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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두 기념관

[야고부] 두 기념관

워싱턴 D.C.는 미국 수도이자 정치 중심지 답게 수많은 기념물이 넘쳐 난다. 특히 미국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의 기념관과 그들의 이름을 딴 공공건물과 거리, 공원 등 명소가 많아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대표적인 기념물인 링컨 기념관을 비롯해 워싱턴 기념탑,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 프랭클린 루스벨트 기념관, 케네디센터, 로널드 레이건 내셔널 공항 등은 이 도시의 위상을 말해준다.역대 미국 대통령의 기념관(도서관)은 전국에 모두 12곳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기념관은 고향 보스턴과 사망지인 댈러스에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국가 사적 중 하나가 닉슨 기념관이다. 이곳은 '실패한 대통령을 성공적으로 추억한 곳'이라는 평가가 있을 만큼 과오로 오명을 쓴 한 정치인을 재조명한 곳이다.닉슨 기념관은 오렌지 카운티의 소도시 요바 린다(Yorba Linda)에 있다. LA 도심에서 60㎞ 거리다. 닉슨 대통령의 생가와 무덤이 기념관과 한 울타리 안에 있다. 이 기념관은 단순히 닉슨의 시대와 그의 정치 행적을 알리고 기억하는 장소만은 아니다. 실패한 대통령의 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바른 정치와 민주주의 가치를 다시 되짚어보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요즘 지역민의 관심을 끄는 이슈 중 하나가 이명박 기념관이다. 그가 유·청소년기를 보낸 흥해 덕실마을에 들어선 이 기념관은 요즘 찾는 이가 뜸하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이 전 대통령이 최근 재수감되자 포항시의 예산 지원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과 비록 잘못은 있어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은 70억원의 건립비에다 연간 5천여만원의 운영비를 생각할 때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에 앞서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미국 대통령 기념관에서 노무현을 찾다'를 펴낸 김상철 전 청와대 행정관의 말처럼 기념관이 '한 인물의 성공과 좌절, 성과와 오류, 도전과 미완의 과제가 담아내는 공간'임을 상기한다면 실패한 대통령의 기념관도 필요하다. 물론 어두운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선택할 것인지는 국민의 몫이다.

2020-11-19 05:00:00

[야고부] 남아 풍선껌 약속

[야고부] 남아 풍선껌 약속

"나는 기업 경영 철학을 두 가지로 정했다. 첫째가 신용, 다음이 성실이다."지난달 팔순 잔치를 대신해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쓴 책에서 대구의 한 기업인이 전한 내용이다. 큰돈의 전 재산을 넣어 세운 기업이 부도 위기를 맞았으나 직원들을 버릴 수 없어 그들에게 회사를 그냥 넘기고 빚만 안고 빈손으로 물러섰고, 수억원짜리 부도 수표로 받을 돈 떼이고도 협력 업체에 줄 돈만큼은 5년에 걸쳐 모두 다 갚았던 것도 첫 번째 원칙 때문이었다.대구경북의 뭇 단체도 맡았으나 판공비는 쓰지 않고 공익 목적에 내놓았다. 퇴임 뒤 여러 기관에서 지나온 길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떤 성과도 건질(?) 수 없었던 것도 첫 번째 원칙을 지킨 덕분이었다. 그래서 자녀에게 남긴 말도 "함부로 약속하지 말라"였다. 기분 내키는 대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경계하는 주문이다. 남은 날도 기부와 봉사로 두 가지를 따르려는 노(老)기업인의 삶이 듬직하고 아름답다.그의 철학처럼 약속 하면 떠오르는 글귀는 '남자의 한마디 말은 천금처럼 무겁다'일 것이다. 하지만 지키기 어려워 이제 그리 쓰이지 않는 듯하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 세상이고, 헛말이 춤추는 시절이라 이상하지 않다. 정치를 떠나겠다는 약속을 팽개치고 선거에 나서 대통령에 당선된 나라이고, '평등, 공정, 정의'를 외친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약속과 다른 언행이니 말이다.약속은 말뿐인 나라이니 지난 2016년 6월, 영남권 5개 시·도의 시장과 도지사들이 가덕도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 방안으로의 합의도 부산·울산·경남의 압박에 다시 헛일이 될 판이다. 문 대통령과 정치인이 앞서고 정부는 17일 국민 약속을 뒤집고 이들 3개 시·도지사 편에서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나섰으니 쓰레기 합의서를 찢을 일만 남았다. 믿은 국민만 바보였다.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노린 나라 지도자의 꼴이 이러니 케케묵은 '남아일언풍선껌'이란 우스갯소리가 딱 어울릴 만하다. 국민이 그토록 목말라하던 공정사회를 이루겠노라고 외친 문 정부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자화상이자, 나라 지도자의 일그러진 한 모습으로 역사에 그려지지 않을까 두렵다. 부디 문 정부의 구호가 '기회는 차별, 과정은 부당, 결과는 불의'로 바뀌지 않길 바란다.

2020-11-18 05:00:00

[야고부] 文대통령이 챔피언

[야고부] 文대통령이 챔피언

공자(孔子)가 시대를 초월해 각광받는 것은 그의 사상이 난세(亂世)를 바탕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태평성대보다 난세가 많기에 난세를 헤쳐나갈 길을 제시한 공자의 사상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것이다.난세는 이름과 실질이 어긋난 시대다. 제나라 경공이 이상적인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답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질문에 공자는 "이름을 바로잡겠다"(正名)고 했다. 공자는 실질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넘어 실질을 이름에 맞게 고치려 했다.대한민국이 난세에 빠진 이유는 이름값 못하는 것을 넘어 이름과는 정반대로 가는 이들이 많아서다. 대표적인 이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추 장관은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강제하는 이른바 '추미애법'을 들고나왔다. 인권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인권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친정권 단체인 민변과 참여연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까지 추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광인(狂人)을 방불케 하는 추 장관의 언행 탓에 법무부(法務部)가 법무부(法無部), 무법부(無法部) 소리까지 듣는 지경이다.두 광역단체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치러지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성인지성 집단학습 기회"라고 한 이정옥 장관은 어느 부처도 아닌 여성가족부의 수장이다.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2차 가해를 여성의 권익 증진과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여성가족부 장관이 했다. 여당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이 장관의 궤변을 두고 '여당가족부'란 말까지 나왔다.이름에 맞지 않는 행태로 조롱을 받기로는 정당들도 빼놓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와 '민주'가 없어졌다는 소리를 들은 지 오래됐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이 모이기는커녕 '국민의 짐' 비판을 받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두둔한 정의당은 '정의'가 사라졌다고 지적받았다.장관들이나 정당들만 뭐라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 이름과 실질이 부합하지 않기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챔피언이다. 국민 대통합을 이뤄야 할 대통령(大統領) 역할과는 철저하게 정반대로 가고 있다.

2020-11-17 05:00:00

[야고부] 코로나의 역설

[야고부] 코로나의 역설

중국 국민 13억 명이 동시에 점프했다가 착지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혹자는 지구 반대편에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허무맹랑한 소리다. 평균 몸무게 60㎏으로 환산한 중국인 13억 명의 총몸무게는 7천800만t이다. 반면, 지구의 질량은 59해8천400경t이나 된다. 비교조차 안 된다. 인류의 몸무게를 다 더하더라도 히말라야 위에 얹힌 모래 몇 줌꼴이다.그래도 인류가 동시에 점프하면 지구에 어느 정도 충격을 주는지 계산한 호사가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인류 전체가 동시에 뛰면 지구에 1천 분의 1나노미터(㎚) 정도의 진동을 줄 수 있다. 원자의 지름이 0.1㎚이니 무의미한 충격이다. 63빌딩 꼭대기에 날파리 한 마리가 살포시 앉은 수준이라고나 할까.대자연의 광활함에 비춰볼 때 인류는 미미한 존재지만 생태계와 다른 동식물종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미미하지 않다. 생명종들이 환경 파괴로 대거 멸종하고 있다. 지구 역사상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인류에 의해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나는 중이라는 학자들의 경고는 예사롭지 않다.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런 인류에게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19의 역설'이다. 올 들어 인도 펀자브주 잘란다르에서는 150㎞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이 맨눈으로 보인다고 한다. 30년 만의 일이다. 지난여름 중국발 온실가스가 대폭 줄어들면서 우리나라 하늘도 맑아졌다. 모처럼 숨 쉴 맛 난다.땅속도 고요해졌다. 인간 활동이 줄어들어서다. 지난 11일 일본 국립산업과학기술연구소는 도쿄의 '지진 소음'이 줄어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지진 소음은 인간의 활동이 땅속에 반영돼 일어나는 특정 주파수를 말하며, 지진 관측에 방해가 되는 일종의 잡음이다. 지난 9월 세계 연구진이 공동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지진 소음 감소는 세계적 현상이다.앞만 보고 달려온 인류에게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인류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돌아가서는 안 된다. 후손들의 부(富)를 당겨 쓰고 쓰레기를 물려주는 짓은 이제 멈춰야 한다. 코로나19는 그런 교훈을 일깨우기 위해 지구가 인류에게 보낸 최후의 통첩일지도 모른다.

2020-11-16 05:00:00

[야고부] ‘배 고픈’ 그를 기리며

[야고부] ‘배 고픈’ 그를 기리며

"배가 고프다…."1970년 11월 13일 밤 10시가 조금 지났을 때다. 1948년 9월 28일 대구에서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에서 22년 짧은 삶을 마친 전태일의 마지막 말이다. 사실 그는 전날인 12일 집에서 아침 밥상에 오른 라면 한 그릇 먹은 것 말고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게 그의 고별 식사였다.그리고 "15일까지 돈 좀 안 되겠느냐"는 여동생의 부탁에 "월급 탈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라. 어머니께 돈 때문에 졸라 대지 않도록 해라"는 당부 후 집을 나섰고, 그것이 가족과의 긴 이별이 되고 말았다. 13일 오후 1시 30분쯤, 평화시장에서 그는 근로기준법 책을 갖고 거리에서 외쳤고, 이미 몸은 불길에 휩싸였다."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놀란 친구와 노동자, 행인들의 웅성거림 속에 그는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며 울부짖었다. 오후 2시쯤 인근 병원에서 응급치료 중 연락을 받고 달려온 어머니(이소선)의 외침에 "어머니, 놀라시면 안 됩니다"라며 달랬다. 그는 다시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숨졌다.고인(故人)의 50주기 하루 전인 지난 12일, 정부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노동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그에게 추서했다. 같은 날 그가 태어난 고향 대구 남산동 옛집에 그의 문패가 달렸다. 그는 지난해 설립된 '(사)전태일의친구들'이 모은 4억3천만원으로 사들인 공간의 새 주인이 됐다.일제강점기 때부터 대구는 조선노동공제회 활동과 남조선노동총연맹 결성 등 노동운동이 활발했다. 노동 독립운동의 역사가 깃든 대구를 이번 서훈과 옛집 공간 마련을 계기로 노동자와 함께하는 세상을 꿈꾼 앞선 사람을 기리고 노사의 대동(大同) 사회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특히 대구에는 내년 4월 달성군 구지면에 준공될 예정인 '노사평화의 전당'까지 문을 연다. 이러니 대구를 노사 모두 함께 사는 공동체로 가꾸면 대구는 살 만한 고을이 되기에 충분하다. 노사 모두 그의 옛집과 평화의 전당까지 둘러보는, 그가 외친 '일요일'을 맞을 날도 그리 머지않으리라.

2020-11-14 05:00:00

[야고부] 닮은꼴 추미애와 트럼프

[야고부] 닮은꼴 추미애와 트럼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에게 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쟁이다. 그것도 아주 질 나쁜. 2016년 대선 때부터 그랬다. 선거운동 중에 발언한 내용의 70%가 거짓말이었다. 그래도 당선됐다. 그래서인지 임기 내내 거짓말을 멈추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의 팩트체크팀이 검증해 보니 취임 1천267일째인 지난 7월 9일을 기준으로 거짓이거나 사실을 오도한 주장이 누계로 2만55회에 달했다.그리고 거짓말 생산 속도도 갈수록 빨라졌다. 1만 회를 넘어서는 데 827일이 걸려 하루 평균 12건이었다. 그러나 2만 회에 도달하는 기간은 440일로, 하루 평균 23건이었다. 또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반복적으로 잘못된 주장을 해 3회 이상이 거의 500건에 달했다.이번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막바지 개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엄청난 부패와 사기 우편 투표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이를 입증하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ABC, CBS, NBC 등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생중계를 중단할 만했다.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막상막하다. 지난달 26일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발언을 싸잡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총장으로서 선을 넘는 발언"이라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이 그런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윤 총장을 응원하며 시민이 대검으로 보낸 화환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윤 총장 비난 유도 질문에도 "검찰총장이 검찰 조직을 정치의 늪으로 끌고 들어오고 있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 그런지 근거는 대지 않았다.검찰 특활비 검증 소동은 그 끝판이다. 추 장관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이 특활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시비를 걸었는데 그 근거라는 것이 "고충을 겪고 있다는 일선의 이야기", 즉 '카더라 통신'이었다. 야당 의원이 "확인 결과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자 추 장관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현장 일선 검사들의 고충을 들으니까 그렇다는 거고, 확인할 방법은 없다."이렇게 '팩트'에 근거하지 않는 윤 총장에 대한 특활비 공격은 법무부 검찰국이 대검 특활비 중 10억여원을 가져간 게 드러나면서 오히려 법무부가 사용처를 검증받아야 하는 '자살골'이 됐다.

2020-11-13 05:00:00

[야고부] 문화공정

[야고부] 문화공정

중국의 '한국 문화 가로채기'가 도를 넘고 있다. '한류' 붐에 편승해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를 베끼는 차원을 넘어 한복(韓服) 등 전통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우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과 코로나 사태로 중국 이미지가 국제사회에서 크게 추락하자 역으로 중국몽과 대국주의에 기초한 '문화공정'이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중국 게임 제작사 페이퍼게임즈의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는 '한복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국 출시를 기념해 선보인 한복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이 "한복이 아니라 명나라 때 의상인 한푸(漢服)"라고 항의하자 제작사는 지난 5일 돌연 철수를 선언했다. 서비스 종료 공지문에서 "한복은 중국 민족인 조선족 문화라는 중국 게이머들의 주장을 지지한다"면서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 입장은 항상 조국과 일치한다"고 밝혀 비웃음을 샀다.또 중국 SNS 웨이보에는 "한복은 한국의 것이 아니라 중국 옷을 표절한 것이다,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버젓이 나돌고 있다. 외국인을 겨냥해 영어 자막까지 단 이런 영상에 수십만 건의 '좋아요' 평가가 달리고 '한복 바로 알기' 운동까지 벌어지는 마당이다.최근 중국 드라마나 쇼 프로에 한복이 마치 중국 복식인 양 등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드라마 '상스'(尙食)가 좋은 사례다. 한 여배우가 한복과 흡사한 옷차림을 웨이보에 올렸는데 제작진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복은 중국 옷"이라고 주장했다. 우스운 것은 '상스'가 한류 선풍을 일으킨 드라마 '대장금'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받는다는 점이다. 명나라 때 한 궁녀가 요리법을 개발하고 출세한다는 내용인데 '대장금' 스토리와 판박이다.중국의 한국 베끼기는 드라마와 음악, 예능 프로그램, 뮤직비디오, 게임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한한령' 이후 한국 콘텐츠 수입이 막히자 아예 통째로 베끼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상황이 몇 년간 이어지다 보니 방송사와 제작자에서부터 시청자까지 표절과 저작권 침해에 무감각해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남의 것을 제 것으로 둔갑시키는 소위 '문화공정'의 싹이 튼 것이다. 거짓말도 계속하면 사실이 되고 억지도 계속 부리면 진실로 통한다는 중국인들의 발상이 무척 기괴하다.

2020-11-12 05:00:00

[야고부] 절대반지 낀 文정권

[야고부] 절대반지 낀 文정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수사에 나선 검찰을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악역 사우론에 빗댔다. 조 전 장관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두 개의 '절대반지'를 낀 검찰은 '어둠의 군주'(사우론)가 됐다"며 "궁극적으로 수사를 통해 탈원전 정책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했다. 또한 "사우론에게는 난쟁이 프로도가 우습게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반지원정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고 했다. 정부를 '선한' 주인공 프로도, 검찰 개혁 지지자들을 반지원정대에 빗댄 것이다.절대반지는 영국 작가 J. R. R. 톨킨이 지은 판타지 소설 '호빗'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다. 몸을 숨길 수 있는 등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다. 문제는 절대반지가 사우론, 골룸, 프로도 등 소유자들의 마음을 사악하게 만들어 파멸의 길로 몰고 가는 힘도 가졌다는 사실이다.조 전 장관은 검찰이 절대반지를 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지적과 달리 절대반지는 문재인 정권이 끼고 있다. 절대반지라는 권력만을 믿고 온갖 오만한 언행을 일삼는 것은 검찰이 아닌 정권이다.절대반지를 끼고 권력을 휘두르기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연 일등이다. 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 남용에다 앞뒤 안 맞는 언행까지 권력에 취한 자(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광화문 집회 주최 측을 향해 "살인자"라고 고함을 지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적(敵)으로 생각하고 증오하는 정권의 속내가 드러났다.권력만 믿고 오만하기로는 더불어민주당도 빼놓을 수 없다. 당원 투표 꼼수까지 동원해 '잘못이 있으면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대국민 약속과 당헌을 깨고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두고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기회"라고 한 여성가족부 장관, 법원행정처장에게 "의원님 꼭 살려 주십시오라고 말해 보라"고 한 민주당 의원도 권력이란 절대반지를 끼고 전횡을 일삼는 인사들이다.권력이란 절대반지는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지기 마련이다. 영원히 권력을 독차지할 것으로 착각한 채 국민을 상대로 마구 휘두르는 바보들이 이 정권에 너무나 많다.

2020-11-11 05:00:00

[야고부] 중국 모델?

[야고부] 중국 모델?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의 당선이 확정되자 중국 인민일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조롱했다. 바이든의 펜실베이니아주 승리 소식이 막 알려지던 7일 오전 인민일보는 "나는 이번 선거를 아주 많은 표차로 이겼다"는 트럼프의 트위터 글을 공유하며 '하하'(haha)라고 썼고,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는 모양의 이모티콘도 덧붙였다.트럼프의 선거 결과 불복을 조롱한 것이지만 더 나아가 미국 민주주의의 '난맥상'을 조롱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그 바탕에는 '인민민주독재'라는 '중국 모델'이 '선거 민주주의'보다 우수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을 것이다.과연 '중국 모델'이 '1인 1표 선거 민주주의'보다 우수한가? 캐나다 출신의 정치철학자 대니얼 A. 벨 중국 칭화(淸華)대 교수는 그렇다고 한다. 선거 민주주의에서는 비이성적이고 이기적인 다수가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소수파를 억압하고 나쁜 정책을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문재인 정권을 보면 틀린 지적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능력과 덕성을 갖춘 사람에게 정치권력을 주는 중국식 현능주의(賢能主義·meritocracy)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솔깃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능력과 덕성을 갖췄는지 누가 판단하느냐이다. 더 큰 문제는 능력과 덕성을 갖췄다는 권력자가 실정·폭정을 해도 인민은 갈아 치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대약진운동으로 수천만 명을 굶겨 죽이고도 천수(天壽)를 누린 이유다.끔찍한 것은 이런 체제는 권력자가 누구든 억압 체제로 타락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2014년부터 도입한 '사회적 신용제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선행'은 가점, '악행'은 감점을 주고 이를 합산해 개인별 사회적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그 목적은 완벽한 인민 통제다. 중국은 이렇게 자랑한다. "이 제도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하늘 아래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고, 신용이 없는 사람은 한 걸음도 내딛기 어려워질 것이다."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은 제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식 독재체제로 갈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체제이다. 지금껏 시도된 모든 다른 형태의 제도를 제외하면 그렇다"는 처칠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2020-11-10 05:00:00

[야고부] 표변(豹變)의 계절

[야고부] 표변(豹變)의 계절

바야흐로 표변(豹變)의 나날이다. 여야를 떠나, 지위 고하를 가릴 것 없다. 정치인 너도나도 부족할까 입을 보태며 옛 약속과 말을 손바닥처럼 뒤집고 있다. 마치 경연장 같다. 뭔가 큰일 있거나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알리는 우리 정치에 특유한 전령(傳令) 현상의 한 꼴이다.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전 서울시장과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공석 이후 내년 4월 선거를 치르게 되자 당초 후보를 내지 못하게 규정한 당헌을 억지로 바꿔 후보를 내기로 한 결정이 그렇다. 여당은 한 술 더 떠 출마를 위해 임기 중간 사퇴한 선출직 공직자에게 주던 공천 불이익 규정도 광역단체장 선거 경우 아예 없앴다.이에 질세라 국민의힘도 가세했다. 지금까지 부산·울산·경남이 주장하던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을 반대하고 정부 정책으로 확정된 김해공항 확장 사업을 지지하던 입장을 최근 뒤집었다.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종전 입장과 달리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힘을 싣는 움직임을 보이자 말을 바꿨다.이들뿐이랴. 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정황을 세상에 밝히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여당에서는 검찰총장의 옷을 벗기려는 움직임이다. 임명 당시 총장을 치켜세우며 살아 있는 권력 수사까지도 주문했던 정부와 여당의 표변은 역사에 회자될 사례가 될 만하다.그런데 본래 표변은 좋았다. 생존의 이치에 따라 표범의 무늬가 계절의 바뀜에 맞춰 아름다운 색으로 달라졌겠지만 세상은 이를 좋은 뜻으로 해석했다. 옛사람들이, 지난날의 잘못에서 벗어나 새로 훌륭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을 '표변'으로 일컬었다니 말이다. 군자표변(君子豹變)이란 말까지 생긴 까닭이다.그러나 되돌아보면 오늘날 정치권과 정부 여당 무리의 표변을 나무랄 수만 없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자신이 약속한 당헌을 바꿔 내년 4월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하도록 표변한 여당에 한마디도 않고 묵인했으니 다른 무리의 표변 허물이 무슨 큰 탈일까. 표변은 이제 일상이나 다름없다.지도자 세력이 이러니 세상이 모두 표변해도 내로남불처럼, 하나의 문화처럼 받아들여야 하리라. 표변은 더 이상 욕이나 흠이 아니다. 원래 뜻대로 아름답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지탄받는 일은 없을 터이다. 좋은 징조인지, 헷갈릴 뿐이다.

2020-11-09 05:00:00

[야고부] ‘미국 특산품’

[야고부] ‘미국 특산품’

제46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미국을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땅덩어리가 큰 데다 인구도 많고 다문화사회라는 점을 감안해도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정해진 시간에 투표를 마감하고 개표해 결과를 발표하는 '선거 상식'이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공정성 문제를 넘어 제도의 정합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다.미국 대선에서의 혼란은 예견된 바다.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부시와 앨 고어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인 플로리다주 재검표 소동과 소송전이 분수령이다. '선거 결과 불복'이라는 싹이 트고 이번 대선에서 공화·민주 양당 반목과 갈등이 봇물 터지듯 표출된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출구전략을 정확히 꿰뚫어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예측은 현재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층 갈등과 반민주주의적 기운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지난달 23일 NBC '투나잇 쇼'에 출연한 샌더스 의원은 마치 대선 시나리오 전체를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시시각각 바뀌는 개표 상황과 두 후보 간 반응을 예측했는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과 전혀 오차가 없다.우편투표를 둘러싼 갈등과 개표 중단 소송, 선거 결과 불복으로 이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가 이어지자 미국 주류 언론은 그의 기자회견 실황도 중도에 끊는가 하면 CNN의 앵커맨 앤더슨 쿠퍼는 "지금 미국인들은 뜨거운 태양 밑에서 발버둥치는 뚱뚱한 거북이를 보고 있다"고 멘트할 정도다.그런데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벌어지는 이런 황당한 일들이 과연 '트럼프'라는 정치인 개인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하는 의구심이 문득 든다. 이미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는 미국의 진면목을 봤다. 특유의 선거인단 제도에서 오는 혼란이나 '미국 특산품'으로 불리는 트럼프의 억지 부림을 넘어 미국 사회 곳곳에 '스탠더드 파괴' '독선'의 불온한 움직임이 이미 굳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다. 어떻든 이번 미국 대선은 민주주의에 대한 관념과 가치를 다시 성찰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여야 갈등이 극심한 한국 정치 입장에서도 결코 남의 일은 아닌 듯싶다.

2020-11-07 05:00:00

[야고부] 지지자가 아니면 ‘살인자’

[야고부] 지지자가 아니면 ‘살인자’

송재윤 캐나다 맥마스터대 교수에 따르면 오늘날 중국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는 인간(人間)을 인민(人民)과 적인(敵人)으로 나눈다고 한다. 인민은 역사의 정도(正道)를 걷는 다수 대중, 적인은 역사의 정도에서 이탈한 적대 세력이다. 공산혁명은 이런 분할에서 출발한다. 혁명은 '인민'이 '적인'을 억압하고 제거하는 것이다.마오쩌둥(毛澤東)은 이런 분할의 논리를 일찍부터 제시했다. 1925년 '중국의 사회 각 계급 분석'이란 시론을 통해 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과 친구'를 명확히 분별해야 한다고 했다. 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인을 정확히 색출해 외과수술하듯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다.북한 헌법은 이런 논리를 그대로 따른다. 인민을 '사람'으로, '적인'을 '사람의 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사람의 적'은 일반적 의미로 공산혁명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개인이나 계급을 말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북한 독재체제에 저항하는 개인이나 계급을 지칭한다.이는 김일성 주체사상이 감추고 있는 기만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주체사상의 명제는 '사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이란 뜻이라면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주체사상의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적'을 제외한 개인이나 계급의 통칭일 뿐이다. 이런 의미론적 기만을 송 교수는 이렇게 풀이한다. "'사람'은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특정 계급 혹은 특정 세력을 칭하는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셈이다."('슬픈 중국, 인민민주독재 1948-1964')청와대 비서실장이 4일 국정감사에서 지난 8월 15일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 주최자 측을 가리켜 '살인자'라고 했다. 그것도 고성을 지르며 두 차례나 그렇게 말했다.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적의(敵意)가 그대로 느껴진다. 중국의 '인민'과 '적인'의 분할, 북한의 '사람'과 '사람의 적'의 분할이 오버랩된다.노 실장은 '살인자'라고 한 이유로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19 확진자 다수와 사망자가 나왔음을 들었다. 정말 그런지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를 떠나 그런 논리라면 코로나 초기에 중국인 입국자를 막지 않은 문재인 정권은 더한 살인자다.

2020-11-06 05:00:00

[야고부] 文과 자승자박

[야고부] 文과 자승자박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을 두고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국민들의 피로도가 심하다"고 했다. 그의 지적처럼 추·윤 싸움에 국민은 피곤하다. 코로나 사태와 경제 위기로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사는 국민은 두 사람의 난타전에 신물이 난다. 형조판서와 대사헌의 대결, 추 장관을 향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 등 나쁜 의미에서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절감하고 있다.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해법을 내놔야 할 책임도 문 대통령에게 있다. 유 전 사무총장도 "청와대가 나서서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그러나 문 대통령은 한마디 말이 없다. 추·윤 싸움이 검란(檢亂·검사의 난)으로 치닫는데도 묵묵부답이다. 총선 이후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기를 마치라는 메시지를 줬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는데도 일언반구가 없다. '문의 침묵'이란 비판마저 나온다. 시비를 따지고 교통정리를 해야 할 대통령이 책임을 방기(放棄)하고 있다.결자해지를 해야 할 문 대통령은 왜 결단을 못 내릴까. 추 장관을 자르자니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제어할 방패가 사라져 정권 안위를 장담할 수 없을까 염려하기 때문인가. 윤 총장을 날리자니 정치적 부담, 검사들의 반발, 국민 저항을 걱정하기 때문인가. 윤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 주는 게 바라는 시나리오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안 보여 문 대통령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조선 인조 때 홍만종이 지은 '순오지'(旬五志)엔 "맺은 자가 그것을 풀고, 일을 시작한 자가 마땅히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結者解之 其始者 當任其終)고 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결자해지를 못하면 자승자박(自繩自縛)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자기가 꼰 새끼줄로 자신을 묶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가 문 대통령 용인술의 핵심이다. 하지만 추·윤 싸움은 이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었다. 나라의 혼란은 결국 대통령 책임이다. 점잖은 말만 하며 뒷전에 있을 때가 아니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를 못해 자승자박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2020-11-05 05:00:00

[야고부] 캠프 워커

[야고부] 캠프 워커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에서 유엔 연합군이 고전하자 미국 정부는 황당무계한 계획까지 짰다. 한국민 62만 명을 남태평양 서사모아로 이주시켜 망명정부를 구성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뉴 코리아 플랜'(New Korea Plan)이라고 명명된 이 구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당시 인구 8만 명에 불과한 서사모아에 60여만 명의 한국인을 이주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다.한국전쟁 초기 미국이 군사력 철수를 심각히 고려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일본에 있던 맥아더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 대목에서 기억해야 할 인물이 있다. 당시 주한 미 제8군 사령관 월튼 워커 중장이다. 그는 "부산으로 밀리면 대살육이 일어난다. 오직 '지키느냐 죽느냐'(stand or die)의 선택밖에 없다"며 장병들을 독려했다. "여기서 죽더라도 끝까지 한국을 지키겠다"고도 했다.워커 사령관은 무능하고 보신주의에 빠진 휘하 연대장들을 독려하고 친(親)맥아더 패밀리들의 견제와 딴지를 이겨내면서 대구를 지켜냈다. 1983년 국방부는 그를 6·25전쟁 4대 명장으로 선정했다. 정부도 1950년 12월 경기도 양주군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그를 기리기 위해 서울의 아차산에다 '워커힐'이라는 별칭을 붙였다.그의 흔적은 더 있다. 대구 남구 봉덕3동에 있는 주한미군기지 '캠프 워커'의 이름도 그의 성(姓)을 땄다. 캠프 워커는 1921년 이후 일본군이 비행장과 탄약고로 쓰던 땅인데 해방 후 주한미군이 기지로 사용 중이다. 헬기장과 1.4㎞ 활주로, 관제탑 등이 들어선 이곳은 주한미군에게 주요한 군사 시설이지만 소음 피해와 개발 제한 피해를 겪는 인근 주민 입장에서는 부지 반환이 묵은 숙원이다.지난해 6월 한미행정협정 실무협의를 통해 캠프 워커 헬기장 부지 반환이 확정된 뒤, 반환 업무가 절차상 마지막 단계인 외교부 산하 특별합동위원회로 드디어 이관됐다고 한다. 이제 시민 품으로 돌아올 헬기장 부지에는 대구 최대 규모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고, 3차 순환도로의 완전 개통도 가능해진다. 앞산과 맞닿은 남쪽이 꽉 막혀 있는 대구에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인데 이참에 대구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을 공산화로부터 지켜낸 워커 사령관을 다시 한번 추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20-11-04 05:00:00

[세풍] 문(文)의 정치 재난, 그래도 교훈은 있다

[세풍] 문(文)의 정치 재난, 그래도 교훈은 있다

재난은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으로 국어사전은 정의한다. 흥미롭게도 영어에서 말하는 재난(disaster)은 '별이 벗어나다' 또는 '별이 사라지다'라는 뜻이라 한다. 별을 보고 갈 길을 찾던 옛 시절, 하늘의 별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늘 보이던 별이 제자리를 벗어나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때였다. 그러니 뜻밖의 일로 봤음이 틀림없다. 옛 사람들에게는 재앙이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선지 사람들은 일찍부터 하늘의 별자리에 관심을 두었다. 별자리와 관련된 현상을 두고 나라와 임금에 대한 길흉(吉凶)의 조짐으로 보고, 이에 대해 점을 쳤고 점괘에 따라 정책을 바꾸는 등의 잣대로 삼기도 했다. 신라가 첨성대를 세워 국가에서 하늘과 별자리를 관찰하고, 조선 태조 이성계가 고구려에 유래를 둔 천문도로 1천467개의 별자리를 새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든 까닭도 같았을 법하다.별자리의 비정상처럼 바람과 태풍, 지진과 화재, 눈과 비 같은 자연적 현상도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면 재난일 수밖에 없다. 사람과 동식물에까지 엄청난 피해를 주고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인류가 이를 두려워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까닭이다. 또한 이를 잊지 않고 다음에는 비슷한 재난이 덮칠 때 뒷사람의 교훈을 위해 필요한 처방과 자료를 남긴 사연이다.이런 재난이 정치라고 어찌 없으랴. 특히 예측할 수 없는 뜻밖의 일이 너무 흔한 오늘의 망가진 한국은 '정치 재난'의 후유증이라 볼 만하다. 2020년 한국 정치 모습을, 2017년 선(善)한 인상의 지도자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인사와 정책, 예산 등에서 일상화된 편파적 행정 독주가 그렇고, 다수를 앞세워 합의와 협치가 실종된 입법의 독주, 정권과 특정 세력 편드는 사법 독주 또한 그렇다.이는 현재 대통령이 앞서고 여당과 법무부의 수장이 가세, 강도를 더하는 모양의 삼박자이다. 지금껏 잘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리라는 결기의 옛 각오는 출범 이후 갈수록 옅어져 다시 되돌아가기에 너무 멀다. 입법 독주의 여당 대표는 문 대통령이 과거 약속한 당헌 규정조차 바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초 공약과 달리 무공천 대신 후보를 낼 꼼수에 여념이 없다. 법무부 수장은 엄정 중립의 법치(法治) 수호 깃발은 팽개치고 법치 허물기에 밤낮이 없고 검사들과 때 아닌 싸움만 한창이다.그러나 지금 펼쳐지는, 예상하지 못한 정치 재난의 후유증에 따른 교훈 역시 없을 수 없다. 재난은 큰 피해도 주지만 태풍이 수자원의 공급원도 되고, 바다 생태계에 도움되는 효과처럼 정치 재난의 장점도 있다. 문 정부 들어 지금 겪고 있는 정치 재난은 지난 정부의 보수 세력이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해 진보 세력에 실권(失權)했듯이, 문 정부를 잇는 정치 세력에게 그들이 가지 말아야 할 길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미리 경계할 것이 틀림없다.보수와 진보 진영이 함께 저지른 전철에서 배우는 교훈은 분명 우리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다. 지금 같은 정치 재난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도 같다. 군사정부에서 벗어난 문민정부가 사회 전반의 민주화 꽃을 피운 것처럼 뒷세대는 앞선 선배들이 빠졌던 정치 재난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정치 문화를 이끌 수 있다. 마치 폭염 재난 대책에 앞선 대구의 행동이 나라의 폭염 산업 발전의 한 계기가 됐듯이, 문 정부에서 지금 벌어지는 정치 재난은 바로 그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면 한편으로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처럼.

2020-11-03 05:00:00

[야고부] 이 나라의 다니엘들

[야고부] 이 나라의 다니엘들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숀 코너리는 '영원한 제임스 본드'로 불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배우 중 최고로 선정됐다. '007 살인번호' 등 7개 작품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다. '장미의 이름' '언터처블'로 영국·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는 등 다양한 영화에서 명연기를 선보였다.개인적으로는 숀 코너리 영화 가운데 '왕이 되려던 사나이'(The Man Who Would Be King·1975)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루디야드 키플링의 동명 원작소설을 존 휴스턴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권력욕과 오만이 인간을 얼마나 추악하게 만드는가를 잘 보여준다. 지금 이 땅에서 오만에 취해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에게 일견(一見)을 권하고 싶은 영화다.이 영화에서 숀 코너리는 영국군 출신의 협잡꾼 다니엘로 나온다. 친구인 피치(마이클 케인)와 범죄를 저지르다 인도에서 추방된 다니엘은 미지의 나라 카피리스탄에 가서 통치자 노릇을 하겠다는 허황한 꿈을 갖고 같이 길을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이 나라에 도착한 다니엘은 전투 중 가슴에 화살을 맞지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싸움을 승리로 이끈다. 실상은 가슴에 찬 탄띠 덕분이었으나 불사(不死)의 몸으로 오인한 원주민들은 그를 알렉산더 대왕의 화신으로 떠받든다. 졸지에 왕이 된 다니엘은 보물을 차지했지만 문제는 이때부터 일어난다.다니엘은 오만에 빠져들었고 자신이 진짜 신이라고 믿기 시작한다. 원주민 여인과의 결혼까지 강행하는 다니엘. 그러나 신과 결혼한다는 두려움에 떨던 원주민 여인 록산느는 다니엘의 얼굴을 물어뜯고, 그의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다니엘이 신이 아님을 알아챈 원주민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게 된다.이 나라에도 다니엘이 너무나 많다.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고서도 왕이 된 양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오만과 뻔뻔함, 후안무치로 떡칠한 그들의 얼굴이 역겹다.영화의 결론. 성난 군중에 쫓긴 다니엘은 흔들다리 위에서 군가를 부르며 최후를 맞는다. 자루 속에 담겨 있는 금관을 쓴 다니엘의 해골을 비춰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오만에 빠진 권력의 말로는 영화와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2020-11-03 05:00:00

[야고부] 박훈의 허무개그

[야고부] 박훈의 허무개그

지난 2016년 다시 공개돼 '4성 장군 명예 훼손' 시비를 낳았던 김제동의 '군 영창' 발언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는 2015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단기 사병(방위병)으로 복무 중 4성 장군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을 갔다"고 했다. 그리고 영창에서 나오면서 "다시는 아줌마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라고 3회 복창했다며 이를 그대로 재연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13일 영창'이라는 것은 없었다. 영창 기간은 7일, 10일, 15일이다. 또 그 기록이 남고 수감일만큼 복무기간이 늘어난다. 당시 국방부는 김제동이 1994년 7월부터 1996년 1월까지 18개월간 복무했다고 '확인'했다. 단기 사병 복무기간이 18개월이니 국방부의 확인에 따르면 김제동은 영창을 가지 않은 것이다.'거짓말' 논란이 일자 한 토크쇼에서 김제동은 "15일 이하 군기교육대나 영창은 원래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희한한 해명을 했다. '영창'이 '군기교육대나 영창'으로 말이 바뀐 것이다. 영창과 군기교육대를 착각한 것인가? 그럴 수 있다 해도 말이 안 되는 소리이긴 마찬가지다. 3일을 넘어가는 군기교육대는 없다. 군기교육대는 통상 2박 3일이다.희한한 해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절정은 자신의 '영창 발언'을 문제 삼은 당시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을 향한 발언이었다. "웃자고 한 얘기를 죽자고 덤벼들면 답이 없다." 듣는 사람을 허탈하게 하는 '허무 개그'였다. 영창을 갔다는 것인가 안 갔다는 것인가?민변 소속 박훈 변호사의 '허무 개그'도 이에 못지않다. 박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익적 차원"이라며 라임자산운용 사건으로 구속된 김봉현이 작년 7월 서울 강남 룸살롱에서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3명의 검사 중 1명이라며 검사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또 자신이 김봉현을 설득해 '야권 정치인과 검사들에게 로비했다'는 '옥중편지'를 받아냈다며 "내가 이 사태의 주범이다. 믿거나 말거나"라고 했다.이에 대한 구체적 반박이 나오자 박 변호사는 해당 글을 삭제하고 "'믿거나 말거나' 희화(화)시키는 글을 썼더니 다큐(진담)로 받는다"고 했다. 언행이 가볍기가 깃털 같다. 박 변호사의 글을 퍼 나른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똑같다.

2020-11-02 05:00:00

[야고부] 시진핑의 거짓말

[야고부] 시진핑의 거짓말

6·25 남침 전 김일성은 은밀히 소련을 방문해 스탈린에게 소련군의 파병을 요청했다. 그러나 스탈린은 남침을 찬성하면서도 파병은 거부했다. 미국과의 전쟁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대신 마오쩌둥(毛澤東)에게 부탁하라고 했다. "당신 얼굴이 쥐어 터져도 나는 손가락 하나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마오쩌둥에게 도와달라고 하라."이에 따라 김일성은 1950년 4월 마오를 만나 "1개 병단을 빌려 달라. 이들에게 인민군 복장을 입혀 남침 부대의 주력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고 했다. 마오는 이를 들어주기로 하고 그해 10월 2일부터 8일까지 세 차례 정치국 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들었다.이에 앞서 10월 1일 마오는 스탈린으로부터 "5, 6개 사단을 보내 김일성을 지원하고, 병력의 명칭을 '자원병'으로 해 중공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은 것처럼 꾸미라"는 주문을 받았다. 마오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일부 병력을 북·중 국경으로 이동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스탈린의 전문이 오자 곧바로 "언제든 한반도로 진군할 수 있도록 대기하라"고 명령했다. 첫 번째 정치국 회의에서 마오는 "개입은 불가피하니 파병 일정과 사령관을 정하자"며 파병을 기정사실화했으나 반대가 심했다. 역시 미국과의 전쟁 우려 때문이었다. 격론 끝에 사령관으로 임명된 펑더화의(彭德懷)의 찬성으로 파병이 결정됐고, 마오는 같은 달 15일까지 전쟁 준비를 완료하라고 지시했다.이렇게 마오가 한국전쟁 개입을 강행한 이유로 여러 가지가 지적된다. 그중 하나로 프랑크 디쾨더 홍콩대 교수는 스탈린과의 경쟁의식을 꼽는다. 소련이 북한 정부 수립을 주도하면서 한반도 내에서 중공의 지분이 없는 취약한 입지를 한국전쟁 개입으로 만회하고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에서 공산주의 패권국으로 선다는 계산이었다는 것이다.('해방의 비극')6·25전쟁이 "제국주의 침략 확대를 억제한 것"이란 중국 시진핑(習近平)의 말은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다. 6·25전쟁은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이 합작한 침략전쟁이었다. 이 난(欄)에서 든 사실을 비롯한 여러 역사적 사실이 분명히 말해주는 바다.

2020-10-31 05:00:00

[야고부] 조선시대의 혼밥족

[야고부] 조선시대의 혼밥족

한국 사람들은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을 유달리 좋아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우리 조상들은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에 가까웠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각자 1인 밥상을 차려 먹었고 식사 중엔 말을 삼갔다. 일제강점기 주막 풍경을 묘사한 글을 보더라도 식객들은 밥상과 밥그릇, 국그릇을 따로 차려 놓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 주막에서 손님들이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왁자지껄 친교를 다지는 풍경은 없었다.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6·25 이후부터다.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해지면서 식구에게 독상을 차려줄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밥상을 매번 따로 차리는 것은 중노동인데 이 부담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자는 인권 운동도 여기에 한몫을 했다.서구 문화의 영향과 산업화 여파로 우리나라에서도 식사는 커뮤니케이션의 지위를 획득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식사를 비즈니스에 잘 활용한다.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통령의 식사는 꽉 막힌 정치적 갈등을 풀어 나가는 고도의 정치 기술이기도 하다.문재인 대통령이 혼밥 논란에 휩싸였다. 28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통령 일정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5월~올 9월 문 대통령의 식사 회동 횟수는 209회에 그쳤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외부 인사와 식사 회동을 한 셈이다. 내부 일정 소화 비중은 78%나 됐다.대통령의 혼밥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2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혼밥하시우?"라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이 혼자 밥을 먹기보다는 약식 회의를 겸해 참모들과 식사를 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참모들과 밥을 먹어 봤자 확증 편향만 강해질 뿐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통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이유 중 하나가 유별난 혼밥 사랑이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잊어버린 것일까. 대통령이 혼밥을 즐기다 보면 민심과 동떨어지고 세상 물정 모르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은 정치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반드시 소통해야 하는 자리다. 더구나 지금은 혼자 밥 먹는 게 예법인 조선시대도 아니다. 대통령의 '식사 정치'가 아쉽다.

2020-10-30 05:00:00

[야고부] 울릉도 누룩뱀

[야고부] 울릉도 누룩뱀

최근 아시아 말벌이 미국에서 큰 이슈가 됐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진공 흡입기로 말벌을 퇴치하는 뉴스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전 세계에도 타전됐다.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로 불리는 이 장수말벌은 동아시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데 꿀벌과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이런 말벌이 미국에 처음 상륙하자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말벌이 북미에서 처음 목격된 것은 지난해 가을 무렵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미국 워싱턴주 등 태평양 연안 지역에 말벌이 출현하자 농무부 당국은 말벌 여러 마리를 포획한 후 추적기를 달아 벌집을 찾아냈다. 북미 전역에 확산하기 전에 미리 소탕하기 위함이다. 전문가들도 말벌 몇 마리가 단 몇 시간 만에 꿀벌 둥지를 모두 파괴할 정도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외래종의 생태계 교란을 경고했다.앞서 가물치도 미국에서 악명을 떨쳤다.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흔한 가물치가 지난 2002년 메릴랜드·버지니아주 등 동부 지역 강과 저수지에서 목격되자 가물치 한 마리당 200달러의 현상금을 내걸 정도로 경계했다. 우리에게 배스나 블루길의 존재처럼 가물치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인식된 것이다.외래종이 파생하는 생태계 문제점은 이 외에도 많다. 한국 등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줄무늬다람쥐(chipmunk)가 유럽 숲 생태계를 교란한 사례나 황소개구리, 2009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뉴트리아, 몇 해 전 부산항 화물 컨테이너에서 처음 발견된 붉은불개미 등은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뱀 없는 섬'으로 알려진 울릉도에서 최근 뱀이 목격됐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2일 저동항 수협 위판장에서 60∼70㎝ 길이의 검은 갈색 줄무늬 뱀이 목격됐는데 외형상 누룩뱀으로 추정된다. 쥐잡이뱀, 밀뱀 등으로 불리는 누룩뱀은 울릉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뱀이다. 그런데 울릉도에서 처음 목격되자 어디서 어떻게 유입됐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현재로서는 뱀의 출현이 울릉도 생태계에 어떤 영향과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언급한 사례에서 보듯 낯선 외래종이 생태계에 끼치는 크고 작은 영향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당국의 세밀한 조사와 장기적인 추적이 필요해 보인다.

2020-10-2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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