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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장관감 찾으러 쓰레기통을 뒤지나

[매일칼럼] 장관감 찾으러 쓰레기통을 뒤지나

8일 타계한 이한동 전 국무총리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첫 인사청문회 대상이었다. 2000년의 일이다. 그가 총리에 지명된 것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협치'의 상징이었다.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부인의 위장 전입 문제였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그는 결국 "부인이 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했다.청문회 제도는 김 전 대통령이 도입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상자를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하며 발전했다. 두 대통령이 권력 균형이란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해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희생하며 기꺼이 제도를 안착시킨 공은 적지 않다. 그 덕분에 국회는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임명에 대한 견제 수단을 일정 부분 갖추게 됐다.야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리라는 것도 일찌감치 예상했던 일이었다. 김 전 대통령 자신도 장상·장대환 총리서리가 잇달아 낙마하는 고충을 겪었다. 낙마의 사유 역시 위장 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이었다.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 찾기가 어렵다는 말은 그때부터 나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청문회가 정착되면 고위 공직을 희망하는 인물들이 지레 몸가짐을 조심할 것이고, 대통령은 그들 중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이를 골라 임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청문회 역사가 20년을 넘겼다. 그동안 많은 후보들이 이 관문을 뚫었고, 상당수는 낙마했다. 하지만 일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도 임명권자가 임명을 강행했다.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때 10명이었다. 박 정부까지 모두 30명이 억지로 자리를 꿰어 찬 셈이다.누구보다 이에 발끈했던 이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민주당 대표 시절 "온갖 부적격 사유가 쏟아져도 결국은 임명되니 청문제도가 어떤 의미가 있냐"며 분노했다. 대통령 후보가 되자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 고위 공직 후보 원천 봉쇄라는 공약을 냈다. 대통령이 되고선 '불법적 재산 증식'과 '연구 부정행위'까지 그 범위를 더 넓혔다.하지만 '쇼'였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장관들을 임명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병역'(아들 5차례 입영 연기), '불법적 재산 증식'(사모펀드), '세금 탈루'(웅동학원), '위장 전입'(딸), '연구 부정'(딸) 등 5대 의혹을 모두 받았지만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 했다. 또 다른 한 장관을 임명하면서는 "청문회에서 많이 시달린 분들이 더 일을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는 '전설 같은' 말을 남겼다.5대 인사 원칙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야당 동의 없이 임명 강행한 장관급 인사가 벌써 29명이다. 여기에 또 3명의 장관 후보자를 두고 저울질 중이다. 하나같이 국민 눈높이에 턱없는 인물들이다. 문제가 되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에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같은 분이 계신다고 해도 그분들을 장관으로 쓸 수 없다"며 사람이 아닌 제도를 탓했다.대한민국은 1950년대 "한국에서 경제 재건을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조롱을 딛고 꽃을 피운 나라다. 문 정권은 쓰레기통에서 장관감을 찾고 있다. 지금 청문회 제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제도를 탓할 일이 아니다. 서투른 목수는 연장을 탓하고 유능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 법이다.

2021-05-10 05:00:00

[매일칼럼] 일본 원전 오염수, 태평양 생태계 위협 불 보듯

[매일칼럼] 일본 원전 오염수, 태평양 생태계 위협 불 보듯

일본 정부가 지난달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태평양에 흘려보내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해양오염과 국내 먹거리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일본이 4월 13일 발표한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과 중국, 대만, 러시아, 필리핀 등 인접국과 사전 협의나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국제적 논란을 키우고 있다.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2011년 3월 원전 폭발 사고로 녹아내려 지하에 묻혀 버린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3기의 노심에서 흘러나온 지하수를 모아 놓은 것이다.일본의 이번 방침에 대해 먼저 제기할 문제는 오염수 처리 방식이다. 수증기 배출, 지하 방류, 지하 매설, 전기분해 후 수소 배출, 오염수 저장 탱크 증설 등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해양 방류를 택한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안전성에서는 가장 떨어지는 방법이라는 점이다.일본은 향후 2년 동안 준비를 거쳐 다핵종제거시설(ALPS)로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남은 물질은 배출 기준 이하로 희석해 30년 동안 방류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ALPS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했다고도 했다.하지만 이 오염수에는 세슘과 삼중수소(트리튬) 등 ALPS로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핵종이 130여 종이나 더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현재 저장 탱크 속 삼중수소 오염도는 리터(ℓ)당 58만 베크렐(Bq) 수준이다. 일본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ℓ당 1만Bq)의 7분의 1 수준(ℓ당 1천400Bq)으로 희석해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미국의 삼중수소 음용수 기준은 ℓ당 740Bq, 유럽은 100Bq이다.일본이 과연 125만t의 오염수를 400배 이상의 바닷물 5억t으로 희석시켜 30년 동안 내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앞선다.오염수 처리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지난해 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ALPS로 처리한 오염수의 70%가 IAEA가 인정할 수 있는 배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지난해 12월 일본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ALPS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는데도 불구하고 세슘, 스트론튬, 아이오딘 등은 여전히 오염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다.일본이 인접국에 오염수의 핵종, 방류량, 처리 방식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협의를 거쳐야 할 이유다.바다로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퍼지게 되면 일본 어민들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 인접 국가의 해양 환경과 수산물에 끼칠 악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2년 뒤인 2013년 7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하루 약 300t씩 바다로 유입됐다고 인정했다. 2013년 8월 22일 기준 유출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은 세슘 137이 20조Bq, 스토론튬 90이 10조Bq에 달한다.이에 앞서 과학저널 '네이처'(2013년 4월 29일 자)는 동일본 내륙의 민물고기까지 세슘에 오염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일본 시가대 연구진도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0㎞까지 민물고기 대다수가 세슘 등에 오염된 것으로 판단했다.1986년 4월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8천㎞ 떨어진 일본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소련 정부가 원전 사고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 뒤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유럽 전역의 식품 수입을 규제했다.

2021-05-02 16:09:33

[매일칼럼]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매일칼럼]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문재인 정권은 선거를 전후해 반성문을 쏟아냈다. 1년 전 총선에서 180석을 준 국민의 뜻이라며 오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부동산이 폭등하고, 서민 경제가 무너지고, 고용 참사를 빚어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박박 우기던 모습이 일순간 사라졌다. 선거를 앞두고 세가 불리하자 "국민 여러분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며 납작 엎드렸다. 당의 상징이 된 '내로남불' 자세를 혁파하겠다면서 또 고개를 숙였다. 그토록 정책 과오를 인정하지 않던 문재인 대통령조차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그래도 선거에 참패하자 '민심은 옳고 우리는 부족했다'며 거듭 반성문을 냈다. 여당 초선 의원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 생각한 것'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후보를 내지 않았어야 했다'며 철 지난 후회를 했다.하지만 잠시였다. 그뿐이었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던 조국의 통찰은 적확했다. 선거를 전후해 '국민이 든 회초리를 맞겠다'던 청와대와 여당이 다시 고개를 빳빳이 세우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부동산 정책 전면 재검토를 외치던 목소리는 급격히 사그라들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어렵게 자리를 잡아간다"는 말이 나온다. "더 이상 부동산 관련해서 씰데없는 얘기는 입을 닥치시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니 '패닉 바잉'으로 부동산 폭등을 부채질한 임대차 3법 손질은 쏙 들어갔다. 종부세 완화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진다. 청와대는 불편한 침묵을 이어간다. 해체 수준으로 혁신하겠다던 LH에 대해선 신도시 개발 권한을 그대로 가진 맹탕 혁신안을 내놓았다.선거 후 반성문을 냈던 초선 의원들도 당 쇄신안을 내면서 정작 부동산과 조국 문제는 쏙 뺐다. 새로 선출된 여당 원내대표는 '협치와 개혁 중 선택하라면 개혁'이라며 다시 개혁을 들먹인다. 계약서 한 장 없이 거액의 나라 세금을 축낸 김어준 씨에 대한 퇴출 여론이 따가운데 여당이 일제히 '김어준 귀한 줄 알라'고 감싸고 드는 것도 그대로다. 언론 탓, 검찰 탓, 심지어 20대 청년 탓도 원점을 맴돈다.인적 쇄신 의지도 체감하기 어렵다. 노골적 정권 편향성을 드러내다 기소 위기에 몰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려는 미련조차 버리지 못하고 있다.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김학의 출국 금지 사건에도 연루된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주말 검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끄떡없다. 2012년 문 대통령의 대선 자금 마련 펀드에 8억 원의 통 큰 투자를 했던 이상직 의원이 550억 원의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나는 불사조다.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줄 것"이라며 큰소리를 쳤다는 소식도 들린다.문 정권은 1년 전 총선 압승 후 오만을 경계하자 하고선 실제론 오만의 극치를 달렸다. 이번이라고 달라진 것은 없다. 정책은 그대로고 변화 조짐도 없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한 조국은 이렇게 덧붙였다. "파리가 앞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그를 것이 하나도 없다.

2021-04-26 05:00:00

[매일칼럼] ‘미친 집값’에 절망하는 서민

[매일칼럼] ‘미친 집값’에 절망하는 서민

친구 K는 50대 회사원이다. 쥐뿔도 없지만, 당당하게 살아왔다. 불의한 일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사회와 직장에선 늘 약자 곁에 있었다. 아부 대신 성실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K는 학창 시절, 하늘의 잔별을 보며 눈물짓는 문청(文靑)이었다. 최루탄에 맞서 대자보를 쓴 '비주류 운동권'이었다. 민주화 이후 '문학'을 접고, '밥'을 선택했다. 사회는 진보하고, 삶은 나아질 것이란 믿음으로 살았다.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돈에 집착하지 않았다. 요행도 바라지 않는다. 재테크는커녕, 복권 한 장 산 적이 없다. 돈은 땀으로 버는 것이라 생각했다. "무일푼이었는데도 취직해서 결혼했고, 아이 낳아 잘 키우고, 화목하게 살고 있다. 남 부러울 게 없다." K는 '그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그런 K가 술자리에서 흔들렸다. 아파트가 낡아 새 집 마련 계획을 세웠다가 포기했단다. '미친 집값' 때문이다.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2억2천만 원짜리, 저축한 돈은 3천만 원. 인근에 있는 같은 평수의 아파트 분양가는 6억 원. "자녀 학비 등 돈 들 일이 많아 이사를 몇 년 미뤘는데, 그새 집값이 이렇게 오를지 몰랐다. 대출받고, 이리저리 빌려서 분양을 받아도 그 순간 '하우스 푸어'다. 자식 뒷바라지 남았고, 노후는 불안하다. 답이 없더라. 우리는 그럭저럭 산다고 치자. 자식은 나보다 더 힘들게 살아야 한다. 살던 집 한 채는 물려줄 줄 알았는데, 헛된 꿈이었다. 자식에게 미안하다. 누구는 아파트 몇 번 이사해서 수억 원 벌었고, 부모님 유산으로 땅 사고 아파트 샀다고 한다. 허탈하다. 나보다 없는 사람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속이 홧홧했다. 술만 연거푸 따랐다.자산소득 양극화로 빈부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집값 폭등이 큰 원인이다. 집값은 자식 세대에게 더 절망적이다. 청년 세대는 부모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는 결혼 기피로 이어진다. 결혼은 소득수준과 상관관계가 크다. 2018년 30대 남성 근로자 혼인율을 보면, 상위 10%는 86.3%이나 하위 10%는 20.3%에 불과했다. 2008년에는 그 비율이 각각 92%와 57%였다.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사라졌다. 결혼해도 가난을 물려주기 싫다면, 아이 낳기를 꺼리게 된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자.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서 긍정의 응답은 2009년 48.3%에서 2019년 28.9%로 크게 줄었다.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국가의 의무를 명시한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국민은 각자도생하고 있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도 불사한다. 국가는 국민 행복보다 국가 성장에만 주력하고 있다.국민 행복은 시대정신이다. 출발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 개선, 공정과 정의의 실현이다. 우선 자산소득과 근로소득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정치적 실험도 따라야 한다.국민의 삶을 외면한 정치, 민생에 무능한 정치는 도태된다. 이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됐다. 승자도 패자도 긴장하고 쇄신해야 한다. 진보-보수의 사이비 진영 논리는 후지다. 국민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벼르고 있다.

2021-04-19 06:08:53

[매일칼럼] 그 많다던 백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매일칼럼] 그 많다던 백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명운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접종률이 높은 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치솟고, 아닌 나라는 낮아진다. 높은 나라는 마스크를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대중 공연도 재개하고 있다. 코로나 극복은 '백신이 최고의 방역'임을 깨닫고 대비한 나라순이다. 발 빠르게 백신을 확보한 나라 지도자의 혜안은 돋보인다.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미 두 차례 접종을 끝낸 국민이 54.3%에 이른다. 백신 면역 증명서인 '그린패스'를 발급하고 있다. 이 패스를 가지면 입장할 수 있는 문화 행사의 제한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실외 행사는 5천 명에서 1만 명으로 는다.이는 백신을 빨리 그리고 충분히 확보한 덕분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화이자 등이 임상 1상도 시작하지 않았을 때부터 백신 확보에 나섰다. "웃돈을 주더라도 백신을 사오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나기 전에 백신을 확보했다. FDA 승인이 나자마자 총리가 제일 먼저 백신을 맞을 수 있었던 이유다. 첫 백신에 대한 팽배하던 불안감은 지도자가 솔선수범해 잠재웠다. 이스라엘이 백신 조기 확보를 위해 들인 웃돈은 '이스라엘 경제를 이틀간 봉쇄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에 불과했다.미국은 지금 하루 평균 303만 도스씩 접종하고 있다. 1억7천900만 명(블룸버그 자료)이 접종을 받았다. 전 국민의 34.5%가 한 차례 이상 접종했고 두 차례 접종을 마친 비율도 20.5%에 이른다. 3개월 후면 집단면역이 이뤄질 7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역시 백악관이 주도했다. '백신이 최선의 희망'이란 판단 아래 지난해 5월 '초고속 작전' 팀을 만들었다. 7월 화이자와 1억 도스, 8월엔 2억 도스의 백신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백신 접종 속도를 높였다.백신으로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되자 봉쇄 해제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곧 봉쇄를 풀기로 했다. 텍사스주는 이미 지난달 10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다.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선 제한적이긴 하나 공연이 재개됐다. IMF 등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의 경제 전망치를 높여 화답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3%로 올렸다.우리나라는 한참을 뒤처졌다. 백신 접종률이 1.1%로 OECD 37개국 중 35위다. 접종도 하루 3만3천 도스로 더디기 짝이 없다. 인구 6배인 미국은 접종에서 우리보다 100배의 속도를 낸다. 우리는 원하는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백신 확보에 실기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5천6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모더나의 CEO와 화상 통화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2천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합의했다는 발표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금 가진 백신이라곤 국제사회의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비밀리에 공을 들여' 확보했다던 모더나를 비롯해 수많은 백신들은 간 곳이 없다.그 대신 정부는 6인용 백신을 잘 쥐어짜면 7명도 맞힐 수 있다는 주사기를 자랑하고 하루 115만 명씩 맞힐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서도 2만~3만 명씩 쪼개기 주사를 하며 버틴다. 그 사이 마스크를 쓰고 시름하는 국민들의 고통은 깊어간다. '혜안'은 없고 말만 그럴듯한 정부가 나중에 또 성난 민심을 나랏빚으로 덮으려 들까 걱정이다.

2021-04-12 05:00:00

[매일칼럼] 가덕도, 정치에 무릎꿇은 정책

[매일칼럼] 가덕도, 정치에 무릎꿇은 정책

국토교통부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동남권 허브공항의 대안으로 5년간 검토해 온 김해신공항 건설을 폐기하고, 가덕도신공항 사업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청와대와 여당의 거센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향후 법적, 행정적 책임을 피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더불어민주당도 '가덕도 카드'를 오는 4·7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득표를 겨냥한 꽃놀이패로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이 카드는 거꾸로 현 정권과 민주당에 부메랑이 될지도 모르겠다. 불탈법·특혜 시비로 두고두고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는 뜻이다.국토부는 그동안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 환경 훼손, 안전성과 경제성 문제 등을 수차례 지적하며 가덕도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다 상황 변화에 대한 어떠한 논리나 설명도 없이 정치권의 힘에 밀려 국책사업 방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렸다. 가덕도 불가 논리를 고수하다 가덕도신공항 본격 추진을 내세우며 자가당착에 빠진 국토부의 입장이 안쓰럽기까지 하다.국토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지난달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해신공항 전략환경평가 용역을 비롯해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즉시 중단한다고 결정했다. 대신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년)에 동남권신공항 계획의 경우 김해신공항에서 가덕도신공항으로 대체된다는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2011년과 2016년 두 차례나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입지평가점수에서 꼴찌를 받은 가덕도신공항을 김해신공항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좌우할 대형 국책사업이 제대로 된 정책적 판단 없이 정치에 놀아난 꼴이다.지난달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위헌 소지가 다분한 특혜법에 다름 아니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이번 결정을 특별법에 의한 것이라고 둘러대더라도 그것이 결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정치권에 휘둘린 국토부는 한 발 더 나가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가속도를 낼 모양새다.특별법을 빌미로 예비타당성조사는 아예 거치지 않는다. 서둘러 용역 발주 절차를 마치고 5월 안에 사전타당성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해서 내년 3월까지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복안이다.여당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울경 시도민들에게 또다시 가덕도 카드를 내밀기에 안성맞춤인 추진 일정이다.국가의 주요 정책 방향이 정권에 따라, 정당에 따라 수시로 뒤집힌다면 국민들이 도대체 어떤 정책을 믿고 따르겠나.가덕도신공항 추진이 정책적 판단은 내팽개쳐진 채 오로지 정부 여당의 정치적 고려만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행정적, 법적 책임을 반드시 따져 봐야 하겠다. 특혜성이 농후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위헌 여부가 우선 가려져야 한다. 여기에다 김해신공항 추진과 폐기 과정, 가덕도신공항 추진 절차 및 결정의 행정·법 위반 여부에 대한 감사원의 정책 감사도 불가피하다.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은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정치적 판단으로 밀어붙인 끝에 수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은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되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부당성이 제대로 규명되고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라야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로 갈 수 있다.정부 여당은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정책이 당장에는 지역 표심을 얻는 달콤한 사탕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망치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하루빨리 직시하길 바란다.

2021-04-04 16:30:01

[매일칼럼] 다시 선거다

[매일칼럼] 다시 선거다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제21대 4·15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때다.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 탓에 한 상인의 말대로 경기는 '거지 같았다'. 경제성장률과 수출은 곤두박질치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이때 중국발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덮쳤다. 소상공인이건 자영업자건 너나없이 죽겠다는 아우성이 나왔다.정권 심판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주야장천 검찰 개혁만 외쳐온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이에 맞서 내놓을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확 퍼진 코로나가 기회를 줬다. 문 정권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정권 안정을 내세웠다. 이는 돈 풀기의 더없는 이유가 됐다.청와대와 여당은 서둘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했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대상을 국민의 50%로 하자고 제동을 걸었다가 "이런 답답한 경우를 봤나"라는 핀잔만 들었다. 대상은 전 국민의 70%인 약 1천400만 가구, 가구당 최고 100만 원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 났다.하지만 선거는 다가오고 돈 풀기는 지지부진했다. 문 대통령이 나섰다. "지급 대상자들에게 미리 통보해 신청부터 받으라"고 했다. 선거가 임박했는데 돈을 주지 못했으니 돈을 주겠다는 메시지부터 국민에게 전한 것이다.이인영 당시 여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떴다.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100%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언급했다. 돈 받고 싶으면 여당을 찍으라는 소리에 다름 아니었다. 선거 결과는 기대에 부응했다. 180석 대 103석,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여당 단독 입법이 가능한 의석을 넘었다. 여당은 압승 후 14조 원짜리 추경안을 통과시켜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은했다.그날 선거에서 나랏돈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선거에서 나랏돈이 '더 넓게, 더 두텁게' 준비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문 대통령은 일찌감치 코로나가 진정되는 시점에서 '전 국민 위로금'을 거론했다. 4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20조7천억 원으로 늘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돈을 주는 것은 속전속결이다. 오늘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최고 500만 원씩 지원된다.내 주머니에 돈 들어온다고 나라를 생각하고 젊은 세대를 배려한다면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지난해 나랏빚이 104조 원 늘었다. 올해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100조 원 빚이면 단순 계산으로도 5천만 명 국민 1인당 200만 원씩이다. 문 정부 들어 매년 그런 빚을 내 나눠 가지며 어리고 젊은 세대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상환 계획도 없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말 "2023년부터 빚을 갚아 나가겠다"며 대국민 연설을 통해 코로나로 진 빚 상환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재정건전성이 양호해 문제없다는 무책임한 소리만 남발하고 있다.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오늘날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무너진다고 설파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처럼 위법이 아닌 합법을 가장한 포퓰리즘 정책에 무너진다는 뜻이다.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우리나라 제1·2 도시의 1년짜리 시장 선거가 아니다. 내년 정권 교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이번엔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안타깝게 지켜보는 이유다.

2021-03-29 05:00:00

[매일칼럼] 지방대 소멸 위기, 정부는 왜 침묵하나

[매일칼럼] 지방대 소멸 위기, 정부는 왜 침묵하나

대구권 A대학교는 올해 유례없는 신입생 정원 미달을 경험했다. 대학본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수들은 술렁인다. 정원을 얼마나 줄일지, 학과 통폐합을 어떻게 할지, 내가 소속된 학과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 대학 B교수는 "'학생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학생 학력 수준이 떨어져 가르치는 재미도 없다. 교내에선 '아예 서울에서 시간강사를 하는 게 낫겠다'는 자조적인 말이 돌고 있다"고 했다.소규모 지방대의 신입생 유치전은 참담하다. 묻거나 따지지 않는다. 원서만 내면 합격이다. 전형료도 공짜다. 등록하면 스마트폰을 준 곳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학 8등급도 ○○대 수학과 합격'이란 글이 실려 화제가 됐다. 몇몇 지방대는 교직원의 친인척·지인을 신입생으로 등록시켰다는 얘기도 나온다.지방대 소멸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다 수도권 대학 선호가 심해지면서 정원 미달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구권의 4년제·전문대 14개교 중 정원을 100% 채운 곳은 한 곳도 없다.수도권 대학은 블랙홀이다. 2021학년도 정시에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평균 경쟁률은 5.1대 1. 반면 지방대는 2.7대 1이다. 정시에서 3개 대학까지 지원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경쟁률 3대 1 이하는 '정원 미달'이다. 또 수도권 대학 편입생의 절반이 지방대 재학생으로 충원된다.2021학년도 대학 입학 정원은 49만2천여 명. 그러나 입학 가능 자원은 41만4천126명으로, 정원보다 7만8천326명 부족하다. 2024년이면 입학 가능 자원은 38만 명대까지 줄어든다. 2021학년도 정원을 유지할 경우 신입생 충원율은 2021년 84.1%, 2024년 78%, 2037년 63.9%까지 떨어진다. 지방대는 더 심각하다. 2024년부터 지방대 가운데 '신입생 94% 이상 충원'은 한 곳도 없게 될 전망이다.지방대, 특히 사립대의 재정난은 심각하다. 등록금은 2009년부터 13년째 동결됐다. 교직원 인건비와 물가는 올랐다. 재정 압박이 계속되면 교직원 급여, 교육비, 연구비, 장학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4년에는 지방 사립대 등록금 수입은 3조6천829억원으로 2018년보다 25.8% 줄어든다.지방대는 정부 재정지원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수도권 소재 1개 대학의 지원액은 225억원. 반면 지방대 경우 1개교당 121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연구개발사업의 대학당 평균 지원액 경우 지방대는 52억원으로 수도권 대학(149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을 해소할 대학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방대 지원을 의무화하고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지방대의 자구 노력도 중요하다. 교수사회의 혁신과 지역사회와 연계한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원 감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방대만의 정원 감축은 해결책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쏠림이 더 심해진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전체 대학 정원 10% 감축을 주장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부터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사립대에 경상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일본 정부는 사립대 경상비의 10%를 지원하고 있다.지방대가 소멸하면 지방이 무너진다. 지방대가 문 닫으면 '젊음'을 잃는다. 교직원은 실직하고, 상권은 붕괴된다. 산학연 연계는 깨진다. 국가균형발전의 토대는 허물어진다.지방대에선 곡소리가 나는데,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검찰 개혁'의 집요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처럼 신속한 그 정부는 어디 있는가.

2021-03-22 06:30:00

[매일칼럼] 이제 돌아와 벼랑 끝에 선 대통령

[매일칼럼] 이제 돌아와 벼랑 끝에 선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벼랑 끝에 서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취임 초 80%를 웃돌던 지지율은 신기루였다.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졌다. 대선 득표율 41.1%를 밑돈다.지지율 하락은 무능과 실정의 귀결이다. 문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사에서 '국민'을 26차례, 가장 많이 언급했다. 국민은 이제 그 취임사의 진실을 온몸으로 깨쳤다. 대통령이 그때 말한 '우리 모두의 국민'은 '내 편만의 국민'이었던 게다. 집권 기간 내내 온 나라를 흔들었던 '검찰 개혁' 역시 '나'와 '내 편'을 보호하기 위한 쇼였다. 문 정부의 상식과 법치 파괴는 내로남불, 유체이탈, 확증편향이란 말로 대표된다.그나마 이만큼 버틴 것은 무능한 제1야당이 있어서였다. '국민의힘'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내주더니 기업 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부동산 3법 등 사사건건 거여의 입법 횡포에 들러리만 섰다. 오죽하면 '따라쟁이 정당'이란 비아냥을 듣는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선거용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다 뒤늦게 숟가락을 얹기도 했다. 적어도 28조원의 헛공사가 될 부산 가덕도 신공항 이슈가 부각되자 한술 더 떠 한일 해저터널까지 잇자고 나왔다. 103석 국민의힘은 진중권 한 사람만도 못하다는 말을 들었다.이런 야당을 뒀으니 문 정부는 오만해졌다. 국민의힘 명의로는 지지율 3%를 넘는 대통령 후보를 찾기 어렵다. 여당으로서는 차기 정권 창출은 '따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이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았다. 검찰을 떠나자마자 유력 주자들과 대선 가상 대결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다. 1년 후 대선이 비로소 관심을 끌게 됐다. 윤석열을 키우고 등판시킨 것이 문 대통령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문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과 검사 윤석열의 대결에서 이중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엄정한 수사를 주문해 놓고선 막상 수사를 하려 들면 뒤로 '격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 하면서도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힘을 실었다. '식물 총장'을 넘어 '식물 검찰'을 만들려는 순간 윤 총장으로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검찰 개혁을 넘어 검찰 해체 수순만 밟지 않았더라면 윤 총장으로서는 등판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대통령은 LH 직원의 땅 투기에 얼굴까지 붉혀가며 발본색원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정작 조사는 국토부 중심의 정부합동조사단에 맡겼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폭로한 민변과 참여연대조차 조사단 합류를 고사했다. 당장 LH 직원들조차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왜 그럴까. 검찰이 아닌 국토부 중심 조사는 부패완판(부정부패가 완전히 판치는)이라는 말이 모든 것을 웅변한다. 발본도 색원도 헛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국민은 LH 사태에 발끈하는데 대통령이 발끈한 것은 따로 있었다. 경남 양산 대통령 사저 부지에 대한 야당의 '11년 가짜 농부' '농지 대지 전환' 의혹 제기다. 문 대통령 부부가 퇴임 후 사저 부지로 산 양산 농지가 올해 1월 대지로 전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대통령이 직접 SNS에 글을 올려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직접 반박했다. 이 즈음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서울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1년 9개월 만에 1억4천만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때 야당의 정당한 이의 제기를 '좀스럽다'고 몰아친 대통령의 반응이 오히려 좀스럽다. 좀스러운 대통령이 임기 말 벼랑 끝에 내몰리는 것은 어쩌면 필연일 것이다.

2021-03-15 05:00:00

[매일칼럼] 칼잡이와 정치는 다르다

[매일칼럼] 칼잡이와 정치는 다르다

칼잡이에서 정치지도자로 탈바꿈하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윤 전 총장이 보수의 본산인 대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강성 발언을 한 다음 날 전격 사퇴했다. 사실상 정계 진출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그의 최근 행보는 보수의 대표 지도자, 대선 후보에 대한 열망이 담긴 것으로 여겨진다. 현 정부에 의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임명됐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여당의 검찰 개혁 방향에 정면 반발해 온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과 줄곧 날을 세웠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의 발길이 보수 야당으로 향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듯하다."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사퇴의 변에서는 잠룡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윤석열식의 '정의와 상식'을 세우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을 뛰어넘어 결국 정치지도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하지만 그의 대권 야망은 불확실성과 상당한 우려가 동반된다. 칼잡이와 정치지도자는 분명하고도 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칼잡이로서 윤 전 총장의 일관된 삶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서울대 법대 2년 시절인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모의재판에 검사로 출연해 당시 군부인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할 정도로 대담했다.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직원을 체포했다. 국정원이 18대 대선에서 SNS상 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고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 조작을 한 사실까지 밝혀 냈다.또 2016년 말부터 2017년 5월까지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을 담당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등에 대한 구속을 이끌어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어 살아 있는 현 권력에까지 맞서는 담대함을 보여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의 움직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엄정한 잣대와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함이 검찰의 소양이라면 정치인의 그것은 사뭇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정치지도자는 냉정함보다는 포용력이, 차가운 이성보다는 따뜻한 감성이, 눈물까지 때론 요구된다. 평생 냉철한 검사로만 살아온 정치 초년생의 섣부른 대권 도전이나 야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그의 향후 거취가 단순한 정계 입문이라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차기 대권을 겨냥한 것이라면 한국 정치 발전이나 보수 진영의 미래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총을 잡은 군인이나 칼을 잡은 검찰 출신이 치열한 정치 학습과 경험 없이 섣부르게 정권을 잡았을 때 국가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곰곰이 되짚어볼 필요도 있겠다.윤 전 총장이 정의와 상식을 제대로 세우는 정치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우선 지방선거나 총선을 통해 정치인의 길을 단계적으로 밟아 나가길 권고하고 싶다.그가 대구경북(TK)을 정계 진출과 지지의 지렛대로 삼아 포석을 깔려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역민들이 지역 연고도 없는 수습 정치인을 지도자로 모셔야 할 만큼 인물이 궁하지는 않을 터이다.유승민을 비롯해 권영진·이철우·주호영·홍준표 등 보수우파, 김부겸을 비롯해 유시민·이재명 등 개혁·진보좌파 등등.TK에는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고위 관료를 거쳐 풍부한 경험을 지닌 정치지도자가 적지 않고, 이 중 옥석을 가려 잠룡으로 키우는 것은 지역민의 몫이다.

2021-03-08 06:16:26

[매일칼럼] 문재인 정부, 그 거대한 마이너스의 손

[매일칼럼] 문재인 정부, 그 거대한 마이너스의 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마이더스 왕은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신기한 손을 가졌다. 이른바 '마이더스의 손'이다. 이를 희화화한 표현이 '마이너스의 손'이다. 이는 하는 일마다 손해를 보고 일을 그르칠 때 인용된다. 범부라면 모르거니와 임금이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아무 일도 안 하는 편이 그나마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문재인 정부 4년은 '마이너스의 손'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국가 채무가 300조원 늘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134조원, 박근혜 정부 4년간 137조원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나랏돈 풀어 민심을 사는 일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은 결과다. 그 결과 부채가 폭증하면서 이자로만 한 해 20조원을 쓰게 됐다. 경북도(10조6천억원)와 대구시의 올해 예산(9조3천억원)을 합한 금액에 맞먹는 돈이다.그 탓에 요즘 아이들은 한 사람당 1천540만원의 빚을 안고 태어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폭증할지도 모른다. 2050년 전후면 고갈될 것이라는 국민연금을 이 아이들은 어떻게 받게 될지 기약은 없다. 그런데도 코로나19로 나랏돈 푸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라고 둘러댄다. 코로나 이전부터 '일자리를 만든다' '경기를 살린다'며 돈을 아낌없이 풀었던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집권 초기, 정부는 그나마 재정의 마지노선이라던 GDP 대비 국채 비율 40%이하를 지키려 했다. 이를 무너뜨린 것은 문 대통령의 '근거가 뭐냐'는 발언이었다. 이후 국채 고삐는 완전히 풀렸다. 그로부터 3년도 안 돼 국채 천조(千兆) 시대를 맞았다. 재정건전성이 장점이던 나라가 재정건전성을 우려해야 하는 나라가 됐다. 재정을 걱정하면 '정말 나쁜 사람'이다.문 정부 들어 손대는 일마다 엇길로 갔다. 월성 원전은 '언제 문 닫느냐'는 말에 2조원 이상이 허공에 떴다. 연장 운영을 위해 쓴 7천억원이 흔적도 없이 됐고 여기에 전기 생산 손실 1조3천억원이 더해졌다. 신한울 3·4호기는 어정쩡하게 중단돼 또 7천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탈원전과 수출은 별개라고 둘러대더니 임기 4년이 지나도록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을 원전 수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 사이 무너진 원전 생태계는 환전 불가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110조원의 예산을 퍼붓고도 최악의 일자리난이 벌어진다. 애꿎은 고용보험기금만 보험요율 인상에도 바닥을 드러냈다. 매년 흑자이던 건강보험 재정은 문재인 케어가 등장한 후 적자로 돌아섰다. 20조원이 넘게 쌓였던 적립금도 곧 바닥을 드러내게 생겼다.문 정부는 이제 가덕도 신공항에 목을 매고 있다. 이 공항은 국토부 추산 28조원 이상이 드는 반면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모두 낙제점이다. 그러자 예비탕당성 조사 면제를 입법했다. 예타는 김대중 정부 시절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해 예산 낭비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이 역시 이번 정부 들어 무력화했다. 2019년 지역균형발전 명분으로 정부는 총 24조원 규모의 전국 23개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제 가덕도 공항까지 포함하면 이번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1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가덕도 현장을 찾아 "신공항 예정지를 보니 가슴이 뛴다"고 했다. 이는 "제 가슴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고 했던 취임사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4년, 국민들은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했다. 앞으로 가덕도 공항을 두고 벌어질 일도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문 정부가 진정 거대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은 가덕도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것이다.

2021-03-01 05:00:00

[매일칼럼] 대구의 봄은 의지로 온다

[매일칼럼] 대구의 봄은 의지로 온다

지금은 팬데믹, 빼앗긴 일상에도 봄은 오는가?계절의 봄은 어김없는데, 일상의 봄은 멀리 있다. 언제쯤 마스크 벗고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종식은 아득하다. 3차 대유행은 계속되고 있다. 더 심각한 4차 대유행이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오는 26일부터 백신접종이 시작된다.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가시밭길이다. 백신 확보, 접종 참여도 등 변수가 많다. 삶은 지쳐가고 있다.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왔다. 11일 뒤 74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국 확진자의 70%가 대구에서 쏟아졌다. 난공불락의 바이러스는 공포 그 자체였다.마스크를 쓰라 했지만,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환자는 급속히 늘어나고, 병원은 감당할 수 없었다. 입원 못 한 확진자는 집에서 목숨을 잃었다. 속수무책이었다. 눈 뜨고 참혹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현실은 영화보다 비참했다.대구는 아포리아(aporia)였다. 아포리아는 그리스어로 '길이 막힌 것'을 의미한다. 위기보다 더 심각한 절체절명 상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포리아에 의한 놀라움에서 철학이 시작된다고 했다. 대구는 그 아포리아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시민들은 가족과 이웃을 지키려고 자발적 봉쇄에 들어갔다. 가게는 문을 닫고, 사람들은 집 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중교통 이용량은 4분의 1로 줄었다. 대구를 조롱하고 혐오하는 독설들이 나돌았다. 시민들은 분노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대구시와 의료진, 시민사회는 뭉쳤다. 대구를 지켜서 대한민국을 살리고자 했다.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를 구성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병상과 의료 인력, 의료 물자 확보에 나섰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왔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를 도입해 의료 붕괴를 막았다. 의료진, 소방관, 자원봉사자들은 헌신했다. 시민들은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다.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나눠 썼다. 처절한 사투였다. 4월 30일, 첫 환자 발생 53일 만에 신규 확진자 0명. 대구는 그렇게 1차 대유행의 위기를 넘겼다.대구의 코로나 대응(D방역)은 K방역의 원형이다. 여러 외신들이 D방역에 찬사를 보냈다. 여러 나라들이 D방역을 따라 했다. 대구는 코로나 방역에서 선진국을 추월한 것이다. 지난해 3월 3일 미국 ABC방송 이언 패널 특파원은 '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중심지 안에서'란 취재수첩에서 이렇게 썼다. "그런데 공황 상태를 찾아볼 수 없다. 폭동도 없고 수많은 감염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하는 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다."우리에겐 당연한 일이 외신 기자에겐 경이로운 뉴스였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하는 서구 사회에서는 불가사의다. 정부나 서울 사람들조차 대구 시민의 '참여방역'에 경의를 표했다.D방역에는 동질성에 입각한 강력한 공동체의식이 깔려 있다. '국난 극복의 DNA'가 코로나 사태에서 힘을 발휘한 것이다. 대구 사람들은 '함께 일어서지 않으면 아무도 일어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대구정신'이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 1960년 2·28민주운동, 1997년 금모으기운동은 대구정신의 발현이다. 대구시민주간(2월 21~28일)은 그런 대구정신을 기리는 날이다. 대구정신으로 고투(苦鬪)의 시간을 잘 버텨야겠다.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아침은 온다. 봄은 의지로 온다.

2021-02-22 05:00:00

[매일칼럼] 사회주의 체제로 가려 하는가

[매일칼럼] 사회주의 체제로 가려 하는가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은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점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관영 언론과 명확히 구분된다. 헌법에 언론의 자유를 명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존재의 이유를 잊고 권력에 기생하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 할 수 없다. 그저 권력의 홍보 수단일 뿐이다.절대 권력일수록 오만해지고 타락하기 쉽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정치 권력은 언론의 견제에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내며 재갈을 물리려 든다. 하지만 언론 자유가 꽃핀 나라일수록 민주주의는 더 크게 꽃을 피웠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정치 권력이 언론을 장악한 나라는 대개 망했고 언론 자유가 무르익은 나라는 흥했다.작금 미국은 반면교사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적대적 언론관을 지닌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에 거침없이 '가짜 뉴스' 딱지를 붙였다.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언론은 '국민의 적'이라 몰아붙였다. '실질적 반역 행위'라고까지 했다. 그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 매체들을 국민의 적으로 몰아갔다. 지지자들 역시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했다. 결과는 드러난 대로다.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고 탄핵을 가까스로 모면했다. 이제 그는 미국 역사상 민주주의를 가장 후퇴시킨 대통령이 됐다.반면 언론과 스스럼없이 접촉했던 대통령도 적지 않다. 미국 유일 4선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압도적이다. 그는 첫 임기 4년 동안 337회, 두 번째 때는 384차례, 세 번째는 277회 기자회견을 가졌다. 4선 후 사망할 때까지 늘 기자회견을 가지며 노변정담을 나눴다. 12년 임기를 언론과 동반한 그는 오늘날 미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이끈 역사적인 정치인으로 남았다.'검찰 개혁'에 이어 '사법 개혁'을 외치던 더불어민주당이 마침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들고나왔다. 거짓·불법 정보로 명예훼손 등 피해를 준 언론 매체·포털사이트에 손해액의 3배까지 물리는 것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지금도 언론의 오보와 명예훼손 관련한 장치들은 널려 있다. '가짜 뉴스'를 내세웠지만 실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인 것이다. 그동안 정권에 불리한 의혹 보도가 나오면 '가짜 뉴스' 딱지를 붙이고, 우호적 매체의 가짜 뉴스 보도엔 침묵하거나 오히려 조장해 온 정치 권력의 행태가 잘 보여준다. 검찰을 몰아세우기 위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검찰의 계좌 사찰'이란 가짜 뉴스를 생산했다. 교통방송 김어준 씨 역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배후가 있다는 가짜 뉴스를 내보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북한 원전 건설 문건이 논란을 빚자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했다는 가짜 뉴스를 들고나왔다. 이들은 아직 멀쩡하다. 반면 정부 비판 목소리를 냈다가 UBC울산방송서 하차했던 JK 김동욱은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냐"고 묻고 있다.오죽하면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언론 개혁을 주문했더니 언론 검열로 답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성명을 냈다. 언론노조조차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론 검열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 검열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일이다. 정녕 사회주의로 가려는 것이 아니라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권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트루먼의 언론관은 이랬다. "언론이 나에 대한 비판을 멈출 때는 내가 잘 못 가는 때이다."

2021-02-15 05:00:00

[매일칼럼] 가덕도공항은 선거법 위반이다

[매일칼럼] 가덕도공항은 선거법 위반이다

이른바 가덕도신공항을 둘러싼 정치권의 행태가 도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망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4년 임기의 단체장 선거에 눈이 멀어 명분도, 절차도, 지역 미래도 모두 내팽개치는 꼴이다.영남권과 호남 일부까지 아우르는 '남부권 신공항'은 이미 2개 정부에서 온갖 논란 속에 정책 혼선을 빚었다.2011년 이명박 정부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두고 검증을 벌여 두 곳 모두 경제성이 부족하다며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시켰다.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외국 전문기관(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검증을 맡겨 밀양과 가덕도가 아닌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해서 남부권 허브 공항을 만드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기엔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등 5개 단체장도 최종 합의했다. 이 용역에서 밀양은 2위, 가덕도는 세 후보지 평가에서 꼴찌였다.그나마 앞선 정부에서는 이처럼 신공항 입지를 위한 타당성 검증이나 선정 절차는 밟았다. 하지만 부산시장 선거를 코앞에 둔 현 정부와 정치권은 다급해진 나머지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신공항 입지를 아무런 검증이나 평가,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선거가 치러지는 부산의 가덕도에 노골적으로 내리꽂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국토균형발전과 지방 경쟁력 확보라는 신공항 건설의 명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38명과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 15명이 각각 내놓은 가덕도신공항 관련 특별법은 온갖 특혜로 얼룩져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검증 절차는 아예 무시된다. 심의위원회조차 없다. 건설비 등 재정자금 융자, 사업시행자 조세 감면과 자금 지원 등 법안을 보면 엄청난 특혜와 불법적 요소를 안고 있다. 그야말로 특별법이 아니라 불법성이 농후한 특혜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이달 중 이 '특혜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장담하고 나섰다.논의 절차와 의견 수렴 없이 특정 지역을 못 박아 특별법을 만드는 것 역시 위법성이 농후하다. 정부와 국토부가 지난해까지 추진해 오던 김해신공항은 백지화 여부도 명확하게 결정하지 않은 채, 영남권 5개 단체장 합의는 손바닥 뒤집듯 무시한 채 정치권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민주당은 자당 소속 단체장의 비위로 다시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가덕도신공항이라는 엄청난 특혜를 내세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의힘은 부산 지역 국회의원에 이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가세해 가덕도신공항 전폭 지지 의사를 밝혀 양당의 포퓰리즘 경쟁이 가히 꼴불견이다.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여당에다 자당 비대위원장까지 대구경북의 미래를 뒤흔들고 있는데도 지역 국회의원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의 미래를 망치는 정치권에 대한 판단은 시도민들이 해야 하고, 이는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 포퓰리즘의 극치를 달리는 정치가 지역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하는 정책을 깔아뭉개는 작태에 분노를 넘어 자괴감이 앞선다.양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엄청난 특혜가 담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앞다퉈 공약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초대형 국책사업을 합법적 절차 없이 선거용 퍼주기로 일관하는데 제1야당과 여당까지 경쟁적으로 나선 마당에 이를 정부가 견제하지 못한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 선관위가 양당의 선거법 위반여부 조사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1-02-07 16:33:31

[매일칼럼] 北核은 눈감고 南 원전은 위험하다는 이중 잣대

[매일칼럼] 北核은 눈감고 南 원전은 위험하다는 이중 잣대

불과 반세기여 전 우리나라는 만성적 전기 부족에 시달렸다. 툭하면 정전이 되고 제한송전 말이 나왔다. 집집마다 전기가 어느 정도 보급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율(電化率)이란 생소한 용어를 사용한 것도 그 시절이다."우리나라 전화율은 24.8%로 추정된다. 413만1천 호의 남한 주택 중 102만7천 호에 전깃불이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도시 주변에 그치고 농촌만의 전화율은 단 6%에 불과하다." 1965년 2월 22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이 당시 우리나라의 처지를 짐작게 해 준다. 4가구당 1가구꼴로 농촌 지역엔 전기가 거의 없던 시절, 양초는 가정 필수품이었다.그 시기 북한은 전기 사정이 남에 비해 넉넉했다. 1965년 남한의 발전 전력량이 고작 33억㎾h일 때 북한은 132억㎾h였다. 인구는 적은데 남한의 4배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했으니 당연 북쪽 살림살이가 남쪽보다 훨씬 나았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1970년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285달러일 때, 북한은 434달러로 1.5배였다.이렇던 남과 북의 국운을 바꾼 계기가 에너지 문제였다. 지지리도 가난하던 한국이 북한보다 잘살게 된 것은 1970년대 중반부터라는 것이 정설이다. 1975년 북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630달러로 한국의 611달러를 근소하게 앞서 있었다. 이 해 남한의 발전 설비 용량이 4천720㎿로 북한(4천530㎿)을 처음 추월했다. 역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남한은 가파르게 발전 설비를 키워나갔고 북한은 그러지 않았다. 역전된 남북한 국민소득 차이가 더욱 벌어진 것은 물론이다.그 중심에 핵이 있었다. 남한은 핵의 평화적 용도인 원전을 우선했다.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원자력 혁명이 시작됐다. 값 싸고 질 좋은 전기가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뛰게 했다. 반면 북한 정권은 군사적 용도로서의 핵무기 개발에만 집착했다.서로 다른 선택의 결과, 오늘날 남북 경제는 천양지차로 벌어졌다. 원전을 택한 남한의 2019년 전력량은 5천630억㎾h로 1965년에 비해 170배 폭증했다. 하지만 북의 전력량은 238억㎾h로 1.8배 늘었을 뿐이다. 1970년 이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2천422달러로 114배 늘었지만 북은 642달러로 고작 1.5배 증가했다.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한 우리는 이제 정권을 바꿔가며 풍요를 누리고 있다. 반면 군사적 용도로 사용한 북한은 정권은 안 바뀌면서 주민들은 피폐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탈북민 78%가 북은 여전히 하루 1, 2시간 제한 송전을 한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북의 전력 사정은 아직도 열악하다.현명한 지도자와 국민이라면 남과 북,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을 했는지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탈원전을 노래한다. '원전 사고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체코에 가서는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자랑했다. 이젠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는지를 두고 논란거리다. 사단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서류로 만들었다가 몰래 폐기한 사례가 들통나면서 시작됐다. 청와대가 발끈하고 나섰지만 그동안 좌파 정부가 수도 없이 퍼주기 논란을 빚었던 것을 보면 그 시도가 사실이더라도 그리 놀랍지 않다. 다만 정작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북핵 폐기에 대해 한마디도 않는 점, 남한에서는 위험하다고 문을 닫겠다면서 북에는 원전을 지어주겠다는 그 이중 잣대에 경악할 뿐이다.

2021-02-01 05:00:00

[매일칼럼] 유시민, 말무덤에 말을 묻어라

[매일칼럼] 유시민, 말무덤에 말을 묻어라

경북 안동에서 대구로 복귀 발령을 받은 날, 찾은 곳이 있다.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의 언총(言塚)이다. 말(馬)의 무덤이 아니라, 말(言)을 묻은 곳이다. 우리 조상들은 참 신박하다. 묻을 수 없는 '말'을 묻고, 그것을 '언총'이라 불렀으니.언총은 400여 년 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마을은 예부터 각성바지들이 살던 곳. 사소한 말 한마디가 씨앗이 돼 문중 간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마을 어른들이 해결책을 모색했다. 여기서도 전설의 단골 캐릭터 '나그네'가 등장한다.나그네가 제안한 해법은 쾌도난마(快刀亂麻). 마을을 둘러싼 야산이 개가 짖는 모습과 비슷해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싸움의 발단이 된 거짓말 ▷상스러운 말 ▷가슴에 상처가 되는 말 등을 사발에 모아 구덩이에 묻으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대로 했다. 이후 마을은 평화로워졌다고 한다.언총 주변을 거닐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큰 돌에 '혀 밑에 죽을 말 있다'는 속담이 새겨져 있었다. 말을 잘못하면 재앙이 되니,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얼음을 깨는 도끼 같은 경구가 널려 있었다. '웃느라 한 말에 초상난다'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말 뒤에 말이 있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저절로 묵언수행(默言修行). 우리는 말로써 얼마나 많은 죄업을 지었던가.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또 고개를 숙였다. 1년 전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22일 '수사기관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고 주장한 자신의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니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 이사장은 사과문에서 "저는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다"고 했다.유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사과는 검찰 수사 때문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는 충격과 혼란을 표현하는 댓글이 잇따랐다.2019년 12월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 은행 계좌를 들여다봤다"고 주장했다. 또 "내 개인 계좌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지난해 7월에도 유 이사장은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유 이사장의 '확증편향'은 한두 번이 아니다. 조국 사태 때는 궤변이 상상을 초월했다. 유 이사장은 정경심 교수의 증거인멸 행위를 '증거보전'이라고 우겼다. 검찰의 '증거조작'을 전제한 발언이다. 혹세무민(惑世誣民)이 따로 없다. 또한 당시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회유성 전화까지 했다.유 이사장은 진보 진영의 유력 인사다. 화려한 언변과 글솜씨로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고 따른다. 그의 말이 진중해야 할 이유다. 그런데도 그는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말들을 쏟아냈다.비단, 유 이사장만이 아니다. 근거 없는 폭로와 음모론이 활개 치고 있다. 정치인은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해, 유명인은 관심을 끌기 위해 허튼소리를 하고 있다. 이들의 발언은 확증편향을 증폭시킨다. 자기 편이 아니면 기자는 기레기, 검사는 검레기, 판사는 판레기로 매도된다.부디, 몹쓸 말들은 '말무덤'에 묻어두길 바란다. 이참에 코로나 사태로 막힌 국회의원 해외 연수를 '예천 말무덤 연수'로 대체하면 어떨까.

2021-01-24 14:30:45

[매일칼럼] 집 잘 지키라 했지 주인행세하라 했나

[매일칼럼] 집 잘 지키라 했지 주인행세하라 했나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헌법 제70조)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5년이 지나면 대통령은 청와대를 비워야 한다. 아울러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한다.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라 하는 근거 조항이다. 최고위직 공무원인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은 '청와대를 5년간 빌려 쓰는 국민의 공복'이라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5년 세든 대통령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청와대를 차지했다고 대통령이 주인 노릇을 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이 정부 들어 세입자가 집 기둥을 뿌리째 뽑으려는 일들이 집권 기간 내내 이어지고 있다.한 편의 영화가 과학을 누른 탈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50년에 걸쳐 쌓은 원전 정책을 5년 정부가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감사원이 이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며 겁박하고 나선 것은 상징적이다. 주인인 대통령이 원전이란 기둥을 뽑으라 했는데 왜 주인 말에 복종하지 않느냐는 식이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는 대목에 '내가 주인'이란 그릇된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감사원장의 임기와 책무, 그리고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은 헌법(헌법 제97조)에 명기된 것이다. 이를 헌법에 명기한 것은 '권력으로부터 독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당위성 때문이다. 감사원이 공익 감사가 청구된 사안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첫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정치인이 '정치를 한다'며 호도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물론 그 뿌리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라 했다. 당시는 구구절절 미사여구에 묻혀 넘어갔지만 '저의 국민'이란 말은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는 조어다.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란 말을 연상케 해서다. 민주주의 체제라면 '국민의 대통령'은 있어도 '대통령의 국민'은 있을 수 없다.집권층의 인식이 이러니 이 정부가 '국민을 위한다'며 손댄 일 중 내세울 일이 하나도 없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세금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만 잔뜩 늘렸다. 만성적 실직 상태 인구가 300만 명에 육박한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비아냥에도 밀어붙였던 소득주도성장은 온데간데없다. 최저임금을 급등시켜 청년들의 '알바'자리만 없앴다.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 나랏빚은 지난 한 해 100조원이 늘었다. 양질의 민간 일자리는 줄고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공무원 증원은 이명박 정부의 14배, 박근혜 정부의 3배에 이른다. 24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폭등했다. 무주택자는 집을 갖지 못해 절망하고 집을 가진 자는 세금 때문에 좌절한다. 30년 남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구두선일 뿐이다. 원전 대신 태양광을 내세웠지만 악취가 진동한다. 국가적 미래 먹거리던 원전 수출은 감감무소식이다. K방역을 입이 마르도록 되뇌었지만 이미 현재 54개국이 시작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아직 요원하다.1년 4개월 후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 그동안 잘못 뽑은 기둥을 어떻게 되돌려 놓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오늘은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일이다. 지난 국정 운영을 냉정히 되돌아보고 성찰의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주인 행세 하라고 국민이 청와대에 입성시킨 것이 아니다.

2021-01-18 05:00:00

[매일칼럼] 펜트하우스

[매일칼럼] 펜트하우스

최근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많은 관심과 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막을 내렸다. 최상류층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전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후속 편으로 빗대지기도 한다. 스카이캐슬이 서울대 의대 입시를 둘러싼 상류층 부모와 자식들의 민낯을 보여줬다면 펜트하우스는 서울대 음대를 향한 상류층의 부조리를 담아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드라마는 서울대 음대를 향한 마지막 관문인 청아예고 수석 입학생 민설아(조수민 분)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족보가 없는 민설아는 펜트하우스의 폐쇄형 공동체 '헤라클럽'의 공동의 적이자, 집단 괴롭힘의 대상. 민설아는 결국 청아예고 입학 후보 1번의 어머니 오윤희(유진)에 의해 희생된다.입양아의 친모 심수련(이지아)과 양오빠 로건리(박은석)가 가해자들을 찾아내 복수에 나선다는 게 드라마 줄거리의 뼈대다.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복수극인 셈이다.스카이캐슬이 상류층의 입시 전쟁에 초점을 맞췄다면 펜트하우스는 왜곡된 자녀 교육과 입시 전쟁의 폐해와 함께 부유층의 상속, 부동산 투기 등 한국 사회 양극화란 구조적 문제까지 드러내고 있다.부모의 비뚤어진 교육과 자식 사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도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악녀 천서진(김소연)은 청아예고 이사장직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아버지를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게 한 뒤 구조에 나서기는커녕 "날 이렇게 만든 것은 아버지"라고 외치며 아버지의 죽음을 방치한다. 실기시험 부정의 당사자로 점점 파멸로 치닫는 천서진의 딸도 결국 부모를 향해 "내 잘못은 없다. 모두 엄마 아빠가 날 잘못 키운 것"이라고 쏘아붙이며 절규한다.자식의 성공을 위해 살인과 범죄를 서슴지 않는 부모, 극한의 경쟁 속에서 악마가 돼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두 갈래로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빨아들인다. 여기에다 선악의 이중적 본성을 오가는 인물 설정, 치밀한 심리 묘사, 거듭되는 반전 등의 요소를 가미해 드라마의 집중도를 높였다.펜트하우스가 비록 살인과 뒤엉킨 불륜, 악인과 악행의 극한 설정 등 막장 드라마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낱낱이 드러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입시 위주의 교육에 재수, 삼수로 내몰리는 학생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 부동산 광풍에 허탈한 서민들,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들···.입시 위주의 교육과 성적 지상주의는 펜트하우스형 입시 비리를 여전히 싹틔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학생들조차 지방대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지방대의 육성과 발전은 요원하기만 하다. 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은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이의 정책적 해결 없이 지방의 몰락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부동산 광풍은 서민들의 심리적 박탈감과 함께 양극화를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가장 큰 사회적 위험 요소로 볼 수 있다. 펜트하우스 주민과 밖의 주민,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민, 대구 수성구 시민과 그 밖의 시민 등 브레이크 없는 집값 폭등은 물질적·심리적 양극화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일자리 구하기도, 집을 장만하기도 난망한 현실 앞에서 결국 젊은이들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나 주식, 투기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제한된 활동은 주식 광풍을 더 부추기고 있다.생산적인 노동 활동 대신 주식이나 부동산 투기에 매몰된 사회는 결국 자본주의 폐해가 낳은 일그러진 모습이다. 한탕주의나 투기가 만연한 사회는 극단으로 치달아 종국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노력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결국 사회 시스템의 제대로 된 작동은 정부와 정치권에 기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먼저, 지방분권, 정의가 바로 선 나라'를 주창해 온 이 정부에 펜트하우스의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교육·부동산·일자리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헛된 망상에 불과한 것일까.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 차기 대선에 매몰된 정치권에 교육 백년대계와 부동산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일까.1년여 남은 이 정권의 임기 동안 이들 정책 중 하나만이라도 다잡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01-11 05:00:00

[매일칼럼] 새해 대통령이 변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매일칼럼] 새해 대통령이 변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안자(晏子)는 임금 주변에서 아첨하는 무리를 일컬어 사서(社鼠)라 했다. 사서는 '사람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사당에 숨어 사는 쥐'를 말한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자는 사나운 개, 즉 맹구(猛狗)라 불렀다. 역사적으로 사서와 맹구에 파묻혀 세월을 보내다 몰락한 지도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이 선택해서 혹은 조작해서 제공하는 정보에 자만하거나 놀아나다 보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자는 이를 경계했다.이승만 전 대통령의 말기가 그랬다. 사서와 맹구에 둘러싸여 세상 물정에 어두웠다. 사람을 쓸 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탓도 컸다. 아들을 양자로 바치며 충성 맹세를 한 이기붕을 2인자로 간택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사서가 힘을 얻으면 맹구가 된다. 이들은 리더의 눈과 귀를 가리고, 백성에 군림하려 든다. 국정은 엉망이 되고 민심은 떠나간다. 어리석은 리더는 극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이를 깨닫지 못한다. 제가 가진(혹은 가지게 된) 확증편향을 고집하다 결국 몰락한다.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자 우유를 많이 마시게 하라 했던 이승만이었다.민심과 동떨어진 언어를 쏟아내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승만의 말기를 닮았다.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1일 현재 전 세계 36개국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군사작전 하듯 백신 접종을 몰아붙인 이스라엘은 이미 국민 100명당 11.55명꼴로 백신을 맞았다. 빠르면 올 2분기, 늦어도 3분기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36개국에 속해 있지 않다. 대통령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속단했던 코로나는 연말연시 확산세가 더 가팔라졌다. 전파력이 70% 더 강하다는 영국발 변종 바이러스도 상륙했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국민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갈구한다. 접종 지연에 따른 국민의 우려는 당연한 것이었다. 언론이 백신 관련 정부의 늑장 대응을 질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다'고 한다. 백신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접종이 늦어질 것이란 염려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 소식을 접하며 국민은 분통이 터지는데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에서 기적 같은 선방을 하고 있다"고 딴소리를 한다. 대통령의 딴소리가 청와대라는 사당에 숨어든 쥐 탓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민심과 동떨어진 문 대통령의 어록은 끝이 없다. '부동산 정책은 자신 있다'더니 대통령이 자신한 부동산 정책으로 민심은 폭발 지경이다. 맹구가 된 추미애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검찰 개혁'의 온전한 의미를 불살라버렸는데도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을 치켜세웠다. 온 나라를 두 쪽으로 쪼개 놓은 조국을 향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연장선상이다.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맹구들은 이제 국민이 법치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법원까지 '적폐 집단'으로 낙인찍어 공격한다. 이런 나라가 문 대통령이 말한 나라다운 나라일 수 없다.미국 역대 최고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링컨은 백악관 입성 후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이제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나를 위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적들 말이다."여기서 링컨이 말한 '적'이란 야당이나 정적이 아니다. 사서와 맹구 떼다. 문 대통령이 이제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면 이들을 내치고 '내 편' 아닌 온 국민으로 언로를 넓혀야 한다. 순치되지 않은 언론을 탓하기보다는 그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거기에 민심과 여론이 담겨 있어서다. 새해엔 대통령이 변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2021-01-04 05:00:00

[매일칼럼] 절망을 절망해야 희망이 보인다

[매일칼럼] 절망을 절망해야 희망이 보인다

2020년이 저물어간다. 불안과 불행으로 얼룩진 해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수식어는 한가롭기만 하다. 폭정은 상식을 앗아갔고, 코로나19는 일상을 빼앗았다.2020년, 우리는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목격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열혈 지지 세력에만 의존했다. '그들만의 정치'를 했고, '그들만의 나라'를 만들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야당과 국민은 배척했다.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야당은 협치에서 배제됐다. 야당은 무기력하고 무능했다. 여당에서도 폭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열혈 지지 세력은 이를 짓밟았다. 반대 의견은 적폐로 내몰렸다. 우리 사회는 두 쪽으로 갈라졌다. 정치는 갈등과 대립을 더욱 부추겼다.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이다. 교수들이 '내로남불'의 자세로 한 해 내내 소모적인 투쟁이 반복됐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올 한 해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으로 딱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며, 잘못된 것은 기어코 남 탓으로 공방하는 상황이 지속됐다고 생각했다"며 "정치적으로 이념으로 갈라진 이판사판의 소모적 투쟁은 이제 협업적이고 희망스러운 언행으로 치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대통령과 여당은 1년 내내 검찰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붙잡고 있었다. 검찰이 권력에 칼을 들이밀자, 검찰 개혁은 '윤석열 제거'로 둔갑했다. 공수처는 '20년 집권 기반'이란 비판을 사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은 야댱의 이해도, 국민의 동의도 얻지 못했다. 여권은 아랑곳없이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과유불급, 사필귀정이다. 사법부가 여권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및 윤석열 검찰총장 재판 결과는 여권엔 치명적이다. 여권은 두 사건에 '반개혁'의 프레임을 걸었다. 하지만 사법부의 제동으로 여권은 타격을 입었다. 민심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직무 복귀와 관련해 25일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짓눌렀다. 감염병은 무서웠다. 사람이 서로에게 공포가 되었다. 확진자가 병원에 가지 못해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모든 것을 멈춰야 했다. 식당, 카페, 학원, 노래연습장은 문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식당 주인은 싸늘한 불판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했다. 고용 상황은 악화 일로다.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59세 취업자 규모는 작년보다 63만 명 줄었다.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은 국민의 최대 걱정거리가 됐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사회보장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현재 사회 걱정거리 1위로 감염병 취약(30.7%)을 꼽았다. 5년 후 걱정거리에서도 감염병(14.9%)은 1순위를 차지했다.성탄절, 성당과 교회엔 미사도 예배도 없었다. 불 꺼진 밤거리는 을씨년스럽다. 확진자가 매일 1천 명에 이르는 환란 속에 연말연시를 맞았다. 정부가 자랑했던 K방역은 신기루가 돼버렸다. 국민은 백신 없이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은 흩어지고, 떨어져야 산다는 '행동백신'뿐이다. 민초들은 알아서 버티고 견뎌야 한다.새해 희망을 꿈꿔야 할 세밑이 우울하다. 하지만 절망을 절망해야 희망을 볼 수 있다.

2020-12-27 14: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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