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야고부] “너저분한 변명 하지 마라”

[야고부] “너저분한 변명 하지 마라”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패배가 기정사실로 굳어 가던 1945년 3월 일본 전쟁 지도부인 대본영은 연합군의 본토 상륙에 대비한 '결호(決號) 작전'을 수립했다. 본토 6곳과 본토 밖 1곳(제주)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는 것으로, 본토에서 연합군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이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그 방안에는 남아 있는 군사력을 최대한 긁어모아 자살 공격을 하는 것과 함께 민간인 2천800만 명을 국민의용대로 조직해 전투에 투입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들에게 지급될 무기였다. 책걸상을 잘라낸 각목에 쇠파이프를 고정시킨 조악한 총, 깡통에 화약과 쇳조각을 넣어 만든 깡통 폭탄, 일본식 대나무 활, 일본도, 식칼, 낫, 소방용 갈고리, 죽창 등이 고작이었다.이 중 죽창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일본 육군 나아가 군부 전체의 비과학성과 정신론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연유는 일본 육군 장성 아라키 사다오(荒木貞夫)의 '죽창 300만 자루'론에 있다. 1933년 10월 당시 육군대신이던 아라키는 외국인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죽창 300만 자루가 있으면 열강이 공포에 떨 것"이라고 했는데 본토 결전 상황이 되자 아라키의 주장처럼 상대를 공포에 떨게 할지 여부와 별개로 실제 무기로 등장했다.일본 출판사 다카라지마가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등 3개 신문 11일 자 2개 면에 걸쳐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광고를 실었다. 광고는 태평양전쟁 당시 죽창을 들고 군사훈련을 받는 소녀들 사진을 배경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이미지가 한가운데 놓여 있는 이미지가 담겨 있고, 왼쪽 상단에 "백신도 없다. 약도 없다. 죽창으로 싸우란 말이냐. 이대론 정치에 죽임을 당한다"고 적혀 있다.그 메시지는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한 일본의 상황은 연합군에 죽창으로 맞서려 한 태평양전쟁 말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백신 접종률은 OECD 국가 중 일본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정부는 오는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백신 확보 상황을 보면 그럴 것 같지 않다.광고에 실린 문구 중 이런 게 있다. "너저분한 변명 하지 마라." 지금 문재인 정권이 들어야 할 소리다.

2021-05-14 05:00:00

[관풍루] 송영길 대표 “무주택자 집값 90%까지로 대출 완화” 주장에 청와대 “정책 기조 흔들린다”며 수용 불가 입장

○…송영길 대표 "무주택자 집값 90%까지로 대출 완화" 주장에 청와대 "정책 기조 흔들린다"며 수용 불가 입장. 장기판 앞에 놓고 '일수불퇴' 고집하다 끝내 멱살잡이 싸움 나고 판 깨지던데 지금이 꼭 그 짝.○…전동 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 장치 규정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에도 안전모 없이 인도 주행 킥보드 여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무법천지 오토바이와 킥보드는 따끔한 '금융 치료'가 정답.○…미국 소비자물가 13년 만에 최고인 4.2%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경고등 켜지자 글로벌 증시 연일 하락세. 넘쳐 나는 '돈 홍수' 피하고 자산 잘 지키려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2021-05-14 05:00:00

[청라언덕] 종로에 스며들다

[청라언덕] 종로에 스며들다

사단법인 더나은세상을위한공감(이하 공감)이 운영하는 대구 중구 라온학교에는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청소년 10명이 있다. 중국과 베트남, 터키 등에서 온 이들의 나이는 18~26세.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나이지만 한국어를 모르고 정규 교육 과정도 거치지 않아 학교를 다닐 수도, 직업을 구하기도 어렵다.이들에게 라온학교는 유일한 희망이다. 1주일에 3차례 등교해 오전에는 한글을 배우고 오후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미용, 바리스타 등 직업 훈련을 받는다. 현재 이들과 같은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교육 시설'은 대구에서 이곳이 유일하다.라온학교가 문을 연 건 지난해 8월. 공감 측은 기존에 운영되던 중도입국 청소년 교육 시설 2곳이 모두 문을 닫게 되자 이들을 위한 학교를 마련했다. 공감은 2017년부터 북한이탈주민 자녀를 위한 '발개돌이 학교'도 운영 중이다.그러나 라온학교는 출범 초기부터 운영비 부족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8월 카카오의 사회 공헌 플랫폼인 같이가치를 통해 680만 원을 마련, 어렵게 교실을 구했고 올해는 여성가족부 소관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레인보우 스쿨' 위탁으로 1천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교육 시스템을 갖추기엔 여전히 부족하다.특히 정부 지원이 부족한 소규모 비영리 법인은 늘 운영비가 빠듯하다. 피후원자를 직접 도우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운영비 후원은 받기 어려워져 대부분 지인을 기반으로 후원을 받아 충당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예전에는 일일호프나 작은 음악회 등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했지만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그마저도 중단된 상태다.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이하 개발원)도 기금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대구쪽방상담소를 운영하는 개발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다행히 많은 물품을 지원받았다. 마스크나 식료품 등의 지원은 굉장히 많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개발원은 올해 대구경북권의 쪽방이나 고시원, 여인숙 등에 사는 주거 취약계층을 임대주택으로 옮겨 주는 비주택 거주자 주거 상향 사업을 수탁했다. 올해 250명을 옮기는 것이 목표지만 이불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 마련에 드는 수천만 원을 구할 길이 없다.고심하던 공감과 개발원은 역시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던 대구 종로상가번영회와 손을 맞잡았다. 종로의 소상공인들도 끝 모를 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고 있었다.당장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예전처럼 손님들로 북적이기만 해도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텅 빈 가게를 홀로 지키다가 애써 마련해 둔 식재료를 내버리는 상황이라도 벗어나면 좋겠다는 심정이라고 했다.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모인 '종로에 스며들다'는 이렇게 탄생했다. 공감과 개발원이 판매하는 후원 티켓을 종로 맛집 46곳에서 사용하면 매출의 22%를 상인들이 후원하는 행사다. 어려운 사람들 마음은 역시 어려운 이들이 공감하는 법이다.20일부터 한 달간 지속되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노란색 바탕의 포스터도 하나둘씩 나붙기 시작했다. 포스터는 최근 '준며들다'(최준에 스며들다)로 유튜브를 달구고 있는 카페 사장 최준(개그맨 김해준)의 쉼표 머리가 도드라진다.앞으로 한 달간 닭살 돋는 느끼한 최준의 말투처럼 자꾸자꾸 종로를 찾게 되는 '종며들다'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고난의 파도를 넘는 힘은 결국 공감과 배려에서 나오니까.

2021-05-13 19:12:10

[뉴스Insight] 무법 주행 전동킥보드, 규제하면 달라질까?

[뉴스Insight] 무법 주행 전동킥보드, 규제하면 달라질까?

젊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동킥보드를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지만, 멋 부리는 재미있는 놀이로도 보인다. 전통킥보드가 젊은 층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실감한다.얼마 전부터 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풍경이다. 아파트 입구에 공유 전동킥보드가 고정적으로 주차해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대학생이 이용 고객이다. 밤늦은 시간에는 화물 차량이 돌아다니면서 이를 회수해 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업체가 경쟁할 정도로 돈벌이 되는 사업이 된 것 같다.금호강 변에 일직선으로 잘 닦인 보행 겸 자전거 도로에서 늦은 밤에 운동하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강한 헤드라이트 불빛을 비추며 빠른 속도로 뒤에서 달려오기에 오토바이가 지름길을 택해 불법 운전하는 것으로 여겼으나 지나간 것은 전동킥보드였다. 헬멧 등에 조도가 센 조명등을 달고 나름 안전에 대비했으나 빠른 속도에 사고가 날 뻔했다. 전동킥보드 여러 대가 자전거 동호회처럼 줄지어 다니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다.대학 캠퍼스는 전동킥보드 무법지대라는 지적이 높다. 업무차 승용차를 몰고 대구 한 사립대에 간 지인은 전동킥보드 이용자 수가 많고 불법 주행에 놀랐다고 했다.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데다 도로 역주행, 남녀 2인 탑승, 보도 주행 등으로 위험천만한 상태였다는 것이다.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전동킥보드는 더 확산할 전망이다. 출퇴근이나 통학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잠깐 인기를 끌고 사라질 것 같지 않다.하지만 전동킥보드를 위한 주행 환경은 여전히 미비하다. 13일부터 전동킥보드 등을 규제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는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한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Personal Mobility)를 탈 때 헬멧 착용 의무,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 보유, 동승자 탑승 금지, 보도 주행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범칙금을 피할 수 없다.원동기장치 운전면허 없이 타다 적발되면 범칙금 10만원을 내야 한다.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전동킥보드 등을 타면 보호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으면 2만원, 승차 정원을 초과(전기자전거 2인, 전동킥보드 1인)하면 4만원, 야간에 전조등과 미등을 켜지 않으면 1만원의 범칙금이 각 부과된다. 음주 시 범칙금은 기존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음주 측정 거부 범칙금도 10만원에서 13만원으로 높아졌다.보도 주행 중 보행자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12대 중과실을 적용해 보험과 피해자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스쿨존 내 사고, 뺑소니, 음주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경찰청은 관련 법 홍보와 함께 내부적으로 단속 지침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필요에 따라 잠깐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높을 것 같다. 헬멧을 갖고 다니기가 불편하고, 업체에서 이용자에게 대여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착용한 탓에 위생문제가 발생한다. 면허증 소지 등 경찰의 단속 방법에 따른 마찰도 불가피하다.전동킥보드가 법의 테두리 내로 들어옴에 따라 이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새로운 교통 문화가 필요하다. 규제를 받게 된 만큼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법을 준수하고 이를 지키려는 의식을 높여야 한다. 이용 편의 혜택을 누리는 데 따른 법 규제가 뒤따르는 것이다.정부와 지자체, 대학 등 기관·단체는 전동킥보드 확산에 따른 주행 환경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지난 1월 '포항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안전 증진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 조례에는 안전한 이용을 위한 환경 조성 및 문화 정착, 교육 및 홍보, 특정 구역 시범사업 시행 등을 담고 있다. 경북대는 교육부가 마련한 '대학 내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관리기준'에 따라 시속 15㎞ 이하 주행, 보도나 횡단보도에서 이동장치에서 내려 걸어 다닐 것, 음주 금지, 관련 운전면허 필수 등을 담은 자체 규정을 마련했다.전동킥보드 타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걷기를 강조하고 싶다. 걷기는 자연스럽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대중교통 역과 집, 학교를 오가는 거리를 전동킥보드로 대신하면 얼마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까. 차량 운전 대신 씽씽 다니는 재미를 누릴 수는 있을지언정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데는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

2021-05-13 06:00:00

[야고부] 코인 시장 동물농장

[야고부] 코인 시장 동물농장

요즘 가상화폐 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도지 코인'(Doge coin)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2013년 몇 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낸 가상화폐다. 가상화폐의 선봉장 격인 비트코인이 불법 마약 거래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고서 가상화폐 가치에 거품이 있음을 보여줄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발행 총량에 제한이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도지 코인은 무제한 발행이 가능하다.이름부터가 장난스럽다. 한 유튜브 인형극 채널에서 'Dog'(개)를 'Doge'로 잘못 표기한 데서 착안, 그런 이름을 붙였다. 마스코트로는 인터넷에서 나도는 유명한 시바견 사진을 썼다. 빌리 마커스는 도지 코인이 투자 열풍을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2018년을 제외하고 도지 코인은 1센트 이상으로 거래된 적이 없다. 그러다가 올해 초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강력한 '펌프질'을 받은 이후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다.돈 냄새 나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도지 코인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이를 패러디한 가상화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시바이누'(Shiba Inu), '허스키'(Huski), '핏불'(Pitbull), '아키타 이누'(Akita Inu) 등 대부분 견공을 마스코트로 쓴다. 급기야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삼은 '진도지'(Jindoge)도 등장했다. 돼지가 마스코트인 '피그'(Pig)도 있다. 이러다가 가상화폐 시장이 동물 농장이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코인으로 팔자를 고쳤다"는 성공담이 많은 사람들을 가상화폐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가상화폐가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제로섬 게임 특성상 누군가는 상투를 잡게 돼 있다.냉정하게 말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 투자는 '바보 찾기 게임'에 비유되곤 한다.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값에 사주는 바보가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 가상화폐는 특히 더하다. 문제는 누가 바보가 되느냐이다. 내가 바보가 될 일 없다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 누군가는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상화폐 시장이 불순한 시세 조종과 먹튀가 없는 공정 시장이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2021-05-13 05:00:00

[관풍루] 청와대, 여당 내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중 일부 낙마 목소리에 고민.

○…청와대, 여당 내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중 일부 낙마 목소리에 고민. '대깨문', 옛 사람이 물(백성)은 배도 띄우지만 뒤집기도 한다며 경계했다지만 지금은 잠수함 시대라 초지일관해도 끄떡없을 듯.○…김창룡 경찰청장, 12일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 대상이 "국회의원 5명에 가족 6명 등 11명"이라 공개. 법조계, 엉터리 특별법 잘 만드는 여당 의원이라도 끼었으면 11명 제외 특별법도 나올 법.○…안동시, 큰 산불 피해 민둥산에 역발상으로 산악자전거 등 산악 레포츠 시설 추진. 야생 동식물, 인간 놀이터로 변해 노는 데 방해된다고 우린 쫓겨날 텐데 그땐 어떤 역발상하실래요?

2021-05-13 05:00:00

[데스크 칼럼] 묻고 트리플로 가

[데스크 칼럼] 묻고 트리플로 가

"돈이 없나, 빚이 없나." 오랜만에 만났던 지인의 알쏭달쏭한 한마디가 며칠째 머릿속을 맴돈다. 고교 졸업 후 일찍 도회지로 나와 고생 끝에 자영업으로 자기 나름 자수성가한 지인은 평소 자신감이 넘쳤고 주위에 베풀기를 좋아하는 호인이었다.그러나 코로나19는 넘지 못했던 것일까. 어려운 경제 상황에 빚을 내서라도 업(業)을 영위해야 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빚이 내 돈일 리가 없고 이자를 갚는 것도 벅찰 터이다.이 정부 들어 유독 빚에 허덕이는 이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나 경기 침체로 내는 '생활대출'이면 어쩔 수 없다. 가장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가족들 밥은 먹여야 한다. 문제는 부동산이나 주식·가상화폐에 투자하려고 내는 투자 대출이다. 실제 많은 이들이 투자에 빚을 짊어지고 뛰어들고 있다. 2030세대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그래서일까.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온 나라를 달구고 있다. 투자 계좌가 300만 개에 육박하고 하루 거래 금액이 20조 원을 넘는다. 가상화폐에 이어 '가상 부동산'에까지 돈이 몰리고 있다. 이들의 영끌 투자는 엄밀히 말하면 정부·여당의 실정 탓이다. 집값 등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소득 격차가 갈수록 양극화되면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내몰린 것이다.그러나 이런 절박함이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에게는 표를 얻을 기회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학에 못 간 청년들에게 세계 여행비 1천만 원을 주자고 나섰다. 이에 질세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역 군인에게 사회출발자금 3천만 원을 주자고 나섰다. '묻고 트리플'을 외친 셈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한술 더 떠 스무 살이 되는 사회 초년생에게 1억 원을 지급하겠단다. '묻고 더블로 가'를 유행시킨 영화 '타짜'의 곽철용도 대선 주자들과 고스톱을 한다면 호기롭게 '고'를 외치긴 어려울 것이다.대차대조표는 기업의 재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게 할 수 있도록 수치화한 것이다. 손익계산서와 함께 재무제표의 핵심으로 기업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를 계량화하여 발표한다. 왼쪽은 자산의 영역이고 오른쪽(우변)은 부채와 자본이 자리한다. 왼쪽에는 부동산(주택, 땅)과 금융(저축, 펀드, 보험 등) 등을 적고 반대편은 부채를 기재한다.이를 국가나 개인에 대입해 재무제표를 만들어보면 지금까지 경제 성과는 물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국가나 개인이나 우변이 너무 무거워졌다. 지난해 기준 공적 연금 충당 채무(1천44조 원)를 합친 광의의 국가 부채는 1천985조 원으로 연간 국내총생산(1천924조 원)을 넘어섰다. 대차대조표가 마침내 우변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 전반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 것을 의미한다. 가계 부채 역시 1천726조 원, 기업 부채도 1천233조 원으로 나라 전체가 빚잔치를 할 판이다.국가 부채는 과세를 유발하는 등 고스란히 개인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 당국이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금리가 올라가면 주가 등이 내려가게 되고 금리 부담과 투자 수익 하락으로 개인은 이중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빚을 내 투자한 영끌족들의 고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빚이 아무리 많아도 돈을 잘 벌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돈 벌기는 돈 쓰기보다 훨씬 어렵다. 늦기 전에 정책을 완전히 뜯어고쳐서라도 나라 곳간을 채울 궁리를 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로부터 세상에서 제일 쉬운 돈 뿌리기보다 어떻게 나라 곳간을 채울지 그것이 듣고 싶다.

2021-05-12 17:29:47

[시각과 전망] 선생님이 너무 많아요

[시각과 전망] 선생님이 너무 많아요

코로나19 상황 속에 학교 선생님들은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보낸다.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 가릴 것 없이 학생들을 일일이 지도하느라 늘 신경이 곤두서고, 점심시간 급식 지도에 정신을 쏟다 보면 느긋한 식사조차 쉽잖다. 다음 수업을 위해 종이 치기도 전에 교무실을 나서 3, 4층 계단을 올라 교실에 들어서면 마스크 안쪽으로 습기가 가득 찰 만큼 숨이 가쁘고, 수업 시간 내내 마스크를 쓴 채 목청을 높이는 것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다. 연이어 세 시간을 수업하고 나면 기진맥진이다.인근 학교의 확진자 발생 소식이 들리면 등골이 오싹할 만큼 놀란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없는지 일일이 조사해서 수업 시간이 겹치면 제때 검사받도록 신경 써야 하고, 확산세가 잦아들 때까지 잠시도 방심할 틈이 없다. 재량휴업일이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차라리 등교할 때면 괜찮지만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개별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가 진단'을 해야 하는데 제시간에 자가 진단을 마치는 학생이 학급 인원의 절반도 채 안 된다. 그럴 때면 한 명씩 다 전화를 걸어서 자가 진단을 독려해야 한다. 통화가 가능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늦잠을 자거나 휴대폰을 꺼 놓은 경우에는 난감해진다. 결국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를 깨워서 자가 진단을 꼭 하라고 부탁해야 한다.얼마 전 A교사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난처한 상황을 만났다. "여보세요. ○○ 학생 선생님입니다"라는 말에 학생 어머니는 "어느 선생님?"이라고 되물었다. 학교 담임이라는 말에 다소 귀찮다는 듯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자가 진단을 해야 한다는 당부에 "알았어요"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끊기 직전 들려오는 한마디가 A교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선생이 어디 한둘인가. 처음부터 담임이라고 하던가…."통화를 끝낸 A교사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딱히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왔다. 아이를 오롯이 돌봐야 하는 학교의 교사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힘들어도 버텼는데, 자신이 그저 여러 '선생들' 중에 한 명일 뿐이라는 어머니의 혼잣말은, 물론 A교사가 듣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무척이나 아프게 다가왔다.아이에게 학원, 과외, 특별 활동 선생님이 있겠지만 어느 누구도 '자가 진단'을 해야 한다고 아침부터 수십 통이 넘는 전화를 거는 사람은 없다. 학교 밖에서도 행여 사건·사고에 휘말리면 발을 동동거리며 수습에 나서는 이는 담임 선생님이다. 그것이 책임이자 의무이며, 자신에게 부여된 소임이라고 여기며 아이들을 지도했는데 학생들에게,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생님은 그저 여러 선생님들 중 한 명일 뿐이다.선생님이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게 됐다.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특정 분야 전문 지식 보유자를 교사로 채용하도록 법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갑)은 특정 분야 전문 인력을 기간제 교사로 임용토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달 9일 발의했다.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의 95%가 반대했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반대 교사들은 '전문 지식을 가진 것만으로 교사 역할을 할 수 없다' '정규 교원 자격이라는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아이들은 과연 누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줘야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따르면 학교 선생님에게는 꽃 한 송이조차 건넬 수 없다. 이게 법이다.

2021-05-12 06:01:26

[뉴스Insight] 코로나 백신이 '안보' '경제'다!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 Vs. 한국은?

[뉴스Insight] 코로나 백신이 '안보' '경제'다!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 Vs.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자화자찬'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박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좀 더 (백신)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백신 접종에 앞서가는 나라들과 비교도 하게 된다.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의 형편에 계획대로 차질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서구 세계 국가 중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가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백신 접종을 세계 111번째로 시작했다. 5월 10일 현재 전 국민 대비 백신접종률(1차 접종 포함)은 7.2% 수준에 불과하다.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k-방역'에 대한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정부는 선제 검사와 철저한 역학조사, 신속한 치료 등 방역의 원칙과 기본을 흔들림 없이 지켜왔다. k-방역이 지금까지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었다. K-방역이 세계의 표준이 되었다"고 했다.▶'11월 집단면역?', 국민은 믿지 않는다!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8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여론은 문재인 정권의 코로나19 백신 도입 정책에 대해 100점 만점에 '낙제점'인 평균 55점을 주었다.문재인 대통령의 말씀대로 '올해 11월 집단면역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10명 중 1명에도 못미치는 9.9%였다. 응답자의 61%가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문재인 정권이 말한 집단면역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집단면역은 2023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응답도 무려 29%를 차지했다.문재인 정권의 극성 지지층인 문빠·대깨문의 비율이 30%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할 때, 문빠·대깨문조차도 3명 중 2명은 코로나 백신에 관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을 믿지 않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자화자찬'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국민들의 인식이다. '유체이탈' '달나라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비아냥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것 같다.우리 국민은 백신여권(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증서)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해외여행(36%)과 국내여행(24%)을 꼽았다. 무려 60%의 국민들이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고 있다. 문화생활(19%)과 외식(13%)이 그 다음 순이었다.▶"미국 관광 오세요, 백신 무료입니다!"풍부한 백신 확보로,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백신을 골라 맞을 수 있는 미국의 각 주(지방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백신관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외국인이라고 해서 백신 접종을 제한할 이유가 없고, 관광 활성화로 지역경제가 되살아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백신 접종률이 향상됨에 따라 접종 수요가 줄어들면서 백신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마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멕시코의 여행사는 '댈러스를 즐기세요. 코로나19 백신 포함'이라는 홍보문구로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시티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공 여행객은 올해 2월 9만5천명에서 4월 20만명으로 급증했다.캘리포니아, 뉴욕, 알래스카 등 미국 각 주들 모두 '백신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이한 점은 코로나19 백신은 연방정부가 전액 지원하기 때문에 외국 관광객들까지 모두 무료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몰려드는 관광객 탓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백신 자신감'과 '경제활성화의 열망'을 누르진 못하는 상황이다.올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연율로 환산한 수치)은 6.4%였고, 2분기 성장률은 1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백신이 경제인 시대가 열린 것이다.코로나 백신 확보와 접종의 모범국으로 손꼽히는 이스라엘의 중앙은행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5%에서 6.3%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성인 기준 90% 이상의 높은 백신 접종률(이코노미스트 발표)이 자신감의 근거이다.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경제부 장관은 "경제와 보건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코로나19로부터 배운 것이다. 둘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했다.▶EU, "미국, 백신 수출 중단부터 풀어라" 아우성!코로나19 백신 독점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미국 정부는 지난주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지재권) 보호 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러나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아우성이다. EU 전체 인구가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의 2배 이상을 '확보' 했지만, 백신을 '확보' 했다는 것과 백신이 차질 없이 수급되어 국민들을 제때 충분히 접종시킴으로써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7일 각각 "백신 및 백신 원료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가 백신 공급을 막고 있다", "지재권 유예를 통해 단기적으로도, 중기적으로도 단 1회분의 백신도 들여오지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뒤이어 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재권 유예는 더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미국 국민 다수가 백신 접종을 마친 만큼 백신 원료를 자유롭게 교환해 백신 시장을 열어주기 바란다"고 했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지재권 유예가 백신 연구 및 개발 의욕을 저해시키면 안 된다. 특허권 자유가 백신 공급을 확대시킬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코로나 백신 지재권 유예보다 백신 개발국인 미국과 영국이 수출 장벽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는 강력한 요청인 셈이다.그도 그럴 것이 지재권을 면제하려면 164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또한 설사 지재권 면제가 이뤄져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화이자, 모더나 같은 mRNA 방식의 백신 생산 노하우가 공유되더라도 생산이 가능한 나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80가지에 달하는 원료를 구하기 어렵고 생산시설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탓이다.코로나19 백신의 안정적 수급과 높은 접종률 달성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를 맞았다. 그래서 전 세계 지도자들은 마치 전쟁을 지휘하듯 백신 확보와 안정적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문재인 대통령 "차질없다" Vs. 국민은 "차질있다?" "불안하다!"정부는 10일부터 만 65~69세 백신 접종 예약을 받으면서 상반기 1천300만명 접종 목표 달성을 위해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제는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선호하는 반면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부작용 우려가 큰 AZ(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9일 현재 백신 접종 이상반응 신고는 1만9천631건에 달한다. 이중에서 지난 6일까지 심의한 이상반응 및 접종 후 사망 신고 124건 가운데 인과성이 인정된 경우는 2건뿐이다. 대부분(118건)은 '명확히 인과성이 없거나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움'에 해당했고, 판정보류는 4건이었다.현재 정부는 백신접종으로 인한 사망, 장애 발생 인과성이 확인될 경우 진료·간병비와 일시 보상금을 모두 지급하다는 계획(사망·중증장애 인과성 확인 4억3천739만5천200원, 경증 장애 2억4천56만7천360원)을 세워두고 있지만,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신 부작용으로 중증장애나 사망에 이르더라도 '인과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전문가들은 "조건 없는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백신의)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 정부가 사망이나 장애의 원인이 백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면 포괄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걸핏하면 출연해 "백신 확보 서두를 필요 없다"고 주장해온 기모란 교수를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11월 집단면역 달성' 호언장담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왠지 '부작용 우려로 백신 접종을 꺼리는 국민탓, 언론탓, 미국탓' 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벌써부터 아른거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2021-05-12 06:00:00

[야고부] 황우도강탕(黃牛渡江湯)

[야고부] 황우도강탕(黃牛渡江湯)

6·25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에서 1951년 2월 사이 오늘의 예비군 격인 '국민방위군'으로 소집된 17~40세의 장정 50만 명이 목적지인 부산으로 걸어서 이동하던 중 5만~9만 명이 굶어 죽고 얼어 죽고 병들어 죽었다. 또 20만 명 이상이 동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 심하게는 손발을 잃었다. 이른바 '국민방위군 사건'이다.원인은 국민방위군 간부들의 착복이었다. 그 규모는 현금 23억 원, 쌀 2만5천 섬이나 됐다. 조사 후 군사법원은 국민방위군 사령관 김윤근에게 무죄, 부사령관 윤익헌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국민 여론이 들끊자 재조사를 거쳐 재판이 재개돼 김윤근과 윤익헌 외에 강석헌 재무실장, 박창언 조달과장, 박기헌 보급과장 등 5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그해 8월 집행됐다.규모는 작지만 소련 해체 이후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었던 1993년 러시아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의 루스키 섬에 있는 해군훈련소에서 훈련병 140여 명이 영양실조에 걸려 그중 4명이 죽었다. 장교들이 병사의 식량을 내다 팔아 제 배를 채운 결과였다.그러나 부대 간부들은 "훈련병들은 입대할 때부터 약했다. 대부분 몸무게가 부족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러시아 군 당국은 부대 지휘관을 군사재판에 회부하고, 함대 사령관을 해임했으나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자도 군복무 중 비슷한 일을 겪었다. 소고깃국은 소가 건넌 강물이란 뜻의 황우도강탕(黃牛渡江湯)이었고 돼지고깃국은 살코기는 어디 가고 허연 비계만 둥둥 떠다녔다. 닭고기 튀김은 다리나 날개 등 맛있는 부위는 식기에 가득 담아 장교와 하사관에게 바쳤고 '쫄병'들은 뼈뿐인 목이나 머리로 만족해야 했다.휴가 복귀 전 코로나 방역으로 격리된 병사에 대한 부실 급식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병사들이 올린 사진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을 군대로 끌고 와서 이렇게 해도 되나? 최근에는 그것도 하루에 두 끼, 거의 하루 한 끼만 제공됐으며 격리 해제 후 체중이 65㎏에서 50㎏으로 줄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방부는 급식 담당자의 부주의라고 해명한다. 과연 그것뿐일까. 황우도강탕을 먹었던 기자의 코에는 '비리'의 악취가 진동한다.

2021-05-12 05:00:00

[관풍루] 국민권익위, 전국 10개 국립대 교수·교직원 대상 학생 지도비 실태 조사했더니 무려 94억 원 부정 수급

○…국민권익위, 전국 10개 국립대 교수·교직원 대상 학생 지도비 실태 조사했더니 무려 94억 원 부정 수급. '잘 지내니' SNS 메시지 한 번에 지도비 13만 원, 말 그대로 '껌값' 되고 만 시간당 최저임금 8천720원.○…일본 정부, 한·중 반발에도 해저관 설치해 원전 1㎞ 밖 바닷속에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검토 중이라고. 정부 청사와 자민당, 도쿄전력 상수도관에 연결해야지, 아까운 '정화수'를 바다에 버린다고?○…'김치 공정'에다 비위생 김치 파동으로 중국산 김치 기피하는 소비자 늘어나자 3배 비싼 국내산 김치에 수요 몰린다고. '싼 게 비지떡' 뻔히 알고도 방치해 온 먹거리 안전, 뒤늦게 깨달은 신토불이.

2021-05-12 05:00:00

[세풍] 이건희 미술관, 어디에, 왜 건립하는가

[세풍] 이건희 미술관, 어디에, 왜 건립하는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별도 공간 검토를 지시하면서 지자체마다 '(가칭)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구시를 비롯해 부산시, 인천시, 세종시, 수원시, 진주시, 의령군 등이 그 나름의 근거를 내세우며 유치를 희망한다.너도나도 나서지만 결정된 것은 없고, 유가족도 장소와 관련해 입장을 낸 바 없다. 정부도 아직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 혹은 미술계가 이건희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의견을 낼 때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이건희 미술관'을 왜 건립해야 하는지 먼저 묻고, 장소는 그다음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이건희 컬렉션'은 '감정가 3조 원, 시가 10조 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감정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철학이 있다. 하나하나의 작품도 명작이지만 이건희 컬렉션 자체가 하나의 철학이고 명품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어디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더라도 의미는 클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미술관이 '왜 그 도시에 있어야 하는지' 답하지 못한다면 의미는 퇴색한다.이건희 회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42년 1월 9일 경상북도 대구부(현 대구시 중구 인교동)에서 태어났다. 지금 세계 곳곳을 누비는 삼성의 출발지도 대구다. 대구에서 태어나 세계의 별이 된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대구에서 시작해 세계의 삼성이 된 삼성의 도전 정신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세계에 전파하자면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고향 타령을 하자는 게 아니다.사업가 기질만으로는 삼성이라는 명품 기업을 키워낼 수 없다. 돈이 있다고 누구나 '이건희 컬렉션'을 완성할 수도 없다. 삼성과 이건희 컬렉션에는 철학, 혜안,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시대를 이끌어가는 철인의 소명 의식이 담겨 있다.유가족이 이건희 컬렉션을 사회에 기증한 것은 대한민국을 향한 공헌인 동시에 우리에게 막중한 책임을 당부한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를 잘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건희 컬렉션의 철학과 오늘의 삼성을 만든 이건희 회장의 도전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널리 전파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복합적 요청을 실현하자면 '이건희 미술관'은 삼성의 출발지이자 이건희 회장의 고향인 대구에 건립해야 한다.대구 '국립 이건희 미술관'은 기존 (삼성)제일모직 터에 설립한 삼성창조캠퍼스, 삼성이 지어 기증한 대구오페라하우스,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 이건희 회장 생가 등과 연결해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 또 각각의 거점들은 전 세계 미래 세대를 위한 생생한 교육 현장으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모든 스토리와 역할 수행은 대한민국의 자부심이자 자산이 된다.대구는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태동지다.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면 대구미술관(근·현대미술), 대구간송미술관(한국전통미술)과 함께 집적효과를 내기에도 적합하다. 나아가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 정신에 이어 삼성과 이건희라는 또 하나의 철학이 숨 쉬는 역사·예술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대한민국 어느 도시라도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한다면 '세계적 명작'(이건희 컬렉션)을 보유한 도시로 유명해질 것이다. 하지만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면 '이건희 컬렉션'은 물론이고, '이건희 철학'과 '삼성 스토리'까지 세계인들에게 자랑하고 전파할 수 있다.

2021-05-11 06:00:00

[야고부] 대통령의 집요함

[야고부] 대통령의 집요함

국가 지도자의 '집요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집념'은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바꾼다. 여러 논란 와중에도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과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자!'던 산업화의 기수 박정희 대통령이 집념의 사나이였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기틀을 마련했다.코로나19 대창궐 속에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집요함'이 화제다. 20만 달러(약 2억6천만 원) 뇌물 수수 사건 재판 등으로 '낡고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그였지만,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켜 내려는 '집요한 노력과 결실'은 감동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성인 백신 접종률 90%를 넘어서면서 완전한 일상을 거의 되찾은 이스라엘의 배경에는 해외 정보·공작 기관인 모사드를 비롯한 국가기관의 총력 투쟁(?)과 함께,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과 열정이 있었던 셈이다.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최고경영자)는 30차례나 전화를 걸어온 네타냐후 총리와의 일화를 공개했다. "그때 나는 '총리님, 지금 새벽 3시입니다'라고 항의했다." "당시 (백신 공급에 관해) 여러 나라 지도자들과 이야기 중이었는데, 솔직히 네타냐후 총리의 집요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비록 백신 수급과 접종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집요함'에 있어서는 세계 정상급이다. 그는 한 번 간택(揀擇)한 인물은 어떤 문제점과 부조리가 드러나도 바꾸는 법이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한 야당 패싱 장관급 이상 인사만도 29명에 달한다. 이제 임혜숙(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해양수산부) 노형욱(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30, 31, 32, 33번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친북(親北)과 친중(親中)을 넘어 종북(從北), 굴중(屈中)으로 치달은 외교·안보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파탄 난 지 오래인 '한반도 운전자론'에 여전히 집요하게 애처로울 정도로 매달리고 있다. 나라와 국민을 살린 이승만, 박정희, 네타냐후의 '집념'과 국가를 파탄 내는 문재인의 '집요함'이 뚜렷이 대비된다.

2021-05-11 05:00:00

[관풍루]정의당, 10일 대통령 특별 연설 뒤 “재보선의 성난 민심이 던진 ‘이건 누구의 나라냐’는 질문에…

○…정의당, 10일 대통령 특별 연설 뒤 "재보선의 성난 민심이 던진 '이건 누구의 나라냐'는 질문에 자화자찬 아닌 반성문 내놓았어야"라며 비판. 반성문도 안 쓰고 자화자찬까지 했으니 아군의 매까지 번 셈이군.○…광복회 개혁모임 회원들, 김원웅 회장이 광복회원을 둘로 나누고 국민 지탄 대상 되도록 악행을 저질렀다며 사퇴 촉구. '국민 편 가르기와 지탄받을 악행'은 꼭 김 회장만 그런 게 아닐걸.○…포항 시민들, 20년 넘는 땅 밑 난방 배관 사고로 땅 꺼짐 우려에 대책 호소. 자연 신(神)들, 땅 위나 밑이나 우린 사고 발생 전 미리 신호를 보내니 부디 소홀히 여기지 마시고 대비해 큰코다치지 마소서.

2021-05-11 05:00:00

[문화 레시피] '세 자매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

[문화 레시피] '세 자매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

*해당 영화의 줄거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생김새도, 성격도 천차만별인 '세 자매'가 있다. 늘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일까, 왠지 모르게 억울해 보이는 첫째 희숙(김선영). 교수 남편, 두 아이와 서울 근교 최고급 아파트에서 살아가며 남들이 보기에 꽤 괜찮은 삶을 살아가는 둘째 미연(문소리). 아이 딸린 이혼남과 결혼, 자신은 글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며 창작의 고통을 매일 술로 풀어내는 극작가 셋째 미옥(장윤주).세 자매는 서로 자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면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공통적으로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 결핍돼있다. 희숙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돈을 뜯어가는 염치없는 남편과 반항적인 사춘기 딸 사이에서 기죽은 채 눈치 보기 바쁘고, 미옥은 스스로 분을 못 이겨 폭발한 감정들을 남편에게 다소 폭력적으로 표출하곤 한다. 미연은 그나마 셋 중 가장 멀쩡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남편의 외도와 어쩐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속에서 종교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인생은 모두 조금씩 불안정하고 불행하다.세 자매가 지닌 결핍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아픔에 가닿게 된다.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 겪은 가정폭력. 가부장적이고 늘 술에 취해 살던 아버지는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수시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곤 했다. 가장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게서 가장 큰 상처를 받으며 자라온 아이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잊혀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마음에 새겨진 학대의 흔적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다양한 모습을 띤 채 불쑥불쑥 나타난다. 자책, 집착, 그리고 분노의 모습으로….오랜 기간 곪아온 세 자매, 정확히는 막내 남동생 진섭까지 네 남매의 아픔은 결국 한꺼번에 터지게 되는데.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는 자리에서 막내 진섭이 술에 취해 나타나 "너 때문에 (내 인생) 다 망했다"고 아버지를 향해 소리치며 울분을 토해낸다. 학대의 영향일까, 실제 진섭은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났음에도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채 고향 집에 머무르고 있다. 잔치는 엉망진창이 되고, 서로를 말리며 싸우던 세 자매는 그 자리에 초청된 목사에게 사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며 절규한다."아버지, 사과하세요. 목사님한테 말구요. 우리한테… 우리한테 사과하시라구요."아동학대는 당시의 고통으로 끝나는 게 아닌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피폐하게 만드는 중대한 행위다. 어린 시절 양육자와 맺었던 관계와 정서적 교감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주는 탓이다. 얼마 전 우리는 지속적인 학대 끝에 숨진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보았고, 홀로 빌라에 방치돼 외롭게 죽어간 구미 3세 여아를 보았고, 여행 가방에 6~7시간 동안 갇혀 의식불명 상태로 숨을 거둔 9살 남아를 보았다. 보건복지부의 피해 아동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건수는 총 3만45건에 달하고 가해자의 75.6%가 부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평균 82명의 아이들이 부모의 폭언 또는 폭력에 고통받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 사회에 드러나지 않은 희숙, 미연, 미옥, 그리고 진섭이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영화 속에서 아버지의 폭력에 못 이겨 맨발로 도망친 미연과 미옥은 동네 슈퍼에서 만난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첫째 언니랑 막내가 지금 아빠한테 맞고 있다고, 대신 신고 좀 해주면 안 되냐고. 그런 두 사람에게 돌아온 건 다름 아닌 어른들의 차가운 방관이었다. "신고? 너거 아버지 수갑 차고, 전과자 돼서 인간쓰레기 되면 좋겠어? 빨리 집에 가서 아버지한테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하고 빌어" 그렇게 다시 돌아온 두 사람은 집 앞에서 온몸이 피멍으로 가득한 희숙과 진섭을 마주하게 된다.만약 그때 동네 어른들이 미연과 미옥의 말에 귀 기울여 주었더라면 이들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학대의 상처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 현재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해자 처벌 형량 강화, 취약가정에 대한 사회복지체계 확대 등 아동학대 관련 법적·제도적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아동의 존엄과 권리를 '인식적으로' 보호해주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직도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들의 일이고 괜스레 개입했다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을 꺼리는 정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인식 속에서 세 자매의 아픔은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다. 영화 는 단순히 한 가정의 이야기를 넘어 부모와 자식 관계, 그리고 어긋난 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2021-05-10 11:23:39

[야고부] 노익장

[야고부] 노익장

'노익장'은 나이를 먹을수록 기운과 패기가 더 왕성할 때 쓰는 고사성어다. 후한서 마원(馬援) 열전의 '궁당익견 노당익장'(窮當益堅 老當益壯)이 출전인데 대장부는 곤궁할 때 더욱 굳세야 하고 늙을수록 기력이 더 왕성해야 한다는 뜻이다.사람마다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의식하는 게 바로 '몸'이다. 더러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도 있으나 대다수 마음만 앞서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급속한 고령화로 노년층 인구가 갈수록 늘면서 60대의 나이에도 바삐 몸을 움직여야 할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은퇴했지만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60대의 절반 이상이, 70대는 10명 가운데 3명이 계속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다.보험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이들의 자산 9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노후 대비가 부족하다. 은퇴 후 자녀 교육비와 결혼 비용 등 평균 1억7천만 원이 필요한데 퇴직금 등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은 1억 원이 채 안 된다. 은퇴 이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최근 65세까지 청년, 79세까지는 중년, 80대에 접어들어야 노년이라는 새로운 구분이 주목받고 있다. 60세 이상 노년이라는 통념과 크게 차이가 있지만 늘어난 평균 수명과 왕성한 노년층의 사회 활동 때문에 이런 구분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그러나 신체 능력과 연령은 밀접한 관계다. 평소 몸 관리에 따라 노년의 건강과 신체 능력이 달라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수명 연장과 신체 능력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고 비례하지는 않는다. 유엔인구기금과 세계보건기구는 15세부터 24세까지를 청년, 60세 이상을 노년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기본법에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통계청 청년실업률은 15~29세를 청년층으로 구분한다. 현재 국내 노인의 기준 연령은 만 65세이지만 이를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과거 노익장은 미덕이었으나 현대에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열심히 생업을 지키며 인생 시간표를 따라가는 노년기 삶이 보편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무기력한 일상보다 생기 있고 활발한 노년의 삶을 바라는 마음과 현실의 간극을 좁혀 나가는 게 주어진 과제다.

2021-05-10 05:00:00

[매일칼럼] 장관감 찾으러 쓰레기통을 뒤지나

[매일칼럼] 장관감 찾으러 쓰레기통을 뒤지나

8일 타계한 이한동 전 국무총리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첫 인사청문회 대상이었다. 2000년의 일이다. 그가 총리에 지명된 것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협치'의 상징이었다.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부인의 위장 전입 문제였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그는 결국 "부인이 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했다.청문회 제도는 김 전 대통령이 도입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상자를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하며 발전했다. 두 대통령이 권력 균형이란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해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희생하며 기꺼이 제도를 안착시킨 공은 적지 않다. 그 덕분에 국회는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임명에 대한 견제 수단을 일정 부분 갖추게 됐다.야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리라는 것도 일찌감치 예상했던 일이었다. 김 전 대통령 자신도 장상·장대환 총리서리가 잇달아 낙마하는 고충을 겪었다. 낙마의 사유 역시 위장 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이었다.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 찾기가 어렵다는 말은 그때부터 나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청문회가 정착되면 고위 공직을 희망하는 인물들이 지레 몸가짐을 조심할 것이고, 대통령은 그들 중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이를 골라 임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청문회 역사가 20년을 넘겼다. 그동안 많은 후보들이 이 관문을 뚫었고, 상당수는 낙마했다. 하지만 일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도 임명권자가 임명을 강행했다.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때 10명이었다. 박 정부까지 모두 30명이 억지로 자리를 꿰어 찬 셈이다.누구보다 이에 발끈했던 이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민주당 대표 시절 "온갖 부적격 사유가 쏟아져도 결국은 임명되니 청문제도가 어떤 의미가 있냐"며 분노했다. 대통령 후보가 되자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 고위 공직 후보 원천 봉쇄라는 공약을 냈다. 대통령이 되고선 '불법적 재산 증식'과 '연구 부정행위'까지 그 범위를 더 넓혔다.하지만 '쇼'였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장관들을 임명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병역'(아들 5차례 입영 연기), '불법적 재산 증식'(사모펀드), '세금 탈루'(웅동학원), '위장 전입'(딸), '연구 부정'(딸) 등 5대 의혹을 모두 받았지만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 했다. 또 다른 한 장관을 임명하면서는 "청문회에서 많이 시달린 분들이 더 일을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는 '전설 같은' 말을 남겼다.5대 인사 원칙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야당 동의 없이 임명 강행한 장관급 인사가 벌써 29명이다. 여기에 또 3명의 장관 후보자를 두고 저울질 중이다. 하나같이 국민 눈높이에 턱없는 인물들이다. 문제가 되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에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같은 분이 계신다고 해도 그분들을 장관으로 쓸 수 없다"며 사람이 아닌 제도를 탓했다.대한민국은 1950년대 "한국에서 경제 재건을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조롱을 딛고 꽃을 피운 나라다. 문 정권은 쓰레기통에서 장관감을 찾고 있다. 지금 청문회 제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제도를 탓할 일이 아니다. 서투른 목수는 연장을 탓하고 유능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 법이다.

2021-05-10 05:00:00

[관풍루] 홍준표,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김웅 겨냥해 “온실 속에서 때가 아닌데도 억지로 핀 꽃은 밖으로 나오면 바로 시든다”고 훈수

○…홍준표,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김웅 겨냥해 "온실 속에서 때가 아닌데도 억지로 핀 꽃은 밖으로 나오면 바로 시든다"고 훈수. 일찍 핀 꽃 일찍 시들지만 고목(古木)은 개화(開花) 자체가 난망.○…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 배치하는 대신 2조2천억 원 규모 지원 사업 약속하고 4년째 지지부진하자 성주 군민들 "정부가 우릴 속인 거냐?" 분통. 속인 게 아니라 文정부가 '사드'를 싫어하니.○…문재인 대통령, 10일 청와대에서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출입기자 질의 응답 가질 예정. 국민, 그동안 들었던 가슴 설레고 뛰는 명언(?)은 이제 충분하오니 부디 실천할 수 있는 말씀만 준비해 주옵소서!

2021-05-10 05:00:00

[거꾸로읽는스포츠] 대구 라이온즈 가능성 열렸다

[거꾸로읽는스포츠] 대구 라이온즈 가능성 열렸다

지난 2월 '대구 라이온즈, 부산 자이언츠, 광주 타이거즈는 안될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프로야구단 명칭에 대기업 삼성과 롯데, KIA를 빼자는 것이다.프로축구처럼 도시명을 내 건 완전한 시민구단으로 바뀌면 좋겠지만 대기업 이름만이라도 빼고 싶은 생각에서 이를 주장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최강 삼성'을 외치는 젊은 관람객들의 응원 목소리가 연고 도시로 바뀌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삼성 야구단의 연고지가 대구일 뿐인데 대구시민들이 지나치게 삼성에 충성(?)하는 게 아닌가.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자도 젊은 시절 가전제품을 살 때면 삼성만을 고집했다. 가족들에게 이를 주지시킬 정도였다. 대구를 연고지로 둔 삼성 라이온즈 팬이었기 때문이다.프로야구가 중독성 있는 '사기 제품'인 점을 고려하면 예나 지금이나 젊은 사람들이 흠뻑 빠져 이를 즐기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대기업 홍보 수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가 대기업 계열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바뀐 점을 지적하고 싶다. 태생적으로 미국프로야구와 다름에도, 국내 프로야구단은 돈벌이만은 철저히 미국을 따를 태세다.그렇다면 명칭만이라도 미국처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미국 프로야구단은 연고지 도시 이름을 우선시하고 있다. 대기업 명칭 사용으로 광고 효과를 누리면서 돈벌이에도 혈안인 국내 야구단을 보는 시선이 불편하다.지자체와 지방의회, 프로야구팬의 수수방관도 지적하고 싶다. '돈성'으로 비난받으며 FA를 끌어모아 2000년대 삼성 '왕조'(한국시리즈 7번 우승)를 구축하는 등 '삼성 제일주의'를 실현한 삼성그룹은 왜 전용구장 건립에는 뒷전이었을까. 2016년 개장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주인이 대구시라는 사실을 시민 다수는 모른다. 삼성은 건립비용 일부를 대고 이를 장기 임대해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계약 덕분에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돈을 버는 장터로 활용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 오너 가족들이 오랜만에 대구시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했다. 대구시가 삼성 라이온즈의 주주가 된 것이다. 지난 4월 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상속인들이 고 이 회장 소유의 삼성 라이온즈 주식을 대구시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대구시 공유재산심의회, 계약체결 등을 거쳐 지난달 30일 삼성 라이온즈가 금융감독원에 주주변경을 신고·공시했다. 프로야구 연고 지자체가 프로야구단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대구시가 전국 처음이다. 고 이 회장은 삼성 라이온즈 출범 당시인 1982년부터 2001년까지 구단주를 맡았다.대구시가 기부받은 삼성 라이온즈 주식은 5천주로 전체 지분의 2.5%에 해당한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는 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자회사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1982년 삼성그룹의 독립법인으로 출범했으나 제일기획이 지분 67.5%(12만9천주)를 확보, 2016년 1월 1일부로 편입했다.이전까지 삼성 라이온즈 지분은 삼성전자 27.5%, 삼성SDI 15%, CJ제일제당 15%, 신세계 14,5%, 삼성전기 12.5%, 삼성물산 9.5%, 제일기획 3%, 이건희 2.5% 등으로 구성됐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 대주주는 제일기획, CJ제일제당, 신세계, 대구시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대구시는 삼성 라이온즈 주식 보유에 대해 "전국 최초로 프로야구단 주주로 참여하는 것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는데,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을까. 범 삼성가인 CJ제일제당, 신세계 등이 보유한 지분이나 제일기획 지분을 더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프로축구단 대구FC가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를 무기로 관람객을 유치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처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괜찮은 마케팅 수단이다.2021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팬들을 비롯한 대구시민들은 삼성의 가을야구 때 시민 축제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대구 라이온즈'를 향해 미래 청사진을 그릴 때가 됐다.

2021-05-09 06:00:00

[석민의News픽] 한국 경제, '퍼펙트 스톰' 회오리 속으로!?

[석민의News픽] 한국 경제, '퍼펙트 스톰' 회오리 속으로!?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언급에 한국 경제 '퍼펙트 스톰' 우려 급증!퍼펙트 스톰 (perfect storm)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원래는 기상용어로 개개의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초강력 폭풍'으로 진화하는 현상을 뜻합니다.경제용어로는 어둡고 비관적인 전망을 자주 내놓아 '닥터둠(Dr. Doom)'이라고 불린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바로 이 '퍼펙트 스톰'에 직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냥 근거 없는 막연한 비관론이 아닙니다. 그 조짐이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그래서 불안감은 더 큽니다.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시사 전문지 디애틀랜틱이 주최한 포럼 사전 인터뷰에서 "우리(미국)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미국 재무장관의 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부는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고유 권한인 금리 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삼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따라서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옐런 장관의 발언은 매우 의도적이다. 갑작스러운 자금 공급 축소(테어퍼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리 (시장에) 언질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은 전 세계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습니다. 당장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1.9% 폭락했고, 아시아증시도 전반적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유로, 파운드,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지수는 0.4% 올랐습니다.시장의 파장이 커지면서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내가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더라도 연준(Fed;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 대응할 수 있다"고 한 발 뒤로 뺐습니다.그러나 세계 금융 시장은 옐런 재무장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라는 엎지른 물을 그냥 흘러 들을 수 없습니다. 그 가능성이 '시장'에서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연율로 환산한 수치)은 6.4%였습니다. 2분기 성장률은 1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올해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2.6% 급등했습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화 되고 가속도가 붙으면서 코로나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 수요가 급격하게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소비가 되살아나고 경제가 성장하면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합니다.이뿐만이 아닙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코로나 대응을 위해 5조3천억 달러(약 5천968조원)을 뿌렸고,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인프라 등 투자 계획에는 향후 4조 달러(약 4천496조원)가 책정되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엄청난 돈이 또 풀린다는 이야기 입니다.세상 물정 잘 모르는 일부 문빠, 대깨문들 중에서 "미국의 소비가 늘고 성장률이 높아지든, 돈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되든, 금리를 올리든 우리(한국)와 무슨 상관이냐"고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미국발 금리 인상이 현실화 된다면 글로벌 시장에 투자된 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때문에 달러 유출 충격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함께 올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금융 시장의 충격이 주가 하락으로 나타나게 됩니다.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시중에 자금을 푸는 양적완화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뜻을 내비치자(금리 인상 암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주가와 통화 가치가 곤두박칠치면서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입니다.미국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조짐' 자체가 한국은행으로서는 큰 고민거리입니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내렸습니다. 경기 부진과 코로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만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 한은도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1천7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GDP를 추월한 1천985조원에 이르는 국가부채입니다. 국내 금리를 올린다면 막대한 부채를 진 국가경영에 엄청난 부담이 될뿐만 아니라,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파산이 급증할 것입니다.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리를 동결한다면 국내 투자된 외국자본이 대규모로 유출됨에 따라 'IMF 외환위기'와 같은 참담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국내도 인플레 조짐 Vs. 삼성마저 뒷걸음질?이런 상황 속에서 올해 4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하면서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습니다. '파테크'(집에서 파를 길러 먹는 게 재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파 가격이 270% 올랐고, 사과 51.5%, 달걀 36.9%, 고춧가루 35.3%, 석유류 13.4%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엄청 뛰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이외에 국내 인플레이션 요인 만으로도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그러나 솔직히 한국은행이나 문재인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야말로 한국경제가 외통수에 처한 것 같습니다.문재인 정권이 '한심스러운 것'은 '잘할 수 있는 것'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온갖 경제정책 실패에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경제가 이렇게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조선, 자동차 등과 더불어 '기술의 삼성'이 반도체 분야에서 꿋꿋하게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덕분인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이제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삼성전자가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5G(5세대 통신),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인 시스템 반도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삼성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입니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6%에 달합니다. 2년 전 48.1%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입니다. 반면에 세계 2위인 삼성전자는 2019년 19.1%에서 올해 1분기 18%로 시장 점유율이 오히려 뒷걸음질 쳤습니다.TSMC의 독주 뒷배경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재편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이에 부응해 미국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대만정부의 도움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끊없는 종북(從北) 굴중(屈中) 행보로 미국과 갈등·분열 만 조장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 아래 '대한민국의 삼성'이 조만간 TSMC를 추월할 가능성은 커녕, 오히려 격차만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TSMC는 지난해 5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120억 달러(약 13조5천억원) 규모이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는데 최대 5개 공장을 추가할 예정이다"고 보도했습니다. TSMC의 미국 내 공장이 당초 1곳에서 6곳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입니다.미국 정부로부터 TSMC와 같은 요구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질적 최고 경영자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감방'에 갇혀서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금융대출 상담이나 받고 있는 현실에서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이해는 갑니다. 걱정되는 것은 이 나라의 경제와 국민의 삶입니다.이달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삼성이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만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가 기업의 글로벌 활동을 돕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정권의 들러리 노릇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 만의 편견일까요.'초격차' 전략으로 1993년 이후 한 번도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적 없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핵심 경영진이 수년째 수사와 재판, 수감의 굴레에 빠져 있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파정권이든, 좌파정권이든, 이제는 제발 기업들 발목잡고 정치판 들러리 세우는 짓거리는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2016년 46.6%에서 지난해 41.7%로 떨어졌고, 한때 매각설이 나돌았던 미국의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17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양산했습니다.반도체 시장에서의 미국, 대만, 일본의 공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현재 마이크론(낸드 시장 점유율 11.5%)과 웨스턴디지털(점유율 15.5%)이 글로벌 낸드 2위 업체인 일본의 키옥시아(점유율 17.2%)의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두 회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인수에 성공하게 될 경우 2002년부터 낸드 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의 위상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나라는 어떻게 되든, '캠·코·더' '회전문' '호남 싹쓸이' 인사 계속하는 문재인 정권?한국 경제를 이야기 하다, 갑자기 삼성 이야기만 하느냐는 분이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말씀이 조금 어폐가 있을 수도 있지만, '삼성이 한국 경제이다'라고 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에 삼성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직면한 상황에서 삼성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퍼펙트 멘붕'이 우려 됩니다. 세상이 도탄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이 칼럼을 다시 한 번 보시게 되면 '지금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는 분들도 이해하게 되실 것입니다.걱정스런 삼성 이야기 하나 더 하겠습니다. 삼성이 2017년 9조원을 들여 인수한 자동차 전장·부품 자회사 하만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80%나 줄어든 600억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삼성 인수 전인 2016년 영업이익 6천800억원과 비교해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실적입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이 크게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하만이 주행 보조 시스템과 같은 최신 첨단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니다.삼성의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 전망마저 어둡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삼성전자의 세계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1%에서 올해 8%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AP는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 처럼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칩입니다. 1위인 대만 미디어텍과 2위 퀄컴, 3위 애플 등 상위 업체 모두가 점유율이 오르고 있는데 삼성전자만 뒷걸음질 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한국 경제를 걱정스럽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가상화폐(암호화폐, 코인)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실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 열풍과 우려는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에도 있었습니다.때문에 가상화폐와 관련, 면피성 발언만 하고 실질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문재인 정권이라는 비판이 계속됐습니다. 그런데 4일 문재인 정권의 정부 부처, 공공기관, 국책은행 등이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투자상품에 502억1천500만원을 투자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권은 '내로남불'입니다.한국 경제가 한걸음 한걸음씩 '퍼팩트 스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동안 문재인 정권은 출범 4년간 장·차관,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 정무직 자리의 39.2%를 노무현 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이나,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시민단체 인사들로 채웠습니다.전체 401명 중에서 두 차례 이상 발탁된 고위직만도 66명으로 16.4%를 차지했습니다.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통계적 사실'이었습니다.언론사에서 고위직 인사 401명의 출신 고등학교를 분석해 보니, 전주고 7명, 광주대동고 6명, 광주동신고 6명, 광주제일고 5명, 목표고 5명 등으로 1~5위를 호남이 싹쓸이 했습니다. 이게 문재인 정권의 실체이자 실상입니다. '문재인 세상'에서 '문재인이 선택한 인물들'이 어떤 모습인지 이번주 뉴스를 통해 살펴보는 [석민의News픽] 2부 〈문재인 세상의 '문제인' 사람들!〉이 오늘(8일) 오후 6시 독자분들을 찾아뵙습니다.

2021-05-08 06:00:00

[야고부] 대구, 호국보훈도시?

[야고부] 대구, 호국보훈도시?

'좀 도와주실는지요?'최근 울산의 한 언론사에서 대구의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에 도움을 바라는 연락이 왔다. 울산 출신으로 대구에서 옥살이하다 30대에 형장의 이슬이 된 박상진 독립운동가의 삶과 죽음의 행적을 살피는 일에 대한 안내 부탁이었다.그렇지 않아도 대구 달성공원에서 결성돼 1910년대 최대 무장 독립운동 단체로 역사 평가를 받는 (대한)광복회 총사령인 그가 옛 대구감옥에서 순국한 지 올해가 100주년이지만 마땅히 기리는 행사조차 없어 안타깝던 즈음이라 반가운 마음에 안내에 동의했다.울산은 그의 고향인 만큼 올 들어 순국 100년을 기리는 여러 행사를 위한 조직까지 최근 꾸려지는 등 울산시와 시민사회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상당하다. 그러니 울산에 본사를 둔 언론사 역시 시민들에게 그에 대한 정보를 주려는 노력은 마땅했을 터이다.사실 그는 대구경북과 더욱 인연이 깊다. 1884년 울산에서 태어났지만 젊은 시절을 경북 경주에서 보냈다. 대구에서는 약전골목에 상덕태상회라는 곡물 가게를 두었는데, 이는 사실상 국내와 중국 만주 등을 잇는 독립운동 비밀 거점이었다. 특히 대구는 독립운동에 필요한 사람과 돈, 조직 운영의 요소를 잘 갖춘 곳이었다. 1915년 7월 15일(음력), 조선 개국일에 맞춰 망한 나라를 되찾아 일으키겠다며 조직을 꾸리기에 좋은 터였던 셈이다.우재룡 지휘장 등 쟁쟁한 동지들이 모였고, 대구 군자금 마련 권총 사건, 경북 칠곡 부호 장승원 암살 등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대구에서 두 차례 옥살이 끝에 1921년 8월 11일, 30분 간격으로 동료 김한종 충청도지부장과 함께 대구에서 사형으로 순국했다.이제 옛 대구감옥(현 삼덕교회 자리)은 없다. 순국 100주년에도 이들을 기리는 이가 드물다. 그런데 대구시가 올해 정부합동평가 정성 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1위였다는 최근 소식에 아연하다. 특히 보훈 정신 확산 분야(독립·호국·민주화 도시 대구, 전국 최고의 호국 보훈 도시) 대표 우수 사례였다니 정신마저 어질하다.

2021-05-08 05:00:00

[뉴스Insight] 농어촌 빈집, 도시민과의 공존 어렵다

[뉴스Insight] 농어촌 빈집, 도시민과의 공존 어렵다

논과 밭을 묵히면 1년도 채 되지 않아 야산으로 바뀐다. 집도 마찬가지이다. 폐가, 흉가가 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는다.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을씨년스런 농어촌 빈집이 넘쳐나고 있다.농촌 고향 집을 떠올려 본다. 앞집과 뒷집은 모두 비었다. 옆집도 사람이 살지 않는다. 자연부락 1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이 빈집이다. 빈집 일부는 물려받은 자식들이 가끔 들리거나 외지인이 임대해 살기도 한다.현재 거주하는 도심 아파트는 예전 농촌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아파트에 입주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인근에 빈집이 서너 채 있다. 도시 미관이 나쁠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범죄 장소가 되지 않을까 항상 우려스럽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면서 학교까지 들어섰지만, 흉물이 된 빈집은 당당히 제 자리를 지킨다.은퇴한 한 지인은 귀농을 생각하면서 농촌 마을의 빈집을 구매하려고 했다. 조금 낡았지만 고쳐 쓰면 괜찮은 한옥이라 계약하려고 했으나 고민 끝에 포기했다. 뒷집이 흉물스러운 폐가로 변해 있어 겁이 났기 때문이다. 수소문해 뒷집의 처리 방안을 알아봤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바닷가 어촌 풍경도 비슷하다. 얼마 전 찾은 포항 구룡포 바닷가에 접한 어촌 마을. 인기척 없는 빈집이 곳곳에 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에 나온 빈집은 없다. 바닷가에 조그마한 전원주택을 마련하려는 도시민들의 문의가 많지만 팔려고 내놓은 집이 없다고 한다. 이곳은 외진 농어촌 마을과는 달리 대지 거래 가격이 3.3㎡당 200만원 가까이 됨에도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도내 빈집은 1만3천404호다. 지난 2018년 6천968호에서 2019년 1만1천876호로 느는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북 지역 23개 시군별로 빈집 비율을 보면 청송군이 4.95%로 가장 높고 군위군(4.93%)과 의성군(4.37%), 예천군(4.12%)이 뒤를 이었다. 울진군은 3.75%, 영양군은 3.73%. 고령군은 3.57%, 상주시는 3.38%로 조사됐다. 빈집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0.27%의 경산시였다.그러나 빈집은 경북도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이 살지 않음에도 세금이나 소유권 이전 등 법적인 문제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빈집이 더 있을 것으로 부동산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또 조사 결과 경북의 빈집은 활용보다 철거해야 할 곳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기준 경북의 빈집 1만3천404호 중 철거형은 8천591호, 활용형은 4천813호였다.빈집은 외지에 사는 집주인이 살지 않으면서 팔지도 않아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여가 생활이나 귀농 등 거주 목적으로 농어촌 빈집을 찾는 도시민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다. 고쳐서 살만한 활용 가능한 빈집을 구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폐가조차도 팔려고 하지 않는 게 현 실정이다.빈집을 팔지 않는 이유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고향 집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부모님이 없고 1년에 한두 차례 가보는 집이더라도 언젠가 돌아갈 곳이라는 생각에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값도 영향을 미친다. 대도시 인근이나 조망이 좋은 빈집은 개발에 따른 특수를 노리고 외진 곳의 빈집은 헐값이라 팔지 않는다.이런 이유로 정부나 지자체는 빈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빈집 신고제' 등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빈집 활용에 동의하는 소유주가 거의 없는 등 현장에서는 정책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도시민과의 공존으로 농어촌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시행 중인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농어촌 원주민과 귀농인, 전원주택을 마련하려는 도시민들의 생각이 각기 다름을 잘 고려해야 한다. 이들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주변 환경 조성과 공동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흉물이 된 폐가는 더 적극적으로 매입해 정비하고 활용 가능한 빈집에는 도시민을 유치하면 좋을 듯하다. 근본적으로 빈집 소유자들이 활용방안을 찾도록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고 소규모 자연부락을 재개발하는 사업도 검토해볼 만하다.

2021-05-07 06:00:00

[야고부] 文 정권의 보릿고개

[야고부] 文 정권의 보릿고개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가수 진성의 노래 '보릿고개' 중 일부다. 노래를 작사한 진성의 어린 시절 고달픈 경험이 녹아들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보릿고개는 전년 가을에 추수를 해 마련한 곡식이 다 떨어진 4~5월을 일컫는 말이다. 보리가 아직 익지 않아서 베어 먹을 수도 없고, 풀뿌리·찔레·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로 배를 채우던 시절이었다.사라졌던 보릿고개가 문재인 정권에서 다시 등장했다. 그것도 두 가지나 된다. 20세에서 29세까지 청년 6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청년 10명 중 4명이 생활비가 부족해 끼니를 챙기지 못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을 굶는 청년 중 절반은 '과자 등으로 버틴다'고 했고, 36%는 그냥 굶는다고 했다. 코로나로 일자리뿐 아니라 아르바이트까지 구하기 힘들어져 청년들이 보릿고개 고통을 겪고 있다.쇠도 소화시킬 나이에 배를 곯는 청년들이 이 나라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지 부끄럽고 참담하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보릿고개 고통을 겪는 이 현실 앞에서 문 정권은 더는 '일자리 정부'를 자처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지경에 20대들이 정권에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있겠나.코로나 백신도 보릿고개다. 재고가 바닥이 나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전국적으로 중단됐다. 며칠이면 다 맞힐 물량을 갖고 찔끔찔끔 접종하다 이마저도 바닥이 났다. 화이자 백신 2천만 명분을 추가로 확보했다지만 공급 시기가 빨라야 7월이어서 백신 보릿고개를 해소하기가 힘들다.9천900만 명분이나 확보했다는 백신이 언제 들어올지 기약하기 어렵다.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한지 국민은 불안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백신을 달라고 읍소해야 할 미국을 겨냥해 비판만 쏟아내고 엉뚱하게 백신 접종 자랑을 한다. 언제 접종할지 알 수 없는 백신 물량을 앞세워 희망 고문만 계속할 것인가.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보릿고개가 다시 출현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년들의 보릿고개,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백신 보릿고개에 울화가 치민다. 한 번도 경험 못 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정권이 언제까지 국민에게 한 번도 경험 못 한 고통을 안겨줄지 원망스럽다.

2021-05-07 05:00:00

[관풍루]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6일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성 당원의 ‘문자폭탄’에 “민주주의적 방식 아니다”고 발언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6일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성 당원의 '문자 폭탄'에 "민주주의적 방식 아니다"고 발언. 강성 당원, 민주주의적 방식 아닌 줄 뻔히 알지만 그렇잖으면 되레 문자 폭탄 받을지 모르니 어쩌지.○…민주당, 6일 공개 여론조사 결과 '절대 지지하고 싶지 않은 정당' 1위(39.7%) 차지. 진보 좌파·친문들, 뭉치면 지난 총선·대선처럼 '절대 지지' 않고 이길 테니 우리는 결코 걱정 않지요!○…구미 시민, 여론조사 결과 대구 시민과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 찬성 62.7% 나올 만큼 두 도시 상생에 긍정 반응. 옛 조상들, 콩 한 조각 나눈 인심에 하늘이 내린 청수(淸水) 한 그릇 나눔은 우주 섭리라네.

2021-05-07 05:00:00

[청라언덕] 해평면을 다녀오다

[청라언덕] 해평면을 다녀오다

해평취수장이 위치한 구미시 해평면을 얼마 전 다녀왔다. 해평취수장을 대구와 구미 시민들이 공동 이용하자는 제안에 대해 그곳 주민들의 생각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해평 주민들은 해평취수원 공동 이용에 대해 '결사 반대'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였다. 사실 여부와 이유를 직접 듣고 싶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바닥 민심은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최근 대구와 취수원 공동 이용을 주장하는 단체까지 만들어졌다. 바로 해평면 청년봉사회다. 얼마 전까지 취수원 공동 이용에 찬성하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힐 정도로 강경했던 이곳에서 반전이 일어난 셈이다.김기완 해평면 청년봉사회장은 기자에게 "'해평 주민은 배곯아 죽고 산동 주민은 배 터져 죽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고 했다. 그의 말에 반전이 일어난 이유가 들어 있었다.김 회장은 대구와 취수원 공동 이용을 계기로 해평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낙후돼 가는 고향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마음이 읽혔다. 대구는 취수원 공동 이용 대신 매년 100억 원의 상생 기금 지원을 비롯해 여러 지원책을 약속했다. 해평면 농축산물을 대구시가 우선적으로 전량 구매하는 방안 등도 논의할 수 있다. 상생 기금이 모두 해평면에 직접 지원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고향 발전을 위해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했다.공동 이용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구체적인 지역 발전 방안이 있으면 공동 이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만큼 지역 발전에 관심이 컸고, 주변 지역보다 낙후된 동네를 걱정했다.해평은 과거 부촌(富村)이었다. 넓은 해평들을 경제적 기반으로 주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동네였다. 1983년 이후 구미와 김천, 칠곡 등지에 식수를 공급하는 해평취수장이 들어서면서 대부분 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과 공장 설립 제한 지역으로 묶였다.해평면 전체 면적(69.20㎢) 중 약 92%가 상수원보호구역(3.32㎢)과 공장 설립 제한 지역(57.85㎢)으로 묶여 있다. 인근 선산읍, 고아읍, 도개면의 일부 또는 상당 지역도 공장 설립 제한 지역으로 규제를 받는 처지다.일부 주민들이 대구와 취수장을 공동 이용하면 해평에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추가로 규제할 땅이 없을 만큼 대부분 지역이 규제를 받고 있다.해평면은 취수장이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피해를 많이 봤다. 구미시도 해평 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인구가 적은 탓에 선거 철에도 후보자들의 집중 공략 지역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취수원 공동 이용을 두고는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기도 했다.취수원 공동 이용 문제에서 해평 주민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해평 주민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공동 이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구미시 공직사회, 구미 시민, 구미 정치권이 도와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일부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해평 주민들의 생각을 마음대로 가져가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본업에서 벗어나 오히려 증폭시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구미 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취수원 공동 이용에 대해 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수원 문제를 두고 대구와 구미 간 오랜 반목을 끝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대구시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2021-05-06 17:02:15

[야고부] 영남 배제론

[야고부] 영남 배제론

'영남'(嶺南)은 조령(鳥嶺·문경새재)과 죽령(竹嶺·소백산) 아래 남쪽 지방을 뜻한다. 고려시대 이후 80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한 행정구역 '경상도'와 같은 말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이었고 지금도 남한 인구의 4분의 1, 비수도권 인구의 절반이 산다.경상도는 그러나 조선 말기인 1896년 북도와 남도로 갈라진 이후 분리의 길을 걸어왔다. 지금 영남에는 대구시, 경상북도, 부산시, 울산시, 경상남도 등 다섯 개의 광역지자체가 있다. 행정구역이 갈라지면 사람들의 의식과 유대감에도 분리감이 생겨난다. 이제는 '영남'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5개 지역을 뭉뚱그려 이해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지역 정서와 공동체 유대감을 고려할 때 영남은 대경권(대구경북·TK)과 부울경권(부산울산경남·PK) 범주로 구분해 바라보는 게 현실과 부합한다. 실제로 신공항 문제와 위천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빚어진 지역 갈등에서도 TK와 PK 두 축으로 이해가 엇갈렸다.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 TK와 PK를 한 몸으로 엮으려는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른바 '영남 배제론'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영남 출신 정치인을 컷오프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울산에 지역구를 둔 김기현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된 마당에 당 대표마저 영남 지역구 정치인이 된다면 국민의힘이 '도로 영남당'이 된다는 논리다.신공항 이슈 등에서 TK와 PK 갈라치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TK와 PK는 하나'라며 억지 주장을 펴니 속이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인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느끼는 부울경과의 심리적 거리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충청·강원·호남과 그리 다르지 않다. 역으로 대구경북에 대한 부울경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21세기 대한민국의 제1야당에서 이처럼 해괴한 주장이 횡행하는 것 자체가 수준 미달이다. 수도권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로 치러진 21대 총선 결과를 보고도 이런 말이 나오는가. 전당대회는 당원과 국민의 마음이 공정하게 반영되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TK·PK 한 몸론(論)' 따윈 접어 두시길.

2021-05-06 05:00:00

[관풍루] 검찰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한동훈 검사장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자 “정치적인 의도가 의심된다”고 주장

○…검찰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한동훈 검사장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정치적인 의도가 의심된다"고 주장.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 입증한 민주당 인사 또 한 명 추가요!○…청와대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식 씨에 대한 모욕죄 고소 취하 지시했다"면서 향후 유사한 일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혀. 또 고소하겠다는 소리인데 '뒤끝' 참 대단하군.○…문재인 대통령, 5일 어린이날을 맞아 SNS에 올린 축하 메시지에서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날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언급. 확보했다는 백신부터 들여온 뒤에 할 소리.

2021-05-06 05:00:00

[데스크 칼럼] 우리가 와칸다가 아니라면…

[데스크 칼럼] 우리가 와칸다가 아니라면…

"역병이 없었다면 활기 넘치는 민주주의가 성공의 롤 모델이 돼 서구 역사는 다르게 전개됐을지 모른다."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편집장을 지낸 미국 저널리스트 파리드 자카리아는 신간 'Ten lessons for a post-pandemic world'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대결을 예로 들어 코로나19의 상처를 설명하면서다.실제로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 초기에 역병이 아테네를 휩쓸어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고 기록했다. 좀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이던 아테네가 이겼다면 민주주의는 환하게 타올랐다가 곧 꺼져 버린 불꽃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스파르타는 대놓고 독재를 일삼는 현대의 군국주의·전체주의 국가와는 달랐다.공교롭게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표현으로 자주 설명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역시 코로나19라는 역병 속에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신(新)냉전이다. 심지어 하버드대 교수 출신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양국의 군사·경제·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신냉전이 과거 미소 냉전보다 인류에 훨씬 더 위험하다는 오싹한 진단을 내렸다.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는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전임자에 뒤질세라 강공책을 잇따라 밀어붙이면서 1979년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달에는 알래스카에서 첫 고위급 회담이 열렸으나 신장 위구르자치구, 홍콩, 대만 인권 문제 등을 두고 기 싸움만 벌이다 공동 성명조차 내지 못한 채 돌아섰다.특히 맞짱 뜨기를 즐기던 전임자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벤치클리어링을 선호하는 듯하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인도·호주 협의체인 '쿼드'(Quad)에 한국을 끌어들여 '펜타'(Penta)로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위세를 등에 업은 일본과 대만, 필리핀, 뉴질랜드 등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상황은 대서양에서도 비슷해 중국을 편드는 러시아와 미국 쪽에 선 유럽연합이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제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자국의 이해가 걸린 결정적 순간에는 서방국가들이 벤치에서 뛰어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G2의 충돌은 마블 영화에 나오는 은둔의 첨단기술 강국 '와칸다'가 아니라면 골치 아플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국제 질서의 양극화가 현실화하면서 한국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구한말 쇄국주의자가 아니라면 고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양다리 걸치기(hedging), 균형(balancing), 편승(bandwagoning) 정도다. 국내 범여권 일각에선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다자주의를 거론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오는 21일 백악관에서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에는 비상이 걸렸을 테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은 외교가의 진리인 만큼 무엇을 내주고 뭘 얻어올지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다. 적어도 바이든 대통령과 첫 대면 회담을 가진 외국 정상이란 데에만 의미를 부여한다는 '조공 외교' 비판을 받았던 일본 총리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우리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아무래도 북핵 문제와 코로나19 백신 협력이 아닐까 싶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양다리 걸치기든 균형이든 편승이든, 그 어떤 방법이든 좋다. 그러나 고급 도자기 밀수, 국비 가족 여행 의혹을 받는 장관 후보자들이 전혀 낯설지 않은 현 정부가 '운전자'니 '촉진자'니 같은 자화자찬만 잔뜩 늘어놓을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2021-05-05 17:30:41

[뉴스Insight] 통계 '장난' 한다고 코로나 '백신'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뉴스Insight] 통계 '장난' 한다고 코로나 '백신'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사실로 진실을 감추는 통계의 마법? Vs. 아사리판(난장판)이 된 백신 접종 현장!정부는 65~74세 국민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이달 27일부터 시작되고, 60~64세 국민은 당초 3분기 접종 대상이었지만 다음달 7일부터 접종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코로나 예방 접종 추진 계획'에 따르면 올해 2분기 AZ 접종 대상 고령층은 기존 494만명에서 895만명으로 크게 확대된다.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일상 회복으로의 큰 첫걸음, 300만 명 1차 예방접종 달성'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 코로나19 예방접종 현황 통계를 설명하면서 1, 2분기 접종률이 49.4%라고 했다. 화이자 백신 대상자의 38%, AZ 백신 대상자의 66.7%가 접종을 마쳤다고 한다.정부 말만 얼핏 들어보면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또 다시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백신 접종이 정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백신 수급 우려와 접종 차질을 걱정하는 각종 언론보도는 모두 '가짜뉴스'인 것 같다. 어떻게 언론들이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아프리카, 동남아 후진국보다 못한 3%에도 못미친다'는 '거짓(?)' 보도를 할 수 있는지 의아해지기까지 한다.비법은 '사실'이 '진실'을 감추는 통계의 마법(?)에 있다.올해 1, 2분기 전체 접종 대상 정부 목표는 1천200만명이었다. 이중 305만6천4명이 1차 백신 접종을 마쳤다. 접종률은 25.5%가 된다.그렇다면 1, 2분기 접종률이 49.4%라고 발표한 정부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 거짓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실로 진실을 왜곡했다'고 분석하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정부는 분모 1천200만명 중에서 '2분기 대상자 중 아직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65~74세 고령자 약 494만명'을 분모에서 제외했다.그래서 (접종을 마쳤거나 접종을 시작한) 1, 2분기 대상자 618만7천9명 중 305만6천4명이 접종을 끝내 49.4%의 접종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걸 1, 2분기 접종률 49.4%라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그렇다면 백신 접종 현장의 상황이 궁금해진다. 한마디로 요즘 유행하는 '아사리판(난장판)'이다. 75세 이상 어르신이 맞을 화이자 백신 부족으로 신규 접종 예약이 중단되는 사태가 대구, 경북, 부산, 충남, 광주, 전북, 전남, 강원,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통장들이 주민들을 방문해 접종 동의서를 회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지난달 30일 기준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인 75세 이상 어르신은 349만3천998명이다. 이중에서 1차 접종을 한 사람은 121만9천88명이고, 나머지 227만4천910명이 접종 순서를 기다리다 '백신 보릿고기'를 맞은 셈이다.정부는 '백신 수급에 문제가 없다' '충분한 물량이 확보돼 있다'고 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백신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정부가 '4월 300만 명 접종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2차 접종 물량을 비축하지 않고 1차 접종 물량으로 돌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AZ의 경우는 접종 간격이 8~12주로 길지만 화이자 백신은 3주로 짧은 만큼, 3주 뒤에 2차 접종을 해야 할 물량을 고려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차 접종 목표 300만'에 집착하다가 '백신 대란'을 초래했다는 해석이다.'일상 회복으로의 큰 첫걸음, 300만 명 1차 예방접종 달성', 이 홍보·선전 효과를 위해 '백신 대란'을 자초했다고 해도 크게 반박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AZ 백신 맞은 50대 경찰관 3명 잇따라 중환자실로!화이자 백신뿐만 아니라, AZ 백신도 수급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5월에 고령층(65~74세) 494만3천명을 비롯해 30세 이상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1, 2학년) 교사, 돌봄인력, 만성중증호흡기 질환자 등에 대해 AZ 백신 접종을 실시한다.하지만 4월 말 현재 남아있는 AZ 백신은 36만5천회 분이 전부이다. 하루 10만 명 가량 접종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겨우 3, 4일치 분밖에 안 된다. 정부는 3일 '65~74세 국민에 대한 AZ 백신 접종이 이달 27일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5월 접종 계획에 상당한 공백과 차질은 불가피하다.접종 백신 종류에 따라 접종 대상자들의 반응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화이자 백신 접종의 경우 예약을 하고도 찾아오지 않는 '노쇼'를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는 AZ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곳은 '부작용 문의전화'와 노쇼 예약자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확인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이다.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 현재까지 AZ 백신 1차 접종 2천200만 회 중에서 희소 혈전 사례가 209건 보고됐고, 41명이 사망했다. 209건의 혈전 사례 중에서 여성이 120명, 남성이 89명이고, 평균 연령은 55세였다. 미국 FDA의 AZ 백신 긴급 사용 승인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이같은 분위기 탓에 경찰, 소방관, 군인 등 사회필수인력 AZ 접종 대상자 17만7천744명 중에서 지난달 27일까지 접종 예약·동의한 비율은 75%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26일 사회필수인력에 대한 접종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전북 김제경찰서 지구대 소속 A경감(55)과 경기남부경찰청 B(여·54) 경감,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C(54) 경위 등 3명이 마비와 뇌출혈 등의 증세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AZ 백신 부작용 가능성이 큰 3명의 경찰 피해자 모두 50대 중반이라는 특성이 있다. 영국에서 보고된 AZ 부작용 사례의 평균 연령 55세와 유사하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지,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따라서 '불안해 하는 것'은 국민들의 당연한 반응이다.문재인 정권과 일부 전문가라는 '자(者)'들의 '말장난'이 이제는 역겹다.화이자 측은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정부에게 "물량을 미리 충분히 구입해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고 여러차례 제안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백신 구입 서두를 필요 없다"는 주장을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수십차례 떠들어 대던 인물 기모란 교수가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앉아 있는 문재인 정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백신 참사'로 보인다.그래도 문재인 정권은 "백신 수급에 문제 없다"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통계를 교묘하게 장난해 일부 국민들을 속일 수 있다고 해서 '없는 백신'이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제발 얄팎한 꼼수를 벗어 던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어라!

2021-05-05 06:00:00

[야고부] 한명숙의 거짓말

[야고부] 한명숙의 거짓말

1992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과테말라의 마야 원주민 출신 인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는 멕시코 망명 중이던 1983년 자서전 '나, 리고베르타 멘추'를 펴냈다. 과테말라 내전 동안 백인 농장주들이 아버지가 개간한 땅을 빼앗고, 정부군이 오빠를 산 채로 화형시키고, 남동생이 굶어 죽었다는 내용이다.1998년 미국 인류학자 데이비스 스트롤의 현지 확인 결과 모두 거짓말이었다. 멘추 아버지는 백인 농장주들이 아니라 같은 마야족 원주민인 처삼촌과 수십 년간 농토 분쟁을 벌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굶어 죽었다는 남동생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농장에서 중노동하느라 학교 문턱에도 못 갔다고 했으나 도시에 있는 기숙학교에서 중학교 1년까지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2015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두를 다퉜던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은 1990년 출간한 자서전 '타고난 재능'에서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것을 제안받았다고 했다.거짓말이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확인 요청에 웨스트포인트 대변인은 "카슨이 응시했거나 입학을 제안받았다는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한 카슨 측의 변명이 걸작이었다. "당시 군사령관들로부터 구두로 '비공식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서전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례는 널렸다. 공통점은 자서전의 거짓말이 전문가나 언론의 검증으로 사후에 확인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이미 입증된 사실을 자서전을 통해 사후에 부인하기 때문이다.한 전 총리는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를 이달 말쯤 출간한다. 한 전 총리는 여기서 "나는 결백하다"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부인한다. 그리고 "불의한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져 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며 자신을 정치공작과 조작 재판의 희생자로 포장한다.아일랜드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모든 자서전은 거짓말이다. 무의식적 거짓말이 아니라 고의적인 거짓말이란 뜻"이라고 했다. 한명숙의 자서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2021-05-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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