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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 무용평론가

[매일춘추] 소통으로 다가서는 춤의 힘

요즘 공연예술은 고유한 자기 영역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더욱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관객과의 소통에 좀 더 관심을 갖는 공연자의 경우, 특히 춤의 도움을 받으려는 노력이 적극적이다. 그렇게 춤은 타 예술장르에서 인기가 있지만, 정작 춤 자체 공연은 대중으로부터 크게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타 장르 퍼포먼스에서 춤이 본연의 주된 장르만큼 중요하게 인식 되는 경우도 많다. 가수인 아이돌들은 춤을 추지 못하면 큰 결격사유이고, 보컬 연습만큼 춤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들은 노래만큼 춤에도 능력이 있어야 뮤지컬 배우의 길을 갈 수가 있다. 연극과 오페라 등에서도 점점 춤의 역할이 커져 간다. 대사와 노래로 그들의 주제를 전하기보다 몸짓과 춤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노래만으로는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세계적 열풍으로 많은 패러디가 만들어질 만큼, '말춤'은 유래 없는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쉽고 중독성 있는 노래의 멜로디와 더불어, 누구나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재미있는 춤으로 인해, 이 노래는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요즘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 케이팝 가수들의 노래는 춤과 하나가 되어, 노래에 따른 그들의 고유한 춤이 곧바로 연상이 된다. 언어적 장벽을 받지 않는 춤은 세계적 소통이 더욱 용이하고, 한류열풍의 중심에는 한국가수들의 환상적인 춤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춤을 보라! 그들의 자유로운 춤을 따라 추는 외국인들에게는 노래는 따라 부르기 힘들지만, 춤은 쉽게 그들에게 다가감을 알 수 있다. 주객전도로 노래가 오히려 춤의 백 뮤직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이러한 춤을 보고 관객들은 어렵다고 하지 않는다. 리듬에 따라 즐기는 춤이거나 적재적소의 재미를 위해서, 또는 길지 않게 그들의 의도가 분명히 감지되게 춤을 이용하기 때문이다.그런데 한 시간 이상의 긴 공연을 춤으로만 안무자들이 주제를 표현하려는 무용공연을 관객들은 대체로 어려워한다. 관객들은 춤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춤 내면의 깊은 뜻을 찾고자 골몰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용공연도 가볍게 다가가 관람하면 어느새 나만의 감상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춤 한 장면의 아름다움에 도취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한 것이다.그리고 안무자들은 춤 공연의 소통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그들의 리그에서 진일보 할 수 있다. 관객에게 다가가는 춤이야말로 더 큰 호소력으로 관객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명 무용평론가

2019-10-20 06:30:00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매일춘추] 감정 스포일러, 라이트모티브

어떤 음악은 매우 상징적이라 그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극 전체나 캐릭터를 떠오르게 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특정한 멜로디를 들으면 해리포터나 인터스텔라 혹은 죠스 등의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죠스 OST는 영화는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음악이다. 드라마나 광고 등 무수한 매체에서 사용 되어져 대중들의 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빠밤- 빠밤- 빠바빠바빠바빠바빠-'로 기억되는 이 음악은 원래의 영화를 넘어 많은 작품에서 긴장되는 상황이나 무섭고 두려운 캐릭터의 등장에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역으로 이 음악을 사용하여 긴장감을 유발시킨 뒤 정반대의 상황을 보여주며 반전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내용과 분위기, 감정을 미리 알려주는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영화나 드라마 등 음악이 들어간 극을 보다보면 들려오는 음악만으로 다음 장면이나 캐릭터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자막 없이 외국어로 된 극을 보거나 전체가 아닌 특정 장면만 본 경우에도 음악을 통해 장면의 내용이나 감정, 분위기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특정 작곡 기법에 의한 효과이며 이러한 음악 기법을 '라이트모티브(LeitMotiv)라고 한다.라이트모티브는 독일어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 Leiten은 이끌다, motiv는 동기를 뜻한다. 이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유도동기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 작곡기법은 낭만파 작곡가인 바그너를 통해 그 정의가 확립됐다.인물이나 특정 장면이 반복해서 나타날 때 그 인물 혹은 장면을 상징하는 선율이나 화성을 재현함으로써 청중이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환기하는 기법으로 음악적 기능과 극적 기능을 동시에 지닌다. 이 기법은 현대의 극음악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를 잡았고, 오페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음악이 들어간 거의 모든 극장르에서 활용되고 있다. 필자 역시 극음악을 작곡할 때 이 기법을 사용한다. 등장인물이나 시대 상황에 어울리는 특별한 테마를 사용하기도 하고, 인물의 관계나 특정 장소에 대한 감정 등을 반복되는 선율이나 화성 혹은 특정한 악기로 표현하고자 했다. 창작 뮤지컬의 경우 관객은 공연 내내 새로운 음악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긴 시간동안 관극을 하는 것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라이트모티브를 활용해 관객들이 극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조금 더 쉽고 효과적으로 장면의 감정이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가 있다. 감정을 미리 알려주는 스포일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다가오는 주말에 영화나 뮤지컬 등의 문화를 즐기며 숨어 있는 라이트모티브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문화예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면 더 많은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2019-10-17 10:14:06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매일춘추] 사람의 향기(상)

그 여자가 죽었다는 소식은 꽤나 충격으로 받아 들여졌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기도 했거니와 아직은 나이가 환갑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그 여자는 ○○ 씨의 아내였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좀 어수룩한 ○○ 씨는 결혼 초부터 아내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채 고양이 앞의 쥐처럼 지냈다고 한다. 주로 아낙네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시골소문이라는 게 워낙 과장과 왜곡이 심해 그다지 믿을 바는 못 되지만, 남편을 올라타고 두들겨 팼다는 이야기는 보통이고 그 여자가 술이 취해 마을의 가장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센 아저씨에게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그러던 그녀가 남편과 함께 1톤 트럭으로 친정에 갔다가 돌아오던 중 급커브 길에서 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낭떠러지 아래에 굴렀는데 남편은 죽고 여자는 중상을 입고 겨우 살아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마을 사람들은 흉을 보면서도 여자 혼자서 아이 둘을 어떻게 키우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혀를 차며 걱정을 하였다. 아무리 여자가 마을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지만 한편으로는 어린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였던 것이다.혼자서 어렵사리 살아가더니 어느 날 부터인가 낯선 남자와 손을 맞춰 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놉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집에 살면서 계속 농사일을 같이 하는 걸 보고 그런 사이인 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여러 설이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남자는 혼기를 놓친 총각이었으며 어려서부터 남의 집 꼴머슴부터 시작해 비록 공부는 못했지만 농사일에는 거의 달인 경지에 올라 있었다고 했다.여자 입장에서는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자는 남자 앞에서는 나긋나긋 순한 양이 되었다고 한다. 그 난폭(?)한 여자를 휘어잡아 꼼짝도 못하게 하는 그를 보고 "역시 꿩 잡는 게 매!" 라며 천적은 따로 있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어쨌든 의기투합한 그들은 남의 땅을 얻어 부치면서 많은 토지를 경작하게 되었다. 고소득 작물인 마늘과 고추의 주산지여서 힘은 들지만 부지런히 농사만 지으면 소득이 높았다. 돈이 모여졌고 아이들도 남부럽잖게 키울 수 있었다.그런 그들에게도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무슨 갈등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여자가 남자를 내치려고 했던 것이다. 자기 통장도 없이 오직 일만 열심히 했던 남자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때 아들들이 나서서 "아버지에게 그렇게 대하면 안 된다!" 라며 제 어머니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미 사내아이로 장성한 아들들이 자기들을 키워준 의붓아버지에게서 강한 부정(父情)을 느꼈음에 틀림이 없다.(하편에 계속)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수필가

2019-10-16 11:21:40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매일춘추] 걱정 말아요 그대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벳 속담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은 걱정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지요. 걱정 없이 살 수 없어서인지 걱정에 관한 명언들이 참 많더군요.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는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걱정 한다'고 했고, 루즈벨트 대통령의 영부인 엘리노어 루즈벨트는 '남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들은 그렇게 그대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데이모스는 '걱정의 신'입니다. 공포의 신, 불화의 신, 싸움의 신과 늘 함께 다녔지요. 이런 데이모스 포로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심각하고, 엄숙하고, 폭발직전이어서 '되는 일은 없고, 꼬인 일은 자꾸 꼬인다'고 하죠. 그런데 '신'을 얼마만큼 믿나요? 신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버나드 쇼의 말에 빗대자면, 결국 신은 우리가 만드는 거니까 우리가 부모인 거죠. 걱정과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걱정의 신을 창조하고 있어요. 상징이나 비유 없이도 '신'이라는 단어를 시에 사용하는 것처럼. 신과 가까운 걱정이 '생활'에게 자꾸 묻습니다. 가령, 집을 나선 후 "가스 불을 껐나?"에서 시작하여 "불이 나면 어쩌지?"란 걱정을 낳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 가스를 확인하게 되지요.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면 "약속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미리 연락해야 되겠지?"하는 식으로 순환되는 걱정의 굴레를 살아갑니다. 어떤 불확실이 불행의 결말로 끝날 것이라는 막연함은 해롭지만, 생각 자체가 1도 없는, 긍정의 긍정은 오히려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무력화시키기도 합니다. 행복한 삶에 대한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걱정의 대부분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요.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퍼센트는 절대 일어나지 않고, 나머지 걱정의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라고 하지요. 22퍼센트는 사실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소한 고민이고, 4퍼센트는 우리의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랍니다. 시대의 '질병'이 되어가는 '걱정에 대하여'의 저자는 걱정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떨림'의 일종으로 정의합니다. 아직 오지 않거나 올 리 없는 미래를 걱정하느라 마주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절망이 '걱정할 권리'를 포기한 채 정답만을 원하기 때문이지요. 하늘에서 정답이 뚝, 떨어져도 그 정답대로 살아가지도 못하면서 말이지요. 만약 정답대로 산다면, 살아진다면, 걱정이 사라질 수는 있겠지만 내가 '선택할 권리'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지요. 정답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걱정이란 놈과 한 몸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걱정과의 '밀당'으로 거리두기가 필요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삽입곡 한 소절을 덧붙여 봅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2019-10-15 10:55:42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매일춘추] 나는 프로아마추어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셀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카메라를 메고 오롯이 홀로 시간을 소비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아무 곳에 앉아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기도하고 오래된 전봇대 사이를 비집고 싹을 낸 잡초에 나만의 이름을 하사하기도 한다. 무엇을 하기 위해 쫓기던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즐겁다. 또 사진작가라도 되는 양 바닥에 누워가며 똑같은 대상을 이리저리 구도를 바꿔가며 찍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나에게는 의미 있는 것들을 사진으로 담기도 한다. 또 다른 사진의 매력은 촬영이 끝나고 찍은 사진을 확인할 때이다. 분명 잘 찍었다고 생각했던 사진도 기대이하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날의 베스트는 항상 예상을 빗겨 간다. 그래서 사진은 찍을 때와 확인할 때, 두 가지 즐거움을 준다. 한참을 멋모르고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에 표시된 여러 기능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마침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그룹레슨에 함께 하게 되었고, 화이트밸런스, 조리개, 셔터스피드 등 이것저것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되자 더욱 흥미가 생겼다. 마치 연극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가슴이 뜨거워졌다. 종종 듣게 된 '사진 잘 찍는다' 라는 칭찬은 고래만큼은 아니지만 나를 춤추게 했다. 타인에게 받는 인정은 또 다른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만들었고 나를 기준으로 수직으로 줄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의 늪에 빠져 즐거움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마치 어떤 기준을 넘는 수준에 달해야하는 프로사진작가가 된 것 같았다. "왜이래? 아마추어 같이. 프로답게 해!" 공연을 준비하며 실수하거나 긴장하고 있을 때 흔히 듣던 말이다. 도대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뭘까? 아마추어(amateur)는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에서 유래했다. 어떤 일을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뜻한다. 프로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의 준말로 라틴어로 '고백하다', '공표하다', '선언하다'를 뜻하는 프로페시오(professio)에서 유래했다. 그래. 프로연극인이라면 실수하거나 긴장해선 안 될 것이다. 프로라고 고백한 만큼 수준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두 단어는 수준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어쩌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비교를 통한 수준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못된 착각일 수도 있다. 사진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연극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순수한 눈빛으로 열렬히 사랑했던 그때가 그립다. "나는 연극을 사랑합니다" 라고 선언하여 '프로아마추어'가 되어야겠다. 원하지도 않던 프로라는 족쇄에 매여 즐거움을 잃을 순 없으니까.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2019-10-14 11:32:08

채명 무용평론가

[매일춘추] 장벽 너머 '라이브 공연' 세상으로!

해마다 가을이 되면 공연예술의 장이 여러 곳에서 풍성하게 열리지만, 그것의 수혜를 받는 이들은 아직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조금만 관심을 돌리면, 곳곳에 여러 장르의 공연을 접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무대라는 공간에서 열리는 예술을 접하기에는 많은 장애가 있다.원하는 공연을 보려고 해도 대부분의 공연장소가 가까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공연 시간에 맞추려면 저녁 시간의 복잡한 교통체증을 감내해야 하고, 자신의 차를 이용하더라도 공연장의 충분하지 않은 주차장 시설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명망이 있는 공연은 티켓 값도 만만치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의 일정에 나의 일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이 있는 그 시간을 위해 나의 다른 일상을 양보해야 하는 것에 이르면, 사람들은 그들의 행보를 결정해야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이 공연을 꼭 봐야할 것인가? 그 많은 제약의 벽을 다 넘어서야만 하나의 공연을 즐길 수가 있다.이런 이유로 많은 관객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와 같은 예술장르에 시간을 할애한다. 특히 여유가 없는 이들은 영화감상으로 그들의 지친 삶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나 공연예술을 즐기려면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뒤따라야 한다.30여 년 전 필자가 유럽에서 살았을 때, 그들이 일상적으로 공연예술을 즐기는 삶을 보며 부러워 한 적이 있다. 저녁시간을 여유롭게 지내는 그들의 한가로움, 아름답게 성장을 하고 와서 파티에 참석한 듯, 긴 인터미션에 음료를 나누며 대화를 즐기는 그들은 공연관람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 같았다. 유학생 가정으로서 다소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 그 나라의 예술을 공부하기 위해 주변을 서성이는 이방인의 눈에 그들은 부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80년대 후반 우리나라 공연문화와는 격이 다른 그들의 여유로운 공연관람 생활을 보는 것은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우리 사회도 곧 그렇게 되리라고 미래를 꿈꿔봤다.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면,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아직 삶에 여유가 없다면 공연예술 세상과 가까이 하기는 쉽지 않다. 단편적이고 다소 쾌락적인 재미에 빠져 있다면, 품격 있는 공연예술을 즐기기 위하여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은 셈이다. 어제 밤 극장 '가락'에서 밴드 '그리GO'의 라이브 공연에 함께 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가득 메운 관객들의 즐거움이 가을밤을 달궜다. 이제 그 장벽을 넘는 시민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세상이다! 채명 무용평론가

2019-10-13 06:30:00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매일춘추] 새로운 경향, 보사노바(Boss Nova)

얼마 전 점심 식사 후 호수가 보이는 카페를 찾았다. 주문한 커피의 맛이 훌륭해 '여기까지는 완벽해. 여기에 음악까지 완벽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보사노바(Bossa Nova) 음악. 정말 완벽한 오후였다.보사노바는 1950년대 브라질에서 만들어진 음악장르이다. 브라질의 전통음악인 '삼바'와 미국의 '재즈(정확하게는 쿨 재즈)'가 만나 탄생한 음악으로 50~60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시장에서 사랑을 받아 오고 있다. 우리의 대중가요 역사 속에서도 보사노바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조덕배의 '그대 내 품에 들어오면', 마마무의 '우리끼리' 등이 보사노바 리듬을 사용한 노래들이다. 이렇듯 보사노바는 반짝하고 사라지는 트렌디한 음악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서 몇 십년동안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장르이다. 이렇게 보사노바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보사노바는 과장되고 화려한 삼바 리듬으로부터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한, 꼭 필요한 것만으로 구성된 음악이다. 삼바 리듬을 바탕으로 강한 비트는 줄이되, 당김음을 통해 지루하지 않은 불규칙한 리듬과 2-5-1 진행으로 안정감을 주지만 세련된 조바꿈과 적절하게 쓴 텐션으로 다채로운 화성을 썼다. 게다가 호소 짙은 고음과 화려한 테크닉 보다는 낮게 대화하는 듯 한 발성으로 세련된 선율과 시적 가사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이전까지의 삼바 음악이 모든 면에서 브라질의 풍요로움을 시청각적으로 포장했던 것에 대한 반발의 정서가 생겨났고, 거기에 쿨재즈가 더해진 것이다.쿨재즈는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이 종결 된 후 탄생한 음악으로 당시에 유행하던 열광적인 비밥 스타일과 달리 모던하고 비브라토 없는 가벼운 음색으로 긴장을 풀고 듣기 편한 방식으로 연주하는 음악이다. 삼바의 전통에 쿨재즈가 더해져 보사노바라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졌고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다.음악은 새로운 요소들을 만나고 결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체와도 같다. 생명력을 잃지 않고 오래 오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본래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끊임없는 변화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브라질의 전통음악인 삼바가 미국의 재즈와의 결합을 통해 전 세계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음악이 된 것처럼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악뿐이 아닌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실험적인 변화와 협업의 모습을 보게 되길 기대해 본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2019-10-10 11:13:13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매일춘추] 세월의 저편

필자에게 2019년인 올해는 의미가 깊은 해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0년, 나이로는 60, 정년이 해당되는 친구들은 올해가 마지막 근무이기도 하다. 1979년 1월에 졸업장을 받고 교문을 나섰으니 그해 대학을 간 친구들은 79학번이 된다.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 중에서도 볼륨 층에 속한다. 또래 인구수가 엄청 많다는 이야기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이 한창일 때 어린 시절을 보냈고, 고교 졸업하던 해에는 박 대통령이 시해를 당하는 10·26 사태가 일어났다.인문계를 졸업했지만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생활의 길을 걸었다. 친구들이 대학을 입학하던 3월에 벌써 간판 가게를 열었던 것이다. 고 3때는 이미 진학을 포기하고 기술을 습득하러 광고사 부근을 기웃거렸다. 한때 미술대를 꿈꾸었기 때문에 그쪽 방향으로는 소질이 닿아 있었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은 연합고사를 합격해 대구로 유학 간 아들이 진학을 하지 않는 것에 적잖이 실망을 하셨지만, 사립대 입학금 정도의 밑천을 대주셨다.요즘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스무 살짜리가 어떻게 가게를 낼 수 있지?"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시골 출신이라 농촌에서는 초등학생도 농삿일을 거들어야 하고 소꼴도 베야한다. 중학생이면 낫도 갈 줄 아는 등 웬만한 중머슴 정도의 일꾼이 된다. 어릴 때부터 썰매도 만들고 팽이도 깎고 연도 띄웠기 때문에 기본적인 공작 기능이 갖춰진 상태였다. 당시 간판 제작업은 디자인 감각만 있으면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그 일은 군 입대 전까지, 2년 정도 하였다. 약관의 나이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많은 경험을 했다. 사기꾼도 만나고 은인도 만났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다는 걸 그 나이에 알았다. 그 경험은 인생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된다. 대학을 다니던 친구들이 가게를 많이 찾았다. 낮에는 짜장면을, 밤에는 술도 얻어먹을 수 있었으니 '참새 방앗간'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시공 갈 때는 보조기사 역할로 거들어 주기도 했으니 상부상조였던 셈이다. 그 친구들과는 깊은 우정을 쌓아 지금도 잘 지낸다.특히, 올해는 운수업에 종사하게 된 지 15년이 되는 해이다. 운수업은 내 인생 최대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큰 위기를 맞았었다. 무일푼의 상태로 생판 낯선 운수업에 뛰어들었다. 단기필마, 8톤 트럭 한 대로 물류운수업에서 나름 기반을 다졌다. 대학을 나와 직장생활을 하던 친구들은 이제 퇴직을 하지만 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뒤돌아보면 지난 40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앞으로 그 격했던 순간들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수필가이니 정감 넘치는 수필도 곁들여 가면서.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수필가

2019-10-09 13:18:09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매일춘추] 4층에 대한 다이어리

목 늘인 백합나무가 용학도서관 4층과 교우합니다. 이것은 오롯이 백합나무만의 일은 아니겠지요. 뿌리의 물을 우듬지까지 끌어올리는데 대략 한 달가량 걸린다니, 4층까지 엘리베이터로 14초면 닿을 수 있는데 꼬박 한 달이 걸린다는 거죠. 가지들은 흔들리면서 또 얼마나 적막한 시간을 견뎠을까요? '흔들린다'라는 동사를 가진 다는 건 행복일까요? 불행일까요? 높이를 가지는 일이 그리 신명나는 일만은 아니었겠지만.한국의 병원에는 4층이 없습니다. 병이 호전되지 않거나 환자에게 유해하다는 근거는 어디에 없음에도 4층은 존재하지 않지요. 죽을 '사(死)' 와 발음이 같아 기피한다고들 하죠. 4층 없이 어떻게 4층 이상이 존재하나요? 'F'나 '5'로 회피 한다고 내용(4층)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4층에는 생사(生死)와 성식(性食)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과 '모던'이 있지요. '모든'은 방대한 어떤 실체의 일부분에 불과할 수 있고, '모던'은 '포스트모던'과 연대합니다.통유리 전망의 용학도서관에서 끝내 4층이 된 백합나무, 목을 길게 빼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우뚱, 귀를 곤두세워 더 명확해지려 합니다. 키를 높이는 이유가 왠지 세상에 태어나 적어도 4층까지 자라야겠다는 고집 같고, 4층의 공기에 대한 호기심인 것도 같습니다. 저기 먹구름이 몰려오네요. 저도 4층이 되어 4층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려는 건지. 4층에 필요 없는 것까지 끌고 와 조금 쓸쓸한 얼굴이 되기도 합니다.지난 4월, 진주의 한 아파트 4층에 불이 났습니다. 오전 4시쯤 40대 남성에 의해 주민 5명이 숨져 충격을 주었는데요. 잠결에 맨발로 뛰어내린 4층, 과묵하고 치밀한 내적 자아가 노린 4층에게 육중한 애도를 표했지요. 마음의 4층과 몸의 4층이 삐거덕 거릴 때, 눈물의 4층에서 반짝이는 눈동자를 봅니다. 탈의가 불가능한 4층은 다른 이미지로 시선을 데려가는 대신 구체적인 실재와 마주하게 합니다.도서관의 4층이 된다는 건, 강의가 끝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복도의 마찰음이거나 4개의 다리를 가진 책상이 되는 건가요? 내구성이 좋지 않아 잘 마르지 않는 4층의 서사, 자기가 무얼 하는지 모르는 4층이기에 아무런 생각이나 의견은 갖고 있지 않지요. 그러니까 죽을 '사(死)' 와 연관 짓는 4층의 편견은 불식되어야 마땅하겠지요.10층 이상을, 아파트의 로얄층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4층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3층은 뭔가 답답하고 5층 이상은 지면에서 멀다는 이유 때문이지요. 또한 4층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풍경엔 품격이 있습니다. 조망권 확보와 더불어 나무의 정수리도 환히 보이거든요. 4를 외면하고 비켜가려 하는 반면, '4를 지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시인도 있습니다. 안정적이고 매혹적인 높이와 함께 모든 4층은 '모던 4층'으로 존재하니까요.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2019-10-08 11:54:15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매일춘추] 나의 페르소나

연극이 무대화되기까지 여러 연습과정을 겪어야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드레스리허설은 리허설 단계에서 제일 마지막에 진행되며 배우의 의상과 분장까지 점검하는 리허설이다. 의상과 분장은 배우의 '캐릭터입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대본분석을 통해 구축되어진 인물이 외형적으로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분장은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자주 짓는 표정의 주름살이라든지 얼굴의 음각 등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된다. 또 다른 기능으로는 배우의 자의식에서 해방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연습과정에서 배우가 어려워하던 장면도 드레스리허설 때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도 한다)아이러니하게도 배우에게 얼굴은 감정표현의 가장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자의식이 드러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현대 마임의 기초를 다진 에티엔느 드크루는 '얼굴은 연기자가 숨겨야 할 자아를 드러내기 때문에 핵심적인 표현 수단이 될 수 없다' 라고 했다. 그래서 분장은 배우에게 자의식을 감추고 캐릭터를 완성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또 이보다 더 확실하게 자의식을 감추는 방법은 바로 가면을 쓰는 것이다. 연출가 자크 코포는 '어떤 강력한 신체 훈련도 연기자의 과도한 자의식을 극복하지 못 한다' 라고 했다. 가면을 쓰는 것은 연기자의 자의식에서 자유롭게하며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한다. '신체연극'의 저자 딤프나 칼러리는 '뒤에 숨을 수 있는 무언가 수단을 갖는 것은 역설적으로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고 따라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 된다. 삶을 모방하는 행동 대신 연기자는 극적 표현을 찾기 시작한다' 라고 했다.사실 이런 극적 표현은 무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역할에 맡는 가면을 쓰고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주인공을 맡고 있다. 상사의 아재개그에 박수를 치며 웃어야하는 부하직원,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에게 얼차려를 주는 조교, 고객을 응대하는 영업사원, 선배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후배, 학생들 앞에서 화를 참아야하는 선생님 등등…. 심지어 나이가 들수록 가면의 개수는 늘어나고 두꺼워진다. 나아가서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조차 잊게 된다. 우리는 왜 마음에도 없는 표정으로 극적인 행위를 하는 것일까? 사람을 뜻하는 'person' 이라는 단어는 가면을 뜻하는 'persona' 라는 라틴어가 어원이라고 한다. 어쩌면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가면 뒤에 숨어 진짜 얼굴을 잃어가는 건 아닐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가 어려운 것은 내가 아는 나와 타인이 아는 내가 너무 달라서일지 모르겠다. 도덕적 규율과 부모의 기대, 사회의 틀 안에서 우리는 학습되어진 나라는 가면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9-10-07 11:12:50

채명 무용평론가

[매일춘추] 춤은 대구로 꿈은 세계로!

대구시에서 '전국무용제'가 24년 만에 개최되어 지난 토요일 막을 내렸다. 2019년 9월 26일부터 시작한 10일간의 긴 축제였다. 이 축제를 위해서 작년부터 대구무용협회 관계자들과 대구시는 만반의 준비를 하였고, 크게 작게 대구 각처에서 무용제에 대한 홍보가 펼쳐졌다. 아무리 홍보를 하여도 250만 명에 달하는 대구 시민들에게 골고루 알려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중한 축제 기간의 거의 모든 공연이 무료로 베풀어진다는 것을 아는 시민도 많지 않았음에 이르면 아쉬운 맘이 든다. 내 주변의 지인들에게 얘기해도 '전국무용제'에 대해 아는 이가 소수일 뿐더러 춤 공연에 대해 대체로 관심도가 낮다.관객들은 춤 공연에서 그 내용이 어려운 것을 답답해한다. 자주 보는 사람들은 어느덧 춤의 본질에 익숙해지지만, 춤 공연을 처음 보는 대다수 사람들이 하는 가장 많은 질문은 "저 춤은 무슨 뜻으로 저렇게 추는 것이지요?"이다. 모든 몸짓에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이 번 무용제에서 만난 다양한 종류의 춤을 얘기해보면 그 해답이 조금이라도 될까? 첫째는 주제에 너무 경도되어 시종 주제를 표현하려고 애를 쓴다. 둘째는 소통 어려운 주제로 계속 의상과 대형을 바꿔가며 춤을 춘다. 셋째는 주제나 춤 구성보다는 조명이나 장치에 집중하여 무대를 보는 즐거움에만 치중한다. 넷째는 주제를 잘 표현하면서도 춤도 잘 구성되고, 조명은 적절히 사용하여 장면을 잘 설정하며, 소품의 적절한 이용으로 그 의도가 잘 드러난다. 당연히 네 번째에 맞게 공연을 하는 팀은 큰 감동을 준다. 이런 공연을 만나게 되면, 관객은 큰 즐거움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모든 예술은 아는 만큼 보게 되고,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춤도 그 범주에 있다. 주제도 잘 보이고, 그 속에 무용수의 멋진 춤이 적절히 녹아 있고. 장치와 소품이 그 주제를 돕고 있어야 한다. 관객들은 그 것을 맛볼 수 있을 때 까지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져야 즐길 수 있다.'전국무용제'는 경연을 하는 축제이다, 그래서 무용수들이 공연에 임할 때 최선을 다한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무용수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종종 본다. 그간의 긴 연습시간의 어려웠던 점과 잘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그럴 것이다.'춤은 대구로 꿈은 세계로'이라는 이번 '전국무용제'의 슬로건처럼, 대구를 달군 춤 축제가 막을 내렸다. 전국 16개의 시도 대표가 한 자리에 모였고, 경연하는 것을 보는 것은 쉽잖은 일이다. 문화시민이라면 이번 축제에 한번이라도 춤 공연을 감상하는 귀한 체험을 했길 바란다. '세계로 가는 길'은 거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채명 무용평론가

2019-10-07 04:30:00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매일춘추] 내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

요즘 유튜브(YouTube)라는 동영상 플랫폼의 인기가 매우 뜨겁다.학생들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던 것을 유튜브에서 검색하여 원하는 정보를 얻기도 하며,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로는 유튜버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영상 업로드도 간단하고 인기 유튜버(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면 수익 창출까지 가능하다. 게다가 유튜브는 글로벌 시장이여서 한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할 수도 있다. 고가의 장비와 훌륭한 편집 퀄리티의 영상이 아니더라도 콘텐츠에 가치가 있거나 재미가 있다면 대중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콘텐츠로 인정한다.누구나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손쉽게 영상을 만들고 업로드 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환경이 마련되자 수 많은 사람들이 유튜버가 되어 본인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들의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현상을 보며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본인만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구나. 나의 이야기를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라는 욕구가 1인 미디어의 세계로 문을 두드린 것이 아닐까.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이 예술의 본질이 아닐까.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이미 어떤 면에서는 예술가인 것이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과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 그렇다고 유튜버가 되어 1인 미디어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본직을 버리고 예술가의 삶을 살라는 것도 아니다. '삶은 곧 예술이고, 예술은 곧 삶이다' 라는 말이 있듯 내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나답게 살아가고 표현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큰 의미에서 예술가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 역시 나 다운 삶에 질문을 던지며 나답게 살아가고자 노력 중이다. 그리고 나 다운 삶에 가까워질수록 행복감을 느끼고, 그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나를 표현했을 때이다. 그렇다면 나 다운 삶은 뭘까? 나 다운 삶이 무엇이라 콕 찍어 말할 순 없으며 어쩌면 정확하게 모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타인을 모방하거나 가면을 쓴 것 같은 거짓된 삶은 아닐 것이다. 타인은 할 수 없는 나의 퍼스널(Personal)한 감성, 사상, 철학 등을 솔직하게 표현했을 때 불편함이 없고 비로소 자유와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앞으로 3개월간 글쓰기라는 방식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었다. 필자의 직업은 작곡가이다. 그래서 내 이야기와 감성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며 가장 재밌고 편하다. 하지만 음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나의 이야기를 하려니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글쓰기는 음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나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이며 더욱 더 다양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은가. 음악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으리라 기대와 생각이 들어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2019-10-03 11:09:31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매일춘추] 묵호(墨湖)

명예퇴직을 신청했던 고등학교 동기가 강원도 '묵호항'이라며 전화를 해왔다. 시를 쓰는 친구인데 퇴직을 하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이 묵호였다고 한다. 송수권의 시 '묵호항', 심상대의 소설 '묵호를 아는가' 등 문학에서 '묵호' 란 지명은 신비롭게 등장한다. 과연 한문 글자의 뜻처럼 '검은 호수' 같은 바다일까?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을 게다. 한마을에 살던 영구 아버지가 야반도주를 했다. 신작로 옆 색시집 골방에서 노름을 하다가 논문서, 밭문서 다 잡혀 전 재산을 날리고는 그길로 읍내 쪽으로 걸어갔다는 것이다. 졸지에 풍비박산이 난 영구네는 초상집으로 변했다. 하얀 쪽머리에 은비녀를 꽂은 영구 할머니는 눈물만 뚝뚝 흘렸고, 어머니는 땅을 치며 통곡했다. 줄줄이 딸린 아이들도 같이 울었다.영구 아버지는 그길로 읍내로 가서 중앙선 열차를 탔다고 한다. 그리고는 영주역에서 영동선으로 갈아타고 묵호역에 내렸다. 묵호항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고향집에 편지를 보냈다. 집안이 쑥대밭이 되어 학교는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던 내 친구 영구는 주소를 들고 아버지를 찾으러 갔다. 겨우 열 살짜리가 "영주역에서 내려 '기리까이(바꿔 탐. きりかえ)' 해서, 어쩌고…. " 어른이나 쓸 법한 말들을 하면서 우리와는 다른 세상으로 걸어갔다.영구 엄마도 묵호로 떠나고, 영구는 학업을 포기하고 친척이 있던 대구로 갔다. 여자 형제들은 식모로, 남자 형제들은 공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집을 내어주고 마을 오두막집에서 지내던 70이 넘은 노모와 어린 딸도 몇 달 후 묵호로 떠났다. 떠나던 날, 많은 마을 사람들이 나와 눈물을 훔치며 배웅을 했다. 꼬깃꼬깃 종이돈을 쥐어 주는가하면, 먹을 것을 싼 보따리를 건네주었다. 그 모습은 어린 내 눈에도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백발노인의 퉁퉁 부은 눈가에 번들거리던 눈물은 아직도 아른거린다.영구 아버지가 묵호항에서 부두 노동자로 일을 했는지, 고기잡이 배를 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육체노동을 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귀하게 자란 외동아들로, 하던 일이 고되어서일까 아니면 파멸의 구렁텅이로 전락한 것에 대한 회한 때문일까 술을 엄청 마셔댔다고 한다. 결국에는 알코올 중독자로 폐인이 되고 말았다. 고향을 떠난 지 십년도 못 되어 간경화로 목숨을 잃고 영구차에 실려 돌아와 선산에 묻혔다. 단 한 번의 일탈치고는 대가가 너무 가혹했던 셈이다.무지와 가난을 습관처럼 안고 살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참 대책없는 가장도 많았다. 가장이 무능하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돌아간다. 혹자는 '가난은 죄가 아니라 불편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은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가난은 불편뿐만 아니라 구차하고, 때로는 인간의 존엄성까지 위태롭게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보면서 50년 전 영구네 가족 잔혹사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2019-10-02 11:29:25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매일춘추] 사랑의 단상

종종 사랑에 관해 질문하거나 받을 때 있지요.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너무 간편하고 납작하게 사용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눈이 멀고 숨이 멎으면 사랑의 잔혹은 사랑의 매혹으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사랑의 복잡성과 만만치 않음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일에는 등을 돌려버리는데요. 어디 사랑에 관한 직무만 그러할까요. 사랑 안에 서식하는 '유치'와 '찬란'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잘 번식하기 위해 불완전하기로 결심한 개체 같아요.어느 날 사랑이 찾아와 내 곁에 앉아 말하지요. '네가 왜 웃는지 혹은 우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왔다'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사랑의 불완전, 사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그녀)의 사랑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싶은, 그러니까 사랑은 사랑이라는 언어의 욕망, 단 한 번도 실현된 적 없고 실현한 적 없으므로 사랑은 순순히 욕망의 자리에 놓이게 되지요.언어를 '살갗'이라고 하며 바르트는 그 사람을 내 언어로 문지른다고 합니다. 열없는 이마에 따뜻한 손을 얹으면 이마는 문득 펄펄 끓어야 하고, 세상의 입들은 모두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고, 하여 '많이 아파?'라는 말은 그 대답을 위해 스스로 만든 '꾀병'에 걸려야 합니다. 말만으로도 온몸이 아파옵니다. 그러나 괜찮아요. 이 아픔은 '사랑이 내미는 호의'라서, 온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아픈 몸은 새의 날개처럼 즐겁기만 합니다.사랑을 내 말 속에 둘둘 말아 어루만지며, 애무하며, 혹은 이 만짐을 이야기하며 관계를 지속하고자 온 힘을 소모한다고 하죠. 그래서 사랑의 기쁨은 '영원'이나 '통속'을 소환할 때가 많습니다. 모든 것을 영원의 범주 속에 포함시키려고 하지요. 따라서 서로에게 충족된 연인들은 글을 쓸 필요도 없고, 전달하거나 재생할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몸이 앞서 기울어져 있으니까요.그러니까 사랑은 생각의 가지를, 생각의 날개를, 생각의 뿌리를 갖게 합니다. 나를 보다 수다스러운 나로 바꾸어 놓지요. 그러나 사랑의 언어는 허약하고. 절절하여 사랑의 언어 속에서 당신을 읽으며 나를 잃어요. 사랑의 언어를 유감없이 발설함으로써 그 사람의 영혼을 만지고, 만진 손으로 자신의 영혼을 만지려는 이중의 접촉을 시도한다죠. 따라서 사랑의 언어는 비틀거리고 휘청거리며 거대한 심연의 바닥을 종횡무진 합니다.대체로 사랑의 푼크툼에 빠진 이들은 시시콜콜해져요. "사랑해", "뭐 하고 있어?", "밥 먹었어?" 시시콜콜한 유희를 반복하지요. 그들만의 방언을 만들어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 세계의 극점에는 모든 것이 '감각화'된 채 누구도 등장하지 않는 거울이 등장해요, 말랑말랑한 감각은 망각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이중의 거울이 되지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만 더 사랑의 배반을, 고통을, 고독을 긍정해 보는 것은 어떤가요?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2019-10-01 11:24:04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매일춘추] 비오는 날의 슈퍼맨

올해 여름은 유독 더 더웠던 것 같다. 아마 어디에나 있는 에어컨 실외기 때문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긴걸 보니 가을이 오나보다. 연신 부채질을 하던 손은 이제 추위를 피해 호주머니를 찾을 것이고, 등줄기를 타고 내려온 땀에 옷이 젖어 괜히 짜증이 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며칠 전에는 여름의 끝을 알리듯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졌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 특유의 비 냄새와 빗소리는 못 보던 것을 보게 만들거나 기억하지 못하던 것을 기억나게 한다.어린 시절, 비가 오면 우산 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 짓(?)이 시작되었는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긴 기간 동안 호사를 누렸다. 우산을 들고 다녀야하는 번거로움에서 자유로워진 기분이랄까?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비를 맞으며 뛰어다니다보면 땀과 비 때문에 옷이 흠뻑 젖었다.(물론 비가 올 때마다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어느 날, 비에 옷이 젖어 바닥에 떨어진 빗물위에 서 있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웃으셨다. 아마 내 몰골 때문이거나 맷돌의 손잡이를 잃어버리셨던 모양이다.하루는 비가 오자 어머니께서 빨래통에 있던 옷 한 벌을 내어주셨다. 매번 멀쩡한 옷을 버려오니 어차피 젖을 옷을 꺼내주신 것이다.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이 통과된 사람처럼 나는 기뻐했다. 이제 합법적으로 비를 맞을 수 있게 된 것이니까. 그렇게 법의 보호아래, 슈퍼맨이 공중전화부스에서 옷을 갈아입듯 비가 오면 나는 옷을 갈아입고 슈퍼맨이 되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이 될 무렵 더 이상 빨래통에서 옷을 찾지 않았다. 아마 친구들의 이상한 시선이 의식되었던 것 같다.여전히 빨래통에는 옷도 많은데 비오는 날 슈퍼맨은 더 이상 없다. 이유 없는 행복에 대한 의심과 머리무게가 무거워진 만큼 이제는 움직이는 일에 주저함이 생긴다. 우리는 사회적 위치와 사람들의 시선 속에 작은 행복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연출가

2019-09-30 11:13:05

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文靑들에게 보내는 편지

소설이 쓰고 싶다는 분을 더러 만납니다. 꼭 쓰고 싶은 글이 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요. 소설이 무엇일까요? 소설은 인간의 본성 깊숙이 적재된 상처를 자기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듯이 풀어내는 것입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사랑하고 싶은 욕구와 같은 억압된 초자아와 대면하게 해서 카타르시스를 행하게 만드는 그것이 소설입니다. 소설로 형상화된 초자아는 이드가 용납하지 않는 충돌을 도덕적으로 이끌고 자아를 컨트롤하며 대리만족을 끌어냅니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첫 소설은 '자아 찾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얘기를 쓰든지 자기검열을 접어두고 마침표 찍을 때까지 자아가 나아가는 대로 따라가세요. 누가 주인공이 되든지 소설 속의 인물은 하나의 시점에 불과해요. 소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개인 중심의 글이 되거나 시대정신을 담은 글로 변모해요.오르한 파묵은 소설이 하나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했어요. '그림과 관련된 세밀화가에 관한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한 순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이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그와 같이 '무엇을 쓸까?' 하는 글감이 주어지면 '어떻게 쓸까?' 하는 구성이 시작되어요. 인물, 사건, 배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 줄로 엮는 과정에서 소설의 가독성이 주어지죠. 이야기는 단순한 시간의 나열이 아니라 인과관계로 밀집되는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에요. 인물의 움직임과 서사의 흐름에는 반드시 합당한 동기가 주어져야 해요. 소설에는 우연이 없고 오로지 합리성과 필연성이 있을 뿐이니.이제 곧 신춘시즌이에요. 문청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며 매일춘추를 마감할까 해요. 신춘문예에 소설을 응모할 때 오타와 띄어쓰기, 단락구분 같은 기본기를 꼼꼼하게 살피고, 글씨체는 신명조나 바탕체 11포인트로 출력하는 것이 좋겠어요. 응모작 중에 단락과 단락 사이를 한 줄씩 띄운다거나 단락을 아예 무시한 작품, 원고 분량이 모자라거나 두툼하게 원고지를 묶은 소설까지 다양한 형식이 눈에 띕니다. 반듯하고 짜임새 있는 A4용지 출력에, 표지까지 입히는 정성도 작품의 격을 높이는 부분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소설은 서두가 가장 중요해요. 서두에 주제의식이 담겨 있는지, 문장은 깔끔하게 정서되어 있는지 거듭해서 살피고, 첫 페이지가 넘어가도록 인물이나 스토리의 움직임이 없으면 처음 작품을 구상할 때 무엇을 쓰고자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단편소설은 압축의 미학을 높이 사는 장르란 걸 기억하고, 소설 속의 모든 에피소드와 소도구가 주제의식을 부각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기로 해요. 간결한 대화, 늘어지는 묘사, 서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고형식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은지. 장정옥 소설가

2019-09-29 06:30:00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매일춘추] 아버지와 네 번의 눈물

오늘은 나의 아버지 생신 이시다. 근데 난 가보지 못했다. 이유야 어떻든 굉장히 불효를 한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 평상시 아버지의 생신이라면 온 식구들이 모여 식사라도 같이 했을 터인데…. 사실 지금의 나의 아버지는 요양병원에 계신다. 그리고 청각 및 언어장애를 가지신 분이다. 그리하여 필자는 아버지와의 기억, 아버지로 인한 눈물 몇가지를 적어 보고자 한다.아주 어렸을 적 굉장히 아픈적이 있었다. 시골에서 자란터라 그 당시엔 병원도 없었고 교통도 굉장히 불편했다. 이동수단이라야 걸어서 갈 수 밖에 없었는데 꽤 먼거리 인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나를 업고 걸어 갔고 난 아파 정신이 몽롱했지만 아버지의 등에서 배어나오는 땀 냄새를 맡으며 울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마 등짝에 배인 땀이 진통제의 역할을 했는 것 같아 5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내가 사춘기 일때는 아버지가 장애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웠다. 어느날 친구들과 길을 가고 있었는데 아버지와 우연히 마주 친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손짓과 묘한 음성으로 반겨 주었고 친구들이 누구냐고 묻자 나도 모르게 "옆집 아저씨"라고 대답해 버렸다. 그 순간 나 스스로 얼마나 초라하고 부끄러운지 몰랐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죄송함과 막막함이 나를 짓눌렀으며 그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아버지의 몫까지 세상에 다 표현 하겠노라고…. 그 결과 오늘의 예술가의 길에 들어선 계기가 되었다.그리고 스물이 갓 넘었을 때 아버지의 회갑연이 있었다. 자식들이 쌍쌍히 나와 절을 하였고 막내인 난 맨 마지막에 절을 하였다. "아버지 생신 축하 드립니다"라고 하면서 엎드린 순간 왠지 모를 울음이 터져 나와 버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옆에 앉아계신 어머니도 울고 계셨고 누나도 울고 있었다. 아버지는 영문도 모른채 멀뚱히 우리를 보고 있었지만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삶을 그리고 어머니의 한을 묵시적으로 서로가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아버지 나이 90을 바라볼 때 어머니가 뒷바라지 하기가 힘이 들어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 아버지를 한번 안아 주면서 "아버지 잘 계세요" 했는데 아버지는 걱정말라고 하는 듯 내 등을 토닥 거려 주셨다. 그것이 또 얼마나 서러운지 돌아서는 순간 눈에는 하염없는 눈물 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이곳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삶의 끝의 여정을 보내기 위해 오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이제 남은 눈물은 하나 뿐인거 같다. 정말 잘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다. 오늘 아버지 생신 때는 찾아 뵙지 못했지만 내일 이라도 찾아 뵈어 "아버지 날 낳아 주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라고 인사는 꼭 해야 겠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2019-09-26 11:17:34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 예술의 비전

친구가 자신의 딸 아이에게 엄마가 아파서 죽겠다 했단다. 보통 우리는 흔한 감기몸살에도 '죽겠네'란 말을 빌린다. 그랬더니 친구의 딸아이가 엄마가 죽으면 새엄마가 오게될건데 자신을 예뻐해 줄까 걱정이라는 7세 아이의 순수함과 서운함이 느껴지는 친구의 수다가 떠오른다.7세도 그 나름의 걱정이 있기 마련이고, 청년세대, 중장년세대, 노년층의 삶의 모습들이 지금 시대에는 각양각색으로 공존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스스로 본인이 속한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가려 한다.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문제들이 여러 층위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다양한 시선들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 하고 사실을 공유하는 한편 비판적 접근과 해결을 위한 적극적 개입들을 시도한다. 오늘날의 우리 곁의 예술현장은 사회혁신, 지역브랜드와 지역재생, 공동체, 사회적 경제 등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그 중심적 역할을 하는 예술가의 역할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현대예술에서 예술 사조를 살펴보면 모더니즘은 1920년대에 일어난 감각적이고 추상적, 초현실적인 경향의 여러 운동을 가르키며 현대적이고 도시적이며 인간의 무기력함을 타파한 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롭고 열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세대, 계층, 생각, 아이디어의 분출로 표현된다. 모더니즘은 이후 여러 현대적인 큰 격변들, 2차 세계대전, 흑인인권운동이 일어난 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후기 변화된 양식으로 나타나 예술가의 내적 표현적인 자유성을 극히 강조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기존의 예술과는 매우 다르게 개성이 넘치고 자율적이며 다양성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특히 무용은 무용수의 움직임만으로 전달받게 되는 메시지를 관객의 상상력과 함께 자발적으로 느껴야 하는 감상의 어려움을 겪는다. 간혹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신이 강한 무용 작품일 경우 다양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예술가의 탈 중심 사고, 탈 이성적 사고에 의한 먼 우주 너머 세계를 춤추고 있어 비난받기도 하며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상상력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예술의 본래적 의미이자 속성인 자기 성찰과 세계에 대한 관계 이해라는 역량의 결과가 관용과 자기 존중의 구도에서 실행되어 사회통합과 공감능력으로 만들어진다.예술은 예술가 개인적 차원에서 주어지는 변화를 다룬 것으로 개인적 발전을 위한 예술도 있는 반면 상호문화적이고 세대 간 이해를 통한 공감대와 사회적 결속력을 통한 예술의 역할은 공동체를 이끌어갈 동기 유발을 지지하고 문화 민주주의를 위한 참여와 협조의 예술로 볼 수 있다. 상호문화적이고 세대 간 이해를 통한 공감대와 사회적 결속력을 통한 예술의 역할은 우리에게 기대감과 삶의 상징성으로 다가오길 기대한다. 김정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외래교수

2019-09-25 11:36:56

이정호 국악작곡가

[매일춘추] 고결한 아름다움

나의 곡 정가를 위한 '별한'이라는 곡이 있다. 남녀창 정가를 창작곡으로 만들었다. '별한'이라는 곡 제목은 조선시대 뛰어난 예인이던 기생 매창의 시조에서 가져온 것으로, 매창의 유명한 시 '이화우 흩 뿌릴제'를 비롯하여, '규원(閨怨)', '별한(別恨)', 그리고 그녀의 정인이었던 촌은(村隱) 유희경의 '도중억계랑(途中憶癸娘)' 이렇게 4개의 시조를 가사로 하여 곡을 썼다.매창은 황진이와 많이 비견되며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을 포함하여 그 시대 여러 선비들과 교류를 나눌 만큼 뛰어난 글재주와 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었고, 유희경 또한 신분은 천민이었지만 뛰어난 학식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 두 사람이 어느 날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졌는데 이는 곧 서로에 대한 문학적 깊이와 시에 대한 존경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리라 생각된다. 시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시를 통해 사랑을 표현하며 마음의 정이 깊어갔다. 그러나 이내 긴 시간동안 두 사람은 기약 없이 떨어져 지내게 되었고, 그때도 서로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시로 적어 많이 주고받았는데, 그중 위의 4개의 시조를 엮어 만든 곡이 정가를 위한 '별한'이다.'임 떠난 내일 밤이야 짧고 짧아지더라도(明宵雖短短)/ 임 모신 오늘 밤만은 길고 길어지소서(今夜願長長)/ 닭 울음소리 들리고 날은 곧 새려는데(鷄聲聽欲曉)/ 두 눈에선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네(雙瞼淚千行)'- 매창 '별한(別恨)'짧은 만남을 통해 서로 마음으로써 사랑을 나누었지만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오니 그 마음을 아쉬워하며 쓴 매창의 시이다.'고운 임 이별한 후 구름이 막혀(一別佳人隔楚雲)/ 나그네 마음 어지럽다오(客中心緖轉紛紛)/ 청조도 날아 오지 않아 소식 끊기니(靑鳥不來音信斷)/ 벽오동 찬 비 내리는 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네(碧梧凉雨不堪聞)'- 유희경 '도중억계랑(途中憶癸娘)'길에서 문득 계랑을 생각하다는 뜻의 도중억계랑은 길을 가다가도 그녀 생각이 나고 늘 그녀를 그리워하는 유희경의 마음이 잘 담겨있다. 여기서 계랑은 매창의 다른 이름으로 유희경은 매창을 늘 계랑이라 불렀던 듯하다. 그의 호를 딴 시문집 '촌은집'에는 매창에게 전해준 시 중 7수를 소개하였는데 모두 계랑이라는 제목이 들어가 있다. 이 시는 '별한'이라는 곡에서 남창가곡으로 표현하였는데, 지난 몇 달간의 칼럼을 통해 여러 번 언급한 정가 여창가곡은 부드럽고 순백의 미가 있다면, 남창가곡은 꿋꿋하고 기백이 넘치는 소리가 일품이다. 노래 창법적으로도 성악가, 대중가수 등과 많이 다르고 여창 정가와도 차이를 보이는 색다른 음색을 느낄 수 있으니 나처럼 그 매력에 한번 빠지기 시작한다면 헤어 나오기 힘들 듯하다. 고결한 우리 소리 정가,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9-24 14:34:53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매일춘추] 이야기꾼이 필요하다

우리 도시가 세계음악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오페라와 뮤지컬 제작을 통해 축적된 능력에 국악과 같은 다양한 예술분야의 특성들이 더해지게 된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새롭고 신선한 음악극들이 우리 도시에서 탄생하게 되리라 생각한다.그런데, 이러한 작업에는 필수적으로 이야기꾼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필요하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이해하고 그 특성에 맞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새로운 형식의 음악극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 도시가 보유한 극작가의 능력치가 어떠한가에 따라 그 도시가 생산하는 음악극의 수준이 결정된다.그래서 좋은 극작가를 보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일단은 새로운 이야기꾼들을 길러내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딤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아카데미를 더욱 활성화하고 대학 문예창작학과의 좋은 인재들이 지역 예술계에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모를 통해 숨어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이 낭독극이나 쇼케이스 같은 형식으로라도 무대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무엇보다도 대우를 잘 해줘야 한다. 창작자를 존중하고 높은 대우를 해주는 도시에 훌륭한 창작자들이 모이게 되고 활발히 활동하게 된다. 당연하지 않은가? 제대로 된 한 편의 대본을 쓰기 위해 작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악성 우륵 선생에 대해 대본을 쓰기 위해서는 삼국시대의 역사, 가야연맹에서 대가야의 역할, 가야금이라는 악기의 특성, 대가야의 소멸과 신라의 관계 등 수많은 사항들을 자세히 공부해야 한다. 충분히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적정한 작가료를 받아야 집필에만 집중할 수 있다.수도권에는 CJ 스테이지업, 창작산실, 스토리움 등 좋은 이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중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저작권도 세심하게 지켜주고 무대화를 위한 후속 과정도 연결해준다. 그들은 왜 창작자를 열심히 찾고 우대할까? 결국엔 누가 좋은 이야기를 가졌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 아닐까?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2019-09-23 11: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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