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집권 3년 차 징크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쫄 것 없다"고 했지만 중도층 이탈 등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역대 대통령들에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변명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데 있다. 시쳇말로 북한 이슈는 '약발'이 다 떨어졌다. 오히려 악재로 바뀌었다. 경제·민생에서 성과를 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문 대통령이 여러 난관에 봉착하자 문 정부 역시 역대 정부처럼 집권 3년 차 징크스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집권 3년 차에 여러 악재가 돌출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민심 이반이 일어나는 현상이 앞선 정부에서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김영삼 정부는 삼풍백화점 붕괴 및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고, 김대중 정부는 정현준·진승현 게이트와 의약분업 사태,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값 폭등이 집권 3년 차에 일어났다.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박근혜 정부는 '정윤회 문건 파동' '성완종 리스트' '최순실 사태'로 몰락을 재촉했다.집권 3년 차 이후 선거에서 여당이 대부분 패한 것도 징크스로 꼽힌다. 네 번의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모두 패했다. 다섯 번의 총선에선 여당이 네 번을 졌다. 노무현 정부는 3년 차인 2005년 27곳 재·보선에서 전패(全敗)했다.이 같은 이유에서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경남 창원 성산, 통영·고성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에 주목하게 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앞날이 달렸다. 민주당이 두 곳 모두 패하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문 대통령은 급격한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텃밭을 내주게 돼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역대 정부의 집권 3년 차 징크스에서 챙겨야 할 교훈이 하나 있다.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 국민의 시선이 냉철해진다. '남 탓'만 해서는 국민 지지를 받기 힘들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는 것만이 집권 3년 차 징크스를 피하는 비결이다.

2019-03-19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할 만한 짓을 한 적이 있습니까?" 독일이 소련으로 쳐들어간 1941년 6월 22일 독일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보라는 스탈린의 지시로 소련 외상(外相) 몰로토프가 소련 주재 독일대사 슐렌베르크에게 한 하소연이다. 폴란드에 이어 프랑스까지 집어삼킨 독일이 영국마저 굴복시키기 전에는 소련을 치지 않을 것이란 스탈린의 소망적 사고가 초래한 굴욕이었다.스탈린은 당시의 세계정세를 레닌의 제국주의론의 틀에 맞춰 '해석'했다. 자본주의 국가는 시장 확보와 식민지 획득 경쟁을 멈출 수 없어 최후의 승자가 나올 때까지 자멸적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여기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자본주의 진영을 삼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스탈린의 생각에 그 전쟁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든 그 승리는 최후의 승자까지 멸망으로 이끄는 '피루스의 승리'일 터였다.이런 계산은 철저히 자기본위적이었다. 히틀러의 세계 정복 계획에서 소련을 식민지로 만드는 '레벤스라움'(생활공간)은 상수(常數)였다. 이는 비밀도 아니었다. 히틀러는 '나의 투쟁'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럼에도 스탈린은 대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일에 막대한 군수물자를 보냈다. 영국과 독일 모두를 소진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소련은 독일과 피투성이 싸움을 벌여야 했고 천신만고 끝에 이기기는 했지만 2천만 명이 희생되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문재인 정부의 행태도 이와 똑같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있으며 북한이 이를 행동으로 옮기게 할 유력한 수단은 대북제재가 아니라 남북경협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안타깝게도 이런 믿음은 한 번도 입증된 적이 없다. 소망적 사고일 뿐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부터 그렇다. 실패한 지난 25년간의 북핵 협상은 북한은 핵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나긴 깨달음의 과정이었다. 1·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그 깨달음의 고통스러운 반복이었다.그럼에도 문 정부는 여전히 미몽(迷夢) 속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 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했다.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절망적 확증 편향이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는 영변 핵시설이 여전히 가동 중이라고 했다.남북경협의 맹신도 마찬가지다. DJ의 '햇볕정책'은 처절하게 실패했다. DJ의 '햇볕'은 핵 개발을 저지한 것이 아니라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밑천이 됐다. 25년간의 북핵 협상도 마찬가지다. 중유 제공 등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지불했지만 허사였다. 모두 경제적 유인책으로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구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으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식 비핵화' 이외에는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정은식 비핵화'란 '무늬만 비핵화', 곧 비핵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이런 북한에 남북경협은 핵 능력을 늘리라고 돈을 보태주는 꼴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남북경협에 안달한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핵 담판'에서 북한이 비핵화할 뜻이 없음이 재확인됐는데도 "남북협력사업을 속도감 있게 준비" 운운했다. 남한 국민을 북핵의 인질로 내줄 작정이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다.

2019-03-19 06:30:00

[관풍루]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대통령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 공개질의에 청와대 또 팩스 답변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대통령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 공개 질의에 청와대 또 팩스 답변. 이젠 이쪽과는 아예 말도 붙이기 싫다는 건가!○…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 보도한 외신기자에 민주당이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이라 겁박. 외교 안보 정책이 온통 북한 위주로 가는 건 호국(?).○…최전방 GOP 근무 병사들도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전면 확대 계획. 혹여 실전 훈련과 전투 태세 확립보다는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

2019-03-19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미국에 이어 가장 높았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이 공동 1위를 기록할 것이고, 내년은 미국을 앞설 것이다." "1월 이후 주요 산업 활동 및 경제 심리 관련 지표들은 개선된 모습이다.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최근 경제지표를 두고 내놓은 해석이다. 단서를 달기는 했다. 성장률은 OECD 국가 중 30-50클럽(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 명 이상) 소속 7개국을 비교해 봤더니 그렇더란다. 긍정적 모멘텀은 1월 생산, 투자, 소매 판매와 2월 고용, 소비자심리지수 등 월별 지표가 반등한 것을 강조한 결과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 미래도 장밋빛이다. 그야말로 기다리기만 하면 될 일이다.실상도 그럴까.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는 발표 때마다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월 3.0%던 것이 4월 2.9%, 7월 2.8%, 10월 2.7%로 줄었다. 올해 전망치도 2.6%로 내놓았지만 신뢰도는 바닥을 긴다. 지난해 그랬듯 올해도 장담할 수 없다.무디스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1%로 잡았다. 전 기관을 통틀어 가장 비관적이다. 한국 경제를 어둡게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 부진에다 수출 악화, 고용 위축이 겹쳐 있다고 했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무디스의 판단은 맞아떨어진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이 3개월 계속 감소했다.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수출액은 24.8%나 줄었다. 고용 지표는 발표 때마다 최악이라는 꼬리말이 붙어 다닌다. 올 1월 실업자 수는 122만4천 명으로 1월 기준 2000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많았다. 50대 가구주의 가처분소득은 10년 만에 최대로 감소했다. 30·40 세대 취업자 수는 지난달 전년 대비 30대는 11만5천 명, 40대는 12만8천 명 줄었다. 2월 백화점 매출액과 할인점 매출액은 각각 7.7%, 10.8% 고꾸라졌다.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못사는 사람들은 더 못살고, 잘사는 사람들은 더 잘살게 됐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 격차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국민들의 유일한 노후 보장 수단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원금 5조9천억원을 까먹었다. 2016년 3조원이 넘는 흑자를 냈던 건강보험은 지난해 1천77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요율을 더 올리지 않으면 탄탄하던 기금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탈원전 직격탄을 맞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사 역시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 국민들 호주머니는 가벼워졌고 더 가벼워질 일만 남았다. 이런데 경제가 긍정적이라 한들 믿을 국민은 없다. 경제 현장은 매일이 전쟁터다.국민은 전쟁터에 던져두고 정부가 들춰 보고 싶은 통계 수치만 들먹이며 남 탓을 한다면 그것은 확증 편향이다. 내 생각이나 신념만 옳다고 여기려는 잘못된 확신은 국민뿐만 아니라 정권도 벼랑 끝으로 내 몬다.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역전됐다. 국민들은 경제를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이는 정부가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다.대통령은 국가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코드에 맞는 악기만 듣고 지휘하려 들면 불협화음이 생기고, 연주는 엉망이 된다. 지금 정부가 그런 모양새다. 연주가 엉망이 되면 이는 연주자 잘못이 아니고 지휘자의 탓이다. 문 대통령이 꼭 알았으면 한다.

2019-03-1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송사, 대통령과 그 사람들

"할아버지는 8형제 가운데의 여섯 번째이다…하동 지방에선 8형제 8천 석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내가 태어날 무렵엔 거의 몰락 상태에 있었다…중부(仲父)의 독립운동이 그 원인이었다. 3·1운동에 관여하여 대구 감옥에 수감된 중부를 구출하기 위해…자금을 일본인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빌렸다…변호사 사례금 등 꽤 많은 돈을 백 두락 이상의 토지를 저당 잡히고…속수무책으로 빼앗겼다."소설가 이병주는 1921년 태어나 부자 집안이 몰락한 까닭을 글로 남겼다. 작은아버지를 구하려다 일본인 농간에 말린 사연이다. 돈을 기일에 맞춰 갚으러 갈 때마다 일본인이 자리를 피했고, 결국 기일을 넘겨 땅은 강제 차압됐고 오늘날 공탁제도처럼 달리 길이 없어 땅을 앗긴 사연이다. '그 무렵 일본인들은 그런 술책으로 조선인의 토지를 빼앗은 모양'의 '그 술책을 알아차렸을 때 이미 늦었다'.당시 이런 일은 그럴 만했다. 일제가 만든 겹겹의 족쇄 탓이다. '새 법령이 매일 비 오듯이 쏟아진다'는 말과 총독부 기관지 보도처럼 '오늘에 한 법이 나오고 내일에 또 한 법이 나오'니 미처 적응할 틈조차 없던 백성은 그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큰소리를 내도', '솔잎을 긁어도' 죄가 되니 온통 죄인이지만 돈 없으면 변호사는 그림의 떡이고, 그냥 볼기짝 맞는 태형(笞刑)만이 해결이었다.게다가 393명의 변호사 자격인(1932년 기준)도 일본인 173명, 한인 220명이나 한국인조차 통감부와 총독부 판·검사 출신이 122명이었으니 재판은 이미 기운 운동장이었다. 소송에 말린 백성이 몸과 재산을 지키기는 그야말로 독립운동만큼 난제였을 것이다.지금도 소송은 늘 돈 싸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변호사 비용을 대느라 자택(95평)을 팔았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택(83평)을 내놓고 거제도 집(25평)은 넘겼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집(43평)을 판 모양이다.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여럿 사람들이 송사로 부동산 매각 등 돈 마련에 나선 소식이다. 이병주의 증언과 다르지만 소송의 재산 손실 결과는 고금이 같은 듯하다. 송사! 돈 없으면 피하고 멀리 하라는 가르침인가, 경책인가?

2019-03-18 06:30:00

[관풍루] 김부겸 행자부장관, 개각 때 장관 출신지를 고등학교로 분류한 것을 두고 '치졸하다'고 일침

○…김부겸 행안부 장관, 개각 때 장관 출신지를 고등학교로 분류한 것을 두고 '치졸하다'고 일침. 전라도 출신 장관 4명→0명으로 만든 잔꾀에 같은 편까지 고개 절레절레.○…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 국회에서 '김해 신공항 확장 반대·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동성명. '억지만 부리면 만사형통하리라'는 지역이기주의의 결정판.○… 클럽 '버닝썬'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의혹을 둘러싸고 관심 집중. 여자와 돈, 공권력이 버무려진 섹스 스캔들은 파면 팔수록 구정물만 나오지.

2019-03-1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100년 전 그랬듯이

"지금 어떤 사람이 남의 땅을 빼앗았다고 합시다. 빼앗긴 사람이 땅을 다시 찾으려고 한다면, 빼앗은 사람이 도적이오 찾으려는 사람이 도적이오? 찾으려는 사람과 빼앗은 사람이 재판소에 와서 송사를 한다면, 재판관은 장차 누구를 도적이라 하겠소?"(장석영 지음·정우락 옮김, '국역 흑산일록-대구감옥 127일, 그 고난의 기록', 2019년)한국의 독립을 외치는 글 서명으로 일제는 1919년 3월 16일(음력) 국법을 어겼다며 유학을 배운 경북 성주의 장석영을 감옥에 가뒀다. 검사가 '죄'를 묻자 그가 '도적'인 일제에 들려준 대답이다. 사실 일제 도적은 주인 노릇이었고 친일파를 뺀 백성은 '짐승보다 못한' 삶이었다.19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호국의 고을답게 대구경북에서는 여러 행사가 열렸다. 대구에서는 불교 1월 17일, 기독교 2월 22일, 천주교 3월 5일 각각 기념 학술행사를 가졌다. 저마다 만세운동에 나선 교계 사람들의 활동과 용기를 기리고 그날의 함성을 잊지 않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였다.대구경북은 여러 종교가 어울려 지내고, 믿음을 위해 목숨조차 버린 흔적과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탠 역사적 자산을 가진 곳이다. 불교의 이차돈 순교, 평등 세상을 바란 동학 최제우의 순도, 천주교 신자들의 희생이 그랬다. 일제 시절엔 여러 종교인들이 뛰어난 독립운동을 펼쳤다.유림도 빠지지 않는다. 137명이 서명한 파리장서운동이 그렇다. 서명자에는 대구경북 사람이 62명으로 가장 많고, 대구 출신은 13명으로 성주(15명) 다음이다. 이처럼 대구의 종교인들은 믿음은 달라도 바라는 독립은 같았던 셈이다.이런 대구경북의 종교 자산은 귀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이해가 엇갈린 사회 갈등을 풀고 종교 간 화합으로 이을 고리가 됨직하다. 이를 엮어 또 다른 힘으로 바꾸는 일은 '도적'을 쫓고 '주인'이 된 오늘의 우리들 몫이다. 정치적으로 어두운 요즘, 이런 역사적 자산을 잘 쓰는 지혜가 기다려지는 대구경북이다.

2019-03-16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관치 미학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TV 프로에서 한 외국인 출연자가 이런 말을 했다. 서울을 둘러보고 느낀 첫인상을 그는 '거칠다'고 표현했다. 맥락상 고층빌딩 등 건축물에서 자연미나 세련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로 들렸다.그가 사는 북유럽 도시의 공간 구성과 미학이 서울과는 차별되고 생소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 아름다움과 개성이 결여된 우리의 건축 감각에 대한 솔직한 평가라는 점에서 한국적 공간 건축에 대한 해석과 표현, 디테일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개인적으로 지방 소도시 중 가장 자주 찾은 곳은 무주군이다. 우선 덕유산을 빼놓을 수 없지만 무주 곳곳에 들어선 공공건축물이 제시하는 여유로움과 정결한 소읍 풍경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무주 나들이만도 10여 차례가 넘는다.무주는 6개 읍면에 인구 2만4천 명의 작은 농촌 지역이다. 대구로 치면 동(洞) 인구 규모와 비슷하다. 그런 무주가 공공건축의 실험장이 된 것은 2001년 무렵으로 건축가 정기용이 '작은 사회운동'으로 평가한 '무주 프로젝트'가 배경이다. '진도리 마을회관'을 처음 설계하고 완성하면서 마을과 사람과의 관계 재편 등 새로운 공간 해석에 골몰했다.정기용은 한 보고서에서 '무주 프로젝트는 고통스러운 노동과 희생 위에서 가능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 고통의 결실은 컸다. 공공건축과 디자인의 힘이다. 단순히 멋이 아니라 사람이 주체가 되는 공간, 그런 철학을 반영한 건축의 중요성에 주목한 것이다. 사람이 중심에 서는 도시공간 재창조를 모토로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한 영주시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서울시가 최근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시 구획과 층수, 디자인 등의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허가를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간 건축물에까지 도시계획 결정권을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도시 경관의 관치(官治) 우려가 불거지며 논란이 거세다. '성냥갑' 오명을 벗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것이다. 자고나면 불쑥 솟아오르는 대구시내 '닭장' 아파트 단지들을 보면서 문득 대구의 도시공간 전략이 궁금해진다.

2019-03-15 06:30:00

[관풍루] 한국당 황교안 대표, 14일 취업자 26만여명 증가 고용 동향에 "대한민국이 알바천국"이라 주장

○…황교안 한국당 대표, 14일 취업자 26만여 명 증가 고용 동향에 "대한민국이 알바 천국"이라 주장. 정부, "그럼 알바 지옥 만들란 말이오? 그래도 지옥보다 천국이 낫지!"○…국방부 장관, 14일 "연예인·특정 신분의 차별적인 특별대우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 국민, 설마 대한민국 군대 이야기는 아니겠지요?○…대구은행 전 행장 3명, 대구 수성구청 펀드 보전 사건으로 13일 동시 법정 등장. 손실 소액 투자자들, '큰손'은 비호하고 '조막손'은 외면했으니 사필귀정이지.

2019-03-15 06:30:00

최두성 정치부 차장

[청라언덕] 다시 읽게 된 취임사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저는 오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다시 읽게 된 건 13일 날아든 부산발(發) '여권의 동남권 관문공항 적극 지원 약속' 소식 때문이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부산을 찾아 "수도권 일극 체제를 양극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남북 평화시대에 인천공항과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하므로 부산·울산·경남에서 힘을 모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비공개 협의회에서는 동남권 관문공항을 의제로 꺼내며 김해공항 확장안의 국무총리실 이관 재검토 지원 등의 약속도 있었다고 한다.부산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지도부가 '부울경 검증단의 결과가 발표되면, 김해 신공항을 관문공항으로 결정한 국토부보다 총리실을 주관으로 재검토해야 하며, 후속 조치 등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며 총리실 검증 이후까지 민주당의 지원 사실을 부각했다.국토부가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을 스스로 번복하기 어려울 것이니 총리실이 이를 맡아 정책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요지다. '총리실 검증 논의'로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 불을 지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꼭 한 달 만에 민주당이 후속 조치를 내놓은 것은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 때 부산경남(PK)에서 압승하기 위한 계산된 카드로 보인다.PK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정치 인생을 건 곳이자 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PK 광역단체장을 석권했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최근 자유한국당에 역전당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PK에서 밀리면 내년 총선이나 2022년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게 민주당 생각이니 대형 국책 결정을 뒤집어서라도 지지를 받겠다는 심산인 셈이다.대통령과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프로세스는 정국의 시계를 '갈등의 시대'로 되돌려 놓을 만하다. 5개 시도의 합의로 외국 전문업체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국책 사업을 뒤집어서라도 '잇속'을 챙기겠다는 발상은 '갈등' '분열'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대구공항 이전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아직 부지 확정도 못 했다. 이럴 때 나온 대통령여당의 가덕도 힘 싣기는 대구경북(TK)을 '패싱', '홀대'하다 못해 아예 지도에서 오려내겠다는 것을 공고히 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지지 세력만 챙기겠다는 분열의 정치를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정략적인 TK-PK '갈라치기'는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는 약속 또한 어기는 행보다.지난 8일 단행한 개각은 '지역 편중' '코드 인사' 'TK 배제'가 키워드였다. 내년 총선 출마자 땜질용이라는 비판도 있다."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는 탕평 인사 원칙 역시 취임사의 미사여구(美辭麗句)였는지.

2019-03-14 17:27:47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권위주의자의 시대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년 작)에는 지능이 떨어지고 달리기밖에 할 줄 모르는 톰 행크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포레스트가 성장하면서 미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큰 사건에 연관되는 줄거리를 갖고 있는데, 화면 곳곳에 비유와 풍자가 가득 들어 있다.포레스트가 군에서 제대해 첫사랑 제니와 만났는데, 제니는 남자친구 웨슬리를 데리고 나온다. 웨슬리는 버클리 대학의 SDS(Students for a Democratic Society) 리더로 진보적인 학생운동가였다. 웨슬리는 포레스트를 월남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살인자'라고 모욕하더니만, 제니와 말다툼을 하다가 제니의 뺨을 세게 때린다. 웨슬리가 다음 날 제니에게 사과하면서 내뱉은 말이 압권이다. "미안해, 때릴 맘이 없었던 것은 알잖아. 이게 다 망할 놈의 월남전과 정권 때문이야!"권위 의식에 물든 진보주의자는 어디에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잘못조차 남 탓이나 정치적 음모로 여긴다. 지난해 말 김포공항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달라는 24세 직원에게 갑질을 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범주다. 김 의원은 부산대 재학 중 학생운동으로 구속된 경력이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진보 정치인이다. 이 사실이 보도되고도 며칠 동안 사과조차 하지 않고 버텼는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이유는 이러했다. '뭔가 음모가 있는 것 같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격의 일환이다'.요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연설한 것을 두고 난리다. 이 발언이 대통령을 폄하한 점에서 지나친 것은 분명하다.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민주당의 반응이다. 이해찬 대표는 '국가원수 모독죄'라고 흥분했고, 민주당은 의원 전원 명의로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어 탈권위, 탈독재를 외쳤던 이 대표의 행동치고는 참으로 유치찬란하다. 발언이 옳든, 그르든 간에 남의 입을 막겠다는 발상은 권위주의의 최고봉이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은 며느리가 못된 시어머니가 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2019-03-14 06:30:00

[관풍루] 대구시, 강정고령보 수문 완전개방 때 식수난 대책비 1천200억원 필요 분석

○…대구시, 강정고령보 수문 완전 개방 때 식수난 대책비 1천200억원 필요 분석. 정부, 토목공사 벌여 일자리 만들고 대신 하늘에 기우제 지내면 되겠군.○…권익위, 승리의 성 접대 의혹 관련 자료 요청한 경찰 아닌 대검에 전달. 국민, 경찰 못 믿겠다는 정부 기관의 양심 고백 같은데 과연 검찰은 어떨지!○…민주당, 14일 '한반도 새 100년위원회' 출범시키며 자문기구 '국민 100년위원회' 설치. 김정은, 50년 집권 외치더니 설마 저처럼 3대 세습 계획은 아니죠?

2019-03-14 06:30:00

이상헌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저 꽃들이 지고 나면…

'不是看花卽索死(불시간화즉색사·꽃을 보고파 죽을 지경이 아니라) 只恐花盡老相催(지공화진노상최·꽃이 다 지면 늙음이 재촉할까 두려울 뿐) 繁枝容易紛紛落(번지용이분분락·꽃 무성한 가지는 쉽게 분분히 떨어져 내리니) 嫩葉商量細細開(눈엽상량세세개·여린 꽃잎이여, 상의해서 부디 천천히 피려무나)'.봄을 노래한 시 한 수 읊어보자.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가 761년에 지은 연작 칠언절구(七言絶句) '강가에서 홀로 걸으며 꽃을 찾다'(江畔獨步尋花) 제7수다. 밝은 느낌은 그리 없다.당시 그의 나이 쉰은 요즘 50과 천년 세월만큼이나 차이가 클 테다. 하지만 늙어간다는 것은 매한가지 슬픈 일이다. 쉬이 질 봄꽃을 바라보며 즐겁기만 하다면 아직 청춘이라 해야 할까, 철부지라 해야 할까?압축 성장으로 대변되는 한국 경제가 피자마자 소소리바람에 떨어진 봄꽃 처지다. 꽃샘추위 기세에 밀려 얼어붙은 꽃봉오리 신세인지도 모른다. 연일 쏟아지는 암울 일색의 경제지표들을 보면 경착륙이 우려된다.우리는 투자 악화, 고용 침체, 양극화 심화, 잠재성장률 하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뒷걸음질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2일 "성장은 투자 및 세계 교역 감소로 둔화하고 있고, 고용 창출은 부진하다. 가계 부채 비율은 증가하고 있고, 부정적인 인구 변화와 생산성 증가 둔화가 향후 전망을 저해한다"고 한국 경제를 진단했다. 온 국민이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기관의 쓴소리라 그런지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한때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높게 평가받았다. 골드만삭스는 2005년 세계경제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장기 성장 시나리오를 분석하며 한국을 '넥스트 11'에 포함시켰다. 2020년 1인당 소득이 4만6천860달러에 이르러 캐나다, 이탈리아를 제칠 것으로 내다봤다.장밋빛 전망대로는 아니지만 국내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3만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자부심을 느끼는 국민은 거의 없다. 오히려 골드만삭스가 14년 전 예측했던 4만달러 돌파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란 자조가 팽배하다.최근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며 또다시 '데스 크로스'를 이룬 건 당연한 일이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는데 곳간이 비어가니 박수쳐줄 리 만무하다. 내년 총선 결과는 보나 마나란 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1편이 망했는데 속편이 제작됐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 했다.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청와대, 여당에도 비상이 걸린 모양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2벤처 붐 확산, 대규모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수소 경제를 외치며 부산을 떨고 있다. 그래도 대통령이 말한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리액션은 기대 난망이다.2009년 1월 새떼와의 충돌로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여객기 사고 실화를 다룬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체슬리 슐렌버거 기장은 냉철한 판단력으로 탑승객 전원을 구한 뒤 "We did our job"(우리는 제 할 일을 했어)이라고 말한다. 신년사에서 국가는 평범한 국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를 마친 뒤 그런 멋진 한마디를 남기길 바란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9-03-14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조선(造船)의 운명

기원전 480년 그리스 함대가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왕이 이끄는 대전함을 무찔렀다. 그렇게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한 그리스는 황금기를 구가한다. 당시 집정관이었던 테미스토클레스가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하고 전함을 구축해 전투를 지휘한 결과였다.1592년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한산도에서 학익진을 펼치며 일본 함대와 싸워 대승을 거뒀다. 임진왜란의 전세를 크게 바꿔 놓은 이 대첩에 등장한 전함이 거북선이었다. 1805년 넬슨 제독의 영국 함대는 나폴레옹의 전선을 트라팔가 해전에서 물리쳤다. 나폴레옹의 날개를 꺾은 싸움이었다. 이때 활약한 주력 전함이 98개의 대포로 무장한 테메레르호이다.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은 해전과 그 승전의 배경에는 해군력을 뒷받침한 조선술(造船術)이 있었다. 서양의 조선술과 항해술은 신대륙을 발견하고 식민지를 건설했다. 해양력을 상실한 동양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중국은 명나라 때 인도양을 거쳐 이슬람권에까지 이른 정화의 대원정 이후 바다를 외면하고 말았다. 한반도의 백제가 해양세력을 구축하고, 통일신라의 장보고가 해상왕국을 건설한 것도 조선술이 바탕이 되었다.거북선도 우연히 나타난 것이 아닐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조선(造船)의 DNA가 흐르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그것이 무역 대국 대한민국을 견인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조선업이 중국을 제치고 다시 '수주 1위'를 탈환했다는 소식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친다는 빅뉴스도 들린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면서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기술집약적 산업이기도 하다.세계적인 브랜드를 갖춘 대기업과 고품질의 후판(厚板)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철강 업체도 있어야 한다. 기술력이 뛰어난 기자재 업체의 지원과 창의적인 엔지니어들의 손재주가 필요한 종합예술이다. 인해전술을 펼치는 중국과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일본 조선업을 누르고 다시 조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2019-03-13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미세먼지 해결 위한 범사회적 기구 구성' 제안 적극 수용 지시

○…문재인 대통령,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미세먼지 해결 위한 범사회적 기구 구성' 제안 적극 수용 지시. 기존 미세먼지특별위원회, 다음엔 공론위원회 만들겠군!○…외교부,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건 움직임에 '북측의 현명한 선택' 촉구. 김정은 국무위원장, "글쎄, 내 멋대로 해도 별로 할 말 없을걸."○…주한 미군, 지난달 사드 부지 사업계획서 정부 제출로 세부 실무협의. 성주 주민, 미군에는 득달같이 하면서 성주 지원 약속은 하(何) 세월이니 우린 뭐지요?

2019-03-13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조합장 선거, 조용한만큼 깨끗할까

조용해서 더 불안하다. 이번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 선거가 치러지는데, 유난스럽다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물론 지난달 말 후보자 등록을 받기 전부터 '돈 선거' 얘기도 나왔고, 적발 사례도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했다.조합원 28명에게 현금 1천290만원을 뿌린 혐의로 한 축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등 2명이 구속됐고, 한 농협 조합장 후보자의 장모는 사위의 출마 사실을 알리고 지지를 부탁하면서 조합원 10명에게 30만원씩 300만원을 돌렸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한 조합원이 선관위에 자수하면서 금품 살포가 밝혀졌고, 선관위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SNS를 통한 자수 권유와 탐문 조사에 나서자 나머지 9명도 차례로 자수했다.이런 사례는 전국적으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넘쳐난다. 하기야 전국 1천344곳의 조합장을 동시에 뽑는 선거가 치러지는데, 이런 불·탈법이야 예상 못 했던 바도 아니다. 경북 180개 조합(농협 148곳, 수협 9곳, 산림조합 23곳)과 대구 26개 조합(농협 25곳, 산림조합 1곳)도 오늘 새 조합장을 뽑는다.그런데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4년 전인 2015년 치러진 제1회 선거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시만 해도 첫 동시조합장선거였던 탓에 세간의 관심도 매우 컸다. 그 때문에 얼핏 시시콜콜해 보이는 일들까지 이면을 들추고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들이 적잖았다. 그 배경에는 이전투구식 내부 고발이 한몫했다.조합장 선거는 예비 후보자를 뽑거나 후보자 토론회를 여는 등의 예열 기간이 아예 없고, 선거운동 기간도 워낙 짧은 데다 후보자 본인 외에는 선거운동에 나설 수도 없다. 조합 내부 사람이 아니면 유권자가 누구인지, 후보로 나선 사람이 어떤 경력을 가진 인물인지도 모를 정도다.조합장의 성추문, 공금 횡령, 조합 판매상품 입점권을 둘러싼 금품 수수, 직원 채용 및 승진을 둘러싼 인사 청탁 등을 내부 고발 없이는 알 수 없다. 기존 조합장뿐 아니라 다른 후보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조합 이사나 주요 보직자들이 출마하기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내부 직원들만큼 훤히 아는 사람도 없다.그런데 올해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는 이런 내부 고발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선관위나 검·경이 발표한 선거사범 통계치를 보면, 지난 선거보다 금전 살포 등 불·탈법 사례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어두운 면을 들춰봐야 별 관심을 끌지 못하다보니 결국 용기 낸 사람만 찍혀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은 아닐까. 워낙에 기존 조합장들이 유리한 선거판이다보니 괜스레 파열음을 냈다가 자기 자리 보전도 힘들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돈, 식사, 물품 등을 제공받은 조합원이 이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 지급 최고액은 3억원이다. 2015년 제1회 동시선거 때에는 83명에게 4억9천800만원의 신고포상금이 지급됐다. 그리고 제1회 선거 당선인 중 52명이 위법행위로 당선 무효 처리됐다.부디 이번 선거에선 당선 무효 처리가 적게 나오기 바란다. 그런데 사법 처리 당선인이 적어졌다고 해서 과연 선거가 그만큼 깨끗했다고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9-03-13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들의 비극

영화 '벤허'에 나왔듯이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은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황제가 있는 곳까지 행진했다. 개선식에서 장군을 뒤따르며 노예가 계속 외친 말이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의역하면 '너도 언젠가 죽는다는 걸 잊지 마라'는 뜻이다. 전쟁에 한 번 이겼다고 해서 교만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23년 만에 법정에 다시 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며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이 떠올랐다. 제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들은 대부분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1996년 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전 전 대통령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또 나왔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거지 및 접견·통신 제한을 받아 '자택구금' 신세다.유일하게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 옥중에 있다. 탄핵 2년째인 10일 지지 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조만간 석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구속 재판 기간이 끝나거나 현직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는 방법이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아들이 구속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년가량 복역하다 사면조치로 풀려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8년간 장기 집권했지만 부하에 의해 시해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장기 독재 집권을 하다 4·19혁명으로 하와이로 망명해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청와대 본관엔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보면서 현직 대통령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나간 대통령들의 영광만 기억했을 뿐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은 돌아보지 않았지 싶다. 그랬다면 대통령들의 비극은 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메멘토 모리'를 외쳐줄 수도 없고, 역대 대통령들의 비참한 순간을 청와대에 초상화로 남겨둘 수도 없고…. 대통령들의 비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마음이 무겁다.

2019-03-1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트럼프, 칠곡 비무장지대(DMZ) 비애(悲哀) 아시나요?

'한국은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일본국에 양여하고, 일본국은 이 양여를 수락하고 한국의 병합을 승낙한다.' '한국은 미국의 육·해·공군의 한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허여하고 미국은 이를 수락한다.'앞은 1910년 8월 22일, 일본의 강압으로 억지로 맺은 한일합방조약으로 나라를 주고받는 내용의 조항이다. 뒤는 1953년 10월 1일, 미국과 체결한 한미 상호방위조약 가운데 우리 땅에 미군을 둘 권한을 다룬 내용이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나라도, 땅도 우리 것이지만 주니까(양여·허여) 두 나라가 받는 듯한 겉모양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삶터인 공간과 땅이 그들 차지가 된 사실이 그렇다. 이런 치욕과 굴욕의 조약이 이뤄진 까닭도 같다. 외침(外侵)과 우리 실정(失政)으로 힘을 잃은 탓이다.그리고 두 조약의 체결 배경은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 있다. 앞은 '테디'란 별칭으로 잘 알려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본과 1905년 몰래 맺은 미일밀약의 결과물이다. 한미방위조약은 일제 35년간 식민 잔재가 낳은 1950년 한국전쟁의 부산물로 생긴 족쇄다.방위조약 이후 우리는 그 족쇄로 전국이 신음이다. 미군 주둔에 따른 숱한 민원, 규제 불만, 후유증 호소가 차고 넘쳐서다. 행정안전부가 2008년부터 관리, 지원하는 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즉 13개 시·도, 66개 시·군·구, 338개 읍·면·동 주민이 바로 그 피해자들이다.전국 89곳(2016년)의 미군 기지 가운데 대구는 5곳, 경북은 10개 시·군 54개 읍·면·동에 4곳 미군 부대가 있는데, 경북은 경기도 다음으로 넓다. 특히 경북 1위인 칠곡 미군 기지는 그 면적만도 약 330만㎡(100만 평)로 군청 소재지 왜관읍 중심지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크고 드넓다.1959년 공사, 이듬해 부대 배치로 왜관 도심 알짜배기 땅을 깔고 앉은 탓에 칠곡 발전 저해와 주민 불편, 불만은 마땅하다. 미군 주둔 주변은 많게는 10개쯤 규제가 겹치니 피해도 숱하다. 칠곡군이 매년 감수해야만 하는 64억원 지방세 감소, 1천억원 넘는 기회비용 부담도 그렇다.또한 미군의 초교생 성폭행, 고엽제 매립 소동, 부대 창고 폭발, 한밤 사이렌 오작동 소동 등으로 칠곡 지역 사회 불안도 여럿이다. 부대 기지 이후로 옛 농지와 삶터를 잃은 한 마을은 마치 휴전선의 비무장지대와 같은 삶이다. 부대 너머 있는 논밭 농사는 미군 허락 때만 철조망 따라 네 철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물론 이는 미군의 배려(?) 덕분이기도 하다. 불과 200~300m 철조망 농로를 막으면 위험한 찻길 수㎞를 목숨 걸고 빙 둘러 다닐 판이다. 그런데 부대는 갈수록 일일 허용 시간을 줄여 올해는 12시간뿐이다. 농민은 해가 좀 더 하늘에 머물거나 미군의 허용시간 연장을 바랄 뿐이다.이런 농민과 칠곡의 가려진 손실과 고통은 잴 수 없다. 그래도 지금껏 참고 견딘 까닭은 국가 안보와 혈맹(血盟)으로 맺은 두 나라를 위해서였다. 이런 사정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갈수록 막무가내다. 북핵 협상과 남북 관계를 업고 미군 철수, 안보무임승차론 등으로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늘리라고 떼를 쓰니 말이다.비록 정부가 주민 피해를 위해 지원사업을 펼치지만 언발에 오줌 누기로 흉내에 그치고 끝없는 희생만 요구할 뿐이다. 미군 부대 주변 한인이여! 이 비애, 어찌하리오?

2019-03-11 19:39:01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비핵화의 정의(定義)

미국의 군사전략가 버나드 브로디는 1946년 핵무기를 "절대무기"(absolute weapon)라고 했다. 핵무기의 위력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극치라는 뜻이다. 그러나 핵무기의 '절대성'은 이런 의미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재래식 무기처럼 양이 많고 위력이 클수록 우위에 서는 '상대성'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도 '절대적'이다.미국 정치학자 스티븐 침발라는 이런 핵무기의 절대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매우 작은 핵무기라도 목표물을 뚫을 수 있고 그 목표물이 아주 정밀하게 설정된다면 그것은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극단적으로 단 한 발만 적국의 인구 밀집 지역에 명중시킬 능력만이 있어도 핵 억지력을 갖는다는 것이다.프랑스와 영국의 핵무장은 이런 '절대성'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어차피 소련의 핵전력을 따라잡을 수 없으니 소련을 멸망시키지는 못해도 고통을 줄 정도의 핵전력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이른바 '모스크바 기준'은 이런 전략 개념을 잘 보여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모스크바 하나는 확실하게 파괴할 핵전력은 유지한다는 뜻이다. 영국이 선제 핵공격에 가장 생존성이 뛰어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만 남기고 나머지 핵전력은 모두 포기한 이유다.('전쟁의 경제학' 권오상)이런 사실은 무엇이 '북한 비핵화'인지 분명히 정의(定義)하게 한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과거·현재·미래를 통틀어 핵탄두·핵물질·핵시설을 포함한 핵과 관련된 모든 것의 폐기이다. 지금까지 이에 가장 근접한 것이 비핵화를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명시한 2005년 6자 회담 '9·19 공동성명'이다.2차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비핵화의 본래적 정의는 물론 9·19 공동성명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비핵화할 뜻이 없다는 소리다. 더 헛웃음이 나오는 것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평스러운 인식이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전역에 널린 핵시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란 말뜻부터 다시 공부하기 바란다.

2019-03-11 06:30:00

[관풍루] 민주당 송영길 의원 "미세먼지 줄이려면 원전보다 석탄·LNG발전 먼저 중단해야" 소신 발언

○…민주당 송영길 의원 "미세먼지 줄이려면 원전보다 석탄·LNG발전 먼저 중단해야" 소신 발언. 정책에 문제 있으면 바로잡으라고 말하는 게 국민 대표의 소임.○…홍남기 경제부총리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검토" 발언에 월급쟁이들 "사실상 증세" 반발. 이제는 유리지갑을 넘어 '빈 지갑' 만들겠다는 그런 뜻?○…대구FC, 신축 개장한 홈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누르고 의미 있는 승전 기록. 새집에다 관중도 늘었으니 좋은 성적 쭉~ 이어갈 일만 남았네.

2019-03-11 06:30:00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매일 칼럼] TK 텃밭의 진정한 주인

대구경북(TK)의 정치 환경이 황량하기 그지없다.TK는 보수정당에는 텃밭, 중도개혁정당엔 황무지, 진보정당엔 불모지와 다름없다.TK는 그동안 보수당만 줄곧 짝사랑해왔다. 중도개혁당은 잘 돌아보지 않았고, 진보정당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최근 TK 신세는 이들 모두로부터 '팽'당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자조하는 이들도 꽤 많다.자유한국당 부산경남권수도권 신주류들은 최근 당권 경쟁 과정에서 TK를 왕따시켰다.TK 정치권이 당권을 잡으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내년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논리를 당원들에게 주입시켰다. 이 논리가 먹혀들면서 결국 주호영 의원은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여유 있다던 경북의 김광림 의원은 겨우 턱걸이했고, 대구의 윤재옥 의원은 희생양이 됐다. 밀당(밀고 당기기)도 없이 간, 쓸개 모두 빼내 주며 수십 년 짝사랑을 되풀이해오다 차인 꼴이다.안타깝지만 전두환 정권 때부터 지금까지 대구경북을 위해 온몸을 던진 덕분에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또 그 사랑을 마중물로 대권가도까지 달린 TK 정치인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대구는 박정희 정권 이래 약 60년 세월 동안 또 다른 보수당인 자민련과 한때 바람을 피운 것을 제외하곤 공화당에서 한국당으로 이어지는 정통(?) 보수당에 모든 걸 내줬다. 결과는 일부 서울 TK 정치인과 고위 관료만 떡고물을 챙긴 게 고작이었다. 남은 것은 청년실업과 지독한 불경기, 팍팍한 서민생계, 지역내총생산(GRDP) 만년 꼴찌였다. 그러면서도 선거 때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친 보수정당에 표를 쏟아붓고 있다.반면 TK의 질긴 외면에 비춰볼 때 더불어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중도개혁당에 대한 지역의 기대와 요구는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황무지에 뿌리내리기 위해 모인 민주당 TK발전특별위원회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다. 실망으로 바뀔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대다수 위원이 수도권 등 타 지역 현역 의원이다 보니 정치적 득이 없고 오히려 일부 현안에는 이해가 부딪힐 수도 있는 TK 발전을 위한 활동에 시늉만 내기 십상이다.TK발전특위 한 위원은 최근 "대다수 위원이 자기 지역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현안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관심도 낮다"고 고백했다.현역 국회의원 25명 중 2명을 뽑아준 뒤 이 정부에 각료를 비롯한 TK의 상당 지분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염치 있는 요구인지 모르겠다.정치적 텃밭에 대한 경작 기한은 무기가 아니라 4년에 불과하다. 텃밭을 잘 가꾸지도 않고 수확도 시원찮으면 경작권을 빼앗고 정당도, 일꾼도 수시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김부겸 의원과 유승민 의원, 권영진 시장이나 주호영 의원 등 기회는 누구한테나 열려 있다.황무지든 불모지든 땅을 잘 가꿔 기름지게 만들어 풍성한 수확을 낼 수 있다면 경작자는 언제든지 교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텃밭의 진정한 주인은 경작자가 아니라 시도민이자, 유권자이기 때문이다.TK 텃밭 주인은 이제 정치 환경 탓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정치 환경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시기다.

2019-03-10 14:10:08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屍身을 위한 '돈질'

러시아 10월 혁명을 이끈 레닌은 숨을 거두면서 자신을 어머니 묘지 옆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하지만 소련 공산당은 이를 무시하고 시신을 영구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냉장 방식이 채택됐다. 그러나 당시 소련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시신은 부패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독일에서 더 나은 냉장시설을 수입했지만 부패를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레닌장례위원회는 방부 처리로 방향을 바꾸었다. 어떤 기술이 사용됐는지는 여전히 비밀이지만 이 시도는 성공해 레닌의 시신은 지금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누워 있다.소련 공산당이 레닌의 시신을 영구 보존키로 한 배경에는 '건신주의'(建神主義)가 있었다. 건신주의란 과학의 힘으로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현대판 주술(呪術)로, 건신주의자들은 비유적 의미가 아닌 실제 육신의 부활(復活)을 믿었다. 소련 공산당이 레닌의 시신을 영구 보존키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닌이 현세에서 부활할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레닌장례위원회의 명칭도 '불멸화위원회'였다.불멸화 시도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소련 공산당이 1973년 당 문서를 정리하면서 제일 먼저 발급한 것은 레닌의 당원증이었다. 체제 전환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당국은 18개월마다 특수 제작한 새 양복으로 레닌의 시신을 갈아입혔다. 이렇게 레닌의 시신을 생전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러시아는 2016년 처음 공개했는데 연간 20만달러라고 한다.러시아가 여전히 북한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 방부 처리를 하고 있으며 그 비용은 연간 40만달러(약 4억5천만원)라고 미국 뉴욕포스트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김일성·김정일 사망 때 전문가팀을 보내 방부 처리를 한 바 있으며 김일성 시신 처리에 100만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헛웃음이 나오는 '돈질'이다. 그 돈으로 인민을 먹였으면 '이밥에 고깃국'은 아니라도 주린 배는 조금이나마 채워졌을 것이다. 김일성·김정일은 죽어서도 인민들을 굶겼다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2019-03-09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황교안의 답'은?

DJ(김대중)와 YS (김영삼)를 국민 누구나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DJ는 죽을 뻔한 교통사고를 당했고, 두 번이나 사형선고를 받았다. YS는 여당을 박차고 나와 스스로 가시밭길을 걸었고, 23일간의 단식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들이라고 약점과 치부가 없겠는가. 이들이 현대 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것은 자기희생과 헌신의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이들은 한국 정치에 이러한 대통령의 자격 준거를 유산으로 남겼다. 대통령이 되려면 인물·치적도 중요하지만, 자기희생과 헌신을 필요로 함을 국민에게 알게 모르게 심어줬다. 대통령의 자격 준거를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들이대면 흥미로울 것 같다.황 대표는 반듯하고 부티 나는 느낌을 주지만, 어릴 때 무척 가난했다고 한다.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 '황교안의 답'에는 '월남한 고물상의 막내아들이다. 유년시절 도시락을 제대로 챙겨가지 못해 담임 선생님과 나눠 먹어야 했고, 산에서 나물을 직접 따와 식구들의 반찬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 책에는 보수에 대한 가치를 언급한 대목이 여럿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바른 가치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 등이 있으며 이러한 바른 가치를 지키려는 것이 바로 참된 보수다.' 황 대표의 출신, 표방하는 가치관만 보면 어느 정도 합격점이다.그러나 황 대표의 약점은 상당히 많다. 첫 번째는 희귀 피부병의 일종인 '만성 담마진'으로 인한 병역면제다. 두 번째는 법무부 장관 취임 전 변호사로 17개월간 15억6천만원의 수임료를 번 점이다. 세 번째는 음습하고 이념 편향적 분위기를 풍기는 '공안통'이라는 점이다. '실패한 정권의 총리'라든가 '특정 종교 편향' 논란은 의견이 갈리기 때문에 논외로 치자.황 대표의 삶에서 자기희생과 헌신의 미덕을 얼마나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이유는 보수 세력의 결집 덕분이다. 중도 세력의 외연을 확장하지 않고는, 대선은 꿈꾸기 어렵다. 황 대표의 정치 생명은 앞으로 얼마나 자기희생과 헌신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지 않겠는가.

2019-03-08 06:30:00

[관풍루]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된지 34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귀가했지만 사실상 연금상태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된 지 34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귀가했지만 사실상 연금 상태. 돌아와도 온 것이 아니요, 살아 있어도 산목숨이 아니라고.○…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정권 차원의 지원 필요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라고.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니 문제….○…안심뉴타운 들어설 옛 안심연료단지 대규모 토양오염 드러났지만, 3개월 넘도록 방치. 안심뉴타운 조성이 아니라 '안심옛터'로 보존하려나?

2019-03-08 06:30:00

전창훈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지금 필요한 건 '환경 외교'다

요즘 맘 커뮤니티에는 엄마들이 자녀를 데리고 괌이나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으로 한 달 살기에 나섰다는 체험담이나 이를 계획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또한 회원들은 이들 국가에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는 여행사 상품도 공유한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미세먼지로부터 잠시나마 도피하려는 것이다.하지만 웬만큼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맘부격차'(Mom+빈부격차)라는 씁쓸한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미세먼지로부터 자녀를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맘부격차의 지표가 되는 세상이다.뿌옇고 답답한 날이 너무 잦다. 미세먼지가 참으로 재난 수준이다. 미세먼지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횟수가 거듭되더라도 고통의 절대량은 줄지 않는다.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덜 마시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공유되는 것을 보면 서글픔마저 밀려온다.요 며칠 분위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수도권에는 사상 유례없는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고 대구를 비롯한 전국적으로도 이 조치가 발령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고 방안 마련을 강조하는 등 정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제대로 체감하는 모양새다.그러나 알맹이가 쏙 빠진 듯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을 따질 때 중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나 계획은 이번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마다 국민은 중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낸다. 중국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 '미세먼지=중국'이라는 등식이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들 중국발 미세먼지가 감소하지 않으면 헛수고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반응에는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도 한몫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월경성 환경 문제는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없다면 정확한 원인 분석이 안 돼 해결 방안을 마련하거나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중국은 벌써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자국의 영향이 미미하다며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또한 같은 날 중국 신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이 자국의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책임을 70%라고 하는데 사실은 15%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환경 외교'다. 외교력으로 중국을 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널리 알려 관심과 지원을 받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1950년대 북유럽 산성비 오염사건에서 피해자인 스웨덴은 영국과 서독에서 날아온 아황산가스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연구 결과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발표했다. 그 뒤 꾸준히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애초 혐의를 부인했던 영국과 서독의 협력을 이끌었고 산성비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외교도 결국 행동이다. 이번에 환경부가 중국과 대응 공조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비협조적인 중국의 태도에 이번 발표가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독하고 치밀하게 나서라.

2019-03-07 16:50:32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미피(未避)

어김없이 절기는 경칩(驚蟄·6일)이지만 정작 천지를 놀라게 한 것은 화사한 봄기운이 아니라 불청객 미세먼지다. 초미세먼지 공습으로 전국이 일주일째 가쁜 숨을 몰아쉬는 처지다. 올 들어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를 꼽으면 대구는 25일, 경북은 22일을 기록할 만큼 먼지 끼는 날이 일상이 됐다.한 주 전만해도 미세먼지 때문에 백두대간 너머 영동지방으로 피신한다고 해서 '피미'(避微)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런데 더 이상 피미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5일 제주까지 첫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상황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피미는 가짜 뉴스, '미피'(未避)가 팩트인 것이다.한반도를 뒤덮은 '먼지 돔'의 원인은 다양하다. 석탄화력발전에다 2천만 대가 넘는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와 난방, 산업체 배출가스 등이 진원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책이라곤 긴급재난 문자 발송이 고작이다. 근본 해결책 마련 없이 중국 탓하며 '중국 프레임'에 기대는 사이 일회성 이벤트에 수백억원의 예산(서울시 사례)을 쏟아붓는 일이 다반사다.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했다. 문제를 풀려면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무리한 탈원전과 값싼 석탄화력발전 확대, 경유 차량 급증 등 정책 역행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찾는 게 순서다.미세먼지 상황이 우리보다 훨씬 나은 일본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일단 중국과 멀리 떨어진 지형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크게 달라진 일본 국민의 환경 의식이 희비를 갈랐다. 전 세계적인 디젤 붐으로 경유차 비중이 조금 오르기도 했지만 가솔린·경차를 선호하는 일본 시장 구조는 우리와 판이하다. 2018년 기준 이륜차를 뺀 전체 자동차 보유 대수 약 7천800만 대 중 경유차 비중이 6%도 안 된다는 통계의 의미는 크다.반면 우리는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나 차량 2부제, 노후 경유차 운행 금지, 인공 강우 등 대증요법이 전부다. 구조 전환이라는 공식 없이는 미세먼지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말로는 '재난'이라면서 비와 바람만 쳐다보는 천수답 방식이라면 '365일 초미세먼지 나쁨'도 머지않았다.

2019-03-07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6일 "우리는 위기 앞에서 혁신성을 발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을 이어가는 국민성 있다"고 강조

○…문재인 대통령, 6일 "우리는 위기 앞에서 혁신성을 발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을 이어가는 국민성이 있다"고 강조. 세계인, 그 국민성 이끌 지도력도 갖추면 금상첨화!○…문희상 국회의장, 국회 행안위 위원들에게 "대통령·정부가 미세먼지 조치하는데 중심에 국회 있어야"며 주문. 국민, 모여 또 싸우지 말고 그냥 노는 게 돕는 일.○…사상 첫 한국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 달성 속 대구는 7대 도시 꼴찌. 대구인, 좋은 일은 남에게 양보하고 부끄러운 것은 우리가 차지하는 게 오랜 미덕이죠?

2019-03-07 06:30:00

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물류공항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한반도~중국~동남아~유럽까지 철도길이 열리게 된다는 기대감에 한때 전국이 신났다. 누구도 항공로가 있는데 철도까지 필요하겠냐고 초치지 않는다. 물류 통로는 많을수록 좋다는데 이견이 없다. 싼값으로 옮겨줄 철도도, 빨리 옮겨줄 항공도 모두 필요하다.그런데도 유독 지역공항 건설 문제에서는 여론이 인색하다. 작은 땅덩이에 뭐하러 여러 공항을 짓느냐는 말을 논리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정녕 물류에는 눈감고, 공항은 해외여행객만을 위한 시설이라고 믿는 것인가.2004년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충청권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한화·SK 등도 이 지역에 투자 의사를 밝혔다. 그 배경은 지난 2010년 청주국제공항에 처음 등장한 대형 화물기 덕분이다. 당시 대한항공이 인천~상해~청주~앵커리지~애틀랜타~시애틀~인천 노선을 주 3회 취항한 것이다. 청주공항이 정기화물 노선 시대를 열면서 청주, 천안, 이천 등 중부권에 집중된 반도체·태양광 등 기존 첨단제품 수출기업의 경쟁력 상승은 물론 대기업들의 새 투자처로 충청지역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대구국제공항도 동남아 몇 개국 노선이 확보된 것만으로도 흑자가 될 만큼 수요는 충분하다. 대구경북은 미주, 유럽 노선을 여는 꿈을 가지고 있다. 유럽 시장을 방문하려면 인천에서 1박을 해야 하고 귀국 후 또 종일을 달려야 집으로 돌아온다. 가격이 저렴한 경유 노선을 찾으면 편도 2회 경유가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1년에 한 번 해외여행하는 이들이야 불편함을 무릅쓰고 살아간다 해도 문제는 물류다.기업들에 '물류'는 핵심 니즈(Needs)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입지일수록 공항과 가까운 곳이 유리하다. 특히 이 보고서는 '반도체 등 첨단 제품들은 무게가 가볍고 충격에 약하며 단기 납기가 요구되는 특성상 항공 운송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첨단 공장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유리하다'는 결론까지 내렸다.지난달 지역 중견기업 CEO와 저녁 자리를 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지역에 제대로 된 물류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시장·도지사에게 입이 닳도록 건의했는데,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삼성·LG가 왜 구미를 떠났나. 지역에 물류공항이 없어서다"라고 했다. 지역 경제인들은 대부분 같은 생각이다. 장사를 잘하려면 중국·동남아는 물론 미주·유럽으로 화물기가 뜰 수 있는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대구경북이 함께 추진 중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주된 목적도 '물류경제공항'을 만들자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도 사석에서 만날 때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여객 수송만의 목적이 아니다. 지역 미래 먹을거리를 담보할 물류공항이라는 중요성이 더 크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물류통'이었던 이승호 경제부시장을 지난해 대구시가 스카우트한 이유 중의 하나도 물류공항의 중요성 때문이다.남북 경협의 최대 화두 역시 물류길 확보로 요약된다. 대구경북에 부산~포항~북한~러시아~유럽까지 통하는 '지상 물류길'도 필요하다. 하지만 '하늘 물류길'도 대구경북에는 절실하다. 지역의 발을 묶고 지방자치가 가능하겠는가.

2019-03-06 18:09:06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자결로 일제 치욕 씻은 임청각의 아들

매일신문 경북본사 인근에 안동 임청각이 자리한다.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운동가들의 몸부림이 태동한 곳이다. 임청각의 주인인 석주 이상룡(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선생은 99칸 보금자리를 팔아 중국에서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했다.임청각은 우리 국민에게 자랑스러운 곳이다. 임청각이 마련한 방명록을 보면 전국에서 꾸준히 많은 국민이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버스 대절한 관광객들이 들르는 코스가 됐으며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손을 잡고 애국 교육을 하는 가족을 만날 수도 있다.석주 선생 일가가 중심이 된 임청각 독립운동은 지금의 안동댐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처럼 거침없었다. 독립운동 서훈자 11명을 배출한 임청각의 독립운동은 석주 선생 일대기를 통해 널리 알려졌으며 임청각 여성들이 조명받기도 했다.조국 광복을 이끈 임청각 사람들에 대한 글과 자료를 보면서 어느 날부터 독립을 앞두고 자결한 석주의 아들 이준형 선생을 주목하게 됐다. 이준형 선생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이준형 선생의 삶을 추적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단했던 일상사를 엿볼 수 있다.석주 선생이 1911년 54세에 일가 50여 가구를 이끌고 서간도로 망명할 때 이준형은 36세였다. 사실상 이준형은 군자금 마련 등 석주의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하면서 가족 살림을 책임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쓴 '선부군유사'(이상룡의 일대기)는 생생한 독립운동사로 남아 있다.이준형은 1932년 석주 선생이 길림성 서란현에서 서거한 뒤 가족들과 함께 귀국했다. 하지만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임청각 종가를 보존하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일제의 감시에다 중앙선철도 건설로 종가 입구 30여 칸이 잘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된 이준형은 무너진 자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1942년 9월 이 선생은 지금 안동댐 수몰 지역이 된 월곡면 도곡리 범계정에서 동맥을 끊어 자결했다. 67세 생일날이었다."일제 치하에서 하루를 더 사는 것은 하루의 치욕을 더 보탤 뿐이다." 아들 이병화에게 가족 살림을 당부한 뒤 쓴 이준형 선생의 유서는 피가 묻은 채로 전해진다. 장렬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일제의 끈질긴 협박과 변절의 요구에 맞선 이준형 선생의 비분강개함이 묻어난다. 이런 아픔 덕분에 우리는 독립의 염원을 이뤘고 임청각은 일부 훼손됐지만 고성 이씨의 후손이 보존하고 있다.임청각이 원래대로 보존된다고 하니 석주 선생 일가의 독립운동은 더 빛을 발할 것이다. 고성 이씨 21대 종손인 이창수 씨는 "집안 어른들의 희생정신이 나라 사랑 정신으로 이어지면서 임청각이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만세운동이 재현되고 있는데 현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 특성상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이다.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독립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우리는 분단과 6·25전쟁을 겪었고, 오랜 북한의 위협에다 최근에는 좌우 이념 갈등으로 내홍에 빠져 있다. 임청각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눈앞 이익에 쫓겨 하루살이를 하는 게 아닌가. 이 시대의 대의가 무엇인가. 나라와 조상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

2019-03-06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소망적 사고

1941년 6월 22일 터진 독소전(獨蘇戰)에서 소련은 초반에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히틀러의 침공을 강력히 암시하는 정보가 넘쳐났음에도 스탈린이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스탈린의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낳은 오판이 자리 잡고 있다. 스탈린은 자본주의 국가는 최후의 승자가 나올 때까지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신봉해 히틀러가 영국을 격파하기 전까지는 소련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스탈린이 1939년 체결된 독소 무역협정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독일의 침공 직전까지 식량, 연료, 목재, 광물 등 전쟁 물자를 독일로 보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을 도와 영국과 끝까지 싸우도록 하고, 독일과 영국 모두 기진맥진해지면 힘들이지 않고 세계혁명을 완수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히틀러는 영국 침공이 좌절되자 총부리를 소련으로 돌렸다.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을 기획한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도 소망적 사고의 포로였다. 물론 야마모토는 일관되게 미국과 전쟁에 반대했다. 미국 유학과 주미 일본대사관의 해군 무관 근무 경험으로 미국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전(開戰)이 결정되자 신념을 버리고 전쟁 수행으로 방향을 튼다.그의 전쟁 구상은 철저히 자기본위적이었다. 진주만 기습으로 미 태평양 함대의 전투력을 일정 기간 마비시킨 다음 미국이 기력을 되찾기 전에 강화협상으로 전쟁을 종결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니 오판도 이런 오판이 없었다.이런 패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다시 본다. 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 협력사업을 속도감 있게 준비하라"고 했다. 지난달 '하노이 핵 담판'에서 재확인됐듯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전혀 없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고민하지 않고 또다시 남북 경협 타령만 한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이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은 근거 없는 소망적 사고임이 이미 판명났다. 이젠 이런 미몽(迷夢)에서 깰 때도 됐다.

2019-03-0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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