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키다리 아저씨

매월 15일은 중요한 날이다. 중간점검일도 아니고 월급날은 더더욱 아니다.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해 책상 위에 메모해 둘 만큼 깜박하면 안된다. 이 날은 한 후원자가 대구예총에 기탁, 지정한 성악가의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는 날이다. 대구예총 통장은 단지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덩달아 뿌듯해지는 시간이다.어쩌다 기부도 쉽지 않은데 매월 정기적으로 적잖은 금액을 후원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릴 적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읽으며 여주인공 쥬디를 부러워 했었다. 물적 심적으로 든든한, 더군다나 키도 큰 롱다리 후원자가 쥬디의 꿈을 키워줬으니. 익명은 아니지만 키다리 아저씨처럼 예술인들에게 조력자가 되어 주는 사람을 '패트런', 기업을 '메세나'라고 부른다.패트런(patron)은 pater(아버지)에서 유래된 라틴어가 어원이다. 우수한 예술가의 재능을 인정해 기꺼이 보호자가 된 사람들이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를 알아 본 교황도 패트런이다. 우리나라 역시 안평대군이나 신재효 같은 패트런이 없었다면 안견의 '몽유도원도'도, 판소리 열두마당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프랑스어인 메세나(mecenat)는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활동을 뜻한다. 고대 로마의 아우구스트 황제의 대신인 가이우스 마이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마이케나스는 당시 문화계를 이끈 예술인들의 열렬한 후원자로 예술부국을 이끌었다고 한다.삶이 윤택해지고 예술꽃을 피우려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이든 어떤 형태로라도 후원자가 있어야 한다. 대구예총은 건축, 국악, 무용, 문인, 미술, 사진, 연극, 연예, 영화, 음악 등 10개의 예술문화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비영리 단체인 예총의 재원 조성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 중 아트 메세나의 후원금은 재원 마련에 있어 가뭄의 단비가 된다.경기침체와 장기불황 속 메세나 활동은 수익보다 지출을 양산한다. 일부에서는 기업체의 미술품 후원을 투기로 보기도 한다. 문화접대비도 위축되었다. 그나마 미술품 구입시 세제 혜택이 개선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패트런이나 메세나는 꼭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아직은 '사회 환원'을 내세우는 기업 의존률이 높지만 미술 소품을 사고 공연을 관람하는 등 예술소비 행위는 개인후원자의 소중한 습관이다. 무료 티켓이 익숙한 예술현장에서는 감상 후 소액이라도 기부하는 방법도 좋겠다. 예술인을 발굴해 지원하면 그 예술인은 다시 시민들에게 재능을 나눌 것이다. 맛깔난 저녁식사에 공연 한 편을 패키지로 묶어 접대하는 것, 공연이나 전시를 보고 책을 사는 일로도 훈훈한 키다리 아저씨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4-29 11:07:50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청문회 유감

인사청문회의 사전적 정의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 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검증받게 하는 제도다.한 때 2명의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한 사람의 후보는 대법관 퇴임 후 받은 수임료 수입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아 평소의 그답지 않게 전관예우 특혜로 부를 축적했다는 이유로, 또 한 사람은 쓴 글이 친일 망국적인 역사관을 토로하고 있다는 이유로 언론이 앞장서 파헤치자 야당은 후보직에서 물러나라 하고, 민심이 등을 돌리자 여당도 비호할 수만은 없어 결국 둘 다 낙마하게 되었다.선진국에서도 총리든 장관이든 검찰총장이든 청문회에 앞서 구설수에 오르게 되어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는 구설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치부를 드러내고 만다.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논문 베끼기, 역사관, 전관예우, 병역문제, 탈세, 부동산 투기, 위증, 음주운전, 전과 등등 파헤치면 비리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런 자들을 고위 공직자로 천거하는 나라꼴이 말이 아니지만 정말 이런 자들밖에 인재가 없을까? 그렇다면 나라꼴이 더욱 서글프다.차라리 나라에서 고위 공직자를 '공개모집'하면 어떨까?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자들만 응모하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아예 생각을 품지도 못하게 공모제를 한번 해보자. 하자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 응모하면 서류 탈락시키고 언론에 공개해서 욕을 보게 하면 제대로 품격 있는 분이 고위 공직자가 될 것이므로 청문회 따위 안 해도 될 것이다.인재가 서울 쪽에만 있는 것도 아니니 공모를 하게 하면 전국적으로 지원자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널리 인재를 쓴다는 의미도 부각될 것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을 뽑아 놓고 출신지 안배 운운할 게 아니라 실재로 지역에 살고 있는 유능한 인재를 뽑아 써야 할 것이다. 정부의 인사를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만 뽑아 올리지 말고 제주도를 포함해서 전국적으로 살펴봐서 어떤 곳에서라도 머리와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을 바탕으로 하되, 그 분야에서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을 뽑아서 쓰면 언론이 오히려 칭찬하지 않겠는가.이참에 혁신 도시를 만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고 인사가 만사라 했으니 인사의 혁신을 도모해볼 일이다. 대한민국에 서울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은 서울보다 훨씬 넓다. 손상호(경북대 교수·시인)

2019-04-25 11:20:31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제비전 그리고 도전

최근 필자는 대구연극협회의 국제공연교류콘텐츠 연극 '제비전' 연습에 한창이다. '제비전' 은 판소리의 다섯 가지 이야기 중 '흥보가'를 각색한 작품으로 연극의 바탕에 국악의 소리와 장단을 접목, 무대의 형태도 소리판 혹은 마당놀이 판과 같이 꾸며 한국적인 색채가 가득한 작품으로 탄생 중이다.석 달쯤 전, 연출가와 만나 출연제의를 받았던 때가 떠오른다. 아기를 낳고 얼마 되지 않은 때라 나를 선택해준 연출님께 감사한 마음과 함께 잘 할 수 있을까.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보다 전통 판소리 '흥보가'를 활용한 컨텐츠라는 점이 무척 반가웠고 소리꾼과 고수가 펼지는 판소리 무대, 소리꾼들이 극을 펼치는 창극과는 또 다른 연극 연출과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설레고 기대되어 고민 끝에 섭외에 응하게 되었다.연습을 거듭하며 보고 느끼며 배운 점이 참 많았다. 움직이고 연구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조율하고 반복하고 맞추고. 끊임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꺼내어 다양한 목소리와 어투로 종횡무진 '제비전'을 채우는 배우 한분 한분의 모습 덕분에 웃기도 참 많이 웃었고 몰입되어 넋을 놓고 구경을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연출가는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포용의 마인드로 중심을 잡아주었다. '책임' 이라는 무게를 버티고 어렵디 어려운 자리를 견디는 연출가의 강인함을 보며 응원과 존경의 마음이 샘솟았다. 찰떡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안무와 동선을 짜준 안무 감독의 프로페셔널, 톡톡 튀는 음악으로 극을 끌어주시는 음악감독, 묵묵히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시는 조연출. 전문적인 모습이 멋져 보이고 배워야지, 본받아야지 싶기도 했지만 톱니바퀴가 딱 맞추어져야 돌아가는 시계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일사 분란한 모습을 보며 그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없구나. 나 역시 내 역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구나하고 가슴 깊이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도전' 이지만 작품을 함께 하는 배우로서는 역할에 대한 책임을 실감해야하고 그 무게를 마땅히 견뎌야 한다는 부분에서 '제비전'을 떠나 살아가며 만나는 나의 맡은 바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연극 속에 한국적 요소를 적절히 배치하는 작업에 연출가도, 배우의 한국적임이랄지 소리꾼의 배우스러움이랄지, 마당놀이 형식을 처음 접하는 배우들도, 연기가 쑥스러운 나도, 누구에게나 도전이었을 시간. 하지만 중심은 잡혀지고 어느덧 잘 다듬어져 이제 무대에 올리는 일만 앞두고 있다. 함께 고생한 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고 그 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후회 없는 무대를 기대해 본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4-25 10:19:58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마음의 거울인 예술

사람에게는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겉모습은 알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부분은 글이나 그림 혹은 노래를 통해 마음이 표현되어 보인다는 것이다.예술은 인류의 기원과 함께 시작되었다. 최초의 인류가 만든 도구나 원시의 동굴벽화가 예술적으로 승화되었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인류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원시시대의 예술은 생계에 대한 주술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었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예술은 인간의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오래 전 개봉했던 영화 '왕의 남자'에서는 남사당패(남자들로 구성된 유랑 예인집단)같은 전문연희패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술이 미치는 영향을 우리는 익숙하게 볼 수가 있다. 극 중의 연희패는 음악을 사랑했던 연산군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우리가 알고 있는 연산군은 술과 음악에 빠져 정치를 올바르게 돌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왕이기도 했지만, 시에 매우 능했고 음악을 좋아했기에 예술단을 확충하였는데 연산에게는 예술가들이 대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1505년(연산군 11년) 9월 연산군은 예조에 속한 한성부의 장악원(조선시대 궁중에서 연주하는 음악과 무용에 관한 일을 담당한 관청)을 연방원으로 개칭하고 재정비하기도 했으며, 그는 생모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흥청과 운평(관기), 무희를 곁에 두고 고운 음률과 가락, 그리고 익살과 재담을 즐겼다. 폭군일지언정 그는 기생과 재인의 재능을 아끼고 보호하며 사랑했던 그야말로 조선시대 최고의 문학과 예술가들의 후원자였던 것이다.이러한 예술은 인류에게 역사로서의 가치도 부여하지만 치료로서의 가치 역시 부여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음악치료라는 영역이 부각되었지만 이미 음악은 수 천년 동안 치료에 사용되어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음악이 육체와 영혼을 치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음악치료가 현대적으로 구체화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전쟁의 충격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군인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음악을 치료적 목적으로 체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에 대한 사회적 필요가 대두되면서 음악치료사를 양성하는 대학의 학부와 대학원과 기관들이 생기게 되었다.보이지 않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기에 마음이 병들어 있다면 그것이 표현되어 나타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마음의 거울인 셈이다. 필자 또한 노래를 하는 연주자로서 선곡할 때 그 음악의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음악을 최대한 표현해 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연주를 하면서 필자의 마음도 함께 치유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마음을 표현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가진 예술이 오늘날 과다한 입시경쟁구도 속, 현실의 교육에서는 아직도 홀대받고 있다는 생각은 비단 필자의 생각일 뿐일까. 현동헌 테너

2019-04-24 11:22:26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오디션 준비

스스로를 향해 '자기소개'를 해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소개를 이름과 나이, 학력 등 흔한 형태로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체적 사실이 아닌 진정으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거침없이 설명할 수 있는가?연기자의 숙명이라 할 수 있는 오디션 현장에서 '자기소개'는 빠지지 않는다. 특히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력과 유사한 외형을 지닌 배우들의 치열한 경쟁은 자연스레 '자기소개'에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배우들이 준비해 온 연기만으로는 그들의 실력이 쉽게 과소평가되거나 과대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소개를 통해 응시자가 지닌 배우로서의 자세와 가치관, 언어적 습관을 포착하여 오디션 합격 당락을 좌우지한다. 이는 비단 오디션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회사 면접에서도 자기소개를 통해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전달해야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진짜 나'를 누군가에게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을 해봐야 한다. 흔히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가?' 와 같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진정한 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우리는 니체의 사유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현대 철학의 포문을 연 니체는 낙타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의 비유를 통해 인간을 조망한다. 낙타는 기존의 관념과 제도에 순응하며 자신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인간이고, 사자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규범과 제도를 벗어나 자유의지를 가지고자 하는 인물을 말한다. 어린아이는 낙타와 사자를 넘어선 모든 것을 초월하여 삶 자체를 놀이로 받아들이는 절대적인 자유로움을 지닌 인간을 일컫는다. 이렇듯 니체는 세 단계의 변화를 통해 인간이 자아를 형성해 가는 과정과 정체성에 대해 서술한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느 단계에 존재하고 있는가.오늘날 우리는 사회에 얽힌 많은 규범과 제도 속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이로 인해 스스로를 탐구하며 고민하던 어린 날의 나를 잃어가고, 수동적이고 기계적으로 사는 껍데기의 '나'만 남아 있다. 예술가가 기존의 관습과 제도에 지나치게 얽매인다면 과연 자유로운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나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어떤 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 끊임없는 질문과 의문을 가지는 것은 결국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한 길이다.연기 오디션을 준비하거나 시험의 합격을 위한 면접, 단체모임 등 여러 자기소개의 기회에 니체의 사유를 되짚어보며 스스로를 향해 질문해보자. 오늘날 우리를 속박하는 많은 관습과 제도에서 벗어나 어린아이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보다 자유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4-23 11:26:19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왕관을 쓴 자의 고민

어릴 적 미스코리아 왕관은 탐나는 아이템이었다. 종이로 만들어 쓰고 놀았을 만큼.요즘은 반짝이는 왕관을 씌어주는 카메라 어플이 있긴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왕관을 쓰고 싶어 할 것이다. 화려한 왕관의 자태는 왕권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기똥찬 이 문장을 17세기에 세익스피어가 남겼다. 한때 이 말이 드라마 부제로 쓰이면서 많은 사람들의 메시지 상태 창에, SNS 프로필 문구로 애용되기도 했다. 왕관을 쓴 왕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도 있고 왕관을 쓰기 위해서는 최고가 되도록 노력해야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은 16세기 말 러시아를 지배했던 보리스 고두노프의 일대기를 다룬 희곡을 탄생시켰다. 이 희곡에서 범죄를 짓고 왕위를 빼앗았다는 의혹에 괴로워한 고두노프는 "아 그대는 참으로 무겁구나, 모노마흐의 모자(왕관)여!"라고 탄식했다.'모노마흐의 모자'란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모스크바의 군주들이 대관식 때 사용한 왕관으로 왕권의 상징물 중 하나이다.왕관은 리더가 쓴다. 크든 작든 조직이 있으면 왕관을 쓸 수장이 필요하다. 이 리더는 무엇보다도 빠른 결단력과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결정장애 극복중인 필자가 리더가 못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더는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을 내린다. 홀로 고민의 순간도 많을 것이다. 이래서 리더의 어원이 '외롭다' '고립되다'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옳은지, 누구에게 득이 가고 누구에게 해가 되지 않는지 고려사항이 많다.오랜 직장생활 덕분에 많은 리더들을 보아 왔다. 카리스마형, 자유주의자형 등 스타일은 다양하지만 성과를 내려는 목표의식은 일맥상통했다. 되기 어려운 것도 리더지만 되고 난 후 책임을 다해내기는 더 어렵다. 자리라는 게 높으면 높을수록 헌신해야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법이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는 속담처럼.리더 못지않게 참모의 중요성도 크다. 왕의 정치를 도왔던 참모들의 이야기는 여러 역사서에도 남아 있다. 훌륭한 참모가 위대한 리더를 만든다는 사실은 진리이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항상 문제가 있는 법. 특히나 조직원들 간의 갈등은 성장의 발판도 되지만 대립으로 인해 조직을 무너트리기도 한다. 사공이 많아 산으로 배를 몰기도 하고 싸움닭처럼 달려들어 물어뜯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간언하는 참모들이 필요하고 조정 능력이 요구된다.정상을 오르려는 사람은 응원도 받지만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한다. 비난이 두려워 왕관을 쓰려고 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왕관의 무게가 천근만근 같아도 이겨내면 얻는 게 있을 것이라 믿는다.그런데 말이다. 지금 혹시 왕관이 아니라 종이 모자를 쓰고도 무겁다고 내던지려 하지는 않는가.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4-22 11:11:00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운명이라 하여도 

어떤 개는 집 밖에서 집을 지키는 일을 하면서 밥을 얻어먹고 여름에는 더위에, 겨울에는 추위에 힘들게 지내야한다. 어떤 개는 재롱만 떨면서도 좋은 밥을 얻어먹고 여름 겨울이 있는 줄도 모르며 호사를 누리며 산다. 어떤 개는 호사를 누리다 주인에게 버려져 골목길 쓰레기통을 뒤지며 산다. 태어날 때는 그냥 어미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살아가는 길은 너무나 다르다. 이런 개팔자를 알 수 없어 그저 그 개의 운명이라고 한다. 운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세상으로 나왔는데 어떤 사람은 부유한 집에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가난한 집에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뭐든지 해도 잘 되고 어떤 사람은 죽어라 해도 일이 잘 안 풀린다. 운명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운명이라고만 하기도 어렵고 운명이라고 하며 포기하기도 어려운 게 인생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로 이어지면 운명이라고 방관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서글픈 운명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비록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하더라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이 아닐까 싶다. 운명에 기대거나 굴복하는 것보다는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 더 의미롭다.요즘 들어 주변 사람들이 더욱 힘들게 사는 듯하다. 나라에서는 로켓을 쏘아 올리고 아이들은 값비싼 스마트 폰을 수시로 바꾸는 풍요하기만 한 세상에 힘들다는 말이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들게 사는 듯 보인다. 지독하게 경쟁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어른들은 가족을 위해,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무엇인가를 밤늦도록 해가면서 바쁘기만 하다. 그래서 '느리게 사는 법'이라든지, '마음의 치유(힐링)'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는 게 힘이 든다는 말은 지금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통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고, 사람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그렇고, 식물들도 그럴 것이다.무릇 생명 있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외롭고도 처절한 존재방법을 언제나 찾을 것이다. 그래서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것이 부처이고, 이들의 삶이 법문이요, 경전이라 나는 믿는다. 고달픈 존재들의 처연한 삶 자체가 종교라 믿는다. 천 길 낭떠러지 같은 세상의 길을 살아내면서 운명을 이겨내는 존재들을 보아라. 시지프스를 따로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대견하고 위대한 그대들인가. 고통 속을 살아가는 그대가 부처다.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4-18 13:48:08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내일로 가는 전통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렇다. 사랑도 변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그렇다. 그래서 오늘날의 국악도 변하고 있다.변화하는 국악의 모습은 오래된 미래, 젊은 국악이라는 키워드로 기획되는 수많은 컨텐츠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동네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시도와 도전, 고군분투를 보아도 알 수 있다. 혁신, 융합, 창의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단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선대로부터 전통을 물려받은 후예들이 그 변화를 만들고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참으로 지루하다' '역시 국악은 고루하다' 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누가 들어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지향했고 충분히 배우고 펼치며 그 시기를 잘 보냈다. 듣기 좋고 누구나 함께 부르고 즐길 수 있는 친근함이 바탕이 되는 작업에 포커스를 맞추었고 그러다 언젠가 공연 속에 갇혀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순간 '아차' 싶었다. 재미를 쫓으며 놓친 것이 있지 않았을까. 다시 고민했다. 내가 선 자리와 앞으로의 방향에 비추어 이제 어떤 작업을 해야 좋을까. 템포가 빠르지 않아도 괜찮아. 주제가 무거우면 어때. 알려지지 않은 노래라도 괜찮아. 그렇게 국악밴드에서 6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함께 하며 역시 배우고 깨쳐가며 시기를 잘 보내오고 있다.돌아보며 생각한다. 아차 싶었던 때의 무대도 그 후에 또 다른 무대들도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었고 변화를 고민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충분했었다고.변화를 거쳐 다다른 지금도 고민한다. 하고 싶은 노래와 무대에 대하여, 더불어 즐겁고 재미있는 무대에 대해서도, 창작이라는 압박과 틀을 조금 내려놓고 보다 전통의 재료 고유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무대는 어떤 무대일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고민의 결실을 실현시킬 역량과 열정을 가지고 있나.나의 경험이 전체를 대변한다 보긴 어렵겠지만 우리음악을 마주하는 대중들의 시선과 이 시대를 사는 젊은 국악인들이 있는 한 아마도 과거로부터 걸어온 우리음악의 발자취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되돌아가기도 하고 전혀 다른 장르와 동행을 하기도 하며 어찌 하였건 계속 변화에 변화를 거듭 할 것이다.우리의 전통은 과거에 뿌리를 묻고 현재로 자라나와 내일로 꽃을 피우고 있는 듯 하다. 그 꽃이 빨간 꽃이건 노란 꽃이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중과 지금을 함께 살며 시대에 맞추어 생겨나고 사라지며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변화에 보다 많은 눈과 귀가 주목해주기를,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길 바라본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4-18 11:32:08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긴장과 이완의 원리

노자는 도덕경에서 인생의 지혜를 자연의 법칙에서 배워야한다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하며 인간이 닮아야 할 대상을 물과 갓난아이에 비유하여 설명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 않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유연성이 있는 물과 갓난아이를 닮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없을 무(無)'자와 '할 위(爲)'자는 무엇인가를 억지로 하려고 하는 것이 없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긴장이 없는 이완의 원리만을 강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적당한 긴장감은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함으써 위험을 미리 예방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인간을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한다. 이는 모든 만물을 움직이고 지배할 수 있는 영들의 장 어른이란 뜻이다. 이러한 인간이 누리는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는 바로 문화일 것이다. 삶이라는 가치를 향유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 속에 우린 살고 있다.그 중에서도 음악은 인간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언어 중 하나이다. 그 언어인 음악의 구성은 바로 긴장과 이완(Tension and Relaxation)의 연속성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건강한 음악적 요소이다. 계속된 잔잔한, 협화음의 코드만 가득한 음악은 듣는 사람으로부터 하여금 따분함과 무료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좋은 음악은 이완을 향한 긴장감을 만드는 요소들의 역할로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대표적으로 모차르트의 걸작품인 교향곡 40번 g단조 1악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곡은 전체를 누가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멜로디의 주제로 모차르트의 완벽한 긴장과 이완의 컨트롤로 음악적 연속성을 띠도록 작곡된 곡이다.긴장과 이완은 적절한 배치와 타이밍도 중요하다. 노래의 발성에서 성대에는 적당한 긴장(Tension)이 요구되며 다른 근육들은 이완(Relaxation)되어 있어야 좋은 발성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성대는 너무 이완되어 있고 근육은 오히려 긴장되어 있다면 좋은 소리를 내기 힘들다.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쪼잔한 자랑과 과시로 어깨와 목이 뻣뻣한 사람처럼 엉뚱한데 긴장되어 있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이완성보다는 자신에게 관대한 이완성을 가진 사람들은 화를 부를 수 있다. 자신의 지식이나 재능을 함부로 내세우는 자는 도리어 인정받지 못하고 자기만 옳다고 고집부리면 따르는 자가 없어 나설 수 없고 자기 잘난 맛에 취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고 조금 능력이 있다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외면당하게 된다고 노자는 말하고 있다.이처럼 우리는 적재적소의 긴장과 이완의 원리로 천재 음악가인 모차르트처럼 나만의 걸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현동헌 테너

2019-04-17 11:17:13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애도의 봄

꽃은 그 성질과 설(說), 역사적 배경 등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데, 이를 '꽃말'이라 한다. 꽃말이 담긴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면 빨간 장미는 '사랑'을 상징하고, 개나리꽃은 '희망'을, 벚꽃은 '순결'을, 민들레는 '행복'을, 프리지아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응원'을 나타낸다. 이처럼 여러 꽃말이 가진 의미를 통해 우리는 아이가 탄생하는 축복의 순간이나 학교의 졸업, 중요한 시험의 합격, 결혼을 하는 기쁨의 날, 죽음에 대한 애도의 표현에도 꽃에 담긴 꽃말을 통해 마음의 진심을 상대방에게 표현한다.꽃들이 만개하는 요즈음 같은 봄철에는 발걸음을 내딛는 길목에 핀 들꽃조차 우리에게 설렘과 기쁨을 선사한다. 때문에 4월의 따뜻한 날씨와 어우러진 꽃은 많은 이들에게 주로 사랑의 고백 혹은 축하 등의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늘 꽃이 지닌 아름다움과 의미를 '애도'하는 의미로 담아보고자 한다. 금일은 '세월호 참사'(4월 16일)가 일어 난지 5주기가 된 날이다.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많은 꽃들이 안타까운 인재(人災)로 인해 영면한 날이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사회 전반적으로 비극적 슬픔에 잠겨있었다.당시 나는 연극 공연을 하고 있었다. 300석을 두 달 동안 가득 채울 수 있는 공연임에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관객은 절반에 절반도 안 되는 텅 빈 객석을 보며 공연한 기억이 있다. 객석이 비어 있는 모습은 공연의 참여자 입장에서 아쉬울 수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비극적인 아픔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고, 공연을 하고 있는 나 자신조차 무력감에 가혹한 시간이었다. 그때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슬픔에 함께 아파하며 눈물 흘렸음을 기억한다. 극장의 객석과 번화가의 거리나 술집에서조차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고, 회사와 학교를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는 평소와 다른 적막함과 비통함이 감돌았다. 오직 하루 빨리 구조되어 가족들 품에 돌아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애타게 기도할 뿐이었다.그리고 5년 후. 시간이 제법 흘렀다. 우린 언제 그랬냐는 듯 비극적인 아픔은 뒤로한 채 꽃피는 봄에 막연한 설렘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인재(人災)에 의해 차가운 바다에서 잠든 이들에게 각자 꽃 한 송이 헌화해보면 어떨까. 또한 '세월호 참사' 뿐 아니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대구지하철참사' '대구상인동 가스폭발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 인재로 인한 비참한 사건들의 아픔을 떠올려보며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그들을 추모하고 꽃 한 송이 헌화하고자 한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4-16 11:22:08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특별한 손님 아이돌

보는 사람이 있어야 예술도 있다. 영국의 철학자 로빈 콜링우드는 혼자서 하는 예술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행사를 준비할 때면 늘 어떻게 관객들을 모을까 고심한다.대구예총이 5월에 마련하는 청소년무대예술페스티벌은 예비예술인인 청소년들을 위한 경연 무대이다. 이 행사를 통해 대구지역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무대 예술을 보여주려 한다. 볼거리 중에는 아이돌을 개·폐막식에 초청해 지역청소년들의 흥을 돋워 주는 것도 해당된다. 이 특별한 손님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몸값이 오르고 '빡센' 스케줄로 섭외에 난항을 겪기 일쑤다.아이돌팀을 초청하면 집객에 대한 고민은 접어도 된다. 개막 전 날부터 진을 치고 있는 열성팬들을 보면 엄마의 마음으로 심히 걱정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해에는 아이돌 멤버가 공연 중 던져 준 생수병을 일본인 팬과 한국인 팬이 서로 갖겠다고 실랑이를 벌인 경우도 있었다. 언어의 다름은 문제도 아니었다. 대구를 찾은 아이돌팀은 행사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떼창에 감동해 "역시 대구"라며 직접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지인 중에는 아이돌 스타들이 기획사에서 사육되는 상품처럼 노래하고 춤춰 측은하다고 말한다. 잘 만들어진 이미지를 팬들은 소비하며 팬덤을 만든다. 최근 핵폭탄급 뉴스를 만들며 추락한 몇몇 아이돌 스타에서 커피 찌꺼기같은 허망함을 느낀다. 사생팬도 문제이지만 비뚤어진 스타의 특권의식은 더 위험한 부분이다.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팬들의 충성심에 범법 행위를 해도 넘어갈 것이라는 자만심이 생겼던 걸까. 팬사인회 응모비에 선물비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시간과 마음을 준 팬들이 우스운 모양이다. 인성이 받쳐주지 않는 성공은 지속되기 어렵다. 기업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성 교육에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중 연예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현실이니 그들의 올바른 영향력이 요구된다. 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을 만든다 했으니.내 두 딸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 원하면서도 그에 맞는 교육은 했나 자신이 없다. 지적인 교육만 강조하며 학교에, 사회에 교육을 떠넘기지는 않았나 싶다. 프랑스에서 30대 장관 아들과 하원의원 딸을 키운 오영석 전 카이스트 교수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오교수는 장래는 부모 책임이 아니지만 자식의 인성은 부모 책임이라고 말했다. 후에 뒷목 잡으며 쓰러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신경써야겠다.오랜 연습생을 거쳐 아이돌로 데뷔해 성공할 확률은 로또보다 낮다고 한다.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면죄부로 이어질 수는 없다.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낙마의 수순은 당연하다. 버들치가 용이 될 수 없다. 내 '최애(最愛) 아이돌'만은 바르게 예술하고 예쁘게 연애해서 나이 들기를 바란다.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4-15 11:10:44

손상호 경북대 교수

[매일춘추] 인공지능(AI)도 인간이 만든 것이다

몇 년 전,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바둑시합이 있었다. 시합을 앞두고 바둑계에서는 이세돌이 전승을 할 것이라 예상했고, 이세돌 본인도 '알파고가 아직은 나의 상대는 아니다'라고 여유 있게 웃어가며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알파고가 완승(4승1패)을 거두었으며 이세돌 본인도 '놀랍다, 알파고는 완벽했다'라고 실토했다. 대국 결과,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의 위력에 전 세계가 두려워했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매우 불안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그러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쓴 이스라엘 사학자 하라리는 '감정이란 인간이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생화학적 알고리즘일 뿐이며 신기한 현상은 아니며, 인공지능은 인간의 얼굴 표정, 목소리만 가지고 감정을 알아차리고, 분석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하면서도, '마음은 과학이 이해하는 데 실패한 주제이기도 하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도 인간의 의식을 가질 수 없다. 알파고는 시합을 하면서도 불안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지능은 높지만 의식은 없는 하나의 상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나는 알파고가 어떤 기작으로 바둑을 두는지는 잘 모른다. 그래서 이들의 대국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의미를 읽어내야 할 지 힘들었지만, 알파고의 입장이 아니라 인간의 입장에서는 이세돌의 1승(알파고의 1패)이 가지는 의미가 대단한 것으로 보였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것도 완전할 수 없다. 법도 종교도 인공지능도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안전과 위안과 편리함을 얻고자 하는 인간이기에 존재로서의 필요성을 갖는다. 제행무상이라 했으니 자연(우주)은 변화를 거듭할 것이고 그 속의 인간도 인간의 사고도 시간과 더불어 변할 것이며, 인간과 인간이 만든 것에 대한 이해는 시간을 두고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아무리 완전하다고 해도 변화하는 우주 속에서 완전성을 유지할 수 없는 법이다.따라서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인간의 감정이나 의식까지 침탈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부분적인 침탈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인간 스스로의 변화가 더 큰 몫을 할 것이다). 인간의 감정과 의식은 당분간은(어쩌면 영원히) 어떠한 과학으로도 알아낼 수 없는 불가지의 영역으로 남게 될 것이므로 인공지능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것의 비교보다 더 필요한 것은 우주와 인간 모두를 아우르는 성찰일 것이다. 세상과 세상의 모순과 인간과 인간의 고통에 천착하는 '나'를 바로 알고자 하는 수행이 필요한 이유다. 나 아닌 것과 비교하지 말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자.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4-11 11:34:01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사는 게 예술이다.

'예술은 누구의 마음에서도 생긴다' 는 프랑스의 속담이 있다.전통음악을 익히고 현재는 업으로 하며 수많은 무대에 서오고 있지만 그렇게 예술가로서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은 이 프랑스 속담처럼 정말 예술은 누구의 마음에서도 생기는구나 하는 것이다. 예술과 예술을 하는 사람의 특별함, 남다름에 매료되었던 때도 있었지만 오랜 훈련을 통해 구현해 내고 표현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는 것이 달라 조금 특출나는 것이지 예술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무언가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무대를 위한 무대가 따로 있기도 하고 따로 있지 않기도 하다. 세상이 무대고 인생이 캔버스가 되고 각자의 길에서 기로, 선택, 개척, 도전, 성취, 만남, 헤어짐, 계획, 휴식 등의 수도 없이 많은 구도와 기술을 펼쳐가며 그야말로 '삶' 이라는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세상의 일상은 무대를 만든 이, 무대를 비추는 이, 무대에 선 이, 어떤 작품을 볼까 고민하며 티켓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 객석에 앉은 이, 갤러리에 걸린 그림을 그린 이, 그 그림을 감상하는 이, 글을 쓰는 이, 책을 만드는 이, 작가와 세상을 이어주는 이, 글을 읽는 이 등 다양하다. 또 뭉클하거나 기쁘거나 그렇게 함께 공감하고 감동받는 일, 감동의 여운을 짧은 기록으로 남기는 일, 사소한 일상과 소회를 글로 정리하고 일기를 쓰는 일,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 인화하여 부엌 냉장고 자석에 끼우는 일 등도 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며 계절을 느끼고 달라진 공기와 풍경을 만끽한다거나, 흘러가는 구름, 붉게 변하는 해질녘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까지도 무척 일상적이고 평범할지 모르나 그 속에서 생겨난 감정의 교류, 폭발하거나 잔잔히 스미는 감흥, 반복되고 익숙해진다는 것 자체, 이 모든 것이 예술의 한 일부이지 않을까. 그렇게 누구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은 그려지고 또 아름다운 노래로 지어지고 그 마음 속에서 예술은 생겨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판소리를 전공하는 학생으로, 소리꾼으로, 한 연주단체의 대표로, 한 가정의 주인으로 그리고 이젠 엄마로, 새로운 역할을 맡아 낯설음을 익히고 후회하기도 유연해지기도 했던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며 생각한다. 희게도 검게도 참 다양한 색을 칠해왔구나. 다른 이들도 각자의 그림판에 많은 색을 덧칠하고 있겠구나. 세상을 사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응원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지금 우리는 어떤 색을 칠하고 있나.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나. 그야말로 사는 게 예술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오늘도 나만의 무대, 나만의 인생, 후회 없는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4-11 11:18:46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쌀독에서 인심 난다

내가 대표로 있는 지트리(G-Tree)아트컴퍼니는 사람을 세우는 기업이라는 모토로 Grape Tree(포도나무)의 줄임말로 음악을 통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사람들에게 그늘과 같은 쉼과 싱그런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단원들이 뛰어난 기량을 갖춘 해외유학파 정상급 성악가와 오페라 뮤지컬 전문가수들로 이루어져 다양한 레퍼토리의 음악으로 대중들은 물론 소외계층에 까지 관심을 기울이며 재능기부를 통한 다양한음악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그 노력의 대가로 대구광역시지정 전문예술인단체로 선정되기까지 했다.그 가운데 수 년 동안 인연을 맺고 지도하고 있는 동구에 위치한 저소득층 아이들로 구성된 고우리(고운우리소리)합창단과 음악교실을 운영하는 일도 하고 있다. 프로연주자들이 강사로 거의 재능기부에 가깝게 헌신하며 소년소녀합창단과 아이들로 구성된 연주팀을 구성해 요양원, 재활시설 등 해마다 후원이나 지원의 유무를 떠나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보통 공연과 달리 아이들과 프로연주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다. 아이들의 공연을 보며 기뻐하며 감격하는 환우들과 어르신들을 뵐 때면 우리의 수고로움은 눈 녹듯 사라지고 아이들까지 보람을 찾아 서로 위로가 되는 기회가 되었고 다양한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 줄 수 있어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하지만 난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소속된 연주자들에게도 먼저 재능기부를 강요한 적이 없다. 그 뜻과 가치는 나에게 있는 것일 뿐 강요되어선 안된다는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나의 자존심이자 신조이다. 그렇게 지켜온 덕분에 처음엔 직접 사비를 들여 음향장비와 연주자들을 세워 시작된 것이 지금은 여기저기 후원과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한다.비록 나에게 외적인 여유는 없을지라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높은 가치와 자부심이 있었기에 나는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았고 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그 일들을 기꺼이 할 수 있었다. 부자라 할지라도 늘 결핍을 가지고 산다면 그 마음의 쌀독에 쌀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과 제작 일을 하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발견했다. 바로 사람들의 마음의 결핍으로부터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일깨워 주고 이어주는 일이었다. 내가 힘과 영향력이 있다면 사람들을 저울질하며 힘이 있는 쪽에만 줄서기보다 기울어져있는 저울의 반대쪽에 서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나의 노래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것을 음악적 용어로 하모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모습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앙상블의 소리를 만들어 내듯 어느 것 하나 천하게 취급받지 않는 세상을 나는 꿈꾼다. 아무리 경기가 좋지 못 하다할지라도 마음의 쌀독마저 비워진 채로 살지 않기를 바란다. 현동헌 테너

2019-04-10 11:18:28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무명배우의 현실

며칠 전 연극을 하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새벽 4시가 넘은 시간 적막을 깨고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는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 하였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곧이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선배 너무 힘들어요. 배우로 활동하는 건 진짜 힘든 것 같아요…" 그는 오열하며 자신이 맞닥뜨린 현실을 토로하였다. 나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러한 밤을 숱하게 보냈기 때문이다.그가 그렇게 토로하는 음성과 단어의 파동은 곧 나의 현실이었다.연기자로 산다는 것은 매번 남에게 선택 받아야하는 비정규직 삶의 연속이다. 물론 스스로 좋아서 시작했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선택을 일상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고통스럽다. 치열한 오디션의 경쟁, 오디션을 넘으면 작품 안에서의 갈등, 작품이 관객과 만날 때 그들을 만족시켜야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그리고 막이 내리면 언제 또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이 쳇바퀴 돌 듯 반복적으로 맞이한다. 어디 그뿐일까. 오디션과 작품을 대기하기 위해 생계수단 마저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현실은 부가적으로 뒤따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선(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로 관객에게 유희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을 묘사하거나 풍자하여 일상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삶의 단면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아름답고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것이 예술가가 관객에게 건네는 조그마한 위로와 위안이라 생각한다.선(善)의 길이 고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과 거짓이 없는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삶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자세와 마음이 관객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철학자 몽테뉴도 선(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 바 있다. "선(善)은 확실하고 한정된 것이며 악(惡)은 무한(無限)하고 불확실한 것이다. 천 갈래의 길은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한 개의 길은 목표에 이른다."고 자신의 저서 '수상록'에서 언급한다. 결국 나를 포함한 많은 무명배우들은 지금도 고독한 길을 걷고 있지만 선의 가치를 믿고 묵묵히 나아간다면 언젠가 관객의 큰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될 것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4-09 11:15:50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아름다운 순간, 화양연화

괜히 좋은 단어가 있다. 화양연화.꽃 '화'자가 들어가서일까? 우리 엄마 이름과 비슷한 음절이어서인가?처음 이 단어를 알게 된 것은 방탄소년단의 연작 앨범명에서였다. 그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의미했다. 또한 왕가위 감독이 19년 전에 제작한 영화 제목이기도 했다.요즘처럼 만개한 벚꽃들을 볼 때면 이 화양연화라는 한자어가 더욱 와닿는다. 그대여 그대여~빠밤빠 빠밤 벚꽃엔딩의 전주가 한 차례 내 맘을 흔들고 자꾸만 늘어지고 있는 턱살들이 또 나를 울린다. 인간의 젊음은 한번 피고 나면 끝인데 꽃들은 해마다 다시 펴서 사랑을 받는다. 물론 화무십일홍이라고 열흘 가는 꽃이 없긴 하다. 꽃의 생의 주기가 인간에 비해 무지 짧고 요즘엔 미세먼지로 분칠까지 해야 하지만 매년 피어나는 꽃은 경이롭다. 흰머리를 숨기려고 염색이라는 몹쓸 짓을 자행하면서 나일론 빗자루가 되어 버린 내 머릿결. 나의 재생력에 비해 여리여리한 꽃잎들의 결은 여전히 보드랍고 아름답다.많은 독자들이 보는 지면을 고작 나의 넋두리로 채우면 안되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나이는 숫자일 뿐 위로하며 나의 화양연화는 언제였나 소환해 본다. 저마다 가슴 속에서 정의하는 화양연화의 순간이 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절절히 사랑했던 순간이라고 말했고 방탄소년단은 청춘의 시절로 표현했다. 어쩌면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꽃같은 이팔 청춘들은 현재의 아름다운 시절을 알지 못하고 아파하고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일흔다섯 우리 엄마의 화양연화가 궁금해졌다. "엄마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였어?" 여쭈니 "니들이 학교 들어가고 잘 되는 거 볼 때"라고 했다. 나를 낳았을 때라고 하지는 않을까 김칫국 마시며 조금은 기대한 대답이었지만 막상 들으니 먹먹했다.봄은 짧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도 봄만큼이나 휘익 지나갈지도 모른다. 짧아서 귀한, 인생에서 가장 빛난 순간을 정의하는 데는 스스로가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에 가치를 두었는지가 힌트가 된다.꽃처럼 아름다운 시절, 화양연화의 기억이 작금의 현실과 비교해 우리를 비관하게 하거나 슬프게 하지 않았으면 싶다. 누구에게나 기쁨과 고통은 믹스 커피처럼 뒤섞여 있기 마련이다. 제 때를 찾아오는 이 계절처럼, 스스로를 반추하면서 좀 더 행복한, 좀 더 나은 우리가 되어 가면 참 좋겠다. 현재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고 있거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기억을 가진 이들은 내일의 삶에 큰 용기가 될 것이다. 설령 아직 화양연화가 없었다고 말하는 자들은 힘을 내길.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화양연화가 예고없이 와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4-08 11:12:09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위도일손(爲道日損)

노자의 도덕경 48장에 이런 말이 나온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取天下常以無事,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위학일익,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무위이무불위. 취천하상이무사, 급기유사, 부족이취천하). 원문에 충실해서 번역하면 이렇다 한다. '배움이라 함은 나날이 더하는 것이고 도라 함은 날마다 던다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게 된다. 무위란 하지 못하는 것(불위)이 없다. 천하를 얻으려 한다면 아무 일도 없어야 한다. 일이 있으면 그것 때문에 천하를 얻을 수 없다.' 노자의 무위란 개념은 도에 이르는 방법이긴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개념이다. 그래서 문장 전체의 뜻은 접어두고 맨 앞의 두 문장, 爲學日益, 爲道日損에만 국한해서 살펴보고 이 두 문장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우리는 삶의 경쟁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줄곧 '爲學日益'의 세상에서 힘들게 살아왔다. 국어,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역사, 경제, 과학, 컴퓨터 등 지식과 정보로 머리가 꽉 찰 정도로 지식인이 되어야했다. 그래서 성공은 할 수 있을지언정 마음의 평화가 있었을까? 영혼은 지식의 수레바퀴 밑에 깔려 날마다 신음하지 않았을까? 나도 그렇게 살아왔으므로 나의 이 질문이 우문일 수도 있고 자가당착일 수도 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드니 저절로 지식보다는 마음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말 중에 하나가 '爲道日損'이 아닐까 한다.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젊은 날에는 실천이 쉽지 않았던 말이지만 나이가 들면 몸도 마음도 괴롭게 되어 실천해야할 덕목으로 자리 잡게 되는 말이 '爲道日損'일 것이다.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을 하루에 하나씩만 덜어내자. 집안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하루에 하나씩만 버리면 금세 집안이 말쑥해지듯 머릿속의 잡다한 지식이나 상념 쪼가리를 하루에 하나씩만 내던져 버리자. 불가의 8가지 고통인 팔고에는 '오음성고(혹은 오온성고)'가 들어있다. 내 존재(몸과 마음)를 구성하는 지표인 오온(色⋅受⋅想⋅行⋅識) 즉, 몸의 감각, 느낌, 생각, 의욕, 인식이 너무 발달하면 오히려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아마도 성철스님이 '나돌아 다니지 말고 책 읽는 일을 삼가라'고 일갈했다고 본다. 세상을 너무 알려고 하고 그것도 머리로 살피면 결코 평화를 얻지 못한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머리를 비우고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좀 더 편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머리로 하는 배움(學)은 더하는 것이지만 마음으로 구하는 도(道)는 더는 것이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4-08 02:30:00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나만의 더늠을 찾자

지난 주말 거리거리마다 꽃은 만발하고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하늘은 파랗고 또 파랬다.따사로운 햇살에 봄은 부지런히 무르익고 푸르고 흰 봄이 주는 설레임을 만끽하기에 제격인 날이었다. SNS에는 꽃놀이로 바쁜 주말을 보내는 주변인들의 꽃 사진, 하늘을 담은 사진, 행복한 웃음이 담긴 사진으로 가득했다. 이따금 봄날을 시샘하는 찬 기운이 옷을 여미게 만들었지만 고개를 들기만 해도 슥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온 천지에 꽃비가 내리는 그야말로 완연한 봄이다.해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봄 가면 여름이 오는 사계절의 이치에 아, 벌써 때가 그렇게 되었나보다 하고 당연한 듯 지내오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볕과 비를 온몸으로 감내하고 싹과 꽃을 맺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가감 없이 그 절경을 뽐내는 봄과 그 계절이란 것이 마치 필자가 하고 있는 판소리의 더늠과 닮았기 때문이다.더늠은 판소리 명창이 독창적으로 소리와 사설 및 발림을 짜서 연행한 판소리의 한 대목으로서 그 명창의 장기로 인정되고, 또 다른 창자들에 의해 널리 연행되어 후대에 전승된 것을 말한다. 더늠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견해가 있는데 하나는 '더 넣다'에서 왔다는 견해로서, 판소리 전승에서 없던 것을 독창적으로 짜 넣었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겨루다'라는 뜻의 고어 '던다(더느다)의 명사형 '더늠'에서 왔다는 견해로서, 창자가 다른 창자와의 판소리 경쟁에서 자신 있게 내 놓는 대목으로 보는 것이다.어떤 특정한 대목이 더늠이 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면서 예술적으로 뛰어나야 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더늠 역시 무척이나 독창적이고 또 형언하기 힘들도록 완벽한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봄의 더늠은 두꺼운 가지를 뚫고 올라오는 세상 무엇보다 강한 여린 초록색, 노란빛과 분홍빛으로 수놓는 찰나의 고움이 있다. 여름의 더늠은 타는 햇살로 대지를 데워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고, 푸르름으로 우거지는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과 쏟아지는 장마의 시원함이 있다. 가을의 더늠은 선선한 바람과 함께 붉게 붉게 타들어가다 하릴없이 떨어지지만 그 또한 가을만이 뽐낼 수 있는 운치이다. 겨울의 더늠은 시리도록 차갑지만 오히려 따듯한 정이 넘치지 아니한가.이렇듯 하물며 철마다 제 멋을 뽐내는 더늠이 있는데 우리에게도 분명 비교할 필요도, 같을 필요도 대단할 필요도 없는 나만의 색깔, 개성, 가치관, 정체성, 재주, 재능의 더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4-05 03:30:00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나의 노래는

우리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필자는 성악가이자 문화기획자이며 제작자이다. 대기업의 기술연구원에서 음악을 사랑한 나머지 나의 노래를 하며 살겠다는 생각 하나로 안정된 삶보다 행복한 삶을 찾아 지금도 철없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여기서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이 화제에서 자유롭기 때문도 아니요 그것이 잘 못되었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거론하려함도 아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들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환기의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것이다.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창의적인 순수예술이라는 분야에서 특히나 음악가들은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간다. 다른 이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나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며 그 결핍에 대한 목마름으로 안간힘을 쓰며 사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현실이 가끔 서글퍼지는 때가 있다.송인규 교수가 쓴 '세 마리 여우 길들이기'라는 책에서 그는 인류 역사상 순화되었다는 보고나 기록이 발견되지 않을 만큼 길들여지지 않는 여우에 빗대어 인간 내면에 다스리기 힘든 세 마리 여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야망, 질투, 경쟁심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 속에 비교함과 질투는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평생 모차르트를 시기한 요세프 2세의 궁정 음악장인 살리에르(Antonio Salieri: F. 머레이 에브람 분)가 그럴 것이며 골리앗을 무찌른 다윗을 죽을 때까지 자신과 비교하며 시기한 사울 왕이 그럴 것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자신의 장점마저 결국은 잃게 되고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됨과 동시에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반면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인 헬렌 켈러는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것이 주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무엇이 없는지 생각하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바 있다. 태어난지 19개월 만에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어버렸음에도 꿋꿋이 삶을 헤쳐나간 여인 헬렌 켈러, 혹시 내게 주어진 여건과 상황 가운데 없는 데만 마음을 두고 원망, 불평하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필자도 장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발전시켜나간 결과 내가 하고 싶은 인생의 말들을 음악에 녹여 표현하는 공연들을 제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작지만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가고 있음에 감사한다.고(故) 김광석의 '나의 노래' 라는 곡의 가사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닯은 양식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자그맣고 메마른 씨앗 속에서 내일의 결실을 바라보듯이 자그만 아이의 읊음 속에서 마음의 열매가 맺혔으면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이렇게 나는 오늘도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내가 잘 하는 것에 더 집중하며 나의 노래를 만들어가려 한다. 현동헌 테너

2019-04-03 13:18:14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무용지용의 예술

무명배우의 글을 기고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걱정이 앞섰습니다. 저는 무대에서 연기를 통해 관객 분들을 만나왔지 지면을 통해 독자(관객)분들과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연극을 하는 무명배우의 사색이 글로써 독자 여러분들께 어떻게 읽힐지 또는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무척 궁금하기도 합니다.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흔적을 진지하게 남겨보는 묵상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범람하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오늘날 신문 지면의 글은 과거와는 다르게 별 볼일 없는 삶의 퇴적물로 남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지하철이나 버스, 길거리에서 각자의 휴대폰으로 의사소통하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정보를 파악하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하루 주어진 시간동안 우리는 얼마나 직접 글을 쓰고 읽어볼까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연극'도 신문 지면의 글과 유사한 입장인 것 같습니다.연극은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대중예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극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와 영상매체가 등장하고 발전하면서부터 연극은 자연스레 관객들의 흥미를 잃어갔고 과거에 비해 극장으로의 발걸음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이와 같은 오늘날의 현실을 시장경제와 실용주의 관점에서 연극을 바라본다면 연극은 상업적으로 별 가치가 없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지고 활용하는 재원에 비해 얻어지는 결과가 너무나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연극에 도가사상가인 장자(莊子)의 사유를 대입해보려 합니다. 바로 '장자'의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나오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말입니다. 지면에는 한계가 있으니 제가 이해하고 있는 방식대로 풀이해보자면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들여다보면 쓸모가 있다'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산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나무들은 사람들에 의해 베어지고 뽑혀지지만 못생기고 투박한 나무는 사람들에게 뽑히지 않은 채 나무 본연의 몫을 지녀 자연을 이룬다는 풀이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자의 사유는 연극이 마주한 작금(昨今)의 현실에 대해 반성하고 비판적 관점을 정립하게 합니다.오늘날 연극이 장자의 사유와 맥을 함께 하는지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연극은 인간과 인간이 한 공간에서 만나 관계를 맺고, 호흡하고, 느끼고, 변화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원시적인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은 우리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가치들과 더불어 가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숭고함을 지닌 것 같습니다.매일의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러분들은 쓸모없어 보이는 '무용지물'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일상과 주변을 반추해본다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무용지용'을 발견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4-02 11:09:48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