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문 대통령의 '쇼통'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對)국민 소통'으로 평가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fireside chat, 爐邊情談)은 1933년 3월 12일 라디오 전파를 탄 '은행 위기에 대하여'가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루스벨트는 민주당 소속 뉴욕주지사로 있던 1929년부터 그렇게 했다. 그 목적은 매우 정략적이었다. 주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도록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되면서 성격이 확 바뀌었다. 정적에 대한 정략적 공격의 수단에서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소통의 장이 된 것이다. 노변정담은 엄밀히 말해 대담이 아니라 연설이었다. 이것이 '벽난로 앞에서 가족이나 친구끼리 편안하게 이야기한다'는 뜻의 노변정담으로 불리게 된 것은 루스벨트의 참모 스티븐 얼리의 아이디어로 언론인 해리 버처가 두 번째 담화인 '유럽 전쟁에 대하여'의 보도자료에 그렇게 표현하면서부터다.루스벨트의 연설은 이런 명칭에 꼭 맞았다. 친구를 대하듯 정감 어린 말투로 주요 정책과 미국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실 상황을 유리하게 포장하거나 정책 실패나 불리한 문제에 대해 변명하거나 궤변을 늘어놓지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1942년 2월 23일 방송된 '전쟁의 경과에 대하여'는 좋은 예다. 연설에 앞서 루스벨트는 전 국민에게 세계지도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미국이 세계 어디에서 싸우고 있으며 현재 전황은 어떻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전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변정담의 청취율이 평시 18%, 전시 58%로 당시 인기 절정의 라디오 쇼보다 높았던 것은 이런 진정성 때문이었다.19일 방송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인내심을 시험할 좋은 기회였다. 채널을 돌리거나 TV를 끄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억누르게 한, 시쳇말로 '자뻑'의 '쇼통'이었기 때문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첫 단어만 들어도 무슨 말을 할지 알게 됐는데 똑같은 말로 국민을 다시 '고문'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에게 권한다. 진정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싶으면 노변정담의 원고라도 구해 읽어보라고 말이다. 어떤 것이 '소통'인지 알게 될 것이다.

2019-11-21 06:30:00

[관풍루] 대구 경북 생산·수출·고용 지표 모조리 나빠지고 청년 층 중심 인구 유출도 가속화.

○…대구 경북 생산·수출·고용 지표 모조리 나빠지고 청년 층 중심 인구 유출도 가속화. 이래도 '원하는 나라 만들 수 있다'는 대통령 말만 믿고 따르면 되는 거야.○…한·중·일 첫 공동조사 결과 한국 초미세먼지 중 국내영향이 51%, 중국에서 비롯한 것이 32%. 그렇다면 이제 자체 대책부터 세워놓고 중국 욕해야지.○…각본 없이 진행했다던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행사'서 질문했던 17명중 4명이 대통령과 구면이었다는 주장 나와. '팬 미팅'이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겐가.

2019-11-2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금호강 수달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남미 아마존에는 수많은 생물이 산다. 어떤 종류의 동식물이 얼마만큼 아마존에 서식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학계에서는 대략 200만 종의 생물이 아마존에 기대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생물종은 어림잡아 1천500만 종에 이를 것으로 학계는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록된 종은 약 170만 종에 불과하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확인한 생물보다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미지의 생물이 지구에 훨씬 더 많다는 소리다. 이로 볼 때 아마존은 생물다양성이 아주 높은 열대우림지역 이른바 '핫 스팟'(Hot Spot) 가운데 하나다. 중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 아마존 서부, 동남아 열대우림 지역이 대표적인 핫 스팟이다.그러나 아무리 많은 생물종이 지구에 존재하더라도 그 다양성이 빠르게 감소해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이 부지기수다. 20세기 들어 생물종의 멸종 속도가 이전과 비교해 50~100배 빨라졌다는 보고는 지구의 생물종이 처한 상황을 말해준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지구가 마주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꼽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수달'도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의 하나다. 수질오염 등 환경의 변화와 남획이 수달 개체수 감소의 주원인이다. 현재 대구 주변 하천에서 사는 수달은 모두 24마리다. 지난해 대구시가 조사했더니 신천 8마리, 금호강 7마리, 동화천 7마리, 팔거천 2마리로 확인됐다.특히 서식지 면적 대비 수달의 개체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눈에 띈다. 개체수가 적다는 말은 유전자 다양성 문제와 바로 연결된다. 이런 차에 작년 8월 전남 무안과 여수에서 구조된 암수 수달 두 마리가 그제 금호강 안심습지에 방사됐다는 소식이다.국립생태원과 대구시는 풍부한 먹이 자원과 양호한 서식 조건을 들어 안심습지를 수달 방사 최적지로 판단했다. 현재 11만㎡ 규모의 안심습지에는 수달과 삵, 백로, 황조롱이 등 동물 176종, 식물 198종이 산다. 대길이와 구순이, 새 수달 가족의 대구 이주는 금호강 생물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이곳 환경에 잘 적응하고 식구 수도 빨리 늘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11-20 06:30:00

[관풍루] 경영악화와 주가하락으로 소액주주 소송 걸린 한전, 나주 본사 떠나 서울에 별도의 법무팀 설치키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한국당내 중진 용퇴론 등 물갈이 요구에 "난 당을 살린 사람이다"며 "나를 끼우지 말라"고. 기껏 살렸다는 당이 이 모양이니 AS라도 하시려나.○…경영악화와 주가하락으로 소액주주 소송 걸린 한전, 나주 본사 떠나 서울에 별도의 법무팀 설치키로. 정권 눈치에 원전 팍팍 돌리지도 못하고 고민이 많겠소.○…38노스, "북 영변 핵시설 인근 도심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핵단지 근무인원도 늘었을 것"이라 진단. 그래도 핵과 ICBM 실험만 않으면 평화가 오는 거야?

2019-11-2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또 망가진 유시민

나치 치하의 독일 국민은 항상 불안에 떨었다. 감시의 눈을 번득이는 비밀경찰 게슈타포에 언제 체포·구금될지 몰랐다. 하지만 그 감시망의 구축은 게슈타포 정규 인력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나치즘을 전공한 미시시피 주립대학의 로버트 젤라틀리 교수에 따르면 1939년 게슈타포의 전체 인원은 독일 전체로 7천 명밖에 안 됐다.이 정도의 인원으로는 독일 국민 모두를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게슈타포는 엄청나게 잘 돌아갔다. 바로 일반 국민의 끊임없는 제보와 밀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치의 감시 체제를 떠받친 기둥은 일반 국민이었던 것이다.구 동독도 다르지 않았다. 동독의 보안기관 슈타지(Stasi·국가안전보위성)의 규모는 매머드급이었다. 동독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0년 10월 31일 현재 정규 요원은 9만1천 명이었다. 이는 국민 180명당 1명으로 세계 최대였다. 절대 규모에서 세계 최대 정보기관인 소련의 '카게베'(KGB·국가보안위원회)는 600명당 1명이었다.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일반 국민인 '비공식 요원'이었다. 동독 주민 10명당 1명이 이들이었으며, 가장 많을 때는 17만4천200명에 달했다. 그중에는 11살짜리도 있었다. 슈타지는 이들을 사회 곳곳에 심어 놓은 목적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훌륭한 비공식 요원이 있으면 우리는 풀이 자라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다 알아야 한다."('슈타지: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었나?' 통일연구원)'조국 사태' 와중에 제대로 망가졌다는 비아냥을 듣는 유시민 씨가 또 망가지는 소리를 했다. 16일 대구에서 한 강연에서 "조국 사태를 통해 우리는 언제든 구속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언제든 구속될 수 있으려면 우리 검찰이 게슈타포나 슈타지 정도 밀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금 검찰이 그런가?더 못 참겠는 것은 유 씨가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을 범죄자로 몬다는 점이다. 언제든 구속될 수 있으려면 그런 죄가 있어야 한다. 조국 일가는 죄를 지은 것은 물론 증거를 인멸하려 했기 때문에 구속됐다. 유 씨의 '우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는 구속을 걱정하지 않는다.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다.

2019-11-19 06:30:00

[관풍루] 문정부 출범후 빚내서 만든 복지성격 의무지출 급격히 늘며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더불어민주당 부·울·경의원들, 이낙연 국무총리 면담 요청해 조속한 김해신공항 재검증 요청. 아무리 선거가 급해졌다지만 그런 카드로 이길 수 있을런가.○…문정부 출범후 빚내서 만든 복지성격 의무지출 급격히 늘며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가정은 마이너스 통장 함부로 쓰면 망하는데 정부는 미뤄 조지면 그만(?).○…전 남편 시신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로 재판 넘겨진 고유정, 결심공판서 "검사님 무서워 진술 못하겠다"해 공판 미뤄져. 누구한테 배웠나, 진술거부권.

2019-11-19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막춤 유감

베트남 다낭 여행을 다녀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벤트 코스가 있다. 다낭에서 30㎞ 떨어진 호이안 투본강에서 경험한 이른바 '바구니배 타기'이다. 마른 야자나무 잎으로 만들었다는 둥근 모양의 바구니배가 2인승 관광 유람선으로 변한 것부터가 신기하다. 고즈넉하던 어촌 마을에 한국 관광객들이 밀려들면서 생긴 신풍속도라고 한다.바구니배에 오르기 위해 선착장에 들어서면 벌써 귀에 익은 노래가 진동하는 가운데 여기저기 한국 사람들로 득시글하다. 수상 투어는 야자나무들이 줄지어 선 좁은 물길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배가 넓은 강 한가운데에 이르면 실로 진풍경이 벌어진다. 고성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빠른 템포의 대중가요 리듬을 따라 베트남 뱃사공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곳곳에서 관광객이 합세한 춤판이 벌어지고 1달러짜리 팁이 난무한다. 수상 노래방이 따로 없다. 처음에는 그 분위기가 못마땅했다. '뽕짝' 음악에 '막춤'이라는 품격 없는 광경과 팁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그랬지만, 서양인들의 눈에는 이 광경이 어떻게 비칠지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호이안의 대다수 뱃사공들이 라이따이한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어쩐지 노래 실력은 물론이고 막춤 솜씨마저 그리 낯설지 않다 싶었다. 호이안은 베트남전쟁 당시 우리 청룡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적군의 아들딸로 태어난 숱한 서러움과 모진 박대를 견뎌내고 라이따이한은 그렇게 아버지 나라 관광객의 발길을 모아 온 마을을 명물 관광코스로 바꿔 놓은 것이다. 베트남 고유의 풍광을 한국인 특유의 이벤트로 승화시켰다고 할까. 물론 베트남 정부의 배려와 우리 관광업계의 상술도 작용했을 것이다.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우리 한국 문화의 미래는 막걸리, 막사발, 막춤 등 토박이 문화에 달렸다는 파격적인 담론을 제시한 적이 있다. 우리 문화의 동력과 지정학적 여건에 관한 분석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대륙 문화의 영향권에 속해 있던 한반도는 100년 전부터 해양 문화를 통해 근대화를 추구하고 글로벌화에 성공하면서 오늘의 한류(韓流)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그래서 앞으로의 100년은 대륙 문화도 해양 문화도 아닌 우리의 '막 문화'가 견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창조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 해답이 바로 '막 문화'에 있다는 것이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상반된 요구를 다 거절할 수 없는 모순적 현실을 토박이 문화로 융합해서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이 전 장관은 이것을 한자로 쓰면 잡(雜)이 되지만 우리말로 부르면 '막'이라고 했다. 하긴 조선의 막사발이 일본의 국보가 되었고, 한국의 막춤이 오늘날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지 않은가. 싸이의 말춤과 BTS의 몸짓은 노래방과 관광버스에서 벌어지던 그 막춤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근사하게 평가하면 중국의 대륙 문화에서도 서양의 해양 문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우리만의 독창성인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이도 저도 아닌 한국의 막장 정치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의 우리 정치판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막춤에도 일정한 규칙과 가락이 있는 법인데, 이런 막장 놀음은 처음이다. 안면몰수의 천둥벌거숭이 짓을 거듭하면서도 부끄러움조차 없다.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오히려 고개를 쳐들고 대중을 가르치려 한다.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적 피로와 시름을 달래주는 막걸리 한 사발과 같은 순박한 정치가 그립다.

2019-11-18 19:41:14

[관풍루] CNN "트럼프 난데없이 한국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 제시, 일본에도 80억 달러 요구" 보도

○…CNN "트럼프 난데없이 한국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 제시하고 일본에도 80억달러 요구" 보도. 찔러 보고 걸리면 횡재수, 못 되어도 손해 볼 건 없다는 거래의 기술?○…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미소(微小) 지진 때 물 주입 중단했으면 대형 지진 날 확률 1~3%에 그쳤다" 지적. 잦은 방귀 무시하다 큰 낭패 부른 꼴.○…전국 153개 4년제 사립대 총장 협의회 "12년째 동결된 대학 등록금 내년에 인상하겠다" 선언. 취업률 절벽인데 등록금만 오르면 절로 나는 건 본전 생각.

2019-11-18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曺國) 탓에 위험해진 조국(祖國)

1950년 1월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애치슨라인'을 발표했다.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적화(赤化)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을 알류샨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애치슨라인 밖으로 밀려났고, 2주 후 스탈린은 북한 김일성에게 남한을 침범해도 좋다는 신호를 줬다. 애치슨라인이 6·25전쟁 도화선이 됐다.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이 23일 0시 정식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국방장관에게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과 군사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조건으로 내건 수출 규제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최종 방침을 정해 미국에 통보했다. 역사·경제 문제로 촉발한 한·일 갈등이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비화했다.날로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지소미아는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의 상징이다. 지소미아 종료를 한·일 문제만이 아닌 한·미 간 문제로 봐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으로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지소미아 종료 원인 제공자는 수출 규제를 한 일본이다. 그러나 종료 카드를 꺼낸 것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다. 지난 8월 조국 사태가 터지자 반일(反日) 카드로 여론을 돌리려고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는 의심을 샀다. 그때엔 나라의 운명을 한 장관 후보자와 맞바꿀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조국을 건지려고 무슨 일도 감행하는 정권의 행태에 조국 구하기 카드라는 합리적 의심을 굳히게 됐다. 조국(曺國) 탓에 조국(祖國)이 위험해지는 기가 막힌 상황이 현실로 닥쳐온 셈이다.미국 요구를 무시하고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미국에서 어떤 후폭풍이 몰려올지 걱정이다. 한국이 미국의 방위선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신(新)애치슨 선언'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69년 전엔 미국이 한국을 애치슨라인 밖으로 내몰아 6·25가 일어났는데 이번엔 우리 스스로 미국 방위선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다. 조국 사태가 이 나라의 안보까지 뒤흔들고 있다.

2019-11-18 06:30:00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매일칼럼] 앙천대소(仰天大笑)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내년 총선에서 서울 강북 험지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자신은 서울 동대문에서 내리 3선을 하고 민주당에 빼앗겼던 경남지사직을 되찾았는데, 황 대표나 김 전 위원장은 당을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핀잔과 함께.또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서는 지역 초·재선을 향해 가소롭다는 듯이 꾸짖었다. (지역 초·재선들은) 따뜻한 고향에 앉아 매년 출마하면서 선배들 보고 험지 가라고 하는 것을 보니 영화 친구의 '니가 가라 하와이'가 생각난다고 꼬집었다.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해 온 자신만이 따뜻한 지역에 그저 내려앉을 자격이 있고, 황 대표와 김 전 위원장, 초·재선들은 지역에 안주하지 말고 험지로 가라고 쏘아붙인 셈이다.앙천대소(仰天大笑)할 일이다.한국당에 헌신하고 대권에 관심 있는 자신은 그만큼 고생한 큰 인물이기 때문에 정치적 연관성이 크게 없는 지역이라도 당선되기 쉬운 곳에 낙하산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보수 진영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모두 '따뜻한' 지역을 찾아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대구경북의 현안이나 지역 발전에 대해서는 관심도, 언급도 없던 이들이 너도나도 어릴 적 추억이나 어쭙잖은 명분을 내세워 지역에 고개를 들이밀고 있으니 웃어야 할지, 반겨야 할지 모를 일이다.황 대표는 '보수 재건'을, 홍 전 대표는 '서문시장 추억'을, 김 전 위원장은 '제 역할 하는 영남 지도자'를 내걸고 대구를 비롯한 따뜻한 지역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특히 홍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사실상 대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서도 대구의 미래나 발전 방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다.보수 정당 인사들의 지역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서는 지역 발전에 대한 청사진이나 노력보다 한국당 공천이 최우선이고, 이를 위해서는 당에 대한 충성도나 기여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이런 측면에서 지역 문제에 하나하나 천착하고 있는 김부겸·홍의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유승민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등에 눈길이 쏠린다.김 의원은 대구 도심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제2작전사령부의 이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 또 홍 의원과 함께 경부선 철도 대구 도심 구간 지하화를 위해 예산 확보 등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 두 가지 현안은 당장 실현이 어렵다 하더라도 대구시와 정치권이 대구 발전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장기 과제이기도 하다.K2 군 공항 소음 문제 해결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유 의원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K2 이전의 발판을 마련,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역 발전에 힘써온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보수 정당 지도자급 인사들이 '험지 출마'를 두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이 여야의 촉망받는 젊은 두 정치인(임종석, 김세연)은 17일 정계 은퇴와 불출마를 선언, 지도자급 인사들을 멋쩍게 했다. 황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홍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를 공언할 때 그나마 보수 지도자 대접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 지도자들이 자당(自黨)을 위해 얼마만큼 헌신했느냐가 아니라 지역과 시도민을 위해 얼마만큼 헌신했고, 앞으로 할 것이냐를 유심히 살펴야 지역민들이 '제 눈을 찌르는' 우를 범하지 않을 테다.

2019-11-17 18:09:14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페스트

14세기 중반, 유럽 전역에 이상한 역병이 돌자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134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시작돼 1351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이 역병이 온 유럽을 휩쓰는 동안 2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유럽인은 이를 '신이 내린 형벌'로 인식해 기도와 금식으로 이겨내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인류 역사상 최악의 돌림병인 이 '흑사병'은 '옐시니아 페스티스'라는 균에 의해 발병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쥐와 쥐벼룩을 숙주로 한 페스트균에 감염돼 3~6일의 잠복기가 지나면 가슴 등의 통증과 기침, 각혈, 호흡곤란, 고열에 시달리다가 사망한다. 내출혈 때문에 피부에 검은 반점이 생겨 '흑사병'(黑死病)이라 불렸다.중세 유럽의 페스트는 몽골의 서방 원정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당시 많은 사람과 중앙아시아·중국 등에 서식하던 쥐들이 유럽으로 이동하면서 페스트를 확산시켰다는 가설이다. 페스트 때문에 당시 유럽 인구의 20%, 많게는 3분의 1이 줄었다. 유럽이 페스트 이전 인구를 다시 회복하는 데는 300년이 걸렸다는 통계도 있다.당시 페스트가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사람과 물자가 들어오면 따로 격리했다. 처음에는 30일간 격리하다가 40일(quarantenaria)로 늘렸는데 영어의 '검역'(quarantine)의 기원이다. 목욕을 하면 모공으로 균이 침투한다는 인식이 퍼져 목욕을 멀리하는가 하면 '신의 분노'를 가라앉힌다며 유대인을 희생양 삼아 처형하기도 했다.며칠 전 중국 베이징에서 페스트 환자 2명이 확인돼 격리 치료 중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환자들은 네이멍구 자치구 거주자다. 현재 북미나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콩고 등도 페스트 발생 지역으로 보고돼 있다.질병관리본부는 그제 "페스트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작고 항생제 비축 등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감염되어도 2일 이내에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가 가능하고 국내에서 발병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스트는 작은 포유동물과 접촉해도 전파되기 쉬워 감염지역 여행 시 특히 조심해야 한다.

2019-11-15 19:37:36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문 정권의 거짓말

카를하인츠 쿠라스. 1967년 6월 2일 서베를린의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팔레비 이란 국왕의 서독 방문을 항의하는 대학생 시위대의 일원인 베노 오네조르크(당시 26세)를 권총으로 사살한 서독 경찰관이다. 이 사건으로 학생 시위는 극좌화되면서 서독 전역이 혼란에 빠져들었다. 쿠라스는 동독의 독일사회주의통합당의 비밀 당원이자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의 첩자였다.'콘크레트'(konkret)는 소프트 포르노와 좌파 정치를 결합해 1960년대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서독의 잡지이다. 발행인인 클라우스 라이너 뢸의 부인이 극좌 폭력단체인 적군파(赤軍派) 단원 울리케 마인호프이다. 콘크레트는 1965년에서 1968년 사이 동독에서 200만 도이치마르크라는 거금을 지원받았다. 편집 방향에 대한 동독의 조종·통제와 함께.이는 냉전 시대 동독에 침투당한 서독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례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1990년 독일 통일 때까지 서독에서 암약한 동독 스파이는 무려 3만여 명으로 서독 사회의 전 영역에 침투해 있었다. 이런 사실은 통일 후 슈타지의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당시에는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쿠라스가 슈타지의 첩자였다는 것도 2009년에야 드러났다.그러나 바로 공개된 것도 있었다. 1974년의 '귄터 기욤 사건'이다. 기욤은 1956년 난민으로 위장해 동독에서 서독으로 잠입한 골수 공산주의자로, 빌리 브란트 총리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이용해 브란트의 비서가 된 후 서독의 비밀 정보를 빼내 동독으로 보냈다. 이런 '활약'은 서독 방첩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의 1년에 걸친 수사로 발각됐고, 브란트 총리는 사임해야 했다.문재인 정권이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남쪽으로 넘어온 후 정부 합동조사에서 귀순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도 통일부 장관은 이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는 만약 문재인 정권 내에서 '귄터 기욤 사건'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 문 정권은 어떻게 했을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북한 선원 북송에서 드러난 문 정권의 비밀주의와 거짓말은 이렇게 추론케 한다. '덮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2019-11-15 06:30:00

[관풍루] 한파 속 2020학년도 수능시험, 대구경북에서 약 5만명이 출석한 가운데 무사히 종료.

○…정부 무관심에 내년 독도 예산 고작 87억원만 반영돼 이름대로 외로운 독도. 미국서 난리 난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기생충 징글'이라도 따라불러야 하나….○…한파 속 2020학년도 수능시험, 대구경북에서 약 5만명이 출석한 가운데 무사히 종료. 결과 나올 때까지 수험생들 잠시 머리 식히고, 학부모들도 가슴 한번 쭉 펴시길.○…조국 전 법무장관,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돼 조사받았지만 진술거부권 행사. 후보자 기자회견과 청문회 때 다 해명했으니 '녹화' 보면 된다는 그런 말씀.

2019-11-15 06:30:00

[관풍루] 한국당 재선의원들 패스트트랙 국회 통과시 의원직 총사퇴 당론 채택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한국당 재선의원들 패스트트랙 국회 통과시 의원직 총사퇴 당론 채택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그렇게 한다고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있을 것이냐가 문제.○…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 대사, '화염과 분노'등 트럼프 초기 도발적 대북발언은 '최대의 압박' 위한 의도된 것이었다고. 북한이야기만 나오면 설설 기는 누가 좀 배워야.○…태영호 전 북한 공사, 지난달 평양 남북월드컵 예선서 "한국이 이겼으면 손흥민의 다리가 부러졌을 가능성도 있다" 분석. KBS에서 녹화중계도 안한 이유가 그 때문(?).

2019-11-14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文정권이 잘한 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맞춰 정부가 '문재인 정부 2년 반, 이렇게 달라졌습니다'라는 정책 홍보 자료를 발표했다. 새로운 남북 관계의 토대 마련, 인구 5천만·국민소득 3만달러를 뜻하는 '3050클럽' 가입, 주변 4국과 당당한 협력 외교 추진, 고용 상황 개선 등을 자랑거리라며 늘어놨다. 성찰·반성은 없이 허무맹랑한 포장·자랑에 낯이 화끈거릴 정도다. 정부는 물론 문 대통령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자화자찬을 보며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란 말이 떠올랐다.2년 반 전 취임사 약속 중 문 대통령이 확실하게 지킨 것이 하나 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국민에게 안겨준 것이다. 정치, 경제, 외교·안보, 대북 문제, 교육, 국민 통합 등 국정 모든 분야에서 실패와 부작용이 산처럼 쌓였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살게 됐고,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을 향해 "이건 나라냐"고 따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모든 일에는 빛과 그늘이 있듯이 찾아봤더니 역설적이게도 2년 반 동안 문 정권이 잘한 것도 없지 않다. 우선 '조국 사태'를 계기로 좌파의 민낯을 국민에게 각인시켜 줬다.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자기편이면 쌍지팡이를 들고 옹호하는 후안무치, 입에 달고 다니던 평등·공정·정의를 시궁창에 던져 버리는 좌파의 실체를 국민이 잘 알게 됐다.대통령 탄핵으로 지리멸렬해진 우파를 다시 깨어나게 하고 결집하게 한 것도 문 정권의 공적(功績) 중 하나다. 나라를 잘 이끌었다면 누구 말처럼 우파는 궤멸했을 것이다. 그러나 멀쩡한 나라를 망가뜨리고 부순 탓에 우파가 다시 설 기회를 잡았다. 좌파의 전유물이던 '광화문 집회'를 우파가 이뤄내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문 정권 덕분이다.나라를 맡기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국민 대다수가 뼈저리게 간직하게 된 것도 문 정권이 이바지한 바다. 탈원전이 전기요금 인상 청구서로 돌아오게 된 것처럼 사탕발림 약속에 현혹돼 표를 줬다가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무엇보다 세대와 계층, 지역을 망라해 이 나라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걱정하는 '우국(憂國) 국민'을 기하급수로 늘어나게 한 것을 문 정권의 최대 공적으로 꼽고 싶다.

2019-11-14 06:30:00

최병고 디지털뉴스부장

[데스크칼럼] 수험생 모두 수고했어요

92학번인 기자는 1991년 12월에 대학 입시를 치렀다. '학력고사' 시절이었다. 4지선다형 지식암기형 문제가 너무 많다는 비판에 밀려 학력고사 대신 수능이 처음 치러진 건 2년 후인 1993년.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이자, 수능 1세대인 응사 학번이 그렇게 탄생했다.말하자면 기자는 학력고사 끝물 세대다. 당시는 '선지원 후시험' 방식이었다. 먼저 원하는 대학에 입학원서를 쓰고, 이후 시험 점수에 따라 당락이 갈렸다. 전국 100만 명 수험생을 일렬로 줄을 세웠다. 1년에 한 번, 오직 학력고사 성적만 반영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같은 복수 지원도 없었다. 지원한 대학에 떨어지면 '묻고 더블'(재수)로 가는 수밖에. 아니면 후기 대학이나 전문대를 가야 했다. 눈치 경쟁도 극심했다. 대입 원서 마감 날, TV에선 선거 개표 방송처럼 전국 각 대학 학과 경쟁률을 자막으로 밤늦도록 내보내곤 했다.91년 그 겨울, 학력고사 시험장은 경북대의 어느 단과대학이었다. 이른 아침의 대학 교정은 낯설고 안개로 자욱했다. 키 큰 가로수 길을 주눅 든 채로 한참 걸었다. 그날 시험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교문을 나서며 후련했던 느낌만이 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소를 몰라 도청교 근방을 헤매다 캄캄해서야 집에 도착했다. 무슨 일이라도 났나 싶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부모님은 시험을 어떻게 쳤는지에 대해선 묻지도 않으셨다.오늘은 2020학년도 수능일이다. '합격 기원' '수능 대박' 응원으로 시험장 교문 앞마다 떠들썩할 테다. 이제 겨우 중학생 아이를 둔 기자도 마음이 콩닥콩닥한다.올해 수능 응시생은 54만8천여 명으로 전년보다 4만6천여 명이 줄었다. 재수생을 뺀 재학생은 39만4천여 명으로 수능 사상 처음으로 4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졸업생 응시생은 14만2천여 명으로 전년보다 6천700여 명이 늘었다. 지난해 불수능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재도전에 많이 나선 것 같다고 한다. 그렇든 말든 고3도, N수생도 오롯이 자신에만 집중하길 바랄 뿐이다.오늘 저녁 아이들은 집에 돌아와서도 쉬지 못할 것이다.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자신의 예상 등급을 맞춰 봐야 하기 때문이다. 논술과 면접 응시 여부를 따지면서 수시 일정을 맞추고 대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입시 업체들은 '진짜 입시는 이제부터'라며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학원 앞에 아이를 내려줄 때마다, 무거워 축 처진 가방을 멘 또래 아이들을 본다.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짐을 이고 줄지어 가는 개미 군단 같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엄마 찬스, 아빠 찬스로 불신받고, 그래서 입시 정책이 또 요동쳐도 아이들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수능일 아침 배웅하는 학부모와 수험생의 마음이 어떨지, 기자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인생의 큰 통과의례 앞에 선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힘내라고, 그리고 수고했다고 등을 토닥여 주고 싶다.'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점수보다는 아이의 수고를 먼저 인정해 주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는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성적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존감이 낮은 부모일수록 자녀들이 매사에 완벽해지기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는 완벽을 요구하거나 강요하기보다는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윤일현 '밥상과 책상 사이' 중)

2019-11-13 19:02:01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선상 반란

작가 박종윤의 중편 '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는 선상 폭동을 다룬 해양소설이다. 물질주의에 매몰된 현대사회의 단면과 인간의 이기심이 부추기는 적나라한 현실을 선상을 배경으로 생동감 있게 그렸다. 1789년 남태평양에서 일어난 '바운티호 선상 반란'은 세계 해양사상 유명한 사건이다. 반란을 일으킨 동기의 특이성과 드라마틱한 과정 그리고 최후의 비극성 때문에 문학 작품과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선장의 독선적인 항해 방침과 지상낙원 같은 타히티 섬에 안주하고 싶은 선원들의 불만, 망망대해에 구명 보트로 내쫓긴 선장 일행의 40여일만의 구사일생, 반란자 추적 색출과 난파, 남은자들의 도피와 수난 행각이 마치 소설 속의 이야기 같기 때문이다. 항해 중 선상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부딪히는 극도의 부조리한 상황에서 인간의 선택 또한 극단적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우리에게 최악의 선상 반란은 '페스카마호' 사건일 것이다. 1996년 여름 남태평양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 있던 원양어선 페스카마호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선족 선원 6명이 열악한 작업 조건과 강제 하선에 반발해 한국인 7명을 포함한 선원 11명을 무참히 살해한 것이었다. 흉기로 찔러 바다에 버렸는가 하면 냉동창고에 가둬버리기도 했다.반란자들은 배를 탈취해 일본으로 밀입국하려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에게 제압되면서 국내로 끌려와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페스카마-고기잡이배'라는 이름의 연극으로도 제작돼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최근 동해상의 북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선장과 동료 선원 16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남쪽으로 쫓기던 북한 선원 2명이 우리 해군에 붙잡혔다는 것이다.그런데 그 오징어잡이배에서 정녕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 정부 당국의 조사를 받자마자 북한 선원들은 왜 또 그렇게 전격적으로 북으로 추방되었는지, 국민들은 궁금할 따름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와관련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변호를 맡았던 페스카마호 사건 범인들에 대한 입장과 너무도 상반된다는 것이다. 그저 쉬쉬하기만 하니 모든게 의문투성이다.

2019-11-13 06:30:00

[관풍루] 문 정부 출범후 대구 경북 고용률, 일자리 질, 생산성 갈수록 악화하는등 경기 둔화 뚜렷.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대구에 와 각각 '기자간담회'와 '북 콘서트' 열어. 기존 TK 다선 의원도 험지로 가라는 판에 새로 안방 찾아들려는 뜻은.○…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구경북 고용률, 일자리 질, 생산성 갈수록 악화하는 등 경기 둔화 뚜렷. 그래도 고용상황 개선됐고, 일자리 질도 높아졌다는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경북도공무원노조가 강력히 반발했던 경북도의원 정책보좌관제, 결국 20명에서 12명으로 축소하는 선에서 신설키로. 시작이 어렵지 늘리는 것이야 식은 죽 먹기일 터.

2019-11-13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수능 샤프

프로야구 선발 투수에게 등판을 앞둔 하루 이틀은 매우 예민해지는 시기다. 평소의 루틴대로 경기를 준비하는데 동료가 말을 거는 것도 조심스러울 만큼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경 쓰는 선수가 많다.류현진 선수도 등판이 다가올수록 말수가 점점 더 적어지고 주변에서 일으키는 작은 소음에도 신경 쓸 정도로 예민해진다고 한다. 얼마 전 시즌 도중에 동료 클레이튼 커쇼가 류현진의 등판 날 로커룸에서 의자 끄는 소리를 냈다가 바짝 긴장했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다행히 류현진이 승리해 커쇼도 한시름을 덜었다고 한다.14일 수능 시험장에서 배부될 샤프 펜슬 교체에 대한 소문으로 일부 수험생들이 술렁댄 것도 같은 경우다. '수능 당일 어떤 샤프를 쓰느냐'는 수험생에게는 민감한 문제여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당국은 부정행위 가능성을 염려해 샤프 제조사나 종류에 대해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수능 수험생에게 소위 '수능 샤프'가 처음 배부된 것은 2006년 수능이다. 2005학년도 수능 때 발생한 '수능폰' 사건의 여파다. 휴대폰을 가지고 시험장에 들어간 광주의 일부 수험생들이 외부에서 정답을 중계하다 적발된 사건으로 314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되고, 일부는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이후 수능 시험장 반입 금지 품목에 모든 전자기기와 개인 필기구가 포함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CI 디자인이 박힌 샤프만 쓰도록 했다.수능 샤프는 2011학년도 수능만 빼고 13년간 한 업체가 납품해왔다. 자연히 수험생들은 모의고사 등에서 동일한 샤프를 미리 사용해보고 손에 잡히는 감각이나 소리 등에 익숙해지게 된다. 수능만 되면 갑작스레 추워지는 '수능 추위'와 마찬가지로 필기구 하나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평가원의 입장대로 수능 샤프 공개에 따른 부정행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소한 부분도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수긍하는 자세다. 아무리 큰 시험이라 하더라도 환경 변화를 이겨내는 것 또한 시험의 한 부분이다. 모두 최선을 다한 수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11-12 06:30:00

[관풍루] 대구 산업단지의 노동자 1인당 평균 생산액 2억3천여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47% 머물며 꼴찌 기록.

○…정부가 흉악범으로 규정한 탈북인 2명의 비밀'강제 북송 두고 인도주의 위배라는 비난 여론 비등. 국민 눈 가리고 귀 막으며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낸 진정한 이유가 뭐요.○…지역 3선 이상 현역의원 물갈이론 비등한 가운데 전략공천 지역과 폭 두고 설왕설래. 경선하자니 신인이 이기기 어렵고, 전략공천하자니 특혜 시비가 두렵고.○…대구 산업단지의 노동자 1인당 평균 생산액 2억3천여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47% 머물며 꼴찌 기록. 대구 1인당 GRDP가 만년 꼴찌인 이유가 거기 있었군.

2019-11-12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대통령이 앞장서 사슴을 말이라고 하니

참으로 못 볼 꼬라지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 발사대(TEL)로 쏠 수 있는가를 두고 문재인 정권 안보라인이 보여준 '봉숭아 학당' 수준의 입씨름 말이다. 문 정권이 연출하는 못 볼 꼬라지가 한둘이랴만 이는 특히 심했다.1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은 그런 능력이 없다고 했다. 곧바로 서훈 국정원장은 그 반대로 말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뱅뱅 돌았다. 북한이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 분간이 안되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입이라도 맞추지 이게 무슨 민망한 '시추에이션'인가.더 못 볼 꼬라지는 청와대의 '종합'이다. 정 실장의 말과 서 원장의 말은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대척(對蹠)이다. 둘 중 한 사람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다. 변증법 용어를 빌리면 정 실장의 말은 정(正), 서 원장의 말은 반(反), 아니면 반대로 서 원장의 말은 정, 정 실장의 말은 반이다. 청와대는 이를 '해석상의 차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청와대, 국방부, 국정원은 같은 분석을 하고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는 합(合)을 만들어냈다.뱉어낸다고 다 말이 아니다. 북한이 ICBM을 TEL로 발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해석'이 아니라 '팩트'의 문제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거다. '해석상의 차이'라는 '해석의 요술'을 아무리 부린들 있는 게 없는 게 되고 없는 게 있는 게 되지 않는다.그 '같은 입장'이란 것도 같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북한은 TEL로 ICBM을 쏠 수 없다'로, 정 실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솥밥을 먹는 청와대 식구라서 그랬나? 서 원장만 딱하게 됐다.그 논리 전개는 이렇다. 'ICBM을 운반하고 세우고 발사까지 해야 이동식 발사인데 북한은 2017년 ICBM인 화성-14, 15형을 TEL로 운반만 하고 바로 세워 쏘지 않았으니 TEL 발사가 아니다. 증명 끝.' '형식논리'의 극치다. TEL로 옮겨 내려서 쏘든 TEL에서 바로 쏘든 모두 이동식 발사다. 미사일을 신속하게 이동해 언제 어디서든 기습발사할 능력을 지녔느냐가 본질이자 핵심이기 때문이다.청와대의 '합'이 나오자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이란 인사가 희대의 코미디-이를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면-를 연출했다. 그는 8월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 ICBM은 현재 TEL로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된 상태"라고 했으나 6일 정보본부 국감에서는 반대로 말했다. 북한의 '능력'이 몇 달 만에 연기처럼 사라진 건가, 아니면 8월에는 심각한 오판을 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똥별'의 생존 본능 발동인가.이런 못 볼 꼬라지의 연원은 알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해 9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약속대로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이 폐기되면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문재인판 지록위마(指鹿爲馬)이다. 동창리 실험장은 말 그대로 실험장이지 발사대가 아니다. 북한이 ICBM을 동창리 실험장에서 쏜 적은 없다. 그러나 정 실장, 청와대, 국방정보본부장은 문의 '어록'을 그대로 따랐다. 진실과 양심과 상식에 대한 모독이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정 실장의 발언을 "입이 떡 벌어지는 거짓말" "완벽한 헛소리"라고 한다.문 대통령의 지록위마는 전방위적이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대북 정책, 검찰 개혁 등이 모두 그렇다. 아닌 것을 맞다고 하고 맞는 것을 아니라고 한다. 이에 그 수하(手下)들은 '지당하십니다'라고 '떼창'을 한다. 그 풍경이 참으로 그로테스크하다. 망해가던 진(秦)의 꼬라지가 이랬다.

2019-11-1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대구 사과 120년

"네 녀석 고향이 어디지?" "경북 대구입니다." "대구란 게 어느 구석에 있냐 말야!" "부산에서 열차로 서너 시간가량 달리면 대구인데, 사과 생산지로 유명합니다."대구 동촌면 입석동의 독립운동가 이갑상이 일본군 징병 제1기생으로 만삭의 아내와 헤어져 북지(北支·중국 만주)로 끌려가며 50명이 짐짝처럼 탄 4등 군용열차에서 일본인 하사관의 물음에 대답했다. 대륜중학교에 다니던 20세 외아들로 1944년 9월 20일 대구역을 떠나 용산역에 내려 '황군'(皇軍)이 되어 다시 열차로 사지(死地)로 가던 중이었다.그는 세 차례 실패 뒤 1945년 2월 1일 탈출하나 3월 30일 잡혀 4월 28일 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을 받아 서대문형무소 옥살이 중 광복으로 풀려났고, 1975년 회고록 '백의(白衣)의 향가(鄕歌)'에 대구 사과 사연을 남겼다. 이처럼 옛 대구는 사과로 통했는데 대구의 서양 사과 역사는 1899년 외국인 선교사가 남산동 동산병원 사택에 심은 때부터다. 우리 능금(林檎) 역사는 더 오래지만.사과 재배에 적합한 대구는 좋은 돈벌이 터였음은 일본인 기록이 증명한다. 미와 조테츠는 1910년 '조선대구일반'이란 책에서 "대구에 와서(1903년 9월)…땅을 사자마자 곧바로 사과나무 5그루를 심었다. 나와 같은 해 혹은 그 이듬해부터 사과를 심는 일본인이 늘어나 지금은 대구의 대표적 산물이 됐다"고 했다. 가와이 아사오는 특히 1930년 '대구물어'에서 1904년부터 상업적 사과 재배에 나선 일본인 소개 뒤 일본인이 "대구 사과의 성가(聲價)를 올리는데 앞장섰음은 저명한 사실"이라 자찬했다. 1943년 대구부는 '대구부사'에서 "대구의 과수 재배는…능금의 산출액이 가장 많고, 대구 능금은 한국 내는 물론 일본 및 중국 쪽의 시장까지 진출했다"고 밝혔다.대구 사과가 이랬으니 이갑상 대답은 그럴 만하다. 이런 대구 사과의 명성과 역사를 기리기 위해 지난 2일 대구 평광초등학교에서 '대구 사과 120주년 기념 역사 문화행사'가 열렸다. 행사를 연 최주원 광복소나무사랑모임 회장은 "대구에 '사과 역사문화체험관'을 만들기 위해 건립 추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고 밝혀 관심이다. 옛날과 다르지만 대구 사과 명성을 이어가려는 평광동 사람의 활동이 부디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9-11-11 06:30:00

[관풍루] 대구지법, 수성구청 투자 손실 10억원 사비로 갚은 전 대구은행장 3명 등 유죄 판결.

○…문희상 국회의장, 한국전 참전 미국 용사에 "여러분 희생이 없었다면 한국 오늘의 번영이 없었다"고 감사. 순국선열, 옛날 미·일 밀약 없었으면 한국전과 분단도 없었을지도.○…여야 정치권, 내년 4·15 총선 5개월 앞에도 선거구 획정 작업은 시작도 못해 제자리걸음. 국민, 늦을수록 현역 의원이 신인보다 유리하니 북한처럼 벼랑 끝 작전이겠지.○…대구지법, 수성구청 투자 손실 10억원 사비로 갚은 전 대구은행장 3명 등 유죄 판결. 개미들, 소액 투자자 줬으면 '의인'(義人)도 됐을 텐데 '큰손'만 챙긴 자업자득일세.

2019-11-11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지방 분권 한다더니 수도권 세상을 만들었다

수도권에 사는 인구가 비수도권에 사는 인구수를 추월했다. '수도권 세상'이 활짝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는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국민의 50% 이상이 산다. 수도권 인구는 매월 9천500명씩 불어나고 비수도권 인구는 3천500명씩 줄어든다. 지난해 대구에서 1만 명이, 경북은 더 많은 1만1천 명이 수도권으로 갔다.인구가 늘면 소리도 커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수도권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지방의 목소리는 작아진다. 지역균형발전은 더 멀어졌다. 2013년 75곳이던 30년 내 소멸 위험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89곳으로 늘었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꿰뚫고 있다. 재빨리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18년 2월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했던 말이다.문제는 실천이다. 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에 공을 들였고 또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앙집권을 우리나라 지역불균형발전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이 노 정부였다. 그 결과 세종 행정수도가 나왔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53개를 비수도권 11개 지역에 이전하는 가시적 성과도 냈다. 노 정부를 거치며 수도권에 몰리던 인구가 2011년과 2013~2016년 지방으로 순이동하는 일이 벌어졌다.문재인 정부가 9일 반환점을 돌았다. 노 정부를 계승해 그보다 더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선언했으니 기대가 컸던 정부다. 하지만 문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은 노 정부와 달리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달콤한 약속에 걸었던 지방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물론 문 정부가 그동안 고사 위기에 몰린 지방을 살리기 위한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한다며 취임 초 지방분권 개헌안을 제시한 적도 있다. 자치분권의 근간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정부의 571개 사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는 지방이양 일괄법 개정안,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경찰법 개정안 등 소위 '자치분권 3법'을 국회에 올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법안만 올리고선 야당 탓만 할 뿐 통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20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이 30%가 안 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중앙집권은 더 강화됐고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심해졌다. 지방재정은 중앙정부에 더 예속됐다. 선심성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재정 부담은 지방이 떠안는다. 복지확대 정책 사업 예산이 대표적이다. 중앙정부가 해마다 지자체에 지급하는 지방교부세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보조 사업에 의무적으로 매칭하는데 쓰인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극히 제한됐다. 최저임금에 대해 지역별로 차등을 둬야 한다는 기본적인 요구마저 묵살됐다.반면 수도권 집중 기반을 다지는데는 거리낌이 없다. 지난달 말 대도시권 광역교통비전 2030계획을 발표했다. 대도시권이란 이름을 갖다 붙였지만 실상은 광역급행철도 건설 등 수도권 도시의 광역거점 간 통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안이다. 수도권에 30만 호의 3기 신도시를 만들 계획도 나와 있다. 역시 수도권에 120조원을 쏟아부을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허용한 것도 문 정부가 한 일이다.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즐겨 말하지만 실천은 않고 있다. 추진 의지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이러고도 지방분권을 말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2019-11-10 22:26:35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장관 패싱'

북한 주민 2명이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된 데 대해 정경두 국방장관이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JSA 대대장이 장관 등 보고 체계를 건너뛰고 청와대에 직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방장관 패싱'이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임기 반환점을 맞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부정적 단어들이 숱하지만 그중 하나가 '장관 패싱'이다. 문 정부 장관들 가운데 상당수가 패싱(passing)을 당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북한이나 미국, 심지어 자기 부처 안에서조차 열외(列外) 취급을 당하고 있다.경제·사회부총리부터 패싱 논란에 휩싸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정치인 출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또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 대비 40% 선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40%의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자 "40%는 불변의 기준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은 며칠 만에 당·정·청 협의에서 없던 일이 됐다.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와 관련, 정시 확대를 강조하자 교육부 패싱 의혹이 쏟아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정시 확대는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교육정책의 핵심인 대입제도를 뒤엎는데도 장관이 까맣게 몰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장관은 청와대와 미국 정부로부터, 통일부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툭하면 패싱을 당하고 있다.'장관 구인난'으로 개각을 못한다는 말까지 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가 정쟁화돼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 실제로 고사한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핵심을 정확히 짚지 못했다. '청와대 정부' 국정 운영으로 '장관 패싱'이 만연해 장관을 하려는 사람이 사라진 탓이 더 크다.

2019-11-09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멧돼지 수난 계절

10년 전 여름 '차우'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고즈넉한 마을을 낀 깊은 산속에서 벌어지는 괴물 멧돼지와 전문 사냥꾼들의 한판 승부를 담은 코믹 공포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로 야생 멧돼지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가을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전파의 주범으로 멧돼지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이 가까운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감염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멧돼지 포획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남방한계선과 민통선 안에서는 군 병력과 민간 엽사를 동원한 포획 작전이 벌어지면서 하루에 수백 마리의 멧돼지가 사살되기도 한다. 남북 접경지역 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간첩보다 더한 '공공의 적'으로 규정된 탓이다. 북한군에 대한 주적 개념이 사라진 비무장지대(DMZ)에는 멧돼지의 월남을 경계하는 눈빛이 더 날카롭다. 하기는 자연 생태계를 고려해서도 멧돼지 개체수는 적합한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나 멧돼지를 죄다 몰살하고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숙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조류독감 전파의 범인이 철새라고 하여 새를 다 박멸할 수는 없지 않은가.따지고 보면 모든 게 인간의 탐욕과 생태계 파괴 때문에 생긴 일이다. 맷돼지의 천적인 맹수들을 멸종시킨 것도 사람들이다.그러지 않았으면 멧돼지가 생태계의 최상위층을 점거하며 이렇게 개체수를 급격히 늘리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개발의 이름으로 서식지를 파괴하고 도토리 등 먹잇감마저 빼앗아가버리니 생존을 위해 농촌 마을은 물론 도심에까지 멧돼지가 출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멧돼지의 무단 침입과 위협으로 간주하고 퇴치 작전을 벌인다.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먹이를 찾아 나서는 멧돼지의 활동 반경이 더 넓어지는 계절이다. 감염 멧돼지가 남쪽으로 내려오기라도 한다면 돼지열병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효력을 발휘하는 방역 소독제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ASF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서 멧돼지는 더욱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과거 무장공비 소탕 같은 군사작전이라도 펼쳐야 할지 모를 일이다. 애꿎은 멧돼지와의 전쟁이다. 이래저래 멧돼지 수난의 계절이다.

2019-11-08 06:30:00

[관풍루] 3성 장군 김영환, '북, ICBM 이동식 발사대서 발사할 능력 없다'며 정의용 청 국가안보실장 편들기.

○…한국당 텃밭 지역 다선 의원들, 용퇴나 험지 출마요구 봇물 이루자 '한국당이 또 텃밭만 파헤친다'며 불쾌감, 역경 뚫고 거목 안 돼도 꽃길이 좋은 것을 어쩌라고.○…3성 장군 김영환, '북, ICBM 이동식 발사대서 발사할 능력 없다'며 정의용 청 국가안보실장 편들기. 직속상관인 국방부장관보다 안보실장이 더 쎄긴 쎈 모양.○…국회서 고함지른 강기정 수석, '제가 백 번 잘못' 사과에도 국회 파행. 엎질러진 물이니 공직자는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이나 새기셔.

2019-11-08 06:30:00

장성현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펭하! 넌 커서 펭수가 되고 싶니?

"아빠, 난 커서 '키즈 크레이터'가 될 거야." "응? 뭐라고?" 잠시 귀를 의심했다. 여섯 살 딸이 되고 싶다는 게 아직 본인이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키즈 크리에이터'를 말하는 건가? 한 달 전까지 딸아이의 첫 번째 꿈은 '집에서 책 보며 일하는 사람'이었다. 작가나 시인을 말하는 것 같진 않다. 일은 한다니 그러려니 했다.그런데, 갑자기 '크리에이터'란다. 연간 수십억원을 번다는 유튜버 '보람튜브'를 말하는 건 아닐 테다. 딸아이는 보람튜브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때 머릿속에 누군가 떠올랐다. 요즘 그야말로 '힙'하다는 크리에이터, 남극에서 온 '펭수'다.아이는 유튜브를 자주 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대신 IPTV를 통해 유튜브를 본다. 한참 즐겨보던 '개구쟁이 뽀로로'나 '엉뚱발랄 콩순이'를 거쳐 '헤이지니'와 캐리TV '엘리가 간다'에 빠져 있다가 '허팝TV' '흔한 남매' '아리키친' 등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채널로 넘어갔다.펭수가 나오는 '자이언트 펭TV'는 사실 필자가 찾아준 채널이었다. 아이에게 유튜브를 틀어줄 땐 같이 보는 편이다. 어떤 내용의 유튜브 채널을 보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채널들이라도 유아가 보기엔 위험한 실험이 많았고, 거친 표현이나 몰래카메라 등 따라하기 십상인 내용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런데 EBS에 제대로 속았다. 착하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줄 것 같던 EBS에서 'B급 펭귄'이라니. 펭수가 랩을 쏟아내며 등장하는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았다. 열 살짜리 펭귄이라더니 군필자스러운 행동이라니. 이상한데, 정말 이상한데. 아이와 함께 보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이란. 아이보다 더 펭수를 좋아하게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딸아이의 꿈이 돼버린 '키즈 크리에이터'는 사실 펭수의 꿈이다. 남극 '펭'에 빼어날 '수', 남극 출신의 펭수의 나이는 열 살. 키는 210㎝다. 큰 키와 독특한 눈 모양 때문에 남극에서는 따돌림을 당했지만, 뽀로로와 BTS의 나라 한국에서 우주대스타로 성장하고 싶어 남극에서 왔다. 현재 EBS 연습생 신분으로 EBS 소품실에서 산다. 벌써 구독자가 41만3천 명을 넘어선 대세 중의 대세다.어설프게 보였던 펭수가 스위스에서 배워왔다는 요들송을 기막히게 부르고, 흥겨운 비트박스를 쏟아내니 이런 반전이 없다. 열 살짜리 펭귄이 즐겨 먹는 차는 뜨거운 녹차이고, 비타민과 영양제를 빼먹지 않는다. 아파서 먹는 게 아니라 건강하려고 먹는단다. 좋아하는 소설은 '삼국지', 좋아하는 과자는 '빠다코코넛'이라니 남극의 시간은 한국과 다르게 가는가 싶다.펭수의 매력은 자신만만하면서도 현실적이고 거침 없는 입담에 있다. 스트레스 받고,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 대신 '응원'을 건넨다.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꼰대들이나 하는 말이다."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을 땐 김명중"이라며 김명중 EBS 사장의 이름도 스스럼 없이 부른다. "갈팡질팡하는 게 고민"이라는 20대 시청자에게 "주변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 눈치 아껴"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MBC에 가선 '최승호 사장님, 밥 한 끼 합시다'라고 제안한다. 그게 펭수 스타일이다.착하면서도 거침없고, 시니컬하면서도 따뜻한 펭수,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는 당돌한 모습. 다시 딸을 돌아본다. 네가 되고 싶다는 크리에이터가 펭수처럼 '갇힌 틀을 깨는 창조자'라면 무조건 OK다.

2019-11-07 10:27:42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박찬주 역풍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한나라를 개국한 유방을 깡패나 불한당쯤으로 평가했다. 유방과 사마천은 출생년 기준으로 불과 100년의 시간 차이밖에 없으니 사마천의 이런 평가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후세 역사가들의 평가도 사마천과 별반 다름없다. 유방은 소싯적부터 품행이 바르지 못하고 게으르며 일도 없이 허송세월한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저잣거리에서나 볼 법한 형편 없는 사람이었다는 평가다.그런 그가 항우를 밀어내고 황제 자리에 오른 것은 아이러니다. 유방은 전략과 전술에 서툴렀으나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재주가 있었다. 또 그의 주위에는 인재가 많았다. 개고기 장수로 미천한 신분이었으나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개국한 번쾌를 위시해 장량과 한신, 소하, 육가 등이 유방의 천하를 열어주었다.그런데 왜 이들은 '불한당' 유방을 도와 대업을 이루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유방은 초나라 병사들이 추격하자 제 자식들을 수레 밖으로 밀쳐내고 달아난 사람이다. 물론 이 같은 단점도 분명 있지만 유방은 주위 사람의 말에 늘 귀를 기울이고 인재를 관리하는 능력이 있었다. 말하자면 인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 1호'를 둘러싸고 난리통이다. '공관병 갑질'로 물의를 빚은 박찬주 예비역 대장을 영입하려다 민심의 역풍을 맞은 때문이다. 그를 "귀한 인재"라며 치켜세웠던 황교안 대표마저 정치적 안목을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다 박 씨의 '사령관이 감 따랴' '삼청교육대'에 이어 '우리공화당은 마음의 고향'과 같은 발언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갑질'과 '공정'은 지금 한국 사회의 흐름과 여론의 저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풍향계다. '조국 사태'에 이어 '박찬주 역풍'으로 여야가 번갈아가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이런 사회적 화두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엇나간 때문이다.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인재를 얻지 못하면 천하를 얻기도 경영하기도 어렵다. 인재를 알아보고 잘 써야 길이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인적 쇄신 의지가 무색하게 인재 영입에서부터 헛발질을 해대는 자유한국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2019-11-07 06:30:00

[관풍루] 서울중앙지검, 포항지진 수사한다며 포항지열발전소 운영 기초 정보 제공한 한국지질연구원 뒤늦게 압수수색

○…월성원전 맥스터 포화하면 원전 가동 중단 불가피해 지는데도 정부의 시설 확장 공사는 오리무중. 일부러 안하는 건지, 못해서 안하는 건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인근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7명 사망 실종된 독도 경비대에 구조장비라곤 8인승 고무보트 한 대가 고작. 그야말로 10대 경제대국 소리 듣는 한국 안전의 현주소.○…서울중앙지검, 포항지진 수사한다며 포항지열발전소 운영 기초 정보 제공한 한국지질연구원 뒤늦게 압수수색. 직무유기로 고발당할까 두려워 그러진 않았을 테고.

2019-11-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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