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한전 사장의 두부값 타령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얻는 것과 살아남는 것이다. 세계 3대 경영 석학으로 평가받는 마이클 포터 미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지적이다. 기업이 이윤을 내야 살아남고,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최소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최대 이익을 남기지 않아도 계속 존속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른바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공익을 앞세운다. 이를 이유로 대개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지만 실은 수익도 비용도 고스란히 국민 호주머니서 나온다.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문 닫을 염려도 없다. 방만 경영으로 부실해지면 요금을 올리면 그만이다. 공기업 사장이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업가로서 주인의식을 갖지 않으면 국민이 괴로워지는 이유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두부값 타령을 했다.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했으니 자신을 영락없는 두부공장 사장에 빗댔다.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졌다며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 했다. 여기서 '두부공장'은 한전이다. '두부'는 전력이고, '콩'은 석탄, LNG, 석유가 된다. 콩값이 올랐는데 두부값을 제때 올리지 않아 적자로 돌아섰다며 은근슬쩍 전기료 인상을 시사한 것이다.

그런데 찜찜하다. 멀쩡하던 콩값은 갑자기 왜 올랐을까. 값싸고 질 좋은 콩은 값이 하나도 안 올랐다. 비싸고 질 떨어지는 콩만 올랐다. 그런데 안 오른 콩은 버리고 오른 콩만 골라 두부를 만들더니 두부값 타령이 나왔다. 비싼 콩만 사들인 것은 두부공장 사장이고, 이를 시킨 것은 그 위의 회장이다.

한전은 2015년부터 2년간 매년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다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원 밑으로 반 토막이 났고 급기야 지난해 4분기 1천294억원, 올 1분기 1천276억원 등 2분기 연속 손실을 봤다. 80%대를 웃돌던 원전 가동률은 50%대로 떨어졌다. 올 1분기 발전원별 전력단가는 ㎾h당 원자력은 67원, 석탄은 92원, LNG는 125원, 신재생에너지는 165원이다. 2016년 29%이던 원전 생산 비중은 올 1분기 18%로 줄었고, 석탄 비중은 같은 기간 39.8%에서 43.4%, LNG 비중은 23%에서 30%로 늘었다. 콩값이 올라 두부값과 역전한 것이 아니다. 무리해서 비싼 두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은 미세먼지(PM10)나 초미세먼지(PM2.5)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모두 0g/㎿h다. 반면 석탄발전은 질소산화물을 무려 411g/㎿h를 내놓는다. '친환경 발전'으로 포장한 LNG 발전소는 인체에 해로운 초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원이다. 기체 형태를 포함하면 석탄발전에 비해 초미세먼지 발생량이 최고 7.6배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매년 460만 명이 사망한다.

이쯤 되면 한전 사장의 두부값 타령은 선후가 바뀌었다. 정부가 비중을 늘리고 있는 태양광풍력발전을 모두 포함해도 모든 발전 수단 중 원전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낮다. 특히 우리가 사용 중인 가압경수로형 원전의 경우 세계적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없다. 한전 사장의 비싼 두부는 이를 버린 탓이다.

공기업도 기업이다. 최대 이윤은 몰라도 최소 비용으로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진다. 값 싸고 질 좋은 에너지원이 무조건 우선이다. 그렇잖으면 '두부공장의 걱정거리'가 '국민의 걱정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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