정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문 정부는 정부 재정을 투입해 공무원 수를 늘리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81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 더불어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주 52시간 근무 정착, 청년실업 해소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문 정부는 공공 부문이 모범적인 고용주 역할을 하면 그 효과가 일반 기업에까지 전파된다고 보는 듯하다. 1990년대 이전까지와는 달리 시장에 대한 국가의 우위는 사라졌다. 기업 중심의 경제 권력이 국가 중심의 정치 권력을 능가하고 있다.

국가가 시장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보면 큰 오산이다. 우리 경제와 기업은 이미 국가 간, 지역 간 경계가 없는 글로벌 시스템에 편입되어 있다.

문 정부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결과는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보고, 기업주들은 문 정부의 바람과는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기업들은 문 정부의 노동조건 개선에 맞서 고용을 늘리기보다는 자동화, 해외 이전, 사업 축소 혹은 포기 등 다양한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문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고용의 80% 이상을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정부가 그토록 의식하는 대기업 중심의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는 5%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주와 그곳 노동자들의 눈물도 닦아주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 없다'는 지적을 문 정부는 곱씹어 봐야 한다. 해결 방향은 단순하다. 국가와 시장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뿐이다.

문 정부 브레인들과 여당 일각에서 기업 성장 원인을 노동자 착취로 보는 이상 아무리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경제 활력은 찾을 수 없다. 문 정부와 여당이 한때 해체 대상이라고 주장했던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부탁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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