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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적폐청산'과 '미투 운동'의 명암

[이른 아침에] '적폐청산'과 '미투 운동'의 명암

잘못된 관행·폐습·담합 파괴 文정부 '법대로 처리' 새 선례 권력자 부정 이제 용납 못해 공정·정의로운 사회 싹 틔워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주 구속되었다. 이로써 한국의 전직 대통령 대다수가 구속되거나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는 '전통?'을 확실히 이어갔다. 문재인 정권은 지난 보수정권의 전직 대통령 2명과 다수의 고위관료를 사법처리하며 '적폐청산'의 기치를 드높이고 이에 힘입어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박, 이 두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은 2020년 총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을 통해 결과적으로 정권의 정국 주도력 유지에 크게 도움을 받고 있다. 또 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검찰 내부의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을 순식간에 잠재우며 여러 추가적 폭로로 이어졌다. 그러나 2월 초 최영미 시인의 고은 시인에 대한 '미투' 이후 이윤택 등으로 이어지며 연극'영화계, 정치권, 학계, 종교계, 언론계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어갔다. 주로 각계의 '권력자' '슈퍼갑' 등이 타깃이 되고 있고 2명의 자살자가 나오는 후유증도 남겼다. 유력한 여권 대선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그의 측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자 충남지사 후보의 낙마로까지 이어졌다. 항간에는 '6'13 지방선거의 당선 향배는 '미투 운동'에 달려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과 '미투 운동'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잘못된 관행과 폐습, 묵시적 담합을 파괴하는 혁명적 요소를 담고 있다. 그간 전 대통령 등 최고위층의 비리는 정권 교체 시 하수인이나 대리인 몇 명을 사법처리하고 적당히 끝내거나 형식적 처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특사' 등으로 풀어주는 관행적 묵계가 있었다. 사실 역대 대통령 주변에는 국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되어 왔지만 적당한 선에서 서로 봐주는 묵시적 '담합의 커넥션'이 있었다. 이를 문재인 정권이 깨트리고 '법대로 처리한다'는 새로운 선례를 열었다. 이제 문재인 정권은 만약 자신들의 권력행사에 약간의 의혹이나 권력의 사사로운 사용이 발생한다면 퇴임 이후 단단한 각오를 해야 될 상황이다. 따라서 불행한 일을 막자면 퇴임 시까지 완벽히 정직하고 깨끗한 정권이 되거나 아니면 수단'방법을 불문하고 정권 재창출을 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역사적 소명의식에서 했든, 정치 보복과 권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 했든 '적폐청산'은 한국사회의 오랜 부패 묵인, 담합의 사슬을 끊은 것은 분명하다. 이제 현직이나 차기 대통령은 매우 사소한 부정부패나 권력 남용에도 기꺼이 구치소에 갈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적폐청산이 내심이야 어떻든 의도치 않은 결과적 정의 확립에 이바지하게 되었다. '미투 운동' 또한 처음에는 검찰 권력 내부의 치부 고발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후 진행되는 양상은 마치 벼락이 어디에 떨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듯이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각계의 친여권 성향 인물들이 주로 타깃이 되고 있다. 최근 300여 친정부적 사회단체들이 '미투 운동' '지지'에 나서 방향 전환에 나선 모양새도 있었다. 이 또한 누구도 인위적으로 통제되기 어려운 '미투 운동'의 본질을 망각한 행동이다. 결국 '적폐청산'이나 '미투 운동'에 비록 그 시작은 복잡한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회의 '대통령직'의 엄중함을 상기시키고 여성에 대한 권력을 이용한 성적 폭력이 난무한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적폐청산' '미투 운동'은 이제 누구도 통제가 불능한 불덩어리가 되어 한국사회를 태우고 있다. 다소간의 부작용에도 두 사건이 지나간 자리는 좀 더 나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싹이 돋아날 것은 틀림없다. 역사는 짧게 보면 모순투성이지만 길게 보면 매우 공정하게 진행된다는 교훈을 현재의 권력자들이 깨달을 수 있다면 모두에게 다행일 것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3-26 00:05:04

[이른 아침에] 권력분립 없는 대통령 연임 개헌은 퇴행

[이른 아침에] 권력분립 없는 대통령 연임 개헌은 퇴행

文대통령 21일 개헌안 발표할 전망 재적의원 3분의 2 충족 가능성 희박 '더 좋은 헌법 실제로 만드는 게' 중요 발의 대신 대통령안 국회에 제안을 우리 헌법은 길지도 않은 70년 헌정사에서 9차례 전면 개정을 거쳤다. 각 헌법의 평균 수명이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무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현행 헌법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정권 교체를 통한 정치적 안정 등이 헌법 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만큼 좋은 헌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좋든 싫든 이제 10번째 개헌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개헌안 초안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이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정치권이 앞세워 온 개헌 명분이다. 개헌안에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도입되었다. 대통령 사면권 제한, 감사원 독립기구화, 국회 예산심의 강화 등이 그것이다. 현재 헌법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 탄생이 더 이상 불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대통령 4년 연임제로 임기 규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개정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단임제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통해 민주주의가 정착되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연임 개헌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 정치 풍토를 볼 때 한 번 당선되면 대부분 연임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이 동원되고 정책이 왜곡되고 선심성 예산을 퍼부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공무원의 선거개입 논란 등으로 시끄러워질 것이다. 연임이 자연스럽지만 대통령 연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처방약은 아니다. 대통령 권력의 견제 장치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분립이다. 권력분립의 요체는 3권의 수평적 권력분립과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권력분립이다. 대통령제를 발명한 미국이 철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삼권분립과 연방주의를 채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가 국회의원과 장관(국무위원)을 겸직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참모인 장관이 동시에 제대로 된 국회의원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제왕적 대통령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금지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정통 대통령제라면 국무총리 대신 국민이 선출하는 부통령을 신설해야 한다. 기형적인 국무총리를 존치하려니 선출 방법부터 논란이 된다. 개헌 목적을 생각한다면 답은 분명하다. 국무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 통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한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한 장치 마련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방자치의 강화도 중요한 개헌의 명분이다. 초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방자치 강화를 형식적으로 선언하는 정도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이르면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이 6월 중 국회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다급함의 표현이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는 공고 후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수정안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찬성, 반대의 선택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재적 3분의 2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 부결이 예상됨에도 발의를 강행한다면 정치적 계산이 앞서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국회법상 개헌안 표결은 기명투표로 해야 한다. 의원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당은 통과되어도 부결되어도 좋다는 계산을 할 법하다.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함께 하면 투표율이 높아지고 여당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부결되어도 반대 정당과 의원들을 공격할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야당은 물론 그 반대의 계산이다. 개헌 시기를 놓고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은 그렇다 치자. 약속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더 좋은 헌법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통령의 개헌 압박은 상당 부분 효과를 본 셈이다. 야당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뀐 것은 그 덕분이다. 심상정 의원의 말처럼 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 대신 대통령 안으로 국회에 제안하면 어떨까.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시한을 명시하여 더 좋은 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결을 무릅쓰는 대신 좋은 내용의 개헌을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도의 타협도 불가능하다면 아무리 헌법을 바꾼들 좋은 정치는 결국 불가능하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3-19 00:05:00

[이른 아침에] 북한 비핵화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이른 아침에] 북한 비핵화 과연 가능한 일인가?

美 정보수장 北 비핵화 의지 의구심 한미훈련 축소 대북 제재 이탈 우려 제재 완화하면 무역전쟁 가능성 커 김정은 제안은 동맹국 분열 노린 것 지난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일행의 김정은 면담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4월 말에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예정되고 주변 4강을 한국 특사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설명하러 연쇄 방문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정의용 특사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5월 말까지 미'북 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3가지 조건이 옵션으로 담겨 있다. ①항구적 비핵화 달성 ②한미연합군사훈련 인정 ③김정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까지 압박 계속 등이다. 과연 5월 말까지 미'북이 사전 접촉, 탐색 대화,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 3가지 조건이 충족될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외관상으로만 보면 언론보도나 국민 여론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책에 큰 기대를 보이고 외국 언론 또한 이를 '문재인 운전석론'이 성과를 거둔 양 보도하고 있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되어 공표되어야 할 내용이 이번 특사 방문에서 미리 제시되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면 북이 반대하는 4월 초 한미군사훈련 문제와 미'북이 비핵화 대화가 선결되는 것이 전제조건으로 미국 측에 의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김여정, 김영철 방문에서 펜스, 이방카와의 극적인 회동을 기대했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미국 측의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사전 해결 요건만 확인되었을 뿐이었다. 그로 인해 주객이 전도되어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와야 할 북한 비핵화, 미'북 대화 의지 및 한미군사훈련 등에 북측의 입장 표명이 정의용 특사단 파견에서 미리 확인되었다. 일단 미국 측의 입장은 겉으로는 대화에 대한 기대가 넘쳐나는 듯 보이지만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DNI), 국방정보국(DIA) 등 주요 미국 정보부서 수장들은 일제히 북의 비핵화 실행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6자 회담과 제네바 합의 등에 나섰던 북측과 비핵화 협상을 한 경험이 있는 전직 관료들 또한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북의 비핵화 의지 자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핵이 없던 김일성이 1991년 남측이 보유한 미군의 전술핵을 없애기 위해 한 기만적 표현이며 김정일 또한 이 발언을 강조한 직후 2006년 1차 핵실험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군사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보장이 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북측의 입장 또한 결론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미군 철수 등이 이루어질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 측 입장에서 보면 수없이 속아온 북의 기만적 대남 적화전술의 반복에 불과하다. 또 4월 한미군사훈련을 예전 수준으로 시행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면 조절을 기대한다는 언급은 기만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는 얼마 전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말한 도상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불과한 키리졸브 훈련은 하고 실제 전략자산 등 주요 장비와 미 예비군 등 병력이 다수 출동하는 기동작전인 독수리 훈련은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기간을 축소할 수 있다는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부분을 보면 한국 특사단이 김정은과의 단 4시간 회동 설득 결과, 김정은이 통 큰 양보를 했다는 식의 일부 언론보도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작년 12월 이후 중국, 평양, 판문점 등에서 남북 측에 사전협의 모임을 가졌다는 외신보도 내용이 더 신빙성이 가는 대목이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주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만나 4월 한미군사연합훈련에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 잠수함, 핵 항공모함 등이 안 와도 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애초 6월 개최설과 달리 굳이 4월 30일께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정한 것은 4, 5월 두 달 동안 시행될 독수리 훈련을 정상회담 전에 대폭 축소하여 대충 끝내기 위한 북의 의도가 반영된 것임을 짐작게 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얼마 전 문 대통령을 만나 '한미군사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는 청와대가 내정간섭이라 공개 비난해 놓고 주적인 북한의 요구에 따라 정상회담 날짜를 4월 30일께로 정한 것은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한 정상회담인지 그 의도를 의심케 한다. 북측의 미국 측에 대한 비핵화 의지 표명,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단계별 폐기 등 별도의 선심에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은 수용하였지만 이 회담이 과연 제대로 성사될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진정성이 있는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의 비핵화 의지를 탐색하는 예비 대화, 특사 파견 등이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질적 비핵화 실행 전까지 현재의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측은 북측의 대화 제안과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국, 러시아, 한국 측이 대북 제재 압박 전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미'중 간 전면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국 측이 제재 완화 입장을 보인다면 한미 간 무역통상 분쟁이 극심해지고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도 있다. 결국 김정은의 이번 미'북 정상회담 제안, 비핵화 제안은 평화정착보다는 대북제재 동맹의 와해와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북 강경노선 선회로 급변할 수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3-12 00:05:00

[이른 아침에] 남북관계 '예정된 함정'을 피하라

[이른 아침에] 남북관계 '예정된 함정'을 피하라

올림픽 계기로 남북대화 분위기 대북제재·압박 국면 전환은 안 돼 섣부른 제재 완화는 북한만 이득 과거 실패 부른 함정 빠지지 말길 최근 화제를 모은 '예정된 전쟁'(그레이엄 엘리슨 저)을 읽었다.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설명한 책이다. 국제질서에서 지배세력과 신흥세력의 충돌은 결국 전쟁의 함정으로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신흥국 중국과 지배국 미국이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와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 나라의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책에는 북한의 도발이나 붕괴 등이 한반도에서의 미중 간 충돌을 야기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미중 전쟁이 말 그대로 '예정된 전쟁'이라면 대한민국은 어찌 될까. 결론은 제목이 암시하는 것과는 다르다. 전쟁은 필연적이지 않다. 전쟁은 피할 수 있다. 역사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사례도 많지만 파국을 회피한 경우도 있다. 열두 번은 전쟁으로 귀결되었지만, 네 번은 평화적으로 해결되었다. 저자는 이런 논증 끝에 미중 전쟁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열두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저자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나의 독후감은 다르다.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쇳말은 행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 전쟁만이 아니다. 갈등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경우에 해당된다. 책에도 있지만 한 가지 예를 보자. 1936년 히틀러는 베르사유 조약을 어기고 라인 지방을 재무장하여 유럽을 위협했다. 1차 대전 후 포기한 영토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만약 영국과 프랑스가 군대를 보내 조약을 지키라고 압박했다면 어땠을까. 독일 군대는 물러나고 독일 장군들이 히틀러를 실각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히틀러의 무분별한 행동을 반대한 장군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당시 영국의 처칠이 주장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랬으면 2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불행히도 현실은 달랐다.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압박 대신 히틀러를 달래는 '평화론'을 선택했다. 결국 전쟁의 함정으로 이끈 선택이 되었다. 우리가 또 한 번 기로에 섰다. 대한민국의 '올바른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평창올림픽의 평화 무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은 누구나 예상한다. 김여정, 김영철의 방문과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특사 파견을 결정하고 미국에 통보까지 했다. 접촉은 계속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가 보장되리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비핵화 기대는 바닷물이 마르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북한의 말이다. 비핵화 약속 없이는 대화도 없다. 미국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우리의 선택지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서 중재 노력은 필요하다.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특사, 정상회담 모두 좋다. 문제는 올바른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대북 제재와 압박 국면을 전환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북한이 갑작스레 대화에 나선 배경을 보면 자명하다. 우선은 유례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한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 조치를 수시로 격렬히 비난하는 북한이 스스로 증언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군사 옵션 사용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이 현실화되기는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은 '전략적 인내'를 되뇌던 과거 대통령들과 다르다. 혹시나 하는 위협감을 북한이 느낄 수밖에 없다. 북한의 변화가 김정은의 호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북미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도 그 연장선상에서 찾아야 한다. 핵문제는 미국과의 문제이고, 우리는 입도 뻥긋하지 말라던 북한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가장 손쉬운 우리를 상대로 제재에 틈을 벌리려는 것이다. 대화에 응하되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고수하는 한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특사는 이 점에 집중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일관된 자세가 중요하다. 과거처럼 일시적 유화국면으로 북한이 궁지를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머지않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섣부른 제재 완화와 국제 공조 이탈은 함정으로 빠지는 길이 될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예정된 함정'을 피하는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3-05 00:05:00

[이른 아침에] 4월 위기설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이른 아침에] 4월 위기설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한미군사훈련 동맹 의지 바로미터 北 이간에 한국 의심해 '위기설' 나와 '北 비핵화' 없는 남북정상회담 추진 문재인 정권, 국민'우방에 설명해야 25일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북한은 개회식의 김여정, 김영남에 이어 폐회식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보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폐회식 대표단장으로 왔지만 북미 간은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 이는 지난 11일 김여정이 떠난 뒤 열흘 뒤쯤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 보도로 드러난 한국 정부 주선의 '펜스-김여정' 회동이 막판에 북측의 거부로 무산된 후유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뒤늦게 보안에 부쳐졌던 이 사실을 공개한 이유는 남북한이 올림픽 후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전제로 한 비핵화 의제가 담보되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하는 데 대한 불쾌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오래 비밀리에 준비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달 2일 통화에서 적극 주선한 '평창 미-북 대화'가 북측의 회담 직전 거부로 무산되고 미국 내에서조차 미국 펜스 부통령의 경색된 태도가 비판을 받자 한국 주선 물밑 거래의 전말을 불쾌함 속에 폭로해 버린 것이다. 펜스 귀국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GM 철수, 한미 FTA 폐기, 안보 목적의 '무역확장법 232조'의 한국 철강 적용 등 연일 무서운 대한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결연히 맞서겠다며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면서 WTO 제소, 보복 관세 적용을 언급했다. 그러나 30조원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를 보는 한국의 입장에서 세계 최강국이자 동맹국인 미국과 맞선다는 논리가 공허하기만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미 동맹을 이간시키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30조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기에 통상 문제로 보복할 수 있다고 정면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남북정상회담 속도 조절을 하고 있지만 현 정부가 결국 남북정상회담 추진 카드를 기어이 성사시키기 위해 김영철 방남을 통해 깊숙한 논의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한미 국방 당국이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말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한다고 분명히 합의해 못 박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훈련 축소나 중단을 시도한다면 미국은 단독으로라도 훈련을 실시하고 일정 변경은 절대 불가하다고 못 박고 있다. 미국 측은 한미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북의 이간계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한미 동맹 역할 준수 의지의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이방카 방한에서 문재인 정권의 기대와는 달리 이런 강경한 미국의 태도는 남북 현안에 대한 의도적 회피로 확연히 드러났다. 미국은 '펜스-김여정 회동'이 성사되었다 하더라도 '비핵화 없이는 협상 없다'는 강경 의지를 피력했을 거라고 확인하고 있다. 또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 핵심 장성 출신들이 장악한 미 안보 라인은 북한의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 원칙(CVID)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대북 제재 압박을 강화하고 이후의 도발에는 무력 보복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 향후 이런 미국의 원칙에 벗어난 한국의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한미군사훈련 중단 의도는 한미 간 안보, 경제통상, 금융 문제 등 전면 갈등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월 위기설은 이런 북의 이간계에 대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의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하는지 문재인 정권은 국민과 우방에 설명해야 할 시점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2-26 00:05:00

[이른 아침에] 남북 정상회담과 남남갈등

[이른 아침에] 남북 정상회담과 남남갈등

'김일성 가면' 해프닝 적전분열 양상 대북특사 남남갈등 최고조 이를것 文대통령은 야당부터 먼저 만나야 일대일 면담 흉금 터놓고 의견 교환 '김일성 가면'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가면의 얼굴은 젊은 시절 김일성과 닮았다. 과거 그 분야 전문가(?)였던 모 의원이 김일성이라 고집하는 걸 보면 미상불 그런가 싶기도 하다. 김일성 우상화 선전이라며 '평양올림픽'이라는 비난의 근거로 쓰인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고 존엄의 얼굴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북한체제의 특성을 든다. 존영을 가면으로 만들어 눈까지 뚫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김일성의 얼굴일 수도 있고, 여자 집 앞에서 휘파람을 부는 미남일 수도 있다. 한 언론이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더라면 논란조차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일성 우상화? 김일성 가면을 본 대한민국 국민 사이에 김일성 사모 분위기가 형성되었을까. 만약 북한 응원단이 선전선동 수단으로 김일성 가면을 사용했다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북한 측은 일언반구도 없지만 우리 스스로 김일성이라 인식했다는 것 아닌가. 단순히 북한판 미남 얼굴을 사용했다면 망외의 소득을 거뒀다고 미소를 띨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면은 우리 가운데 이른바 보수와 진보, 친북과 반북을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 응원단조차 가면이 이토록 큰 논란거리가 될 줄은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평창 이후'가 걱정이라고 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한 평화 분위기가 일시적인 것임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휴지기가 끝나면 핵을 둘러싼 남북미 간 본게임이 벌어질 것이다. 일본, 중국, 러시아도 한발 걸치려 할 것이다. 미국이 대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태도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순식간에 표변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익히 보아온 터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계속 거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분명하다. 핵과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인권침해. 미국이 이라크, 시리아 등을 공격할 때 내세운 명분이다. 선제타격론이 완전히 꺼진 불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해프닝으로 지나칠 수도 있는 '가면' 문제를 엄중히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북한이 작은 먹잇감만 던져도 우리는 이를 둘러싼 이전투구를 시작한다. 적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한 증오감이 지배한다. 정치판에서 시작된 논란은 사회 전반에 번진다. 아무 이해관계 없는 사람들까지 서로 물고 뜯는다. 아귀다툼이 따로 없다. 평창 이후 우리의 걱정은 남남갈등의 증폭이다. 남북 간, 미북 간 충돌 이전에 우리끼리의 충돌이 더 우려된다.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한미 군사훈련 재개 문제가 불쏘시개이다. 대북특사로 언제 누구를 보낼지도 도화선이다.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남갈등은 정점에 이를 것이다. 이런 상태로 남북문제를 제대로 풀기는 어렵다. 비판적인 의견을 일부 수구세력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야당을 드라큘라, 바퀴벌레라고 비난하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문제를 푸는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제안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접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북특사 파견 전에 야당부터 먼저 만나야 한다. 한꺼번에 회동하는 대신 일대일로 대면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한 사람씩 부르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에 찬동해서가 아니다.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다. 형식적인 대화가 아니라 흉금을 터놓고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어야 한다. 시간제한 없이 만나 북한 측과 나눈 대화 내용을 야당에도 남김없이 알려야 한다. 북한 측의 숨소리까지 미국에 알려주라고 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비판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얼굴을 붉히고 치열한 토론을 벌일 생각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야당도 막 나가기는 어렵다. 설득이 되지 않더라도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북한에 이용당할까 걱정하는 여론도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난번 칼럼에도 말했지만 국민 여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정책은 힘 있게 추진할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가면이 아닌 진정성 있는 우리 지도자의 얼굴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때이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2-19 00:05:00

[이른 아침에] 평창 축제 이후 진짜 위기 올 수 있다

[이른 아침에] 평창 축제 이후 진짜 위기 올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 카드 성사 가능성 커 한미 군사훈련 다시 연기 요구하면 美, 한국 따돌린 채 북한과 직접 거래 한미동맹 약화와 경제적 보복 우려 평창올림픽의 막이 마침내 올랐다 그러나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 이후 각종 남북 판문점회담, 선발대 교차 방문, 북측의 각종 대표단 파견 그리고 김영남과 김여정의 방문 등으로 순수 스포츠제전이 북한 선전장이자 국제정치의 장으로 변질된 씁쓸한 느낌을 갖는 국민도 많다. 내적으로는 축제 분위기가 과거 88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비교해 미지근하며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15조원을 들여서 3수 끝에 따낸 평창올림픽은 국민 1인당 30만원, 4인 가족 기준 한 집당 혈세 120만원이 들어갔음에도 북한을 위한 올림픽으로 변질되어 버린 씁쓸함도 지울 수 없다. 축제의 주인공은 국민들임에도 북한 열풍 속에 정작 주인인 국민은 자원봉사자 홀대, 지원 병사 사망, 노로바이러스 등으로 마음이 상했다. 1천억원을 들여서 개폐회식 두 번만 사용하고 해체하는 천장 없는 메인스타디움 등 많은 소홀함도 드러났다. 반면 북한은 치밀히 기획된 계산하에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5'24 조치를 육해공으로 유린하고 인적 제재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남북대화를 위해 여기에 목을 매고 끌려가는 정부 측의 지나친 저자세도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고 이에 1월 초와 2월 초순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북측이 아무리 삼지연관현악단에 'J에게'를 부르게 하고 미녀 응원단을 대거 보내고 현송월, 김여정을 보내도 핵미사일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들의 반응은 이전처럼 그리 살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어떻든 축제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몰려올 안보, 경제위기이다 문 정권은 김여정 면담 이후 특사를 보내 패럴림픽이 끝나기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항상 불가측한 행동을 하는 북측 김정은 또한 올림픽 기간 중 구멍을 뚫은 대북 제재 압박을 계속 무력화시키고 한미동맹을 이간 균열시키는 것이 최대의 전략적 목표일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가장 약한 고리라 생각하는 남측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지연시키는 것을 당면 과제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남북 정권의 이해로 올림픽 직후 남북 정상회담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우리 측이 미국 측에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재차 요구하게 만들 것이고 이를 예측한 미국 매티스 국방장관은 1월 26일 하와이에서 한미 국방장관회의를 열어 'enough is enough' 즉 '충분히 참았다'며 올림픽 직후 한미 군사훈련을 예고했다. 만약 한국이 재차 훈련 연기를 요구하면 미국은 '한미 방위조약'상의 '의무 위반'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충돌이 지속되면 미국 측은 첫째, 아예 한국을 따돌린 채 북측과 직접 거래를 선택하거나 둘째, 사실상 동맹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매우 완고하고 올림픽 기간 무언가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은 펜스 부통령, 매티스 국방장관, 맥매스터 NSC 보좌관 등의 강성 매파에게 주도권이 넘어갈 것이다. 최근 빅터 차 주한 미 대사 낙마도 매파 우세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미국의 긴축, 금리 인상 그리고 주가 폭락, 부동산 하락 등은 글로벌 차원에서 동조현상을 일으키며 세계 경제위기의 재발을 우려케 하고 있다. 이런 환경 아래의 비핵화 국면에서 한미동맹의 약화는 미국 측의 경제적 보복을 야기해 한미 FTA 폐기, 세이프 가드, 반덤핑 관세, 안보 이유에서 수입제한, 공정거래 위반, 환율 조작 등의 다양한 경제적 압박 카드를 한국에 들이밀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 환경의 악화와 더불어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4월 이후 우리가 실제 직면할지 모르는 안보, 경제적 위기의 한 예상치다. 진정 현명한 정부라면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정확히 구분해 최악의 상황을 피해 갈 것이다. 최악의 그 피해는 어떻든 국민이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2-12 00:05:00

[이른 아침에] 대한민국의 최고 존엄은 국민이다

[이른 아침에] 대한민국의 최고 존엄은 국민이다

약속'합의 파기 중요치 않은 北 최고 존엄 김정은 심기만 중요 우리의 권력은 국민에서 나와 정부, 北 어깃장 당당히 대해야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온다. 예상한 바는 아니지만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남북이 합의한 금강산 문화공연을 갑자기 취소한 북한의 행동 말이다. 위장 평화공세라도 짐짓 속아주는 게 낫다는 건 사실이다. '부자 몸 조심'이라고 하지 않았나. 올림픽을 잘 치러야 하는 우리가 잃을 게 많기 때문이다. 북한의 행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담담타타 타타담담'(談談打打 打打談談)이라는 마오쩌둥식 전술이 새삼스럽지 않다. 대화와 타격을 적절히 배합한다는 말이다. 전쟁 분위기로 몰아가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평창올림픽에 참가해준다(!)는 말 한마디로 칙사 대접을 받는 중이다. 화해 무드에 취해 우리의 긴장이 풀릴까 봐(?) 북한은 적절한 채찍을 잊지 않는다. 현송월 방문 취소와 재개를 통해 우리 정부의 애면글면하는 접대를 이끌어냈다. 한마디 해명도 없이 나타난 그들을 위해 국정원 직원은 "불편해 하신다"며 우리 기자의 질문을 막았다. 단일팀, 태극기 사용 논란도 마찬가지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은 것은 그런저런 과정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이 상한 결과이다. 공연 취소 역시 우리를 혼란시키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온갖 추측과 해석이 나온다. 경유 반출 등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 북한이 선수를 쳤다는 말도 있다. 일부에서는 먼저 우리 내부로 총구를 돌린다. 북한의 무례함 대신 우리가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이유부터 따진다. 2월 8일 북한의 전승절 열병식을 문제 삼은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북한 측은 '내부 행사'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행사 취소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북한이 우리 여론에 시비를 건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북한 측은 비핵화를 거론하는 일부 여론에 불편함을 표한 바 있다. 정부가 여론을 적절히 관리 못하면 잔칫상이 제사상이 될 것이라는 위협도 있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해외매체에서는 평창 참가 재고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우리가 북한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잘사는 형이 못사는 동생을 품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맞는 말이다. 상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역지사지할 때 대화와 협상은 순조로울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 온 북한 젊은이들이 장군님의 초상이 비에 젖고 있다고 울부짖는 일이 있었다. 남북한 지도자들의 악수 장면이 인쇄된 현수막을 보고서였다. 어이없지만 자의든 타의든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안쓰럽게 생각하는 우리들이다. 같은 맥락으로 그들도 우리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마땅하다. 북한이 자발적으로 그런 자세를 보일 리는 만무하다. 우리 정부가 대한민국 체제의 특수성을 당당하게 설득해야 한다. 북한에서는 이른바 '최고 존엄' 한 사람의 심기만이 중요하다. 협상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상관없다. 약속을 깨든 합의를 파기하든 문제없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두렵지 않다. 최고 존엄만 만족하면 그만이다. 우리는 다르다. 대한민국의 최고 존엄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통령도 아니요 집권당 대표도 아니다. 국민들이 노여워하면 대통령도 집권당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부정적 여론은 대통령 지지도 등으로 나타난다. 단일팀 논란에 대해 장관, 총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해명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북한이 함부로 오만한 태도를 보일수록 우리 정부의 입장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설명해야 한다. 북한의 어깃장처럼 대한민국은 여론을 정부가 관리하는 나라가 아니다. 대통령도 마음을 다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을 뿐이다. 북한이 우리를 잘 알 것으로 지레 생각하지 말라. 설사 안다 해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북한이 볼 때 우리의 여론은 중구난방이나 무질서로 비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장점이 그것임을 북한에 설파해야 한다. 걱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과연 우리 정부 인사들이 그 같은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우리 인사들의 행보를 볼 때 괜한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촛불혁명의 본질이 바로 그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2-05 00:05:00

[이른 아침에] 2030의 분노, 평창올림픽 그리고 평화협정

[이른 아침에] 2030의 분노, 평창올림픽 그리고 평화협정

남북단일팀 과정 불공정성에 분노 文정부 젊은지지층들 배신감 느껴 올림픽 이후 北-美평화협정說 솔솔 북 핵 보유한 '핵동결' 누가 동의할까 평창동계올림픽이 열흘 남짓 남았다. 평생에 다시 보지 못할 세계적 스포츠 축제인데 88올림픽, 2002월드컵 때와는 달리 축제 분위기보다 이념적 국론 분열이 팽배하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조건부 올림픽 참가를 표명하며 시작된 일련의 판문점회담 이후 현송월과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방남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 다수의 심정은 이전과는 달리 편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기, 단일팀 등을 바라보는 2030세대의 시각은 실망 수준을 넘어 분노에 가깝다. 이들의 지지에 힘입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문재인 정부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50%대 수준의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 집권 초반부터 일자리 정책, 최저임금, 정규직화, 문재인케어, 아동수당, 주거공급 등의 정책으로 젊은 층의 정책 요구를 적극 반영해온 문 정권이 남북 문제에서 실책을 범한 것이다. 사실 2030세대의 불길한 이탈 징조는 12월 중순께 가상화폐에 대한 오락가락 정책 발표와 2030세대의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집권 후 가상화폐가 10배 이상 뛰도록 방치하다가 뒤늦게 180도 턴한 규제 정책을 실시한다하니 '기회균등과 경쟁의 공정이 정의'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가 무색해 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에 민감한 2030세대가 핵과 미사일로 남한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에 아무런 변화 약속도 받아내지 못하고 올림픽 참가를 애원하고 고작 악단 단장에 불과한 현송월을 여왕 대접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3년 3개월을 노력하며 출전권을 따낸 여자아이스하키팀에 한마디의 설득도 없이 남북 단일팀을 통보하는 모습에서 2030세대는 과정의 불공정성에 분노를 느꼈다. 남북이 각자의 깃발로 출전하면 될 일을, 고작 선수 20명에 500명에 가까운 체제 선전대를 보내고 애써 한반도기로 개폐회식을 치르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억지 춘향식 '민족, 통일, 평화 반전 지상주의'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1980, 90년대에 태어난 전후 세대이다. 그들은 북한 주민들을 굶기면서 핵과 미사일을 만들어 남한의 생존을 협박하며 뒤늦게 남의 잔치에 숟가락을 올리며 평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어 가는 김정은의 행동에 분노하며, 전형적인 부모 잘 만난 금수저 3세의 슈퍼 갑질 횡포를 김정은에 투영한 것이다. 지금 미국과 일본 등 우방은 올림픽을 이용해 한미군사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 배치 반대와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완화하려는 한국정부의 일방적 대북 구애 노력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평창에 오는 미국 펜스 부통령과 일본의 아베 총리는 김정은의 선전무대가 되어가는 평창올림픽을 막기 위해 평창에서 북의 선전에 맞서 북에 대한 압박을 벼르고 있다 한다. 미중일 등의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대화 교류와 올림픽 참가로 북의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고 확신한다. 북의 비핵화는 결국 '북한 체제 교체와 격변'밖에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올림픽 후 남북 간의 극적인 이벤트와 대화 진전으로 남북 간, 북미 간 본격적인 대화가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나 홀로 확신하고 있다. 그 방법론은 '평화협정'이다. 북미 간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고 상호 수교하며 불가침협정을 맺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지위 변동을 수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측의 일방적 주장이었는데 현 정부에서도 평화협정 시안을 이미 만들었고 법적인 검토까지 끝냈다고 한다. 나아가 시민종교단체 등에서 평화협정 천만인 서명운동까지 받고 있다. 문제는 비핵화가 아닌 북핵 보유를 인정하는 의미에서의 '핵 동결'을 전제로 한 평화협정이라는 데 있다. 과연 합리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는 핵과 미사일로 한국과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이 핵 보유를 한 채로 북미 간에 평화협정을 맺는 것을 동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미국은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화로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것은 '축제가 끝나면 모든 것이 현실로 돌아간다'는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는 것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1-29 00:05:00

[이른 아침에]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 별개로 진행해야

[이른 아침에]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 별개로 진행해야

책임추궁 희생양 찾기 될까 우려 청와대에 소방관 처벌 반대 청원 수사에 앞서 원인 규명 복기 필요 구조 실패의 교훈 얻어야 선진국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란 영화가 있었다. 미국 뉴욕 라과디아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새 떼에 부딪혀 엔진에 불이 붙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기장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비행기를 허드슨강에 불시착시킨다. 탑승자 155명 전원은 무사히 구조된다. 2009년 1월 15일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기적'이라고, 기장은 '영웅'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언론들도 기장을 영웅으로 칭송해 마지않았다. 이후 사태는 이상하게 돌아간다. 정부가 기장을 조사 청문회에 회부한 것이다. 회항하지 않고 강물에 불시착을 선택한 기장의 판단이 승객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영화는 기장 설리가 논리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고 변호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문제를 제기한 측이 결국 기적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난다. 현실에서의 사건 역시 그렇게 종결되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승객은 사망하고 자신만 살아남은 사람도 아니다. 영웅 대접은 못할망정 기장을 추궁하는 모습은 화가 나기까지 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공항까지 회항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기장이 영웅심에 무모한 모험을 했다는 혐의를 두는 건 지나치지 않나. 전원 무사 구조라는 결과보다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결국 깨닫게 된 것은 그런 과정의 효용성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결과가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전범으로 삼을 수 있는 경험의 축적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영화를 통해 관객 모두 이해하게 된다. 미래의 학습 사례로 기록되려면 철저한 조사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을. '제천 소방관 처벌 반대'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완벽하지 않은 현장 대응의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선례는 소방공무원들에게 한 번이라도 대응에 실패하면 사법처리될 수 있다는 작두 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소방공무원들에게 계속 맡기려면 경찰의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 글에는 20일 오전 11시 현재 1만8천686명이 동의하고 있다. 제천 참사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결국 책임 지울 사람 찾기로 귀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그들의 우려를 이해한다 해도 일단 수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유족들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소방관들이 2층 여성 사우나로 신속하게 진입해 구조에 나섰거나, 유리창을 깨 유독가스를 외부로 빼냈다면 대형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족들의 아픈 마음이야 말해 무엇하랴. 현장 소방관들이 조금만 다른 판단을 했다면 가족들이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 책임자를 처벌한들 신원이 될까. 수사 결과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게 되지 않을까. 경찰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처벌을 전제로 한다. 판단 착오 등 현장 대응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 해도 직무 유기로 형사처벌은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거와 증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책임 추궁을 위한 수사로 원인 규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조사단의 대응이다. 구조 실패의 원인 규명을 위한 철저한 복기가 필요한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현장 소방관을 처벌해도, 처벌하지 않아도 수사를 통해 그 같은 교훈을 얻을 수는 없다. 승객 전원 구조라는 영웅적 결과에 대한 복기도 필요하다. 하물며 실패한 사건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성공보다 실패 사례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이 축적될 때 비로소 안전에 관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은 달라야 한다고 했다. 불길한 예감이지만 이번 사건도 결국 희생양 찾기 책임 추궁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시 한 번 말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1-22 00:05:00

[이른 아침에] 평창 올림픽과 안보 불감증

[이른 아침에] 평창 올림픽과 안보 불감증

北 평창 올림픽 참가는 노림수 많아 일단 핵미사일 완성 단계 시간 벌고 한미동맹 균열'제재 완화도 포함돼 '전쟁 불가' 막연한 낙관론 경계해야 새해 들어 남북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김정은 신년사에 이어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남북군사회담 대화와 타협으로 남북 간에 주도적으로 현안 문제 해결 등이 합의되었다. 이에 8개 분야 수백 명의 거대한 북한 대표단의 올림픽 참가가 확정되었고 한국사회는 북 핵미사일 국면의 수년간 군사적 긴장이 이제 해빙단계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도와 기대감이 넘쳐나고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까지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북핵국면 운전자론' 'G20에서의 베를린선언'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제안' '터키 남북 적십자 접촉' 및 '여타 남북 간 비공식 접촉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군사훈련의 올림픽, 패럴림픽 기간 연기' '문 대통령의 UN 연설'과 현 정부의 '평화협정 프로젝트' 등이 일정한 로드맵 하에 쌓여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김정은의 신년사 화답으로 마침내 북의 동계올림픽 참가가 확정되었다. 그러나 북측은 지난 9일 남북회담에서 비핵화 주장은 아예 남측과 의논할 일이 없고 미국 측과 의논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고 김정은의 신년사에는 중국 측의 '쌍중단'과 같은 한미군사훈련 중단,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중단이 올림픽 참가 조건으로 제시되었다. 일단 연기된 한미군사훈련은 올림픽 이후 아예 한미군사훈련 중단까지 문정인 특보 등에 의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측의 올림픽 참가는 여러 노림수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미국 측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북측이 실전 배치 가능한 핵탄두가 완성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행정부 측은 지난 연말 북 핵미사일 위기 최종 레드라인(red-line)으로 북의 핵탄두가 미사일에 탑재되는 순간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월 이후 북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미국은 이 미사일을 동해 상에서 요격하고 즉각 원점을 저강도 핵미사일로 타격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북측은 평창 참가로 최대 3개월 이상의 핵미사일 최종 완성 마감단계의 황금 같은 시간을 벌었다. 둘째 북측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배치 중단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리고 있다. 일단 연기된 3, 4월의 키리졸브, 독수리훈련 등은 이후 예정된 쌍용훈련, UGF 훈련과 시간상 상충되며 결국 일부 훈련의 축소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문정인 특보 등은 북의 입장에 맞추어 이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올림픽 이후 한미동맹 간에 훈련 중단을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오고 이는 한미동맹 구도를 붕괴시키려는 북한의 계산된 이간책으로 보인다. 셋째 북은 UN과 한미일이 주도하는 북핵 제재 압박과 미국 측의 해상 봉쇄, 차단과 오일, 식량, 북의 해외자산 동결 등을 올림픽 참가를 빌미로 전반적 북 봉쇄 제재 압박에 큰 구멍을 내어 동맹전선의 붕괴를 노리고 있다. 넷째 북은 대규모 대표단의 올림픽 참가로 평화공세를 세계와 남한 국민들에 펼쳐 마치 자신들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듯 북핵 미사일 위기의 본질을 호도시키는 프로파간다의 기회로 삼고 있다.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의 세계 28개국을 상대로 16~64세 성인 2만1천548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북미 간 올해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는 질문에 미국 응답자 47%가 '그렇다'라고 답했고 28개국 평균이 가능성 '그렇다' 42%, '없다' 40%를 기록했다. 그런데 한국은 28개 조사국 중 꼴찌인 단지 '21%'만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66%'가 없다고 답했다. 결국 올림픽 이후 시간을 번 북은 여러 트집을 잡아 평화공세에서 다시 도발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 측과는 비핵화 협상을 거부 할 것으로 보이는바, 더 큰 위기의 지속이 확실시되어 보인다. 현재 한국 국민들 다수의 세계인들의 판단과 동떨어진 막연한 전쟁 불가능에 대한 기대와 평화 낙관은 어떤 상황 분석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이는 전쟁 반대 평화를 외치며 북측의 선의에 기대는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 '햇볕정책 Version 2'에 의해 조성된 바 있는 희망사항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 국민은 전쟁을 불사하며 평화를 지키겠다는 자국민 스스로의 각오 외에는 누구도 평화를 담보해 줄 수 없다는 냉정한 국제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1-15 00:05:00

[이른 아침에] 경험을 허비하지 않는 나라

[이른 아침에] 경험을 허비하지 않는 나라

대형 사고때마다 정치 공방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 혼동 뼈아픈 실패 거듭하는 나라 제천 경험 허비하지 말아야 이런 걸 '안 봐도 비디오'라 하던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수습과정이 그렇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제천에서 '제천화재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논란이 일자 김 원내대표는 "책임자 처벌은 하위직 공무원이 아니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와 소방청장 파면"이라고 밝혔다. 형사처벌과 정치공방. 대형사고 때마다 익숙한 풍경이다. 제천 사고에서도 이미 건물주와 관리인이 구속되었고, 소방관들, 담당 공무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태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대형사고 수습과정은 그렇게 흘러 왔다. 세월호 같은 대형사고는 구속자도 많고 장관과 대통령에게까지 책임 추궁이 미쳤다. 제천 사고의 경우 현장 중심으로 희생양을 찾는 모양이다. 유족들의 해원이 아니더라도 사고에 책임이 있는 자는 누구라도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문제는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을 혼동하는 것이다. 처벌보다 더 절실한 것은 사고원인 규명이다. 구조과정에서 대안은 없었을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벌백계와 정치공방을 앞세우면 이성적인 접근은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이번 사고도 낡은 비디오 틀 듯 똑같은 과정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는 이른바 '실패학'의 대가이다. 그가 말하는 '실패에서 창조로 거듭나기 위한 핵심 노하우 10가지'는 실패학의 집대성이다. 그는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을 확실히 구분하라'고 한다. 원인 규명에 앞서 처벌할 사람부터 찾는 우리에게 우선 적용해야 할 경구이다. 온 국민의 트라우마가 된 세월호 사고는 어땠나. 선장은 무기징역, 선원들과 청해진 해운 책임자들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직자는 현장에 출동한 해경 123정장이 유일하게 형사처벌을 받았다. 검찰은 열심히 수사해서 책임 추궁을 했지만 세월호 사고 원인은 아직도 미궁 속에 있다. 정치공방으로 점철되었지만 국정조사, 특별조사도 거쳤다. 시한폭탄 같은 배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게 가능했던 수수께끼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낡은 배의 운항 금지 등 규제가 강화되었지만 언제 또 유사한 사고가 날지 조마조마하다. 제천 사고를 둘러싼 논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일찍 창문을 깨고 2층에 진입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이번처럼 막힌 건물에서 창문을 파괴할 경우 산소가 급격히 유입되어 폭발(백 드래프트 현상)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소방관이 다 죽어도 2층에 갇힌 사람은 구할 수 없었다는 현직 소방관의 말이다. 무전기가 먹통이어서 119상황실이 받은 구조요청이 현장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기사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현장지휘관에게 2층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도 한다.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하고 불법 증축을 허용한 건축행정도 도마에 오른다. 막힌 비상구를 그대로 둔 채 합격점을 준 소방점검도 문제다. 곪은 곳이 한두 군데일까. 구조적 문제점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처벌과 규제 강화라는 전가의 보도 처방으로 귀결된다면 희망은 없다. 지난해 말 한 지인이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위대한 국가라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리는 없다. 그저 그 경험을 절대 허비하는 법이 없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눈앞의 현상만 보지 말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라.' '실패 사례를 분석한 뒤 조직원들끼리 공유하라.' '실패를 불러온 부서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라.' '실패의 책임은 개인보다 조직이 안고 가야 한다.' 하타무라 교수의 노하우만 염두에 두어도 제천 참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부지기수다. 이런 디테일에 강하지 않으면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없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헌법만 바꾼다고 평범한 나라가 갑자기 위대해질 리 만무하다.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들이 달라지지 않는 한 빛나는 헌법은 무의미하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꺼지고, 배가 가라앉고, 빌딩이 불타고…. 뼈아픈 실패를 거듭한 대한민국이다. 그런 경험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위대한 나라까지는 아직 바라지 않는다. 새해에는 좀 더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제천의 경험부터 허비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8-01-08 00:05:00

[이른 아침에]  정부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른 아침에] 정부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 생기면 없애고 보는 대응 단기간에 가시적 결과의 압박 파괴보다 업데이트가 중요해 실패에서 배우는 경험도 소중 운동을 전공한 후배의 한탄을 들었다. 도장을 운영하면서도 대학 강사로 꾸준히 후학을 길러오던 그였다. 지난해 갑자기 8년이나 계속해 온 모 대학 수업이 폐강되었다고 한다. 전지훈련을 다녀온 국가대표 선수에게 과제물로 점수를 준 게 화근이었다. 그 전 학기에는 A+를 받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었다. 학교의 협조공문도 있었고 패스만 할 수 있는 C+ 학점을 주었다. 하지만 이른바 정유라 사태 와중에 징계를 받았고 수업도 폐지되어 버렸다. 공문도 소용없었다. 정유라 같은 악용 사례도 있기 때문에 체육 특기자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문제는 운용상의 개선을 넘어 폐지 등 극단적으로 가는 것이다. 이런 조치로 인해 김연아 같은 선수들은 더 이상 나올 수 없다는 게 그의 푸념이었다. 어디 이런 일들뿐인가. 문제가 생겼다 하면 없애고 보는 게 우리의 일차적인 대응이다. 나는 지난번 칼럼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어린 학생의 죽음에 여론도 들끓었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발 빠른 대책을 내놓았다. 현장실습 폐지. 참으로 단세포적인 발상이다. 현장실습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는 게 바른 길이다. 당연히 시간과 노력이 든다. 당장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없애버리는 것은 편의주의적 행정의 전형이다. 완전히 새로운 현장학습 틀을 만들려면 또 다른 시행착오를 얼마나 겪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모든 학생들을 줄 세우는 교육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일반 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직업교육에 쏟아야 한다.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직업교육에 관심도 없고 투자도 하지 않은 정부가 내놓는 '폐기' 우선 정책은 구더기 무서워 아예 된장 독을 엎어 버리는 행태이다. '축적의 시간'은 우리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한동안 화제가 된 책이다.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축적 경험의 부재라는 게 주된 지적이다. 빠른 성장과 단기 성과에 연연하여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 진행될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 행태를 보인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차분한 진단과 처방은 뒷전이다. 세월호 사고에 대처하지 못한 해경은 하루아침에 해체해 버린다. 정치에 개입한 국정원은 없애 버리고 새로운 정보기관을 만든다. 허투루 쓰인 특수활동비는 폐지하거나 대폭 깎아 버린다. 속 시원해 보이는 해결책이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시간과 자원만 낭비한다. 해체와 부활을 오락가락하는 동안 해경은 달라진 게 없음을 최근 낚싯배 사고에서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구형 배는 야간 레이더가 없어서, 신형 배는 고장이 나서, 결국 민간어선으로 현장에 출동하는 소극을 연출한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경험을 축적할 시간이 없었으니 당연한 노릇이다. 해체라는 충격요법 대신 세월호 사고 대응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웠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보기관은 몸살을 앓는다. 사람을 처벌하고 쫓아내고 조직을 없애고 이름을 바꾸는 단기 작업에 몰두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역량이 축적되기는커녕 훼손하는 길로만 가고 있다. 그동안 특수활동비 사용에 문제가 있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처벌도 필요하지만 철저한 사후 감시 등 제도적 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활비 예산을 수백억원 깎기만 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조직도 돈도 해경 부활처럼 언젠가 슬그머니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총론이 아닌 디테일을 감당할 역량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축적의 시간'의 저자는 이제 파괴보다 업데이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정에 맞지 않거나 낡은 것을 현재의 상황이나 특정 환경에 맞도록 변경하거나 교체하는 게 업데이트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몇 년도인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공허한 논쟁이다. 어떻게 하면 정부 차원에서도 축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가 더 생산적인 논쟁이다. 기업 못지않게 정부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2017-12-11 04:55:42

[이른 아침에] 대학 입시 이대로는 안 된다

[이른 아침에] 대학 입시 이대로는 안 된다

美 SAT 여러번 실시 좋은 성적 제출 한국은 추위에 떨며 수능 한번치러 진정한 천재 입시 지옥에 썩어들어 대학별 자유로운 입시제도 세워야 한 사회의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하여 대학이 있다. 전공이 무엇이든지 간에 대학 출신이 사회에 나오면 어느 분야에서나 지도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 사람이 태어날 때 누구나가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사정은 다르지만 우등생도 있고 열등생도 있다.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이 고르지 못한 것이다. 회사에는 사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장도 있고 과장도 있고 말단사원도 있다. 어느 시대나 상황은 비슷하다. 모스크바나 베이징의 공산당 당사에는 서기장이나 주석만 있는 게 아니고 문지기도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어느 사회에나 상하는 있기 마련이다. 사장과 사원 봉급이 꼭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차별은 있기 마련이다. 당 대표가 쓰는 판공비를 당원도 다 똑같이 쓰겠다고 나서면 그 정당은 유지되기 어렵다. 대학이 있는 것은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날 때부터 자질이 뛰어난 어린이가 있는 반면에 뛰어나지 않은 보통 어린이의 수가 압도적이다. 대학이 아무나 가는 고등교육기관이 아니고 지도자가 될 만한 우수한 사람들이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것은 서구의 대학들이 이미 그 본보기로 우리에게 보여준 셈이다. 대기업의 총수나 국가원수의 아들일지라도 성적이 매우 떨어지면 대학에 갈 생각을 안 한다. 그 반면에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젊은이들, 집이 가난해도 대학에 다닐 수 있고 학업을 마치면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머리가 그리 좋지도 않고 집안이 그리 넉넉하지도 못하지만 부모는 그 아들'딸을 기를 쓰고 대학에 보내려고 하니 해마다 줄잡아 60만 명이 수능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대학이 다 받을 수도 없거니와 대학에 들어갈 만한 자질이 없는 젊은이들도 다 응시하기 때문에 해마다 엄동설한에 한 번 실시되는 수능시험이 지옥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돌게 마련이다. 1년에 두 번도 아니고 꼭 한 번만 보는 수능시험, 그날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면 수험생들은 그 사실 때문에 인생 자체를 망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같은 나라의 SAT는 내가 알기에 한 해 여러 번 실시되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가지고 지망하는 대학에 제출하면 되는데 그 테스트가 그 학생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SAT 점수는 대학 입학처가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뿐이다. 고3 젊은이들이 또는 재수생, 삼수생들이 무슨 죄가 많아서 그 추위에 떨면서 그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일까? 프랑스 같은 나라도 국가고시가 있다. 그러나 그 시험은 극소수만이 응시할 자격을 갖는 것이므로 나머지 학생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수험생들만 시달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아들'딸을 대학에 보내야 하는 부모의 입장은 또 어떤가? 그 아이들의 어머니는 아이들의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사입어 보지 못한다. 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그 고생의 보람은 있다고 하겠지만 아이들이 일류대학에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못한 부모들의 고생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어찌하여 각 대학의 총장들이 모든 학생들의 입학을 책임지지 않고 국가가 맡아서 좌지우지하는 것인가. 파탄을 면치 못할 이 나라의 대학 입시제도는 여기저기서 그 병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인이 모두 천재라고 알고 있던 영국의 시인 '쉘리'는 수학, 물리, 화학은 전혀 흥미도 없고 재능도 없어서 옥스퍼드 대학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나이 18세에 '나의 침실로'라는 위대한 시를 읊은 대구의 시인 이상화는 뭇 사람의 칭송의 대상이 됐지만 그런 위대한 시인에게 미분, 적분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라고 강요하면 그는 그 일을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탁월한 시인으로의 길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 입시 때문에 왜 이렇게 많은 국민들에게 보람 없는 고생을 시키는가. 젊은이들에게 강요된 입시 지옥으로 인하여 진정한 천재와 수재들이 숨도 쉬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음을 알고 당국은 대학별로 자유로운 입시제도를 세우는데 그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

2017-12-04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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