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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선생님이 너무 많아요

[시각과 전망] 선생님이 너무 많아요

코로나19 상황 속에 학교 선생님들은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보낸다.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 가릴 것 없이 학생들을 일일이 지도하느라 늘 신경이 곤두서고, 점심시간 급식 지도에 정신을 쏟다 보면 느긋한 식사조차 쉽잖다. 다음 수업을 위해 종이 치기도 전에 교무실을 나서 3, 4층 계단을 올라 교실에 들어서면 마스크 안쪽으로 습기가 가득 찰 만큼 숨이 가쁘고, 수업 시간 내내 마스크를 쓴 채 목청을 높이는 것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다. 연이어 세 시간을 수업하고 나면 기진맥진이다.인근 학교의 확진자 발생 소식이 들리면 등골이 오싹할 만큼 놀란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없는지 일일이 조사해서 수업 시간이 겹치면 제때 검사받도록 신경 써야 하고, 확산세가 잦아들 때까지 잠시도 방심할 틈이 없다. 재량휴업일이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차라리 등교할 때면 괜찮지만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개별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가 진단'을 해야 하는데 제시간에 자가 진단을 마치는 학생이 학급 인원의 절반도 채 안 된다. 그럴 때면 한 명씩 다 전화를 걸어서 자가 진단을 독려해야 한다. 통화가 가능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늦잠을 자거나 휴대폰을 꺼 놓은 경우에는 난감해진다. 결국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를 깨워서 자가 진단을 꼭 하라고 부탁해야 한다.얼마 전 A교사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난처한 상황을 만났다. "여보세요. ○○ 학생 선생님입니다"라는 말에 학생 어머니는 "어느 선생님?"이라고 되물었다. 학교 담임이라는 말에 다소 귀찮다는 듯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자가 진단을 해야 한다는 당부에 "알았어요"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끊기 직전 들려오는 한마디가 A교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선생이 어디 한둘인가. 처음부터 담임이라고 하던가…."통화를 끝낸 A교사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딱히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왔다. 아이를 오롯이 돌봐야 하는 학교의 교사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힘들어도 버텼는데, 자신이 그저 여러 '선생들' 중에 한 명일 뿐이라는 어머니의 혼잣말은, 물론 A교사가 듣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무척이나 아프게 다가왔다.아이에게 학원, 과외, 특별 활동 선생님이 있겠지만 어느 누구도 '자가 진단'을 해야 한다고 아침부터 수십 통이 넘는 전화를 거는 사람은 없다. 학교 밖에서도 행여 사건·사고에 휘말리면 발을 동동거리며 수습에 나서는 이는 담임 선생님이다. 그것이 책임이자 의무이며, 자신에게 부여된 소임이라고 여기며 아이들을 지도했는데 학생들에게,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생님은 그저 여러 선생님들 중 한 명일 뿐이다.선생님이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게 됐다.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특정 분야 전문 지식 보유자를 교사로 채용하도록 법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갑)은 특정 분야 전문 인력을 기간제 교사로 임용토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달 9일 발의했다.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의 95%가 반대했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반대 교사들은 '전문 지식을 가진 것만으로 교사 역할을 할 수 없다' '정규 교원 자격이라는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아이들은 과연 누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줘야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따르면 학교 선생님에게는 꽃 한 송이조차 건넬 수 없다. 이게 법이다.

2021-05-12 06:01:26

[시각과 전망] 백신 확보, ‘양치기 정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시각과 전망] 백신 확보, ‘양치기 정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다가 결국 사달이 났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4월 300만 명 접종' 목표에만 매달리다가 전국 곳곳에서 1차 접종이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화이자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도 남은 물량이 바닥나기 직전인 상황을 맞았다. 이는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2차에 맞힐 분량을 당겨서 쓰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1차와 2차 접종 간에 최대 12주 시차가 있다는 점을 이용해 돌려막다가 공급이 여의치 않으니까 5월 들어서 신규 예약을 중단하거나 최소한의 접종만 하고 있다. 백신 수급에 대한 정밀한 계산이 없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다급한 상황에 봉착하자 정부는 지난 3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5~6월에 코로나 백신을 총 1천420만 회분 공급해 상반기까지 최대 1천300만 명에 대한 접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미 도입된 412만 회분 외에 AZ 백신은 오는 14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총 723만 회분, 화이자는 5∼6월 총 500만 회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역시나 구체적인 물량은 공개하지 않은 채 이달 중 상당 부분이 충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로써 확인된 사실은 앞으로 2주 동안 국내에 들어오는 백신 물량이 없다는 것이다.원칙 없고 불투명한 백신 정책이 자초한 국민 불안과 혼란에 대해서 사과는커녕 충분한 해명이 없었다. 오히려 백신 도입과 접종은 당초의 계획 이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 인구의 두 배 분량(9천900만 명분) 백신을 이미 확보했고, 4월 말까지 300만 명 접종 목표를 10% 이상 초과 달성하는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그러면서 당국은 수치를 과시한다. 상반기 접종 목표를 100만 명 늘려 1천300만 명으로 상향했고, 백신 확보는 접종 인구 대비 3.7배로 미국보다 높다고 자랑한다. 한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OECD 회원국 37개국 중 35위를 기록 중인 사실에선 일본보다 낫다고 여긴다. 또 전국 시·도로 공급하는 백신 물량은 중앙에서 조절하면서 지자체별 접종률을 비교해서 발표한다. 백신 확보에서 이미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국가 역량과 낮은 백신 접종률을 지자체 탓으로 돌리려는 꼼수로 읽히는 대목이다.현재 국내 백신이 바닥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구체적인 도입 일정은 밝히지 않은 채 '믿어 보라'는 말만 거듭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모더나 최고경영자와 통화한 뒤 2천만 명분의 백신이 올 2분기부터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결국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현재 단계에서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히려 정부 쪽에서 불신을 심어 왔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장관은 "모더나와 화이자가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조르고 있다"는 기막힌 대국민 가짜 뉴스 보고를 했다. 최근엔 백신이 필요 없다고 주장해 온 의료계 인사를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기용했다.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러시아산 백신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외교부 장관은 미국과 백신 스와프 체결을 요청했을 땐 정말 절박한 상황인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다 사흘 뒤 화이자 2천만 명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발표했을 때 국민들은 어리둥절했다. 불과 며칠 새 마법 같은 기적이 이루어져 천만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정말 제때 도착할지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다. 그저 '양치기 정부'가 되지 않도록 바랄 뿐이다.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세상이다.

2021-05-04 14:27:51

[시각과 전망] 문재인 정부의 허언(虛言)과 간계(奸計)

[시각과 전망] 문재인 정부의 허언(虛言)과 간계(奸計)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6·25전쟁 발발 후 서울 시민들을 향해 '수도 사수'를 장담했다. 그러나 전쟁 발발 3일째 되던 날 한강 인도교와 철교 3곳을 폭파했다. 이 대통령이 일찌감치 서울을 빠져나간 사실을 안 시민들은 깊은 배신감을 곱씹었다. 이 대통령은 국외로 망명해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땠는가. 5·16 군사쿠데타 직후 그는 "언제라도 참신하고 양심적인 정치인에게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 후 "다시는 이 땅에 나같이 불행한 군인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정권을 잡았다. 1969년의 3선 개헌도 '절대로' 개헌하지 않겠다던 과거의 약속을 뒤집은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권력을 연장하려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결국 부하에게 살해당했다.전두환 장군도 1979년 12·12 군사 반란 이후 "군부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몇 차례나 다짐했다. 전 장군 역시 손바닥 뒤집듯 자신의 군대 무리를 이끌고 정권을 낚아챘다. 그는 퇴임 후 내란 및 군사 반란죄로 무기징역형과 추징금 2천200억 원을 선고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이 되면 중간평가를 받겠다"던 자신의 선거 공약을 파기해 버렸다. 그도 불법 비자금과 내란죄로 징역 12년과 추징금 2천838억 원을 선고받았다.'문민정부'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보자. 1992년 대통령 선거 유세 과정에서 "쌀 수입은 대통령이 되면 직을 걸고라도 막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집권 첫해인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의 국제적 압력 때문에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국민 약속을 뒤집었다.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야당 지도자 시절인 1986년 "여당이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면 사면 복권되어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당시 여권이 6·29 선언으로 직선제를 수용하자, 1987년 대선에 출마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선 패배 후 정계를 떠난다고 선언하며 영국으로 망명객처럼 떠났지만 1997년 대선에 다시 도전했다.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본인들의 공로에도 자식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수감되는 통에 명예롭게 퇴임하지 못했다.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국민 약속을 다수 뭉갰다.문재인 대통령의 기록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앞선다. 집무실을 정부종합청사로 옮겨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지만 1년도 안 돼 포기 선언을 해 버렸다.문 대통령의 허언(虛言) 가운데 압권은 부동산 대책이다.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자 올해 신년 기자회견장은 물론 공식 석상에서 '집값 잡는 데 자신 있다. 정부를 믿고 따라 달라'고 누누이 공언했다. 결과는 어땠나. 문 대통령 말만 믿고 기다리던 사람들의 분노는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코로나19 백신 확보에서도 문 정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완성시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접종률에서 전 세계 100위권 밖이고 백신 유입은 늦잡쳐지고 있다.문 정부가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은 조국·추미애·윤미향·박원순 사태에서 보듯 '자기편 잘못은 괜찮은 것이어서 어떤 경우라도 감싸야 하고, 상대방의 경우는 가차 없는 비판과 함께 타격을 입히는 간계(奸計)'다.임기 말로 접어든 문 대통령은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소속 당적을 버려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이 국민과 당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면 나라의 불행이다.

2021-04-27 17:34:24

[시각과 전망] 서울 버스전용차로, 대구 버스전용차로

[시각과 전망] 서울 버스전용차로, 대구 버스전용차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도심 광화문네거리까지 거리는 12㎞쯤 된다. 대구 수성구 시지에서 반월당네거리 거리와 비슷하다.국회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으면 1시간 전쯤 사무실을 나선다. 그러고는 국회 앞에서 택시나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내려 약속 장소를 찾아 걸어가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국회 부근에선 버스가 다른 교통수단보다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다.서울에서는 아무리 붐비는 러시아워 때라도 버스를 이용하면 제 시간에 목적지 도착이 가능하다.서울 시내버스 교통의 마법은 중앙 버스전용차로다. 버스전용차로가 대구처럼 가로변이 아닌 중앙선 양쪽으로 설치돼 있다. 이 차로는 막힘이 없다. 신호 주기도 버스에 맞춰져 있어 지‧정체 영향을 받지 않는다.서울은 총 207.9㎞의 버스전용차로 중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60%인 124.2㎞에 이른다. 변두리 도로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간선도로에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운용되는 셈이다.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워낙 잘 운용되고 있으니 83.7㎞에 이르는 가로변 전용차로도 다른 차들의 방해가 적다. 일반 운전자들이 버스전용차로로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득한 상태이다 보니 가로변 전용차로로도 다닐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서울에서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인도 유동 인구 감소를 이유로 상인들이 반대하고, 신호 체계 등이 복잡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도 컸다. 공사 기간 동안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반대 요인이었다. 예산 부담도 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의회와 해당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 시민에게 맞는 대중교통 체계를 완성해 가고 있다.만약 대구에서라면 출퇴근 시간에 시지에서 반월당까지 버스로 1시간 만에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대구 최대 혼잡 지역 중의 하나인 범어네거리에서 만촌네거리 부근. 학원가가 밀집해 있어 저녁에는 늦은 밤 시간까지 인도 쪽과 가까운 4, 5차로는 밀려든 차량들로 북적댄다. 가로변 1개 차로가 버스전용차로이지만 무용지물이다. 버스는 곡예 운전을 해서 1, 2차로로 비집고 나왔다가 다시 다음 정류장 승객을 위해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는다. 차량들이 뒤엉키기 일쑤.서울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풍경이다. 중앙 버스전용차로제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세종, 부산, 인천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대구시도 중앙 버스전용차로제를 벌써 십수 년 전부터 검토는 했다. 다만 아직까지 검토에 그치는 것이 문제. 최근 주무 부서에서 시범 실시를 추진했으나 1㎞에 3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결국 폐기 처분했다고 한다. 실제 이 정도 예산이 수반되는지에 대해서는 용역 결과 보고서 등이 공개되지 않아 알 길이 없지만 혼잡이 극심한 일부 구간만이라도 적용해보면 어떨까.중앙 버스전용차로 도입이 당장 어렵다면 지금 있는 버스전용차로 운용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불법 주정차, 택시 및 자가용 승‧하차가 예사로 일어난다. 대구버스운송조합 측은 이런 전용차로는 없는 게 낫다며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대구시장이나 시장의 오른팔 격인 정무특보 모두 서울시에서 행정을 배우고 집행한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의 관심 영역에 대구 버스 운송 체계 개선이 삽입되기를 소망해 본다.

2021-04-21 06:07:34

[시각과 전망] 여당은 민심을 읽었을까?

[시각과 전망] 여당은 민심을 읽었을까?

재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여·야가 다른 듯 비슷한 모습이다. 내가 잘해서 이겼는지, 상대가 워낙 못해서 이겼는지 구분도 못 하는 야당의 행태를 보노라면 아직 정신 못 차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선거에 진 쪽도 마찬가지다. 망해 가는 집안의 특징이 서로 네 탓이라며 쏘아 대는 내부의 고함 소리가 담장을 넘는 것이다. 제정신 박힌 사람이 패배의 원인을 분석해 따끔한 소리를 하고, 나머지는 입맛이 씁쓸해도 '그래 네 말이 맞다'며 미래를 도모한다면 다음 선거를 기약할 수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보노라면 11개월도 채 남지 않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제대로 치를 생각이 없어 보인다.사실 이번 선거 전부터 예견됐던 바이기도 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원인을 꼼꼼히 따져보고, 뒤집지는 못할지언정 간극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옳았지만 그들은 그렇지 못했다. 특정 연령대를 싸잡아 무식하고 판단력이 흐린 집단으로 매도한 데다 애초에 약 900억 원을 들여 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 제공자의 처절한 반성 따위는 없었다. 작열하는 태양을 손바닥으로 가린 채 그늘이 깊다며 딴청 피우는 꼴이다.아슬아슬한 승부도 아니고 '열성 지지자'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면, 즉 국민들이 '더 이상 그대들의 말장난에 속지 않겠다'고 일갈했다면, 이제는 그 해괴한 백일몽에서 깨어날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당내 소신파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당을 해치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찢어진 우산 아래 다시 뭉치라고 윽박지른다. 강성 지지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을 '초선 5적' '초선족' 등으로 부르며 의리를 저버렸다고 비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SNS 등에 '좌표 찍기' 식으로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유돼 하루 4천~5천 통의 비난 문자메시지가 쇄도했다고 한다.선거 결과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에 대한 승부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고, 선거라는 민심 측정기를 통해 방향성의 옳고 그름을 평가받을 수는 있겠지만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정의라는 잣대로 압도하는 개념이 아니다. 한쪽이 정의이고 반대편이 불의여서, 마치 영웅이 악당을 물리치는 깔끔한 구도의 싸움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정치인이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자녀의 입시 비리는 당연히 지탄의 대상이며, 성범죄는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할 중죄이다. 환경 문제는 방향성과 속도의 문제여서 논의와 타협이 필요하다. 원전은 장기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옳지만 대체에너지 발전이 가져올 환경파괴와 준비의 적정성을 슬기롭게 조율해야 한다.남북 관계는 민감하다. 한반도에 과도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 결코 득이 될 리 없지만 북측의 막무가내식 폭언과 생떼까지 인내하면서 평화롭게 지내자고 손을 내미는 것도 그리 현명한 처사로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부동산 문제야말로 접근법에 따라 판을 한 번 갈아엎자는 식의 폭압적인 정책이 나올 수도, 비록 느리고 답답해 보이지만 점진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재보궐선거의 결과는 보수의 승리와 진보의 패배가 아니다. 민의를 외면한 채 아집에 사로잡혀 독단으로 치달은 정치 세력에 대한 응징이다. 이번 선거에선 진보를 표방한 집권 여당이 그 대상이었다.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세상을 뒤엎겠다고 덤벼들면 보수, 진보 어느 진영이 정권을 잡아도 국민들은 불행해진다. 오죽하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까지 나올까. 여당은, 그리고 야당은 민심을 알아들었을까.

2021-04-14 06:00:00

[시각과 전망] 분할통치되는 문 정권의 우민(愚民)들

[시각과 전망] 분할통치되는 문 정권의 우민(愚民)들

어느 사회나 갈등이 있게 마련이지만 요즈음 한국 사회의 갈등과 대립은 나날이 첨예화되면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해묵은 빈부격차, 노사·계층 갈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좌우 대립, 젠더 갭(gender gap-남녀갈등, 남혐, 여혐), 세대 갈등까지 겹친다. 얽히고설킨 갈등 구조는 중층·복합적이다.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는 문재인 대통령과 현 집권 세력에 의해 의도적·전략적으로 생성되는 것들이 많다. '촛불혁명'에 의해 국민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자부하는 문 정권이 갈등 구조를 확대재생산하고 키우는 것은 아이러니다. 문 정권은 국민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핵심 정책마다 고집불통과 오기로 역주행하고 있다.문 정권은 로마 황제들이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수법으로 이용한 '분할통치'(분할정복) 전략을 쓰고 있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자신들의 버팀목인 호남,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좌파 세력 등 3각축 이외의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자 집권의 도구일 뿐이다.국민 대다수보다는 자신들을 무조건 따르는 맹신주의자들과 좌파 세력만 잡으면 정권 유지는 가능하다고 보는 것일 게다.문 정권은 한 손엔 규정하기가 한없이 어려운 정의를 자기들의 전유물인 양 들고, 또 다른 손엔 평등을 들고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실질적으로 훨씬 소중한 가치인 자유는 하위 개념으로 내팽개쳐 버린다.당장의 정치적 승리를 위해 네 편과 내 편을 나누는 프레임의 정치나 분할지배 기술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치밀하다.문 정권의 제1폭정은 국민 간 분열을 조장한 것이다. 현 정권은 호남과 비호남의 대칭 구도를 만들었다. 전 국민의 30%쯤 되는 호남인은 굳게 뭉쳐 있다. 전라도는 문 정권에 무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도에서 다른 지역은 대부분 부정 평가가 60%에 육박하더라도 호남은 긍정 평가가 60~70%에 이른다. 문 정권도 인사와 정책 선물을 통해 전라도인의 이런 상태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상대적 빈곤을 키우는 쪽이 현 집권당인데도 이들은 국민의 지갑을 얇게 만드는 주범이 상류층과 대기업 집단이라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도록 초점을 흐린다. 저소득층을 이간질해 누가 자기들의 주머니를 진짜 털어가는 것인지 직시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게 오도시킨다. 이를 통해 좌파 정권 승리의 담보로 삼는다.문 정권 기간에 국민의 인간적 삶의 가치와 인권이 훼손되고 정신적 사회 질서까지 파괴되는 것도 심각하다. 문 대통령이 '우리 총장'이라고 앞세웠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조국 사태와 청와대를 포함한 현 정권의 비리와 위법을 법에 따라 수사한다고 해서 추방해 버렸다.더 큰 문제는 국민의 인권과 생존 가치까지 짓밟힐 위기에 닥쳤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법치가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을 통한 국민 보호와 거악 척결 대신 검찰 길들이기, 정권 수사 방해로 정의 실현을 막고 있는 게 문 정권이다.문 정권의 지역 차별에 바탕을 둔 망국적 정책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몇 년 안 되어 나라를 거덜 낼 '탈원전 정책'도 모자라 몇십조 원을 들여 벌이겠다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 전남 신안 해상풍력발전소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포퓰리즘 정치에 희생양이 되는 국민의 땀과 눈물은 누가 닦아주어야 하나. 문 정권의 정치가 이럴진대 국민 스스로 닦을 수밖에 없다. 수단은 선거밖에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말처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우민(愚民)들의 반격 출발점이다.

2021-03-30 18:04:34

[시각과 전망] 집권 민주당이 오판한 보궐선거

[시각과 전망] 집권 민주당이 오판한 보궐선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정확히 2주 앞(4월 7일)으로 다가왔다. 부산은 이미 여야 후보가 확정돼 난타전이 한창이고, 서울은 어제(23일) 국민의힘‧국민의당 양당 단일 주자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확정되면서 선거판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이번 선거는 박원순‧오거돈 두 전 시장이 재임 중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명예 퇴진한 바람에 실시된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선거다. 이쯤 되면 이들의 소속 정당인 집권 민주당은 후보를 내는 일이 철면피한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아니면 800억원이 넘게 드는 선거 비용의 절반이라도 부담하든지.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당헌까지 바꿔 가면서 오히려 두 도시 시장직을 사수하겠다고 나섰다. 그 당헌은 도덕성에 인품까지 갖춘 것으로 인식됐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들었다. 민주당이 당원과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내건 약속조차 휴지 조각으로 만들며 이번 보궐선거에 몰입하는 것은 내년 대통령 선거 때문임을 삼척동자도 안다.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절대 지지 않을 선거로 봤다. 지난 지방선거 때나 21대 총선 때 서울을 싹쓸이한 기억이 생생해서다. 서울 시민은 민주당의 절대 우군이었다. 그런 서울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최근 여러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박영선은 오세훈‧안철수 모두에게 큰 표차로 패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부산시장 선거도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하지 말아야 할 큰 우를 범했다. 가덕도 신공항 얘기다. 10여 년 이상을 고민하며 5개 시·도지사들이 지혜를 모으고, 외국 전문기관까지 나서 만든 국가 정책을 하루아침에 백지화시켜 버렸다. 그러고는 가장 꼴찌 점수를 받은 가덕도에 신공항을 만들겠다며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며 "가슴이 뛴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 버티는 국토교통부 관료들을 윽박질러 정부안을 만들게 하고, 기획재정부를 눌러서 예타 면제를 실행시킨 집권당. 이들은 가덕도에 공항을 만들고자 국가 행정체계를 무력화시켰다. 이게 모두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이다.가덕도 신공항을 하고자 했다면 정권 집권 초기에 했어야 했다. 문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했을 때 갓 당선된 오거돈 시장이 면전에서 가덕도 신공항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그때도 대통령은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쳤다. 그런 대통령이 3년이 지난 지금 왜 가슴이 뛰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하려면 그때가 맞지 않는가. 부산 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우리나라에도 제2관문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을 했다면 아무리 반대 여론이 심하다고 해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기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일.불행히도 부산시장 선거에서의 가덕도 신공항 약발은 이미 끝난 분위기다. 이번 선거 국면의 최대 이슈도 아니다. 집권 여당이 온갖 무리수를 둬 가면서 법을 만들었지만 순탄하지도 않다. 공항에 사활을 걸었던 오거돈 전 시장 일가가 그 일대 부지를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역효과마저 나타나고 있다.민주당이 그들이 만든 당헌대로 이번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이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신공항 문제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었고,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LH 사태에도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불과 1년 후면 또 시장을 뽑아야 한다. 그때 원칙을 지키는 정당이었음을 강조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2021-03-24 05:00:00

[시각과 전망] 누구를 위한 편 가르기인가

[시각과 전망] 누구를 위한 편 가르기인가

누군가를 지지(支持)한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단체의 주의·정책·의견 등에 찬동하여 이를 위해 힘을 씀'이다. 혈연관계에서 지지는 다분히 맹목적이다. 내 편과 네 편의 구분이 견고하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 않은가. 사회적 관계에서 지지는 '신념의 공유'다. 신념은 공의로움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 공공의 선(善)에 부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적 지지는 올바른 국가의 지향점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따르고,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을 한다는 의미가 되겠다.그런데 공공의 선을 지향하며 신념을 공유한다고 믿었던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이며, 자기모순적 언행을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 잘못에 대해 귀 기울이고 반성하며 응당한 질책과 처벌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올바르다. 정권 창출을 목표로 뭉친 정당도 마찬가지다. 내부의 비판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않고 변절자 낙인을 찍어 밖으로 내쳐버린다면 속된 말로 조폭 양아치보다 나을 게 없다. 이들은 두목에 대한 지지 즉, 신념의 공유가 아니라 의리로 뭉친 집단들이다. 말이 좋아 의리라고 할 뿐, 얄팍하기 그지없는 이해관계 속에서 의리라는 그럴듯한 껍질로 포장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의리를 내세운 이상 두목에 대한, 조직에 대한 비판은 절대 금물이다. 그런 행위는 배신이며, 처절한 복수를 통해 짓밟아 놔야 조직의 유지와 조직원 관리가 가능한 게 그들의 생리다.그런데 요즘 정치 상황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특정 정당과 정치 지도자에 대한 지지는 조폭 두목에 대한 의리 수준조차 넘어선 듯하다. 혈연관계의 맹목적 지지보다도 끈끈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의 방에 갇힌 채 그 나름의 논리를 세워 신념의 공유를 좀처럼 깨려 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얼마나 객관적인지는 전혀 상관없다. 불리한 정보는 조작으로 치부해 버리고, 근거가 명확한 비판에 대해선 '너희도 똑같지 않았느냐'고 퉁치는 식이다.박병석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인 국회 국민통합위원회 경제분과위원회가 국회도서관 데이터베이스(DB) 등록 전문가 1천8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주원인으로 63.1%가 정치적 원인을 꼽았다. 이유는 지지와 편 가르기를 구분하지 못한 탓이다. 편 가르기가 되면 앞뒤 말이 안 맞거나 내 편과 네 편에 적용하는 법적·도덕적 기준이 다른 것쯤은 문제가 안 된다. 어차피 내 편과는 상종할 수 없는 부류라고 단정 지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지가 아니라 추종이다.특히 인터넷 댓글은 이런 확증편향, 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편 가르기 대결장이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다. 그런 우아하고 고차원적인 대국이 아니라 저잣거리 패싸움에 구경꾼들이 모여 욕지거리하는 형국이다. 뜯어말려야 할 당사자들은 되레 싸움을 부추긴다. 여기서 지면 마치 구경꾼들이 망할 것처럼. 어느새 구경꾼들은 목적도 잊은 채 아귀다툼의 당사자가 돼 있다. 편 가르기 싸움이 끝난 뒤 구경꾼들이 씁쓸히 돌아서면 승리는 남아서 웃는 자들의 몫일 뿐이다.정부·여당이 잘못했고 야당이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민의 날 선 비판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치하는 자들은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대신 추종을 요구할 것이다. 시민 의식이 깨어 있지 못한 나라에선 그 체제가 비록 자유민주주의라 할지라도 언제든 이념으로 포장된 독재의 감옥에 갇힐 수 있다.

2021-03-17 06:19:37

[시각과 전망] 학생 절벽 시대, 수도권大 정원 감축이 먼저다

[시각과 전망] 학생 절벽 시대, 수도권大 정원 감축이 먼저다

3월 신입생을 맞는 대학 캠퍼스가 잿빛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대학가 속설과는 상관없이 전국의 지방대학이 한꺼번에 '폭망'할 수 있다는 전조(前兆)를 보았다.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지방대학의 위기 실체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까지 최대 7차례에 걸쳐 추가 모집에 나섰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가 속출했다.입시 관련 업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167개 대학에서 3만260명 규모로 신입생 추가 모집을 진행했다. 이는 2005학년도 이후 16년 만에 최대였고, 지난해 추가 모집 인원 9천830명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배나 늘었다.올해 추가 모집 대부분은 비수도권 대학에 몰려 있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대학의 추가 모집 인원은 전체의 7.8%에 불과했다. 비수도권 지방대학이 2만7천893명으로 전체의 92.2%를 차지했다.시도별로는 경북 소재 대학이 4천87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4천451명), 전북(3천225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추가 모집 500명 이상은 모두 16곳으로 모두 지방에 몰려 있다. 지방거점국립대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9개 국립대 모집 인원은 1천94명에 달했다.대학마다 명운(命運)을 건 추가 모집도 결과는 참담했다. 최종 추가 모집 지원 현황을 공지한 92개교의 평균 경쟁률은 0.17대 1에 불과했다. 지원자가 전혀 없는 대학도 5곳이나 나왔다. 드러내지는 못해도 신입생 충원율이 절반이 안 되는 대학이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짐작된다.사실 이번 입시 결과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된 터였다. 그렇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절벽 사태를 목도하면서 충격적인 것은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대학 정원과 입학 자원의 차이, 즉 미충원 규모는 2022학년도 7만6천 명으로 늘어나고, 2024학년도에는 12만3천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24년 이후 충원율 94%를 넘기는 지방대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이러한 지방대 정원 미달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팔짱을 끼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나서서 대학 정원을 감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방대 위기는 대학뿐 아니라 지역의 위기와 같이 가는 문제"라며 "정부가 정원 몇% 줄이라고 강제하는 방향보다는 취업자, 평생교육 등 다양한 수요를 통해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그저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뜻이다.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블랙홀' 상황에서 지방대학은 정부의 안중에 없다. 등록금 수입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구조에서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과 경쟁하면서 생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대규모 미달 사태 책임을 지고 대구대 총장이 사의를 밝혔지만, 지방대 총장 한 사람의 역량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대학 서열화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도 서울 8만8천 명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 19만 명은 모집에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학생 절벽' 파장이 서울과 지방에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지방대가 한꺼번에 몰락하지 않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물론 지방의 대학들도 뼈를 깎는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학이 속한 지역사회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계 대학은 퇴장하도록 길을 열어 주는 제도 마련 공론화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2021-03-09 15:24:31

[시각과 전망] 정책 범죄, 반드시 책임 물어야

[시각과 전망] 정책 범죄, 반드시 책임 물어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라는 '희대의 특별법'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은 천재지변과 같은 국가적 불행 상황이나 비상사태에 의해 만들어진 특별법이 아니다. 오로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매표 법안이자 관권선거법이라는 게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인식이다.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도 당파적, 지역적이었다. 국토부, 기재부, 법무부 등 관계 기관의 반발 기류가 있자 그는 지난달 25일 국토부 장관 등을 대동하고 가덕도에 가 '신공항 특별법 줄 테니 표를 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지닌 심각성은 경제성을 비롯한 타당성, 접근성, 환경 파괴, 31개의 법 절차 무시 등은 차치하고 항공 안전, 국민과 세계인의 안전을 무시하고 건설하려 한다는 점이다.국토부 내부 보고서는 가덕도신공항처럼 위험한 공항은 세계에 없다고 단언한다.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바다+육지+바다)이 2개소 이상 부등침하(지점에 따른 지반 강도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침하) 구간에 지어진다는 점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활주로가 해상-육상-해상 구간에 걸친 사례는 단 한 곳도 없다. 항공기 고속 주행이 이루어지는 해상 활주로는 침하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절대적이다. 해상 매립 공항인 일본 간사이 공항(1994년 개항)은 2019년까지 13.38m가 침하했다. 이 때문에 매년 수백~수천억 원의 보수공사비가 들어간다.가덕도신공항안은 외해에 직접 노출돼 태풍 피해를 받고 안개, 바람과 같은 자연 조건으로 결항이 잦을 수밖에 없다. 또 김해·진해비행장과의 공역 중첩, 가덕수로 대형 선박과의 접촉 사고 등으로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다.이처럼 국토부 장관과 항공 실무진이 신공항의 위험성을 알고, 적법한 사업 추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있는데도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직무 유기요, 성실의무 위반이다.위로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인 주역 문 대통령과 정부 여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 정권은 세월호 참사를 딛고 정권을 잡았다고 자처했다. 이에 '안전 대통령'을 표방했던 문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에 대해서만 안전 불감증에 걸렸다.문 대통령은 가덕도에서 가덕도신공항 논의의 출발점은 안전성이라고 했다. 이곳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검찰 수사 중인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산업부 실무자들이 구속되고 당시 산업부 장관과 청와대를 향해 수사의 칼날이 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준비 없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문 대통령이 경제성 조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는지도 밝혀야 한다.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까지 38조8천억 원을 지급했다. 조만간 지급될 4차 19조5천억 원을 더하면 58조3천억 원이다. 세금으로 메꿔야 하는데 생색은 정권이 내고 있다. 국가 재정건전성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부동산 정책도 문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역대 정부 가운데 문 정부 들어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위기를 초래한 당국자들에 대해서도 부동산 위기의 정책 범죄성을 따져야 한다. 이들을 감옥에 보낼 수는 없더라도 책임은 반드시 묻고 넘어가야 한다.문 정권의 주요 정책이 대부분 국가경쟁력 향상과는 반대로 가면서 정책 실패를 넘어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정책 범죄'가 되고 있다.

2021-03-02 17:22:52

[시각과 전망] 서울 택시에는 있고, 대구 택시에는 없는 거

[시각과 전망] 서울 택시에는 있고, 대구 택시에는 없는 거

서울 택시에는 '터치패드 단말기'라는 게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콘솔박스 위에 부착된 카드 결제기이다. 택시비를 낼 때 승객이 택시 기사에게 카드를 건네는 대신 이 패드 위에 카드를 얹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기기이다.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안성맞춤이다. 남의 물건에 손대는 게 찝찝한 상황에서 '내 카드로 내가 결제'한다면 다소 안심이 된다. 기사, 승객 모두에게 좋다.이 기기가 서울 택시에 도입된 것은 2007년부터. 서울시가 택시비 결제를 카드로 하는 '사업개선명령'을 택시조합에 내리면서 함께 시행됐다.대구경북에서만 기자 생활을 하다가 7년 전 서울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이 제도를 대구에도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기회 있을 때마다 알고 지내는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이런 걸 도입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았다. '예산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이후엔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다.그런데 최근 대구택시사업조합이 캠페인을 벌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로부터 기사와 승객을 모두 보호하기 위해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하자는 운동이 그것. 아직도 현금 결제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란다.이왕 할 거라면 이번 기회에 서울처럼 터치패드 단말기를 설치하면 더 낫지 않을까. 문제는 예산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울시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해봤다.기상천외한 답이 돌아왔다. "서울시 예산은 한 푼도 안 들었습니다."서울시 카드 결제 정산 업체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시한 게 택시 기사·승객 동시 만족이었다. 이에 따라 카드 결제 단말기와 같이 도입된 것이 기사를 위한 공공화장실 앱 및 승객이 많은 곳을 알려주는 수요 예측 기능 탑재, 그리고 터치패드 단말기였다.머리를 쓰다 보니 예산 절감 방법도 나왔다. 최종 선정된 티머니 회사가 전액 부담해 기기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 편리하면 사용자가 많아질 것이고 당연히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서울시의 선택은 코로나 시대를 내다본 절묘한 대책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K-방역'의 원조인 'D-방역'을 성공시킨 대구시에 혹시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현금 주고받기는 물론 카드를 건넸다가 다시 받는 것도 꺼리는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터. 더욱이 택시조합이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지 않은가.애석하게도 대구시는 아직 그런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단지 사업조합과 카드 결제 정산 업체인 유페이 회사가 대안을 마련하면 그때 가서 예산 지원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모든 승객이나 택시회사가 이를 반길지는 알 수 없으며,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대구택시사업조합과 유페이에도 연락을 취해 봤다. 다행히 유페이는 대구 택시에 터치패드 단말기를 보급하기 위해 개발 업체 2곳과 제휴를 했고, 올 6월까지 택시 일부를 선정해 시범 실시를 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시범 사업을 하는 택시에는 개발 업체가 본인들 비용으로 단말기를 보급할 계획이란다.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민간이라도 움직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시가 적극성을 발휘한다면 전면 실시했을 때 맞닥뜨릴 예산 절감 등 '시민이나 택시 기사를 위한 좀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수도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다.

2021-02-24 06:00:00

[시각과 전망] 죽어가는 아이들, 우리의 책임은

[시각과 전망] 죽어가는 아이들, 우리의 책임은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학대 속에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에 대한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참혹한 영유아 및 아동학대 살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구미에선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부패 정도로 볼 때 숨진 시점은 6개월 전쯤으로 추정된다. 아이를 버린 22세 친모는 다른 남자와 함께 근처 빌라에 살면서 숨진 아이의 양육수당과 아동수당 등 보조금 20여만원을 매달 받았다고 한다. 경악스러운 것은 친모가 집을 떠날 때 아이가 살아 있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었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아동의 존엄성과 관련해서 딸의 사진 속 상태 등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처참한 모습이었길래 사진을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일까.전북 익산에선 생후 2주 된 친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부부가 구속됐다. 부검 결과 1차 소견상 사망 원인은 외상성 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이었다. 119구급대원이 엄지손가락으로 심폐소생술을 할 정도로 작은 아기를 때려죽였다는 말이다. 더 충격은 이들 부부가 첫딸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양부모나 계부모뿐 아니라 심지어 친부모조차 제 몸 하나 못 가누는 어린 생명을 학대하고 생명까지 빼앗고 있다. 사람들은 세상이 망할 징조라며 개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아동학대 및 영유아 살해는 몇 년 새 살기 힘들어져서, 인성이 급격히 타락해서 빚어진 일이 아니라 매우 오래전부터 자행됐던 범죄 행위다. 다만 몰랐을 뿐이다. 남아선호가 팽배했던 지역에서 태어난 여아는 엄마 젖도 한 번 물어보지 못한 채 숨지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18세기 프랑스에선 한 해에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가 10만 명을 넘었다. 그렇게 버려진 아기 중 80%가 목숨을 잃었다.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널리 알려지고,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등을 통한 신고가 늘면서 아동학대 및 살해 범죄가 급증한 듯 보일 뿐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훨씬 강화됐지만 실제 사건은 통계상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판단한 학대 건수는 2016년 1만8천여 건에서 2019년 3만여 건으로 크게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서 아동학대 피의자 검거 사례는 2016년 2천992건에서 지난해 11월까지 5천25건으로 늘어났다. 학대와 방치 끝에 세상을 떠난 아동은 통계 수치만 매년 수십 명이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사망자를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으로 파악했다.아이를 학대하고 목숨을 빼앗은 부모를 '미쳤다'거나 '사람이 아니다'라고 욕해봐야 악순환을 끊을 수는 없다. 돌을 던지고 감옥에 가둬서 아동 범죄를 줄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강한 비난과 처벌이 필요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 숨겨둔 잔혹함을 들키자 되레 큰소리치는 격이고, 한 달도 안 가서 잊힐 공허한 분풀이에 불과하다. 사회적 관심만이 어린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다. 제도적·법적 뒷받침은 당연하고 세상에 온 아이들을 함께 책임진다는 연대 의식 없이는 해결하지 못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책임을 나눌 준비가 돼 있을까. 그것이 법과 제도로 가능할까. 답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답이 없는 것만 같아 더 우울하다. 굶주림 속에 숨을 거둔 구미 3세 아이가 목 놓아 '엄마'를 찾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2021-02-17 05:00:00

[시각과 전망] ‘조국(祖國)의 딸’과 ‘조국(曺國)의 딸’

[시각과 전망] ‘조국(祖國)의 딸’과 ‘조국(曺國)의 딸’

구미에 있는 경북외고에 다니던 채예원 양은 지난 2019년 3학년 진급을 앞두고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공부도 두드러졌을뿐더러 학교생활에 매사 적극적인 예원이에게 닥친 불행은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아픔으로 전해졌다. 전교 학생회 부회장을 하며 야간 자습 이후 기숙사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야광 테이프를 부착하고 센스등 설치를 건의했고, 교내 축제를 총괄해서 운영했다. 생활관 아침 체조 도우미도 자원해서 맡았다.예원이는 장래 희망인 외교관의 꿈도 차곡차곡 쌓았다. 교내 사이버외교활동반에서 독도의 날, 직지심체요절을 해외에 소개하고 역사 바로잡기 책자도 제작했다. 누구처럼 영향력 있는 부모와 주변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거창한 스펙이 아니라,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한 땀 한 땀 엮어낸 노력의 결과물이었다.무서운 혈액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예원이는 공부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병상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몸에 달고도 책을 붙잡고 있어 저지당하기 일쑤였다. 항암 치료 통증으로 교재 글씨가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인강' 오디오에 집중했다. 결국 예원이는 백혈병을 극복하고 이듬해 복학했다. 신체 면역이 크게 떨어진 데다 코로나 상황까지 겹쳤지만 하루 17시간씩 공부했다고 한다. 의지와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고, 올해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합격(매일신문 1월 25일 자 보도)했다.어머니 혼자서 조금 버는 수입이 전부인지라 예원이에게 학원은 사치였고, 그 흔한 어학연수는 꿈꿀 수조차 없었다. 어머니는 딸이 아팠을 때 "너무나 미안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기도밖에 없었단다. 그런 예원이가 의지할 곳은 학교였다. 선생님을 믿었고 친구들이 있어 버텨냈다고 했다. 이제 '구미의 딸' 예원이가 서울로 공부하러 떠난다. 장차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국제 무대에서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목표다. 가난은 그저 불편한 것이었고, 역경은 넘을 수 있는 장애물이라고 믿는 스무 살 예원이가 대한민국의 딸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공기업 산하 병원에 인턴 합격한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한 친문(親文) 검사는 샬롯 브론테가 쓴 소설의 주인공 '제인 에어'가 오버랩된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어린 ○○ 선생님이 1년 이상의 린치에 시달리면서도 당당히 시험에 합격하고, 면접도 통과한 것만 보아도 제인 에어 못지않은 자신감과 집중력, 선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여당의 중진 의원은 "이를 악물고 의사시험 합격하고 인턴까지 합격한 멘탈에 경의를 표한다"며 "조만간 병원에 가서 응원하고 오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작금의 사법부를 봤을 때 최종심에서 입학 부정 무죄를 확신하지 않고선 이런 말을 하겠느냐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이처럼 '권력자 딸 보호'가 만만찮다. 의학전문대학원 입학과 관련한 서류가 위조됐거나 허위라고 1심에서 유죄로 판결 난 상황에서도 부산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 확정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교육부 장관 역시 특별감사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하다가 "검찰 수사 때문에 감사를 할 수 없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 앞서 정유라와 숙명여고 쌍둥이의 경우 부모 수사 단계에서 대학 입학이 취소됐고, 기소와 동시에 퇴학 처분을 받은 것과는 딴판이다.언론의 관심을 사회적 조리돌림으로 치부하고 정의롭고 공정하게 국시 관문을 통과했다고 칭찬하는 것을 자중해야 한다. 이미 많은 젊은이에게 상처를 줬고, 어쩌면 개천 용의 자리를 대신 차지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1-02-09 14:37:52

[시각과 전망] 인사(人事) 만사(萬事) 망사(亡事)

[시각과 전망] 인사(人事) 만사(萬事) 망사(亡事)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 7월과 8월 장상 씨와 장대환 씨의 국무총리 인준 파동을 겪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두 사람 모두 인준을 거부했다. 도덕성과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결국 임명을 포기했다.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박 장관 임명은 문 정권 들어 여야 합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이루어진 27번째 인사였다. 이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합친 것보다 많은 '야당 패싱' 인사였다.변 장관은 어떤 능력을 가졌는가와 상관없이 문제를 드러냈다. 이른바 서울 지하철 '김 군'의 죽음에 동정과 연민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김 군이 부주의했다고 나무랐다.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한 사고였는데.박 장관도 온갖 의혹에 휩싸였다.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폭행 사건, 사기 업체 연루 의혹 등 법무부 장관을 맡기에는 하자가 너무 많아 보인 게 사실이다.두 장관의 임명은 국민의 여론과 생각 따위는 문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아무런 고려 요인도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문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고집불통의 모습은 어디에서 연유할까. 문 정부에서 장관과 각 부처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시스템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은 청와대의 입김이 절대적이다.과거 김대중·김영삼 정부 시절에 볼 수 있었던 책임장관제의 모습은 사라졌다. 국무위원 제도라는 것도 이름만 있을 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가장 많이 비판했던 문 대통령이 장관 인사에서 보듯 역대 어떤 정권보다 더 제왕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한쪽 진영 국민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민심 이반을 각오하면서까지 고집불통 인사를 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지금 여기서 밀리면 곧바로 레임덕, 권력 누수 현상이 온다는 위기감이 초래한 터널 현상이다. 이 위기감은 두려움의 발로이다.두려움이 밀려오면 의식의 터널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밀리지 말아야, 살아야' 한다는 욕망이 의식을 지배한다. 이것 말고는 다른 무엇으로 문 대통령의 인사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국가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이 터널 현상에 빠져 있으면 그 어떠한 합리적인 판단도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 국정 운영은 더 혼돈에 빠질 것이다.문 대통령의 불행은 자신의 터널 현상을 완화시켜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주변에 여론과 국민 정서에 합치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조언해 주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청와대 비서진이나 장관들은 대통령 심기 살피기에만 바쁘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기준 부총리 사퇴 파문이 일었던 2005년 1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요한 결정을 다 내가 했는데 참모들의 책임을 묻기가 참 난감하다. 그러나 민심이라는 게 있다.…민심을 거슬러 갈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당했다.오만과 고집불통 인사를 하는 문 대통령에게 이런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자격 미달이나 하자가 많은 특정인을 내정해 놓고 이를 합리화하려는 자의성 때문이다.인사는 만사(萬事)이다. 민간 조직이건, 정부건 일과 운영의 근본이다. 그러나 잘못하면 인사는 망사(亡事)가 된다. 국가를 망치는 망사가 된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이다.

2021-02-02 18:19:12

[시각과 전망]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전략’ 바꿔야

[시각과 전망]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전략’ 바꿔야

경북여고 출신의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여걸이다. 서울 시내 25명의 구청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라서가 아니다. 일개 구청장에 불과한 그가 추진하는 정책의 크기와 강도가 남달라서다. 야당 소속 구청장이면서 죄다 여당인 24개 구청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서울이나 타 도시, 중앙정부마저 그의 정책을 따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대표적인 것이 도심 횡단보도 그늘막(서리풀 원두막). 여름철 횡단보도 앞은 뙤약볕으로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서초구가 만들어 전국에 보급시킨 그늘막 덕분에 시민들은 한결 덜 힘들게 신호를 기다린다. 야간 보행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비신호 횡단보도 양옆에 LED 조명을 매립해 만든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경찰청이 '전국 표준 인증'을 하고 확대 보급 중이다.이렇게 서초구에서 시작해 서울과 전국으로 퍼져 나간 정책이 20개를 넘는다. 조 구청장이 '전국구 구청장'이란 별칭을 듣는 이유다.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의 정책을 이렇게 다소 과도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려운 국민의힘 후보 선출 방식 때문이다.국민의힘은 100% 여론조사만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단다. 이럴 경우 국민의힘에선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나경원‧오세훈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나‧오 두 후보는 서울시장을 했거나 출마했다가 떨어진 이력의 소유자다. 나 후보는 원내대표도 지냈다. 이 둘 외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를 원하는 6명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들이 갖고 있는 정책이나 공약은 당원과 시민들에게 어필 한 번 해보지 못 하고 사장된다.우리나라에서 서울시장은 대표적인 정치인의 위상을 갖긴 하지만 먼저 1천만 서울 시민의 수장이다. 그러려면 시민들이 인물의 적합도를 판단하게 해야 하는데 지명도에 좌우되는 여론조사로는 이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물론 정당은 당연히 이길 수 있는 인물을 후보자로 내세우는 게 맞다. 하지만 선거는 바람이다. 바람을 일으키려면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노무현이 이회창 대세론을 뒤집고 대통령이 된 것도 바람이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후보를 선출했기 때문이다.국민들은 밋밋하게 뽑힌 후보보다는 경쟁을 통해 뽑힌 후보에 몰입한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원내대표가 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미스터트롯' 방식으로 뽑겠다고 했다.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미스터트롯 경선 방식을 당 후보 선출에 도입하면 흥행이 보장되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당의 혁신을 위해 추진한 정책도 변화를 싫어하는 국민의힘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야 하는데 언제까지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밥상을 차리려는가.안철수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대충 후보를 선출한 뒤 범보수 후보를 그에게 양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수긍이 간다. 아니면 안철수라는 벽을 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경선을 해야 한다. 멋진 토론을 통해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신선한 후보가 만들어진다면 안철수는 물론 여당 후보도 이길 수 있다.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쟁도 결국 이번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과연 보수에게 미래가 있을까.

2021-01-27 05:00:00

[시각과 전망] 정인이가 분노라도 했더라면

[시각과 전망] 정인이가 분노라도 했더라면

포스텍 출신의 젊은 작가 김초엽이 2019년 발표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된 단편 '공생 가설'엔 흥미로운 소재가 등장한다.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들은 생략하고 간단히 뼈대만 말하자면, 생각을 읽어내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 속 연구자들은 이를 이용해 신생아 울음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그런데 연구자들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엄마, 아빠를 찾거나 배고픔, 불편함 등을 전달하리라고 예상했던 아기들의 울음은 도덕, 윤리, 이타성에 관한 대화로 가득했다.소설 속 표현대로 '복잡하고 심오하고 철학적인 아기들'은 실험상 오류가 아니었다. 아기들의 이런 대화는 세 살 무렵부터 줄어들어서 일곱 살 전후로 사라졌다. 연구진이 추론한 원인은 외계에서 온 지적 생명체였다. 까마득히 먼 우주의 한 행성, 지금은 폭발로 사라진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이 아기들의 뇌에 머물다가 일곱 살 무렵이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제목 그대로 '공생 가설'이다. 짧게 줄이다 보니 허무맹랑하게 들리겠지만 소설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감정과 마음, 사랑, 이타심을 토론하는 갓난아기들. 아니라는 증거도 없지 않은가.2019년 6월 10일 한 아기가 몸무게 3.6㎏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하지만 그 아기는 세상에 겨우 472일 머물고는 2020년 10월 13일 떠나고 말았다. 온몸에 멍이 들고 뼈가 부러진 채로 췌장이 찢어져 숨을 거둔 아기, 바로 정인이다. 복숭앗빛으로 뽀얗고 통통했던 정인이는 무려 7개월가량 표현하기도 끔찍한 폭력 속에 까맣게 말라 갔고, 끝내 우리 곁을 떠났다. 한 법의학자는 "아파서 못 울 정도로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렸다"고 했다. 정인이의 양모 장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공소장에는 '사망 당일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 것에 격분한 장 씨가 팔을 잡아 돌려 탈골시킨 뒤 발로 복부를 여러 차례 밟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적혀 있다. 글로 옮기기조차 손 떨릴 정도다.소설처럼 생각을 읽어내는 기계가 있다면, 정인이는 뭐라고 했을까. 사랑과 이타심을 논하던 외계 생명체가 정인이와 함께 있었다면, 울음조차 틀어막는 극한의 고통 속에 무슨 말을 건네고 싶었을까. 양모 장 씨를 향한 원망과 미움 가득한 말들을 쏟아냈다면 우리 마음이 손톱만큼은 편하리라. 이유조차 모를 학대에 분노라도 했다면 씁쓸하나마 가슴 시린 위로를 삼으리라. 하지만 정인이는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까지도 그럴 줄 몰랐을 것만 같다. 원망과 미움, 분노와 저주는 마지막까지도 생각조차 안 했을 것만 같다. 정인이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울음으로 말을 건넸던 유일한 엄마였기에.양모 장 씨를 향한 세상의 격노가 마땅한 처벌을 요구하는 돌팔매로 그치지 않고 무고한 죽음을 막으려는 굳건한 어깨동무가 되기 바란다.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해 입양을 취소하거나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꾸는 방식으로 아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실수이기 바란다. 양모 장 씨가 다른 아기를 데려왔다면 죽이지 않았을 거란 뜻인가. 양모 장 씨와 정인이가 서로 맞지 않아 비극이 벌어졌다는 말인가. 설마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궤변에 가까운 청와대의 해명을 듣고 있자면 이런 작은 기대마저 무색할 정도다. 어른들에게 생각을 읽어내는 기계가 필요 없는 이유는 말을 할 줄 알기 때문이다. 말은 곧 생각이다.

2021-01-20 05:00:00

[시각과 전망]  ‘고무줄 방역 지침’ 모두에게 도움 안 된다

[시각과 전망] ‘고무줄 방역 지침’ 모두에게 도움 안 된다

정부가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코로나19 방역 대책 차원에서 내렸던 영업 금지 조치를 최근 완화했다. 이용 대상을 아동과 청소년으로 한정하고 동시간대 사용 인원을 9명 이내로 하는 조건을 달았다.이는 전국의 헬스장 등 종사자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방역 당국의 영업 제한 조치에 '불복'하는 잇따른 시위에 떠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실내체육업계는 집합금지명령이 부당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계속 맞서고 있다.정부는 앞서 지난 3일까지였던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치를 오는 17일까지 2주 연장하면서 스키장 등 겨울 스포츠 업종과 태권도·발레학원 등 일부 시설에 대해서만 영업 제한 조치를 풀어 줘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당국은 "이번 조치로 '일부는 되고, 비슷한 다른 체육 교습은 안 된다'는 형평성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방역의 일관되고 명확한 기준 없이 땜질식으로 발표해 혼란을 자초했다.지난해 8월, 고위험 시설 지정으로 문을 닫았던 PC방. 업주들은 "얼굴 마주 보고 차 마시며 대화하는 카페도 문을 여는데, 왜 앞만 보고 게임하는 PC방을 막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한 달 뒤 PC방은 영업할 수 있었고, 자리에서 식사까지 가능해졌다.밤 9시까지인 학원의 교습도 저절로 얻어진 게 아니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PC방과 영화관은 문을 열어 주면서 왜 학원에는 가혹한 잣대를 적용하느냐"고 집단 반발한 '덕분'이다.이젠 실내에서 앉아 차를 마시지 못하는 카페 업계로도 불만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빵을 파는 베이커리 카페는 차를 마실 수 있는데, 커피숍은 포장만 허용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단체 행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강경하게 대응하는 업종은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전례가 있으니 가만히 당하지 않겠다는 것. 자영업자들의 반발하는 상황이 거세다 보니 정부는 17일부터 수도권 지역 헬스장, 노래방 등에 대해서도 영업 재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고무줄' 방역 지침과 '우는 놈 떡 하나 더 주기'식의 달래기 행정에 대한 불신은 이미 깊게 드리워져 있다. 당국은 자영업자들의 형평성과 방역 수칙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말은 하지만, 일관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뒷북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제시한 방역 기준마저 허물어 버리면서 자영업자에게 영업 제한을 강요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없는 탁상행정으로 정부의 권위조차 스스로 차버린 꼴이다.하루 확진자가 1천 명대로 늘어났다가 500명대로 조금 수그러드니 정부는 3차 유행이 꺾였다고 거리두기 조정안을 예고한다. 집합금지 업종 영업 재개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곧 코로나 사태가 끝날 것 같은 '희망 고문'은 업계의 불만 해소와 방역적 측면 모두에 부합하지 않는다.이러다가 확산이 다시 늘면 또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국민들의 자기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풀었다가 소고기값만 올려 놓고, 내수 진작을 위해 소비 쿠폰을 발행한다느니 해서 호들갑을 떨다가 2차 대유행을 맞은 기억을 잊었나.소상공인에 대한 3차 지원금이 다 나가기도 전에 전 국민 대상 '현금 뿌리기'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다. 여론을 떠보기 위한 연기를 피우고 있다. 그럴 돈이면 어쩔 수 없이 영업 제한을 당한 업종에 대해 버팀목 자금을 지속적으로 풀어 그들의 눈물을 먼저 닦아줘야 한다.

2021-01-12 15:30:24

[시각과 전망] 문 정권의 20가지 대국민 약속위반

[시각과 전망] 문 정권의 20가지 대국민 약속위반

차기 대통령 선거일은 내년 3월 9일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일할 기간은 불과 1년여다. 그러나 새해 들면서 레임덕(Lame Duck), 권력 누수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측근 비리에다 인사 실패로 국정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정 철학과 운영 방향을 밝혔다. 국민들은 어느 대통령보다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문 정권의 공과(功過)를 취임사로 들여다보자.'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1). 지난 대선에서 당시 문 후보는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도 고립되어 있다며 광화문에 집무실을 두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아무런 해명도 없이 공약을 저버렸다.'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2).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3). '때로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4).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은커녕 조국‧추미애 사태, 윤석열 찍어내기,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굵직한 현안이 생겨도 뒤로 숨기에 바빴지 직접 브리핑은 없었다. 작년 수백만 명이 모인 우파 진영의 시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나누겠다'(5).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6). 여당은 청와대 하명만 받드는 거수기였고,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려던 검찰 해체를 시도했다.'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7),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8), 문 정부는 친중 행보를 보이며 한미동맹을 남북 관계의 걸림돌로 여기는 외교·국방 정책을 펼쳤다. 북핵은 진척이 없고 외교·국방·경제 문제에서 우방국들과 갈등만 빚었다.'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9),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10). 문 대통령은 좌파적 이념을 바탕에 둔 인사들만 골라 썼다. 적재적소가 아닌 반시장적 인사들만 주로 기용했다.'일자리를 가장 먼저 챙기겠다'(11). '문 정부하에서는 정경유착이 사라질 것이다'(12), 문 정부는 질 높은 일자리보다는 일용직, 공공근로성 일자리만 늘렸다. 또 라임펀드 사태에서 보듯 어느 정권보다 권력형 비리가 많았다.'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겠다'(13). 여권은 과거사 논쟁 등 프레임 전쟁을 일으켜 계층별로, 지역별로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차별 없는 세상,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14).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15). 조국, 추미애 등 정권 내부 인사들이 먼저 반칙과 특권을 일삼아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겼다.'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 치지 않겠다'(16).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하겠다'(17),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18). 문 대통령은 최근 TV에 나와 '2050년 탄소 0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여당의 싱크탱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문 정부는 또 자기 진영에 유리한 여론만 차용했다.'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살피겠다'(19). 계층 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고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20). 문 정부에선 여론·포퓰리즘 정치, 적과 아군을 확실히 구분하는 정치만 있었다. 이 같은 국민과의 약속 위반으로 문 정권이 유일하게 지킨 약속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2021-01-05 18:32:23

[시각과 전망] 윤석열 총장과 보수·검찰의 딜레마

[시각과 전망] 윤석열 총장과 보수·검찰의 딜레마

윤석열 검찰총장의 기세가 무섭다. 정권의 윤 총장 찍어내기(검찰총장 정직 2개월)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지난 24일 이후 더욱 그렇다.윤 총장은 '편파적이고 무리하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대대적으로 감행한 조국‧정경심 가족 수사에서 일단 완승을 거뒀다. 1심은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기소 내용을 거의 인정하며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켰다. 조국·정겸심 지지자들은 허파가 뒤집히겠지만 윤 총장 지지자들은 한껏 고무된 상태다.일련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진보 성향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며칠 전 의뢰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도 윤 총장은 오차범위를 넘어선 1위에 올랐다.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윤 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검찰이 정권의 가장 아픈 부분인 원전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권의 거친 대응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터. 이 때문에 윤 총장과 검찰은 대통령과 거대 정권에 맞서는 투사로, 더욱더 이슈의 중심에 설 것이 확실시된다.여기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윤 총장이 정치에 관한 한 거의 블랙홀이 돼 있는 이 모습을.현재 보수의 눈길은 윤 총장에게 집중돼 있다.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윤 총장에게서 희망을 본다. 현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은 살아 있는 권력과 거침없이 맞짱 뜨는 그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그런데 작금의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을 제외한 보수 후보는 거의 지리멸렬 수준이다. 보수 진영에서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은 윤 총장으로 인해 지지율이 올라갈 기회를 상실해 버렸다. 윤 총장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현 정권 외에 보수에도 있는 셈이다. 이들은 윤 총장을 공개적으로는 지지하지만 내심 상당한 불만을 토로한다.윤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명예 회복을 한 윤 총장에게 이쯤에서 제안하고 싶다. 정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정치를 하지 않을 윤 총장이 지금처럼 보수의 중심에 버티고 선 건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희망 고문이다. 당장은 열화 같은 성원을 받고 있지만 그가 퇴장한 뒤의 보수는 대오를 정비할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상대 진영은 두세 명의 후보가 견고한 지지율을 갖고 국민들 속으로 파고드는데 보수는 싹도 틔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만약 그가 임기를 끝낸 후에 지금의 지지율을 믿고 대권 경쟁에 뛰어들 생각을 한다면 오산이다. 그때는 국정 운영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을 할 시간이 엄청나게 부족하다. 그러니 대권 도전에 나서려면 자신을 위해서나, 보수를 위해서나 임기를 마친 이후가 아닌 그 전에 하는 것이 맞다.사족 하나 더. 윤 총장의 조직에 대한 충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검찰은 지금 최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 정권은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을 반쪽짜리로 만들어 버리려 한다. 공수처 출범과는 별개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을 집중 지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검찰 내부도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려 한다. 검찰을 약화시킬 수만 있다면 뭐든 하려고 한다. 윤 총장과 정권의 대립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윤 총장이 그토록 아끼는 검찰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검찰 구성원도 많다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끝까지 파헤치는 검찰의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윤 총장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2020-12-30 05:00:00

[시각과 전망] 아프리카 수준 전락한 코로나 백신 확보

[시각과 전망] 아프리카 수준 전락한 코로나 백신 확보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긴 터널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부의 방역 역량을 믿어 달라"고 말한 지 나흘 만에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천 명이 넘는 최다 기록을 깼다. 방역 당국조차 앞으로 신기록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정부는 그동안 'K방역' 홍보에만 열 올리다 위기를 맞게 되면 "엄중한 상황"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국민들의 경각심에 호소해 왔다. 확진자 1천 명대를 맞자 대통령이 10개월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그저께 나온 구체적인 대책이라고 해봐야 2025년까지 지방 공공병원 20개가량 만들어 병상 5천 개를 확충하겠다는 것이었다.곧 종식된다는 상황 인식도 가볍지만, '불났는데 소방서 짓겠다'는 식으로 지금의 위기에서 5년 뒤 계획을 말하는 것은 정말 몰염치스럽다. 스스로 '양치기 소년'이 된 정부 아래, 우리 국민들은 그야말로 각자도생(各自圖生) 입장에서 방역을 떠맡게 됐다.주요 선진국들이 대통령까지 나서 사활을 걸고 있는 백신 확보는 또 어떠한가? 의료계 및 전문가들이 지난 8월부터 백신을 선구매해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느긋하거나 허우적거려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평가다.정부가 지난 8일에야 공개한 코로나19 예방 백신 확보량은 모두 4천400만 명분. 내년 2, 3월쯤 한국에 들어오며, 일반인 접종은 내년 하반기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정식 계약을 완료했고, 화이자와 존슨앤존슨-얀센(구매 확정서)과 모더나(공급 확약서)와는 구매 물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1천만 명분을 제외한 나머지 제약사와는 실제 도입으로 연결될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이들과 맺은) 구매 확정서와 공급 확약서는 인터넷 쇼핑몰의 '장바구니 담기'와 같아 재고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며 "화이자와 모더나에는 내년 말까지 한국에 줄 물량이 남아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세계 각국이 '백신 전쟁'에 목을 매고 있어 1년치 이상 계약이 밀린 상황이란 것. 남의 사정 봐줄 수 없다는 뜻이다.그동안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있어 안전성과 효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이 또한 작금의 백신 도입 상황을 봤을 때 변명으로 여겨진다. 겨우 붙잡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재 임상 3상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뢰를 잃어 연내 승인이 어렵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온다.정부 말대로 백신 안전성을 따지려면 가능성이 높은 백신을 빨리, 많이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했다. 선진국들이 다양한 제약사들의 백신을 입도선매한 것도 그 이유다. 선택지가 많아야 중대한 부작용이 나와도 차선을 고를 수 있다. 접종할 백신이 준비된 상황에서 안 맞는 것과 없어서 못 맞는 것은 국가 역량의 차이로 귀결된다.지난 8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한 영국에 이어 미국과 캐나다도 14일 접종이 시작됐다.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쿠웨이트도 화이자 백신 긴급 사용을 승인했고 싱가포르도 이달 접종 예정이다.영미권, 유럽을 차치하고도 일본은 2억9천만 회, 인도 15억 회, 홍콩도 전체 인구의 2배에 해당하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백신이라도 있다.최악의 경우 우리가 맺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차질이 생긴다면, 인도주의 차원에서 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1천만 명분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졸지에 아프리카 빈국(貧國)들과 같은 처지가 된다.

2020-12-15 14: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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