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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윤석열 대망론 2

[야고부] 윤석열 대망론 2

이 난(欄)에 '윤석열 대망론'이란 제목의 글을 쓴 것이 작년 1월 13일이었다. 1년이 흐른 지금 윤석열 대망론이 '대세론'으로까지 커졌다. 일부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30%를 넘었다. 이재명, 이낙연 두 사람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30%를 돌파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맹위를 떨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운 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때문이다. 추 장관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윤 총장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 작년 6월 10%대로 진입했다. 윤 총장 몰아내기가 절정이던 작년 12월 지지율이 20%대로 수직상승한 뒤 단숨에 30%로 올라섰다.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윤 총장이 1위를 차지한 것과 같이 눈여겨봐야 할 것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문 정권의 국정 실패와 내로남불에 실망한 민심(民心)이 윤석열·안철수라는 '그릇'에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껏 국민의힘은 그릇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정권 심판을 넘어 정권 교체 주장까지 쏟아지는 민심을 제대로 담아낼 그릇이 생겼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더불어민주당에서 '윤나땡'이란 말이 돌았던 적이 있다. 대선에 '윤석열 나오면 땡큐'라는 뜻이다. 윤 총장 지지율이 30%를 돌파한 이후엔 이 말이 더는 안 나오는 것이 흥미롭다. 국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문 정권에 땡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자유민주 진영에 마땅한 구심점이 없던 차에 윤석열이란 민심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준 정권에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일부에서 윤 총장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고건 전 총리에 비유하지만 이회창 전 총리에 더 가깝다.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감사원장·총리에 발탁됐지만 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총리직을 내던진 이 전 총리와 닮았다. '대쪽'과 '강골 검사', 두 사람 이미지도 비슷하다. 어느 정치평론가는 둘은 스스로 정치적 에너지를 쟁취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7월 임기가 끝나는 윤 총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매우 궁금하다.

2021-01-09 05:00:00

[야고부] 선교에서 방역 교회로

[야고부] 선교에서 방역 교회로

1920년 1월 6일, 경북 안동에서는 기독교인 모임인 제8회 조선예수교장로회 행사가 열렸다. 이날 모임에서는 1919년 대구경북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의 영향을 살핀 시찰 보고서가 제출됐다. 보고서를 통해 대구경북 교회는 268개(1920년 11월 6일 현재)로 나타났다. 이는 3·1만세운동 이전 100개 이내에 비해 무려 2.5배가 는 숫자였다.('대구제일교회 100년사', 2004년)이는 동산병원 의사 출신인 전재규 전 대신대 총장이 지난 2003년 펴낸 '동산병원과 대구 3·1독립운동의 정체성'이란 책 내용과도 통한다. 그는 책에서 "3·1운동 이후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와 대구의 교회는 급성장했으며 불신자들 중에도 기독교 학교나 교회 건축에 거금을 기부하는 사례가 흔히 생겨났다"며 "1923년을 전후해 4년여간 112개 교회를 세웠다"고 기록했다.대구의 기독교는 1893년 약전골목 옛 제일교회 터에서 전도 활동을 시작하며 1899년 오늘날 동산병원의 출발인 제중원(濟衆院)의 문을 옛 교회 터에 열어 의료선교 활동으로 세를 불렸다. 여기에 3·1운동으로 지역민 관심과 기부까지 겹쳤으니 교회를 '마치 태양계에 별들을 심어 놓듯 병원을 중심으로 원근에 끊임없이 많이 세웠'고 '이 고장에 뿌리를 내린 원동력이 되었다'.일제강점의 암흑기 때, 특히 3·1운동에 대한 탄압이 엄혹하던 당시 교인의 헌신과 희생 등으로 컸던 역사 배경을 가진 대구경북의 기독교 역사였다. 이후에도 교회는 곳곳으로 퍼졌고 2020년 현재 대구에만도 1천600개 교회에 교인도 30만 명(대구기독교총연합회 회원 교회 기준)에 이를 정도의 교세를 자랑한다. 100년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이런 대구경북의 교회가 요즘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2월 대구를 덮친 코로나19 이후 3차 대유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교회가 전염병 전파에 직간접 관련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급기야 올 들어 지난 5일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최원주 회장이 "너무나 죄송하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교회와 교인을 대신해 사과까지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괴질과의 전쟁에서 힘들지만 지난날의 자랑스러운 선교 성공의 역사를 가진 교회로서 새로운 방역 성공의 기록을 남기는 모습을 새해 소망해 본다.

2021-01-08 05:00:00

[야고부] 가슴으로 낳은 아이

[야고부] 가슴으로 낳은 아이

입양은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일'이라고 했다. 자기 자식 키우기도 힘든 세상인데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기가 어디 쉬운가. 입양아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가 자신과 혈연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상실감에 빗나가거나 친부모를 찾으려 할 수 있다. 그때도 사랑으로 껴안는 것이 입양이다.2015년 7월 "입양한 아이를 파양하려고 한다"는 글이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 올랐다. 결혼 후 8년 동안 임신이 안 돼 두 살 난 여아를 입양했는데 3년째 아이를 키우던 중 임신이 되어 친자식이 생기고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양부모 밑에서 입양아가 행복했을 리 만무하다.하지만 이 경우 파양(罷養)은 불가능하다. 양부모와 입양아 사이에는 자연 혈족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민법은 파양 조건을 엄격히 제한한다. ▷양부모가 양자로부터 아주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양자를 학대·유기하는 경우 ▷양부모나 양자의 생사가 3년 넘게 분명하지 않은 경우 ▷부모 자식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중대 사유가 있을 때에만 파양이 허용된다.하지만 입양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 듯하다. 나중에 친자녀가 생기자 입양아를 천덕꾸러기 취급하거나 돌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하거나 부모가 될 자세가 안 된 사람이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겠다며 아이를 입양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이는 아이를 애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친자녀의 놀이 상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 입양을 고려하는 사례도 있다 하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정인 양 학대 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눈웃음이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16개월 아기가 겪은 반인륜적 학대 앞에서 국민 가슴도 무너져 내렸다. 어린 정인이가 받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 대개 그렇듯 이 사건에서도 우리나라 사회 안전망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인 양 사건은 입양 및 아동학대에 관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점을 일깨웠다. 천국에서는 정인 양이 예쁜 반달눈 웃음 되찾기를 두 손 모아 빈다.

2021-01-07 05:00:00

[야고부] ‘우주의 기운’이라고?

[야고부] ‘우주의 기운’이라고?

인간은 주변 상황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하는 자기기만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히틀러가 그랬다. 집권 전부터 1945년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대략 42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으나 히틀러는 무사했다. 1944년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폭탄 암살 시도(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국내에도 개봉된 '작전명 발키리'이다)가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았으나 이때도 자상(刺傷)과 타박상을 입는 데 그쳤다. 히틀러는 이런 행운의 연속을 "나를 인도하여 나의 사명을 완수하게 하는 섭리의 손이 도왔다"고 해석했다.이런 자기기만은 패망을 앞둔 1945년 4월 12일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유감없이 발휘됐다. 히틀러는 이를 오스트리아-프랑스-작센-스웨덴-러시아와 프로이센-하노버-영국이 맞붙은 7년 전쟁 중 1762년 러시아 엘리자베타 여제(女帝)가 사망한 것과 같은 기적이라고 굳게 믿었다.엘리자베타를 이어 황제가 된 표트르는 프리드리히 2세의 열렬한 찬미자였는데 즉위하자마자 프로이센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반(反)프로이센 연합이 해체되고 프리드리히 2세는 패전 위기에서 벗어났던 것이다.히틀러는 루스벨트의 사망이 이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군수 장관 슈페어에게 큰소리쳤다. "보라고!…내가 항상 말했던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누가 맞았나? 전쟁은 안 졌네. 읽어봐! 루스벨트가 죽었어!"('히틀러Ⅱ, 몰락 1936-1945' 이언 커쇼) 히틀러에게 루스벨트의 사망은 '섭리의 손'의 재확인이었던 것이다.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공상과학영화 '토르'에서 '우주의 기운'이 강력하게 집중되는 상황 설정을 한반도 상황에 빗대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중된 '대전환의 시기'가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남북 관계가 의도한 대로 풀리지 않자 이제는 '우주의 기운'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까지 늘어놓느냐, '어떻게 장관이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한반도의 미래를 점치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재난영화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한 대통령이나 공상과학영화 속의 상황을 현실의 실제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통일부 장관이나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참으로 기괴한 정권이다.

2021-01-06 05:00:00

[야고부] 왕비의 새해 인사

[야고부] 왕비의 새해 인사

일본에는 '가와이(かわいい·'귀엽다'는 뜻) 문화'라는 말이 있듯이 '귀여움'에 열광하는 특징이 있다. 일본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가와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애쓰며 유능한 여성조차 재능을 드러내기보다는 귀여움을 발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성(性)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작용해 여성의 가정적, 사회적 지위를 낮추게 하고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억제한다.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이 지난해 남녀평등을 지수로 나타내는 '젠더 패리티'(Gender Parity·젠더 공정성)지수를 발표했는데 일본은 0.652(1에 가까울수록 평등)의 수치로 153개국 중 121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108위(0.672), 중국은 106위로 일본과 비슷해 경제 강국인 동북아시아 3국의 여성 지위는 개발도상국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온다. 특히 일본은 처음 실시했던 2006년의 지수 순위가 80위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후퇴했다.일본에서는 아직도 '여자가 무슨 대학 진학이냐' '여자는 집안일에나 신경 써야 된다' 등의 사회적 편견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2018년 일본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을 보면 여성은 50.1%로 남성의 56.3%보다 6.2%포인트나 낮았으며 시골 지역으로 갈수록 그 격차는 더 컸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낮은 경우는 선진국에선 극히 드문 현상이다. 한국만 해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다.지난 1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부인 마사코(雅子) 왕비가 남편과 나란히 앉아 대국민 새해 인사를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왕실 영상을 통해 마사코 왕비는 일왕이 발언한 뒤 힘든 국민을 위로하고 국민의 평온을 기원했다. 30초가량의 짧고 평범한 새해 인사였지만, 왕비가 일왕과 동석해 공개적인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었다.마사코 왕비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결혼 전 촉망받는 외무 공무원으로 일하다 나루히토의 배필로 알려져 세간을 놀라게 했다. 결혼 후 외부와의 자유로운 접촉이 차단된 왕실 생활을 하면서 적응장애와 우울증을 앓았으며 최근에는 차츰 호전됐다고 한다. 마사코 왕비가 일본 왕실의 금기를 깸으로써 일본 사회에 변화의 울림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2021-01-05 05:00:00

[야고부] 베아티투도

[야고부] 베아티투도

친구가 SNS로 새해 메시지를 보내왔다. '코로나 조심하세요. 백신 어렵게 구했어요'라는 글귀와 함께 흰 고무신 한 켤레가 소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진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관심사다 보니 흰 고무신을 백신으로 빗댄 언어유희다. 그런데 '백신'(vaccine)이라는 말이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백신과 소, 흰 고무신이 전혀 맥락이 닿지 않는 엉뚱한 말은 아닌 듯싶다.아직 음력 설까지는 40일가량 남았지만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흰 소띠' 해다. 흰색은 10간(干) 중 경신(庚辛)이 백(白)을 상징한 데서 나온 것이다. 사람이 보기에 소는 '근면하며 우직하고 고집 센'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황소고집이라는 말도 있으나 한편으로 소를 생각하면 여유롭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소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느릿하지만 부지런하고 충직한, 긍정적인 의미다.연휴에 읽은 한동일 교수의 글에서 '베아티투도'(beatitudo)라는 라틴어 단어가 가슴에 와닿았다. 2017년 출간 이후 몇 년 만에 100쇄나 찍은 화제의 책 '라틴어 수업'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말로 '행복'을 뜻하는데 복되다(beo)와 태도·마음가짐(attitudo)이라는 뜻의 명사가 합쳐진 단어라고 한다. 글쓴이는 베아티투도에는 '태도나 마음가짐에 따라 복을 가져온다는 뜻이 담겼다'고 풀이했다.그런데 현실을 되돌아보면 나 자신은 물론 이런 복된 태도나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감정을 우선하고 이념·가치와 충돌하며 생업을 핑계로 제 이익에 눈이 흐려진 사람이 더 많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처럼 위기의 강도가 강할수록 베아티투도와 정반대의 길로 가는 부류가 더 많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속성 때문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까닭에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음을 맞는다'는 로마시대 경구가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지금 우리 눈앞에는 건너기 어려운 코로나 역경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바른 마음가짐으로 복된 시간이 되도록 모두가 인내하고 노력한다면 2021년 한 해도 우리가 뜻한 대로 달라질 수 있다. '베아티투도'를 올 한 해의 화두로 삼고 실천한다면.

2021-01-04 05:00:00

[야고부] ‘문재인일기’

[야고부] ‘문재인일기’

조선 왕들 중 '실록'(實錄)이 아닌 '일기'(日記)란 이름으로 재위 때의 역사가 기록된 왕은 두 명이다. 연산군과 광해군이다. 노산군일기는 숙종 때 단종대왕실록으로 개편됐다. 이들 세 명은 왕위에서 폐위됐기 때문에 애초부터 실록청 대신 일기청을 열어 일기를 편찬했다. 일기란 왕위에서 축출된 임금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옳지 못한 임금을 폐위하고 나라를 바로잡은 반정(反正)을 한 중종과 인조, 나라가 처한 병란이나 위태로운 재난을 평정한 정난(靖難)을 한 세조는 연산군과 광해군, 단종의 역사를 실록이 아닌 일기로 깎아내렸다. 역사는 승자(勝者)의 기록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친문 세력이 태종, 세종으로까지 떠받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들의 눈엔 찬란한 실록을 기록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3년 8개월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혼란과 고통을 당한 국민 눈에는 일기일 뿐이다.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문 대통령의 지난 궤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2017년엔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을 뽑아 문 대통령과 정권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2018년 임중도원(任重道遠·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가 선정돼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을 입증했다. 급기야 지난해엔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로 정권의 내로남불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추세라면 올해엔 더 험악한 사자성어가 등장할 판이다.진중권·서민 등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인사들이 대거 반(反)문재인으로 돌아선 것도 문 대통령의 국정 실패를 단적으로 상징한다. 친문 성향 온라인 카페와 사이트에 문 대통령 비판 글이 올라오고 동조 댓글이 대거 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끔찍한 4년'이란 비판까지 나온 것에 문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지지자들이 태종, 세종이라고 우긴다고 문 대통령이 '훌륭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없다. 국정에서 성과를 내 국민에게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지금껏 일기 쓰기에 그쳤던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실록을 쓰기를 바란다.

2021-01-01 05:00:00

[야고부] 쥐는 지고, 소는 뜨고

[야고부] 쥐는 지고, 소는 뜨고

쥐는 지고, 소는 뜨는 시각이 다가온다. 2020년 경자년 쥐띠 해 달력은 오늘로 접고, 내일이면 2021년 소의 해 달력을 펴게 된다. 올해 쥐는 불운했다. 무슨 악업(惡業)을 지었는지 욕된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쥐는 흑사병 등 전염병 매개체로 소환돼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동양에서 쥐는 지혜의 동물로 해석됐다. 이는 미국에서 만든 영상물처럼 쥐가 고양이를 골탕 먹이는 꾀 많은 동물로 그려지는 점과도 통한다. 이런 긍정적인 모습 말고도 부정적인 의미를 강조할 때 쥐가 등장하니 쥐의 두 얼굴인 셈이다. 특히 들쥐는 특정 인간 무리를 빗대어 낮추는 비유로 쓰이곤 했다.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1980년 주한(駐韓)미군 사령관인 존 위컴이 말했다는 "한국인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그 지도자를 따른다"는 소위 '들쥐론' 같은 거북한 이야기가 그렇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권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된 발언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한국인을 비하한 사례로 손꼽힌다.또 예수를 다룬 올해 출간한 책 '소설 예수'(나남, 윤석철 지음)에도 그런 글귀가 나온다. "유대인들은 말이오, 모두 들쥐예요, 들쥐! 대장 들쥐를 졸졸 따라다니는 들쥐!" 로마에서 파견된 빌라도 총독이 자신이 다스리는, 로마의 통치를 받는 지역에 사는 유대인에 대한 비하였다. 소설이지만 남의 민족을 폄훼하는 들쥐 비유는 위컴 사령관과 다르지 않다.이런 부정적 들쥐 이야기처럼, 코로나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2020년 올해 주인공 쥐의 불행도 이제 해를 지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야말로 쥐 죽은 듯이 숨죽이고 보낸 어수선한 쥐의 한 해였다. 바로 그랬던 우울한 쥐의 해는 내일이면 달력 속으로 종적을 감추고 대신 듬직한 소의 해, 신축년을 맞는다.소 하면, 논에 쟁기 끄는 두 마리 소 가운데 어느 쪽이 힘센지를 묻는 조선조 황희 정승에게 소가 들으니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해 황 정승을 부끄럽게 한 농부의 일화가 떠오를 만큼 단연 일하는 동물의 상징이다. 게다가 성실 근면 뚝심 등 긍정적 요소가 가득하고 죽어서까지 인간을 위한 희생으로 사람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런 소의 해를 맞아 코로나 백신까지 접종되니 쥐의 해에 누리지 못한 몫까지 만끽하길 소원한다.

2020-12-31 05:00:00

[야고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야고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2020년이 저물어 간다. 가는 해 추억을 갈무리하고 새해 설렘이 교차해야 할 거리는 온통 '코로나19 블루'가 드리워 있다. 이 지긋지긋한 역병(疫病)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새해에는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사람 만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던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치명률이 높지 않아 더 위협적이다. 만약 1세기 이전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면 5천만~1억 명의 희생자를 낸 1919년의 스페인독감과 맞먹는 피해를 냈을 것이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인류는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본다. 의학 기술이 진보하고 IT 기술 발달로 모든 이에게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이어서 가능했다. 코로나19는 압도적인 전파력으로 인간 사회의 약한 고리를 공격한다. 개인 건강보다 사회적 관계에 끼치는 파괴력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인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을 일찌감치 구축한 채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다. 과거 역사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적자생존 및 자연도태를 신봉하는 집단면역의 유혹에도 빠지지 않았다.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를 보호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형성했고, 방역에 따른 경제적 피해와 사회 활동 제약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특히, 우리 국민 중 80%가 방역과 인권이 충돌하면 방역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역사를 돌이켜보면 많은 재난과 재앙, 변고가 있었지만 인류는 잘 헤쳐 나왔다. 늘 그랬듯이 인류는 이번에도 답을 찾을 것이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거대한 자금과 기술력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투입됐고 이제 서광이 비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이 잇따라 개발돼 접종에 들어갔다. 치료제들도 국내외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삼각 전선을 구축하면 코로나19가 설 자리는 없다.원래 동 트기 전의 새벽이 가장 춥고 어두운 법이다. 등산에서도 8부 능선, 9부 능선을 지날 때가 가장 힘들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코로나19와 싸우느라 피로가 누적됐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방역에 앞장선 독자 여러분께 따뜻한 위로와 성원을 보낸다.

2020-12-30 05:00:00

[야고부] 1987년 군 복무자

[야고부] 1987년 군 복무자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때 기자는 강원도 철원 DMZ(비무장지대) 수색대대에서 복무 중이었다. 1985년 입대했고, 당시 27~30개월 복무하던 시절이었다.전두환 군사 정권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열기에다 남북한 대결 구도로 인해 군 생활은 빡셌다. 우리 사회가 시위와 진압으로 혼란했기에 북한의 위협을 마주하는 수색대대 생활은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전쟁에 대비해 수시로 걸리는 비상. 한밤 완전 군장으로 GOP(일반전초) 통문 앞에서 대기하며 소나기를 맞거나 함빡 눈을 뒤집어쓴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발가락이 타들어 가는 추위를 이겨내려는 의지도 졸음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크게 다치지 않고 군 생활을 끝낸 건 다행이지만, 30여 년이 지난 아직도 군대 악몽에 시달린다. 가슴에는 구타당한 흔적이 훈장처럼 남아 있다. 인간은 경험한 만큼 사고하며 행동한다. 어떤 훌륭한 사람의 책이나 조언도 몸소 체험한 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일부 '586세력'들의 행태에 같은 시대를 살아온 '586세대'들이 마음이 편치 않음을 호소하고 있다. '586세력'들은 대학 시절 또래 대다수가 두들겨 맞으며 복무할 때 민주화를 내세운 시위 경력으로 군 면제를 받았거나 강제 징집당해 복무했다.이들의 젊은 시절 민주화를 위한 행동과 희생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5·18 광주 등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공로로 받는 보상도 다수 국민은 인정할 것이다.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핵심인 그들의 정신 상태와 국정 운영 능력이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북한과 사회주의 정책을 우선시하는 그들의 정치적 이념과 국정 운영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시민들이 많다.권력의 시녀들이 목숨 걸고 밀어붙이는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가 일반 시민들에게 얼마나 와닿을까 싶다. 코로나19로 국민의 발을 묶을 수는 있을지언정 눈과 귀를 가릴 수는 없다.여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5·18 왜곡처벌법, 대북전단금지법 등에 전율을 느끼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혁명이든 쿠데타이든 일어나면 지지하겠다'는 말까지 나도는 수상한 시절이다.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kgs@imaeil.com

2020-12-29 05:00:00

[야고부] 안중근, 이순신, 예수

[야고부] 안중근, 이순신, 예수

히틀러 숭배는 참으로 기괴했다. 아첨꾼들은 그를 '재림 예수'로 '우상화'했다. 개신교 목사로 히틀러 내각의 종무(宗務) 장관이었던 한스 케를은 "진정한 성령"이라고 했으며, 한 나치당 간부는 "더 위대하고 더 강력한 새로운 그리스도"라고 했다.이런 '신성모독'은 독일 국민의 일상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히틀러 제단'이 공공장소는 물론 개인의 집에도 세워졌다. 불우한 소년들은 히틀러의 이름인 '아돌프'(Adolf)를 세례명으로 받았다. 당시 한 언어학자는 아돌프가 'ath'(신의 행위나 영적 행위)와 'uolfa'(창조주)로 구성된 것이라고 했다.('독재자들', 리처드 오버리)아첨을 위한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다. '아돌프'는 '고귀한 늑대'란 뜻의 독일 고어(古語) '아델볼프'(Adelwolf)의 줄임말이다. 히틀러는 이 어원(語源)을 알고 '늑대'(wolf)를 자신의 상징으로 써먹었다. 히틀러는 2차대전 중 서부전선 지휘소에 '늑대 골짜기', 동(東)프로이센의 동부전선 지휘소에 '늑대 굴'이라는 명칭을 붙였다.레닌과 스탈린 숭배도 마찬가지였다. 레닌 사후 러시아 정교도 가정의 성소(聖所)를 그대로 모방한 '레닌 성소'가 곳곳에 세워졌다. 그리고 예수의 부활·불멸 모티브를 차용해 시신을 방부 처리했다. 그의 장례위원회 이름은 '불멸화위원회'였다.스탈린도 예수처럼 보이려고 했다. 1902년 스탈린과 농민이 대화하는 그림은 좋은 예다. 그림 속의 농민은 예수가 활동했던 때의 히브리인 복장을 하고 있다. 이런 상징 조작이 제대로 먹혔던지 모스크바역(驛)에서 대독(對獨) 전선으로 떠나는 늙은 군인이 확성기에서 나오는 스탈린의 독전(督戰) 연설을 듣고는 성호(聖號)를 긋고 '아멘' 대신 "스탈린!"이라고 외친 일도 있다.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한 맛 칼럼니스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재판부를 비난하며 "골고다 언덕길을 조국과 그의 가족이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도 "자식의 스펙에 목숨을 걸었던 이 땅의 많은 부모를 대신해 정경심 교수에게 십자가를 지운 건가"라고 했다. '문빠'들의 위인 모독은 브레이크가 없다. 안중근 의사와 이순신 장군도 모자라 이제는 예수까지 끌어온다. 예수께서 뭐라 하실지….

2020-12-28 05:00:00

[야고부] 달구벌 종소리

[야고부] 달구벌 종소리

'댕~댕~댕~.'대구의 달구벌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울린 종소리가 있다. 먼저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동화사의 종소리이다. 불교는 신라에 전파된 뒤 고려의 전성기를 거쳐 조선 왕조의 핍박에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 동화사 종소리는 팔공산 골을 타고 고개를 넘어 대구 도심 반월당 아미산 포교당을 통해 널리 퍼졌다.이런 역사를 간직한 동화사 종소리, 특히 해가 질 무렵 동화사 종소리(桐寺暮鍾)는 1949년 대구를 나타내는 8경(景)의 하나가 되기에 이르렀다. 대구에서 한시를 즐긴 사람 182명이 1950년 전쟁 속에서 원고를 모아 이듬해 책으로 남긴 1천456수(首)의 한시에는 대구 8경으로 동화사 저녁 종소리가 빠지지 않았다.당시 대구 사람들은 동화사 종소리를 들으며 '한 번 종소리 울려 퍼지면 모든 근심 소멸되네'라고 읊거나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길 기원했다. 또한 시를 통해 동화사 종소리로 심신을 새롭게 하거나, 세속의 티끌을 씻고, 날마다 생각을 바르게 하며, 어둠에서 깨어나 세상을 밝히기를 빌었고, 그런 세상을 바랐다.동화사 종소리와 함께, 불교처럼 유입된 서교(西敎)를 통한 성당과 교회의 종소리도 달구벌을 적셨다. 특히 도심의 계산성당 종소리는 지금도 울린다. 오전 6시와 낮 12시, 오후 6시에 울리는데 때마다 42차례 타종(打鐘)한다. 성당 종탑 사람이 하루 126번의 종을 치는 셈이다. 그러나 종은 언제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리를 내며 퍼진다.처음에는 '댕~' '댕~' '댕~' 한 번씩 울린다. 이어 세 차례의 타종이 되풀이 반복된다. 그리고 중단 없이 33번의 타종이 계속된다. 이런 한 번씩 3차례 종소리와 세 번씩 2차례 종소리, 33연속 종소리는 오랜 세월 이어온 만큼 도심 성당을 떠올릴 만하다. 이런 타종의 '3'은 성부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예수의 3일 만의 부활과 33년의 삶을 뜻한다는 말도 있다.동화사 종소리는 물론, 계산성당 종소리는 어느 하루 멈추지 않고 울렸겠지만 듣는 이의 마음은 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오늘, 25일 성탄절에도 두 곳의 종소리는 어김없이 널리 울려 퍼지리라. 비록 종소리 듣는 이의 믿음과 마음은 다를지라도 코로나 괴질로 힘들었던 올해, 부디 지친 삶에서 벗어나 평화와 안식을 누렸으면 좋겠다.

2020-12-25 05:00:00

[야고부] 불한당의 나라

[야고부] 불한당의 나라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사기꾼이 있었다. 하지만 사기꾼이 형조(刑曹)의 수사관들을 개혁되어야 할 집단이라고 규정하는 나라, 이에 형조판서가 맞장구치며 수사관에게 치도곤을 안기는 나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말고는 없었다.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수사관의 일은 범죄를 수사하는 거였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수사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범죄 중에 어떤 놈의 범죄를 수사해야 하는지, 어떤 놈의 범죄는 절대로 수사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분별하는 일이었다. 범죄라면 일단 수사부터 하고 보는 분별력 없는 수사관은 예외 없이 멍석말이를 당했다.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파렴치한이 있었다. 하지만 파렴치한의 몸이 상할까 시민이 걱정하는 나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말고는 없었다. 이 나라의 중산층인 '대깨문'은 파렴치한이 행여 비에 젖을까, 바람에 날릴까, 소박을 당할까 노심초사하여 밤낮으로 당산나무 아래, 아니 인터넷 댓글 창 앞에 앉아 '님들의 무사안위'를 앙망하는 글을 올리느라 바빴다.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위조범은 있었고, 마땅히 수사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서는 형조참판이 "(위조 서류쯤은) 돈 몇십만원 주고 다들 사는 건데 그런 걸 왜 수사하느냐?"고 되레 수사관을 비난했다.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전염병이 돌아 백성들이 병들거나 죽는 일이 있었고, 집권자가 갈팡질팡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집권층이 제때 알뜰히 살피지 못해 낭패를 당한 것을 '전략적 갈팡질팡'이라고 우기는 나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말고는 없었다.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집권 세력에게는 가시지 않는 번뇌가 있었다. 그 번뇌는 백성을 잘살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는 데서 기인했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집권 세력의 잠 못 이루는 번뇌는 장기 집권과 자기 편의 무사안위를 염려하는 데서 기인했다.그 나라 백성들이 말했다."처음에는 임금 주위에 불한당(不汗黨)이 많아 그런 줄 알았다. 좀 지난 뒤에는 임금이 어리석어 불한당에게 잘 속는가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임금 자체가 불한당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020-12-24 05:00:00

[야고부] 공인과 공동

[야고부] 공인과 공동

며칠 전 금융기관 인터넷 거래에서 '공동인증서'라는 용어 때문에 잠시 혼란을 겪었다. 공인인증서 폐지 소식을 듣기는 했으나 막상 '공동인증서'라는 낯선 용어 때문에 손을 멈춘 것이다. 이런 혼선은 20년 넘게 전자서명 체제를 독차지해 온 '공인인증서'라는 족쇄에서 풀려나는 순간 이용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망설인 사례로 이해하면 된다.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말 그대로 법적 '공인'의 지위를 오랫동안 누렸다. 그런데 발급 과정이 복잡하고 1년이라는 짧은 유효기간, 어디든 따라다니는 액티브X 실행 파일 설치, '공인'이라는 딱지로 인해 민간 전자인증 시장 발전을 막아 온 점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약점에도 공인인증서는 21년이라는 천수를 누린 것이다.그러다 이달 10일부터 법으로 그 지위를 보장해 온 '공인인증'의 둑이 마침내 무너지고 이제 다양한 사설 전자서명이 가능해졌다. 공인은 이제 '공동'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됐다. 이미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민간 전자서명 시스템이 정부기관 및 금융기관에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혀 나간다면 이 공동인증서의 미래 또한 장담할 수 없다.당장 내년 1월 15일부터 직장인들은 공인인증서가 없는 첫 연말정산과 마주하게 된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이나 스마트폰과 PC에서 카카오페이, 패스, 페이코, KICA(한국정보인증) 등 익숙하고 편한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정부24나 법원 인터넷등기소, 인터넷지로, 국민신문고 등 정부기관 온라인 시스템에서 지문과 안면, 홍채 인식도 가능하고 PIN(6자리 숫자)과 패턴도 적용할 수 있다. 환경이 바뀌니 자연히 전자서명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각종 페이나 QR코드 등 새 결제 수단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길을 즉각 찾아내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공인인증서 사례에서 보듯 그 어떤 기술도 경쟁 없이 온실 속에서 연명한다면 혁신의 샘은 마르고 만다. 인증서뿐만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는 불편한 제도나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즉각 고쳐야 한다. 이 점에서 공인인증서는 이용자 친화력 등 기술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큰 교훈을 남겼다.

2020-12-23 05:00:00

[야고부] 미국 원주민계 장관

[야고부] 미국 원주민계 장관

1890년 12월 29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운디드니에서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미군 500여 명이 인디언 수족을 무장해제하다 충돌이 일어나자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200명 이상을 대량 학살했다.'운디드니 대학살'은 미군과 인디언 사이의 마지막 전투로 이후에 인디언들은 더는 저항할 수 없었다. 대학살 발생 2주 전 평생 동안 저항을 이끌며 용맹을 떨쳤던 수족의 추장 타탕카 이오타케(시팅불·Sitting Bull)가 총격전 도중 살해당해 구심점마저 사라진 상황이었다. 시간을 훨씬 거슬러 올라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인디언 학살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미국은 오랫동안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탄압해왔다.'인디언'이라는 명칭부터 콜럼버스가 인도를 발견했다고 착각해 잘못 붙인 것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 명칭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이 때문에 최근 이름 교체 작업에 나섰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2010년에야 미국 초기 정부가 원주민을 탄압하고 강제 이주시키고 빈곤과 질병, 법의 보호로부터 방치한 데 대해서 바로잡겠다며 사과했다. 너무 지체된 사과였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원주민계 여성인 뉴멕시코주 지역구의 뎁 할랜드(60) 연방 하원의원을 내무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미국의 첫 원주민계 장관이 되는 그는 원주민 보호구역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는 19일(현지시간) 1850년대 내무장관인 도널드 그라인드의 '원주민 말살' 발언을 거론한 뒤 "나는 그 끔찍한 생각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산 증거"라고 말했다.미국의 원주민은 현재 300만~500만 명 정도로 대부분 빈곤 문제를 안고 있다. 할랜드 장관 후보조차 과거 푸드 스탬프(저소득 영양지원)에 의존해야 했던 '싱글 맘' 출신이다.바이든 당선인의 원주민계 장관 발탁은 백인, 여성, 흑인, 성소수자, 라틴계, 아시아계 등으로 내각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과정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적, 인종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가적 통합이 요구되는 데 따른 선택이다. 그러한 의도가 제대로 열매를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2020-12-22 05:00:00

[야고부] 사이버 레커

[야고부] 사이버 레커

지난 12일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 현장에는 매스미디어들이 총출동했다. 수많은 유튜버와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들도 대거 모여들었다. 그런데 일부 유튜버, BJ들의 무개념 행각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출소 차량을 가로막고 웃통을 벗어제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조두순을 패버리겠다는 건달 유튜버가 등장했다. 호송 차량에 올라타 쿵쿵 뛴 무개념 용자(勇者)도 있었다.촬영 경쟁 몸싸움 끝에 일대일 격투를 벌이거나, 조두순 집 근처에서 온갖 욕설을 하다가 시끄럽다는 주민 항의를 받자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냐"며 큰소리 치는 적반하장 유튜버도 있었다. 주민들로서는 조두순에 못지않은 공포요 민폐덩어리였을 것이다. 참다못한 윤화섭 안산시장이 15일 "조두순을 흥밋거리나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유튜버들은 안산을 당장 떠나기 바란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릴 정도였다.유튜브, SNS 등이 득세하면서 뉴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는 이들의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조회수가 웬만한 올드 미디어 못지않고 콘텐츠 생산에 따른 반대급부(광고수익 및 후원금) 규모도 커지다 보니 전업 유튜버나 BJ·소셜 인플루언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조회수와 광고 수입에 눈이 멀어 비윤리적·불량 콘텐츠 생산까지 마다 않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온라인 세상에서는 이들 극성 유튜버·BJ 등을 '사이버 레커' 또는 '사이버 레커충'이라는 신조어로 비꼰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사건이나 사안을 소재로 다루면서 짜깁기, 허위 비방, 과장, 모욕까지 일삼는 극성 유튜버와 BJ 등이 마치 경찰 무전을 엿듣고 교통사고 현장에 득달같이 몰려드는 사설 견인차(레커)를 방불케 한다는 의미다.사이버 레커는 파파라치의 온라인 버전이다. 이들은 전형적 악플러 또는 황색언론의 행태를 고스란히 답습한다. 팩트 체크 따위는 개나 줘버릴 태세다. 그 횡포 때문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제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의 83%가 유튜브를 본다고 한다. 큰 힘에는 응분의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사이버 레커들의 폭주를 견제할 사회적 합의와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2020-12-21 05:00:00

[야고부] 문재인이 나오지 않게

[야고부] 문재인이 나오지 않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3년 7개월을 지나고 있다. 지금까지 행태로 유추해볼 때 이 정부의 국정 목표는 '탄핵되지 않고 무사히 임기를 마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소박한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해 문 정부는 '국민 갈라치기' '보여주기 쇼' '남 탓'에 올인했다.문 정부는 호남을 우대했다. 정부 요직에 호남 출신을 대거 기용했고, 검찰 요직에도 호남인을 많이 앉혔다. 그 덕분에 전국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쳐도 호남에서는 고공 행진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호남도 '갈라치기의 본질'을 알게 될 것이다.검찰이 정권 관련 비리를 수사하자 문 정권은 호남 출신 검사들을 요직에 앉혀 수사를 방해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제거를 위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도 호남 출신 인사들을 대거 앉혔다. 겉보기에는 호남 우대 같지만 실상은 정권 비리 수사 차단을 위해 호남인 손에 부정한 피를 묻히게 한 것이다. 문 정권이 쓴 여러 '갈라치기 전략' 중 가장 사악한 갈라치기가 '호남인을 방패'로 삼은 것이다.문 정부의 '코로나19 홍보 쇼'는 가관이었다. 홍보 예산만 1천200억원을 썼다. 그러면서 정작 코로나 확산 예방의 핵심인 진단검사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 12월 18일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율은 6.99%로 영국의 11분의 1, 미국의 10분 1, 이탈리아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란, 이라크, 칠레보다 인구 대비 검사 건수가 적다. 그 결과 무증상 감염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환자가 폭증하는 사태를 맞고 있다. 게다가 몇몇 나라는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다른 30개국도 이달 혹은 내년 1월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문재인 정부의 '남 탓'은 세계 챔피언이다. 그중 하나가 '검찰 탓'이다. 문 정부는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무력화했고, 나아가 자기 패거리의 죄를 은폐해 줄 '공수처' 출범에 사활을 걸었다.지난 4일 서민 단국대 교수는 수능을 마친 젊은이들에게 "틈틈이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해서 다시는 문재인처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2020-12-19 05:00:00

[야고부] 윤석열 대 문재인

[야고부] 윤석열 대 문재인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두 사람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우리 총장님"이라고 부르며 윤 총장을 총애했던 문 대통령이 '2개월 정직' 처분을 재가해 윤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윤 총장은 이에 불복, 정직 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 신청과 처분 취소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대 윤석열' 대결 구도가 확실하게 형성됐다.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을 파헤쳐 사실상 문 대통령 집권을 도왔다. 이런 윤 총장을 문 대통령은 '기수 파괴' 인사를 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발탁했다. 그러나 총장 발탁 1년 5개월 만에 두 사람은 결별하고 말았다. 측근 반대에도 윤 총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던 문 대통령은 땅을 치며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 사태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윤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정권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무리수를 총동원하는 이유다. 윤 총장이 수사를 지휘하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및 증거 인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정권이 얼마나 켕기는 게 많기에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또 하나는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로 올라선 윤 총장에 대한 정권의 두려움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 인사들로서는 윤 총장이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오죽하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출마 방지법'까지 발의했겠나. 해임·면직이 아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린 것도 윤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어 정권 비리 수사를 흐지부지시키면서, 정치적으로 윤 총장을 더 키워주지 않으려는 꼼수다. 윤 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아 검찰총장에서 찍어내고,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려는 속셈도 없지 않을 것이다.윤 총장의 지지도 1위는 핍박에도 정권 수사를 하는 '강골 검사'에 대한 국민 성원이자 대통령이 돼 문 정권의 '신(新)적폐'를 척결하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현직 대통령과 대립했던 인사가 나중에 대통령이 된 경우가 많았다. '윤석열 대 문재인' 대결이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

2020-12-18 05:00:00

[야고부] 푸스카스상

[야고부] 푸스카스상

1954년 6월 17일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취리히에서 진행된 2조 조별 리그에서 헝가리에 9실점하며 참패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뜻깊은 기록에도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한 대회였다. 헝가리는 조별 경기에서 8대 3으로 가볍게 물리친 서독과 결승에서 다시 만났지만 예상 밖으로 2대 3으로 무릎을 꿇고 준우승을 차지했다.이 대회에서 단연 돋보인 선수는 헝가리의 포워드 페렌츠 푸스카스(1927~2006)였다. 1950년대 헝가리 축구 황금기를 이끈 전설적인 공격수로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A매치 84경기에서 83골,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등 669경기에서 662골 기록 등 세계 축구사에 뚜렷하게 이름을 남긴 선수다.국제축구연맹(FIFA)이 2009년 한 해 전 세계 축구 경기에서 나온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상을 처음 제정하면서 '푸스카스상'(Puskas Award)으로 명명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열린 경기 중 가장 멋진 11골을 전문가들이 심사해 최종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팬과 축구 레전드의 투표로 선정하는데 올해 '2020 푸스카스상' 최종 후보에 손흥민(토트넘)의 골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7일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전에서 기록한 70m 드리블 득점 골로 2019-2020시즌 'EPL 최고의 골'로 선정된 바 있다.17일(현지시간)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2020 풋볼 어워드' 시상식에서 결과가 발표되는데 손흥민의 수상이 유력하다는 반응이다. FIFA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중 손흥민의 골 장면 조회수가 월등히 많은 게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올해 '최우수 여자선수상' 11인 후보 명단에 지소연(첼시FC)도 포함돼 겹경사다.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발군의 기량으로 세계 스포츠 팬들을 위로했다. 그제 끝난 US여자오픈 골프에서 김아림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 2년 연속 한국 선수의 우승이다. 이런 결과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선수 개인의 영예이지만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라는 점에서 가슴 뿌듯하다. 최선을 다한 그들의 땀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2020-12-17 05:00:00

[야고부] 민주주의여 만세!

[야고부] 민주주의여 만세!

때로는 한 편의 시가 독재 권력에 대항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1933년 5월 10일 나치가 '비독일적' 서적을 불태우자 자신의 책도 불태워 달라고 절규한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분서'(焚書)가 그렇다."…추방된 어떤 시인이 분서 목록을 들여다보다가/ 자기 책들이 누락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 그렇게 해다오. 나의 책들을 남겨 놓지 말아다오/ 나의 책들 속에서 언제나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제 와서 나를 거짓말쟁이 취급한단 말이냐!/ 나는 너희에게 명령한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브레히트의 '필검'(筆劍)은 동독 공산 정권도 비켜가지 않았다. 1953년 6월 경제난을 규탄하는 동독 인민들의 시위에 정부가 "인민들에 실망했다"고 하자 '해결 방법'(Solution)이란 시를 썼다. "…작가 연맹 서기장은 스탈린가(街)에서/ 전단을 나눠 주도록 했다/ 인민들이 어리석게도/ 정부의 신뢰를 잃어버렸으니/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인민을 해산해 버리고/ 다른 인민을 선출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이런 저항시의 계보를 이었다. 그는 5·18에 대한 정부 공인(公認) 해석을 어기면 형사처벌하는, 이른바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여당이 국회에서 처리하자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담시(譚詩)를 썼다."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 …그들만의 5·18을 폄훼한다/ 갇힌 5·18을 왜곡한다/ 5·18이 법에 갇히다니/ 자유의 5·18이/ 민주의 5·18이/ 감옥에 갇히다니/ …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리거라/ 부귀영화에 빠지거라/ 기념탑도 세계 최고 높이로 더 크게 세우고/ 유공자도 더 많이 만들어라/ 민주고 자유고 다 헛소리가 되었다…."훌륭하지만 2% 부족하다. 문재인 정권이 울려 대는 우리 민주주의의 만가(輓歌)의 구슬픈 곡조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이런 갈증은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소환해 낸다.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2020-12-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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