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누구를 뽑을 것인가

정치판이 절정이다.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마다 플래카드가 넘쳐난다.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와 문자가 홍수를 이룬다. 듣도 보도 못했던 유권자를 향해 후보들은 깍듯이 절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몸값이 치솟는 세상이다.


선거 열기가 뜨거울수록 공약(公約)인지 공약(空約)인지가 난무한다. 구청장 선거에조차 대통령이 나서도 힘든 공약이 등장한다. 대구공항은 과연 옮겨야 하는지, 군공항만 옮겨가는 것은 또 가능한지가 화두다. 초중등교육을 담당할 교육감 선거에서 대학교수 경력이 강조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어떤 후보는 장관 경력을 내세운다. 유권자들은 헷갈린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공약을 보면 더 헷갈린다. 투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난감한 상황이다.


아쉽게도 이를 극복하는 것은 오롯이 유권자 스스로의 몫이다.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역 발전을 고려해 선거를 치러 본 적이 거의 없다. '묻지 마' 선거는 일상이다.


정치인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금물이다. 정치인의 자질은 동서고금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은 적이 없다. 유권자가 깨어나지 않으면 정치는 영원한 삼류다. 고대 그리스 최대의 희극시인 아리스토파네스는 "오늘날 정치인은 학식 있는 사람이나 성품이 바른 사람이 아니다. 무식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 정치"라고 했다. 여기서 '오늘'이란 것이 2천400여 년 전이다. 민주주의가 처음 싹을 틔운 시절부터 정치란 것이 그랬던 모양이다. 프랑스 극작가 카뮈는 "자신 속에 위대함을 지닌 자들은 정치하지 않는다"고 했고, 독일의 막스 베버는 "어중이떠중이가 다 뛰어드는 것이 정치판"이라 했다.


정치인의 자질이 떨어진다고, 찍을 사람이 없다고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나쁜 선택이다.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포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찍어야 하나.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최악을 피하려면 차악이라도 택해야 한다.


최근 가정마다 배달된 선거공보물엔 의외로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후보의 면면을 파악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후보자의 인적 사항과 재산, 납세 실적, 전과 등 기본 사항은 물론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살피는 것은 필수다.


파렴치한 범죄 경력은 없는지,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나아가 공약을 제대로 살피는 것은 후보자 선택의 바로미터다. 실현가능한 공약인지, 지킬 수도 없는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눈과 귀만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약을 지켰을 때 진정 주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일인지,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결국 살림만 거덜 내는 것은 아닌지 꼼꼼한 판단이 필요하다.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파트 단지 우편함엔 아직 찾아가지도 않은 선거공보물이 상당수 남아 있다. 뜯지도 않고 버려진 것이 얼마나 될 지도 알 수 없다.


이래서야 후보자들의 유권자 대접은 시한부다. 딱 이틀 남았다. 깍듯한 인사도, 따듯한 메시지도, 이틀이면 끝이다. 그냥 끝내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떠야 한다. 감시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4년 후 갈아치운다는 각오가 서야 선거 이후에도 유권자들이 대접 받을 수 있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가 남긴 통찰은 깊다. "많은 정치인은 선출과 동시에 지배하고 군림하려 든다. 지도자를 뽑았는데 지배자가 되려 한다." 우리는 이런 지역 정치인을 막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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