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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정치인의 애물단지

자식을 '애물단지'라고들 한다. 애물단지는 '애물'의 낮춤말이고 몹시 애를 태우거나 성가시게 구는 사람이란 뜻이다. 오래전 유명한 대기업 회장이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평생 모든 걸 원하는 대로 다 이뤘다. 근데 두 가지만은 맘대로 되지 않더라. 하나는 자식이고, 하나는 골프다." 세상에 자식 걱정 없는 부모가 어디 있을 것이며, 멋대로 날아가는 공을 원망해보지 않은 주말 골퍼가 몇이나 되겠는가.정치인에게 자식이란 존재는 골칫거리에 가깝다. 사고를 치지 않으면 '효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인 속칭 '홍삼 트리오'는 모두 감옥살이를 했다.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두 차례나 대선 고지를 앞두고 아들 병역 문제의 늪에 빠져 실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위대한 아버지 덕분에 대통령까지 됐지만, 자기 관리에 실패해 아버지의 명예만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문재인 대통령의 자식 문제도 좀 껄끄럽다. 아들 문준용 씨가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 일반직 공채에 단독 응시해 합격한 것을 두고 아직도 야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딸 문다혜 씨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한 것을 놓고도 온갖 소문이 나오지만, 정확한 실체는 알 수 없다. 청와대의 압력 때문인지, 관료들의 충성심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당국이 문 대통령 딸에 대한 정보를 흘린 사람을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일부는 처벌했다. 아무리 민감한 대통령 가족 문제라고 해도, 당국의 처사는 도가 지나치다.며칠 전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엉뚱하게 자식 자랑을 하는 바람에 '팔불출' 얘기를 듣고 있다. 황 대표는 "아들이 고스펙이 없는데도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그 아들은 연세대 법대 출신에 학점 3.29, 토익 925점이었다. 강연 중에 '엄친아'의 표본인 아들을 내세웠으니 네티즌의 질타를 받을 만했다. 정치판에서 자식 문제는 금기다. 자식을 입에 담는 순간 이익보다 손해가 많다. 황 대표가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2019-06-26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감독 바꿔!"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정정용 감독과 선수들 덕분에 2019년 초여름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게 아니라 백성이 있어서 임금이 있는 것이다. 선수들이 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어록들과 함께 정 감독의 소통·배려·스펀지 리더십은 두고두고 회자할 것이다. 재기 발랄하고 투지 넘친 선수들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설 것으로 믿는다.모든 경기가 명승부였지만 복기를 하면 16강전에서 맞붙은 일본전이 가장 큰 고비였다. 전반전엔 한국이 크게 밀렸다. 문제는 수비 전형이었다. 4-4-2를 쓰는 일본을 상대로 5-4-1로 수비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하려고 내려온 이강인의 수비 부담이 커지며 볼 점유율을 내주고 공격력이 약해졌다. 반전은 하프타임 이후 정 감독의 전술 변화에서 시작됐다. 엄원상을 투입하며 4-4-2로 전형을 바꿨다. 수비 부담이 준 이강인은 오세훈과 공격에 집중해 결국 1대0 승리를 이끌어냈다.축구에선 하프타임 때 작전을 많이 바꾸지만 농구, 배구 등은 아예 작전타임이 따로 있다. 감독과 선수가 공수 전략을 주고받는 시간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편의 승세를 꺾거나 내 편의 잇따른 실책을 되돌아보려고 작전타임을 쓴다. 작전타임을 잘 활용하면 승리를 가져올 수도, 반대로 허투루 하면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바꿨다. 경제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선수를 교체한 것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작전은 그대로 고집하면서 선수만 바꾼 탓에 기대할 게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로 투입된 선수도 교체된 선수와 오십보백보여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돌려막기 인사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운동경기에서 감독이 경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점수를 계속 내주면 경기를 망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경제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실패한 정책을 뜯어고치지 않은 채 자기 사람만 이 자리, 저 자리로 돌려막으니 경제가 나아질 리 만무하다. 이러다가 "문제는 감독이야! 감독 바꿔"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9-06-25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신청사와 풍수(風水)

영화 '명당'은 왕기(王氣)가 서린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당대의 권문세가와 야심 찬 왕족의 대립과 욕망을 그렸다. 역사적 실화를 풍수지리적인 관점에서 재구성한 픽션이다. 풍수지리는 이미 삼국시대에 도입되었는데 고려시대에 전성기를 이루며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인의 생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연말로 예정된 대구시청 신청사 최종 입지 선정을 앞두고 구·군 간의 유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역사적·문화적·산업적 여건과 시민의 접근성을 고려한 교통 인프라를 내세우며 저마다 유일한 대안임을 주장하고 있다. 도시의 미래를 조망하며 인구와 외연의 확장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청사 건설의 경제성을 감안해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이색 현수막과 영상을 제작하며 저마다 차별화된 홍보전에 나선 가운데 최근에는 풍수설까지 동원하며 최적지론을 설파하고 있다. 풍수설전(風水說戰)에서는 주로 북구와 달성군이 맞붙었다. 북구는 배산임수의 오랜 명당인 옛 경북도청 터로 시청사를 옮기는 것이 적격임을 강조한다. 현재 시청 별관이 있는 곳이야말로 신천과 동화천, 금호강 등 삼수(三水)가 모이는 중심지로 지속적인 번영과 발전의 생태 공간이라는 것이다.이에 대해 달성군은 시청사 후보지로 내놓은 화원(花園) 땅에 대한 신풍수론을 주창하고 있다. 조선왕조의 도읍을 한양으로 정한 도승 무학대사가 비슬산 자락과 낙동강으로 둘러싸인 화원 일대를 '만대의 영화를 누릴 명당'(萬代榮華之地)이라고 한 비결서(秘訣書) 대구 편을 인용한 것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옛 경북도청 터가 명당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경북도청을 품으며 그 역할을 다했다는 견해까지 내놓은 형국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이다.신청사의 향배는 구·군의 중흥과 직결된다. 유치 경쟁이 후끈한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만사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소지역주의나 정치인의 포퓰리즘이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며 대구의 새로운 백년대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대구시 신청사 건립은 대구시민 모두를 위한 것이다.

2019-06-24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우리 군의 진짜 실력

군대가 진짜 강군(强軍)인지 무늬만 그런지는 평소에는 알기 힘들다. 전투 그것도 강적(强敵)과 조우(遭遇)했을 때에야 비로소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1939년 5월부터 9월까지 만주국과 소련, 외몽골 접경지역에서 일본 관동군과 소련군이 맞붙은 노몬한 전투가 바로 그런 경우다.이 전투 직전까지 일본군은 무적이었다. 근대화 이후 청일전쟁, 러일전쟁, 중국 군벌과의 전쟁 등 크고 작은 전투에서 모두 이겼다. 그러나 노몬한 전투에서는 박살이 났다. 병력의 3분의 1이 죽거나 다쳤다. 사실상 궤멸이다. 최신예 전차, 중포(重砲), 항공기로 무장한 소련 기계화부대에 백병전(白兵戰)으로 맞섰으니 당연한 결과였다.이렇게 무모했던 것은 전력이 뒤진 중국군과의 전투 경험 때문이었다. 중국군에게는 그런 전술로도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의 양상은 기계화부대가 대세인 시대로 바뀌고 있었다. 일본군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계란으로 바위를 친 것이다.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사건이 군의 실력을 폭로하는 경우도 있다. 1987년 5월 28일 마티아스 루스트란 서독의 19세 괴짜가 경비행기를 몰고 소련 영공을 유유히 통과한 뒤 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 착륙한 사건이 바로 그렇다. 이는 소련 군부에 재앙이었다. 1만여 개의 레이더와 요격 전투기, 지대공 미사일이 겹겹이 쳐진 소련 방공망(防空網)이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소련의 치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무자헤딘 전사의 게릴라전술에 고전했던 사실이 보여주듯 소련군 전체가 덩치만 큰 약골이란 의심까지 받았던 것이다.북한 어선의 '노크 귀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삼척항 앞바다로 올 때까지 전혀 몰랐다. 한마디로 '안보 참사'다. 우리 군의 진짜 실력이 드러났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더 참담한 것은 청와대가 정확한 실상을 알고도 군의 거짓 발표를 방조했다는 사실이다.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고 있다.

2019-06-2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대구, '급한' 부산 제쳐

우리 땅은 좁다지만 지역마다 사람 기질(氣質)은 같지 않다. 특히 경상도 울타리 안도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이뤄진 경상도 사람 기질 조사 결과 역시 그렇다. 흔히 부산 사람의 손꼽히는 특징은 '(성격이) 급하다'이다. 반면 대구가 낀 경북은 대체로 '느긋하다'는 반응이다. 경험적으로 수긍할 만하다.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둘러싼 부산의 움직임은 더욱 좋은 사례다. 과거 영남의 5개 시·도지사가 합의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백지화 뒤집기와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조차 무시하고 스스로 만든 절차를 내세워 관철을 시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히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속담마저 무색할 급함이다.부산이 정치적 터인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전반기 아직 '힘'이 펄펄할 때 뒤집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정권이 바뀌더라도 결코 되뒤집을 수 없도록 대못을 박자는 속셈이리라. 20일 부산·울산·경남도 세 단체장의 국토부 방문과 장관 면담은 '불가역적' 쐐기를 박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부산판 '도원결의'라면 지나칠까.느긋한 대구경북 국회의원이 비록 뒤늦게 이런 부산을 막겠다지만 이를 겁낼 부산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핀란드 방문길에 문 대통령은 부산~헬싱키를 잇는 하늘길까지 내년부터 열겠다고 할 만큼 부산 사랑이 남다른지라 대구경북 국회의원 목소리에 부산 요구를 내칠 까닭이 없지 않은가.그런데 부산 사람의 이런 급함에 뒤진 대구 사람이 위안(?) 삼을 만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대구의 집값이다. 인구나 경제력 등을 따지면 대구와 비교가 힘든 부산의 집값보다 대구 집값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이 5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대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부산보다 989만원이 비쌌다.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지는 집값이겠지만 여러 경제지표에서 부산보다 떨어질 터인데 집값만큼은 부산을 제쳤다니 다행인가, 불행인가. 미래가 달린 현안에 대해서는 느긋하기만 한 대구가 집값 올리는데는 부산보다 급했던 결과인가. 느긋해도 될 만한 대구의 집값 오름 같은 불청객 소식에 마음은 날씨보다 덥다.

2019-06-2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지방기상청 승격

일본 사이타마현 구마가야(熊谷)시는 도쿄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60㎞ 떨어진 인구 20만명의 소도시다. 그런데 구마가야는 매년 여름이면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가장 더운 지역이어서다. 구마가야가 뜨거운 이유는 사이타마현 서쪽의 지치부(秩父) 분지에서 발생하는 푄 현상과 도쿄 도심의 열섬 현상에 따른 무더운 계절풍 때문이다.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구마가야시 기상 자료를 보면 7, 8월 두달 평균 최고 기온은 각각 30.1℃, 31.9℃였다. 우리로 치면 봄과 가을인 4월과 10월에도 최고 기온이 30℃를 넘길 정도다. 지난해 7월 23일 구마가야시 최고 기온은 무려 41.1℃를 기록했다. 일본 기상관측 사상 최고다. 지난 5월 최고 기온이 이미 35℃를 넘어서자 물안개 분사장치 가동과 열사병 예방 키트 홍보 캠페인 등 구마가야시 폭염 대책을 소개하는 보도가 그제 우리 지상파TV에도 등장했다.구마가야시와 비슷한 '열도'(熱都)가 바로 대구다. 근래 들어 다른 도시에 그 타이틀을 넘겨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상청 예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분지라는 지리적 특성에다 250만명의 대도시인 점 등 기상에 관한한 대구의 중요도나 위상은 무시할 수 없다.하지만 그동안 부산지방기상청 산하 대구기상지청이 제한적인 기상관측 업무를 담당해왔다. 대구 지청 관할 면적이 국토 면적의 19.8%로 가장 넓은데도 인력과 예산은 뒤따르지 못한 것이다. 대구시가 10년 넘게 행정안전부에 지방기상청 승격을 건의해왔지만 여건탓에 계속 무산됐다. 광역시·도를 모두 관할하면서도 유일하게 지청으로 남은 곳이 대구다.대구기상대가 그제 대구지방기상청으로 마침내 승격했다. 1907년 대구기상대 설립 이후 112년 만이다. 2013년 효목동으로 청사를 신축 이전하면서 시설을 크게 확대했고, 경주·포항 등에서 지진이 빈발해 대응 수요가 커진 것도 승격 배경의 하나다. 이제 숙제가 풀린만큼 양질의 기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만 남았다. 분야별 전문성을 더욱 키우고 예보 적중률을 높여야 한다. 대구지방기상청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기대한다.

2019-06-20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공무원은 죄가 없다'

1504년 연산군은 생모 폐비 윤씨의 사사(賜死)에 관련된 인물들을 처형했다. 폐비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물론 사약으로 비상을 추천했거나 사약을 들고 갔던 신하들에게 죽음을 내렸다. 산 자는 조각을 내 죽였고 죽은 자는 관을 부수고 시체를 조각냈다. 사약을 들고 갔던 한 신하의 부인이 "우리 자손은 씨도 남지 않겠구나"란 말이 현실이 됐다.연산군 입장에서 보면 생모에게 사약을 들고 간 신하는 적폐(積弊)를 넘어 원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신하 입장에서 보면 사약을 전하라는 연산군의 아버지 성종의 명을 거역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불충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때 그 자리를 맡았던 것이 불행한 죽음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관료가 문제"란 말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바짝 엎드린 채 열심히 일하지 않고 소신도 없는 공직사회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공무원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청와대 책임이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전전 정권 정책에 관여한 관료들을 '부역자'로 몰아세운 것이 이 같은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경제 부처 공무원들이 정책 보고서를 만들 때 '과수'(과장 수정), '국수'(국장 수정) 등 누구 지시로 수정했는지를 표기한 파일을 만들어 두는 것은 후환을 당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의 하나다.적폐청산 과정에서 공무원을 옭아매는 데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 직권남용죄가 이제 집권 세력을 향한 부메랑이 됐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과 관련 문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수사 지시를 내린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과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한국당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공무원이 '정권 교체 리스크'까지 고려해서 일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정권 입맛에 따라 이현령비현령식으로 공무원을 단죄하는 행태부터 사라져야 한다. 21세기에 연산군 때와 같은 일이 벌어져서야 말이 되는가.

2019-06-19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알아서 기는 우상화

스탈린은 키가 작았다. 공식적으로는 168㎝이지만 실제로는 163㎝였다. 이보다 더 작다는 설도 있다. 소련 붕괴 후에도 공산당원으로 남았던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160㎝로 봤다. 그리고 왼팔이 오른팔보다 짧았으며 왼손은 오른손보다 눈에 띄게 컸다. 이 때문에 그는 항상 오른손을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겼다고 한다.스탈린은 이런 신체 조건을 있는 그대로 그린 초상화가 여럿을 총살했다. 아마도 작은 키가 큰 콤플렉스였던 듯하다. 드미트리 날반디안(Dmitri A. nalbandian)이란 화가는 이를 감지한 듯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구도를 잡아 키가 커 보이게 그려 스탈린을 만족시켰다.('모던 타임스Ⅰ' 폴 존슨) 이후 소련의 선전기관들은 알아서 기었다. 각종 영화와 연극에서 스탈린은 키가 크고 잘 생긴 인물로 등장한 것이다.이런 일화는 구소련의 스탈린 우상화가 그의 지시나 암시는 물론 그의 충복(忠僕)들이 알아서 긴 결과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1940년대 '스탈린그라드' '스탈린스크' '스탈리노고르스크' '스탈리노그라드' '스탈리니시' '스탈리나오울' 등 스탈린의 이름을 딴 지명(地名)이 대거 생겨난 것은 대표적인 예다. 모두 지역 관리들의 충성 경쟁의 산물이다.스탈린이 거부한 우상화 시도도 있었다. 모스크바를 '스탈리노다르' 또는 '스탈린다르'(스탈린의 선물이란 뜻)로 바꾸자는 청원이나 역법(曆法)을 바꿔 예수 탄생 연도가 아닌 스탈린의 생일을 기준으로 하자는 제안이 바로 그것이다. 스탈린 자신도 낯 간지러웠는지 받아들이지 않았다.북한 김정은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 빈소에 보낸 조화를 특수 처리를 거쳐 김대중 도서관에 영구 보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김정일이 2009년 김 전 대통령 타계 때 보낸 조화도 같은 과정을 거쳐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고 한다. '최고 존엄'의 흔적은 털끝 하나까지 간수하는 북한의 우상화를 빼다 박았다. 김정은에게 알아서 긴다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 코미디다. 이런 일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2019-06-18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폭로자

영화 '트럼보'(2016년)는 1950년대 '빨갱이'로 몰려 고난과 좌절을 겪은 천재 시나리오 작가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달튼 트럼보는 먹고살기 위해 11개의 가명으로 시나리오를 썼는데 올드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작품이 여럿이다. '로마의 휴일' '카우보이' '영광의 탈출' '스파타커스' '빠삐용' '추억'….그는 13년 뒤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고는 회한과 슬픔으로 가득한 소감을 밝혔다. "이 작고 값어치 없는 금 조각상은 내 친구들의 피로 뒤덮여 있다."트럼보는 당시 공직·일자리에서 쫓겨난 1만 명 중 한 명일 뿐이다. 1950년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이 "내 손에 205명의 공산당원 명단이 있다"고 폭로하면서 미국은 10년 가까이 공포의 시대를 보냈다.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폭로가 얼마나 사회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는지 알 수 있다. 출세를 위해 인격 살인을 서슴지 않은 매카시는 미국의 수치로 남았다.매카시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최순실 재산을 300조원이라고 폭로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경기 오산)이 떠오른다. 안 의원은 2017년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자금 규모가 당시 8조9천억원, 지금 돈으로 300조원이 넘고, 최순실 일가로 흘러 들어갔다"고 했다. 300조원은 세계 최고 부호 1~4위 재산을 모두 합한 금액이고 보면 터무니없는 액수다.안 의원은 지난 6일 "최순실 재산에 대해 독일 검찰을 통해 확인해 보니 돈세탁 규모가 수조원대"라고 했다. 최순실 재산을 2년 새 300조원에서 100분의 1로 줄인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은 '민주당 최고의 소설가'라는 별명을 붙였다.안 의원이 이번에는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 결성을 주도해 네티즌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는 SNS에 "선한 의도였다.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을 만큼 국민이 어리석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자는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정치 선동과 비뚤어진 가치관에서 비롯됐기에 자신의 폭로를 진실이라고 믿는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평했다. "의도가 선하다고 모든 게 정의롭다는 생각부터 틀려먹었다."

2019-06-17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우리 소·닭·돼지

황해도 안악 고분에는 검고, 누렇고, 얼룩진 세 마리의 소 그림이 등장한다. 소의 뿔과 코뚜레, 고삐도 선명하다. 357년에 쌓은 고구려 무덤인 만큼 우리 소 역사가 유구함을 말하는 그림이다. 물론 구석기 때로 추정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소가 새겨졌으니 소의 역사는 깊다.닭도 그렇다. 특히 닭에는 신라 시조 설화와 왕이 얽힌 계림(鷄林), 인도인이 우리를 '귀한 닭'이란 뜻인 '구구타 설라'로 부른 사연 등이 있다. 우리 닭은 밖에도 알려져 중국 의서에 나올 정도였다. 꼬리가 90~120㎝에 이르는 장미계(長尾鷄)는 맛 좋고 기름지기로 이름이 높았다.돼지도 같다. 고구려는 제천 행사에 돼지를 바쳤고, 부여는 돼지를 길러 고기는 먹고 가죽은 옷을, 털은 짜서 베(布)를 만든 기록을 남겼다. 발해는 돼지 가죽 1천 장을 당나라에 수출했다. 돼지는 풀을 뜯는 소와 달리 곡물을 먹고 농사 쓰임새가 적어서인지 푸대접도 받았다.이런 가축은 민족적 특징을 가졌는데, 일제강점기 자료는 그 우수성과 장단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일제에 집중 수탈된 한우의 뛰어난 점은 지금도 새길 만하다. 먼저 품성이 한민족처럼 선천적으로 온순하고 영리했다. 암수 섞여도 싸우지 않고 사람과 배를 타도 조용했다. "세계 제일"이라 불린 까닭이다.우리 가축의 시련은 일제 수탈과 경제성만 외친 사육 정책으로 가혹했다. '한'(韓)이란 글자를 앞세울 만한 숱한 고유의 우수 유전자 보유 가축들이 사라졌고, 수입고기 홍수는 이를 부채질했다. 우리 또한 '돈 되는' 가축만 길렀다. 뒤늦게 온 나라를 뒤져 없어진 옛 가축 종자 복원에 나서지만 차 떠난 뒤와 같다.이를 안타깝게 여겨 우리 가축에 관심을 쏟다 퇴직한 여정수 영남대 명예교수가 여섯 제자와 8일 '재래 닭·재래 돼지·한우'라는 책을 내고 '한민족 고유의 유전자원' 보호를 호소했다. 칠순(七旬)을 겸해 제자들과 조촐한 모임을 연 그의 "재래 가축은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의 변화를 알려준다"는 말이 절박하다.

2019-06-1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은퇴 자금

나이가 들고 은퇴하면 많을수록 좋은 게 건강과 친구다. 또 소일거리나 취미, 평생학습도 젊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뭐라 해도 노후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경제력이다. 여러 노후 대책 가운데 은퇴 자금 부족은 불안한 노후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26%가 은퇴에 대비한 저축이 전혀 없었다. 더 세부적으로 45~59세 중년층의 17%, 60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13%만 '노후 준비가 없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와 비교해 중년층 이상은 나름 준비가 잘돼 좋은 대조를 이뤘다.일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 해 전 한 경제주간지가 60~65세 정년퇴직 남성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노후 준비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은퇴 자금이 1천만엔(약 1억900만원) 미만이고, 연금에 의존하는 은퇴빈곤층이 전체의 41.3%였다. 또 노후 자금 1천만~3천만엔 아래로 준비한 은퇴중산층이 29.7%로 상대적으로 처지가 낫지만 불안한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부류로 꼽혔다. 반면 3천만엔 이상 저축한 은퇴부유층은 29%에 불과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수'(長壽)라는 변수가 돌출했다. '100세 시대'를 맞으면서 지금과 같은 은퇴 준비로는 노후가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노후 자금으로 2천만엔을 더 모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는데 자민당 정권이 '100년 안심'을 내세우더니 말을 바꿔 공적 책임을 포기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속사정이 어떻든 수명이 길어질수록 불안한 경제력이 노년의 최대 위협 요인인 것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한때 '노후 자금 10억원' 신드롬이 크게 돌출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금융사가 과장된 '공포 마케팅'으로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높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한 자릿수로 추락한 개인저축률과 저금리는 65세 이상 노후빈곤율이 48.6%에 이르는 우리 현실은 큰 고민거리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걱정 없는 노년에 대해 정부가 더 고민하고 사회적 공감대도 커져야 할 때다.

2019-06-14 06:30:00

이대현

[야고부] 툭하면 역사 타령

영국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 말에 경도(傾倒)된 탓인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재의 집권 세력은 신물이 날 정도로 과거와의 '대화'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는 대단히 정략적이다. 과거에서 어떤 것을 가져와 상대방을 공격하는 도구로 악용하기 때문이다.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역사 타령'은 끝 간 데가 없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 띄우기 발언을 했다.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로 평가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때와 장소 모두 부적절한 추념사였다. 6·25에서 순국한 영령들을 모신 곳에서 그것도 현충일에 '6·25 전범'인 김원봉을 들먹인 자체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기념일마다 '역사·이념 논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다 보니 걱정이 될 정도다. 3·1절 경축사에선 빨갱이 발언, 5·18 기념사에선 '독재자의 후예'란 표현을 썼다. 다가오는 제헌절·광복절에도 비슷한 발언이 나올 게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아예 한술 더 떴다. 그는 "정조대왕 이후 219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10년과 문 대통령 2년 등 12년을 빼고는 일제강점기거나 독재 또는 아주 극우적인 세력에 의해 나라가 통치됐다"고 했다. 편향된 그의 역사관에 어안이 벙벙하다.지금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가슴에 새겨야 할 과거는 100여 년 전 조선이 당한 망국(亡國)의 역사다. 그때 조선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열강의 다툼이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다툼과 똑같기 때문이다. 자국 이익에 따라 강대국이 이합집산을 하는 와중에 자칫하면 우리가 조선처럼 어느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1905년 가쓰라·태프트밀약으로 미국이 일본의 조선 지배를 승인하면서 우리 민족은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 당시를 뛰어넘을 정도로 미·일은 밀착됐고 한국은 외톨이 신세가 됐다.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 안 된다는 법이 없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진정으로 대화하고 깨달음을 얻어야 할 역사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2019-06-13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완전범죄의 종언

"사람이 발명한 것이라면 누구나 풀 수 있다."명탐정 셜록 홈스의 말이다. 작가 코난 도일은 첫 소설 '주홍색 연구'(1887년)에서 홈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문학·철학: 전혀 모름, 정치학: 허약함, 식물·지리학: 특정 분야·관심 분야만 박식함, 화학·응용공학: 권위자, 범죄 관련 문헌: 걸어 다니는 범죄학 사전'.홈스는 철저하게 과학적인 통찰력과 관찰력을 동원해 증거를 찾아냈다. 추리소설이 지적 유희의 산물이 된 것은 홈스에서 비롯됐다.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 보듯, 신기막측한 과학 기술은 홈스 이래 여전히 추리소설의 매력적인 도구로 쓰인다.영미문화권, 일본에서는 유명 추리 작가와 작품이 쏟아지는 데 반해, 한국의 추리소설계가 빈약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경제 발전 차이, 사법 체계 확립 정도, 비순수문학 천대 등으로 설명한다. 그보다는 아래의 속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과거에 경찰은 범인을 특정해 강압 수사, 고문 등으로 자백을 받아내면 충분했으므로 증거나 과학수사는 상대적으로 중시되지 않았다. 증거를 과학적 이성적으로 추적하는 추리소설의 토양이 한국에는 없는 셈이다." 물론 1970~90년대 얘기다.더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는 증거물이나 목격자, 과학수사보다 훨씬 더 유용한 도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CCTV의 천국이라는 사실이다. 2017년 통계로 공공기관의 CCTV 숫자는 95만 대가 넘고 사업장에만 800만 대, 모두 합하면 1천300만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민 한 사람이 CCTV에 하루 평균 수십 번 찍힌다는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펜션에 혈흔을 남기기도 했지만, CCTV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완전범죄를 꿈꾸긴 했으나 ▷범행 3일 전 제주시 마트에서 범행 도구를 구입하고 ▷범행 후 펜션에서 무언가를 들고나오고 ▷완도행 여객선에서 봉투를 바다에 버리고 ▷김포 아파트에서 시신의 일부가 든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다. 어디에선가 범인을 내려다보고 있는 CCTV 앞에서는 수수께끼가 존재할 수 없다.

2019-06-12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비선 실세

조선시대 상궁 김개시(金介屎)는 광해군을 어린 시절부터 돌봐온 인연으로 왕의 신임이 두터웠다. 왕실의 대소사를 좌지우지했는데, 드러내놓고 매관매직을 일삼는 등 해악이 컸다. 대신들이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으나, 도리어 역공을 당하곤 했다. 광해군의 실정을 부추겼던 김개시는 인조반정이 일어나고서야 제거되었다.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정책 결정을 황후 알렉산드라에게 의지했다. 그런데 그 황후를 배후 조종한 인물은 라스푸틴이라는 수도승이었다. 최면술을 활용한 신비주의 종교인이었던 그는 황태자의 병을 치료한 인연으로 황후에게 '성자' 대접을 받았다. 전쟁과 혁명의 경고음을 무시한 채 국정을 농단하던 라스푸틴은 귀족들에게 암살되었고, 황제 일가족의 최후도 성큼 다가왔다.진령군이라는 무당은 임오군란으로 충주에 피신해 있던 명성황후에게 접근해 환궁을 예언하며 국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황후의 절대적인 신임으로 궁궐에 들어와 정사에 관여하게 되자, 모든 벼슬아치들이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고종과 황후를 쥐락펴락하며 매관매직을 일삼고 굿판을 벌여 국고를 탕진하는 요녀를 충신들이 목숨 걸고 탄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천출의 무당으로 군호(君號)까지 받은 진령군 또한 인과응보의 사슬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문제는 망조가 짙게 드리운 조선의 운명이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엉뚱한 여인이 무도하게 국정에 관여하면서 사익을 챙기다가 국가와 국민을 일대 혼란에 빠트린 일이 또 불거졌다. 최근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 추가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의 국정 개입 정황은 참담하다. 누가 대통령이었는지…?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어찌 이 같은 근거 없는 샤먼과 하찮은 인간에 의해 농락당할 수가 있는가.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겼을 때 어떤 위기가 닥쳤는지, 역사는 준엄하게 가르치고 있다. 영원한 재야(在野)운동가 장기표 씨는 '박근혜에게 최순실이 한 명이라면, 문재인에겐 열 명일 것'이라고 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2019-06-11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정부, '시다바리' 될라?

"'내가 니 시다바리가?'는 부산말의 전 국민화에 큰 공을 세웠다."부산일보는 2006년 3월 기사에서 2001년 개봉, 최고 흥행을 올린 영화 '친구'의 대사인 '내가 니 시다바리가?'를 "전국에 퍼뜨린 부산 사투리"라고 보도했다. 이어 상대를 '넘어서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내뱉은' 이 대사의 뜻을 "대수롭지 않은 심부름을 시키는 동료나 후배에게 이 말을 즐겨 썼다"고 덧붙였다.상업도시 부산은 해륙(海陸) 문화를 갖춰 개방적인 반면 조사 자료처럼 급함도 있다. 안전한 뭍의 삶터와 변덕스러운 바다와 싸워 앞길을 뚫는 뱃사람들이 어울린 도시의 영향이리라. 모험과 도전적인 긍정의 시각에서 보면 '내가 시다바리가'에 담긴 도전과 도발의 반항적 뜻도 나름 이해할 만하다.이를 4·19혁명과 10·26사태, 부마 항쟁, 부산 미(美) 문화원 방화사건 등과 연결, 부산이 지닌 '전복성'(顚覆性)의 한 단면으로 보는 연구 맥락과도 통한다. 즉 상업도시 부산 특유의 현상으로 볼 만큼 좋은 측면일 수 있다. 아울러 부산으로선 비록 영화 대사이나 보도처럼 자긍심을 가질 만도 하다.부산은 다른 모습도 드러냈다. 지난 1992년 12월 대선 바로 밑에 터진 '초원복국 사건'이 그렇다. 장관 1명과 부산의 내로라할 관민(官民) 기관단체장이 김영삼 대통령 후보 당선을 위한 비밀 모임을 가졌다가 물의를 빚은 일로, 당시 나돈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과 함께 지역감정을 자극한 나쁜 선거 활동의 사례로 꼽히게 됐다.지금 부산의 지도자, 정치인이 목을 매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보면 '시다바리' 대사가 떠오른다. 과거 정부가 폐기하고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로 백지화된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대통령, 총리, 장관, 여당 대표까지 동원해 정부 정책을 뒤집는 부산의 작업은 영화보다 더욱 극적이다.자칫 정부가 '시다바리' 될까 걱정이다. 영화 '친구'의 다른 대사 '친구 아이가'나 '우리가 남이가'처럼 한편 부드럽지만 잘못 쓰면 남을 베는 칼이 되듯, '내가 시다바리가'의 전복성도 그렇다. 급해 지나치면, 역사를 거스를 뿐이다. 모르고 그렇다면 안타깝고, 알고도 그러면 새 적폐를 쌓는 꼴이다.

2019-06-10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순한' 금연 광고

미국 치료심리학자 하워드 레벤탈이 파상풍의 위험성과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일종의 '공포실험'으로 한 실험군에는 예방주사에 대한 자세한 안내문을 주었는데 파상풍 환자 사진과 보건소 정보 등을 담았다. 반면 대조 실험군에는 간략한 안내문만 주었다.실험 결과 구체적인 안내문을 접한 피실험자의 28%가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대조 실험군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은 고작 3%였다. 정보의 구체성이 인간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포 심리나 자극적인 정보가 사람의 행동과 의사결정 구조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준 실험이다.보건복지부가 최근 제조사의 담배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표준담뱃갑' 도입 등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끔찍하고 독한' 금연 광고에서 이달부터 흡연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호소형' 금연 광고를 시작해 효과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이른바 '순한' 금연 광고인데 2014년 이후 정부의 '불편한' 금연 광고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이런 선례가 없지는 않다. 2015년 국립발레단을 동원한 금연 캠페인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2002년 코미디언 이주일이 등장한 '담담한' 금연 광고도 효과를 봤다. 당시 70%에 가깝던 남성 흡연율이 50%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줄담배 줄초상' 'Smoking Smokill' 등 줄임말로 흡연 폐해를 패러디하기도 했다.그렇지만 혐오스럽고 자극적인 사진영상을 동원한 금연 광고가 여전히 대세다. 미국의 경우 흡연 질환자를 등장시킨 직접 화법의 금연 광고로 160만 명이 금연을 시도하고, 이 중 22만 명이 3개월 이상 담배를 끊는 데 성공했다는 통계도 있다.현재 10억 명의 흡연자가 존재하고, 그 절반이 아시아에 산다. 국내에도 약 900만 명이 있는데 매일 159명이 흡연으로 죽는다. 흡연 문화가 계속 바뀌듯 금연에 대한 인식과 금연 대책도 한 방향에 고정될 수는 없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2019-06-08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참새와 똥철의 역설

18세기 유럽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자신이 아끼는 버찌를 참새가 종종 먹어 치우는데 화가 나서 참새 소탕령을 내렸다. 그런데 참새가 사라진 벚나무에는 해충이 생겨 겨울눈과 새잎마저 성한게 없을 정도였다. 참새 사냥에 관한 최대의 역설은 1960년을 전후한 중국 대륙에서 벌어졌다.농공업 부흥을 위한 대약진운동을 일으킨 마오쩌둥은 인민의 곡식을 축내는 참새를 적폐의 동물로 낙인찍었다. 그러자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결성되고 새총과 그물, 독극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한 해에 2억 마리가 넘는 참새가 사라졌다. 그런데 수확량이 늘어나기는 커녕 메뚜기와 해충이 창궐해 벼를 갉아먹으면서 최악의 흉작을 기록하고 말았다.무분별한 참새 사냥의 결과는 수천만명에 이르는 인민이 굶어죽는 대재앙으로 돌아왔다. 참새 박멸작전을 중단하고 소련에서 20만 마리의 참새를 들여오는 촌극까지 연출했지만, 참혹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다. 마오쩌둥은 철강생산 증대의 구호 아래 마을마다 '토법고로'(土法高爐)라는 소형 용광로를 만들도록 했다. 농민들에게 철 생산을 강요하고 할당량을 부과하니 농기구는 물론 솥과 수저까지 고로에 넣고 녹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나온게 쓸모없는 '똥철'이었다.당시에는 아무도 그 어이없는 폐해를 지적할 수가 없었다. 부패한 국민당군을 몰아내고 중국을 통일한 혁명가의 지령이었기 때문이다. 정의를 자처한 혁명정권도 비현실적인 정책에서는 이렇게 처참한 역효과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촛불혁명을 되뇌는 문재인 정권이 강행하는 정책들은 어떤가.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올렸다.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며 근로시간을 칼같이 줄이고 있다. 영화를 보니 너무 위험하더라며 멀쩡한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신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있다. 그 결과 고용 참사와 제조업 위기로 경제가 흔들리고,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원전 생태계가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참새와 똥철의 데자뷔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19-06-07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의 협상

"낙원의 새를 잡을 수 없다면 비 맞은 암탉을 잡는 것이 더 낫다."협상에서 최선이 불가능하면 차선을 택하라는 뜻이다. 소련공산당 서기장이던 니키타 흐루쇼프의 말이다. 그는 좌충우돌하는 성격이었지만, 의외로 협상을 중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보다 먼저 개발해 핵전쟁의 공포를 안겨주며 '협박을 통한 협상'을 추구한 인물이다.협상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눈길을 끄는 관련 서적이 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쓴 '대통령의 협상'(위즈덤하우스 간)이다. '노무현과 문재인, 무엇으로 마음을 움직이는가'라는 부제만 봐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저자의 집필 의도를 쉬이 짐작할 수 있다.조 교수는 협상 전문가인 로저 피셔 하버드대 교수의 협상 원칙을 제시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분석했다. 인세를 노무현 재단에 기부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당연히 호평 일색이다. 조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타고난 전략가로, 문 대통령을 바둑으로 다져진 후천적 전략가로 칭했다.문 대통령에 대해 '협상 당사자의 태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중략) 문 대통령만큼 진정성 있고 그 진정성이 잘 전달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고 썼다. 과거에는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돋보였을지 모르지만, 요즘 문 대통령의 협상 능력은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 한 달 가까이 여야 대표 회담의 형식을 놓고 벌이는 한국당과의 협상 과정은 누가 봐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문 대통령이 한국당을 겨냥해 공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황교안 대표를 회담에 참석하길 바라는 것만 봐도 협상의 기본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피셔 교수가 제시한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라'는 첫 번째 원칙과 거리가 먼 행동이다. 청와대가 경제가 급하고 추경 통과를 원하면서도 회담 형식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피셔 교수의 두세 번째 원칙 '협상의 목적, 즉 이익에 초점을 맞춰라' '상호 이익이 되는 옵션을 개발하라' 와도 배치된다. 조 교수가 몇 년 후 문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평가하면 지금과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2019-06-06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일모도원

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途遠 倒行逆施)는 춘추시대 정치가 오자서로부터 유래했다. 초나라를 정벌한 오자서가 원수인 평왕의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직접 300대에 이르는 매질을 했다. 너무 심하다는 친구 말에 오자서는 "해는 저물려 하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문재인 대통령의 요즘 심경이 일모도원이 아닐까 싶다. 임기 반환점이 가까워졌지만 국민에게 내세울 만한 국정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대북 문제와 경제 등 어느 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게 없고 전망도 어둡다. 총선은 일 년도 안 남았고 곳곳에서 레임덕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부쩍 강경해진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일모도원 심리의 표출로 보지 않을 수 없다.1987년 대통령 직선제 후 역대 대통령 모두 집권 3년 차 증후군에 시달렸다. 인사·정책 실패, 공직 기강 해이, 당·청 갈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레임덕에 빠졌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을 할 정도로 권력 기반이 취약해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 패배에다 대형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총선 패배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재보궐선거 연패 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지방선거 패배, 민간인 사찰 논란을 겪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 대응 실패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등으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문 대통령도 집권 3년 차 증후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사·정책 실패, 공직 기강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폐기·수정 요구가 거세졌다. 툭 하면 비밀 유출을 일삼는 관료 사회는 무기력·무책임·무소신 등 3무(三無)에 빠졌다.열쇠는 문 대통령 자신이 갖고 있다. 소통과 협치 대신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자만·독선으로는 3년 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없다. 나는 잘못한 게 없고 너희가 바뀌어야 한다는 기득권 논리가 아닌 나부터 변한다는 자기 혁신의 논리로 가는 게 정도(正道)다. 문 대통령이 통 큰 리더십, 파격·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2019-06-05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곡학아권(曲學阿權)

구소련에는 공산독재 체제를 비꼬는 '웃픈' 농담이 많았다. 다음 농담도 그중 하나. 1930년대 어느 해 소비에트연방 고스플란(Gosplan·국가계획위원회) 사무실에서 통계실장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이 치러졌다. 면접관: "동지, 2 더하기 2는 무엇이요?" 첫 번째 후보: "5입니다." 면접관: "동지, 혁명적 열정은 높이 사오만, 이 자리는 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오." 후보는 정중하게 문밖으로 안내됐다.두 번째 후보: "3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어린 간부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놈을 체포하라! 혁명의 성과를 깎아내리다니! 이런 식의 반혁명적 선전 공세는 좌시할 수 없다." 후보는 경비에게 끌려나갔다. 세 번째 후보: "물론 4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학자티가 나는 간부가 후보에게 형식 논리에 집착하는 부르주아적 과학의 한계에 대해 따끔하게 연설을 했다. 후보는 수치감으로 고개를 떨군 채 방을 걸어나갔다. 이제 네 번째 후보: "몇이길 원하십니까?"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 나오는 내용으로, 소련이 '지상 천국'임을 증명하기 위해 경제 현실의 왜곡을 지시하고 학자와 전문 관료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서글픈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학자와 관료의 이런 순응은 생존을 위한 체제 적응이자 승진·출세를 노린 '곡학아권'(曲學阿權)이기도 했다.소련이 심했지만 소련만 이런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특히 정치적 필요 때문에 경제 현실을 왜곡 선전하려는 유혹에 빠질 때 관료의 '곡학아권'은 고개를 든다.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최근 행보가 바로 그렇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 비율을 40% 초반으로 유지하겠다"고 보고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그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따지자 2주 만에 "2, 3년 뒤면 국가채무 비율이 40%대 중반이 될 듯하다"며 말을 바꿨다. 2일 KBS에 출연해서는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총체적으로 보아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듯하다. 기자의 낯이 화끈거린다.

2019-06-0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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