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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이러스의 도(道)와 사람의 도(道)

[기고] 바이러스의 도(道)와 사람의 도(道)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아프리카 오지의 나라, 차드의 아름다운 문인 무스타파 달렙의 글'이 SNS를 통해 확산된 적이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서방 강국들이, 기업들이, 시위대와 조합들이 못 해내던 휴전, 가격 인하, 사회보장 강화 등을 성취해냈으며, 사람들이 연대의 가치를 이해하게 만들고 휴머니즘을 일깨워 주었다는 내용이다. 일상이 붕괴되는 낯선 현실 속에서 불안과 혼란을 겪던 사람들은 그 글이 전하는 긍정의 메시지에서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하지만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외출할 수 없는 주인들 때문에 차고 안에서 최고급 차들이 잠자고 있으며, 그런 식으로 단 며칠 만에 세상에는 사회적 평등(이전에는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이 이루어졌다'는 구절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20여 년 전 이른바 'IMF 사태'를 겪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가진 의구심이다. 그때 최고급 차를 몰고 한산한 거리를 질주하던 사람들이 '이제 운전할 맛이 난다'고 했다는 풍문이 떠돌기도 했었다. 다수는 몰락하고 소수는 큰 이득을 챙기는 현실에 대한 자조 어린 말이었겠지만, 어쨌든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자연재해나 팬데믹의 발생은 평등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과 남겨진 결과는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경험칙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낮은 쪽이 높은 쪽을 걱정하고, 없는 쪽에서 덜어내 있는 쪽에 보태주는 것을 정의로운 일로 여기기까지 한다는 사실이다.요즘 미국의 상황도 흥미롭다.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사흘 만에 회복하고 엉덩이춤을 추는 지도자를, 감염되면 병원에도 가보지 못할 국민들이 열광적으로 지지한다. 죽어가면서도 대통령이 주장하는 코로나19 음모론을 믿고, 대선 이후 한 달 만에 2억달러의 정치자금을 모아준다. 이것이 21세기의 병리적 현상인지, 아니면 늘 그런 식이었으나 최근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다만 2천500년 전 동아시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노자(老子)가 썼다고 전해지는 도덕경 77장에 이런 말이 있다. "하늘의 도는 마치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 높은 쪽은 아래로 누르고 낮은 쪽은 위로 올려준다. 남는 쪽은 덜어내고 모자란 쪽은 보태준다. 하늘의 도는 남는 쪽을 덜어내 모자란 쪽을 보태주지만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다. 모자란 쪽을 덜어내어 남는 쪽을 봉양한다."하늘의 도, 즉 자연이 평등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노자가 하늘의 도와 사람의 도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이고, 정확하게는 자연의 도는 무차별적이라는 정도로 해석하면 충분하겠다. 인간 사회는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노자는 말을 이어간다. "누가 남는 쪽의 것으로 세상을 봉양할 수 있겠는가, 오직 도가 있는 자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는 남는 쪽의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쪽에 보태주는 것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부족한 쪽에서 더 덜어가지 않는 것만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말한다. 인간은 결국 코로나19를 이겨낼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중에 들려오는 희망과 긍정의 말은 위로가 되지만, 미래 삶의 모습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2020-12-28 13:30:46

[시대산책] 북한의 과잉방역

[시대산책] 북한의 과잉방역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상당히 심각한 상태다. 한때 한류 붐에 편승하여 K방역을 내세우곤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심각한 나라의 하나로 전락해 버렸다.지금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산 현황은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지만 북한의 경우 투명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확진자가 0명이라고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도 거의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얼마 전 이를 지적했다가 김여정이 바로 막말로 되받은 일도 있다.북한은 원래 주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엄격하게 통제하던 국가였지만 1990년대 대기근 사태를 겪으면서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온갖 가혹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은 그 상징적 예다. 작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도 북한 당국의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킨 주민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주민은 당국의 지시를 무시하고 감염이 의심되는 돼지를 멋대로 도살하여 먹거나 내다 팔았다. 그 결과 북한 전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번져 초토화되었으며 휴전선을 뚫고 남으로 내려오기까지 했다. 이런 북한의 상황을 볼 때 방역이 잘돼 확진자가 0명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그러나 나는 이를 믿는다. 북한 당국의 발표가 믿음이 가서 믿는 것이 아니다. 북한 주민과 은밀히 연계된 다양한 정보망들을 확인해 본 결과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만약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했다면 최고위급 간부들 전원이 참석한 건국절 행사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빽빽하게 모여 있을 가능성도 없다.북한은 원래 아주 폐쇄적인 사회지만 특히 최근에는 핵과 ICBM 개발로 심하게 고립되어서 중국을 제외하면 외부 교류가 거의 없다. 북한과 접해 있는 랴오닝성과 지린성의 확진자 수는 100만 명당 3명에 불과하다. 현재(12월 24일 기준) 한국의 확진자가 100만 명당 1천44명, 미국의 확진자가 100만 명당 5만7천151명인 것을 놓고 본다면 한국의 350분의 1, 미국의 1만9천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북한은 세계 최초로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했다. 봉쇄 직전 입국한 사람들은 본인과 가족, 2차, 3차 접촉자와 가족 등을 모두 격리 조치했다. 북한의 격리 조치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긴 하지만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일련의 조치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최근 중국에 몰래 돈 벌러 갔다가 돌아온 여성 1명 때문에 삼지연시가 20일간 봉쇄되었다. 봉쇄 정도도 아주 심해서 모든 주민을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북으로 돌아간 탈북자 때문에 한때 개성이 봉쇄되었던 것도 비슷한 조치다. 외부 물자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묻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물자 반입 금지령을 내렸는데 이를 어긴 간부를 처형한 일도 있었고, 바다를 통해 바이러스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어획과 염전 운영을 중단했다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도 전해 온다. 한국 공무원을 바다에서 바로 총살하고 태워 버린 것도 이런 황당한 과잉 방역 조치의 일환이다.김정은이 집권한 후 지난 9년 동안 북한은 매우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펴 왔다. 김정일 시대에 우왕좌왕하던 경제정책과 비교해 본다면 돋보이는 것이다. 시장정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물가와 환율의 안정에 집중 노력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시장 중시 정책을 펴지만 급격한 개혁개방으로 보이는 정책은 한 번도 추진한 적이 없었다. 고강도 제재 조치가 지속되고 있는 조건에서도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이유다.그러나 이번 코로나 방역 조치들은 경제정책과는 달리 과도한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 김정은은 자신이 초강경 방역 조치를 밀어붙여서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적극적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았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올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설사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올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방역 조치들은 과도한 정도를 넘어 극단적인 것들이다. 이런 극단적 정책과 행정은 북한의 잠재력을 갉아먹으며 북한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 명확하다.

2020-12-24 16:45:28

[기고]코로나19 확산속 '적극행정=행복안동' 사례 남겨

[기고]코로나19 확산속 '적극행정=행복안동' 사례 남겨

그동안 공직사회를 둘러싸고 가장 흔하게 들렸던 '복지부동' '기강해이' 등 부정적 낱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공직사회나 공직자를 둘러싼 이 같은 부정적 시각들은 주민들이 얼마나 행정을 불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말들이었다.하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적극행정'을 추진하면서 공직사회 전반에 걸친 새로운 바람이 신선하다. 자발적인 자세와 능동적 사고의 바람이 공직사회와 공직자들 사이에 강하다.'적극행정', 그야말로 공직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는 말이다. 지금껏 '혹시 징계받지 않을까?' '욕먹는 게 아닌지?' '귀찮은데 규정대로' 등의 마인드는 '소극행정'을 넘어 주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공직자들의 단순한 소극적 마인드가 결국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가 벽에 부딪히게 했고, 창의적이고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일들이 제자리걸음을 하도록 만들었다.안동시는 그동안 '소극행정 혁파' '적극행정 공무원 책임 면책' '우수 공무원 선발 및 인사상 우대 조치' 등 적극행정이 공직사회의 시대적 소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특히, 올 한 해 안동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모든 행정이 방역과 비대면화에 집중되면서 자칫 느슨하고 수동적일 수 있었던 공직사회를 오히려 적극적 마인드로 바꿔 나가는 기회로 삼고 있다.안동시는 모든 행정을 코로나19로 인한 주민 삶에 집중해 타 지역과 차별화되고 선제적인 적극행정 사례 결과를 가져왔다.천주교 신자들의 1차 성지순례단 코로나19 확진 이후 안동시는 2차 성지순례단 입국이 지역사회에 불안감을 확산시키자, 현지 순례단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해 입국 이후 곧바로 별도의 생활치료센터 격리가 가능하도록 해 지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도 했다.또, 4월 총선 막바지에 불거진 인근 예천 지역 코로나19 확진과 도청 신도시로의 확산 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빚어지자 안동시는 특별현장대응팀을 꾸려, 예천 지역인 경북도서관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안동 시민뿐 아니라 예천 군민까지 검체를 실시, 확산세를 멈추도록 했다.게다가, 총선 과정에서 집단 이동과 생활 등으로 인한 선거운동원들의 확진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후보별 캠프와 협의해 후보자는 물론 선거운동원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얼어붙은 소상공인과 지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발 빠른 대응을 위해 읍면동사무소에 기간제 인력을 채용해 적극행정을 추진하기도 했다.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됐던 안동시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안동 지역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전국에서 처음으로 '비대면 안심 방역 게이트'를 제작해 주요 관광지와 행사장 입구에 설치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관광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최근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 시민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을 실시하는 등 독감과 코로나19의 유사한 초기 증세로 인한 의료 방역 체계 혼선을 피하고, 전 시민이 안심하고 겨울철을 날 수 있도록 했다.이 밖에도 숱한 적극행정의 산물이 지역 주민은 물론 인근에 자리한 도청을 비롯한 도 단위 기관단체 직원, 예천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적극행정=상생발전'이라는 등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앞으로 안동시 공직사회는 '복지부동'하고 '소극행정'하는 공직자들이 없는 '적극행정'을 통한 행복안동을 만드는 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각오다.

2020-12-24 10:30:35

[기고]난징 대학살 83주년 추모 기사를 보고-냄비 근성이 아닌 가마솥 근성으로 맞서자

[기고]난징 대학살 83주년 추모 기사를 보고-냄비 근성이 아닌 가마솥 근성으로 맞서자

매일신문에 최근 '12월 13일 난징 대학살 83주년 추모'라는 제목의 행사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중국 정부는 재작년부터 12월 13일을 난징(南京) 대학살 국가 추모일로 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3회째인 올해 행사에서 자오러지(趙樂際) 정치국원 겸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은 연설에서 일본과 중국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희생자 수에 대해 '30만 명'이라고 언급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어떤 음모도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세계와 중국인의 비난과 경멸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난징 대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국가 차원의 추모행사에서 일본의 가해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본인은 2019년 1월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주최한 '상하이 항일 유적지 탐방 및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다. 임시정부가 소재했던 곳을 찾았다가 난징에도 들렀다. 난징은 1937년 12월 13일 상하이를 점령하고 있던 일본군이 난징을 공격, 불과 6주 만에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난징 대학살이 일어난 곳이다. 당연히 우리는 난징 대학살 기념관을 찾았다.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기념관을 건립한 자리가 바로 일본이 집단 학살을 자행했던 13곳 중 하나다. 단 하루 만에 중국군 포로와 민간인 1만여 명을 이곳에서 기관총으로 살해했다. 중국은 난징 대학살을 20세기에 벌어진 최대 참극으로 꼽는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천장에 300,000이란 숫자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중앙 홀 스크린에서는 대학살로 희생된 실제 인물들의 사진이 방영되고 있고, 기념관 모퉁이에서 12초마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섬하게 들린다. 대학살이 벌어진 6주간 12초마다 한 명씩 30만 명이 죽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념관 밖에 있는 만인갱(万人坑)은 수백여 구의 유해가 발굴된 현장을 보존해 놓은 곳이다. 섬뜩한 느낌이 드는 기념관을 돌아보면서 '중국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내 가슴에 새겨진 감상이었다.우리나라도 일본에 가해 책임을 묻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소녀상으로 전 세계에 참사를 알리고 있는 위안부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건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배상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1940년대에 일본의 군수 기업에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 한국 정부가 피고 회사의 국내 자산 처분에 나서고 일본의 배상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장차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우리나라도 '한국은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고히 일본에 보여주고 역사는 왜곡되거나 지워질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조적으로 우리 국민성을 '냄비 근성'이라 말한다. 문제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들끓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식어 버리는 성정을 말한다. 나는 우리 국민성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 국민성은 가마솥 근성이 아닐까 한다. 옛날 우리 모든 시골집엔 가마솥이 있었다. 가마솥은 한 번 데워지면 식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제 우리도 금세 끓었다가 금세 식어 버리는 냄비 근성이 아닌 천천히 데워지지만 서서히 식는 '가마솥 근성'으로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갖고 일본의 만행을 대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왜곡되거나 지워지는 것이 아닌 확실한 실체가 아닌가! 그래서 잊힐 수 없는 것이다.

2020-12-23 14:08:24

[기고]새로운 시대 지방자치가 나아갈 길

[기고]새로운 시대 지방자치가 나아갈 길

올해를 돌이켜본다. 자치분권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올 한 해는 자치분권의 제도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분투한 시간이었다. 지난 2월, 16개 부처의 400개 국가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일괄이양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이용비용평가전문위원회'가 출범하여 사무에 따른 이양 비용으로 1천549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등 사무 이양과 비용평가, 재정지원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졌다.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자치권 침해 요소가 없는지 사전에 점검하는 자치분권 사전협의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였고, 법령에 존재하는 사무를 전수조사하여 중앙-지방 간 사무 배분을 위한 기초를 쌓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특히, 지난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새로운 시대 지방자치가 나아갈 출발점이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민선 지방자치가 재실시되는 계기가 된 1988년 전부개정 이후 무려 32년 만이다. 중앙이 이끌고 지방은 따라오는 방식으로 발전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법이니 한 세대를 지나며 성장해 온 지금의 지방자치와는 간극이 있었다. 지방이 국가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시대의 기틀이 될 이번 전부개정의 주요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첫째, 주민참여의 획기적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법에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하였고, 지방의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주민참여권이 신설되었다.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하여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주민조례발안과 주민감사청구를 위한 인구 요건을 완화하며 참여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단체장의 선출 방식 역시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모든 자치단체가 단체장과 지방의회 간의 기관분리형을 적용하고 있지만 주민투표를 거쳐 의회에서 단체장을 선출하거나, 의회의 상임위원회가 집행부 역할까지 겸임하는 기관 구성 형태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둘째,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역할과 책임성을 강화하였다. 지방의회 사무 직원의 임용권을 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고, 의정 활동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도입함으로써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였다. 동시에, 의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성 확보 기제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징계 전에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였다. 지방의회에 기록표결제도를 도입하고 의정 활동 정보공개를 의무화하여, 주민에 의한 견제도 가능하도록 하였다.셋째, 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였다. 국가 중심의 자의적 사무 배분을 방지하기 위하여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지방의 사무로 배분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명확히 하였다. 자치단체 간 광역적 사무를 함께 처리하기 위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도 가능해진다. 법률이 조례로 위임한 범위에 대한 자치입법권을 보장하고, 지방의 국정 참여를 제도화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도 도입한다.평범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도 한 해는 가고, 2021년이 다가오고 있다. 올 한 해 열심히 다진 토양 위에서 새로운 지방자치가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고민과 그 결실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는 성숙한 지방자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발전을 이끌고 주민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0-12-22 11:23:50

[기고]대구의 두류신청사 시대를 대망하며

[기고]대구의 두류신청사 시대를 대망하며

대구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고고학계에서는 2006년 달서구 월성동에서 발견된 흑요석 재료의 좀돌날 등 1만3천184점의 유물을 통해 그동안 5천 년의 대구 역사를 2만여 년 전으로 끌어올렸다. 이 역사적 실증을 통해 지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달서구라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도 있다. 2만 년 대구 역사의 소환이었을까? 대구시 신청사 건립 예정지가 작년의 오늘(12월 22일) 달서구(옛 두류정수장 부지)로 결정되었다. 역사가 가장 깊고 살기 좋은 곳으로 신청사 이전지가 결정되었으니 이제 대구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영감 어린 상상력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시청사 이전의 역사는 깊다.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조선시대 경상도를 관할하던 경상감영은 지금의 경상감영공원 터에 자리를 잡았다(1601년). 그 후 대구군, 대구부 행정 체제를 거쳐 대구시로 개칭(1949년)되었고 현재 대구시의회 자리에 시청사가 입지했다. 그 후 현재 위치로 이전(1993년)한 시청사는 드디어 옛 두류정수장 터로 이전(2025년)을 앞두고 있다. 신청사 입지 선정은 투명성, 공정성, 시민 참여 등 숙의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확정한 전국 최초 사례라는 의미를 가진다.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시민의 손에 의해 선정된 만큼 이제 우리는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두류신청사 시대를 설렘으로 준비해야 한다.지금 대구는 백년대계의 토대가 될 공간구조 전략을 착실히 마련하고 있다. 숙원 사업인 대구공항 이전터를 확정했고, 서대구 고속철도 역사 준공과 구미~경산 광역철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서대구 고속철도 역사와 테크노폴리스, 국가산단을 연결하는 대구산업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의 동대구 역세권, 신서혁신도시, 수성알파시티 등 동남권 중심 발전에서 벗어나 서부권의 잠자던 성장판을 활짝 열어가며 대구의 균형발전을 위한 틀을 마련하고 있다.대구시는 현재 신청사 건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내년 6월 중앙부처의 투자 심사를 거쳐 2023년 1월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달서구에서는 신청사 건립 지원 TF를 구성해 시와 긴밀한 협조 속에 지난 8월에는 신청사 건립 방향 및 주변 지역 개발 발전 전략 연구용역을 진행해 지역 주민,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대구의 새로운 백년대계인 만큼 코로나19에 따른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신청사는 대구 시민의 가슴에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두류공원 내에 있는 2·28기념탑을 염두에 두고 2·28민주운동을 이끈 대구 시민정신을 담는 56층(2×28) 쌍둥이 건물로 랜드마크성을 부여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인근의 83타워, 이월드, 문화예술회관, 그리고 주변 운동시설과 연계해 편리함을 갖춘 시민들의 소통·휴식·문화 공간으로 설계하고, 3곳으로 분리시키는 도로를 지하화해 두류공원 전체와 시청사 부지를 통으로 묶어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일본 도쿄시청의 성공 사례처럼 환경, 디자인, 상징성 등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성이 뛰어난 공공청사로 만들어야 한다.오늘은 대구의 역사를 새롭게 펼칠 신청사 이전지 확정 1년이 되는 특별한 날이다. 한편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이슈화되기도 하는데 대구의 백년대계인 시청사 이전 계획이 이러한 논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250만 대구 시민의 염원을 지혜롭게 담으며 위축되어 가는 대구 시민들에게 새로운 자부심은 물론 미래 후손들에게 자랑으로 남을 수 있는 새 시대! 새 역사! '두류신청사 시대'를 뛰는 가슴으로 대망해 본다.

2020-12-21 11:15:25

[기고]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도시 영천

[기고]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도시 영천

필자는 포은 정몽주 선생 21세손이고 집성촌에서 나고 자라 영천이 가깝게 느껴진다. 특히 임고서원은 성리학의 대가인 포은 선생이 태어난 곳이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 애틋하다.얼마 전 경북 영천시 임고면 '선원마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지방 소멸의 위기와 인구 감소 문제가 안타까웠다. 인터뷰에서 선원마을 어르신 정희웅 씨와 정영호 씨의 애정 어린 마을 사랑을 읽었다. 400년 이상 영일 정씨 집성촌,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재가 있는 전통마을, 한때 주민이 1천여 명이 넘었다는 전설 같은 슬픈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문득 필자가 있었던 대구 김광석거리가 떠올랐다. 도시가 젊어지기 위해서는 도시 전체가 역동적이어야 한다. 물론 그 중심에 마을 주민도 있고 청년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청소년과 청년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 마을 주민이 이들과 함께 마을의 역사와 전통,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해 나가는 곳이 된다면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유교의 고장과 전통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연한 사고로 문학, 독서, 인문학, 예술 등과 협업이 필요하기도 하다.시인보호구역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청소년독서문화캠프에 경상권 대표 기관으로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대구와 경북, 두 곳에서 진행했는데 서울 소재 국제중학교,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의 학생들이 소문을 듣고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프로그램은 책을 읽는 전형적인 독서캠프가 아니라 문학작품이 뮤지컬로 변신하고 문학작품이 사진·연극·만화·동화 등으로 재탄생되는, 책 없는 독서캠프였다. 역시나 참가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통 체험프로그램, 유교적 예절 교육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4D, 5G 세대인 청소년들에게는 구석기시대 유물로 치부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가치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또 작년에는 영호남문학청년학교를 2박 3일 캠프로 기획하기도 했다. 우리가 아는 문학은 시, 소설, 수필, 평론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문학도 최근에는 여행 에세이, 웹소설, SF소설이 새로운 장르로 떠올랐다. 영호남문학청년학교 프로그램에 기존 문학 장르는 물론 문학 청년들이 좋아하고 주목하는 장르도 접목했다. 아니나 다를까, 웹소설 캠프에 가장 많은 청년들이 몰렸다. '역동적으로 된다'는 것은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역동적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 또한 역동적이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때 우리 캠프의 평균연령은 30세였다.필자는 임고서원 운영이 포은선생숭모사업회로 넘어가기 전 담당 공무원을 통해 임고서원 일대 인문예술마을만들기 프로젝트 기획서를 제안한 바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삶을 시로 쓰고, 이들의 활동을 다큐영화로 제작하고, 어르신들의 스토리를 그림으로 그려 마을회관이나 빈집을 통해 마을 갤러리로 탈바꿈시키는 안 등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좋은 기획이라고 하면서 실과에 소개시켜 줬지만 성사되진 못했다.문학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우리는 이미 어떤 장르와도 어떤 지역과도 어떤 세대와도 협업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폭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영천의 지방 소멸 위기와 인구 감소 문제를 고민했으면 한다.

2020-12-20 16:13:07

[기고] '겨울 속 화재 위험'을 찾다

[기고] '겨울 속 화재 위험'을 찾다

이맘때쯤이면 추운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던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오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라는 말을 외치며 놀이는 시작되고 마음 졸이며 찾던 때가 생각난다.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겨울철, 좁은 문틈을 타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위험은 우리 곁으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어릴 적 술래가 돼 숨은 친구들을 찾던 마음으로, 이제는 겨울 속 화재 위험을 찾아봐야 할 때다.날씨가 추워지면서 눈에 보이는 위험이 없더라도 수면 아래에서 위험은 언제나 흐르고 있다. 추위를 피해 사람들이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레 난방 기기 사용은 증가하게 마련이다. 그 사이 위험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지 모른다.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화재 건수는 11만4천91건이었다. 실제로 겨울철은 평균 1만4천484건으로 1년 중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주거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전체의 29%를 차지할 만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매년 발생하는 화재 사망자 317명 중 주택 화재 사망자가 175명으로 전체 화재 사망자의 5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난방 기기 사용이 잦아진 탓으로 풀이된다.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난방 기기 사용이 증가한다고 해서 화재 위험성이 높아지는 걸까. 최근 화재 발생 원인 통계를 살펴보면 기기 사용 후 전원을 끄지 않고 외출한다거나 가연물을 전기난로 등에 가까이 두는 '부주의'로 인한 원인이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위험 앞에 무심히 지나치는 행동과 잠시 허락했던 무관심이 우리의 불행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부주의 화재는 우리가 '아차' 하는 순간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곤 한다. 이런 부주의 화재를 줄이기 위해 소방 관서에서는 안전교육 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그러나 화재 예방을 위해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소방안전교육도 하고 우수한 소방정책을 펼쳐도 부주의 화재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나부터 스스로 안전 의식을 갖고 주의와 관심을 가질 때 화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불조심 표어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 표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1946년부터 사용돼 왔다. 문구 그대로 '불조심에 대한 주의'는 예로부터 강조돼 왔다. 74년이 지난 지금도 '불조심' 하면 이 표어가 떠오르듯이 화재 예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주의와 관심'이다.이제 우리 스스로 '겨울철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또 그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소한 부주의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는 일이 없도록 화재 예방을 생활화하고 지금 주변에 또 다른 위험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주길 바란다.더불어 겨울철 화재 예방이 아무리 절실하다고 해도 소방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지기 어렵다. 국민의 관심과 소방의 노력이 함께한다면 비로소 안전이라는 공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저녁노을이 질 무렵 숨바꼭질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듯이 소방은 국민과 함께 웃음이 가득한 연말·연시가 될 수 있도록 겨울철 안전을 약속하겠습니다."

2020-12-17 11:51:23

[기고]메세나, 대구 문화의 새로운 모색

[기고]메세나, 대구 문화의 새로운 모색

대구문화재단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달 하순부터 '2020 문화기부 챌린지'를 펼치고 있다. '소통과 참여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문화 플랫폼'이라는 재단의 새로운 비전을 내재화하고, 문화예술 후원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다.문화기부 챌린지에는 사전에 동참 의사를 밝힌 '보통 시민' 20명이 임의로 정한 순서대로 하루 한 명씩 1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굳이 보통 시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기부 챌린지 참여자들이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개 외식이나 유통 분야 소상공인이고, 더러 개인사업자도 참여하지만 들어서 금세 이름을 알 만한 사업체는 없다고 해도 그르지 않다. 대구예총 회장이 가장 먼저 동참해 준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예술인을 돕겠다며 동참한 현역 예술인과 시민운동가도 있다.더구나 기부자 가운에 일부는 자신이 챌린지에 동참한 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자신이 속해 있는 동호회나 직능단체를 소개해 추가 기부를 이끌어준 사례도 있다. 물론 내년에도 다시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한 분 또한 적지 않다. 이러다 보니 문화재단이 문화기부 챌린지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이미 3천만원 가까운 순수 기부금을 모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기부에 동참해 준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한다.이 모든 게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답게,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나눔 열기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뜨거웠던 대구만의 공동체 의식이 작동한 덕분이 아닌가 여겨진다. 실례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액을 집계했더니 85억원으로 코로나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고, 오히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신규 가입자는 20명을 넘어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하지 않는가.대구문화재단은 이번 성과에 큰 힘을 얻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문화기부 저변을 넓혀 나가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재단 임직원들로 꾸린 '문화기부 태스크포스'를 내년 초에 예술계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구 문화기부 운영위원회'(가칭)로 확대 개편해 문화기부 확산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올해 기부 참여자들이 주변의 다른 후원자를 추천하도록 하는 챌린지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기부 방법을 더 세분화해서 누구나 쉽게 이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 달에 1004원을 자동이체하는 '천사의 힘', 한 달에 1만원을 기부하는 '만원의 동행' 등 기부 방식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중이다.문화재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지역 내 문화예술 창작 기반을 조성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을 누릴 기회를 확대해 주는 데 있다. 2009년에 설립돼 11년간 성장해 온 대구문화재단이 문화기부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유는 문화 분권 시대에 걸맞은 차별화된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적극 발굴하기 위해서이다. 문화기부는 예술인들에게 창작 기회를 넓혀주어 시민들에게 더 풍부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선순환 촉매제이다. 세계 곳곳에서 문화 메세나 활동이 활발한 것도 문화예술 기부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문화기부 운동에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기대한다.

2020-12-16 11:49:07

[취재현장]위기에 빛난 향토기업의 지역사랑

[취재현장]위기에 빛난 향토기업의 지역사랑

최근 대구 한 중소기업인과의 대화 중 매일신문 '이웃사랑' 코너 얘기가 나왔다. 올해 들어 모금액이 늘었다는 자랑에 기업의 사회공헌 창구로 활용해도 좋겠단 얘기가 더해졌다.대화가 이 회사의 사회공헌 얘기로 옮겨갔다. 직원 수 50명 남짓의 이 중소기업은 매월 200만원이 넘는 성금을 꾸준히 지역 사회복지관에 전달하고 있었다. 회사 경영이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알고 있어 이 같은 대답은 더욱 의미 있게 들렸다.그만큼 올해는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실로 가혹한 해였다. 경영환경은 지난 수년간 빠르게 악화됐는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충격까지 왔다. 소비가 위축됐고, 물류 대란을 겪었고, 직원들의 방역 대책에도 골몰해야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소득 중 하나는 바로 대구경북 지역기업의 '나눔 DNA'를 확인하고 향토기업의 존재 가치를 널리 알렸다는 점 같다.대구 지역 기업과 경제인들의 나눔의 정신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올 2월 들어 대구경북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 위기 극복에 가장 앞장선 것은 다름 아닌 지역 경제계였다.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주류 기업 금복주는 지난 3월 대구경북에 각 10억원씩 시도민을 위한 구호물품 구입비 20억원을 내놓은 후, 소독용 알코올 품귀 현상이 일자 7억원 상당의 주조용 알코올 60t을 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기까지 했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대한적십자사 등을 통한 모금에도 수많은 기업이 동참했다. 세원그룹은 12억원을, DGB대구은행이 10억원을, 평화홀딩스가 4억원을 기꺼이 내놓았다. 화성산업이 3억원, 대성에너지와 서한도 각 2억원씩을 전했다.대구시와 지역 경제계의 전방위적 도움으로 지난해 위기를 극복했던 이래그룹도 1억2천만원의 성금을 보내는 '의리'로 화답하며 의미를 더했다. 삼익THK와 크레텍, SM그룹, 태왕도 대구시에 각 1억원을 전달하는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위기 극복에 동참한 것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큰 기업들만이 아니었다. 대구의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루아는 사회복지관에 전달할 마스크를 가져오면 음식을 포장해 주는 캠페인을 벌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 얘기가 퍼지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이후로도 지역기업의 사회 환원은 이어졌다. 희성전자는 지난 14일 이웃사랑 성금 1억원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9년 연속 1억원 기탁에 누적 금액으로는 11억원을 달성했다.기업지원기관이나 단체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일례로 대구상공회의소는 지난 11일 회원사 직원 자녀 102명을 선발해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전달했다. 대구상의 전 임직원이 '회원사와 상의는 공동체'라는 의지로 월급의 10~20%를 3개월간 모아 장학금 6천400만원을 조성한 덕분이다.선의가 가득 담긴 도움의 손길을 지역사회에 전하면서도 이를 드러내 놓지 않은 기업도 부지기수다. 이처럼 향토기업과 기업인들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기업으로서 당연히 완수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향토기업들이 대구경북의 위기에 응답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우리 곁에서 성장했고, 지역은 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토대이기 때문이다. 지역민들도 지역기업을 키워내는 것이 우리의 삶터를 더욱 풍성하게 가꾸는 길이란 인식을 갖는다면, 기분 좋은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2020-12-15 15:02:53

[기고]서재・새천역 신설

[기고]서재・새천역 신설

대구산업선 철도는 대구 발전의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이다. 현재 조성 중인 국가산업단지와 성서, 달성1·2차, 테크노폴리스 등 기존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철도로 완공 후 경부선, 대구권 광역철도, 대구도시철도 1·2·3호선과 연결되고, 향후 남부내륙고속철도, 달빛내륙철도, 창원~마산항 연결철도 등과도 연계할 수 있다.대구산업선 철도 건설은 광역교통망 구축과 물류비용 절감 및 산업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대구 남북 간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지역 주민 및 산업단지 기업인·근로자의 출퇴근 불편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온실가스 감소 등의 환경 개선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대구시는 이를 국가균형발전 기반 구축 사업으로 제안해 지난해 1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최종 확정했다.하지만, 현행 계획과 같이 대구산업선 철도 계획이 기존에 계획된 노선처럼 와룡산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확정된다면 이 지역 주민들은 철도 노선을 이용하지 못하는 지역으로 남게 되는데, 이는 대구시의 미래를 반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수 있다.또한 산업철도 건설 구간인 달성군은 산업단지가 밀집돼 있는데 최근 산업단지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어 산업단지 간 연계 강화, 활력 강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대구산업선 철도는 지역 경제 활력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계획돼 조속히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이 때문에 대구시와 국토교통부가 대구산업선철도 기본 및 실시설계 계획에 현재의 대구시 현실뿐 아니라 추후 발전될 미래의 대구시 모습을 반영해 노선을 계획하고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첫째, 100년을 내다본 대구시의 미래를 위해 서재・세천역 신설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다사읍의 인구는 9만1천 명이며 서재·세천 지역만 인구 4만 명으로 대구산업선 철도 노선 중 환승역을 제외하고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으로, 신설되는 서대구역과 계명대역 구간 사이에 성서5차 산업단지와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 오지로 서재·세천 지역이 대구산업선 철도 노선에서 제외돼 있어 철도 노선 변경과 역사 신설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또 세천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지속적으로 건설 중에 있어 인구 유입이 활발히 진행 중임에도 이 지역의 도로망은 병목현상이 심각해 주민들은 혼잡한 교통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둘째, 서재・세천역 신설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쓰레기매립장, 상수도 취·정수장, 상수도보호구역 상류 지역 행위 제한 등 대구시의 모든 혐오시설들은 다사읍에 집중돼 있다. 개발행위 제한과 재산권 침해 등의 고통을 수십 년간 감내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고통의 보상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서재・세천역은 신설되어야 한다.또한, 달성군청 소재지 금포리 주민들에게 최소한 편리하게 철도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철도 노선을 현행 금계산 쪽에서 달성군청 소재지로 변경하여 도시가 확장될 경우 철도역이 신설 가능하도록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 만약 국토교통부에서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할 경우 대구시는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대구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추진하여야 한다.

2020-12-14 11:31:47

[기고]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기고]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기후변화가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은 인간의 위기이므로 너무 늦기 전에 우리는 삶의 방식에서 해답을 찾아 실천에 옮겨야 한다.이에 기후변화와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장기적 변화를 예측하고,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생태계 관리 계획으로 '국가 장기 생태 연구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생태계 변화 중 가장 심각한 피해는 인류에게 닥칠 것이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하다. 신선한 공기, 깨끗한 식수, 충분한 식량, 우리가 살 수 있는 안전한 주거는 자연이 보호되지 않는 순간 위협을 받게 된다. 이것은 세계 사회의 긴장과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며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이미 그런 장소가 있다.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나라다. 해수면 상승을 염려하는 주민들이 이주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이주민의 수가 더 증가하고 국제적 상황은 글로벌 우려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기상청 미래 기후변화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후반(2071~2100)에는 한반도의 온도가 현재(1981~2010)에 비해 5.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적으로는 북한의 기온 상승(+6.0℃)이 한국(+5.3℃)보다 높다. 결과적으로 21세기 하반기 평양의 기온은 서귀포(16.6℃)와 같을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국 대부분과 황해 연안은 아열대기후가 될 것이다.지구 평균 기온이 5.2℃까지 올라가면 여름에 북극해 얼음과 해빙이 사라지고, 기후 정책이 호전되지 않으면 한국의 대부분 지역도 금세기 말 아열대기후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자연재해는 인류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홍수, 산사태 또는 눈사태, 토양 유출 및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는 인간이 감당해 낼 수 없다. 일부는 최근과 같은 사건이 지속된다면 인류의 절반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앞으로 30년이면 지구의 오존층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절박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 지역에는 비정상적인 기후, 생태계 변화 등 다양한 종류의 경고 신호가 있고 이미 벌어진 오존층의 비정상적인 현상을 보면 이 경고 메시지가 인류 존립 위협을 예고한다.그러나 우리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오존층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일상생활은 편리주의에 의해 길들여지고 무책임한 삶을 산다. 이 일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은 우리 미래 세대의 몫이 될 것이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가 마땅히 행해야 할 인간 생존의 문제이다.그래서 자연보호중앙연맹은 '기후변화에 대처하자'라는 주제를 가지고 플라스틱 없는 세상,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운동,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운동, 자연보호-보전 운동, 범국민 생활실천 문화 운동 확산, 실천 사항(머그컵 사용, 텀블러 사용, 에코백 사용,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플라스틱 제품 사용하지 않기, 비닐봉지 사용하지 않기) 등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지금껏 자연보호연맹이 다룬 '태평양 쓰레기 섬, 그린시드 캠프'와 '세계 토양의 날에 대해' '자생식물 개서어 나무 추출물 화장품 원료 활용' '버려지는 커피 자루 원단 탄소발자국 인증' 등이 주목받아 왔다.작은 일이지만 일회용품 줄이기라도 실천해 보자. 그럼 나도 모르게 자연보호 정신이 몸에 밸 수 있다. 자연보호는 특정인이 아니라 인류 모두가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0-12-13 16:01:02

[기고]대구의 모태 ‘달성토성’

[기고]대구의 모태 ‘달성토성’

늦은 점심을 먹고 한 카페에 갔다. 메뉴 선택이 끝나고 잠시 전시돼 있던 텀블러를 구경하던 중 이상하리만치 눈이 가는 게 있었다. 이곳에선 대구 텀블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는데, 겉에 새겨진 그림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같이 간 동료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먼저 질문을 했다."와~ 대구 텀블러가 있네요. 근데 저기 그림이 경전철인가요? 대구에 경전철이 있나요?"나와 같이 간 동료는 서울 사람이라 대구에 대해 깊은 지식은 없는 상태였다."아뇨, 아뇨, 대구도시철도 3호선 지상철인 거 같은데요."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참, 대구 제일의 자랑거리가 3호선 지상철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 것 같네요."죽어 들어가는 소리로 나지막이 얼버무렸다. 부끄러움 때문일까? 급히 화제를 전환하였고 우리의 환담은 이어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조금 전 그 텀블러의 그림이 자꾸 떠올라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순간 얼마 전 학생들과 같이 졸업작품전 주제로 선정한 '달성토성'(達城土城)이 떠올랐다. 당시 학생들에게 달성에 대해 많은 인문학적 역사학적 이야기를 들려줬다.대구의 모태(母胎)는 누가 뭐라 해도 달성이다. 달성은 삼국시대 초 지금의 성곽 형태가 완성되었고, 1천800년의 역사 동안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구 시민과 함께 서 있었다. 마치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처럼.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달구벌의 뿌리로 자리를 지키며 당당히 지내왔던 과거의 기억들은 처참하게 무너지게 된다. 일제는 대구의 정신을 훼손하기 위해 달성을 공원화시키면서 오락장 혹은 위락장으로 바꿔 버렸고, 1905년에 달성 내에 신사(神社)를 건립해 우리의 얼을 말살하려 했다.안타깝게도 이러한 일제의 만행에 사람들은 달성의 원래 의미를 차츰 잊어가게 되었다. 이는 기억에서 멀어지고, 구전(口傳)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깨닫게 되는 역사적 경험이었고, 비극의 시작이었다.해방 후에도 달성은 동물원으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시민들의 기억에서 잊혔던 공간이 한순간에 기억의 중심에 자리 잡기란 힘들다. 우리 스스로 공원화된 달성에 동물원을 만들었고, 그 후 머릿속에 달성은 달성공원 혹은 동물원이라는 함수관계를 정립시켰다.달성공원으로 불리던 곳, 초등학생의 소풍 장소로 각광받던 곳, 혹은 동네 산책로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달성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으며, 우리의 관점과는 무관하게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이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최소한 대구의 정체성은 달성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자. 그리고 달성공원이 아니라 '달성'이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홍보하자. 최근 들어 달성토성마을을 만들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서구청의 움직임이 그래서 반갑다.대구의 역사는 대구 시민이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 그래야 프랜차이즈 카페 한쪽에 마련된 대구 텀블러 속 그림이 자연스럽게 달성(達城)으로 바뀌게 될 것이고, 타지(他地) 사람들에게도 우리는 자랑스럽게 대구의 역사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지만, 뿌리와 역사가 없는 미래는 허울뿐인 껍데기에 불과하다.

2020-12-10 14:02:02

[기고]인권은 국론 통합의 출발점

[기고]인권은 국론 통합의 출발점

1948년 12월 10일.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총회는 2년여에 걸친 논의 끝에 세계인권선언문을 채택했다. 세계인권선언문은 최소 5천만 명의 인명 피해를 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인종과 피부색, 민족,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에 대한 인류의 염원이 집약된 결과물이었다. 미국 등 자유 진영과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 진영이 같이 참여한 회의였기에 공통의 합의를 도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결국 소련 등 사회주의 6개국은 사유재산권, 종교의 자유 등 문제로 최종적으로 기권했다. 하지만 세계인권선언에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주장한 사회권에 관한 규정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인권선언문 채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를 딛고 미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이었는데, 루스벨트 여사는 남편 못지않은 강한 여성으로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자취를 남겼다. 그녀는 기존의 퍼스트레이디들과 달리 여성의 권리, 사회적 약자의 인권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남편 사후 그녀는 트루먼 대통령의 요청으로 새로 탄생한 유엔의 인권위원회 의장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세계인권선언문은 전문과 30개 조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문은 인권선언의 배경과 인권의 가치, 목표를 담고 있는데, "…사람들이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반란에 호소하도록 내몰리지 않으려면, 인권이 법에 의한 지배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함이 필수적…"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인권보호가 각 국가와 개인의 자발적인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법치주의의 확고한 기반 위에, 그 보호막 밑에 서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하여야 한다"며 인권의 대의를 선포하고 있다. 30개 조문은 크게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정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정으로 나뉜다. '시민적‧정치적 권리'는 생명권, 안전권, 법 앞의 평등,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무죄추정의 원칙, 사유재산권, 종교의 자유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는 사회보장제도, 일할 권리, 휴식과 여가에 관한 권리, 학습권, 문화향유권,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적절한 생활향유권 등이 규정되어 있다.그렇다고 인권이 무제한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은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가지며,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 공동체가 없이는 인격의 자유롭고 완전한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29조 참조)올해는 세계인권선언이 제정된 지 72주년이다. 인권의 역사라는 면에서 많은 굴곡을 거쳤고,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한국의 인권 상황이 큰 이슈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을 이룩했다. 진영 간, 남녀 간, 세대 간으로 나뉘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현 상황에서 인권 문제가 또 하나의 분열 요소가 아니라 공동체의 유지와 번영이라는 커다란 목표 아래 국론 통합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0-12-09 12:02:42

[기고]동절기 산불 예방을 함께!

[기고]동절기 산불 예방을 함께!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한 날씨가 겨울의 초입에 있다는 느낌을 실감하게 한다. 입동 전에 시작한 산불조심기간이 이제 막바지에 왔다.지난가을, 54일간의 집중 장마와 3개의 태풍을 이겨낸 사과와 벼들이 그 자태를 뽐내며 추수를 기다리고, 백두대간 골짜기마다 만산홍엽으로 흐드러진 가운데도,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산불로부터 지켜야 하는 산림청 및 지자체 산림 공무원들은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었다.산림청은 전 국토의 64%인 산림 지역에 대하여 매년 산불 취약 시기마다 동절기, 하절기 산불조심기간(동절기 11월 1일~ 12월 15일, 하절기 2월 1일~5월 15일)을 설정한다. 도시와 농산촌 지역의 산림과 도시숲이 산불로부터 온전히 생태계가 유지되고 국민들의 재산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고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영주국유림관리소는 경북 지역 6개 시군(영주시, 안동시, 문경시, 봉화군, 예천군, 의성군) 국유림을 관할 구역으로 한다. 대형 산불 예방을 위해 산불조심기간에는 국유림 집단화 지역을 중심으로 입산통제구역 28만946㏊를 지정하고, 공원구역 등 통제가 가능한 주요 등산로를 제외한 등산로 12㎞는 폐쇄하는 등 입산자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또한, 산불 발생 시 신속 정확한 상황 파악과 상황 유지를 위해 국유림관리소 내에 산림재해상황실을 운영하고 있고, 과학기술에 기반한 스마트한 산불 예방과 신속한 산불 진화 체계를 운영하기 위해 GIS 기반의 산림 정보와 기상 정보 등이 탑재된 산림재해상황실을 올해 초 고도화했다.지난 봄 안동 대형 산불 발생 시부터 운용돼 빠른 산불 상황 판단과 진화 작전 수립에 큰 기여를 했다.아울러, 산불 발생 시 신속한 출동, 완벽한 초동 진화 태세 구축을 위해 국유림관리소 내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11명이 비상대기하고 있고, 국유림 집단화 지역인 봉화·춘양 등 4개소에 산불전문예방진화대 60여 명이 대기하고 있다.앞으로 대형 산불 진화 시 탁월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신기술과 장비를 겸비한 최정예 요원으로 육성될 예정이다.드론 조종 자격증 취득과 소화탄, 소화 약제 등 신기술 활용 능력을 배양해 미국의 산불 진화 정예 요원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건립 중인 '산불대응센터'는 이들의 복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는 1973년부터 전 국민이 참여한 가운데 본격적으로 치산 녹화 사업을 시작해 이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산림녹화 성공 국가가 되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울창해진 숲을 잘 보존하는 것이다.최근 나타나고 있는 최장 장마, 태풍, 병해충, 대형 산불 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소중한 숲을 위협하는 요인들이다. 이 중 산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인디언 격언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토지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아이들로부터 빌려온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자연에 깃든 아름다움에 대한 지속적 보존을 바라는 인식에 새로운 산림 철학을 느낀다.지난봄 안동, 울주, 고성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상기하면서, 마지막 산불조심기간에 모든 국민이 푸른 숲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불 예방에 함께해 주실 것을 바란다.김명종 영주국유림관리소 소장

2020-12-08 18:44:25

[기고]정치후원금과 선(Rule)

[기고]정치후원금과 선(Rule)

최근 발간된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 미셸 겔펀드(Michele Gelfand)의 저서 '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는 사회'에서는 국가 공동체를 지배하는 규범의 강도가 개인의 일상과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그 규범의 정도에 따라 '빡빡함'과 '느슨함'으로 국가를 구분하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를 인도, 싱가포르 등과 함께 '빡빡한 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는 그 구성원의 동조성이 높고 자제력이 강하며, 범죄가 적어 사회 질서도 상대적으로 '느슨한 사회'보다 잘 잡혀 있는 문화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빡빡한 사회'의 사례로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코로나19를 말할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에서 방역 수칙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실제로 이전과 달리 거리에서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있고, 가족과 함께 자유롭게 식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가정에서 일하는 것까지, 이 변화된 행동의 모든 원인이 바로 내가 아닌 공동체를 위하여 '선'(Rule)을 지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나와 내 가족이 잠시의 불편과 고통을 감내한다면 그 작은 노력이 모여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로 이어질 것이다.이와 같은 변화는 비단 코로나19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문화에서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민간단체의 후원금 사용 논란을 보면서 우리 정치에서 후원금이 과연 얼마나 빡빡한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정치인의 건전한 정치활동을 위해서는 돈, 즉 정치자금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치자금이 선을 잘 지키면서 깨끗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자발적인 의무 이행을 바라고 우리 스스로 그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은 정치를 '나와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선을 지키지 않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우리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자세로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하는 정치 문화 또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성숙한 정치 문화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정치후원금이다. 정치후원금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로서 건전한 민주정치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반 국민에게는 정치 참여의 기회 제공을, 정당이나 정치인에게는 깨끗한 정치자금의 원활한 조달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후원금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으나, 좀 더 간단한 방법은 정치후원금센터(www.give.go.kr)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센터에서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을 선택하여 후원금을 기부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기탁금을 기탁할 수 있으며, 결제 방법 또한 신용카드(포인트 포함), 계좌이체, 간편결제(카카오페이, 페이코, 네이버페이)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우리는 단순히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한 사람의 정치후원금 기부는 선을 지키기 위한 한 걸음이 될 것이고, 그 한 걸음이 모여 '빡빡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큰 걸음이 될 것이다.

2020-12-07 11:16:19

[기고 옷 짓는 것이 위기를 창조의 발판으로

[기고 옷 짓는 것이 위기를 창조의 발판으로

영국 런던은 시민사회가 형성된 이후 오랫동안 사회활동의 제복을 제공해 온 도시다. 모든 사회의 근대화에는 이 거리가 표준으로 지정한 옷이 국가의 포장지 역할을 해왔다.한 세기가 넘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가게들의 파업과 몰락, 우후죽순처럼 쓰러져 가는 가게들을 보며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양복'이라는 것은 어떤 옷인가. 양복엔 1600년대 유럽, 특히 영국의 문화와 국민성이 깃들어 있다. 흑사병과 대화재를 거치며 담금질되어온 시대의 조형이다.재정적인 궁핍과 타버린 국토를 바라보며 진실함과 소박함을 내세운 청교도들이 득세했고, 화려한 치장보다는 단정함과 간결함을 옷의 기본으로 삼았다.칙칙하고 어두운 색은 그들의 근검을 뜻한다. 목의 깃과 소매로 살짝 보이는 흰색의 셔츠는 그들의 위생과 인간관계의 의리, 진실성을 상징한다.우리가 슈트라고 부르는 옷이 400년 전 그들에 의해 한 나라의 복장으로 공인되었던 것이다. 찰스 2세의 양복을 공인한다는 칙령은 복장으로서 국민의 정신을 통합하겠다는 저의가 깔려 있다. 영국인들은 유럽 대륙의 화려함과 낭만, 그에 따라 자연히 딸려오는 낭만적 여성성을 과감히 버렸다.또 영국 양복은 선과 형태보다는 인체에 또 다른 건축을 해서 양감을 만드는 '쌓아올림'의 아름다움이다.처진 어깨에 패드를 올려 보강하고 처진 가슴을 말총으로 덧대서 단단한 가슴을 만드는 것이 양복이 갖고 있는 '구축성'이다. 유서 깊은 양복점의 몰락은 시대가 더 이상 그러한 성질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하다. 양복이 태생적으로 지닌 계급성과 구축성의 한계를 우리는 현재에 보고 있는 것이다.필자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적응하며 진화해 온 우리 옷의 미감에서 다가올 미래의 옷을 모색하려 한다.서양의 옷과는 판이하며 이웃에 인접해 있는 양국과는 다른 '맵자하다'라고 표현되는 선과 리듬에서 영감을 얻길 기대한다.쌍영총의 묘주 부인 저고리 섶은 고려 말의 요선 철릭의 선으로 흐른다.또다시 그것은 조선 초의 삼회장 저고리의 도련으로 이어졌다. 단지 길이가 길어졌거나 짧아졌다뿐이지 시대를 거슬러 현재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미감을 발견할 수 있다.목 깃의 선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으며 수평으로 펼쳐진 어깨의 선, 다시 겨드랑이를 타고 작은 예각을 이루며 세로로 여러 다발의 직선이 펼쳐진다.그 끝동은 우아하고 과하지 않은 호를 이루며 무수한 선율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러한 선의 사용 방법과 휘어짐의 정도, 그리고 배색에서 우리 옷을 해석할 수 있고 미래의 디자인을 위해 차용해야 할 영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선을 적용해 서양의 방식으로 쌓아 올리면 그것으로 원래 것이 가지고 있던 계급성과 무분별한 구축의 한계를 극복하지 않을까. 자연 그대로의 것-소재뿐 아니라 기교를 과도하게 넣지 않아 인체를 편안히 하는 것도 포함된다-과 선의 독창성은 새로운 시대의 옷을 위해 발전시키고 다시 탐구해 볼 만한 유산이다.옷을 짓는 이는 지금의 위기를 창조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양복을 만드는 테일러뿐만 아니라 손을 써서 작품을 만드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서양의 것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이 도를 넘어 단순 모방만을 일삼는 방식은 제일 먼저 극복해야 할 악습이다.점차 진행되는 양복의 몰락을 보며 공예가 얼어붙는 이 시점에 새로운 자각과 그에 맞는 행동이 필요한 때다.

2020-12-06 15:34:07

[기고]가을이 불러온 안전 불감증

[기고]가을이 불러온 안전 불감증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여러 가지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마스크가 없는 하루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과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들 수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의 삶과 자연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는 사람도 있다. 필자 역시 익숙한 삶 속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에 대한 감사와 책과 공원이 주는 여유를 누리며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얼마 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불필요한 모임을 취소하고 삶의 여유를 찾아보고자 달성습지를 찾았다. 이맘때의 달성습지는 억새가 금빛으로 물들고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찾아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날갯짓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성습지를 찾은 필자는 너무나도 큰 실망감에 빠지게 되었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이었다.그리고, 대구시에서 261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달성습지 탐방나루 조성사업' 공사현장은 여기저기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철골 구조물이 튀어나와 있고 방문객들은 공사 중 통행금지라는 표지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을 억새 인생 샷을 찍기 위해 공사현장 안으로 들어가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는 어김없이 풀들이 밟혀 인공적인 길들이 만들어져 있었고 억새 주변에는 어떠한 동물들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성습지 현장에는 안전요원도 없었으며 공사가 중단된 위험한 산책로를 걷는 누구도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관람객들의 불법주차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달성습지의 지리적 위치로 인해 방문자들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여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달성습지의 주차장 일부는 아직 공사 중이라 이용할 수 없으며 상당수 관람객들은 길가 양쪽에 주차하고 달성습지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방문하는 사람들 일부가 그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길가에 주차를 하다 보니 마치 길가 주차가 생활화된 듯 아무런 경각심 없이 주차를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이러한 상황들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지자체 역시 문제가 있다. 가을이 되면 달성습지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현장을 그냥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시민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만약 공사현장 주변에 안전요원 몇 명만 배치하였다면 공사 중인 탐방로를 걸어 다니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자연과의 거리두기 역시 필요하다. 달성습지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143종의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대구 생태계의 보물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무분별한 자연 관람이 지속된다면 달성습지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동물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며 지금과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은 도시의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대구는 코로나19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K방역의 중심 대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는 끝이 나지 않았으며 방심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피해 공원을 찾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공원이라고 해서 코로나19와 상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0-12-03 14:36:19

[기고]중소기업을 위한 나라는 없다

[기고]중소기업을 위한 나라는 없다

며칠 전 기업을 한 군데 방문했다. 영덕에 있는 수산물 사업을 하는 3년 된 기업이었다. 이윤의 60% 이상은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사회적기업이었다. 짧은 시간에 20억원 매출을 올릴 정도로 회사는 커졌고,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좋은 사람을 뽑는데 자꾸 나간다며, 대표는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생존을 걱정하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성장을 걱정한다면 분명히 좋은 일인데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소기업의 성장 방식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대답이 선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은 기하급수적 변화와 그 변화의 속도로 인한 기하급수적 성장의 시대라는 것이다.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단순히 업력의 차이인가? 2015년 창업한 마켓컬리는 처음부터 중소기업이라고 불리지 않았다. 몇 년 전 블룸버그는 GE를 124년 된 스타트업이라고 불렀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스타트업처럼 이 기하급수적 성장의 시대 혜택을 보기 위해서, 인재들이 일하고 싶어 몰려오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첫째는 시선의 지향이 변해야 한다. 현재가 아닌 미래로 시선의 지향이 변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현재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면 스타트업은 미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담대한 목표(MTP: 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를 가지고 있다. 시선이 미래에 있으니 스타트업들은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성장을 지향한다.둘째는 개방형, 수평적 조직문화에 기반한 일하는 방식이다.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기는 코로나와 같은 통제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변화가 일상인 시대라는 것이고 이 시대 어떤 조직도 조직 내부의 자원만 가지고는 이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넷플릭스의 핵심 경쟁력인 시네매치 알고리즘도 넷플릭스 경진대회를 통해 전 세계 천재들의 힘을 빌려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유명하다.셋째는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에서 파괴적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대부분의 창조는 배열을 달리한 편집이라는 얘기가 있다. 시각을 다르게 하면 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집에 있지 않는 시간에 배송이 되고 그러다 보니 배송과 사용 간에 큰 불일치가 있었다. 마켓컬리는 단지 배송 시간을 새벽으로 바꿈으로써, 받은 제품을 바로 요리해 아침으로 먹게 함으로써 배송과 사용 간 불일치를 해결했다. 그 결과 2015년 연 매출 100억원 규모였던 새벽 배송 시장은 2018년 4천억원 규모로, 2019년 1조원 정도로 성장했다.'중소기업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과거 중소기업의 성장 방식이 이제는 유용하지 않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가는 성장 방식은 파이가 커지는 고도성장기에 가능한 산술급수적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저성장으로 대변되는 오늘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힘껏 달려야만 제자리인 시대로, 기하급수적 성장이 아니면 정체 또는 죽음인 시대이다.이제 크기에 기반한 중소기업이라는 말은 없어져야 한다. 중소기업이라는 말은 기업을 규정하는 얘기가 아니라 기업 성장 단계의 한 시기를 지칭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중소기업 모두가 스타트업으로 거듭나 4차 산업혁명 시대, 이 기하급수적 성장의 시기를 즐기기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바람일까?

2020-12-02 11:18:46

[기고] 코로나19, 관리 개념 도입하자

[기고] 코로나19, 관리 개념 도입하자

현재 3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코로나19는 감염병이 아니라 만성 질환처럼 '관리'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질병의 역사는 과거에는 감염(전염)성 질환이 많았으나, 현재는 만성 질환으로 변화하면서 의료의 개념이 완치(cure)에서 관리(management)로 변화하고 있다. 감염성 질환은 완치의 개념이 있지만, 만성형 질환은 완치라는 개념 대신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완치는 치료가 되면 그 상황이 종료되지만, 만성형 질환은 완치가 안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고 관리를 잘하면 증상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질병과 삶이 평생 함께하는 동반자처럼 가야 한다.관리는 365일 24시간 동안 이뤄져야 하는데 의사가 환자 옆에서 그 역할을 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치료의 주체가 의료 전문가에서 환자로 바뀌는 환자 중심 의료(patient centered care) 개념이 생겼다.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했을 때 이 병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감염병이라서 완치(BC: Before Corona-cure)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는 치료 과정에서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서 감염병의 완치 개념이 아니라, 만성 질환처럼 진행해 왔다. 만성 질환의 관리(AC: After Corona-management) 개념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와 환자가 동반자(WC: With Corona)처럼 같이 가면서 환자가 진료의 주체가 되어 '거마손'(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을 365일 지켜야 할 것이다."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 아닌가"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즉 코로나 방역 때문에 경제가 돌지 않아서 굶어 죽겠다는 탄식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로 죽어도 안 되고 굶어 죽어도 안 된다.요즘 사람들은 커피를 많이 마시고 있다. 커피 중에 대표적인 메뉴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아아)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따아)가 있다. '아아'는 목이 마르면 단숨에 다 마실 수도 있고, 아니면 조금씩 나눠 마실 수도 있다. 본인이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반면에 '따아'는 뜨겁기 때문에 본인이 양을 조절해서 마실 수 없다. 일정량을 조금씩 계속해서 마실 수밖에 없다. 현재의 코로나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서 '신천지' 대량 발생 때와 환경 변화의 차이는 없다. 그래서 환자가 계속 발생한다. 환자 발생 정도보다는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이 방역에서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관리(management)의 개념이 필요한 이유다.경제도 살려야 하고 코로나도 잡아야 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코로나 환경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관리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정부에서 방침을 임의로 바꾸지 말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마시듯 일정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정부의 방침은 환자가 조금 감소하면 방역을 풀고 조금 증가하면 방역을 죄고 있다. 오랜 코로나 때문에 국민들은 지쳐 있다. 조그만 핑계라도 있으면 방역에서 일탈하고 싶어 한다. 국민의 경계가 풀어지면 정확하게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고 그러면 방역을 죄는 일을 반복한다. 골프에서 말하듯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시책이 '양치기 소년'처럼 되기 때문에 신뢰를 얻기 힘들다. '따아'를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시듯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20-11-29 15: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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