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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ILO 핵심협약 비준 서두르면 경제 완전히 무너진다

[경제 칼럼] ILO 핵심협약 비준 서두르면 경제 완전히 무너진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0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논의를 사실상 종료한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운영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마지막 타결을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동권 확대를 위한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작년 7월부터 노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발됐다.근로자 권익과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1919년 설립한 ILO 협약은 189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핵심협약, 거버넌스협약, 일반협약으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강제근로금지, 아동노동금지, 균등처우에 관한 8개 협약이다.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하면서 핵심협약 8개 중 4개를 비준하고 아직 결사의 자유(제87호·98호), 강제근로금지(29호·105호) 등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6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강제근로금지(105호)와 아동근로금지(182호) 두 개만 비준하고 있다. 자국 법 체계와 맞지 않고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다.이번에 한국에서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노동계가 요구하는 쟁점은 대부분 결사의 자유 관련 이슈다. 해고 실직자 노조 가입 허용, 해직자의 노조 임원 취임 허용, 5급 이상소방직 등 공무원의 노조 가입 확대, 퇴직 교원의 전교조 가입 허용, 법외노조에 대한 통보 폐지, 전임자 급여 금지 폐지 및 노사 자율결정, 특수형태 근로자 노조 가입 허용이다.반면 경영계는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행위 금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단협 유효기간 확대, 파업 찬반투표 유효기간 도입이다. 이에 대해 공익위원의 권고안은 노동계 주장을 모두 수용하고 경영계 주장 중에서는 단협 유효기간 3년 확대, 사업장 점거행위 일부 금지 정도만 수용하고 있다.파업기간 중 대체근로는 대부분 나라에서 허용한다. 한국에서는 필수공익사업에 한해 파업 참가자 50%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전면 금지하고 있다.한국처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동아프리카 말라위 정도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사업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다반사다.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에 따라 공익위 권고안이 지나치게 노동계에 기울어진 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해고 실직자 노조 가입 허용과 해직자의 노조 임원 취임 허용이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사용자들이 해고 실직자들과도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될 전망이다.그렇지 않아도 사실상 한 번 채용하면 해고가 힘들게 돼 있어 세계에서 가장 경직됐다는 비판을 받는 노사관계가 더욱 어려워져 사실상 경영을 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 결과는 지금도 가속화되는 기업들의 해외 탈출 러시를 더욱 부추기고 일자리 참사를 더욱 악화시킬 것임은 자명하다.해고 실직자 노조 가입 허용과 해직자의 노조 임원 취임 허용은 퇴직 교원의 전교조 가입 허용과 더불어 현재 법외노조로 돼 있는 전교조에 사실상 합법화의 길을 열어주어 교실의 좌편향 정치화 문제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 전임자 급여 금지 폐지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으로 어려워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경사노위가 합의를 보지 못한 가운데 노동계로 기운 권고안을 그대로 국회로 넘기게 된다면 다시 한 번 파란이 예상된다. 지금도 공식 실업자에다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실업자가 380만 명에 이르러 일자리 참사는 금융위기 수준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권 못지않게 경영권도 보호돼야 한다.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노동권, 경영권 간의 균형 잡힌 시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2019-05-21 18:18:19

[경제칼럼] 뮤지컬 도시를 넘어 청년문화산업 도시로

[경제칼럼] 뮤지컬 도시를 넘어 청년문화산업 도시로

다음 달 21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개막한다. 13번째 열리는 뮤지컬 축제이다. 그동안 DIMF는 뮤지컬 대중화에 앞장서며 대구를 '뮤지컬 도시'로 브랜딩하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하지만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하는 시대 흐름에 맞추어 한 단계 더 도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 꿈과 활력을 제공함으로써 도시를 젊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지난 12년간 DIMF에서 선보인 작품 수만 269개에 이르고, 62만여 명이 뮤지컬을 관람했다. 공연장을 벗어나 거리에서 펼쳐지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을 포함하면 188만여 명에 달한다.올해도 영국,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중국, 대만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8편의 공식 초청작과 초연하게 될 4편의 창작 지원작, 지역의 우수한 창작 뮤지컬 3편, 패기와 열정이 가득한 대학생 뮤지컬 8편 등 23편의 뮤지컬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뮤지컬이라는 단일 장르의 세계 최초 글로벌 축제인 DIMF는 매년 국내외 뮤지컬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함으로써 교류와 시장 역할을 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작년 폐막작인 영국 뮤지컬 '플래시댄스'는 지난 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안동 등 6개 도시 투어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또한 개막작으로 소개됐던 체코 '메피스토'는 5월 말 국내 라이선스 초연을 앞두고 있다.DIMF가 한국 창작 뮤지컬 활성화를 위해 제작을 지원하는 '창작 뮤지컬 지원 사업'은 지금까지 총 58개의 신작 뮤지컬을 탄생시켰으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을 통해 108개의 대학생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한편 2011년 초연된 DIMF 제작 '투란도트'는 누적 공연 100회를 넘은 대표적 창작 뮤지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지난해 한국 대형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슬로바키아 노바스쩨나 국립극장과 동유럽 6개 도시 라이선스 수출 계약을 맺고 내년 초 현지 공연을 앞두고 있다.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온 잠재력을 미래 흐름에 맞추어 키우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음악과 공연이 갖는 특징을 살려 다양한 분야와 협력융합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첫째, 관광과 결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차별적인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올해 DIMF는 한국관광공사의 후원과 대구 관광뷰로, 인터파크 투어 등과의 협력을 통해 뮤지컬과 대구 관광을 연계시킨 다양한 시도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수준 높은 뮤지컬 공연 관람과 서문시장 야시장·대구 근대골목·김광석 거리 등 대구의 관광지, 그리고 막창·납작만두 등 대구만의 먹거리를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새로운 형태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둘째, K-POP·인디밴드·게임·웹툰·영화·스포츠 등 다른 문화 장르와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들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올해부터 세계적 아이돌 그룹 엑소의 수호가 DIMF 홍보대사로 참여하며 바로 이웃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새로운 축구 붐을 조성하고 있는 대구FC와도 협력을 모색하고자 한다.셋째, 청년에게 꿈과 미래를 주는 사업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창업은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문화 콘텐츠들과 융합하고 축제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DIMF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축제 기간 동안 문화 콘텐츠로 차별화된 창업 행사를 함께 기획하고 있다.끝으로, 인재 발굴 및 육성 사업을 글로벌하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 2015년부터 시작한 국내 최초 청소년 뮤지컬 오디션 'DIMF 뮤지컬 스타'는 최근 지원팀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 오디션을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뮤지컬 오디션으로 성장하고 있다.21세기는 꿈꾸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이다. DIMF가 대구를 꿈꾸는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이장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이사장(경북대 교수)

2019-05-08 06:30:00

[경제칼럼]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 포스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역할

[경제칼럼]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 포스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역할

포항시 남구 동해안로 6261. 포항에 본사가 있는 포스코의 주소다. 2017년 포항시가 거둬들인 지방세 3천638억원 가운데 포스코가 낸 금액은 552억원으로 15.5%에 이른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3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현재 포스코그룹은 철강, 비철강, 신성장 분야가 49%, 50%, 1%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2030년에는 40%, 40%, 20%로 신성장 분야가 대폭 증가하는 구조이다.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여 포스코는 2030년까지 2차전지 사업을 세계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신성장 산업의 주인공은 2차전지 산업이다.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및 전해질로 구성된다. 포스코는 음극재 제조사인 포스코켐텍과 양극재 제조사인 포스코ESM을 합병, 올해 4월 1일부터 포스코케미칼로 사명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신성장 산업 육성에 나섰다.전기차 1대에 약 62㎏이 사용되는 희토류 금속인 리튬의 제조 설비는 광양에 있다. 양극재는 구미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앞으로 신증설은 대부분 광양에서 이루어진다. 2021년이 되면 전기차 10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양극재 6만3천t 중 20%인 1만2천t만 구미에서 생산된다. 작년 11월 준공된 음극재 1공장과 같은 달 착공된 2배 규모의 2공장 모두 세종시에 들어선다.2차전지의 음극재에 들어가는 인조 흑연은 포스코에서 석탄을 가열할 때 나오는 부산물인 연간 57만t의 콜타르로 만든 침상코크스가 소재이다. 포스코케미칼 자회사인 피엠씨텍이 침상코크스를 만드는데 이 공장도 광양에 있다.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본사는 모두 포항에 있는데 리튬 공장과 음극재 공장, 음극재를 만드는 침상코크스 공장, 그리고 양극재 공장의 80%는 우리 지역에 없다. 미래차의 핵심인 전기차, 전기차의 핵심 사업인 2차전지 사업이 모두 우리 지역을 외면한 것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자리와 출산을 동시에 잡겠다는 경상북도의 '잡아'(Job+아이) 전략이 포스코 신사업과는 동상이몽인 듯하다.ING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35년 유럽에서 출시되는 신차는 100% 전기차이다. 아이오닉 전기차는 가격이 4천200만원인데 배터리가 30%인 1천300만원을 차지한다. 쉐보레 볼트 전기차는 1천600㎏인데 배터리가 435㎏으로 27%를 차지한다.전기차의 가장 큰 과제인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높은 에너지 밀도, 차량 경량화, 차량 가격 인하가 전제되어야 한다. 전기차의 충돌 안전성도 중요하다.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해답은 포스코가 생산하는 기가급(Giga Pascal급) 강재이다. 1㎟ 면적의 강재가 100㎏의 하중을 견디는 기가 막히게 강한 강재를 의미한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900만t의 자동차 강판은 전 세계 자동차 강판의 10%, 포스코 철강 생산량의 25%에 해당한다. 2025년에는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생산이 1천200만t이 된다.포스코의 일반 철강제품이 짜장면이라면 자동차 강판은 탕수육, 기가스틸은 전가복에 해당한다. 자동차 강판과 기가스틸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열간 프레스 성형용 소재 하나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신소재 개발은 신약 개발만큼이나 기업에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다. 포스코는 작년 철강 부문 연구 개발비로 5천458억원을 사용했다. 자동차 강판연구소도 새로이 만들었다.전기차 시대를 맞이하여 더욱더 기가 막힌 스틸을 많이 개발해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이 되고, 우리 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일으켜 포스코 기업가치인 'With POSCO'가 실천되고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포스코를 기대해 본다.

2019-04-30 16:25:48

[경제 칼럼]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의 올바른 의미

[경제 칼럼]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의 올바른 의미

최근 한국은행 총재가 화폐 액면가를 낮추는 화폐 개혁, 이른바 리디노미네이션 논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새삼 경제계의 관심을 모았다. 자본시장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 관련주'가 벌써부터 언급되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 내지 발권은행이 기점이 되어 화폐 개혁의 본질에 접근한 개혁 시도가 이뤄질 태세다.해방 후 국내의 화폐 개혁은 '원'을 '환'으로, '환'을 다시 '원'으로 바꾸는 화폐단위의 변경을 수반해 2차례 있었다. 1차 화폐 개혁은 1953년 광복과 전쟁을 거치면서 발생한 악성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100대 1의 비율로, 2차 화폐 개혁은 1962년 경제개발계획 실행을 위한 산업자금 조달 목적에서 10대 1의 비율로 시행하게 됐다고 한다.어느 경우에나 통화 발권 기능을 가진 한국은행이 금융정책적 측면에서 관여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경제 사정하에서 정부가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한 특수한 방편으로 시작됐던 것이다.이런 점에서 보자면, 최근의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는 그 세련된 용어만큼이나 한층 발전된 방식이라 하겠다.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즉시 국회가 화답하고, 각계각층이 다양한 파생적 논의를 시작하며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된 지위와 권한 보장이 절대가치로 인정되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보자면 금융 민주화에 부합하는 당연한 절차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리디노미네이션의 여러 논거들, 통용되는 화폐의 사용 단위가 너무 커지고 환율의 교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지적되듯이 화폐단위의 변경에 소요될 사회적 비용과 화폐 개혁 뒤 예상되는 상대적 인플레이션 등이 더 염려된다.원래 작금의 화폐 개혁은 화폐단위의 교환 비율을 대폭 낮추자는 것이므로 고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경기 국면에 더 어울리는 대책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힘겹게 저수준 임금을 올리고, 양극화의 단면에서 저소득 근로자나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수준은 과거 10년 동안 별로 오르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따라서 화폐 개혁 후 따라올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한다면 자연스레 화폐 개혁 뒤 저소득자들이 맞이할 박탈감이나 상실감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은 어쩌면 통화당국이 의도한 화폐 개혁의 수혜를 그대로 누릴 공산이 크다.오만원권이라는 고액 단위 화폐가 탄생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다. 고액권이 필요한 만큼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어쩔 수 없겠으나 이미 고액권으로서의 가치는 나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본다.참고로 '환'으로 벌금 단위가 기재된 형법전에서 '원'으로 벌금형 단위를 개정한 때는 비교적 최근인 1995년이고, 2차 화폐 개혁 후로는 한참이 지난 시점이었다. 고액권을 발권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리디노미네이션이 논의된다 하니 그 사이 강산이나 경제 지평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새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중앙은행이 발권은행으로서의 독립된 기능을 화폐 개혁을 통해 제대로 행사하려는 노력에는 진정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금번 화폐 개혁 시도는 서방 강국의 경제 사정이나 정책 변동의 추이까지 두루 반영하려는 노력일 수도 있다.그러나 화폐 금융에 관한 이론에만 입각하여 경제에 미칠 당장의 파장과 비용, 개혁 뒤 생성될 경제 환경에서 오히려 소외될 경제 주체의 입장을 도외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개혁이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적어도 화폐 개혁은 지금보다 진일보한다는 개선의 측면보다 화폐단위의 숫자 조정에 그치는 몰가치적이고 한시적인 대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최고 통화당국으로서의 순수성을 버리고 정부의 실물 경제정책에 훈수를 두려거나 훈수를 두려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어서도 안 된다. 화폐 개혁의 목적과 득실에 관하여 발전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또 그 결실이 정책 결정에 잘 반영되길 희망한다.

2019-04-17 06: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