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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도쿄올림픽 중단

[야고부] 도쿄올림픽 중단

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된 '2020 도쿄올림픽'은 내년에 열릴 수 있을까.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 대회조직위원회가 강행 의지를 보이지만 개최 여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달려 있다. 재유행하는 현재 상황으로는 정상적인 올림픽은 기대하기 어렵다.일본 내부에서도 언론을 통해 도쿄올림픽 중단 방침이 흘러나오고 있다. IOC가 일본 정부와 대회조직위원회에 도쿄올림픽 개최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역사적으로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범한 근대 올림픽은 전쟁으로 3차례 중단되었지만 연기된 적은 없다. 1916년 제6회 대회(베를린 예정)는 1차 세계대전으로, 1940년 제12회 대회(도쿄 예정)와 1944년 제13회 대회는 2차 세계대전으로 각각 열리지 못했다.도쿄올림픽이 내년에 예정대로 열린다면 홀수 연도에 열리는 첫 번째 대회로 이름을 올린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각이 이상야릇하다. 반일정서가 강해서일까. 도쿄올림픽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꽤 있다. 일본의 악재가 우리에게 행운인가.아닐 것이다. 만약 도쿄올림픽이 열리지 못할 정도로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면 이웃인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체육대회를 비롯한 대다수 스포츠 대회가 올해처럼 취소될 것이다. 체육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마비되는 고통이 뒤따른다고 볼 수 있다.올림픽은 도시와 국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1964년 제18회 도쿄올림픽을 발판으로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우리 또한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선진국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도쿄올림픽은 반세기가 넘는 56년 만에 다시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다. 이 대회가 취소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2032년 남북한 공동 올림픽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일본의 도쿄나 다른 도시가 우리의 경쟁자로 뛰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대륙별 순환 개최가 지켜지기에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건전한 경쟁을 통한 전 세계인의 화합'을 이념으로 출범한 올림픽이 전쟁으로 중단되는 상처를 입었고, 상업화로 오염된 데 이어 이제 전염병의 도전을 받고 있다.

2020-12-15 05:00:00

[야고부] 경북대여!경북대인이여!

[야고부] 경북대여!경북대인이여!

"하나는 아홉을 위하여, 아홉은 하나를 위해 헌신한다."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믿음을 실천한 이도 없지 않다. 일제 식민 치하의 1919년 11월 10일, 중국 땅 길림의 한 중국인 집에 모인 망명 한국인 13명이 이런 맹세를 했다. 대구 사람 이종암과 서상락 등 혈기 넘치는 젊은이였다. 이름 하여 의열단(義烈團)이다. 뒷날 단원 숫자는 늘었지만 처음 스스로 맹세한 20가지 행동강령과 10개 공약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7가살'(七可殺) '5당파'(五當破) 활동은 변하지 않았다.잃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처단할 조선 총독과 친일파 등 7부류를 마땅히 없애야 했고, 조선총독부 등 5가지 기관을 무너뜨리려 단원 모두 일(一)은 구(九)를 위해, 구는 일을 위해 헌신해야 했다. 그렇게 10년을 싸우다 1929년 해체됐지만 이들 정신은 꺼지지 않고 이어졌다.바로 윤봉길 의거다.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해 홍구(虹口)공원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 장군 등을 죽이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 지도자 장개석(蔣介石)은 "중국 100만 대군도 못 할 일을 해냈다니 감격스럽다"고 찬탄했고, 1967년 유족에게 헌시와 함께 '장렬천추'(壯烈千秋)란 휘호를 써 보낸 일도 있다.이들처럼 독립운동에 온몸을 던진 한국인은 당시 2천만 인구의 10%쯤이 아닐까 하는 추정도 있다. 한국은 이들 헌신과 희생에 외부 세계 응원 등으로 독립의 날을 맞았다. 그리고 올 8월 15일 현재, 비록 그들의 1%를 밑도는 1만6천282명만 겨우 나라의 서훈을 받았지만 그들 희생은 빛나지 않을 수 없다.이들 소수의 삶이 돋보인 까닭은 불가능의 악조건에서도 2천만 동포의 행복을 위해 가시밭길 독립운동을 스스로의 운명으로 삼은 때문이리라. 이런 사람들 활약은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다. 역사는 인해(人海)의 기록보다 하나는 아홉, 아홉은 하나를 위하는 소수의 정신을 더 비추는 모양이다.경북대가 올 총선에서 국회의원 8명을 배출했지만 정작 내년도 나라 예산 지원은 0원이라 낙담인 모양이다. 그러나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 8이 1(모교)을 위해, 1(경북대)이 8을 위해 뭘 할지 고민도 않았는데 무슨 성과를 바랄까. 앞으로도 이러면 숫자는 그냥 숫자일 뿐이다. 이리 여기면 마음은 편하리라.

2020-12-14 05:00:00

[야고부] 메가시티

[야고부] 메가시티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부른다. 오하이오, 미시간, 인디애나,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주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지역은 187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의 중심이었다. 철강과 기계금속, 석탄, 자동차, 방직 등 산업이 집중돼 1950년대 미국 전체 고용의 43%를 차지했다.하지만 1970년대 이후 이 지역의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드는데 경쟁력 저하가 원인이었다.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생산비용이 더 저렴한 남부나 서부로 이전하는데 러스트 벨트는 미국 제조업 몰락의 상징어로 굳어진다.몇 년 전부터 대기업이 잇따라 구미시를 떠나면서 구미국가산단에 빈 공장이 늘고 있다는 보도다. 지난 2009년 옛 금성사 구미공장(LG필립스디스플레이) 부지가 팔린 데 이어 현재 LG 계열사 공장 2곳이 매각을 앞두고 있다. 공장과 사람이 모두 떠나는 구미의 이런 운명은 내륙 최대 수출 전진기지로 불린 구미의 경쟁력 저하와 수도권 집중이 낳은 결과다.사회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기울기도 가파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메가시티' 전략도 사실상 '새판 짜기'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균형발전추진단은 그제 회견을 갖고 수도권-동남권-충청권 그랜드 메가시티와 대구경북-광주전남 행정경제 통합형 메가시티, 전북-강원-제주 강소권 메가시티를 내용으로 한 '3+2+3 메가시티'를 제안했다. 메가시티라는 용어로 포장했지만 국내 첨단산업 및 사회 인프라 재배치 전략이다. 국회 세종시 이전과 국제경제금융수도 서울, 항만·항공 물류 중심지 부산경남 등이 핵심이다. 부산경남이 가덕도 공항에 목을 매는 이유다.미국의 '선벨트'(Sun Belt)는 좋은 참고 자료다. 선벨트는 북위 36도 이남의 미국 남부 지역을 일컫는 용어다. 이 지역에서 항공·전자·군수 등 첨단산업이 발전하면서 미국 산업의 중심축이 러스트 벨트에서 이동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 대구경북이 당면한 여러 문제도 이런 그림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점에서 대응이 급하다.

2020-12-12 05:00:00

[야고부] 문 정권의 속임수

[야고부] 문 정권의 속임수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 이후 레닌이 권력을 틀어쥐기까지의 과정은 속임수의 연속이었다. 레닌과 볼셰비키는 쿠데타로 케렌스키 임시정부를 전복하고 '인민위원회'라는 이름의 새 정부를 만들었지만 전 러시아를 지배할 힘은 아직 없었다. 범(凡)혁명 진영에서 볼셰비키는 아직 소수였다. 레닌이 새 정부는 제헌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임시'로 존재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케렌스키 정부가 11월 12일로 잡은 제헌의회 선거를 예정대로 치름으로써 약속을 지키는 척한 이유다.선거 결과는 사회혁명당의 압승이었다. 전체 의석(707석)의 과반이 넘는 410석을 얻었다. 볼셰비키는 175석에 그쳐 제2당으로 만족해야 했다. 민주적 절차로는 볼셰비키의 권력 장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레닌은 제헌의회를 무력화하기로 했다. 레닌은 제헌의회가 열리기에 앞서 프라우다에 기고한 '제헌의회에 관한 테제'에서 "소비에트 권력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헌의회는 혁명적 수단에 의해 해산될 것"이라고 협박했다.1918년 1월 5일 개회한 제헌의회는 그 말대로 됐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로는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었다. 소비에트 권력을 인정할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 끝에 실시된 표결에서 볼셰비키와 사회혁명당 좌파 등 그 협력 세력은 237대 138로 패배한 것이다.('모던타임스Ⅰ', 폴 존슨)그러자 볼셰비키와 협력 세력은 곧바로 퇴장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5시 레닌의 명령으로 제헌의회를 포위하고 있던 무장 적위대가 "피곤하다"며 회의를 중단시켰다. 이후 12시간의 휴회가 결정됐지만 다시는 열리지 못했다. 소비에트 중앙집행위원회가 제헌의회 해산을 결정한 것이다.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문재인 정권이 구사한 속임수는 이런 사실(史實)을 떠올리게 한다. 야당에 공수처장 비토권을 준다고 약속해 놓고 깨 버렸다. 안건조정위에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이라며 집어넣어 개정안을 기습 통과시켰다. 예정됐던 낙태죄 관련 공청회 대신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에 기습 상정했다. 그리고 야당의 반대토론 요구를 묵살하고 '기립'으로 통과시켰다.이로써 우리의 의회 민주주의는 사실상 조종(弔鐘)을 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수치스러운 막장극은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2020-12-11 05:00:00

[야고부] 가계부채 폭탄

[야고부] 가계부채 폭탄

실질금리가 제로인 시대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각국 정부가 앞다퉈 확대 재정을 펴다 보니 시중에 돈이 넘쳐난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동참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 볼 듯한 분위기다. 실물경기 침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벌어지고 있다.문제는 부채의 증가 속도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기업·가계부채를 다 합친 금액은 지난해 현재 5천조원에 육박한다. 국가부채(국가+공공+연금충당금) 2천198조원, 가계부채 1천600조원, 기업부채 1천118조원이다. 많은 이들이 국가 재정 건전성을 걱정한다. 국가부채야 최악의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는 방법으로 갚을 수 있다. 상상 못 할 후폭풍이 닥치는 점은 논외로 치자.더 큰 폭탄은 가계부채다.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급락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경제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부동산 폭락은 금융기관 연쇄 도산과 동의어다. 집값을 여기서 기필코 진정시켜야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무주택자 내 집 마련 꿈을 위해서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국가 경제 폭망 사태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하지만 현실에서는 금융권 대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11월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원으로 전달보다 13조6천억원 늘었다.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증가세다. 이는 정부의 실패다. 자산 가격의 이상 급등은 버블 붕괴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연착륙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제 위기 10년 주기설 때문이다. 1998년에는 동남아 외환위기가, 2009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었다.원래 올해쯤 글로벌 경제 위축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터졌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기는커녕 돈을 더 많이 풀었다. 정작 팬데믹이 종식되고 나면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이를 가정한 도상 시나리오를 제대로 짜 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경제 정책에서 보여준 수많은 헛발질 때문에 솔직히 미덥지는 않다.

2020-12-10 05:00:00

[야고부] 밀집 사육과 AI

[야고부] 밀집 사육과 AI

자동차는 19세기 후반에 발명되었지만, ​당시에는 최상위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업가 헨리 포드는 자동차 생산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조립 공정에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전에는 하루에 2, 3대 생산에 그쳤지만 하루에 수백 대씩 T형 자동차가 쏟아졌다.대량생산은 자동차 가격을 크게 낮췄다. 1913년만 해도 월급쟁이들은 T형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평균 2년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1924년에는 3개월치 월급이면 충분했다. 대량으로 쏟아진 자동차는 미국을 크게 변화시켰다. 당시 평범한 미국인들은 한평생 사는 동안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반경 30㎞를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었다. 집집마다 자동차를 갖게 되자 사람들은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미국 전역에 도로 공사가 시작됐고,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문화가 번성했다. 대량생산이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높인 것이다.대량생산은 빛과 함께 긴 그림자도 드리웠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주들은 근로자들에게 단순하고 부분적인 일만 반복하도록 했다. 각 근로자는 자동차 전반에 대해 알 필요가 없었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제 사람들은 타인의 업무나 고통을 알 필요가 없었고, 오직 자신이 맡은 작업만 잘 하면 그만이었다. 몰이해와 인간의 부품화가 진행된 것이다.경북 상주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올해 국내 두 번째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확진 농가에서 기르는 가금류는 18만7천 마리다. 주위 반경 3㎞ 내 3농가에서도 각각 4만4천 마리, 12만 마리, 8만7천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43만8천 마리가 살처분됐다.AI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겨울에 농가에서 기르는 닭의 3분의 1 이상이 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몇 마리가 병에 걸렸다고 나머지 닭까지 살처분하지는 않았다.살처분은 밀집 사육에 따른 대량 전염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대량 사육으로 닭과 달걀을 저렴하게, 많이 먹을 수 있게 됐지만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익이 좀 줄더라도 이제 대량생산에 따른 폐해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2020-12-09 05:00:00

[야고부] 이혼 다룬 북한 문학

[야고부] 이혼 다룬 북한 문학

엄호삼은 아버지가 '나라 앞에 죄지은 사람'이라 자기 앞길이 막혔다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군대에 간 아들이 배를 타던 중 사고를 당한 동료를 구하고 숨지자 '사회주의애국희생증'을 받아 들게 되었다. 충격과 죄의식을 가지게 된 그는 자식들 앞에 떳떳한 아버지로 살아야겠다고 자각하고 늘그막에 물길 공사의 돌격대원으로 앞장서 일하던 중 순직한다. 그는 인생 말년에 인간의 참모습을 찾게 되었다고 생각했으며 마침내 조직의 인정도 받게 되었다.북한의 문예잡지인 '조선문학' 2002년 11월호에 게재된 김상현의 실화 문학 '영원한 삶의 노래-한 정치 일군의 수기'의 줄거리이다. 노귀남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2006년 7월에 국내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북한에서는 수령과 조직사상적으로 결합되어 운명을 같이할 때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을 지니게 된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말한다.북한 문학은 예술성보다는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며 사회주의 의식이 녹아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자신의 저서 '북한의 정치와 문학'을 통해 북한의 문학 작품은 대개 미성숙한 주인공이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소중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과정의 서사 구조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그러나 한편으로 북한 현대 소설은 부부 이혼, 청춘 연애, 노동자 생활 등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재와 내용들을 선보여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남룡(71)은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작가로 그의 대표작 '벗'이 최근 미국 도서관 잡지인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세계 문학 작품 10개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1988년에 발표된 소설 '벗'은 북한의 한 예술단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성악가가 남편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당사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이 소송을 맡은 판사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은 앞서 2011년에 프랑스에서도 번역 출간돼 주목을 받았다.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돼 온 북한 문학 작품이 문학 본연의 역할에 나서면서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이채롭게 느껴진다.

2020-12-08 05:00:00

[야고부] 한국도 ‘천조국’

[야고부] 한국도 ‘천조국’

미국의 2019~20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7천170억달러, 우리 돈으로 829조7천100억원이나 된다. 해마다 국방예산에 엄청난 세금을 퍼붓는 미국을 두고 '천조국'(千兆國)으로 부른다. 1천조원 가까운 군사비를 지출한다고 해서 인터넷 밀리터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조어다. 하늘이 내린 나라라고 할 만큼 초강대국이란 뜻에서 미국을 천조국(天朝國)으로 지칭하기도 한다.우리나라도 천조국(?)이 될 날이 닥쳐왔다. 미국처럼 국방예산이 1천조원에 가까워져서가 아니다. 하늘이 내린 나라라고 할 만큼 강대국이 되어서도 아니다. 국가채무가 1천조원을 돌파할 날이 다가왔다는 말이다.여·야가 사상 최대인 558조원에 이르는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초'(超), '슈퍼', '울트라' 등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도 모자랄 정도로 큰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그러나 나랏빚이 폭증하는 데 대한 여·야의 고민, 국민 관심은 찾아볼 수 없어 걱정이 앞선다. 올해 847조원인 국가채무는 1년 새 110조원 가까이 급증해 내년엔 956조원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 660조원에서 4년 만에 300조원 가까이 불어나게 됐다. 정부는 당초 국가채무가 2년 뒤인 2022년 1천70조3천억원에 달해 1천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추경, 포스트 코로나 추경이 이어지면 1천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국가채무는 가파른 속도로 계속 늘어날 게 확실하다. 여·야가 나랏돈을 퍼주는 포퓰리즘 정책을 경쟁적으로 펴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돈을 안겨주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도 없다. 여·야, 국민의 장단이 맞아 나랏빚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게 불을 보듯 훤하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국가채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재정 지출이 늘어난 만큼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적자 국채 발행에 따른 나랏빚 증가는 경제에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서 빚을 진 안토니오는 포샤의 기지로 목숨을 구하지만 국가채무가 불러올 위기에서 국민을 건져줄 구원자는 없다. 나쁜 의미에서 천조국이 될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2020-12-07 05:00:00

[야고부] 추미애의 털어서 먼지내기

[야고부] 추미애의 털어서 먼지내기

'취모구자'(吹毛求疵). 짐승 몸의 털을 불어 흠집을 찾는다는 뜻이다. '한비자'(韓非子)의 '터럭을 불어서 작은 흠집을 찾지 않고, 알기 어려운 것을 때를 씻어내면서까지 살피지 않는다'(不吹毛而求小疵, 不洗垢而察難知)에서 나왔다. 쉽게 말해 '털어서 먼지내기'다.권력자가 반대자를 제거할 때 흔히 이런 수법을 쓴다. 스탈린이 동료 볼셰비키를 숙청할 때 그랬다. 1924년 스탈린은 제정 러시아 경찰 기록을 뒤져 트로츠키가 1913년 동료에게 "현재 레닌주의의 모든 체계는 거짓말과 허위 위에 서 있다"고 쓴 편지를 찾아내 '프라우다'에 공개했다.레닌주의의 정통성을 부정한 만큼 이는 치명적이었다. 트로츠키는 군사 인민위원직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레닌 사후 권력투쟁 과정에서 스탈린과 합세해 트로츠키를 궁지로 몰았던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도 그렇게 당했다. 1917년 10월 혁명 발발 당시 당이 봉기하기로 했을 때 두 사람은 '전술적' 이유로 반대했는데 스탈린은 뒤늦게 이를 '혁명 파괴 행위'로 둔갑시켰다.청(淸)의 건륭제도 취모구자를 적극 활용했다. 대상이 사람이 아닌, 건륭제의 표현을 빌리면 만주족 정권에 반항하는 '반만적'(反滿的) 서적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 수단이 230만 쪽, 10억 자로 '동양사상의 기념비적 집대성'이란 찬사를 받는 '사고전서'(四庫全書)의 편찬이다.그 목적은 입수할 수 있는 모든 책을 수집·검열 즉 취모(吹毛)해 반만적 표현을 색출 즉 구자(求疵)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2천400종 이상의 책이 폐기되고 400∼500종의 책이 건륭제의 명으로 '개정'됐다고 한다.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로 내건 '판사 사찰'도 전형적인 취모구자다. 지난 2월 대검이 작성한 '판사 성향 분석' 문건이 '판사 사찰'이라는 것인데 그때는 아무 말 없다가 이제 와서 '판사 사찰'이라고 한다. 윤 총장을 쫓아낼 '거리'를 찾았으나 마땅한 게 없자 이렇게 '오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윤 총장을 징계하려 한다. 참으로 야비하고 치졸하다.

2020-12-05 05:00:00

[야고부] 상화 시인의 귀한 선물

[야고부] 상화 시인의 귀한 선물

시인 이상화는 소설가 빙허(憑虛) 현진건과 함께 대구가 낳은 근대문학의 별이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 중구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가난과 병마에 찌들어도 일제와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끝내 지켰고 우리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걸작들을 다수 남겼다. 빙허가 1년 먼저 태어났지만 타계일이 같은 해 같은 날(1943년 4월 25일)인 것도 공교롭다.상화(尙火)의 시는 그 자체가 독립운동이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독립을 해야 진정한 봄이 온다는 저항의식을 이처럼 아름답고도 결연한 시어(詩語)로 표현해낸 작품이 또 있을까. '빼앗긴 들'의 실제 배경이 수성못 북쪽 들판이라는 점이 대구 사람으로서 더 감회롭다. 상화는 추억 어린 대구의 들판을 생각하며 진정한 봄(독립)을 맞아 새순과 꽃들의 향연을 즐길 날이 오기를 고대했을 것이다. 그는 현실에서의 독립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 1919년 대구 3·1운동 거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고 독립운동 가담 사실이 드러나 1928년과 1936년 대구경찰서에 두 번 구금돼 고초를 겪었다.30대 초반의 상화가 동년배 민족 운동가들과 두터운 교분을 가졌음을 확인해 주는 미술품이 최근 세상에 공개됐다. '금강산 구곡담 시'가 쓰여진 10폭짜리 병풍이다. 대구 출신의 대표적 서예가 죽농(竹農) 서동균이 상화의 부탁을 받고 행초서로 쓴 병풍인데, 상화는 이를 포해(抱海) 김정규에게 선물했다. 합천 출신인 김정규는 대구에서 항일 운동을 한 민족 지사다. 상화와 죽농, 포해 등 30대 초반의 젊은 피는 비록 나라를 빼앗겼지만 아름답고 의연한 우리 산하에서 민족정신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명산 금강산은 그 상징적 장소로 손색이 없었다.구곡담 시 병풍은 김정규 선생의 셋째 아들 종해(83) 씨가 3일 대구시에 기증함으로써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병풍은 근대기 대구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및 문화예술인들의 서사(敍事)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중요 유산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금액으로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웠을 텐데 병풍을 기꺼이 대구시에 기증한 김 씨에게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소중한 유산이 대구에 안착할 수 있도록 창구 및 중개 역할을 한 대구시문화예술아카이브 팀도 격려를 받기에 충분하다.

2020-12-04 05:00:00

[야고부] 정부, 차라리 놀아라

[야고부] 정부, 차라리 놀아라

"노자 노자 젊어서 노자/ 늙어지면 못 노나니/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옛날 경상도에 전해지는 아리랑 노래라고 1930년 대구에 살던 일본인 가와이 아사오는 '대구 이야기'라는 책에 적어 놓았다. 당시 젊은이들과 함께 불렀다는 그가 노래에 대해 듣고 덧붙인 해설 같은 이야기가 씁쓸하다."문경새재처럼 깊고 험한 산에 있는 박달나무조차 모두가 베어져 방망이로 나가지 않는가. 우리가 피땀 흘려 일해도 가렴주구당할 뿐이니 젊어서 놀지 않고 무엇하랴라는 뜻이니, 한국의 부국강병은 백년 황하(黃河)의 맑기를 기다림과도 같아서 어찌 할 도리가 없다."힘없는 백성은 재산을 갖고 있으면 권력자와 관리에게 빼앗기니 어쩔 수 없이 놀고 하루하루 살길만 살폈던 모양이다. 그에 앞서 1910년 '조선대구일반'이란 책을 낸 미와 조테츠도 비슷한 글을 남겼다."관리는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것 이외에 다른 능력이 없었고, 민중은 관리의 주구(誅求)에 지쳐 저축할 마음을 잃은 채 밤낮으로 비애의 아리랑을 부르며 하루하루가 무사하기만을 빌었다."고달픈 조선 백성의 삶은 조선 말 지식인 김윤식의 '운당집'에도 나온다. '영장이 잘 다스리는지 물으려면, 문밖의 풀잎이 푸른지 보라'(欲問營將治聲 須看門外草靑)는 속담이다. 문밖 풀이 푸르면 백성을 괴롭힌 출입을 않은 증거이니 노는 게 차라리 잘 다스렸다는 뜻이리라. 대구고보 교장을 지냈던 다카하시 도루도 1921년 '조선인' 책에 이를 인용, 관리의 무능과 부패를 적었다.조선 관리가 아무 일 하지 않고 놀았더라면 '노자 노자'를 읊는 아리랑은 생기지 않았을까. 마지못해 놀아야 했던 백성들 이야기나, 관리가 문밖을 드나들지 않고 노는 게 칭송되는 속담까지 전할 정도의 나라였으니 조선 백성의 삶은 어땠으랴.그런데 요즘, 나라 지도자와 관료를 향해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김해신공항 정책 뒤집기, 합의 파기한 가덕도신공항 추진, 갈팡질팡 부동산 정책,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과 공문서 대량 파기 등 공직자와 정치인 짓을 보면 '그냥 놀아라'는 외침이 나올 만하다. 어쩌다 이런 경험하지 못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알다 모를 일이다.

2020-12-03 05:00:00

[야고부] 김치와 파오차이

[야고부] 김치와 파오차이

얼마 전 일본의 유명 제면기계 제조사 대표가 "한반도에서 건너온 칼국수가 우동의 원조"라는 견해를 담은 책을 펴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일본 가가와현의 사누키멘키 오카하라 유지 대표는 "흔히 승려 구가이(空海)가 9세기 무렵 중국에서 가져온 제조법이 우동의 시초라고 아는데 우동은 14세기 무로마치 시대 이후 한반도에서 전해진 면 요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그 근거로 "구가이가 활동한 헤이안 시대에는 우동 재료인 소금과 소맥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정확한 문헌 기록은 없으나 무로마치 시대 이후 한반도와의 교류 과정에서 칼국수가 전해지고 맷돌도 함께 보급되면서 우동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칼국수가 우동의 원형이라는 주장을 폈다.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그의 주장이 알려지자 국내 한 음식평론가는 "우동의 칼국수 유래설은 일본 제면기의 수출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차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누구의 주장이 맞든 음식의 뿌리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최근 중국식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泡菜)가 김치의 원조라는 억지 주장이 나와 논란이 크다. 쓰촨성 메이산시 시장감독관리국의 주도로 민간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를 통해 파오차이를 국제 표준으로 정하면서 "한국 김치는 파오차이의 아류로 중국이 김치 산업의 세계 표준"이라고 주장했다. ISO가 "이 식품 규격에 '김치'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엉뚱한 소리를 한 것이다.이에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와 파오차이는 별개"라며 "김치는 이미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 규격으로 공인된 한국 식품"이라고 일축했다. 영국 BBC방송도 그제 "김치와 파오차이는 다르다"며 한·중 문화 갈등 양상을 보도했다.최근 중국산 김치 수입 등 김치 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올해부터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해 '김치 주권'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흔하디 흔한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를 김치에 견주고 '중국 원조설'까지 내뱉는 것은 가당치 않은 소리다. 김치의 국제적 위상이 높다 보니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모양이다.

2020-12-02 05:00:00

[야고부] ‘내로남불’ 분노의 심리학

[야고부] ‘내로남불’ 분노의 심리학

사람은 타인의 위선적 행동에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갖는다.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왜 그런지를 설명해 주는 심리학 이론이 있다. '거짓신호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타인의 비도덕성을 비난하는 인간 행위는 '나는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는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런데 비난을 한 이가 사실 나쁜 사람이며 비난 행위가 '거짓신호'라는 점을 알게 되면 인간은 속았다는 생각에 더 큰 분노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누구나 인간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기질을 갖는다. 하지만 내로남불도 정도껏이고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정치인의 내로남불은 공동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기에 큰 분노를 부른다. 현 정권이 딱 그 짝이다. 누구보다 정의로운 척했는데 하나둘 드러난 밑바닥을 보니 역대급 내로남불이다.게다가 무능하기까지 하다. 집권 이후 딱히 떠오르는 성과가 없다. 초기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던 대북 정책은 빛이 바랬고, 여당의 총선 압승을 이끈 K방역도 코로나19 감염병 3차 대유행 조짐으로 위태롭다. 민생은 부동산 대란과 경제난으로 처참하다. 거기에 집권 세력의 행태마저 내로남불의 연속이니 국민들은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조국 및 윤미향 사태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정권 차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가 빚어지면서 정치가 진영 논리에 온통 빠져들고 있다. 조국 수사 때부터 미운털이 박혔는데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로 검찰의 칼끝이 권력 심장부를 겨냥할 조짐을 보이자 여권에서는 윤 총장을 "감방에 보내야 한다"는 소리마저 공공연히 해대고 있다. 적폐 청산 수사의 적임자라고 추켜세우던 인물을 1년 사이에 적폐 청산 대상 1호로 둔갑시켜 버리는 희대의 뒤집기다.내로남불 유행어가 만들어진 것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희태 당시 신한국당 의원의 국회 발언이 계기가 됐다. "야당의 주장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부동산을 하면 투자, 남이 사면 투기라는 식이다." 발언 당사자가 캐디 성추행 물의에 연루돼 말년에 스스로 내로남불 덫에 빠져 버렸지만, 말의 유효성만은 24년이 지난 지금 현 집권 세력의 뼈를 때리는 촌철살인이라고 할 만하다.

2020-12-01 05:00:00

[야고부] 돼지 내장과 꽃상여

[야고부] 돼지 내장과 꽃상여

때아니게 백화(百花)가 만발이다. 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친 차가운 날씨인데도 꽃다발과 꽃바구니가 길 위를 도배하듯 수놓고 종이꽃 상여가 칼바람 몰아친 을씨년스러운 거리를 맴돌고 있어서다. 2020년 초겨울, 한국의 이색 풍경이다.28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는 '근조'(謹弔) 현수막과 꽃상여를 앞세운 집회가 벌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 사태에 항의하는 집회다. 자유연대 등 몇몇 보수 시민단체들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부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규탄했다. 이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는 꽃상여가 대변한다. 지난 22일부터 자유연대가 법무부 청사 앞에 세운 근조 화환만도 370여 개에 이른다.이에 질세라 법무부 현관 앞에는 꽃다발과 꽃바구니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또 추 장관 집무실 복도 양편에 줄 이은 꽃바구니 사진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추 장관을 응원하는 '꽃의 향연'과 '꽃의 시위'가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추-윤의 대립이 격화할수록 '꽃바구니 배달 운동'도 열기를 더해갈 것임은 분명하다.전조는 연초부터 있었다. 검찰 간부 인사를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마찰하면서 보수단체들이 대검찰청 로비로 화환을 보낸 것이 시작이다. 급기야 대검찰청 앞 도로에까지 '현수막 전쟁'과 '화환 전쟁'이 전개되고, 농성 천막에다 대형 풍자 인형까지 등장하는 등 보수-진보 진영이 상대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며칠 전 대만 국회에서는 미국산 돼지·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큰 소동이 벌어졌다. 수입에 반대하는 야당 국민당 측이 양동이에 담긴 돼지 내장을 행정원장과 민진당 의원들을 향해 던지며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다. 대만은 지난 2006년부터 성장촉진제가 든 사료를 금지하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막아왔다. 대만 국회의 소동은 2008년 한국의 '소 광우병 파동'을 연상케 한다.외신의 평가대로 '대만은 소란스러운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미지에 비춰볼 때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꽃의 전쟁'은 그나마 고상한 편이지만 진영 간 감정의 골이 매우 깊다는 점에서 겉보기와 다르다. 정치적 갈등 해소와 화합 없이 계속 대립각을 키운다면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꽃의 향연 뒤에 가려진 진영 논리와 이념 싸움이 무서운 이유다.

2020-11-30 05:00:00

[야고부] 문 정부의 두 걱정

[야고부] 문 정부의 두 걱정

"두 가지가 걱정입니다. 하나는 나라이고, 하나는 일자리입니다."정치권 인사와 접촉이 잦은 대구경북의 기관장이 전한 여당 쪽 정치인이 털어놓은 속 깊은 고민거리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빚어진 여러 실정(失政)에 비춰 2022년 대선이든,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든 이겨도 걱정이고, 지면 더욱 걱정이라는 여권 분위기를 꼭 집어 말한 이야기였다.이기면 나라를 미처 '다스릴 준비도 되지 않은 인물'이 지금처럼 설칠 터이니 나라의 꼴이 걱정이고, 지면 여당 쪽 사람 일자리가 사라지니 호구, 즉 입에 풀칠할 생계가 걱정이란 뜻이었다. 이런 말을 꺼낸 여당 정치인의 용기는 살 만하다. 현 정권을 비판하면 떼 지어 공격하는 서슬 퍼런 '진보 독재' 같은 살벌한 분위기에서 솔직한 속내를 대구경북 기관장에게까지 용기 있게 고백을 했으니 말이다.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친 언행을 보면 미처 다스릴 준비도 되지 않은 인물이 문 정부에는 한둘이 아닌 게 분명하다. 감사원도 놀란 월성원전 조기 폐쇄를 위한 정부의 444건 서류 파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권력층 비리와 의혹을 파헤치는 윤 총장이 밉겠지만 나라는 그래야 돌아감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문 정부의 출범 성공 사례에서 보지 않았던가.오죽했으면 법조 출신인 여당의 조응천 국회의원조차 지난 6월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등의 거친 언사를 비판했겠는가. 이어 조 의원이 지난 25일 윤 총장 직무 배제에 대해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몹시 거친 언사와 초유의 수사지휘권, 감찰권, 인사권을 행사했다"며 "급기야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며 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을까.이들 목소리처럼 문 정부에는 다스릴 준비가 되지 않은 인물도 여럿 있지만 지금처럼 여당은 뭉치고 야당은 분열이니, 그들 말처럼 앞으로 20년 정도는 두 가지 걱정은 않아도 될 듯하다. 잘 뭉치는 그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뭉치면 산다는 말,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가 될 만하다.

2020-11-28 05:00:00

[야고부] 추미애, 문재인, 김일성

[야고부] 추미애, 문재인, 김일성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직무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여섯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모두 날조해 뒤집어씌운 것이다. 공산 국가의 반대파 숙청 방식을 어찌도 이렇게 빼다박았는지 섬뜩하다. 김일성의 박헌영 숙청은 그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김일성이 박헌영에 뒤집어씌운 죄목은 '미제의 간첩'이었다. 미국의 간첩으로 암약하면서 6·25전쟁 중 미국에 비밀 정보를 흘려 '공화국'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은 이게 새빨간 거짓말임을 잘 보여준다. 우선 해방 직후 서울에 주재하던 소련 영사 아나톨 샤브신의 부인 증언에 따르면 샤브신은 박헌영의 서울 활동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박헌영이 미 군정 때부터 간첩 활동을 했다는 김일성 집단의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박헌영은 미국과 싸우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6·25전쟁에 기습 개입한 중공군이 1950년 12월 휴식을 취하면서 '완만한 작전'으로 전환하려 하자 박헌영은 평양 주재 소련 대사 블라디미르 라주바예프에게 계속 남진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중공군과 북한군이 서울을 재점령한 1월 4일 이후 작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중공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김일성, 박헌영이 회동했을 때도 박헌영은 화까지 내면서 '쉼 없는 남진'을 주장했다. 박헌영이 진짜 '미제의 간첩'이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과 전쟁에 소극적이어야 상식에 맞다.마오쩌둥(毛澤東)도 박헌영이 미국 간첩이 아니라고 했다. 1956년 9월 18일 최용건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을 만났을 때 마오는 이렇게 질책했다. "당신들은 그가 미국의 간첩이라고 하는데, 미국은 아직 그가 미국의 간첩인지도 모르고 있지 않은가? 마구잡이로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 '모주석접견조선대표단담화기요'(毛主席接見朝鮮代表團談話記要)라는 중국의 문헌에 나오는 내용이다.('북한 현대사 산책 2, 전쟁과 사회주의 건설', 안문석)독재 권력은 '붉은' 체제이든 '푸른' 체제이든 똑같다. 걸림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한다. 수사지휘권, 인사권, 감찰권 남용을 거쳐 윤 총장을 직무 정지한 추미애의 폭거, 이를 묵인한 대통령만큼 이를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2020-11-27 05:00:00

[야고부] 국민 염장 지르기

[야고부] 국민 염장 지르기

폭설로 마을이 고립됐다. 사람들이 제설용 삽을 사러 갔는데 철물점에 이런 알림이 붙어있다. '폭설로 인한 판매 증가로 제설용 삽 가격 50% 인상'. 철물점 주인의 이런 행동은 옳은가. 이런 가정 아래 미국에서 집단심리 실험이 이뤄졌다. 일반인 집단의 82%는 철물점 주인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MBA 과정에 있는 학생 집단의 76%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옳은 행동'이라고 답했다.똑똑한 사람들, 소위 엘리트들이 대중의 정서와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MBA 코스를 밟을 정도로 머리 좋은 학생들에게 폭설 상황에서의 삽 가격 인상은 경제학 이론상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이 감성적, 윤리적 요소를 더 중히 여기며 행동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1980년대에 이런 실험 결과를 제시하면서 '행동경제학'이라는 용어를 내놨다.이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멍청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이 특히 더 그렇다.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로 국민 염장을 지른다. 대중은 서민과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정치인들을 본능적으로 혐오한다.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케이크의 일종)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극도의 증오를 받은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라. 사실, 앙투아네트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문제의 발언은 조작된 마타도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번 낙인찍히니 죽어서도 회복 불능이다.최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 관료의 실언 퍼레이드가 국민 심기를 긁고 있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임대차 3법 이후 전세난이 심각한 것은 우리 경제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 등등.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생각조차 없거나 애초부터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지 않고서야 이런 말들을 할 수는 없다.잇따른 부동산 정책 헛발질로 서민의 삶이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집권 세력이 내놓은 황당 해명들로 인해 국민들은 화병에 걸릴 지경이다. 혹여나 180석 가까운 국회 의석을 장악했으며 20년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는 오만함과 권력욕으로 인해 뇌 속의 '공감 뉴런'이 퇴화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2020-11-26 05:00:00

[야고부]  ‘노무현 뺨치는 정권’

[야고부] ‘노무현 뺨치는 정권’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장인의 좌익 활동이 거론되자 "그러면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일갈했다. 이 한마디로 일거에 논란을 잠재웠다. 위기에서 탈출했을 뿐만 아니라 지지세를 넓혔다. 불리한 상황을 단번에 역전시키는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정치술이 위력을 발휘했다.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전형적인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장인의 좌익 활동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진영을 아내를 버리라고 강요하는 집단으로 덮어씌웠다. 상대의 기술을 되받아치는 씨름의 '되치기'를 노 전 대통령이 구사한 것이다.'노무현의 후예들'에 걸맞게 문재인 정권은 되치기에 능수능란하다. 덮어씌우기, 책임전가(責任轉嫁), 적반하장(賊反荷杖) 고수들이다.대표적인 것이 가덕도신공항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때문에 치러지게 됐다. 선거에서 오거돈이란 이름이 수없이 등장할 것이 뻔하고, 문 정권을 심판하는 성격이 강한 선거이다. 그러나 정권은 가덕도신공항을 들고나와 일거에 선거판을 바꿨다. 오거돈은 사라지고 가덕도만 남았다. 정권의 일타쌍피(一打雙皮) 수법에 민주당 지지율은 올라가고 국민의힘은 분열됐다. 정권은 가덕도신공항을 '노무현신공항'으로 하자며 쐐기를 박으려 나섰다.문 정권은 되치기로 불리한 판을 바꾸는 데 어느 정권보다 탁월하다. 엉뚱한 것을 끌어와 국면을 전환하는 수법에 야당은 판판이 당하고, 국민은 현혹되고 있다. 부동산 대책 실패를 행정수도 이전으로 덮고, 총선에선 재난지원금으로 정권 심판론을 쑥 들어가게 만들었다.조국 사태 때엔 조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찬·반을 검찰 개혁에 대한 찬·반으로 둔갑시켰다. 추미애 장관을 '2020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면서 교체를 입에 담는 이들을 토착 왜구로 몰아세웠다.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를 탈원전 정책에 도전하는 정치 수사로 덮어씌운 것도 마찬가지다.원조보다 아류가 못한 법인데 되치기에서는 문 정권이 노 전 대통령 뺨을 치고도 남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도 정권은 되치기 수법을 총동원할 것이다. 속수무책 야당을 믿지 말고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

2020-11-25 05:00:00

[야고부] 마리 진투아네트

[야고부] 마리 진투아네트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게 하세요." 프랑스혁명 당시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기근으로 신민(臣民)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백성의 비참한 현실에 무지한, 철없는 왕비로 각인됐고 결국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마리 앙투아네트가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없다. 당시 혁명 세력이 왕실에 대한 증오를 부풀리려고 조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와 비슷한 표현이 루소의 고백록에 있기는 하다. "나는 농부들이 빵이 없다는 말을 듣고 '그들에게 브리오슈를 먹이자'는 위대한 공주의 해결책이 떠올랐다." 브리오슈란 빵 부스러기에 버터를 많이 넣어 만든 대용식이다.루소가 '위대한 공주'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루소가 고백록을 출판한 시기는 1765년, 1766년, 1767년 등 매체마다 다르다. 어쨌든 마리 앙투아네트가 태어난 1755년과 10~12년 차이밖에 안 난다. 루소가 고백록을 쓸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린애로 루이 16세와 결혼하기 한참 전이었던 것이다.그럼에도 "빵이 없으면 케이크"라는 말은 동서양에서 모두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것으로 줄기차게 반복·전파돼왔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2019년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청년층을 향해 "취업 안 된다고 헬조선 하지 말고 동남아로 가라"고 하고, 50, 60대를 향해서는 "조기 퇴직하고 할 일 없다고 산에 가고 SNS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동남아로 가라"고 하자 '마리 앙투아네트식 사고'라는 비판이 나온 것을 들 수 있다.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또 마리 앙투아네트를 억울하게 만들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에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마리 진투아네트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진 의원은 골프장, 헬스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고 초등학교도 가까이 있어 누구나 선망하는 지하철 역세권의 대단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남에게 '환상'을 깨라고 하려면 본인부터 아파트에서 나올 일이다.

2020-11-24 05:00:00

[야고부] 그대들, 사내다운가

[야고부] 그대들, 사내다운가

'큰 소리로 울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 …/ 사내답게 살다가 사내답게 갈 거다/ 사내답게 갈 거다.'코로나로 어수선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지난 9월 30일 열린 가수 나훈아의 KBS 공연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 '사내'의 첫 구절과 끝 가사이다. 무대는 그가 '사내' 노래를 마치며 옷을 입은 채 물속에 뛰어들며 반전된다. '사나이' 나훈아가 무대 작별곡으로 부른 '사내'가 떠오른 까닭은, 제목도 어린 시절 흔히 듣던 '사내자식'의 어감만큼 정겹지만 가사 마지막을 실천이나 하려는 듯 어두운 물속의 영롱한 구슬을 꺼내 코로나에 찌든 세상과 대한민국을 비추는 장면이 가슴에 와닿아서다.나훈아가 노래한 사내의 삶이 부럽지만 역시 노래는 노래일 뿐인 모양이다. 나훈아의 사내는 가사처럼 '세상을 믿었고, 나를 믿었고, 친구도 믿었다'. 그랬기에 '가진 것은 없어도 비굴하진 않았다'. 그러나 노래 밖의 현실 속 사내들은 과연 어떤가. 세상도, 친구도 믿을 수 없다. 특히나 정치 지도자는 더욱 믿을 수 없는 세상이다. 특히 내년 4월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자나 야당인 국민의힘에 소속된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은 더욱 가관이다.이들 여야 구분 없는 정치인의 언행 불일치 행진 속에 불거진 영남의 몇몇 의원들 행태는 낯설기까지 하다. 비록 오랜 세월에서 한때는 남북으로, 가끔은 상하 혹은 좌우로 부르며 구분했지만 같은 경상도의 한 울타리였던 사람들이 부산시장 선거라는 한순간의 일을 위해 700년 역사에서 쌓은 믿음을 허무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영남 5개 시장·도지사들이 이뤄낸 2016년 부산 가덕도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의 합의를 깨고 가덕도신공항 추진으로 다시 돌아선 일은 치졸하기까지 하다.가뜩이나 대구경북 사람들은 전직 두 대통령의 감옥살이로 가슴이 착잡하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골화된 예산과 정책, 인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홀대와 푸대접에도 속을 삭이고 있다. 여기에 괴질까지 덮치자, 일부 국민은 온갖 입에 담지 못할 말로 속을 더욱 뒤집어놓지 않았던가. 이런 이웃의 아픔을 누구보다 알 만한 사람들이 옛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며 고통을 더하고 있다. 남의 궁핍을 호기로 삼는 지도자나 정치인, 과연 그들은 사내다운가.

2020-11-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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