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야고부] 구글신(神)과 세금

[야고부] 구글신(神)과 세금

현대인들은 늘 스마트 기기와 대화한다.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은밀한 속내마저도 스마트폰 또는 PC 검색창에 입력한다. 이 '디지털 친구'는 입이 무거울 것 같지만 그건 착각이다. 디지털 기기에 입력된 정보는 서비스 제공 사업체 서버에 남김없이 저장된다. 사람들이 열심히 데이터를 갖다 바치다 보니 포털 서비스는 이제 세상사를 다 아는 경지에 이른 듯하다. 오죽했으면 '구글은 모든 것을 안다'는 의미로 '구글신(神)'이라는 말마저 생겼을까.검색 서비스사들은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 수도 있다. 믿기지 않는다면 자신의 구글 계정에 들어가 확인해보라. 놀랍게도 구글은 당신의 연령대와 성별, 관심사, 취미, 소득 수준, 기혼 여부 등 민감한 내용까지 알고 있다. 그런데 당신은 구글에 이런 정보를 제공한 기억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정보들은 구글의 인공지능이 당신의 신상을 추정한 결과물이다. 당신이 평소 했던 검색, 광고 클릭, 유튜브 시청, 구매 기록, 매장 방문, 위치 이동 등 행위를 구글이 맞춤 광고 서비스를 하기 위해 분석해 놓은 것이다.구글은 유저들이 쌓은 데이터를 토대로 광고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수익을 챙긴다. 야후,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톡 등 대부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수익 모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세계 굴지의 ICT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쥐 눈곱 수준이다.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면서 본사가 위치한 나라에 세금을 내는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한다. 8조3천억원 규모인 국내 앱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은 지난해에 각각 5조9천억원, 2조3천억원을 벌었지만 서버가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앱 매출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았다.이런 조세 불공평을 해소해야 한다며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세(稅) 도입 목소리가 높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에 합당한 세금을 물리자는 요구다. 코로나19사태 여파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 재원 확보 차원에서도 디지털세는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ICT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원천 중 거의 대부분은 유저들이 제공한 데이터들이다. 대동강 물 파는 격일진대 소득이 있는 곳이라면 세금을 매기는 것이 옳다.

2020-06-16 06:30:00

[야고부] 옥류관 냉면

[야고부] 옥류관 냉면

"평양에 와서 우리의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쳐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는 주제에 오늘은 또 우리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으니 이를 어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북한 대남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이 내보낸 북한 평양 옥류관 주방장의 발언이다. 주방장은 또 "이제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그 더러운 똥개 무리들(탈북민 단체)과 그것들의 망나니짓을 묵인하며 한 짝이 되어 돌아친 자들을 몽땅 잡아다가 우리 주방의 구이로에 쳐넣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옥류관은 2018년 9월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오찬을 했던 곳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평양냉면을 먹은 후 '맛의 극대치'라고 칭찬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북한을 방문한 대한민국 대통령 모두가 옥류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오찬을 했다.문 대통령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수위를 한참이나 넘은 옥류관 주방장 발언에 우리 국민은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을 직격한 듯한 원색적 비난에 국민 자존심은 크게 금이 갔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행해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던 재계 총수들에게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면박을 준 것보다 훨씬 모욕감을 안겨준 조롱이다. 옥류관 주방장한테마저 찍소리 못하는 청와대, 정부, 여당, 친문 진영 탓에 국민은 더욱 자존심이 상한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핵무기 완성을 위한 북한의 시간 벌기용 위장 평화 공세에 동원된 옥류관 냉면도 공짜가 아니었다. 북한은 옥류관 주방장을 앞세워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대놓고 옥류관에서 먹은 냉면값 청구서를 들이민 것이다.오늘로 6·15 남북 정상회담을 한 지 20년이 됐고,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지 2년이 넘었다. 남북 정상은 세 차례나 회담을 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갔고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선임자들보다 더하다'는 혹평까지 받았다. 문 정권이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던 '한반도 평화'가 통째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20-06-15 06:30:00

[야고부] 격하운동

[야고부] 격하운동

1953년, 스탈린이 죽자 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시작됐다. 30년 넘게 이어진 폭압 통치와 정상을 벗어난 스탈린의 행적이 낱낱이 고발된 것이다. 이른바 '스탈린 격하운동' '탈스탈린화'로 불리는 이 움직임은 1956년 소련 공산당 제20차 전당대회 당시 니키타 흐루쇼프의 스탈린 비판 연설로 정점에 달했다.이후 소련은 스탈린주의를 기치로한 국가 정책뿐 아니라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묵은 때를 벗기 시작했다. 방부처리돼 레닌묘에 나란히 안치된 스탈린의 시신은 1961년 크렘린궁 뜰로 옮겨졌고 그의 조각상과 기념물도 모두 철거됐는데 소련권 공산국가 전체에 적용된 의무 사항이었다.소련과 동유럽, 중앙아시아 여러 공산국가가 채택한 '스탈린' 관련 지명이 거의 사라진 것도 탈스탈린화의 단면이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스탈린그라드는 볼고그라드, 우크라이나의 스탈리노는 도네츠크로 바뀌었다. 타지키스탄의 수도 스탈리나바드는 32년 만에 옛 이름인 두샨베로 되돌아갔다.얼마 전 미국 미네소타주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인종주의자에 대한 격하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흑인 차별의 불씨를 지핀 미국과 유럽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격하운동이 함께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노예제를 찬성한 미국 남부연합의 로버트 리 장군을 위시해 아메리카 대륙 발견자이자 약탈자로 평가되는 콜럼버스의 동상이 분노한 시위대의 밧줄에 걸려 넘어졌다. 또 '콩고의 학살자'로 불리는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 영국령 남아프리카 제국의 창설자인 정치가 세실 로즈 총독, 처칠 영국 총리의 동상도 표적이다. 인종차별 영화로 지목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격하운동에서 예외가 아니다.이런 격하운동은 과거 인물들이 남긴 역사적 유산을 사실에 기반해 재평가함으로써 그 책임을 되묻는다는 점에서 지체된 정의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강하다. 청산하지 않은 과거사는 늘 대립과 갈등의 불씨가 된다. 재평가를 통한 엄격한 해석과 사회적 합의가 급한 이유다.

2020-06-12 18:39:20

[야고부] 달비골 별서와 붓꽃

[야고부] 달비골 별서와 붓꽃

'뜰에 핀 붓꽃이 향산(香山) 선생 붓이 연상되어 보냅니다.'코로나로 일상의 삶이 사라진 지난달 12일 한 장의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온다. 2003년 공직을 퇴직, 시간이 지났지만 대구수목원 조성에 한 역할을 했던 공직 시절처럼 대구 역사를 공부하면서 대구의 산하와 환경, 자연을 벗 삼아 식물과 꽃들을 찾고 아끼는 마음은 변함없는 그였다.그런데 그가 보낸 붓꽃에 담긴 사연이 남다르다. 향산은 대구의 독립운동가로, 1915년 눈이 펑펑 내리던 정월 보름 앞산 안일암에서 시 짓는 모임 즉 시회(詩會)를 가장하여 조선국권회복단이란 비밀결사를 만들고 통령(統領)을 맡았고, 파리장서운동에도 깊이 관여했으며, 일제 고문으로 1942년 생을 마칠 때까지 독립운동에 나선 인물 아니던가.그가 굳이 달비골을 찾아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찾지도 않는 한 채의 오래된 집에 들러 붓꽃을 하염없이 바라본 까닭은 있다. 100년 전, 대구의 월배 달비골 한적한 산자락에 지은 향산의 별서(別墅)는 시도 짓고 몰래 독립의 꿈을 꾸던 곳, 또 구름을 바라보던 첨운재(瞻雲齋), 송석헌(松石軒)으로 알려진 곳이 어느덧 세상에서 잊힌 때문이다.그러다 지난 2018년, 향산의 손녀(윤이조)가 할아버지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과 별서에서 즐겁게 뛰놀던 어린 시절 추억을 더듬어 출간한 책 '지나간 것은 다 그립고, 눈물겹다'로 다시 세상에 소개된 곳이다. 하지만 그런 사연이 깃든 그곳에서 광복의 꿈을 꾸다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뜬 사실을 과연 누가 알기나 할까.그것을 답답하게 여겼던 그였기에 그날도 발길을 옮겼다가 마치 향산이 과거 독립의 꿈을 꾸며 심기나 한 듯한 붓꽃이 집 뜰에 곱게 핀 모습이 시를 짓던 향산의 붓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뜰에 핀 붓꽃을 보고 글을 쓰고 광복을 그렸을 향산을 알리고 싶은 그의 마음이 닿았을까. 아니면 안달하던 마음이 통했을까.최근 그곳에 안내판과 글이 걸렸다. '첨운재 독립운동 모의장소'라는 표시와 향산의 독립운동, 옛 활동에 관한 간단하지만 필요한 설명을 담은 안내판이다. 대구시 도시공원관리사무소에서 자료를 찾고 정보를 모아 최근 설치한 결과다. 잘 보이지 않지만 대구의 소중한 자산을 아끼는 퇴직 공무원 이정웅 씨의 마음과 시청의 조치가 반갑다.

2020-06-12 06:30:00

[야고부] 빵 조각과 기본소득

[야고부] 빵 조각과 기본소득

코로나19는 여러모로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다. 현대 문명사회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미증유 변화상을 곳곳에서 이끌어내고 있다. 요즘 국내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기본소득'(Basic Income) 논쟁도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지금 같은 폭발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은 진보 정치세력의 전유물 성격의 어젠다(의제)였는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빵 한 조각'(물질적 자유론)을 하늘로 쏘아 올리며 사회 담론의 한복판에다 올려놨다. 기본소득 의제를 보수 야당에 선점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진보 진영 대권 주자들이 경쟁에 가세해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사실 '복지'는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아닐 수도 있다. 현대의 상당수 복지정책은 서구 보수 정당들에 의해 고안됐다. 싫든 좋든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고 봐야 하며 차기 대통령 선거를 좌우할 핵심 의제가 되는 것도 거의 확실해 보인다.기본소득제는 핵폭탄급 의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길 국민들을 구원할 수도 있지만, 재정난을 야기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려 나라를 주저앉힐 수도 있다. 우리 국민 1인당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준다고 가정하면 연간 187조원이 들고, 60만원이면 374조원이 필요하다. 올해 정부 예산의 37%, 75%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재원인데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또한 기본소득제는 시혜성 정책 차원을 넘어 복지 체계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너무 크기에 경제적 관점의 정책으로 간주하는 학자들도 있다. 기본소득제 추진을 위해서는 세금 및 기존 복지제도의 전면적 개편과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함은 이 때문이다.기본소득제는 핀란드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실험을 했다가 실패했고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된 바 있다. 기본소득 전면 실시는 전인미답의 영역인데 북유럽 복지사회 국가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너무 앞서 나가려는 듯한 인상이다. 지금이 기본소득제를 논의할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회적 토론과 숙의는 필요하지만 기본소득이 대선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20-06-11 06:30:00

[야고부] 백선엽과 만네르하임

[야고부] 백선엽과 만네르하임

칼 구스타브 만네르하임. 핀란드의 군인으로 '겨울전쟁'(1939.11.30~1940.3.13)에서 소련을 패퇴시킨 전쟁 영웅이자 제6대 대통령이며 2차 대전 후 소련과 협상으로 핀란드의 소련 합병을 막은 인물이다. 이런 공로로 핀란드에서는 '국부'로 추앙되고 있다. 만약 그가 이 땅에서 태어났다면 필경 추앙은커녕 '민족 반역자'로 매도당했을 것이다.그가 태어났을 때 핀란드는 러시아 지배하에 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자치가 허용됐는지, 러시아의 지휘 통제를 받는 핀란드군 장교의 양성이 목적이었지만 핀란드 군사학교가 있었다. 만네르하임은 여기로 진학했다가 적응을 못 해 퇴교당하고 러시아의 니콜라이 기병학교에 입학해 전교 10등이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이후 러시아 황제 근위대 기병장교로 임관해 러일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에서 큰 전공을 세우며 중장까지 진급했다. 한국으로 치면 일본 육사를 나와서 일본군 남방총군(南方總軍) 총사령부 병참총감까지 승진한 홍사익(洪思翊) 중장과 같은 행로를 갔다고 할까. 물론 홍 중장은 마닐라 전범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으나 만네르하임은 러시아 2월 혁명 후 퇴역하고 핀란드로 돌아가 핀란드군 최고 지휘관으로 추대되는 영광의 '인생 2모작'을 일궜다는 근본적인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한국의 진보·좌파의 기준에서는 홍 중장도 마찬가지이지만(홍 중장의 생은 단순히 친일이란 잣대로 재단하기 어렵다는 국내외의 의견이 있었지만,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작성한 705명의 친일파 명단에 들어갔다) 만네르하임의 '친러' 경력은 그가 절대로 '국부'가 될 수 없는 조건이다. 핀란드 국민의 '민족정신'은 썩어 문드러진 것인가?만네르하임이 핀란드 국민에게 받는 대접과 대비해 백선엽 장군의 처지는 참으로 가슴 아프다.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6·25 전쟁 영웅임에도 만주군 '간도특설대'에 근무했기 때문에(하지만 그가 독립군과 전투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 현충원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공격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배은망덕한 세력이 판을 치게 됐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2020-06-09 21:03:38

[야고부] 현충일에 읽은 글

[야고부] 현충일에 읽은 글

"…멀리 있는 당신에게 일자(一字) 서신(書信)을 통(通)하오니 희심견득(喜心見得)하여 객지(客地)에 있는 졸부(拙夫)를 상봉(相逢)한 듯이 바다주소서… 아무쪼록 몸 성히 잘 잇긔를 부탁합니다… 객지에 있는 졸부가 귀가(歸家)할 때까지 신체건강(身體健康)하여 주기 바란다…."1953년 어느 날, '객지에 있는 졸부'가 '멀리서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영수 엄마 앞'으로 보낸 편지를 아내는 8월 19일에 받았다. 1953년 4월 12일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전사해, '귀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남편의 편지를 '영수 엄마'는 고이 간직하다 1998년 남편 곁으로 떠나면서 며느리에게 가보(家寶)로 물려줬고 이는 세상에 알려졌다.낡은 누런 종이에 한글과 한자를 섞어 '새삼스러이 백운(白雲)으로 하여금 동행(同行)하여 멀리 있는 당신'에게 안부를 전하는 남편은 '매일 고지에서 백병전(白兵戰)으로… 오랑캐를 무찌르고 있으니 안심(安心)하소서'라며 아내 걱정을 덜어주려 했다. 하지만 '영수, 민수'라는 두 자녀로 보이는 이름에 동그라미까지 친 '졸부'의 마음은 어땠을까.주인공 김종섭 하사 같은 '객지 졸부'의 가슴 아린 사연의 편지와 이야기가 어디 이뿐일까. 남과 북으로 허리 잘린 채 다시 맞은 6·25전쟁 70주년 현충일, 6일 오전 10시 추념의 소리는 도심 소음 속에서도 1분간 울려 퍼졌다. 조기(弔旗)를 단 집은 비록 띄엄띄엄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날을 잊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증거니 다행이랄까.이런 현충일에 읽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절절히 읊은 경북 성주 출신 김태수 시인의 시집 '외가 가는 길, 홀아비바람꽃'은 우연인가, 인연인가. 전쟁 직전 북쪽 평안북도 희천에서 만난 총각의 고향, 성주로 시집가는 딸의 신행(新行)을 따라왔다가 결국 6·25로 죽어서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시인 외할머니의 애절한 망향가(望鄕歌)가 애달프다.가보가 된 김종섭 하사의 편지와 남북 이산의 아픔과 함께 망향의 슬픔을 담은 시집 한 권으로 70주년을 맞은 6·25를 다시 생각한다. 현충일 조기를 내리는 늦은 시간, 어둠 속에 사라진 낮이 다시 밝은 새 아침이 되듯 잘린 허리는 다시 하나로 이어지겠지. 김 시인의 절규처럼 '압록강이건 두만강을 건널' 때도 오리라. 언젠가는 꼭.

2020-06-09 06:30:00

[야고부] 전단(傳單)

[야고부] 전단(傳單)

전단(傳單)은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낱장의 종이 인쇄물을 말한다. 주로 상업적 목적의 홍보 수단으로 널리 쓰이는데 속칭 '지라시'라고도 불린다. 지라시는 일본말로 '흩뜨림'이라는 뜻이다.일제강점기 때 유입돼 널리 쓰인 '삐라'도 전단의 일종이다. 삐라의 정확한 유래를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19세기 말 일본에서 계산서나 청구서의 뜻을 가진 영어의 '빌'(bill)을 '비라'라 발음하면서 이후 된소리인 '삐라'로 변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공교롭게도 빌의 라틴어 어원이 '빌라'(billa)다. 빌은 전단, 광고, 벽보의 뜻도 있다.한국전쟁 당시 심리전 수단으로 삐라가 널리 쓰였다. 적진을 동요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내용을 담은 삐라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비정규전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이 기간 남북한 곳곳에 뿌려진 삐라만도 자그마치 30억 장에 이른다고 한다.1960, 70년대를 되돌아보면 각 정당들이 공식·비공식으로 정치적 선전 목적의 삐라를 살포한 사례가 흔했다. 대학가 운동권 조직의 선전 수단으로 대자보가 자리 잡기 전까지 삐라가 널리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어 순화 운동과 행정 용어 기준이 바뀌면서 현재 '삐라'라는 말은 거의 사라지고 '전단'이 대세다.최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계속 말썽이다. 대북 전단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근래 들어 북한 수뇌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부각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당국은 며칠 전 김여정 명의로 담화를 내고 '똥개들'(탈북민 단체를 지칭)의 망동을 막지 못했다며 대놓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이에 정부가 무차별적인 전단 살포로 인한 남북관계 경색과 접경 지역민 안전을 이유로 '대북 전단 금지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자 미래통합당이 즉각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빈정대며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전단과 삐라가 선전과 표현의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조건 막고 금지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대를 자극하는 대북 전단 살포로 남북관계 단절을 부를 위험성이 크다면 이는 결코 현명한 행위가 아니다. 분별 없는 전단 살포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2020-06-07 18:58:16

[야고부] 착잡한 현충일

[야고부] 착잡한 현충일

'피아(彼我)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多富院)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조지훈의 시 '다부원에서' 중 일부다. 6·25전쟁 때 공군 종군문인단에 소속된 조 시인은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보고 이 시를 썼다. 다부동으로도 불리는 이곳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 국군·미군 1만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다부동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은 북한 수중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 백선엽 장군이다. 그는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최대 격전인 다부동전투에서 8천200여 명의 병력으로 북한군 2만1천여 명의 총공세를 한 달 이상 막아냈다. 공포에 질린 병사들이 도망치려 하자 백 장군이 맨 앞에 나서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고 독려해 승리를 이끌어냈다.국가보훈처가 6·25전쟁 영웅인 백 장군 측에 "장군이 돌아가시면 서울 현충원에는 자리가 없어 대전 현충원에 모실 수밖에 없다"면서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해 논란을 빚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백 장군이 사후(死後) 현충원에 안장되더라도 친일파로 찍혀 뽑혀나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왔다.오늘은 현충일. 대한민국을 지켜낸 100세 호국 원로가 조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현실이 참담하다. 백 장군이 나라를 위해 세운 공(功)은 그의 허물보다 훨씬 높고 크다. 호국영령들의 안식처인 현충원에 백 장군이 들어가지 못한다면 누가 들어갈 수 있나. 자신을 '토착 왜구' '민족 반역자'로 매도하는 좌파 인사들을 보며 백 장군은 어떤 생각을 할까. 호국영령들이 하늘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보며 뭐라 할지 마음이 착잡해지는 현충일이다.

2020-06-05 19:56:29

[야고부] 기억과 트라우마

[야고부] 기억과 트라우마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육체적 충격은 마음의 상처 즉, 트라우마를 남긴다. 전문 용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도 한다. PTSD 증상은 개인에 따라 충격을 겪은 즉시 시작될 수도 있고 수일, 수주, 수개월 또는 수년~수십 년이 지나서 나타날 수도 있다.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트라우마를 겪은 뇌는 기억을 다르게 처리한다고 한다. 어떤 것은 너무 과하게 기억하고, 어떤 것은 너무 적게 기억한다. 기억이 파편화된 나머지 트라우마의 원인이 된 사건을 논리적으로, 순차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컨대 성폭행 피해 여성이 범인의 냄새 같은 것은 수십 년이 지나도 생생히 기억하는 반면, 사건 후 누가 자신을 병원으로 데려갔는지 등과 같은 사항을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식이다.정의기억연대(정의연) 운영 난맥상을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일본군과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친일파다' '대구스럽다' '치매에 걸렸다'는 등 왜곡과 비하, 혐오도 서슴지 않는다. 혹자는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겪은 과거에 대한 인터뷰 진술이 엇갈리거나 세부 내용에 다른 점이 있다며 '위안부로 끌려간 게 맞느냐'는 식의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성폭력 피해자의 진정성과 신뢰성은 진술과 증언의 '비일관성'에 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문화비평가 슬라보예 지젝(71)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지적했다. "강간당한 여성의 진술에 진정성이 있다고 우리가 판단하는 것은 그 진술이 현실적으로 믿기 어렵고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주체가 자신의 경험을 진술할 때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야말로 그 진술에 진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나머지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몸과 마음이 짓밟히는 질곡을 겪었으면서도 평생을 죄지은 사람처럼 살아온 할머니들이다. 그들의 트라우마 기억이 조각나 있거나 변형돼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할머니들로서는 위안부 피해 실상을 세상에 증언하기 위해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고통일 수 있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야만적 2차 가해는 중단해야 한다.

2020-06-05 06:30:00

[야고부] 문 정권의 과거 지배

[야고부] 문 정권의 과거 지배

지금의 중국은 2차대전 승전국이 아니다.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부다. 공산당은 국민당과 국공 합작으로 항일전쟁에 나섰으나 전투를 최대한 피하면서 전력을 보전했다. 국민당의 무능·부패와 함께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발판이다. 이게 알려지면 공산당의 정통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중국이 '과거 세탁'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참가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개최한 '항일전쟁 승전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승전 70주년 기념식'은 좋은 예다. 공산당이 항일전쟁을 이끌었다는 소리다. 중공이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단 한 번도 '항일전쟁승리기념일'을 경축하지 않았다. 장(蔣)에 대한 찬양이 되기 때문이다. 1995년부터 중공은 일변했다. 그해 9월 3일 처음으로 '한일전쟁승리기념일'과 '반파시즘전쟁승리기념일'을 합쳐 치렀다. 1987년 천안문 학살로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이 의심받자 이를 막기 위해 장쩌민(江澤民)이 기획한 '애국주의 교육'의 일환이었다.과거 세탁은 푸틴의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푸틴은 처음 집권했을 때는 스탈린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스탈린 시대를 미화하고 오점은 지워 나갔다. 스탈린을 치켜세워 자신의 권위주의 통치를 방어하기 위함이었다.대표적인 사례가 강제노동수용소 중 유일하게 남은 '페름 36 수용소'의 변모다. 이 수용소는 1995년 박물관으로 개조돼 스탈린의 잔혹함을 생생히 알려줬다. 하지만 푸틴이 재집권한 2012년 지방정부에 몰수된 뒤 폭압 통치의 증거는 제거되고 '17세기부터 존재했으며 소련은 단순히 교정 시설로 활용한' 시설이 됐다.문재인 정권도 과거 세탁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낸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로 치켜세웠다. 이어 여당은 전직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말끔히 지우려 하고, 급기야 그 대표는 "잘못된 현대사에서 왜곡된 것을 하나씩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했다. 우리 현대사 전체에 대한 지배의 선포나 진배없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했다. 이 정권의 과거 지배 기도를 접하면서 그 탁견(卓見)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2020-06-04 06:30:00

[야고부] 대구니 ‘대구스럽지!’

[야고부] 대구니 ‘대구스럽지!’

"이 사람을 반드시 보고자 한다."조선의 정조 임금이 대구에 사는 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벼슬 자리도 주려 했다. 정조가 만나려 했던 사람은 최흥원이다. 굳이 왜 멀리 팔공산 자락 대구에 사는 그를 보려 했을까. 정조가 밝힌 이유는 간단했다.그의 행실이다. 그는 오늘날의 기금(基金)과 같은 선공고(先公庫)와 휼빈고(恤貧庫)를 만들었다. 이름처럼 '공적인 일에 먼저 쓰는 곳간'인 선공고는 흉년과 풍년에 이자를 달리하여 받은 수익을 떼내 마을 주민 세금으로 썼다. 또 휼빈고를 통해서는 땅을 나눠 주며 생계를 잇게 했다.오랫동안 당파의 부패한 집권 세력이 유난히 차별하고 멀리했던 남쪽의 외진 남인(南人) 고을인 대구의 한 선비가, 나라도 못 하는 일을 몸소 하니 어찌 고맙고 기쁘지 않았겠는가. 물론 최흥원의 마을 공동체 배려는 앞선 세종 시절 나라 안보에 필요하다는 말에 오늘날 달성공원 땅까지 바치고도 대신 대구 백성의 세금 부담을 덜게 해 달라고 했던 서침 같은 사람의 정신과도 통한다.대구에서는 이처럼 나라와 이웃을 헤아린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1907년 나랏빚을 갚자고 술 담배를 끊었던 대구 남자들, 비녀와 반지까지 내놓았던 대구 여인들, 일제 압박 속에 마을 공동체의 대동(大同) 사회 건설을 위해 뭉쳤던 대구의 청년 지사들의 행적 등 숱하다. 특히 이런 흐름은 경제난에도 지금껏 이어진 대구 기부 문화와도 이어져 다른 곳보다 돋보인다.이런 대구를 이를 때 어울리는 말이 '대구스럽다'이다. 그런데 요즘 여성인권활동가의 삶을 사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두고 온라인에 떠도는 말이 너무 험악하고 도를 넘고 있다. 게다가 대구를 끌어들여 허접한 말과 글로 할머니와 대구를 함께 겨냥하며 조롱한다. 그러나 대구의 역사적 배경과 할머니의 힘들었던 옛 삶을 떠올린다면 함부로 내뱉을 말은 결코 아니다.대구와 할머니를 폄훼하고 싶은 새가슴의 사람이라도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이 과연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를 돌아보고 비록 가상 공간이긴 하지만 말과 글을 쓰레기 버리듯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정녕 그러고 싶다면 대구에 한번 들러 '대구스럽다'는 말뜻부터 새기고 나서 그리하길 바란다.

2020-06-03 06:30:00

[야고부] 노벨상금 유감(遺憾)

[야고부] 노벨상금 유감(遺憾)

노벨상 상금 액수는 크다. 현재 900만스웨덴크로네(약 10억9천200만원)이다. 이를 공익적 용도로 쓴 경우는 물론 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경우도 있다.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이 그랬다. 상금을 이혼 위자료로 준 것이다. 그는 여성 편력이 심했다. 1903년 밀레바 마리치와 결혼했으나 얼마 뒤부터 훗날 두 번째 부인이 되는 엘자 레벤탈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참다못한 밀레바는 1919년 이혼하면서 "노벨상을 받을 경우 전처에게 상금을 위자료로 준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밀레바는 아인슈타인의 노벨상 수상을 확신했다고 한다.'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활용해 합리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경제 행동을 한다'는 '합리적 기대 가설'의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가정은 뒤로하고 연구에만 전념했다. 이에 그의 부인은 '7년 내에 노벨상을 받으면 상금의 절반을 위자료로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이혼했고, 딱 7년 뒤인 1995년 루카스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러자 세간에서는 '합리적 기대 가설'을 전처가 '증명'했다는 농담이 회자됐다. 전처는 노벨상금을 이혼 위자료로 요구하면서 "당신같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연구만 하는 사람은 언젠가 꼭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당시 루카스의 학자적 명성과 업적에 비춰 '합리적 기대'였다는 것이다.1953년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처칠 영국 총리도 상금을 개인적 용도, 빚 청산에 썼다. 처칠은 1929년 미국 증시에 투자했다가 대공황으로 '쪽박'을 찼다. 이후 평생을 돈에 쪼들리다 노벨문학상을 받고서야 돈 걱정에서 벗어났다고 한다.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남긴 유산을 놓고 배다른 형제끼리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DJ의 노벨평화상 상금이다. 11억원 중 현재 8억원가량 남아 있는데 삼남 홍걸 씨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전액 기부한다'는 이희호 여사의 유언에 따른 약속을 어기고 인출해 갔다는 것이다. 상금을 2001년 아태재단에 기탁했다가 2003년 재단이 연세대로 넘겨지면서 슬그머니 찾아온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DJ는 "국민에게, 민족에게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사정을 보면 정말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2020-06-02 06:30:00

[야고부] ‘트인낭’ 트럼프

[야고부] ‘트인낭’ 트럼프

'트인낭'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이 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감독 알렉스 퍼거슨이 한 말에서 비롯됐다. 퍼거슨은 2011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인생에서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차라리 독서를 하기 바란다."퍼거슨의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 표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웨인 루니 선수에게 한 조언이었다. 루니가 트위터에서 어떤 팔로워와 논쟁을 벌이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10초 안에 널 때려 눕혀 주마. 이 계집애 같은 놈아"라는 글을 올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구단 감독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한 충고였다.유명 인사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렸다가 극단적 악플에 시달리거나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SNS가 일상생활 수단이 된 요즘, 언행에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 일깨워 주는 경구가 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쓴 편지다."이 편지가 사통오달한 번화가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 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받지 않을 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야 한다."정약용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이 편지는 생각의 숙성 과정을 생략하고 SNS에 글을 너무 쉽게 올리는 현대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예언적 경구다. 편지를 보여주고픈 열혈 트위터 한 명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숨진 데 분노한 시위가 격렬해지자 트럼프는 트위터에 글을 썼다. "이들(흑인) 폭력배가 플로이드의 기억에 대한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다."트럼프의 이 글에 트위터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경고 딱지'를 붙였다. 사유는 '폭력 미화'다. 역시나 트럼프는 참지 못하고 분노의 트윗으로 대응했다. 소셜미디어 회사에 대한 면책권을 박탈해야 한다며 행정명령권까지 들먹이면서 트위터사를 압박했다. 명색이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의 트윗질이 점입가경이다. 신분이 신분인 만큼 그의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를 넘어 '인류의 낭비'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2020-06-01 06:30:00

[야고부] 금호강 아리랑

[야고부] 금호강 아리랑

조선의 문인 서거정이 고향의 풍경과 감성을 담아 쓴 칠언절구 '대구십영'(大丘十詠)은 금호강과 관련된 내용 3수를 포함하고 있다. 달 밝은 복현 나루터에서 뱃놀이를 즐기던 '금호범주'(琴湖泛舟), 팔달교 부근에 있던 주막에서 서울로 떠나는 사람과 이별을 노래한 '노원송객'(櫓院送客), 오봉산에서 금호강 물결 너머 노을을 바라보며 가을의 서정을 노래한 '침산만조'(砧山晩照)가 그것이다.600년 전 서거정이 바라보던 금호강의 풍경은 오랜 세월의 간극 속에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300리 물길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함 없이 또 다른 정경을 연출하고 있다. 동촌유원지를 품은 구룡산 절벽 위에 서 있는 아양루는 금호강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다.금호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아양기찻길은 사람의 행로와 자연의 물길이 만나는 곳이다. 북구 노곡동에 위치한 외딴 섬 하중도는 유채꽃과 코스모스가 철 따라 흐드러지는 시민의 휴식 공간이 되었다. 희귀 동식물의 보금자리인 달성습지를 지나 사문진에 이른 금호강은 숱한 이별과 만남의 서정을 남긴 채 대하무성(大河無聲)의 큰 흐름 속으로 합류한다.그렇다. 포항 죽장에서 발원한 금호강은 달성 화원에서 낙동강 본류로 흘러들며 유장한 발걸음의 보폭을 더 넓힌다. 금호강은 그 나름의 색깔을 지닌 채 대구를 감싸고 흐른다. 이뿐만 아니다. 영천 금호와 경산 하양 들녘에 젖줄을 형성하며 능금꽃을 피웠고, 포도밭·대추밭·묘목단지·연근단지를 일구고 있다. 습지의 다양한 야생 동식물에도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금호강변 야경이 화려한 빛으로 물들며 대구의 색다른 이미지가 투영될 전망이다. '밤이 아름다운 대구 만들기'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갈대가 흐느끼던 소리의 강변에 이제는 빛의 향연까지 어우러질 모양이다. 삶의 무늬는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겠지만, 무상한 강물에 기댄 사람의 행로는 늘 나그네일 수밖에 없다. 지난날 서거정의 심사도 그랬을 것이다.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2020-05-29 19:24:35

[야고부] 남의 돈, 쌈짓돈

[야고부] 남의 돈, 쌈짓돈

숭고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겠다며 시민사회운동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 길은 춥고 배고프며 외롭다. 처음에는 관심을 가져주는 이도 드물다. 그래도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다. 이슈가 생겼을 때마다 성명서를 만들어 발표하고 시위 활동도 벌인다.시간이 흐르면서 사회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언론사 취재 및 칼럼 요청과 토론회 섭외가 들어온다. 매스컴을 타면서 정부 부처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무슨 위원회를 만들면 시민사회단체 자격 '위원님'으로 정중히 모셔간다. 성금, 기부금, 정부·지자체 지원금도 받게 된다.고생 끝에 빛이 드는 시기이지만 활동가로서는 유혹이 시작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소집단 내 권력 탐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러브콜'이 들어올 정도면 비상 경고등이 켜지는 것과 마찬가지다.많은 시민활동가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비정부기구(NGO)를 만들어 희생적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초심을 잃고 그릇된 길을 가는 활동가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런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진상이 파악되겠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집행부의 도덕성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세상은 투명한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 정의연의 운영 방식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정황상 사회적 가치 운동을 사유화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사태가 촉발됐지만 비슷한 지적은 이미 2004년에도 다른 피해 할머니 주장으로 제기됐었다. 경고가 있었지만 자정 능력이 없었고 이번에 둑이 터져버렸다.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남의 돈'이다. 특히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도우라고 시민들이 낸 돈이라면 10원일지라도 투명하게 써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운동의 가치가 이번 사태로 동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썩은 부위가 있다면 도려내야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이참에 시민사회단체에서 소수 활동가의 전횡을 견제하고 회계 투명성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2020-05-29 06:30:00

[야고부] 대구의 닮은 두 어른

[야고부] 대구의 닮은 두 어른

"한·일 양국 학생들이 가깝게 지내며, 역사를 올바르게 공부해… 알도록 해야 한다."(이용수), "지난 아픔을 잊지 않고 두 나라 젊은이들의 앞날을 봐야지요."(우대현)올해 92세인 '여성 인권활동가' 이용수 할머니나 77세의 우대현 대구독립운동기념관건립 준비위원장은 서로 만난 적도 없지만 생각은 같다. 모두 일제강점기 피해자이다. 위안부로서, 독립운동가 아들로 결코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 고된 날들이었만 오히려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은 본받을 만하다.일제 만행을 세상에 드러내 다시는 몸서리치는 인권 유린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어느 누구도 쉽게 할 수 없었던 옛 상흔의 증언을 위해 멀고 가깝고를 가리지 않고 나라 안팎을 다니며 절규했기에 이 할머니를 이젠 당당히 '여성 인권활동가'라 불러도 충분할 만하다. 무엇보다 한·일 두 나라의 미래를 향해 제시한 걱정과 미래 세대를 위한 배려는 어떤 가르침보다 귀하고 받들 만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오랜 삶의 달관(達觀)에 이른 연륜과 깊은 사색과 고뇌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경책(警責)과 다름없다.특히 이미 돌아가셨거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삶에 대한 의지의 끈을 놓지 못하는 17명 생존 할머니를 위한다며 지난 30년 감쪽같이 속이고 추한 모습을 감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그를 둘러싼 한 무리의 그릇된 행위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또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에 크고 작은 희생까지 감수한 우대현 위원장의 말과 행동도 인권활동가 할머니의 외침과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회오리 속에 힘겹게 발품 팔며 대구 안팎의 300명 발기인을 모은 그의 바람은 앞날을 위해 옛날 아픔을 기억하도록 하는 일이다.아픈 역사를 잊지 않되, 한·일 두 나라 젊은이만큼은 앞세대와 달리 서로 배려하는 우정의 인연을 잇고, 우호 교류의 다리를 놓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공간 역할을 하는 시설을 지으려 나이를 잊고 뛰는 셈이다.이들 두 어른의 다르면서, 같은 길은 역사란 결국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디딤돌로 삼아야 하지, 소위 한밑천 잡거나 정치적인 이해타산을 노린 일탈이 되어선 결코 안 된다는 깨달음이다. 이런 두 어른의 속 깊은 뜻을 윤 당선인 같은 약은 속세 인물이 과연 알기나 할까.

2020-05-28 06:30:00

[야고부] 文정권의 역사 뒤집기

[야고부] 文정권의 역사 뒤집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하는 일은 기록·사실을 조작하는 것이다. 지시를 받아 신문·공문서 등에 실린 경제 수치나 날씨 같은 팩트를 고쳐 쓰며 현재에 맞춰 과거를 수정한다. 그가 근무하는 기관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진실부'(Ministry of Truth)다. 독재정권이 현재에 맞춰 과거를 고치는 이유는 정권을 향한 비판이나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1984'에 등장한 일들이 2020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친일파를 현충원에서 파묘(破墓)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파묘 대상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좌파 진영에선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기준으로 60여 명이 국립묘지에 안장된 것이 문제라고 했던 터다. 이 논리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도 파묘 대상이다. 조선 사화(士禍) 때의 '부관참시'를 목도할지도 모를 일이다.대법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2년 형을 확정한 한명숙 전 총리의 판결도 여권은 뒤집겠다고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모든 정황이 한 전 총리가 검찰 강압 수사와 사법 농단의 피해자라고 가리킨다"고 불을 지폈다. 여권이 재조사 근거로 내세운 비망록은 그 내용이 허위로 판단돼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이 유죄 증거로 판단한 한 전 총리 동생 전세금에 쓰인 1억원 수표에 대해선 여권은 무시한다.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는 게 사법 농단 아닌가.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1987년 칼(KAL) 858기 폭파 사건을 두고 "진상 조사가 미진한 게 너무 많다. 조사 결과를 재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국정원 과거 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모두 북한의 폭탄 테러로 결론을 내렸다. 좌파 정권에서 조사한 것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가.정부·여당은 총선 압승을 무기로 역사 뒤집기에 광분 중이다. 보수 정권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조사로 '보수=적폐' 프레임을 계속 우려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거돈·윤미향 사태로 수세에 몰린 국면 전환 노림수도 깔렸다. 박근혜 정권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논란을 일으켰다. 입맛대로 역사를 재단하려는 것은 어느 정권이나 도긴개긴이다.

2020-05-27 06:30:00

[야고부] 대가야 르네상스

[야고부] 대가야 르네상스

가야산 깊은 산골에서 성스러운 용모와 아름다운 성품을 지닌 산신 '정견모주'가 인간이 살기 좋은 터전을 닦아 주기 위해 밤낮으로 하늘에 소원을 빌었다. 어느 봄날 이를 가상히 여긴 하늘신 '이비가'가 오색 꽃구름 수레를 타고 가야산 중턱 가마바위에 내려앉았다. 산신과 하늘신 사이에 옥동자가 둘 태어났다. 형은 대가야의 시조인 '이진아시왕'이 되었고, 아우는 금관가야의 시조 '수로왕'이 되었다.난생설화와 함께 전하는 대가야 건국의 천손강림신화이다. 가야의 역사와 문화는 1980년대부터 고분군 발굴과 함께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재조명이 본격화되었다. 2010년에는 드라마 '김수로왕'이 방영되고, 학계의 연구와 출판도 잇따랐다. 6C에 이르기까지 낙동강 일대에서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던 가야 연맹 왕국은 신라에 병합되면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그러나 동아시아 고대사의 미스터리를 간직한 가야는 '잃어버린 왕국'에서 강력한 '제4의 제국'으로 부상할 태세이다. 가야는 '철의 강국' '해상 교역 대국' '다문화 문명국'으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가야가 한반도 토착 세력과 북방 흉노족 그리고 남방 인도인 집단까지 결합한 연맹체였다면, 비록 영토는 넓지 않았지만 세계 문명을 가슴에 품은 '작은 거인'이었던 셈이다.가야는 유라시아 문명의 용광로였다. 금관가야, 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 등 가야 연맹체 500년의 생명력은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벼농사와 토기 제작 그리고 철기 문명과 가야금 등 가야 문명의 유산은 한반도 역사뿐만 아니라 일본 문화에도 짙게 스며 있는 것이다. 가야사 연구 복원과 활용 사업의 법적 근거인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이는 '가야 문화권 조사·연구 및 발굴·복원'과 더불어 '영호남 상생 발전'의 기반 확충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령군에서는 지산동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통합과 애민의 상징인 가야금의 세계화, 대가야 궁성지와 관방 유적 발굴·정비 등이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가야 문명의 부활은 지역 정체성 확립과 주민 대통합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영호남 동반 성장과 국민 대통합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그야말로 '대가야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2020-05-26 06:30:00

[야고부] #덕분에 챌린지

[야고부] #덕분에 챌린지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 ♬'2011년 크게 유행했던 CM송이다. 간 기능 개선 약품 광고인데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와 독특한 퍼포먼스로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패러디도 낳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들을 때마다 마뜩잖았다. '간 때문'이라는 카피 때문이었다.'때문'은 '어떤 원인이나 까닭'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비숫한 말로는 '덕분'과 '탓'이 있다. '덕분'은 긍정적 맥락에서, '탓'은 '부정적 맥락'에서 쓰고 '때문'은 두 맥락에서 다 쓸 수 있다. 그러나 ' 간 때문이야'라는 문맥 속에서는 부정적 뉘앙스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간으로서는 이 카피가 못내 서운할 수 있겠다. 무심한 주인이 몸 속에 부어넣는 알코올, 니코틴, 스트레스를 해독하느라 그 고생을 하는데도 자기 탓을 하니 말이다. 피로감은 나쁜 물질 몸속에 그만 넣고 스트레스를 줄이라며 간이 주인에게 보내는 SOS가 아닌가.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간 때문에 피로한 것이 아니라 간 덕분에 살아 있는 것이다.말은 바깥으로 표출된 마음이다. 부정적인 말 많이 하는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 세상을 좋게 바꾸는 것의 시작은 좋은 생각과 말이다. '내 힘들다'를 거꾸로 쓰면 '다들 힘내'가 된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되고 '역경'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그러면 안 돼'도 '그러면 돼'로 바꿀 수 있다. 생각과 말을 바꿈으로써 훨씬 아름답고 살 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코로나19 팬데믹에서 눈길 끄는 캠페인이 있다. '덕분에 챌린지'다. 코로나19 방역에 헌신하는 대한민국 의료진을 격려하는 국민 참여형 캠페인이다. SNS 등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手語)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올린 뒤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라는 해시태그를 붙인다. 그러고는 챌린지를 이어갈 참여자 3명을 지목하는데 이달 18일 현재 2만4천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코로나19는 인간사회의 약한 고리를 공격하고 혐오와 증오를 부추긴다. 이 최악의 바이러스와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현대의학과 연대라는 두 방패를 동원해야 한다. '덕분에 챌린지' 같은 캠페인은 효과가 뛰어난 심리적 백신이라 불러도 될 듯하다.

2020-05-25 06:30:0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