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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기술혁신과 인간의 행복

[경제 칼럼] 기술혁신과 인간의 행복

스마트폰에 뺏긴 현대인 여가 시간 AI·자율주행차는 일자리마저 위협 한국 2030 행복지수 연령대별 최저 文정부 삶의 질 높일 국정지표 시급 기술혁신으로 생활수준과 건강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음에도 삶에 대한 만족이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행복지수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국가정책 목표나 지표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범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엔(UN)은 2012년부터 국민의 행복도를 1인당 GNP, 기대 건강수명, 사회적 지원 수준, 선택의 자유, 사회적 신뢰(부정부패), 너그러움(기부) 등 6가지 항목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55개국 중 56위(일본 51위, 중국 79위)를 차지했는데 2013년 41위, 2015년 47위로 매년 순위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순위 10위 내 국가는 대부분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고 한'중'일과 같은 동아시아 경제 강국들은 경제력에 비해 행복지수가 상당히 낮았다. 선진국 기구인 OECD도 2011년부터 기대수명, 소득, 고용, 교육,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항목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조사에서 35개국 중 29위를 했다. 환경, 공동체,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 수준을 기록한 반면 교육과 기대수명은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양대 국제기구의 조사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고 매년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첫째, 사회적 지원이 미흡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제일 높고 청년 실업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둘째,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 공동체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바, 이는 출발부터 불공정하다는 인식, 소득 불평등 악화, 과도한 규제, 채용 비리나 부정부패로 정부나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아 공동체의 통합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셋째, 안전과 환경 항목에서의 낮은 점수도 행복지수 악화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과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후진국형 대형사고로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이 증대하고 있고 미세먼지로 환경도 선진국 중에는 최하위 수준이다. 넷째, 삶의 만족도가 선진국은 물론 후진국에 비해서도 낮다. 삶의 만족도는 1인당 노동시간이나 일자리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개인의 가치관이나 집단문화도 중요한 변수다. '사피엔스'란 책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유발 하라리 교수에 의하면 인류는 수렵사회부터 농경사회,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의식주면에서는 눈부신 향상을 이루었지만 행복감은 비례해서 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기대치도 올라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망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조상보다 현대인의 외모가 훨씬 준수해도 외모 만족도는 오히려 낮다고 한다. 스마트폰이나 TV 보급으로 동네 사람보다 연예인이나 모델이 외모의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10대 청소년 100만 명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확산한 2012년부터 이들의 행복지수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도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에 뺏긴다고 한다.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뉴스나 정보, 타인의 일상사까지 SNS를 통해 관여하면서 감정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에게는 진정한 휴식이 없다. 캐나다 작가 마이클 해리스는 그의 저서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에서 SNS를 몸에 좋지 않은 '사회적 패스트푸드'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같은 신기술도 과거 산업혁명 초기에 발생한 러다이트 운동처럼 인간의 일자리를 뺏고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행복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 일자리는 단순한 생존 수단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30세대가 모든 세대계층 중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 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행복연구 권위자인 야마우치 교수에 의하면 '실업자에게 실업소득만 지급하기보다 직업 훈련을 통해 재취업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게 행복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행복을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국정 모델을 하루빨리 마련해 개혁의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2018-02-14 00:05:00

[경제 칼럼] 안전사회, '여백 있는 시스템' 구축으로부터

[경제 칼럼] 안전사회, '여백 있는 시스템' 구축으로부터

현대 기술 사회는 빈틈없이 연결돼 땜질식 처방으로 대형참사 못 막아 효율화 명분 완충 역할 부분 사라져 전체 시스템 차원 우회로 설치해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에 대한 합동 위령제가 있던 날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또 하나의 큰 화재가 발생했다. 3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화재였지만 다행히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들 두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병원에 환자들이 많았고, 발화 지점이 사람들이 붐비는 로비층이라는 점, 그리고 화재 발생 시각이 이른 아침이라는 점과 전기 합선 등이 발화 원인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그럼에도 사상자 수는 극명하게 갈렸다. 그 주된 이유는 세브란스병원 측의 스프링클러·방화문 등 화재 안전시설 완비는 물론 신속한 신고와 적절한 초기 대응, 평소 소방훈련과 매뉴얼에 따른 대처 등 화재 발생에 대응하는 '기본 안전 수칙'의 철저한 이행 때문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의 제반 대응책에도 의정부 아파트, 인천 낚싯배, 제천 목욕탕, 밀양 세종병원 사고 등 지금까지 일어난 수많은 사고들이 천재지변인 경주나 포항의 지진보다 큰 참사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고의 근본적 원인인 '시스템'을 고치기보다는 임기응변식의 수습과 관련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 '인재'라는 이유를 들어 사고를 적당히 마무리 짓는 행태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관련 공직자들은 책임지는 것이 두려워 규정에 명확히 없는 것은 하지 않으려는 복지부동의 태도로 일관하게 된다.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이헌재 전 부총리의 말을 빌리자면 "무책임 사회가 되면 사전에 준비하다가 잘못되면 책임 소재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공무원들은 위기 발생 전까지 손을 놓게 되어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이러한 무책임 사회가 되면 위기가 반복·증폭된다"고 했다. 이 전 부총리는 또 "지금은 위기 자체가 일상화돼 위기 관리 전략도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책임 사회를 막기 위해 의사결정 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고 위급한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자는 무한책임이 아니라 유한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맥락에서 '투명한 책임 시스템'보다 현대 사회의 특징인 '시스템 사고'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예일대학교 페로우(C. Perrow) 교수는 현대 사회가 크고 작은 사고들을 피할 수 없는 이유로 우리의 기술 시스템이 매우 복잡(complex)하고 빈틈없이 연결(tightly coupled)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대 기술 사회의 일상적인 사고의 원인은 전체적 맥락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대참사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막힌 대피로, 불법 증축, 피난구조대와 완강기 미비, 자동 화재 속보 설비 부재, 대피 준비와 훈련 미비, 느슨한 점검, 허점투성이의 안전 규정 등 개별 병원의 불법 및 일탈 행위, 건축법의 허점, 국가 안전 관련 시스템 미흡 문제 등이 얽히고설켜서 발생한 '총체적 시스템 에러'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 준 사고다. 따라서 땜질식 처방이나 단편적 조치가 아니라 전체적 맥락을 고려한 종합적인 시스템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달 본 칼럼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참사들이 바로 압축성장의 부작용, 즉 기본을 무시하는 병폐가 원인이므로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도 기술 사회에선 시스템의 느슨한 부분들이 낱낱이 제거되고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완충 역할을 할 부분들이 사라진다. 사소한 발단에서 시작한 작은 사고조차 엄청나게 증폭돼 대참사로 이어진다. 특히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사회는 고도의 '연결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앞으로 일어날 사고는 거의 모든 부분들이 빈틈없이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어느 한 요소로 환원시킬 수 없으며 또한 특정 부분만을 분리해서 고칠 수가 없다. 이런 유형의 사고들이 사라지지 않고 끝없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바로 연결성 때문이다. 따라서 시스템 전체의 연결을 느슨하게 만들고, 이른바 여분의 공간이나 우회로를 설치하는 것이 시스템 사고를 막는 해결책이다. 국민이 행복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 여분의 공간 설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의 "꽉 채우려 하지 말고 여백을 남겨야 한다. 가득 찬 것은 덜 찬 것만 못하다"라는 법문을 실천할 때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2018-02-07 00:05:03

[경제 칼럼] 가상화폐, 과연 돈이 될 수 있나?

[경제 칼럼] 가상화폐, 과연 돈이 될 수 있나?

비트코인 등 값 급등락에 관리자 모호 화폐로서 가치 믿음 형성되지 못해 국경 없는 디지털세계 결제 통용 땐 기축통화국인 美 가만있지 않을 것 시카고학파의 태두. 밀턴 프리드먼이 1992년에 쓴 '돈의 해악'에는 돌을 돈으로 사용한 얩(Yap)섬 이야기가 나온다. 얩섬은 미크로네시아, 캐롤라인 군도 가운데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윌리엄 헨리 퍼니스3세라는 미국의 인류학자가 실제로 1899년에 얩섬에서 몇 달 거주했다. 그에 따르면 섬 주민은 5천 명에서 6천 명 정도였는데, '라이'(rai)라고 불리는 바퀴모양의 돌을 돈으로 사용했다. 라이는 주변에 널려 있는 돌은 아니었고, 석회암으로 가공된 돌 바퀴 모양이었다.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과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화폐박물관을 방문하면 지금도 볼 수 있다. 얩섬 주민들은 이 돌 라이를 돈으로 사용했고, 무거우면 거래가 이루어져도 있던 자리에 그냥 두고 소유권만 바꾸어 거래를 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돌을 돈으로 쓰다니 터무니없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쓰고 있는 지폐도 숫자가 인쇄된 작은 종이쪽지에 불과하다. 우리는 통장에 월급이나 입금액 숫자가 길게 찍히면 좋아한다. 지폐라는 종이쪽지나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통장입금액에 우리들이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것을 얩섬 사람들이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돈은 우리가 만져서 느낄 수 있는 실체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돈은 '믿음'이기 때문이다. 실체가 있는 돈도 정부가 처음 발행할 때는 그 믿음을 형성하기 위해 초기에는 항상 일정한 양의 금으로 바꿔주었고, 그 믿음이 형성된 후에는 금본위제도를 폐기하였다. 2009년 블록체인기술에 의해 비트코인이 출현하면서,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많은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이러한 가상화폐가 일상거래에서 돈으로 쓰여질 수 있을까? 가상화폐든, 암호화폐든 그 정의가 어떻든지 간에 거래 상대방이 그것으로 결제가 이루어진다는 보편적 믿음이 있으면 화폐, 즉 돈으로 쓰이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화폐가 일상거래에서 돈으로 쓰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들이 많다. 우선, 가치의 안정성 문제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급등락 문제이다. 가격변화가 심하면 대가를 지불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불안하다. 즉, 가치에 대한 믿음이 아직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1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역사에 비추어 보면,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점은 극복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디지털세계에서 만들어지고 발행자와 관리자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불법자금 등 검은돈들이 세탁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특정한 나라나 기업, 사람들이 통제할 가능성도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그 결제에 있어서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기관도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이 된다. 지폐와 주화는 정부가 발행하고 관리한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그 책임과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통화정책의 근간이 되는 유동성 조절이나 금리정책이 이에 기반한다. 하지만 디지털세계는 국경이 없다. 가상화폐가 국내시장에서 널리 돈으로 쓰인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설 자리는 없게 된다. 이를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국제무역거래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이 된다면, 이러한 일을 가장 참을 수 없는 나라는 미국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달러화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것은 미 달러화가 국제무역거래에서 기축통화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가 국제거래의 결제수단이 된다면 미국이 가만있을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해보면, 가상화폐가 돈으로 쓰이기에는 쉽지 않은 난관들이 있다. 하지만, 세상은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세계 속에서 우리가 그동안 철석같이 믿고 있던 기존의 패러다임들이 붕괴되고, 또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우리 모두의 마음에 달려 있다. 미래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널리 돈으로 쓰여지는 세상이 온다면, 과거에는 모든 나라들이 돈을 발행했다는 '믿기 힘든' 옛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명재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2018-01-24 00:05:00

[경제 칼럼] 변화의 주인 되자

[경제 칼럼] 변화의 주인 되자

우리 경쟁력은 스피드·역동성 빨리빨리 부작용도 사회 만연 정치·행정은 시대에 뒤떨어져 주권자 감시 나서야 변화 시작 닭의 해인 정유년에는 유독 대형사건이 많았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북핵과 미사일 발사, 사드 보복, 지진과 수능 연기, 적폐청산 등 큰 사건만 꼽아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자고 나면 사건이 터지고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어 국민이 잠시도 뉴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외국에서는 10년 살아도 겪지 못할 일들을 우리 국민은 지난 1년 동안 겪었다. 이처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스피드(speed)하고 다이내믹(dynamic)한 변화무쌍한 나라다. 스피드와 역동성은 한국이 지닌 최고의 경쟁력이다. 한국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외국과 경쟁해서 계약과 공사를 따낸 비결도 여기에 있다. 근래에는 이런 한국인의 기질과 문화가 드라마나 케이팝(K-POP)과 같은 한류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스피드와 역동성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후진국형 사건'사고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 1년도 안 된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 버블을 만들어낸 쏠림현상은 빨리빨리 문화가 빚어낸 대표적인 부작용들이다. 지난해 발생했던 낚싯배 침몰사고, 제천 화재사고, 대형 크레인 붕괴사고, 목동 신생아 사망사고들의 공통점은 빨리빨리 문화가 개인주의와 천민자본주의를 만나 생명경시 풍조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제천 화재사고가 난 지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 여전히 건물의 비상구에는 상품들이 쌓여 통로를 막고 있고 소방도로는 불법주차가 빼곡하다고 한다. 돈만 벌면 나만 편하면 직업윤리나 공공질서, 타인의 인권이나 생명을 무시하는 문화가 만연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방당국만 탓하기에 앞서 평소 비상구나 소방도로 불법주차에 관심이나 시민의식이 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가상화폐 투기 열풍도 한국의 쏠림 문화가 빚은 부작용이다. 한국은 불과 1년 만에 가상화폐 거래량과 투자자 수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였고, 묻지 마 투자 열풍으로 한국에서 가상화폐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40%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수차례 가상화폐 거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대박 소문에 쏠린 투기 열풍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회와 정부는 성난 민심을 달래고자 책임자 처벌과 규제강화를 되풀이하지만 정작 사고의 근본원인은 제도보다 사람과 우리 사회에 만연된 후진적 문화에 있다. 따라서, 사람과 문화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규제의 사슬과 공무원의 복지부동만 심화할 뿐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변화가 느린 분야도 있다.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민간 부문과 달리 정치·행정과 같은 공공 부문은 변화에 가장 굼뜬 분야다. 지금의 정치권력구조인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1987년 도입된 제도다. 그동안 수없이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지만 30년 이상 고쳐지지 않았다. 행정 분야도 아직 개발연대시대의 관치와 규제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육성을 가로막고 있다. 지방선거도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지역 이슈보다 중앙정치에 표심이 휘둘리고 있다. 올해는 헌법 개정과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그동안 변화에 뒤처진 공공 분야와 지방에도 역동성과 스피드를 불어넣었으면 좋겠다. 새해는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선진국 관문으로 여겨온 3만달러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 한다. 하지만, 3만달러 달성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사람이 우선인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이런 나라는 정부 혼자만으로 이룰 수 없다. 국민이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고 감시해야 이룰 수 있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되어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변해야 문화가 바뀌고 나라가 변한다는 말이다. 변화의 시작은 타인을 배려하는 데서 출발하자. 배려는 개인과 집단을 긍정적으로 바뀌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2018-01-17 00:05:33

[경제 칼럼] 기본으로 돌아가자

[경제 칼럼] 기본으로 돌아가자

골목길에 소방서에 불법 주차 참사 반복은 기본원칙 무시 탓 경제 대국 자부심 실상은 허세 패러다임 바꿔야 일류국가 돼 지난해 12월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로 29명이나 희생된 사건의 핵심 원인으로 불법 주차 문제가 제기됐다. 물론 스프링클러 작동 불능, 비상경보 시스템 무용지물, 불만 대면 활활 타는 건물 외벽 드라이비트(단열재) 외장재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고 직후인 25일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을 지척에 둔 이면도로 양쪽이 불법 주차 차량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뉴스를 탔다. 그리고 새해 첫날 해돋이 보려는 사람들이 강릉 경포대 소방서 앞마당까지 불법 주차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사실 이런 장면들은 대한민국에서 특별하지 않다. 소방 도로를 막은 동네 주차 차들은 이번에도 방치돼 있었다. 제천만 아니라 우리 주변을 포함하여 전국 도시의 골목길과 아파트 구내 도로가 다 똑같다. 화재 진압은 시간과 싸우는 일인데 소방차 진입을 막는 불법 주차로 인해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작은 화재사고도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왜 화재 때마다 불법 주차가 문제시되는데 고쳐지지 않을까. 작년 9월 서울 쌍문동 아파트 화재로 3명 사망, 2015년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로 130여 명의 사상자, 그리고 화재는 아니지만 2014년 4월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침몰 사고에 이르기까지 거듭하는 참사의 핵심 원인은 한결같이 '기본 부재'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라는 그간의 자부심은 허세에 불과했고 특히 안전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는 이곳저곳에 기본 부재라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이번에도 예외 없이 재앙을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가 인류사에서 전무후무(前無後無)할 정도로 기적에 가까운 경제 성장을 한 것은 압축성장전략 덕분이다. 압축성장을 상징하는 '빨리빨리' 덕에 단기간 고도성장을 누렸지만, 그 이면에 기본은 무시하면서 속성과 편법을 당연시하는 '대충대충'이 있었다. 기본을 깔아뭉개는 '부실(不實) 사회'라는 오명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현재 겪는 대형 참사 등 심각한 부작용은 압축성장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압축성장이라는 비정상적으로 빠른 변화에는 언제나 비정상적으로 많은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압축성장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추구하는 결과지향적 성장전략이다보니 목표만 바라보고 달리는 과정에서 편법이 난무하고, 과정보다 결과, 성취보다 성공, 함께 가기보다 앞서가기, 윤리적 가치보다 경제적 실리, 공동체보다 개인의 이익을 훨씬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하면 된다' 식의 성공담이 칭찬을 받는 하나의 가치관으로 뿌리내렸다. 우리 사회에선 기본, 규칙, 기초 규정을 존중하는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르고 앞뒤가 막힌 사람으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있다. 편법에 능해야 유능한 사람으로 대접받기도 한다. 그 와중에 공동체적 가치는 크게 훼손됐고 최소한 지켜야 할 안전, 배려, 사회적 규범이나 법규 준수 등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렇듯 무시됐던 가치들은 현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기에 이를 소홀한 결과 작은 사고로 끝날 수 있었던 사고들이 엄청난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제천 사건 역시 기본에 충실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건물주 등 책임자 몇몇을 처벌하면서 인재(人災)로 돌리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 모두 '빨리빨리', '대충대충' 문화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우리 사회가 겪는 많은 참사가 바로 압축성장의 부작용, 즉 기본을 무시하는 병폐가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세상에 비용과 고통 없는 패러다임 전환은 없지만, 우리 사회는 기본을 지키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및 노력 등의 투자를 생산성 없는 일에 바치는 낭비라고 생각해 싫어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재라고 한탄하는 대형 재난 사고는 대부분 관련자가 기본을 무시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잊고 버려둔 기본을 다시 따져보고 점검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기본을 지키고자 상당한 희생과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 일은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므로 늦었지만 올해를 기본 세우기의 원년으로 삼아 경제력에 걸맞은 진정한 일류국가로 도약하자.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2018-01-10 00:05:00

[경제 칼럼]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는 두 미국기업(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

[경제 칼럼]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는 두 미국기업(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장 장악 넷플릭스 20년 안 돼도 강자 부상 100년 기업 디즈니도 위협 느껴 M&A로 덩치 키우기 선제 대응 100년 가까운 역사의 월트디즈니가 최근 미국의 21세기 폭스사 인수 합병에 나서면서 갓 20년 된 회사에 선제 대응했다는 뉴스는 새해를 맞은 우리 기업인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그 주인공은 1997년 오프라인 DVD 구독 배송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Netflix)이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신이 설립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매각 후 일없이 쉬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DVD를 제때 돌려주지 않아 연체료를 지불해야 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스스로 넷플릭스를 설립했다. 이처럼 불편함으로 시작한 회사가 이제는 콘텐츠 유통을 넘어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들어 명실상부하게 영상 콘텐츠 시장의 큰손이 되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 선호 배우 등의 정보들, 즉 빅데이터를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먼저 시청자가 영화를 보고 별점을 매기면 넷플릭스는 이를 기반으로 취향과 시청 패턴을 파악했다. 넷플릭스는 이 데이터로 시청자가 다음에 볼 영상을 파악하고 추천한다. 오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하는 것이라 많은 시청자들이 이 서비스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고, 오늘날의 넷플릭스가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한국을 아시아권의 주요 시장으로 보고 2년 전 진출해 현재 케이블 방송사인 딜라이브와 제휴해 OTT 셋톱박스인 '딜라이브 플러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판권 부족으로 가입자 수가 예상을 밑돌자 최근 오리지널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 등 한국 유명 감독과 작가를 내세워 국내 시청자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 빅데이터를 자체 제작 콘텐츠에도 사용했다. 기획부터 주인공 섭외, 배급까지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만든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하우스 오브 카드'(2013년 작으로 백악관 입성을 둘러싼 권력 투쟁과 추악한 음모를 그린 드라마. 케빈 스페이스의 열연 등에 힘입어 넷플릭스를 콘텐츠업계 강자로 만들었다)라는 드라마다. 1990년 영국 BBC에서 제작된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의 제작에 넷플릭스는 1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동안 축적된 시청자의 성향을 파악한 후 그들이 원하는 연출 스타일이나 배우 등을 예측해 섭외한 것이다. 그 결과 시청자 85%가 만족했고 이 외에도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많은 영상물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이렇게 큰 성장을 이루는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월트디즈니사가 미국 21세기 폭스 영화사와 케이블 채널, 유럽 스카이, 스타인디아 등 해외사업부를 524억달러(한화 약 57조원)에 인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역사가 100년에 가까운 월트디즈니사가 설립된 지 20년이 된 회사의 성장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넷플릭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기존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넷플릭스는 DVD 우편 발송, 반납 서비스를 통해 DVD 구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매달 10달러 정도의 가격경쟁력 그리고 인터넷이 통하는 어느 곳에서라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중화시켰다. 그들은 이 같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에는 콘텐츠 제작에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월트디즈니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시장 변화에 따른 민감한 대처이다. 처음 월트디즈니는 넷플릭스와 전략적 제휴를 했지만, 곧 자체적인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인수 합병도 21세기 폭스사가 보유한 동영상서비스 '훌루'에 대한 선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않고, 발 빠르게 시장 변화에 적응하려는 월트디즈니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을 운영할 때 넷플릭스와 같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추진력도 필요하지만 월트디즈니와 같이 유연하고 전략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 2018년 새 아침을 열면서 미국의 두 기업이 주는 교훈을 되새기며 밝고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하는 우리 기업인들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대표

2018-01-03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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