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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文의 가장 큰 잘못

[야고부] 文의 가장 큰 잘못

"지도자는 희망을 파는 상인(商人)"이라는 나폴레옹의 말은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다. 희망은 과거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다. 대한민국은 자신의 임기 동안은 물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을 가진 대통령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코로나 백신과 반도체, 이 두 가지로 이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면 희망보다는 절망이 엄습해온다. 백신 확보 실패로 11월 집단면역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6개월이나 1년 뒤 한국이 국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다가 선진국인 한국이 아프리카의 르완다와 비교당하는 처지가 됐는가. 일상 복귀에 나선 이스라엘이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백신 접종, 집단면역 달성은 경제 회복과도 직결돼 있다. 백신 접종에 이어 경제 회복에서도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다.지난해 3∼4월 각국이 백신 개발에 나섰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은 총선을 앞두고 K-방역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백신 접종이 코로나 극복의 지름길인데도 문 대통령과 정권은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벌어질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없었다.반도체를 생각하면 가슴이 더 답답하다. 미국, 중국, EU, 일본, 대만 등은 반도체 주도권을 두고서 정부와 기업이 한 몸처럼 뛰고 있다. 그와 달리 한국은 정부 차원의 전략이 아예 없다시피 하다. 이 와중에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의 총수는 감옥에 있다. 전체 수출의 20%, 상장사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앞으로도 이 나라의 먹거리가 될지 불안하다.나라의 미래를 고민하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문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적폐 청산 등 과거로 달려가는 데에만 정신이 팔렸다. '죽창가'와 같은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느라 허송세월했다. 미래가 아닌 과거 지향 대통령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문 대통령의 잘못이 많지만 가장 큰 잘못은 미래를 망가뜨린 것이다. 탈원전으로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원전산업을 초토화한 것은 물론 미래 먹거리에서 원전산업을 낙마시켰다. 나랏빚을 잔뜩 늘려 미래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안겨줬다. 자신의 임기 5년은 물론 그 이후의 나라까지 망친 것, 이보다 더 큰 잘못은 없다.

2021-04-22 05:00:00

[야고부] 도둑 없는 文 정부 치세

[야고부] 도둑 없는 文 정부 치세

절도(竊盜) 사건이 발생하면 도둑을 잡아 처벌하는 것이 보편적인 나라다. '절도는 발생하지만 도둑은 없는 나라'는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논리 모순인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용왕매진(勇往邁進)하는 철면피들이 있다.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김미리 부장판사가 건강상 이유로 3개월 휴직서를 냈다. 그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맡고 있다. 판결에 따라 여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들이다. 법원은 조만간 김 부장판사의 빈자리를 채울 예정이지만, 형사21부가 맡은 재판들은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지난해부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재판을 맡았던 김 부장판사는 1년 3개월 동안 정식 재판을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열어 재판을 지연시키더니, 기소 16개월 만인 올해 5월 10일을 첫 재판일로 잡아 놓고 휴직했다. 김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 사건 관련 재판에서 조 전 장관 측을 편드는 듯한 발언으로 검찰의 반발을 샀다. 또 웅동학원 교사 채용 비리 사건 재판에서 주범 격인 조 전 장관 동생에게 공범보다 낮은 형을 선고해 논란이 됐다.김 부장판사는 올해 초 법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3년 근무 후 이동' 관례를 깨고 4년째 유임됐다. 이를 두고 여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다수 맡고 있는 이 재판부에 '어떤 사인'을 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다.문재인 정권은 여권 또는 정권 관련 위법과 부정을 막는 대신 검찰 수사팀 해체, 지휘권 발동, 검사 좌천 인사, 검찰총장 징계, 검찰 수사권 대폭 제한(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데 골몰했다. '도둑'을 막는 대신 '도둑 체포'를 막는 데 몰두한 것이다.팔다리가 잘린 검찰이 그럼에도 어렵게 기소한 사건은 법원에서 막혔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재판일을 잡아 놓고 휴직해 버렸다. 이제 새 법관은 사건을 처음부터 검토하느라 또 한세월을 보낼 것이다. 바야흐로 '잡힌 도둑이 없으므로 절도 사건도 없다'는 놀라운 명제(命題)가 탄생하고 있다.

2021-04-21 05:00:00

[야고부] 뒤바뀐 체육 위상

[야고부] 뒤바뀐 체육 위상

경상북도와 대구시 공무원 사이에는 아직도 경쟁 심리가 남아 있다. 대구시가 경상북도에서 분리(1981년 7월 1일)된 지가 만 40년을 앞두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대구·경북은 통합을 외치면서도 부단히 경쟁해 왔다. 의욕에 넘쳐 추진했지만, 흐지부지되는 느낌인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마찬가지다. 역대로 자치단체장들도 형님, 동생 사이를 강조하며 화합을 외쳤으나 조금만 이해관계가 물리면 엇박자를 냈다.지난달 25일 취임한 이묵 경상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최근 대구시체육회를 다녀오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대구체육공원 일대에 잘 조성된 대구시체육회관 등 체육 시설을 보고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시 체육 인프라가 매우 훌륭해 부러웠다고 했다.직·간접적인 행정을 하는 시·도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경상북도의 체육 인프라는 대구시보다 매우 열악하다. 경북도가 보유한 체육 시설은 단 하나도 없다. 체육회관도 없어 40년째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그래도 경북 체육인들은 체육 위상은 대구에 앞서 있다고 자부심을 가져왔다. 경북이 내세우는 위상의 두 축은 전국체육대회 성적과 대한체육회 집행부 인맥이다. 전국체전에서 경북은 2000년대 들어 줄곧 상위권에 포진, 중하위권의 대구를 압도했으니 인정할 만하다.대한체육회에서도 경북 출신은 대접을 받았다. 고인이 된 박상하, 최억만 전 상임부회장이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이사로 오랜 기간 활동했고 전윤수 전 부회장도 대한체육회 이사를 맡았다. 이재근 전 사무처장은 시·도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 회장과 진천선수촌 촌장을 역임했다.하지만 지난 9일 구성된 제41대 대한체육회 집행부에서 경북 체육인들이 가졌던 자리를 대구 체육인들이 고스란히 차지했다. 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이 부회장, 이정순 대구 중구체육회장이 이사로 각각 선임된 것이다. 신재득 대구시체육회 사무처장은 시·도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 현 회장이다.이를 탄식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 새 집행부에 경남과 충북 회장도 포함됐는데, 경북 회장은 뭘 하고 있느냐고. 내년 3월 22일이면 경북체육회는 자칭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할 일이 많아 보인다.

2021-04-20 05:00:00

[야고부] 고이 잠드소서!

[야고부] 고이 잠드소서!

"죄송합니다. 요즘 거동이 어렵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힘듭니다."지난해 5월. 코로나19로 사람 만나는 일이 기피되던 즈음, 그해 7월 20일 (가칭)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 발기인 대회를 앞두고 대구상원고등학교(옛 대구상고) 동창회를 통해 대전의 유일한 생존 독립운동가 정완진 졸업생을 발기인으로 추천받았다. 그러나 나이 등으로 발기인 참여가 어렵다는 가족 이야기에 미리 준비한 서류 작성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동창회가 그를 발기인으로 추천한 까닭은 학교를 빛낸 자랑스러운 옛 이력 때문이었다. 그는 1943년 5월, 대구 사회를 놀라게 한 당시 대구상업학교 비밀결사 '태극단'의 생존 단원이었다. 4학년이던 그는 한 단원의 밀고로 26명이 붙잡히는 사건에 휘말렸고, 이 사건으로 유일한 경북중 1학년생을 포함한 26명 학생에게 닥친 운명은 가혹했다.4학년생 이상호 단장 등 6명이 징역형으로 김천과 인천의 소년형무소에 갇혔고 정완진도 6개월쯤 대구형무소에서 고문에 시달리다 풀려났다. 그러나 5학년 이준윤(1925년생)은 병을 얻어 풀려났으나 3일 만인 그해 10월 2일 숨져 대구형무소 순국 202명의 서훈 독립운동가 가운데 가장 나이 어린 희생자가 됐다.1945년에도 인천의 이원현(4년)과 김천의 이상호가 각각 3월과 2월, 고문과 수감 생활로 얻은 질병으로 석방됐지만 그해 6월 14일과 12월 9일에 한 많은 눈을 감으면서 광복의 기쁨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후 정완진 독립운동가는 태극단 사건으로 동료 3명이 순국하는 아픔을 간직한 채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1990년 서훈을 받은 그는 김천에서 태어났으나 대구에서 배우고 태극단의 아픔이 있는 만큼 비록 뒷날 대전에서 살면서도 모교에서 열린 태극단 추모 행사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고 자연스레 학교의 자랑스러운 졸업생이 됐다. 대전과 대구를 오가면서 옛 단원을 기리며 모교를 잊지 않고 아꼈던 그가 지난 14일 아흔넷으로 눈을 감고 먼저 간 옛 동지들과의 재회의 길을 떠났다.부디 태극단과 단원의 빛나는 공적과 활동이, 지금 많은 대구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모여 뒷날 모습을 드러낼 대구독립운동기념관에 옛 동료, 뭇 애국 선열과 함께 당당히 오를 때까지 고이 잠드소서!

2021-04-19 05:00:00

[야고부] 이게 ‘안전한 나라’냐?

[야고부] 이게 ‘안전한 나라’냐?

정부가 무능하면 국민의 삶은 고단하다. 브레즈네프 시대 소련이 그랬다. 브레즈네프는 "사회주의 사회가 성공적으로 창조됐으며 이제 필요한 모든 것은 그 성과를 굳히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성숙한 사회주의'라고 이름 붙였다.그러나 실상은 딴판이었다. 무기력과 체념이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이런 현실을 잊어버리려고 인민들은 술에 의존했다. 1980년대 초 집단농장 콜호스의 평균적 가정은 수입의 3분의 1을 보드카에 지출했다. 그러나 이는 공식 수치일 뿐 가정에서 만드는 밀주를 포함하면 음주량은 더 늘어난다.그 결과 남성의 기대수명은 1964년 66세에서 1980년 62세로 줄었다. 하지만 정부는 보드카 판매를 더 늘렸다. 만성이 된 소비재 부족에 국민이 시위하지 않도록 술에 취해 있게 하려는 계산이었다.소련 붕괴 후 정부가 사회적 혼란을 통제하지 못했던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조기 사망이 크게 늘어 1989년에서 1995년 사이 130만~17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1989년 70세까지 회복했던 기대수명은 1995년 64세로 단 6년 만에 무려 6년이나 급감했다.자살, 마약, 알코올 중독의 대폭 증가가 근인(近因)으로 꼽혔다. 그리고 이 근인을 낳은 근인(根因)은 심층 연구 결과 소련 붕괴 이후 체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극심한 경제적 혼란과 이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였다.문재인 정권의 코로나 집단면역 '희망 고문'이 국민을 집단적 스트레스로 몰아넣고 있다. 올 11월이면 집단면역이 될 것이라고 떠벌려 왔으나 현재 백신 접종률은 2% 초반에 머물고 있다. OECD 37개국 중 35위이고 방글라데시·르완다·레바논보다도 낮다. 전문가들은 이런 속도라면 집단면역 형성에 6년 4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안전한 나라'를 약속했다. 그래서 묻는다. 그 약속을 지켰느냐고. 국민을 코로나의 포로로 잡아 두고 있는 지금 이 나라가 과연 안전한 나라이냐고.

2021-04-17 05:00:00

[야고부] 아사리판

[야고부] 아사리판

재·보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결과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원인을 두고 벌어지는 정치권 안팎의 격론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풍향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소리다. 모처럼 선거에서 승전 깃발을 올린 국민의힘 전과가 거의 이슈로 떠오르지 못한 것도 이번 재·보선의 무게 중심이 어디인가를 말해준다.민주당이 왜 이번 선거에서 쪽박을 찼는지에 대해 정확한 해답을 내기란 어렵다. 하지만 예상 못 한 '20대의 반란'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카운터펀치였다. 집값 폭등과 LH 사태, '임대차 3법'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내로남불, 사회 양극화 문제 등 곳곳이 늪지대였다. 여기에다 민주당 내 페미니즘의 득세로 촉발된 20, 30대 남성의 '꼴페미' 시각은 이번 선거를 해석하는 핵심 코드다.반면 여당의 자충수에 기사회생한 국민의힘 당내 분위기도 마냥 가볍지는 않다. 선거는 이겼지만 제1야당의 존재감은 거기서 거기다. 선거가 끝나자 당을 떠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당에 대해 내뱉는 독설이 국민의힘 현실을 대변한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아사리판"이라며 혀를 찼다. 중진들의 당권 욕심에 당이 휘둘리면서 갈피를 못 잡고 혼란을 겪자 그가 낸 촌평이다.아사리판은 무질서하게 제 주장이 난무하는 어지러운 상태를 뜻한다.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국어사전에 없는 용어다. 유력한 어원은 불교 용어 '아사리'다. 불교에서 아사리는 스승을 뜻하는데 규범을 가르치는 규범사(規範師)나 계사(戒師)를 통칭하는 말이다.그런데 덕이 높은 스승 즉 아사리가 모이면 여러 의견을 내놓고 토론하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이 모습이 혼란스럽게 보인 데서 '아사리판'이라는 용어가 생겼다는 것이다. 과거 시험 보는 선비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뒤죽박죽인 모습에서 난장(亂場)이, 이판사판(理判事判)이나 호전적인 악신 아수라(阿修羅)에서 '아수라장'이 나온 것과 같은 용례다.촛불 민심 이후 국민 눈에 비친 국민의힘 이미지나 존재감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난 4년간 선거는 해보나 마나인 국민의힘이 여태 정신을 못 차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번 재·보선 결과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2021-04-16 05:00:00

[야고부] 문 정권의 기휘(忌諱)

[야고부] 문 정권의 기휘(忌諱)

대구시 동구 각산동(角山洞)의 원지명은 '소바우' '소방우' '우암동'(牛岩洞) 등이었다. 1907년 현감 송헌면(宋憲冕)이 이곳 지명 발음이 자신의 조상인 송시열의 호(號) 우암(尤庵)과 같다 하여 우(牛)를 각(角)으로, 암(岩)을 산(山)으로 고쳤다.대구(大邱)의 원지명도 대구(大丘)였다. 구(丘)는 공자의 이름이다. 영조 때 대구 유생(儒生) 이양채(李亮采)가 "향교에서 제사할 때마다 공자의 이름을 함부로 침범하게 돼 민심이 불안하게 여긴다"며 개명해 달라는 상소를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정조와 순조 때 '大丘'와 '大邱'가 혼용되다가 철종 때 지금의 표기로 고착됐다.이런 개명을 기휘(忌諱) 또는 피휘(避諱)라고 한다. 임금이나 성인, 조상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는 뜻의 봉건적 습속이다. 기원이 길게는 중국 상(商)나라 때로 올라간다는 이 습속은 취지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상식적 도그마가 됐다. 그 결과 어처구니없는 일이 상시로 벌어졌다.중국 남송(南宋) 때 전양신(錢良臣)이란 사람이 자기 아들에 의해 도적(盜賊)이 된 것이 바로 그렇다. 그 사연은 이렇다. 아들이 경서(經書)나 사서(史書)를 읽을 때 '양신'(良臣)이란 글자가 나오면 '다다'(爹爹·아버지)라고 읽었다.하루는 맹자(孟子)를 읽었는데 거기에는 '금지소위양신, 고지소위민적야'(今之所謂良臣, 古之所謂民賊也·지금의 좋은 신하라고 불리는 자들은 과거에는 백성의 도적이라 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아들은 평소처럼 이 구절의 '양신'(良臣)이란 글자를 '다다'(爹爹)로 읽었다. 기휘 때문에 아버지가 졸지에 도둑놈이 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널렸다.어처구니없음에서 문재인 정부의 기휘도 만만치 않다. 군 당국은 2019년 5월 북한의 발사체를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곧바로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고 다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했다. 4·7 보궐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윤호중 후보가 '조국 사태'를 '그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다고 '조국 사태'가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질 리도 없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2021-04-15 05:00:00

[야고부] 세금의 정치

[야고부] 세금의 정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 후, 잇따른 언론 인터뷰로 주목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말씀 중 더불어민주당의 4·7 보궐선거 결정적 패인으로 '세금의 정치를 몰랐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은 공감이 '확' 간다.민주당이 박원순·오거돈의 성추행에다가, 세금 폭탄을 투하하면서도 조세 저항에 대한 감(感)이 전혀 없으니 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일찍이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가정맹어호)는 걸 꼭 기억해 두라고 당부했다. 공자의 모국 노나라 조정의 실세였던 대부 계손자의 폭정을 비유한 것이다.요즘은 기득권층의 부정부패나, 정부의 가혹한 세금 수탈을 비판할 때 주로 쓰인다. 문재인 정권은 온갖 내로남불과 권력형 비리·부정부패에다, 자신들은 부동산 투자(?)로 떼돈을 벌면서 부동산 투기 잡는다고 세금을 올리고, 공시지가를 급등시키니 국민들이 폭발하지 않을 수 없다.서양도 예외가 아니었다. 프랑스 혁명 역시 앙시앵 레짐(구 체제)의 모순 속에서 제1계급(성직자)과 제2계급(귀족)은 면세 등의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 제3계급(평민)에게 세금을 점점 더 과중하게 부과한 것이 원인이 되어 부르주아지(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부를 축적한 전문직) 계층이 봉기함으로써 서막이 올랐다.당시 노동자, 빈농, 인민 등의 프롤레타리아 계급도 상당수가 혁명에 동참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이념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2030'의 행태는 이와 비슷하다. '모든 세대는 평등하며, 각 세대의 존엄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절규의 분노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투표'로 표출했다.'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이것을 너무 잘 알았다. 그러나 돈이든, 공정한 기회와 결과든, 미래에 뒤집어쓸 덤터기든 '내 것을 과도하게 빼앗기는 걸 용납할 사람도 없다'.이번 보궐선거는 청년층이 정부의 보조금 수령자에서 '민주시민'으로 깨어나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막 불붙은 혁명의 불꽃은 '거짓'과 '위선'의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2021-04-13 05:00:00

[야고부] 폐족 위기의 친문

[야고부] 폐족 위기의 친문

인간의 죽음에 대해 연구한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심리적 반응 혹은 태도가 다섯 단계를 밟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엔 상황을 부정하다가 분노, 타협, 우울을 거쳐 결국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을 때도 해당한다.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문재인 정권이 퀴블러 로스가 규정한 5단계 과정을 밟고 있어 시선을 끈다. 4년 동안의 실정(失政)에 대해 국민이 심판을 내렸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선거 결과에 대해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엄중히' '더욱' '보다' 등의 단어들이 동원됐지만 인적 쇄신이나 정책 변화에는 선을 그었다.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심판한 게 아니라 문 대통령의 4년 국정을 단죄(斷罪)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기존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인적·정책 쇄신을 촉구한 민심과 거리가 멀다. 정권을 심판한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싶은 심리가 깔린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남의 탓을 하는 것도 선거 참패를 부정하는 심리와 맞물려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곡동 개발을) 알고 추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증언이 많았는데 언론이 꼼꼼하게 따졌어야 했다"며 "언론이 편파적이면 민주주의에 상당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언론, 포털, 검찰 탓 등 다른 원인 찾기에 광분하는 모습에서 선거 참패 부정 심리가 물씬 느껴진다.반성문을 쓴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초선 5적'으로 지칭하고 공격하는 민주당 당원들에게서는 분노마저 엿보인다. "내부 총질" "배은망덕" "초선족"과 같은 격한 문구와 문자 폭탄에서 분노가 뚝뚝 묻어난다.2007년 대선에서 참패한 뒤 친노(親盧)를 두고 폐족(廢族) 말까지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으로 친노는 부활했다. 4·7 선거로 이젠 친문(親文)이 폐족 위기에 몰렸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정권 심판을 수용하지 않고 부정과 분노만 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더 엄중한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친문이 영영 폐족될지도 모를 일이다.

2021-04-12 05:00:00

[야고부] 봄날의 반곡지

[야고부] 봄날의 반곡지

반곡지는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농업용 저수지다. 대구에서 가까이 있어 반곡지 인근 지역을 자주 가는 편인데, 봄날을 만끽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반곡지를 보고 즐기려는 인파가 넘쳐나고 있다. 네이버 검색 '경산 가볼 만한 곳'(5일 현재) 1위에 반곡지가 올라 있다. 팔공산 갓바위가 2위로 밀려났다.지난달 말부터 경산 상대온천에서 반곡지로 가는 지방도로 성산로에 승용차가 부쩍 늘었다. 주말에는 교통 혼잡으로 주차장 진입이 어렵고, 도로에 차를 세우고 한참 걸어야 할 정도다.저수지가 많기로 소문난 경산 지역의 평범한 동네 못, 낚시광이나 아는 반곡지가 어쩌다 경산 지역 최고 관광지가 됐을까.전국적인 관광지로 인기 높은 청송 주산지가 그러하듯 반곡지는 왕버들 덕분에 알려졌다. 100m 안팎의 반곡지 둑에는 왕버들 20여 그루가 물가에 그림같이 뻗어 있다. 일부는 물속에서 자라고 있다. 1903년 조성됐으니 고목이 된 왕버들은 100년 이상 수령을 자랑한다. 200, 300년 됐다는 추정도 있다.문화체육관광부는 반곡지를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로 선정했다. 봄을 맞아 신록이 번지는 왕버들은 좋은 기운을 내뿜는다. 주산지 같은 절경은 없지만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다 보니 사진 동호인의 입소문과 SNS를 통해 알려졌고 여러 드라마 촬영지로도 이름을 올렸다. 현실을 뛰어넘는 사진과 영상의 힘이다.반곡지는 진입로 주변 남산면 일대를 뒤덮은 복숭아밭과 더불어 사랑받고 있다.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저수지는 분홍빛 복사꽃과 어우러져 그 나름 무릉도원이다.볼거리 없는 도시 경산이 반곡지와 복사꽃을 매개로 관광객을 유혹하는 게 꽤 흥미롭다. 세상을 보고 즐기는 눈이 달라졌다. 왕버들과 복사꽃은 오래전부터 그대로인데 반곡지는 봄날을 거쳐 사계절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 이를 알리듯 저수지 주변에 카페도 생겼다.반곡지로 진입하는 마을 고개에는 코로나19가 집단 발생, 우리를 놀라게 한 요양원이 있다. 봄 햇살에도 코로나19 기세는 여전하다. 늙으나 젊으나 인생의 봄날은 또 한 번 가고 있다.

2021-04-06 05:00:00

[야고부] 암호화폐 ‘영끌’ 투자

[야고부] 암호화폐 ‘영끌’ 투자

암호화폐(가상화폐)의 기세가 심상찮다. 대표 주자 격인 비트코인은 4일 국내 시장에서 장중 7천500만 원을 넘어섰고 미국에서도 5만9천 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해 개당 0.000994달러에 첫 거래된 점을 상기하면, 12년 세월 만에 6천만 배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2010년 5월 한 미국인은 1만 비트코인을 주고 피자 두 판을 사 먹었다. 당시 1만 비트코인의 시세는 40달러 안팎이고 피자 두 판 가격이 30달러 정도였으니 그때로서는 나쁜 거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비트코인을 피자와 맞바꾸지 않고 지금껏 보유했다면 계좌 평가액이 5억9천만 달러(한화 6천660억 원)로 불어나는 기적을 경험했을 것이다.물론 이는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했다는 가정 아래의 산술 수치일 뿐이다. 변동성 큰 암호화폐를 10년 동안 묵혀 둘 간 큰 사람은 거의 없다. '본의 아니게 못 팔아서' 대박 난 사연은 있다. 우리나라 검찰이다. 수원지검이 2017년 4월 음란물 사이트로부터 191비트코인을 몰수했는데 당시 암호화폐 처분에 관한 법이 없어서 보관만 하고 있다가 관련법이 정비된 지난달 매각해 국고에 귀속했다. 몰수 당시 2억7천만 원이던 가치는 4년 만에 122억9천만 원으로 45배 폭등했다.암호화폐 성공담이 회자되면서 속칭 '동학개미'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시장 과열이다. 특히 20, 30대 젊은 세대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몰입하는 것이 그렇다. 월급만 갖고 재산을 불리지 못하는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지만, 너무나 변동성 큰 분야에 속칭 '몰빵' '영끌' 투자까지 마다 않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암호화폐 시장이 24시간 연중무휴로 열리다 보니 시세 모니터링하느라 다른 일을 거의 못 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요즘은 대세 상승장이라서 괜찮지만 언제 하락장으로 전환돼 고통과 불면의 밤을 안겨다 줄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할 청춘기를 암호화폐에 바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고(高)리스크 투자와 도박은 동일한 뇌 내 메커니즘을 띤다. 중독이라는 면에서 둘은 같다. 암호화폐 투자 과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환기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2021-04-05 05:00:00

[야고부] 한국, 버마와 미얀마

[야고부] 한국, 버마와 미얀마

"한국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지난 2019년 9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얀마에 들러 당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만났다. 그리고 1950년, 북한 남침으로 전쟁을 치르던 한국에 5만 달러 상당의 쌀을 원조해 준 사실을 떠올리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식민 지배와 민주화 투쟁이라는 두 나라 역사 속 고통스러운 공통점을 떠올리며 유대와 연대를 강조했다.두 나라는 70여 년 전 이런 사연을 간직한 나라였지만 아름다운 선연(善緣) 말고 악연(惡緣)도 있다. 옛 버마 시절인 1983년 10월 9일, 전두환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북한이 저지른 아웅산 국립묘지 폭파 사건으로 경북 성주 출신 서석준 부총리 등 대통령 수행원 17명이 죽고 14명이 다쳤다. 선연과 악연 모두 북한과 얽힌 두 나라의 현대사이다.이런 뒤섞인 사연의 미얀마에서 지난 2월 1일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400명 넘는 국민이 숨지는 사태가 벌어지자 여러 한국인이 그들과 아픔을 나누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대구 자매도시인 일본 히로시마 시민단체는 물론, 국내 거주 동남아 4개국(미얀마·스리랑카·캄보디아·베트남) 사람과 함께하는 고통 나눔이 펼쳐지고 있다.특히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국제분과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는 국채보상운동의 나눔 정신을 되새기며 미얀마 민주화 활동 희생자를 돕는 작업에 힘을 모으고 있다. 최 변호사 등은 불복종 뜻의 세 손가락을 새기거나 양국 국기에 '시민불복종운동 지지' 등 글귀를 넣어 만든 나비 모양 휘장(배지)을 팔아 수익금을 전하기로 했다.북한으로 인한 두 나라의 좋고, 나빴던 인연 위에 이젠 미얀마 군부의 양민 학살이란 불행한 사태로 대구경북이 미얀마와 새로운 인연을 맺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듯, 무엇보다 국채보상운동의 나눔 정신을 이어온 대구경북 사람이 나눔의 나라 밖 실천에 나서니 두 나라 민간 교류에 돌다리를 하나 더 놓는 일 같아 올 4월의 출발이 남다르게 와닿는다.

2021-04-03 05:00:00

[야고부] 운동권 586 빨대론

[야고부] 운동권 586 빨대론

4·7 보궐선거판에서 '문재인'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소속 당명을 뺀 점퍼를 입고 유세를 다닌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을 관통하던 '문재인 (보유국) 마케팅'이 자취를 감춘 것을 보니 유권자들의 심판이 참으로 준엄하다.정권마다 공과가 있기 마련이건만 문 정권은 지난 4년간 무엇을 이뤘는지 손꼽을 만한 게 없다. 북핵 문제는 한 치의 진전도 없고 'K방역'이라 자찬하던 코로나19 사태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 국민 피로와 원망이 쌓여 가고 있다. 검찰 개혁을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국민들이 본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안달이 난 집권 세력의 온갖 무리수였다.거기에 부동산 폭등이 기름을 부었다. 참다못한 국민들이 회초리를 매섭게 들었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 가까이를 가져간 집권 세력의 폭주와 무능으로 인해 나라 꼴이 갈수록 엉망이 되니 분노가 커지지 않을 수 없다. 화들짝 놀란 민주당은 당 대표 등 지도부가 사과하는 게 주요 일정이 됐다. 하지만 국민이 왜 이토록 화났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현 정권의 실패를 깊이 들여다보면 속칭 '운동권 586'의 내로남불과 만나게 된다. 애초에 권력 의지가 희박한 사람의 등을 떠밀어 국정 총책임자로 앉혀 놓은 뒤 이들은 여기저기에 빨대를 꽂아 권력의 달콤함을 만끽했다. 세상에 대한 이해 부족과 자신들만이 옳다는 선민주의에 갇힌 그들이 정작 권력을 잡은 뒤에는 뒤로 호박씨를 까니 국민들이 위선적 행태에 학을 떼고 있는 것이다.집권 세력의 총체적 실패이지만, 결국 문 대통령의 실패다. 그것이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져야 할 숙명이다. 게다가 총체적 국정 실패의 가장 큰 축대를 쌓은 사람이 그 자신이기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운동권 586을 내치지 못하고 그들에 둘러싸여 잘못된 정책을 되풀이해 온 과오가 너무도 크다.정치권에서는 요즘 문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고 고향 양산 사저로 내려가는 것에 관심이 쏠려 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퇴직일을 기다리는 공직자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1년은 짧지 않은 시간인데 퇴임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대통령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2021-04-02 05:00:00

[야고부] ‘실패’한 靑 정책실장들

[야고부] ‘실패’한 靑 정책실장들

'문재인 대통령의 유별난 참여연대 편애도 끝이 났다.' 문 대통령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하고 후임에 이호승 경제수석을 임명하자 나온 촌평(寸評)이다. 문 정부 출범 후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등 참여연대 출신들이 정책실장을 차례로 꿰찼다. 새로 정책실장을 맡은 이 경제수석은 전임자들과 달리 경제 관료 출신이다.청와대 정책실장은 국가 경제·사회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산하에 경제·일자리·사회 수석비서관 등을 거느린다. 파워가 대통령 비서실장 다음이다. 이런 자리에 문 대통령은 참여연대 출신 세 명을 잇달아 기용했다.문 정부 초대 정책실장이었던 장하성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기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부동산 문제가 정책실장의 주된 업무로 떠올랐다. 집값 폭등이 민심 악화의 주범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실장들은 부동산 문제로 논란을 샀거나 경질됐다. 장하성 실장은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자신은 엄청난 시세 차익을 봤고, 김수현 실장은 "부동산은 끝났다"면서도 정작 집값만 올려놓았다. 김상조 실장은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했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김상조 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본인 소유 서울 강남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을 14.1% 올려 내로남불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정책실장이 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자기 집 전세금부터 올렸다.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도 간과했다. 김 실장은 이런저런 핑계를 댔지만 백번 잘못했다. 김 실장은 법 통과 직후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국민은 전세금과 집값 폭등으로 고통을 겪었다. LH 사태로 가뜩이나 민심이 격앙한 상황에서 정책실장이 불난 데 기름을 붓자 문 대통령이 급히 꼬리 자르기를 했다.참여연대 출신 정책실장들은 서생의 문제의식은 있었는지 몰라도 상인의 현실감각은 갖추지 못했다. 외골수 시각으로 정책을 만들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쏟아졌다. 민심을 헤아리는 정무 감각도, 도덕성도 없었다. 참여연대 출신 정책실장들에게 밀려 경제부총리는 '얼굴마담'으로 전락했다. 정책실장들의 실패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2021-04-01 05:00:00

[야고부] 타락하는 운동권

[야고부] 타락하는 운동권

1917년 10월 혁명에 대한 소련 공식 역사는 레닌 등 혁명 지도자들의 치밀한 사전 계획의 결과로 기술한다. 이에 대한 학자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로 압축된다. 러시아 혁명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러시아 출신 영국 역사학자·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차르 독재 타도에 대한 레닌과 볼셰비키의 공헌은 하찮은 것"이며 "볼셰비즘은 비어 있는 왕위를 계승했을 뿐"이라고 했다. 독일 출신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더 직설적이다. "볼셰비키는 길거리에 방치된 권력을 발견하고 주웠을 뿐이다."이들이 말하고자 한 것은 러시아 혁명은 민중의 자발적 봉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지 볼셰비키가 기여한 바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혁명을 눈앞에 둔 1915년의 러시아 상황을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진실이다. 당시 '빵을 달라'는 파업과 함께 전쟁(1차대전) 종식, 군주정 타도 등 정치적 시위가 폭발했다.여기서 볼셰비키를 포함한 '혁명정당'은 부차적인 역할밖에 못 했다. 특히 볼셰비키는 경찰의 탄압으로 조직이 크게 위축돼 수도 페트로그라드의 당원 수는 500명이 채 못 됐고, 지방은 더 쪼그라들어 있었다. 이런 현실 때문에 레닌도 10월 혁명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1917년 1월 망명지 스위스에서 한 연설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구세대에 속한 우리들은 미래의 혁명의 결전을 보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한국의 '민주화'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권의 운동권 출신들은 민주화가 자신들의 공인 양 으스대지만, '운동'할 당시 그들은 말 그대로 '한 줌'밖에 안 됐다. 대학에 다니며 '운동'할 형편이 못 돼 생업에 몰두해야 했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의 운동은 운동으로 그쳤을 것이다. 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진 6·29선언이 그렇다. 이른바 '넥타이 부대'의 봉기가 아니었다면 운동권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문 정권의 '운동권'은 이를 잘 알아야 한다. 한국 민주화의 '주체 세력'은 자신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화 주체 세력'을 참칭(僭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동 경력 하나만 있으면 당대는 물론 자식까지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법을 만지작거린다. 역겹기 그지없는 운동권의 타락이다.

2021-03-31 05:00:00

[야고부] 조선구마사 vs 문화공정

[야고부] 조선구마사 vs 문화공정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폐지된다. SBS의 '조선구마사'는 조선을 배경으로 하면서 중국 음식과 소품을 올리고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을 내보냈다. 태종과 충녕대군(세종대왕)을 폄하·비하하는 듯한 장면도 문제가 됐다.네티즌의 쏟아지는 비판과 광고 중단에 놀란 SBS와 제작진은 잇따른 '해명'과 '사과'를 했지만 국민적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100% 국내 자본으로 제작됐다"고 했다.대중문화평론가들은 '연출진의 안일함과 부주의를 탓'하면서 본질을 외면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대장금'에 나오는 음식은 조선에 있었다고 생각하세요?"라면서 '판타지에 웬 역사 왜곡 타령이냐'고 이번 사태를 오히려 '국뽕'으로 폄하했다.모골이 송연해진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방송 중 하나인 SBS와 대중문화평론가들이 무지 탓이든, 의도적이든 간에 중국의 문화공정에 일조(一助)하고 있기 때문이다.판타지 오락물의 탈을 쓴 '조선구마사'의 본질은 중국의 역사(동북공정), 영토(서해공정)에 이은 '문화공정'에 잠식당한 '우리의 맨얼굴'이다. 역사 자문을 맡은 이규철 박사는 "문제 부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했다. SBS 측의 '고의성'을 의심할 수 있는 증언이다. 한국사의 최고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을 은연중에 비하하는 연출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100% 한국 자본으로 제작한 한국 방송의 드라마가 한국(조선)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억지춘향식 중국풍을 연출한 것은 한국인의 정신을 시나브로 훼손하려는 문화공정의 '음모'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을 찾기 어렵다.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주말 신촌 유세에서 화교(중국인)를 등장시켜 '몰표'를 호소했다.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24만 명의 외국인 중 화교, 조선족(한국인 아님) 등 중국인이 절반에 달한다. 중국은 한국인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나?원·명·청 시대 황제의 사신처럼 거만했던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대한민국에 대한 '무례'와 '결례'를 일삼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한마디 뻥긋 못 하는 문재인 정권과 '조선구마사'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석민 디지털 논설실장 sukmin@imaeil.com

2021-03-30 05:00:00

[야고부] 수에즈 운하

[야고부] 수에즈 운하

연간 매출액 6조3천억 원(55억8천만 달러), 하루 매출로는 약 175억 원꼴이다.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서 벌어들이는 경제적 가치다. 인구 1억 명이 넘는 이집트의 명목 GDP 3천618억 달러(2020년)와 비교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이런 이유로 수에즈 운하는 그동안 분쟁의 대상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두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다. 이집트를 식민지로 삼은 영국과 1869년 운하를 건설하고 특허권을 손에 쥔 프랑스가 운하를 독점했다. 1922년 이집트 독립 이후에도 운하 통행 수익은 이들의 몫이었다.1953년 이집트 공화국이 수립되고 나세르 대통령이 1956년 7월 국유화를 선포하면서 일대 회오리가 일어난다.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한 것이다. '2차 아랍전쟁'이다. 이 공격에 이집트는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국제 여론이 들끓고 유엔과 소련, 미국 등이 개입하자 반전이 일어났다. 근 100년 만에 이집트가 운하 소유권을 확보한 것이다. 당시 국유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각료들에게 나세르가 "국제법상 국유화가 불법이지만 운하는 이집트 민중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설득한 스토리는 유명하다. ​2차 아랍전쟁 이후 65년 만에 수에즈 운하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3일 일본 쇼에이(正英汽船) 선적의 20만t급 화물선이 좌초해 통행을 가로막는 민폐를 끼쳐서다. 사고 지점은 남쪽 홍해 수에즈만 입구에서 6㎞가량 떨어진 곳으로 운하 전체 길이는 지중해 포트사이드까지 168㎞다.문제는 운하 불통으로 전 세계 물류의 12%가 발이 묶인 점이다. 하루 51척의 배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데 이번 사고로 세계가 입는 손실이 시간당 약 4억 달러라는 분석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운하 주변에 대기 중인 300여 척의 선박에 실린 화물 규모만 120억 달러에 이른다.유일한 대안인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의 경우 9일이 더 걸리고 막대한 경비나 해적 습격 위험 등이 걸림돌이다. 미 해군이 준설 전문가를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선 것도 복구 이외 다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강풍과 기계 결함, 인재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도 분분하다. 이번 사고로 이집트에서 TV를 조립 생산해 수출하는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예상되는 만큼 조속한 정상화를 기대한다.

2021-03-29 05:00:00

[야고부] 고용 통계 왜곡

[야고부] 고용 통계 왜곡

올해 2월 취업자는 지난해 동월 대비 47만3천 명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9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1월에 비해 (2월) 취업자 수가 53만 명 늘어났다"며 "고용 상황이 개선 흐름을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낙관했다. 세금 투입형 일자리를 가동하지 못했던 올해 1월보다 2월 사정이 덜 나쁠 뿐인데,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풀타임 일자리'가 195만 개 사라졌다.(2017년 2천84만 명→작년 1천889만 명) 반면, 주 40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는 213만 명 늘어났다. 이 둘을 합해 문 정부 3년간 전체 취업자는 18만 명 증가했다. '온전한 일자리'는 대거 사라지고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만 크게 늘어났음에도 '수치상 18만 명 증가'를 근거로 '정신 승리'하는 것이다.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20만~30만원을 지급하는 노인 일자리는 2017년 44만 개였다. 지난해에는 74만 개로 늘어났다. 올해는 80만 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노인 일자리를 포함해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단기 알바성 일자리는 2017년 61만7천 개에서 올해 104만 개로 확대된다.OECD가 집계한 15세 이상 '풀타임 환산 고용률(FTE)'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7년 65.1%, 2018년 63.0%, 2019년 62.0%, 작년 58.6% 등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OECD 35개국 중 하락 폭이 가장 큰 국가군에 속한다.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노인이나 청년을 위한 단기 알바성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세금 투입형 일자리'를 마구 늘려 고용 통계를 왜곡하는 것은 문제다. 기업이 만든 주 40시간 이상 일자리 1개와 세금으로 만든 주당 15시간 안팎의 노인 일자리 1개가 동일한 1개로 분류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세금 투입형 단기 일자리를 자꾸 늘림으로써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좋지 않다는 현실'을 외면한다면 국가 경영을 '운'(運)에 맡기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2021-03-27 05:00:00

[야고부] ‘조선구마사’ 논란

[야고부] ‘조선구마사’ 논란

링컨이 흡혈귀 사냥꾼이었다고? 2019년 미국 영화 '링컨: 뱀파이어 헌터'(이하 '링컨')의 스토리다. 할리우드 거장 팀 버튼이 제작했으니 '듣보잡급' 영화도 아닌데 설정이 참 황당하다. 어머니가 괴한에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은 링컨이 복수에 나섰는데 원수가 뱀파이어라는 것이다. 링컨은 혹독한 수련 끝에 뱀파이어 헌터로 거듭나고 뱀파이어 조직과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이다.'링컨'을 연상시키는 한국 드라마가 있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다. 이 드라마에서 태종과 세종은 조선을 위협하여 멸망시키려는 사악한 악령으로부터 백성을 지키려고 맞선다. 그런데 방송 첫회가 나가자마자 난리가 났다. 방송 중지 국민 청원마저 올라가는 등 파장이 커지자 드라마 광고주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가고 문경시도 제작 지원을 철회했다.'링컨'이 이와 유사한 시비에 휘말렸다는 기억은 없다. 그런데 '조선구마사'가 논란을 빚는 연유는 무엇일까. 일각의 주장처럼 우리 국민들이 드라마를 드라마로 못 받아들이는 별난 기질을 지녀서인가. '링컨'과 '조선구마사'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 뱀파이어 헌터로서도 링컨은 여전히 멋있다. 영화는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을 히어로로 그려내고 있다.반면 '조선구마사'에서 세종은 이미지가 제대로 깎였다. 언행이 가볍고 효심 빈약한 인물로 묘사된다. 시청자들은 조선왕조의 시작을 모욕하려는 연출 의도가 드라마에 엿보인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충무공과 국민 존경 1·2위를 다투는 세종의 '까방권'(까임 방지권)을 드라마가 훼손하니 국민 자존심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드라마 작가의 전작에서도 한국 역사에 대한 혐오와 비하, 중국의 동북공정 옹호가 있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후폭풍이 더 커지고 있다.SBS는 '조선구마사' 내용을 대폭 수정해 방송을 이어 나갈 뜻을 피력했다. 하지만 사태가 너무 커졌다. 퓨전 시대극이라고 해도 왜곡할 내용이 있고, 넘어서 안 될 선이 있다. 영화 '나랏말싸미'처럼 신미 스님이 한글을 창제했다고 주장하면서 세종의 업적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거북선이 최첨단 잠수함으로 변신해 왜군을 신나게 격파하더라도 충무공이 멋지게 나온다면 국민들로서 화낼 이유가 없지 않은가.

2021-03-26 05:00:00

[야고부] ‘문재인 시대를 살아보니’

[야고부] ‘문재인 시대를 살아보니’

'백년을 살아보니'. 1920년생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2016년 출간한 책이다. 직접 백 년을 살아보니 삶이 이렇더라는 저자의 담담한 고백이 담겨 있다. 책에서 김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라고 했다. 60세부터 세상사를 두루 이해하며, 75세까지는 얼마든지 정신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올해 101세가 된 김 교수와 61세로 '인생의 황금기'를 살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만난 게 장안의 화제가 됐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2주간 자택에서 칩거하다 첫 나들이 대상으로 원로 철학자인 김 교수를 만났다. 윤 전 총장 부친과 김 교수가 친분이 깊은 데다, 윤 전 총장이 김 교수의 책 '백년을 살아보니'를 읽고 감명을 받은 게 만남의 계기가 됐다.40년 터울인 두 사람의 대화에서 반가운 단어들이 많이 등장했다. 윤 전 총장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에 김 교수는 "지금 청와대나 여당에서 꺼내는 이야기는 국민 상식과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화답했다. 공정과 정의, 애국심도 대화의 소재가 됐다. 문재인 정권 4년 동안 의미가 변질됐고, 실종됐고, 시궁창으로 굴러떨어진 단어들이다. 문 정권 인사들이 그렇게도 외쳤던 단어들이 두 사람 대화에 등장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김 교수의 "편 가르기를 하면 안 된다"는 말도 시선을 끌었다. "정의는 정의고 불의는 불의인데 편 가르기를 하면 잣대가 하나가 안 된다"고 했다. 문 정권의 편 가르기에 고초를 겪었던 윤 전 총장으로서는 가슴에 와 닿는 조언이었을 것이다.아프리카 속담에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는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늙은 말이 길을 잘 찾아간다는 뜻이다. 오랜 인생 역정을 통해 터득한 경험과 지혜가 소중하다는 비유들이다. 1세기가 넘는 삶을 산 김 교수로부터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이 정치는 물론 인생의 지혜도 터득했기 바란다.사족(蛇足)을 달면 김 교수 책에서 불현듯 문 정권 4년을 결산하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문재인 시대를 살아보니'다. 우리 국민이 이런 제목으로 각자 책을 쓴다면 어떤 단어들과 내용이 들어갈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이다.

2021-03-2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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