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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총선과 환국

[야고부] 총선과 환국

조선 19대 왕 숙종이 임금에 올랐을 때 집권 세력은 남인(南人)이었다. 남인의 영수이자 영의정인 허적의 집에서 조부를 위한 연시연(延諡宴·시호를 받은 데 대한 잔치)이 열렸다. 비가 오자 숙종은 궁중에서 쓰는 용봉차일(龍鳳遮日·기름을 칠해 물이 새지 않도록 만든 천막)을 보내줄 것을 명했지만 벌써 허적이 가져간 뒤였다. 노한 숙종은 허적 등 남인을 역모로 몰아 내쫓고 조정 요직을 서인(西人)으로 싹 바꿨다. 1680년 경신환국이다.숙종은 왕권 강화 수단으로 환국(換局)을 적극 활용했다. 장희빈과 관련한 환국도 일어났다. 환국은 글자 그대로 국면을 전환하는 것이다. 남인과 서인의 교차 집권을 가능케 했던 환국은 숙종이 허수아비가 아닌 제왕으로서의 정국 주도권을 잡아나간 고단수의 정치 행위였다.환국은 선거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환국을 행사한 주체가 임금, 선거를 하는 주체가 국민이란 점이 다를 뿐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심판이란 점에서는 닮았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후 70여 년 동안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권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매섭게 응징했다. 오만·부패·무능한 정권은 어김없이 선거에서 국민의 냉혹한 심판을 받았다.코로나19 사태가 블랙홀이 돼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들을 빨아들였지만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심판이라는 총선 본질은 변함이 없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반(反)기업·친노조 정책들과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의혹, 검찰 학살, 코로나 사태 대응 등 문 정권의 3년 국정에 대해 국민이 성적을 매기는 것이 이번 총선이다.허적은 허락도 없이 임금이 사용하는 천막을 가져가 썼다가 자신은 물론 남인 전체가 몰락했다. 왕의 역린(逆鱗)을 건드려 화를 당한 것이다. 촛불로 태어났다는 문 정권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을 넘어 국민을 개·돼지 취급해 분노를 샀다. 허적의 잘못은 새 발의 피도 안 된다. 며칠 후 총선에서 국민은 2020년 경자환국을 할지, 아니면 집권 세력에 다시 힘을 실어줄지…. 이 나라의 운명이 달린 총선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2020-04-10 18:38:16

[야고부] 첨단의 덫

[야고부] 첨단의 덫

커비 딕 감독의 '더 블리딩 에지'(The Bleeding Edge)는 4천억달러 규모의 세계 의료기기 산업의 문제점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8년 '넷플릭스'에 처음 공개된 화제작인데 '블리딩 에지'는 영어로 '최첨단'의 뜻으로 국내에는 '첨단 의학의 덫'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됐다.이 영화는 바이엘, 존슨앤존슨 등 세계 유수 의료기업이 인공 고관절, 로봇수술기기, 나팔관 이식용 피임기 등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해 판매하면서 과연 환자의 안전과 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그 뒤를 밟는다. 그 결과 의료기기 허가와 시판 과정에서 불거지는 갖가지 편법과 데이터 조작, 규제의 허점 등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기관과 정치인 로비 등 검은 커넥션도 빠지지 않는다.무엇보다 이 영화는 '첨단'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해 환자는 물론 의료진의 눈마저 현혹하는 첨단 의료기기 시장의 실태와 심각한 부작용을 고발한다. 수익에 눈이 먼 의료기업과 '첨단 만능'에 빠진 선진사회의 무지에 대한 경각심도 환기시킨다. 소위 기술 선진국과 첨단 의료기업들이 초래한 현대 의료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되짚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울림이 큰 작품이다.코로나19 사태로 선진국의 부실한 의료체계와 허약한 의료 역량 등 허점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신뢰할 만한 방역체계나 정책, 질병 대응력은 차치하고라도 인공호흡기나 진단키트, 방호복, 마스크 등 의료 장비와 용품이 부족해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서구에서 끊이지 않는 '마스크 착용' 논란은 문화적 요인도 있지만 마스크 제조 역량 부재가 근본 배경이다. 부족한 마스크 때문에 국제 약탈전까지 벌이는 상황은 소위 선진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지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그동안 중국에 너무 많이 의존했다"고 토로한 것도 첨단만 추종하고 기초 제조 역량을 도외시한 서구 사회의 실정을 대변하는 발언이다. 이런 혼란에서도 그나마 한국이 잘 버티는 이유도 제조력의 힘 때문이다. 필요한 물건을 적기에 만들고 그 뿌리를 유지해온 결과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키트 외교'나 마스크 선심도 바로 제조력이 준 여유다.

2020-04-10 06:30:00

[야고부] 코로나 방역 모범국

[야고부] 코로나 방역 모범국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 전염병 대응에서 '모범국가'로 떠오른 대만이 국제사회에 다각적인 방역 노력을 전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Time)지도 북미와 유럽이 본받아야 할 코로나 방역 모범국가로 대만과 함께 싱가포르와 홍콩을 제시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중화문화권으로 대다수 국민이 중국 혈통이다. 특히 대만은 중국과의 항공 노선이 한 달에 5천700여 회에 달했다.대륙과의 거리도 130㎞에 불과하다. 인구 2천300만 명 중 85만 명이 중국 본토에 살고 있다. 중국 내 일자리가 400만 개에 달했다. 전체 수출 규모의 30%를 중국이 차지한다. 중국의 견제로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 지위도 얻지 못했다. 우한(武漢)에서 코로나가 발병했을 때 가장 위태로운 나라였다. 그런데 현재 코로나 '확진자 355명, 사망자 5명'에 마스크 수출국이다. 각급 학교들도 개학을 했다. 프로야구 리그 개막전도 열린다.대만과 싱가포르는 지난 2월 초 중국발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그리고 의료용 마스크 수출을 금지했다. 대만은 존스홉킨스대 방역학 박사인 부총통과 의과대학을 졸업한 위생복리부장이 방역을 지휘했다. 우리는 국민연금 전문가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했다.중국을 제외한 코로나 최대 감염국인 이탈리아와 이란도 초기에 중국발 입국 금지를 취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전직 질병관리본부장은 "국가 방역을 전문가가 주도하느냐, 정치꾼이 주도하느냐의 차이가 대만과 한국의 차이"라고 꼬집었다. 우리의 사후 방역이나마 국제적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두가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성숙한 대응 그리고 민간의 아이디어와 혁신의 결과였다.그래도 정부는 "문 활짝 열어 놓고 이만큼 바이러스 잘 막는 나라 있으면 나와보라"며 자화자찬이 늘어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쓴 여행 에세이 '유럽도시기행'에 이런 내용의 글이 있다. '전염병이 창궐한다는 뉴스가 들리면 그 지역의 국가조직 자체가 붕괴했거나, 아니면 지극히 무능하거나, 사악하거나 또는 둘 모두인 자들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가 의심해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2020-04-08 06:30:00

[야고부] 혜성과 바이러스

[야고부] 혜성과 바이러스

살다 보니 코로나19 발원지가 '우주'라는 황당 주장까지 본다. 최근 일부 중국 언론은 "지난해 10월 중국 상공에서 폭발한 운석이 추락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져온 것일 수 있다"는 기사를 냈다. 혹세무민도 정도껏인데, 빌미가 된 것은 영국 웨일즈대학의 위크라마싱헤 교수다. 그는 지난달 18일 "지구 가까이 지나는 혜성의 우주먼지에 독감 바이러스나 DNA 분자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혜성은 긴 타원형 궤도로 태양을 공전하는 천체다. 최근의 잇따른 탐사 결과 혜성에는 물과 무기물, 유기물질 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지구의 생명체가 혜성에 실려서 유입됐다는 이론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해도 한 학자의 원론적 주장을 끌어다가 코로나19 책임을 혜성 탓으로 돌리는 중국의 태도에 말문이 막힌다.요즘 사람들이야 혜성이 다가오면 천문쇼를 보게 됐다며 열광하지만 예전에는 안 그랬다. 옛사람들은 신이 지상의 인류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 혜성을 보낸다고 믿었다. 특히나 낮에도 보일 정도로 밝은 혜성의 등장은 자연재해, 전쟁, 기근, 역병의 징조였다.옛사람들이 봤다면 공포에 질릴 만큼 밝은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고 있다. 아틀라스(ATLAS)라고 이름 붙여진 혜성이다. 공전 주기가 6천 년으로, 6천 년 만에 다가오는 진객(珍客)이다. 현재 지구-화성 궤도 사이에 있는데 5월 23일 지구에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다가오고 5월 31일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가 태양계 외곽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아틀라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계산대로라면 5월 중순 이후 -5등급까지 밝아진다. -7~-9등급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지금 밤하늘에서 압도적으로 빛나는 금성의 밝기가 -2.5등급이란 점을 감안하면 아틀라스 혜성은 초승달 밝기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4월 하순쯤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북쪽 하늘에서 길게 꼬리를 늘어뜨린 녹색빛의 아틀라스 혜성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5월 하순쯤에는 낮에도 보일 정도로 밝아진다. 별똥별(유성)을 보면서 그러듯이 이참에 아틀라스 혜성을 보면서 소원을 빌어보는 것이 어떨까. 코로나19로 비롯된 지구촌 근심 걱정 좀 가져가라고.

2020-04-07 06:30:00

[야고부] 文정권과 음수사원

[야고부] 文정권과 음수사원

'국민을 지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4·15 총선 슬로건이다. 코로나 방역 및 경제 충격 최소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잘한 것이라고는 뭣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자 코로나를 선거판에 끌어들였다. 여기엔 코로나에 대한 정부 대응이 성공적이란 자평(自評)도 전제돼 있다.문 정권은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자화자찬하지만 대만과 비교하면 참담하다. 한국 확진자는 대만의 30배, 사망자는 35배에 달한다. 대만은 중국발 입국 전면 금지 조치 등으로 세계적인 모범 국가가 됐다. 이탈리아 등 코로나로 초토화된 나라들과 비교해서는 한국이 '선방'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 역시 정부 공(功)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국민, 의료진의 사투, 잘 갖춰진 의료 인프라가 원동력이다.한국처럼 건강보험 형태로 의료 서비스가 이뤄지고, 공공과 민간이 경쟁하는 의료제도가 있는 나라는 상대적으로 코로나에 잘 대처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 주역인 국민건강보험은 역대 정권이 노력한 결과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77년부터 500인 이상 사업장에 의료보험이 시행됐고 노태우 정권 때인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달성됐다. 김대중 정권 때인 2000년에 의료보험이 완전 통합돼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출범했다.정부·여당이 141조원이나 되는 코로나 사태 대처 돈 풀기 정책 패키지를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로부터 넉넉한 나라 곳간을 물려받은 덕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했지만 실제론 담뱃세율을 올리고, 연말정산 방식을 바꾸는 등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힘을 썼다. 청와대 대변인이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며 나라 곳간을 들먹일 수 있는 것도 앞선 정권들이 국가 부채비율을 마지노선인 40%로 힘겹게 고수한 덕택이었다.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하라고 했다. 문 정권 사람들은 우물의 물을 실컷 마시면서도 우물을 판 사람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마구 침을 뱉고 있다. 코로나에 그나마 잘 대처하는 것은 70여 년간 쌓아온 국가 역량 덕분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착각하는 문 정권만 외면한 채 자기 자랑에 열을 올릴 뿐이다.

2020-04-06 06:30:00

[야고부] 코로나 실업

[야고부] 코로나 실업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665만 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셋째, 넷째 주 2주간 신청 건수를 합하면 모두 995만 건에 이르는데 이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6개월간의 신청 건수와 맞먹는 규모다.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1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수가 전월 대비 13만7천 명 감소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3월 고용지표로, 2월보다 훨씬 더 나쁠 것이라는 점이다.실직은 단순히 통계로만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를 잃은 서민층과 사회적 약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유명한 어느 미국 팝 가수는 "코로나가 우리를 평등하게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이는 물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코로나 사태가 노출한 사회 불평등의 현실은 상상 이상이다. 인구 13억8천만 인도의 경우 3주간 국가봉쇄령으로 경제 활동이 완전히 끊기면서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하지만 위기 때마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선한 의지가 작동하는 게 세상사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코로나 사태로 시즌 개막이 연기돼 생계가 곤란해진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0명 전원에게 1천달러(약 123만원)씩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또 매주 지급되는 자신의 식비(meal money) 1천100달러를 유망주 후배에게 양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고액 연봉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추신수는 코로나 피해가 큰 대구시에도 2억원을 기부했다.대구 수성문화재단의 지역 예술인 '기 살리기' 대책도 눈길을 끈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공연 활동이 중단돼 예술인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재단 측은 올해 계약한 기획공연 출연자들에게 공연료 70%를 선지급하기로 했다. 또 전시 일정에 차질을 빚은 작가들과 문화강좌 강사진도 피해가 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코로나 재난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인간의 선한 면모를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매우 값진 수확이다.

2020-04-03 18:45:56

[야고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야고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좌파의 천둥이 번개로 바뀌었다. 오늘 유일하게 정지 동작으로 볼 만한 장면이 있다면, 사람들이 처음 결과를 들었을 때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일 것이다." 1945년 7월 5일 실시돼 26일 개표 완료된 영국 총선 결과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응을 맨체스터 가디언(현재 가디언)은 이렇게 전했다. 총선에서 노동당은 393석을 얻어 단독 내각을 구성하게 된 반면 보수당은 213석을 얻는데 그쳤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영국을 구한 처칠의 실각이었다.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참패였다. 여론조사에서 보수당 지지율은 최고 83%, 가장 저조(?)할 때조차도 78%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노동당조차도 승리에 어리둥절해 했다. 맨체스터 가디언이 전하는 노동당 당수 클레멘트 애틀리의 반응은 이를 잘 보여준다. "애틀리는 차분하고 신중했다. 다소 피곤해 보이기까지 했다."보수당 지지자들은 당혹을 넘어 배신감마저 들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위대한 인물에 대한 배은망덕이란 것이다. 그러나 '배은망덕'은 예정된 것이었다. 영국 국민은 전시에는 처칠의 '전쟁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전후에는 복구와 새로운 사회 건설에 요구되는 '전후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처칠은 복지국가로 나아가되 천천히 가야 한다고 했는데 영국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처칠은 이런 변화의 저류(底流)를 보지 못했다. 이게 패배의 원인이었다. 정보 장교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 학장을 지낸 노엘 애넌의 회고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노동당에 투표했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썼다. "처칠을 숭배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처칠이 전후 국가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분위기는 너무도 가라앉아 있다. 우한 코로나가 선거 이슈를 삼켜버린 때문이다. 그래서 이대로라면 총선 결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다시 경험하기를 원치 않는 국민의 희망과 어긋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시적인 흐름은 분명히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처칠의 패배는 이런 가시적 흐름에 시야(視野)를 빼앗기지 말 것을 경고한다. 처칠의 패배를 불러온 저류가 지금 이 나라에도 패연(沛然)하기를 소망한다.

2020-04-03 06:30:00

[야고부] 동네북 정책, 호구의 나라

[야고부] 동네북 정책, 호구의 나라

중국 한나라 말기의 지방 제후였던 원술(袁術)에 대해 역사서 '삼국지'는 물론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도 무능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명문 집안의 장손으로 안팎의 평판 관리만 잘했어도 혼란한 시국을 평정하고 유비나 조조를 능가하는 위인이 될 수 있었겠지만, 출신 배경을 내세워 영웅의 자리만 탐낸 소인배였기 때문이다.원술은 동탁을 토벌하기 위한 연합군 전선에서 이복 형제인 원소와 불화한 것을 비롯해 조조, 손책, 여포, 유비 등 당대의 실력자들과 모두 원수가 되고 말았다. 대의보다는 사익을 좇으며 늘 탐욕과 의심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인재를 포용하며 주변과 협력하는 기회를 저버린 원술은 결국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동네북으로 전락하며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일본 전국시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었던 이시다 미쓰나리는 도요토미의 대리인 행세로 여러 무장들과 대립하며 분열을 일으켰다. 도요토미 사후에는 서쪽의 영주들을 규합해 도쿠가와 세력과 맞서다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우군의 배반으로 패배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물이다. 이시다는 도요토미 가문의 충신이었지만 망신(亡臣)이기도 했다.오지랖 넓은 언행과 쓸데없는 전쟁 유발로 도요토미 시대의 종말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오만한 행보가 반목을 낳고 배신을 부르며 자신과 정권을 호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대외 정책을 두고 '동네북'이란 안팎의 비아냥이 많았다. 중국의 안하무인은 물론 북한의 도발과 막말에도 대꾸 한마디 못하는 모습이 그랬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과 일본의 경제 보복을 초래한 가운데 최우방인 미국의 냉대까지 받게 된 처지도 그렇다.코로나 사태에서 동네북 신세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의료계의 충고를 묵살한 채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가 코로나 감염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우리 국민을 세계인들의 기피 대상으로 만들었다. '코리아 포비아'를 자초한 것이다. 그래도 '어려울 때 친구' 어쩌구 오지랖을 떨다가 중국의 입국 봉쇄라는 뒤통수를 맞았다. 그것도 모자라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비와 진료비는 물론 자가격리 비용까지 대주는 최고 호구의 나라가 되었다.

2020-04-02 06:30:00

[야고부] 그들, 신줏단지인가

[야고부] 그들, 신줏단지인가

"집 앞을 흐르는 내(川)가 넘치자…조상의 신주를 모신 사당의 감실 등 최소한의 필수 물품만 갖고 피난에 나섰다…등에 아기를 업고 가슴에는 감실을 안은 종부는 갈수록 거세어지는 물살 속에서 신주를 놓칠까 바짝 감실을 끌어안는 순간 등에 업은 아이가 물에 휩쓸렸다…."불과 100년 전인 1920년 홍수로 경북의 어느 문중 종부가 겪은 사연이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다. 신주는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겼기에 어린아이와 바꿔야만 했다. 종부에게 집안 신주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운명과도 같았기에 그럴 만했으리라.한때 사회에 회자되던 '신주(神主) 모시듯 한다'거나 '신줏단지'에서처럼 신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대상을 흔히 일컫는다. 조상의 영혼을 모신 신주는 선조를 숭상하는 정신이 깃든 상징물이었다. 그랬기에, 특히 조선에서는 신주는 더욱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였다.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변형된 '신주 모시기'와도 같은 행태가 없어지지 않고 도지는 듯하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대구경북에서 특정 정치 세력과 무리를 떠받드는 행태가 그렇다.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면서 단지 특정 정파의 깃발만 나부끼면 몰표를 아끼지 않는다.그래도 뒷사람이 기리며 슬픔과 아픔을 공감하는, 한 종부의 운명적인 신주 감싼 사연과 달리 지금 대구경북의 엉뚱한 신주 모시기는 제대로 된 평가나 대접도 받지 못함에도 일방적이고 변하지 않으니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공천에서 되풀이되는 대구경북 민심 뭉개기는 자초한 셈이나 다름없다.4·15 총선에서도 무원칙·불공정 공천은 여전했다. 그래선지 지난 2004년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당과 제1야당은 대구 12곳, 경북 13곳 전 지역에 후보를 내는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벌이 꿀 따러 꽃을 찾듯, 경쟁력 갖춘 인물이 대구경북에 몰리게 제대로 한 표를 던질 절호의 기회이다.당의 깃발 색깔만 보고 몰표를 던지며, 신줏단지처럼 여긴 정파를 이제는 사라지게 할 때다. 지킬 만한 가치가 없다면, 그들을 더 이상 대구경북의 신줏단지로 둘 수는 없다. 그들을 오랜 세월 신주처럼 받든 동안, 대구경북은 과연 어땠는지 살필 때다. 나날이 고향을 등지는 젊은이와 늘어나는 한숨 그리고….

2020-04-01 06:30:00

[야고부] 파리 증후군

[야고부] 파리 증후군

'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이라는 병명이 있다. 부푼 꿈을 안고 찾은 '낭만의 도시' 파리의 실제 모습이 너무 더럽고 사람들이 불친절해 정신적 균형 감각이 붕괴되고 우울증에 가까운 증세를 겪는 것을 말한다. 해마다 10명 이상의 일본 여성이 이 증후군에 걸리는 바람에 프랑스 주재 일본 대사관이 24시간 핫라인을 열어두고 의료진을 대기시킨다고 하니 호사가들이 웃자고 하는 소리는 아닌 듯하다.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구미 각국의 대응을 보니 소위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 파리 증후군 앓듯 깨질 지경이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가 실은 '코로나바이러스는 프랑스의 퇴보를 보여준다'는 칼럼을 보자. 내용은 대충 이렇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프랑스 사회의 전략적 취약함을 보여준다. 왜 우리는 한국처럼 방역하지 못하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오늘날 선진국이다. 반대로 프랑스는 더 이상 아니다. GDP의 환상을 걷어내면 우리는 사실 더 가난해졌다.'수천 년간 전염병과 전쟁을 치르면서 인류는 많은 지식과 대응 매뉴얼을 축적해 놓은 것 같지만 요즘 상황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소 5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100년 전 스페인독감의 전철은 차치하고서라도 올 들어 중국과 한국이 겪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지고 봤다.치사율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독감보다 치사율이 좀 높다는데 난리법석 떨 이유 있나?' 인류의 60~70%가 감염되면 '집단면역'이 생길 것이라는 위정자도 있었다. 말이야 맞다. 하지만 이보다 잔인한 발상도 없다. 집단면역을 믿고 세계가 바이러스 방역에 완전히 손을 놓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세계 인구의 70%인 50억 명이 감염되고 치사율이 5%라면 사망자만 2억5천만 명이다. 노령자와 기저질환자들이 주로 희생될 텐데 이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다. 인류는 이런 재난을 감당할 수 있는가?GDP가 높다 한들 사람 생명 귀히 여기지 않으면 야만 사회다. 늦었지만 선진국들이 한국식 방역 모델을 앞다퉈 도입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인류가 힘을 모아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기를 고대한다.

2020-03-31 06:30:00

[야고부] 심리 방역

[야고부] 심리 방역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며 일상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현상 중 하나가 낯선 외래 용어다. 전 세계적 유행병을 의미하는 '팬데믹'에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나 감금을 뜻하는 록다운(Lock down), 패닉 바잉(사재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웃브레이크(대발생)나 클러스터(집단감염), 오버슈트(폭발적 감염)와 같은 용어도 신문방송에 자주 오르내린다.이슈에 빠르게 적응하는 젊은 층은 이런 영어 표현에 이해도가 높고 거부감도 별로 없다. 하지만 장·노년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용어 이해나 활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표현 또한 마땅치 않아 이런 용어를 접할 때마다 위화감이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일본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에 외국어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자 사용을 자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한편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용어를 상황에 맞게 바꿔 쓰는 움직임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리 정부와 언론은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치사율(致死率)로 표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치명률(致命率)로 바꿔 쓰고 있는데 '치사'의 불편한 어감도 그 이유이지만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치명률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어서다. 반면 비말(飛沫)처럼 우리말 대체가 번거로운 용어의 사례나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물리적 거리두기' 표현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있다.주목할 것은 '심리 방역'이라는 용어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등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불면증 등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에서 쓰는 표현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청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주민을 위해 공원 운동장을 자동차극장으로 바꿨는데 일종의 '심리 방역'이다.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 그 어느 지역보다 긴장도가 높고 스트레스가 큰 곳으로 치자면 대구시가 으뜸이다. 이런 중압감으로 인해 시민들의 인내심과 경계심도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느슨해지는 추세다. 아무쪼록 이런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심리 방역에도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2020-03-30 06:30:00

[야고부] 문 정권의 몰염치

[야고부] 문 정권의 몰염치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계획경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991년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의 붕괴는 이를 입증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이에크는 이를 인간 지식의 한계 문제로 설명한다. 그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벽히 알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미국 투자분석가 나심 탈레브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의미로 '블랙 스완'이라고 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화되고 이것이 대형 투자은행의 도산과 세계적 금융 공황으로 '발전'할 줄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지식의 한계가 인간의 숙명이라면 '계획'은 무용할 수밖에 없다. 계획이 작동하려면 맞는 예측을 해야 하고 그런 예측을 하려면 인간 사회에 산재한 모든 지식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계획경제는 이런 사실의 부인이다. 하이에크는 이를 '지식의 오만'이라고 했다.그러면 진정한 지식의 습득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경제 활동 참여자들이 경쟁하면서 가격이나 시장 상황에 대한 지식을 교정하거나 강화하는 '발견적 절차' 또는 '자생적 질서'에 의해 이뤄지며, 이는 '시장'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하이에크의 주장이다. 바꿔 말하면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정부는 시장과 그것을 구성하는 개인 전체보다 절대로 똑똑할 수 없다는 것이다.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민간의 우한 코로나 대응 '혁신'은 하이에크가 틀리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꼬박 하루 걸리던 검사를 6시간으로 단축시킨 진단 키트의 개발과 대량생산, 접촉 없이 진단하는 드라이브 스루, 동선 공개 등은 모두 민간에서 나왔다.외신은 이런 노력에 찬사를 보내지만,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 일색이다. 한 예로 미국 타임지는 지난 13일 한국이 확산세를 늦추긴 했지만, 초기 대응 실패와 감염 폭발로 정치적 반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한국식 방역이 세계 표준" 운운하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린다. 민간의 공을 정권의 공으로 '슬쩍'하는 몰염치다.

2020-03-27 20:37:48

[야고부] 黨의 나라, 房의 사회

[야고부] 黨의 나라, 房의 사회

우리나라 정당 이름의 내력은 점입가경이다. 시장 골목의 간판보다 재미있다. '자유' '민주' '공화' '통일' '국민' '평화' '민중'이란 용어는 이제 고전이 되었고, '나라' '누리' '우리' '미래'라는 명칭에다 '신' '새' '열린' '더불어' '대안' '비례' 등 온갖 수식어까지 난무한다. 속된 말로 장사를 제대로 못하니 애꿎은 간판만 자꾸 바꿔 다는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둔 요즈음은 더 가관이다.한마디로 자고 나면 창당이요 너도나도 정당이다.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 수가 50개에 이르고, 창당준비위원회도 30개가 넘는다. '가자환경당' '국가혁명배당금당' '기본소득당' '사이버모바일국민정책당' '자유의새벽당' '결혼미래당' '조국수호당' '억울한당'…. 범여권이 우격다짐으로 통과시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해괴한 선거법이 낳은 귀결이다. 오죽하면 민주당원들마저 일부 정당들을 일러 '듣보잡 정당' '비례잡탕당'이라 흥분했겠는가.당(黨)이 이 모양이니 방(房)도 덩달았다. 긴 세월 온돌방 문화를 보듬고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방'이란 사회적인 교유의 장이면서도 무언가 내밀한 뉘앙스를 지닌다.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그렇다. 고려시대 무신정권 시절 득세한 '중방' '도방' '정방' 등은 독재 권력의 음험한 심장부였다. 우리 현대 사회의 음양을 가장 적나라하게 대변해온 가요방과 모텔방도 그랬다. 정당이 병들수록 방들도 어두워진다.최근에 가장 악명을 떨친 방은 '박사방'이다. 유명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일명 '박사' 조주빈이 운영했던 방이다. 그는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성폭력 예방 대책에 대한 기사를 썼다. 졸업 후에는 봉사활동까지 하며 선량한 청년 행세를 했다. 그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행각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여기서 유사한 기시감(데자뷰)을 느끼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정권의 실세와 무리 중에서도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당이 일그러지면 국가가 혼란의 늪에 빠지고 사회 저변에 음습한 방들이 횡행하기 마련이다.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정치가이자 충절시인이었던 굴원(屈原)에게 한 어부가 건넨 충고처럼 '창랑에 물이 흐리니 발이나 씻으며'(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살아야 하는 세월인가.

2020-03-27 06:30:00

[야고부] 북인 흔든 세 남인

[야고부] 북인 흔든 세 남인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이 들썩였고 여진이 계속이다. 바로 이웃 동네 경남 출신의 김형오(고성), 공병호(통영), 홍준표(창녕)라는 세 남인(南人)의 여파다. 김형오는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공병호는 통합당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홍준표는 대구 수성을 출마 후보자로서 그랬다.김과 공, 두 위원장은 총선 출마 후보를 결정 짓는 책임자로서 대구경북 민심을 무시한 논란 등으로 결국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이들은 출마자 불만은 물론, 지역 민심을 분노케 한 책임도 한몫해 불명예 퇴진했다. 또 대구경북을 득표 거수기쯤 여긴 오만함으로 유권자에 심한 자괴감을 준 점은 오십보백보이다.정치인 홍준표는 김 위원장에 의해 고향인 경남에서 출마가 막히자 방향을 틀어 자신이 졸업한 중(영남중)·고교(영남고)를 배경으로 대구 진출을 선언했다. 그것도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 선거전에 돌입, 미래통합당 이인선 후보나 대구 유권자 심기를 흔들고 있다. 특히 두 위원장과 달리 그의 이야기는 진행형이다.이번처럼 특정의 이웃 경남 사람으로 대구경북이 요동을 친 적은 드물다. 경상도가 조선의 8도(道)로서 가장 큰 고을이 된 이래, 때로 경상 좌도(左道)와 우도(右道)로, 또는 남도(南道)와 북도(北道)로, 이제 경상남북도에 대구, 울산, 부산으로 나뉜 채 제 울타리에서 각자 영역을 경계로 삶을 꾸렸으니 말이다.물론 담장을 넘어 하나로 뭉친 적은 여러 차례였다. 임란 같은 국난과 조선 말기 암흑기 시절, 일본에 맞서 의병·독립 전쟁을 벌일 때 의열단 등 경상도 남북은 밀착 상대였고 지기(知己)였다. 임시정부도 경상도 대표를 뽑았고, 굳이 남과 북을 나눌 필요조차 없었다. 두 지역은 서로 통하는 연고였다. 그 삶의 출발 뿌리가 하나였던 결과였다.이런 좋은 인연의 땅이지만 위천공단, 영남권 신공항 건설 등으로 시·도 지자체 사이에 어긋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선거를 두고 이번 두 인물(위원장)처럼 이웃 동네에 자괴감과 수모를 주는 일은 없었다. 변하는 세상이라지만 이번 세 남인으로 겪는 대구경북의 경험은 왠지 착잡하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대구와의 친연성(親緣性)을 외치는 홍 후보를 내치지 않는 대구 사람이 돋보이는 요즘이다.

2020-03-26 06:30:00

[야고부] “깜짝 놀랐제”

[야고부] “깜짝 놀랐제”

김영삼(YS) 대통령이 취임 후 보름도 안 돼 하나회 출신 군부 실세인 육군참모총장·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했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하나회 숙청의 신호탄이었다. 다음 날 청와대 수석회의를 주재한 YS는 "깜짝 놀랐제"라며 득의양양했다. 이 말이 씨가 됐는지 몰라도 YS 임기 내내 국민이 깜짝 놀랄 일들이 꼬리를 물고 터졌다. 육·해·공에서 또 지하에서 계속 사고가 나 '사고공화국'이란 말까지 생겼다.YS와 부산·경남 동향인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후 국민에게 깜짝 놀랄 일들을 많이 안겨줬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남북 정상 이벤트는 국민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애초 목표한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북한의 대남 위협은 수위가 치솟은 것이 국민에겐 더 놀라운 일이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 한·미 동맹 균열 등 대외적으로도 놀랄 일들이 많았다.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의혹과 이를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정권의 겁박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탈원전,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폐해들도 빼놓을 수 없다.국민을 더 놀라게 한 것은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행태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뻔뻔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전전 정권과 야당, 심지어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고 얼토당토않은 자화자찬에 엉뚱한 트집을 잡아 되치기를 하는 등 온갖 술수를 부리고 있다. '질투는 나의 힘'에 빗댄다면 '뻔뻔함은 정권의 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코로나 사태와 그에 따른 경제난, 총선 등과 관련한 정권의 언행에 국민은 계속 경악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전염병 그 자체도 놀라운 일이지만 툭하면 자랑을 늘어놓는 데 국민은 더 놀라고 있다. 유례없는 주가 폭락도 공포스럽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든 제1야당에 험한 말을 퍼부은 더불어민주당이 똑같은 짓을 자행한 데 대해 국민은 경악했다. 범죄 혐의자들에게 공천을 주고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운 것 또한 놀랄 일이다.YS는 임기 말 IMF 외환위기로 국민에게 놀라움을 넘어 고통을 안겨줬다.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 처지에서는 문 대통령이 놀랄 일을 제발 그만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영화 '친구'에 나온 장동건의 대사처럼. "고마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2020-03-24 06:30:00

[야고부] 청춘을 돌려다오

[야고부] 청춘을 돌려다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판소리 단가 '사철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풍경을 묘사하면서 세월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다. 사철가는 영화 '서편제'에서 소리꾼 유봉이 눈먼 딸 송화를 데리고 가는 장면에 등장하면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계절이 오고 가듯이 사람의 일생 또한 청춘이 저물어 늙기 마련이니 한 번 주어진 삶을 즐거이 보내자는 내용이다. '백발가'(白髮歌) '편시춘'(片時春) 등도 유사한 내용과 짜임새의 단가이다.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의 애원이란다. 못다한 그 사랑이 태산 같은데, 가는 세월 잡을 수는 없지 않느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갔느냐.'가수 나훈아와 현철이 불러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노래 '청춘을 돌려다오'는 가버린 청춘에 대한 애틋함이 사뭇 절절하다. 월견초(달맞이꽃)란 별명을 가졌던 작사가 서정권이 서른 여덟의 나이로 훌쩍 생을 마감한 것도 그렇고, 대구에서 성장한 가수 신세영이 곡을 붙였다는 것도 노래에 정감을 더한다. 신세영은 6·25 전쟁기 불멸의 히트곡인 '전선야곡'을 불렀던 예인이다. 전선야곡 또한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참혹한 전쟁터로 내몰린 청춘의 사모곡이었다.중등 교과서에도 소개되었던 명수필 '청춘예찬'의 작가 민태원은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청춘의 피는 끓는다'며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라고 썼다. 그런데 그 청춘이란 게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게 문제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가버린 청춘을 노래하며 무상감을 달래는 것이다.미증유의 전염병 대란 속에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신천지예수교회에 대해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청춘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신천지의 거짓 교리에 속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헌금을 강요당했다'며 '빼앗긴 청춘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 전대미문의 법적 논란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예사롭지 않다. 종교적 교리와 사회적 법리의 간극 속에 잃어버린 청춘의 회한이 눈물겨울 따름이다.

2020-03-23 06:30:00

[야고부] 정녕 또 종 되려는가

[야고부] 정녕 또 종 되려는가

'말에서 개·돼지까지.'조선부터 오늘까지 힘없는 백성은 동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 지금도 그러함을 역사는 보여준다. 조선에서는 '종' 즉 노비(奴婢)를 사고팔았다. 그 값이 말보다 쌌다. 이런 종이 많을 때는 인구의 반을 넘었으니 조선은 종의 나라였다. 값싸고 쓰임은 많으니 종은 중요 재산 목록으로 대대로 상속됐다.동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은 백성이라 암흑기 시절, 두 차례 일본 박람회에 전시돼 일본인 눈요깃감으로 전락한 수모도 겪었다. 한국인이 구경거리로 나오자 일본인들이 나들이로 박람회장에 들렀음을 옛 기록은 전한다. 안에서조차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한 백성인지라 나라 밖 일본 민족인들 오죽했을까.또 노비는 임란과 오랑캐 침입의 국난에는 의병 깃발 아래 동원되고 자발적 참여로 목숨을 바쳤다. 물론 난 후 벼슬자리와 공신(功臣) 같은 선물과 영화는 주로 주인 차지였다. 종은 잊혔다. 이런 노비를 경주 최제우는 동학으로 사람답게 대접했고, 동학혁명은 종 제도를 없애는 기틀도 놓았다.이후 1919년 임시정부는 이런 조선과는 다른 나라를 세울 틀을 짜며 종도, 주인도 없는 백성(民)만이 주인 되고 함께 사는 공화(共和) 민주주의 국가를 꿈꿨다. 그런 이상 국가를 세우려고 옛 종과 그 주인이 한마음 한 몸으로 일제에 맞서 피를 흘렸고 마침내 광복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 역사가 올해로 101년이다.무릇 악습은 도지는 법. 가진 자와 관료는 국민을 개·돼지로, 총선 밑 일부 정파는 주인을 섬길 '머슴선발대회'를 열며 되레 군림한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그렇다. 대구경북을 옛 종이나 장기판 졸(卒)처럼 여긴다. 한때 막대기만 꽂아도 그들 후보를 마구 뽑은 짝사랑 탓의 업보이니 자업자득이리라.이제 그런 오만한 머슴선발대회를 꾸린 책임자가 물러났지만 그렇다고 대구경북을 호구로 보며 등골 빼려는 생각마저 바뀔까. 옛 작태를 보면 분명 아니다. 오롯이 애정을 쏟은 정파에게 존중받지 못하는데 다른 무리의 관심과 배려는 언감생심이다. 그런데도 대구경북이여, 4월 총선에서 정녕 또다시 종 노릇을 자초하려는가.

2020-03-20 19:22:45

[야고부] 대통령의 허풍

[야고부] 대통령의 허풍

제국주의 일본은 중일전쟁(1937년)을 3개월, 길어도 6개월 안으로 끝낼 것으로 자신했다. 1931년 만주사변 때 확인한 중국군의 형편 없는 전투력은 그렇게 자신할 만했다. 하지만 중국군이 광활한 영토를 이용한 지구전(持久戰)으로 맞서면서 8년간이나 중국에 묶여버렸다. 이길 전망은 사라졌지만 군부는 국민에게 '이기고 있다'고 허풍을 떨었다.그 대상은 히로히토(裕仁) 일왕도 예외가 아니었다. 개전(開戰)을 3개월 앞두고 히로히토가 스기야마 하지메(杉山元) 육군 참모총장에게 "전쟁을 끝내는 데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3개월"이란 허풍이었다. 이에 히로히토는 "중일전쟁은 1개월이면 정리할 수 있다고 했는데 4년이 된 지금까지 질질 끌고 있다"고 했다. 스기야마가 "중국이 넓어서 그렇다"고 변명하자 히로히토는 "태평양은 더 넓은데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다. 이러니 국민에게 허풍 떠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1941년 진주만 기습 이후 1943년까지 일본군은 태평양 전역(戰域)을 그럭저럭 꾸려갔다. 하지만 점령 중인 필리핀이나 마리아나 제도(諸島) 등에 대한 방위 준비는 전혀 못했다. 이후 미군의 반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겼는지 졌는지 애매하게 얼버무리거나 패배를 승리로 둔갑시켰다. 당시 총리였던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는 특히 심했다. 1944년 6월 절대방위선(絶對防衛線)인 사이판에 대한 미군의 공격을 앞두고 "적이 상륙한다면 그거야 말로 예상한 것이다"라고 했다. 미군을 사이판으로 끌어들여 격멸하겠다는 허풍이었다.문재인 정권의 코로나 대응은 이와 똑같은 허풍의 연속이었다. 그 대열의 맨 앞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머지않아 종식된다" "전면 입국 금지의 극단적 선택 없이도 바이러스를 막고 있다"며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듯이 말했다.이런 허풍에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타임은 지난 13일 한국과 일본이 "초기의 느린 대처와 확진자 폭발적 증가로 비판받았다"면서 "한국 대통령은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고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속된 말로 옮기면 '왜 그리 입방정을 떠느냐'쯤 되겠다. 당사자도 아닌데 기자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2020-03-20 06:30:00

[야고부] 마스크와 문화 충돌

[야고부] 마스크와 문화 충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각국의 공중보건 체계의 허실 등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다. 정치·경제 상황과 사회 구조, 시민의식 등 드러난 문제점도 제각각이다. 특히 문화적 배경에 따른 규범과 관념의 차이도 지역별로 크다는 점에서 코로나 사태는 다양한 과제를 노출하고 있다.마스크 논란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논란의 중심은 일반 대중의 마스크 착용 효과를 둘러싼 동서 간 시각차다. 아시아에서 마스크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수단으로 인식해 거의 상식이다. 반면 북미나 유럽은 마스크를 은폐나 특정 부류라는 개념으로 본다. 상대 표정을 보고 소통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마스크 때문에 단절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마스크=환자'란 통념이 서로 충돌한다.급기야 마스크가 합리성과 윤리성의 차원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다. 마스크에 대한 아시아의 시각은 타인에 대한 배려 등 '집단' 의식에 기초한다. 마스크를 거부하는 서구인의 태도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이기적 행동이라는 비판이다. 반면 서구인은 의료진이 쓸 한정된 자원이 대중에게 쏠리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등 윤리성이나 예방적 실효성, 대면의 어려움에 따른 불안감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미국 타임지가 최근 게재한 '아시아에서 장려되는 마스크가 미국에서는 왜 무시되는가' 제목의 기사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동서의 시각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기사에 언급됐듯 감염자나 유증상자만 마스크를 쓰는 게 타당하다는 서구인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을 우려해 유럽과 북미 각국이 국경을 전면 차단하고 대중 집회를 모두 막는 것을 보면 이는 모순이다. 감염자만 마스크를 쓴다는 논리대로 감염자만 막으면 되는 데도 무차별 적용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마스크 부족이 초래할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수술 시 의료진이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 때문에 마스크를 쓰거나 반대로 환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쓰는 경우 등 여러 측면을 따져보면 서구인의 마스크 거부감은 비합리적이다. 마스크 문제는 고정된 규범이나 편견의 차원이 아닌 선택과 관점의 문제로 각자 판단에 맡기는 게 옳다.

2020-03-1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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