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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삼성야구본색

[야고부] 삼성야구본색

언젠가 다시 우승하리라는 믿음에도 지난 5년간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기에 올해 얼마나 더 버틸까 우려스럽기도 하다.2021 시즌 잘나가는 삼성 라이온즈 얘기다. 삼성이 올 시즌 개막 4연패의 부진을 딛고 17일 현재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다. 다수 전문가와 팬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선전이다. 아직은 선두 다툼이 조금 버거워 보인다. 2011~2015년 정규리그를 5연패하고, 2011~2014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왕조' 시절과 비교하면 투타 모두 부족하다.올 시즌 프로야구가 역대급 순위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삼성이 6년 만에 시즌 중 1위에 오르는 등 '가을야구'의 꿈을 지피고 있다. 전반적으로 프로야구 인기가 식고 있지만, 대구 팬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할당된 만원 관중으로 화답하고 있다.대혼전 상황이라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삼성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크다. 삼성은 지난 12일 KT 위즈를 꺾고 20승(13패) 고지에 선착했는데, 2015년(20승 10패) 이후 6년 만이다. 역대 20승 선점 팀은 32번 중 21차례 1위(65.6%)에 올랐다. 2001~2020년 20승을 선점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팀은 2012년 넥센 히어로즈뿐이다.삼성이 지난달 28일 1위에 오른 것도 시즌 10경기 이상을 치른 시점을 기준으로 2015년 10월 6일 이후 2천31일 만의 경사였다.삼성은 새 전용 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악몽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2016년 이곳으로 옮긴 뒤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은 5년 연속 '9-9-6-8-8위'에 머무르는 수모를 당했다. 이 기간 삼성은 151승 7무 178패(승률 0.459)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 현재 삼성의 홈구장 승률은 무려 0.722(13승 5패)다.공교롭게도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2002, 2005·2006, 2011~2014년)에 앞선 2001, 2004, 2010년 준우승으로 전력을 가다듬었다. 1985년 프로야구 사상 유일한 전·후반기 통합 우승을 차지할 때도 한 해 앞선 1984년 2위를 했다. 올해 우승까지 하지 못하더라도 내년을 기약하는 성적을 내면 좋겠다.팬들과 삼성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제 다른 구단에 충분히 양보했다고. 끊임없이 우승에 도전하는 게 삼성 야구의 본색이다.

2021-05-18 05:00:00

[야고부] 총리들의 대권 꿈

[야고부] 총리들의 대권 꿈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왕을 빼고는 가장 높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영의정의 별칭이기도 하다. 영의정은 위상이 높았지만 실권까지 장악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영의정 자리는 권신(權臣)·세도가들이 권력 장악의 명분으로, 원로에게 양보하는 카드였다. 조선의 영의정이 사실상의 명예직이 된 것은 권력 집중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다. 고려 때 최고위직을 차지한 권신들이 왕권 찬탈을 시도한 사례가 많았기에 조선은 영의정에게 권력이 쏠리는 것을 피했다.1894년 갑오개혁 때 영의정은 총리대신(總理大臣)으로 직제가 바뀌었다. 오늘날의 국무총리가 조선의 영의정인 셈이다. 한데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내각제 요소인 국무총리를 두는 것은 기형적 권력 구조다. 제헌 헌법 초안을 보면 정부 실권은 국무총리가 쥐고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 원수에 머무르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초대 대통령으로 내정된 이승만이 자신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강력히 밀어붙인 결과 의원내각제 기반 위에 대통령중심제를 덧씌우는 방향으로 헌법이 마련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행정부를 총괄하는 대한민국 총리를 명예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대권(大權)에 오르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총리는 조선시대 영의정과 입지가 많이 닮았다. 실제로 우리 헌정사에 총 47대 총리가 있었지만 이들 가운데 대통령에 오른 이는 최규하뿐이다. 하지만 그 역시 군부 세력에 의해 얼떨결에 대통령직에 올랐다가 밀려났을 뿐 자기 힘으로 권력을 쟁취하지 못했다.일인지하 만인지상 국무총리가 선출직 공무원의 최고봉(대통령)에 오르기 힘든 자리라는 점이 역설적이다. 이러다가는 징크스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권을 꿈꾸는 전직 총리만 3명이다. 이낙연 정세균 황교안, 3명 공히 대선 주자 간판 경력 중 하나가 총리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지지율을 보니 총리의 대권 난망(難望) 징크스가 깨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 김부겸은 인준 청문회에서 국무총리가 자신의 마지막 공직이라고 아예 선언했다. 총리 경력이 대권 가도의 징검다리가 되기 어렵다는 경험칙을 그는 꿰뚫고 있는 것일까.

2021-05-17 05:00:00

[야고부] 거지가 된 나라와 국민

[야고부] 거지가 된 나라와 국민

문재인 정부 4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불공정' '내로남불'이 많이 꼽히고 있다.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거지'를 키워드로 선정하고 싶다.우선 나라 곳간이 거지꼴이 됐다. 국가채무가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 원에서 올해엔 965조 원으로 급증한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6%에서 48.2%로 뛴다. 2022년에는 국가채무 비율이 52.3%로 오른다. 다음 정부는 '나랏빚 1천조 원, 국가채무 비율 50%'로 출발한다. 정권의 포퓰리즘이 나라 곳간을 텅텅 비게 만들었다.자신도 모르는 새 자산 격차가 벌어져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도 양산됐다. 문 정부가 올려 놓은 '미친 집값' 탓에 가만히 앉아서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이 숱하게 많다. 자산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순자산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66.64배로 2017년 99.65배에서 크게 뛰었다.'백신거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정부가 코로나 백신 전략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백신 부족 국가가 됐다. 정부가 공언한 백신 도입 계획에 잇따라 차질이 빚어져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은 국민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은 60%, 40% 넘게 접종해 마스크를 벗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1차 접종이 7%대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백신을 구걸해야 할 신세가 됐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차질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민 심성을 거지로 만든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정권이 나랏돈을 국민에게 마구 퍼 줬다. 그 결과 국민 사이에 나라에 의존하는 거지 근성이 똬리를 틀었다.작년 2월 문 대통령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한 상인에게 "좀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이에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한 아주머니가 대통령 면전에서 "(경기가) 거지 같아요. 너무 장사가 안 돼요"라고 했다. 문 정부 4년 동안 거지가 된 것은 경기뿐만이 아니다. 나라와 국민이 거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2021-05-15 05:00:00

[야고부] “너저분한 변명 하지 마라”

[야고부] “너저분한 변명 하지 마라”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패배가 기정사실로 굳어 가던 1945년 3월 일본 전쟁 지도부인 대본영은 연합군의 본토 상륙에 대비한 '결호(決號) 작전'을 수립했다. 본토 6곳과 본토 밖 1곳(제주)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는 것으로, 본토에서 연합군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이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그 방안에는 남아 있는 군사력을 최대한 긁어모아 자살 공격을 하는 것과 함께 민간인 2천800만 명을 국민의용대로 조직해 전투에 투입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들에게 지급될 무기였다. 책걸상을 잘라낸 각목에 쇠파이프를 고정시킨 조악한 총, 깡통에 화약과 쇳조각을 넣어 만든 깡통 폭탄, 일본식 대나무 활, 일본도, 식칼, 낫, 소방용 갈고리, 죽창 등이 고작이었다.이 중 죽창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일본 육군 나아가 군부 전체의 비과학성과 정신론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연유는 일본 육군 장성 아라키 사다오(荒木貞夫)의 '죽창 300만 자루'론에 있다. 1933년 10월 당시 육군대신이던 아라키는 외국인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죽창 300만 자루가 있으면 열강이 공포에 떨 것"이라고 했는데 본토 결전 상황이 되자 아라키의 주장처럼 상대를 공포에 떨게 할지 여부와 별개로 실제 무기로 등장했다.일본 출판사 다카라지마가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등 3개 신문 11일 자 2개 면에 걸쳐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광고를 실었다. 광고는 태평양전쟁 당시 죽창을 들고 군사훈련을 받는 소녀들 사진을 배경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이미지가 한가운데 놓여 있는 이미지가 담겨 있고, 왼쪽 상단에 "백신도 없다. 약도 없다. 죽창으로 싸우란 말이냐. 이대론 정치에 죽임을 당한다"고 적혀 있다.그 메시지는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한 일본의 상황은 연합군에 죽창으로 맞서려 한 태평양전쟁 말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백신 접종률은 OECD 국가 중 일본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정부는 오는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백신 확보 상황을 보면 그럴 것 같지 않다.광고에 실린 문구 중 이런 게 있다. "너저분한 변명 하지 마라." 지금 문재인 정권이 들어야 할 소리다.

2021-05-14 05:00:00

[야고부] 코인 시장 동물농장

[야고부] 코인 시장 동물농장

요즘 가상화폐 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도지 코인'(Doge coin)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2013년 몇 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낸 가상화폐다. 가상화폐의 선봉장 격인 비트코인이 불법 마약 거래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고서 가상화폐 가치에 거품이 있음을 보여줄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발행 총량에 제한이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도지 코인은 무제한 발행이 가능하다.이름부터가 장난스럽다. 한 유튜브 인형극 채널에서 'Dog'(개)를 'Doge'로 잘못 표기한 데서 착안, 그런 이름을 붙였다. 마스코트로는 인터넷에서 나도는 유명한 시바견 사진을 썼다. 빌리 마커스는 도지 코인이 투자 열풍을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2018년을 제외하고 도지 코인은 1센트 이상으로 거래된 적이 없다. 그러다가 올해 초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강력한 '펌프질'을 받은 이후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다.돈 냄새 나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도지 코인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이를 패러디한 가상화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시바이누'(Shiba Inu), '허스키'(Huski), '핏불'(Pitbull), '아키타 이누'(Akita Inu) 등 대부분 견공을 마스코트로 쓴다. 급기야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삼은 '진도지'(Jindoge)도 등장했다. 돼지가 마스코트인 '피그'(Pig)도 있다. 이러다가 가상화폐 시장이 동물 농장이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코인으로 팔자를 고쳤다"는 성공담이 많은 사람들을 가상화폐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가상화폐가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제로섬 게임 특성상 누군가는 상투를 잡게 돼 있다.냉정하게 말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 투자는 '바보 찾기 게임'에 비유되곤 한다.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값에 사주는 바보가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 가상화폐는 특히 더하다. 문제는 누가 바보가 되느냐이다. 내가 바보가 될 일 없다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 누군가는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상화폐 시장이 불순한 시세 조종과 먹튀가 없는 공정 시장이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2021-05-13 05:00:00

[야고부] 황우도강탕(黃牛渡江湯)

[야고부] 황우도강탕(黃牛渡江湯)

6·25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에서 1951년 2월 사이 오늘의 예비군 격인 '국민방위군'으로 소집된 17~40세의 장정 50만 명이 목적지인 부산으로 걸어서 이동하던 중 5만~9만 명이 굶어 죽고 얼어 죽고 병들어 죽었다. 또 20만 명 이상이 동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 심하게는 손발을 잃었다. 이른바 '국민방위군 사건'이다.원인은 국민방위군 간부들의 착복이었다. 그 규모는 현금 23억 원, 쌀 2만5천 섬이나 됐다. 조사 후 군사법원은 국민방위군 사령관 김윤근에게 무죄, 부사령관 윤익헌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국민 여론이 들끊자 재조사를 거쳐 재판이 재개돼 김윤근과 윤익헌 외에 강석헌 재무실장, 박창언 조달과장, 박기헌 보급과장 등 5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그해 8월 집행됐다.규모는 작지만 소련 해체 이후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었던 1993년 러시아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의 루스키 섬에 있는 해군훈련소에서 훈련병 140여 명이 영양실조에 걸려 그중 4명이 죽었다. 장교들이 병사의 식량을 내다 팔아 제 배를 채운 결과였다.그러나 부대 간부들은 "훈련병들은 입대할 때부터 약했다. 대부분 몸무게가 부족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러시아 군 당국은 부대 지휘관을 군사재판에 회부하고, 함대 사령관을 해임했으나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자도 군복무 중 비슷한 일을 겪었다. 소고깃국은 소가 건넌 강물이란 뜻의 황우도강탕(黃牛渡江湯)이었고 돼지고깃국은 살코기는 어디 가고 허연 비계만 둥둥 떠다녔다. 닭고기 튀김은 다리나 날개 등 맛있는 부위는 식기에 가득 담아 장교와 하사관에게 바쳤고 '쫄병'들은 뼈뿐인 목이나 머리로 만족해야 했다.휴가 복귀 전 코로나 방역으로 격리된 병사에 대한 부실 급식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병사들이 올린 사진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을 군대로 끌고 와서 이렇게 해도 되나? 최근에는 그것도 하루에 두 끼, 거의 하루 한 끼만 제공됐으며 격리 해제 후 체중이 65㎏에서 50㎏으로 줄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방부는 급식 담당자의 부주의라고 해명한다. 과연 그것뿐일까. 황우도강탕을 먹었던 기자의 코에는 '비리'의 악취가 진동한다.

2021-05-12 05:00:00

[야고부] 대통령의 집요함

[야고부] 대통령의 집요함

국가 지도자의 '집요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집념'은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바꾼다. 여러 논란 와중에도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과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자!'던 산업화의 기수 박정희 대통령이 집념의 사나이였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기틀을 마련했다.코로나19 대창궐 속에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집요함'이 화제다. 20만 달러(약 2억6천만 원) 뇌물 수수 사건 재판 등으로 '낡고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그였지만,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켜 내려는 '집요한 노력과 결실'은 감동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성인 백신 접종률 90%를 넘어서면서 완전한 일상을 거의 되찾은 이스라엘의 배경에는 해외 정보·공작 기관인 모사드를 비롯한 국가기관의 총력 투쟁(?)과 함께,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과 열정이 있었던 셈이다.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최고경영자)는 30차례나 전화를 걸어온 네타냐후 총리와의 일화를 공개했다. "그때 나는 '총리님, 지금 새벽 3시입니다'라고 항의했다." "당시 (백신 공급에 관해) 여러 나라 지도자들과 이야기 중이었는데, 솔직히 네타냐후 총리의 집요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비록 백신 수급과 접종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집요함'에 있어서는 세계 정상급이다. 그는 한 번 간택(揀擇)한 인물은 어떤 문제점과 부조리가 드러나도 바꾸는 법이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한 야당 패싱 장관급 이상 인사만도 29명에 달한다. 이제 임혜숙(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해양수산부) 노형욱(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30, 31, 32, 33번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친북(親北)과 친중(親中)을 넘어 종북(從北), 굴중(屈中)으로 치달은 외교·안보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파탄 난 지 오래인 '한반도 운전자론'에 여전히 집요하게 애처로울 정도로 매달리고 있다. 나라와 국민을 살린 이승만, 박정희, 네타냐후의 '집념'과 국가를 파탄 내는 문재인의 '집요함'이 뚜렷이 대비된다.

2021-05-11 05:00:00

[야고부] 노익장

[야고부] 노익장

'노익장'은 나이를 먹을수록 기운과 패기가 더 왕성할 때 쓰는 고사성어다. 후한서 마원(馬援) 열전의 '궁당익견 노당익장'(窮當益堅 老當益壯)이 출전인데 대장부는 곤궁할 때 더욱 굳세야 하고 늙을수록 기력이 더 왕성해야 한다는 뜻이다.사람마다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의식하는 게 바로 '몸'이다. 더러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도 있으나 대다수 마음만 앞서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급속한 고령화로 노년층 인구가 갈수록 늘면서 60대의 나이에도 바삐 몸을 움직여야 할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은퇴했지만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60대의 절반 이상이, 70대는 10명 가운데 3명이 계속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다.보험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이들의 자산 9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노후 대비가 부족하다. 은퇴 후 자녀 교육비와 결혼 비용 등 평균 1억7천만 원이 필요한데 퇴직금 등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은 1억 원이 채 안 된다. 은퇴 이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최근 65세까지 청년, 79세까지는 중년, 80대에 접어들어야 노년이라는 새로운 구분이 주목받고 있다. 60세 이상 노년이라는 통념과 크게 차이가 있지만 늘어난 평균 수명과 왕성한 노년층의 사회 활동 때문에 이런 구분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그러나 신체 능력과 연령은 밀접한 관계다. 평소 몸 관리에 따라 노년의 건강과 신체 능력이 달라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수명 연장과 신체 능력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고 비례하지는 않는다. 유엔인구기금과 세계보건기구는 15세부터 24세까지를 청년, 60세 이상을 노년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기본법에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통계청 청년실업률은 15~29세를 청년층으로 구분한다. 현재 국내 노인의 기준 연령은 만 65세이지만 이를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과거 노익장은 미덕이었으나 현대에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열심히 생업을 지키며 인생 시간표를 따라가는 노년기 삶이 보편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무기력한 일상보다 생기 있고 활발한 노년의 삶을 바라는 마음과 현실의 간극을 좁혀 나가는 게 주어진 과제다.

2021-05-10 05:00:00

[야고부] 대구, 호국보훈도시?

[야고부] 대구, 호국보훈도시?

'좀 도와주실는지요?'최근 울산의 한 언론사에서 대구의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에 도움을 바라는 연락이 왔다. 울산 출신으로 대구에서 옥살이하다 30대에 형장의 이슬이 된 박상진 독립운동가의 삶과 죽음의 행적을 살피는 일에 대한 안내 부탁이었다.그렇지 않아도 대구 달성공원에서 결성돼 1910년대 최대 무장 독립운동 단체로 역사 평가를 받는 (대한)광복회 총사령인 그가 옛 대구감옥에서 순국한 지 올해가 100주년이지만 마땅히 기리는 행사조차 없어 안타깝던 즈음이라 반가운 마음에 안내에 동의했다.울산은 그의 고향인 만큼 올 들어 순국 100년을 기리는 여러 행사를 위한 조직까지 최근 꾸려지는 등 울산시와 시민사회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상당하다. 그러니 울산에 본사를 둔 언론사 역시 시민들에게 그에 대한 정보를 주려는 노력은 마땅했을 터이다.사실 그는 대구경북과 더욱 인연이 깊다. 1884년 울산에서 태어났지만 젊은 시절을 경북 경주에서 보냈다. 대구에서는 약전골목에 상덕태상회라는 곡물 가게를 두었는데, 이는 사실상 국내와 중국 만주 등을 잇는 독립운동 비밀 거점이었다. 특히 대구는 독립운동에 필요한 사람과 돈, 조직 운영의 요소를 잘 갖춘 곳이었다. 1915년 7월 15일(음력), 조선 개국일에 맞춰 망한 나라를 되찾아 일으키겠다며 조직을 꾸리기에 좋은 터였던 셈이다.우재룡 지휘장 등 쟁쟁한 동지들이 모였고, 대구 군자금 마련 권총 사건, 경북 칠곡 부호 장승원 암살 등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대구에서 두 차례 옥살이 끝에 1921년 8월 11일, 30분 간격으로 동료 김한종 충청도지부장과 함께 대구에서 사형으로 순국했다.이제 옛 대구감옥(현 삼덕교회 자리)은 없다. 순국 100주년에도 이들을 기리는 이가 드물다. 그런데 대구시가 올해 정부합동평가 정성 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1위였다는 최근 소식에 아연하다. 특히 보훈 정신 확산 분야(독립·호국·민주화 도시 대구, 전국 최고의 호국 보훈 도시) 대표 우수 사례였다니 정신마저 어질하다.

2021-05-08 05:00:00

[야고부] 文 정권의 보릿고개

[야고부] 文 정권의 보릿고개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가수 진성의 노래 '보릿고개' 중 일부다. 노래를 작사한 진성의 어린 시절 고달픈 경험이 녹아들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보릿고개는 전년 가을에 추수를 해 마련한 곡식이 다 떨어진 4~5월을 일컫는 말이다. 보리가 아직 익지 않아서 베어 먹을 수도 없고, 풀뿌리·찔레·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로 배를 채우던 시절이었다.사라졌던 보릿고개가 문재인 정권에서 다시 등장했다. 그것도 두 가지나 된다. 20세에서 29세까지 청년 6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청년 10명 중 4명이 생활비가 부족해 끼니를 챙기지 못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을 굶는 청년 중 절반은 '과자 등으로 버틴다'고 했고, 36%는 그냥 굶는다고 했다. 코로나로 일자리뿐 아니라 아르바이트까지 구하기 힘들어져 청년들이 보릿고개 고통을 겪고 있다.쇠도 소화시킬 나이에 배를 곯는 청년들이 이 나라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지 부끄럽고 참담하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보릿고개 고통을 겪는 이 현실 앞에서 문 정권은 더는 '일자리 정부'를 자처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지경에 20대들이 정권에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있겠나.코로나 백신도 보릿고개다. 재고가 바닥이 나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전국적으로 중단됐다. 며칠이면 다 맞힐 물량을 갖고 찔끔찔끔 접종하다 이마저도 바닥이 났다. 화이자 백신 2천만 명분을 추가로 확보했다지만 공급 시기가 빨라야 7월이어서 백신 보릿고개를 해소하기가 힘들다.9천900만 명분이나 확보했다는 백신이 언제 들어올지 기약하기 어렵다.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한지 국민은 불안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백신을 달라고 읍소해야 할 미국을 겨냥해 비판만 쏟아내고 엉뚱하게 백신 접종 자랑을 한다. 언제 접종할지 알 수 없는 백신 물량을 앞세워 희망 고문만 계속할 것인가.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보릿고개가 다시 출현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년들의 보릿고개,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백신 보릿고개에 울화가 치민다. 한 번도 경험 못 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정권이 언제까지 국민에게 한 번도 경험 못 한 고통을 안겨줄지 원망스럽다.

2021-05-07 05:00:00

[야고부] 영남 배제론

[야고부] 영남 배제론

'영남'(嶺南)은 조령(鳥嶺·문경새재)과 죽령(竹嶺·소백산) 아래 남쪽 지방을 뜻한다. 고려시대 이후 80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한 행정구역 '경상도'와 같은 말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이었고 지금도 남한 인구의 4분의 1, 비수도권 인구의 절반이 산다.경상도는 그러나 조선 말기인 1896년 북도와 남도로 갈라진 이후 분리의 길을 걸어왔다. 지금 영남에는 대구시, 경상북도, 부산시, 울산시, 경상남도 등 다섯 개의 광역지자체가 있다. 행정구역이 갈라지면 사람들의 의식과 유대감에도 분리감이 생겨난다. 이제는 '영남'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5개 지역을 뭉뚱그려 이해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지역 정서와 공동체 유대감을 고려할 때 영남은 대경권(대구경북·TK)과 부울경권(부산울산경남·PK) 범주로 구분해 바라보는 게 현실과 부합한다. 실제로 신공항 문제와 위천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빚어진 지역 갈등에서도 TK와 PK 두 축으로 이해가 엇갈렸다.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 TK와 PK를 한 몸으로 엮으려는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른바 '영남 배제론'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영남 출신 정치인을 컷오프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울산에 지역구를 둔 김기현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된 마당에 당 대표마저 영남 지역구 정치인이 된다면 국민의힘이 '도로 영남당'이 된다는 논리다.신공항 이슈 등에서 TK와 PK 갈라치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TK와 PK는 하나'라며 억지 주장을 펴니 속이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인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느끼는 부울경과의 심리적 거리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충청·강원·호남과 그리 다르지 않다. 역으로 대구경북에 대한 부울경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21세기 대한민국의 제1야당에서 이처럼 해괴한 주장이 횡행하는 것 자체가 수준 미달이다. 수도권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로 치러진 21대 총선 결과를 보고도 이런 말이 나오는가. 전당대회는 당원과 국민의 마음이 공정하게 반영되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TK·PK 한 몸론(論)' 따윈 접어 두시길.

2021-05-06 05:00:00

[야고부] 한명숙의 거짓말

[야고부] 한명숙의 거짓말

1992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과테말라의 마야 원주민 출신 인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는 멕시코 망명 중이던 1983년 자서전 '나, 리고베르타 멘추'를 펴냈다. 과테말라 내전 동안 백인 농장주들이 아버지가 개간한 땅을 빼앗고, 정부군이 오빠를 산 채로 화형시키고, 남동생이 굶어 죽었다는 내용이다.1998년 미국 인류학자 데이비스 스트롤의 현지 확인 결과 모두 거짓말이었다. 멘추 아버지는 백인 농장주들이 아니라 같은 마야족 원주민인 처삼촌과 수십 년간 농토 분쟁을 벌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굶어 죽었다는 남동생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농장에서 중노동하느라 학교 문턱에도 못 갔다고 했으나 도시에 있는 기숙학교에서 중학교 1년까지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2015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두를 다퉜던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은 1990년 출간한 자서전 '타고난 재능'에서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것을 제안받았다고 했다.거짓말이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확인 요청에 웨스트포인트 대변인은 "카슨이 응시했거나 입학을 제안받았다는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한 카슨 측의 변명이 걸작이었다. "당시 군사령관들로부터 구두로 '비공식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서전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례는 널렸다. 공통점은 자서전의 거짓말이 전문가나 언론의 검증으로 사후에 확인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이미 입증된 사실을 자서전을 통해 사후에 부인하기 때문이다.한 전 총리는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를 이달 말쯤 출간한다. 한 전 총리는 여기서 "나는 결백하다"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부인한다. 그리고 "불의한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져 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며 자신을 정치공작과 조작 재판의 희생자로 포장한다.아일랜드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모든 자서전은 거짓말이다. 무의식적 거짓말이 아니라 고의적인 거짓말이란 뜻"이라고 했다. 한명숙의 자서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2021-05-05 05:00:00

[야고부] 미나리와 도시농업

[야고부] 미나리와 도시농업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시상식을 강타했기 때문일까.자연인을 꿈꾸며 농사짓는 밭에서 미나리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산과 붙은 밭 끄트머리 햇빛이 강하게 들지 않고 물이 고인 곳에 미나리가 자생하고 있다. 줄기가 딱딱하고 잎이 거친 게 야생임을 느끼게 한다. 조금 더 자라면 잘라 먹어볼 생각에 힐링이 된다.영화 '미나리'의 성공 요인으로 제목을 잘 정했다는 얘기가 있다. 미국 영화인데 Water Parsley(또는 Water Celery) 대신 한글 '미나리'로 한 게 일단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미나리'가 전하려고 한 미국 이민 가정의 강한 생존력을 농작물 미나리는 미국 땅에서 보여준 셈이다.조금만 자연에 관심을 두면 미나리는 눈에 잘 보인다. 금호강 수로 부근 물이 고인 곳에는 꽤 많은 미나리가 자생한다. 농촌 저수지 물이 들어오는 곳이나 제방 밑 수로에서도 볼 수 있다. 예전 경북대학교 복현동 쪽에는 큰 미나리꽝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재학 당시 술 한잔 먹고 호기롭게 미나리꽝 좁은 논두렁을 지나가다 물에 빠진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그땐 미나리가 왜 그렇게 더럽게 느껴졌을까.요즘 미나리는 도시농업의 총아로 불릴 만하다. 대구에서 조금 떨어진 청도 한재 미나리가 최고로 대접받지만, 대구 팔공산과 달성, 고산 등 도심 외곽에는 미나리 농사로 성공한 농부들이 많다. 대구의 미나리 마니아들은 '미사모'(미나리를 사랑하는 모임)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미나리 농부들이 돈 버는 방식이 특이하다. 불법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하우스나 천막을 치고 불판이 딸린 테이블을 마련, 미나리를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구운 삼겹살에 미나리는 찰떡궁합이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으면 더 풍미가 와닿는다.미나리 농부들은 출하 시기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미사모'는 매년 2월 중 첫 출하에 맞춰 미나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권영진 대구시장을 초청, 시식 행사와 함께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돕기를 하고 있다.알아서 잘 자라는 작물로 알려졌지만, 미나리 하우스 재배는 상당히 까다롭다. 농부들이 영화 덕을 좀 봤으면 좋겠다.

2021-05-04 05:00:00

[야고부] “토할 것 같다”

[야고부] “토할 것 같다”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 26조1천억 원 중 약 60%인 15조5천억 원 사회 환원' 기사가 지난달 29일 전국 주요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삼성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은 하루"라고 썼다. 그는 "법적으로 당연히 내야 할 상속세를 내겠다는 게 그렇게 훌륭한 일이냐"며 "그 많은 미술품을 모은 이유는 뭘까. 혹시 세금이나 상속 때문은 아니었을까"라고 했다.삼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천차만별이다.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의 '토할 것 같은 하루' 기사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때문에 토하겠다. 너는 삼성 없는 나라에 가서 살아라. 나는 삼성이 있고, 문재인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등 비판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삼성 성공 신화'를 '이건희의 끝없는 돈 욕심'으로 평가하거나, 이 회장의 미술 컬렉션을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정도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글쎄다. 돈 욕심만으로는 삼성 같은 기업을 일으킬 수 없다. 오직 돈이 목표라면 삼성처럼 복잡하고 힘든 일에 도전하지 않아도 된다.삼성은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 터진 기업이 아니다. 별 값어치 없는 기술 몇 개 갖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바뀌는 바람에 쓸모가 커진 기업도 아니다. '이건희 삼성'은 미래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혜안, 꿈을 형상화해 낼 수 있는 구체적 실력, 엄청난 비용과 위험 부담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는 결단력, 철인(哲人)의 소명 의식을 바탕으로 성장했다고 봐야 한다. '이건희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돈이 있다고' 되는 차원이 아니다. 재력은 물론이고, 철학과 정열, 깊은 안목이 있어야 가능한 컬렉션이다. 컬렉션 목록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삼성에도 물론 과오(過誤)가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취에서 삼성의 역할은 컸다. 삼성이라면 무조건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합리적이지 않다. '토할 것 같은 날'이 아니라 이건희 정신을 배우는 날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삼성의 '천분의 일'만 해도 세계사에 남을 정당(政黨)이 될 거다.

2021-05-03 05:00:00

[야고부] 이건희 컬렉션

[야고부] 이건희 컬렉션

15세기 중엽 독일 마인츠에서 활자 인쇄기가 처음 선보일 무렵 유럽의 식자층 특히 이태리의 지식인들은 '다소 천박하고 몇몇 독일 도시에서 야만인들이 사용하는 기술'로 치부했다. 당시만 해도 직접 손으로 쓴 필사본에 익숙한 데다 진품과 원본의 의미와 가치를 중시하던 시대이기 때문이다.'르네상스의 발상지'로 불리는 피렌체에 인쇄기가 처음 들어온 때는 1477년이다. 로마나 베네치아와 비교해 10년 이상 늦었고 파리보다 7년 늦게 인쇄기가 차려졌다. 신기술인 인쇄기가 필경사와 삽화가를 동원한 전통 방식을 뛰어넘지 못한 결과다. 피렌체 최고 부호이자 유력자였던 메디치 가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메디치가 사람들은 화가와 조각가를 후원하고 도자기와 보석, 주화, 희귀 원고 등을 수집하는 데 큰돈을 썼지만 복제품에 대한 인식은 당대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위대한 로렌조'로 불린 로렌조 디 피에로 데 메디치(1449~1492)도 예술가나 학자 후원자이자 수집가로 명성이 높았다. 시인이기도 했던 그는 희귀 서적과 원고를 수집해 가문의 장서를 넓힌 한편 도서관과 공공 시설에도 이를 기증했다. 메디치가의 이런 전통은 막대한 부와 예술에 대한 관심, 상류 계층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이건희 컬렉션'이 국내외에서 큰 화젯거리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등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 2만3천여 점이 국가에 기증되기 때문이다. 이 컬렉션 중에 이인성 유영국 이쾌대 등 대구경북 출신 작가의 작품 21점도 대구미술관에 기증된다.사회에 환원될 이 2만3천여 점의 작품들은 한 애호가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하나씩 손에 넣고 애지중지해 온 작품들이다. 상품을 소비하듯 돈과 맞바꾼 것이 아니다. 좋은 예술품을 보는 눈과 지대한 관심,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 회장이 남긴 유산들은 모든 국민이 함께 누리게 될 '눈부신 사치'이자 공유 자산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2021-05-01 05:00:00

[야고부] 사즉생(死卽生)은 오해

[야고부] 사즉생(死卽生)은 오해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병법서 오자병법(吳子兵法)에 나오는 말로, 이순신 장군을 통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다. '사즉생 생즉사', 이 말이 워낙 강렬해서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으로 흔히 생각하지만, 죽기를 각오하면 대부분 죽는다. 모두를 거는 상황은 세(勢)가 불리한 상황이고, 모두 걸었기에 판단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두를 거는 것'은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즉생' 격 '몰빵 투자'가 21세기 한국의 일상이 됐다.올 들어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 대금이 하루 20조 원을 넘나드는 경우가 흔해졌다. 유가증권 거래액보다 훨씬 많다. 군복무 중인 청년들도 가상화폐에 빠졌다. 실업급여를 주식에 투자하는 청년들도 있다. 구직 준비에 쓸 돈을 주식에 붓는 것이다. '종자씨로 밥을 짓는 격'이다. 벤처투자업계에도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4조3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 올해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투기에 가까운 '한 방'이 2030 청년들의 '돌파구'가 돼 버린 것이다.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차곡차곡 모아서는 집 한 채, 자동차 한 대라는 소박한 삶조차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현재 20, 30대는 우리 역사상 가장 좋은 교육을 받았다. 부모 세대가 고생고생 알뜰히 후원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 스마트한 청년들은 갈 데가 없고, 할 일이 없다. 굴삭기 면허를 갖고도 숟가락으로 땅을 파거나, 동냥 그릇을 든 처지가 된 셈이다.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하지만 신산업 육성 인프라 구축, 생산적 제도 마련과 사회 안전망 구축은 상당 부분 정부의 몫이다. 시장과 국가는 그런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반(反)시장 정책으로 경쟁과 창의적 도전을 방해하고, 각종 규제와 처벌법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그럴듯한 구호뿐 비전이나 내용은 없었다.정부는 청년 세대의 불안과 호소를 빚과 세금으로 장만한 '공갈 사탕'으로 그때그때 달랬다. 그렇게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은 '한 방'을 찾아 위험천만한 들판으로 나왔다. 역사 이래 가장 영민한 청년들을 길러 내고도 사막으로 내몬 것이다. 그러고도 이 나라가 살기를 바란다.

2021-04-30 05:00:00

[야고부] ‘내 사람이 먼저다’

[야고부] ‘내 사람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공식 대선 슬로건이었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 얼마나 멋진 말인가.9년이 흐르는 동안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됐고, 4년을 통치했다. 슬로건처럼 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었나.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기는커녕 '내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고 말았다. 조국, 윤미향 등에 이어 내 사람들이 먼저인 행태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수급을 서두를 필요 없다는 기 교수를 청와대에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앉혔다. 문 대통령이 2015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한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고, 생명이 먼저인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했던 발언과는 배치되는 인사다. 기 기획관의 아버지가 문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신영복 씨와 함께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같이 수감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무리한 인사를 했을까.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한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 박 대변인은 2019년 문 대통령에게 바치는 '월광소나타' 동영상을 올려 논란이 된 인사다. 박 대변인은 "이런 월광소나타, moonlight, 달빛소나타가 문 대통령의 성정을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입'이 될 인물이 이렇게도 없어 듣기 민망한 아부성 발언을 한 사람을 앉혔나.압권은 청와대 개편에도 자리를 지킨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이다. 이 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를 기획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실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 기소된 인사다. 피의자·피고인이 청와대에 근무하도록 둔 것은 이들이 문 대통령의 확실한 '내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문 대통령 어록 상당수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평등·공정·정의는 불평등·불공정·불의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로, 이게 나라냐는 이건 나라냐로 바뀌었다. 사람이 먼저다는 조국이 먼저다, 내 사람이 먼저다 등의 버전이 속출하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 결국 또 하나의 혹세무민 슬로건으로 끝나고 말았다.

2021-04-29 05:00:00

[야고부] 30주년 속 수난의 날들

[야고부] 30주년 속 수난의 날들

속담 같은 옛말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살아 있는 까닭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력을 갖고 이어진다. 실제로 그럴 일이 없겠지만 오늘날까지 전하는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는 말도 다르지 않다.올 들어 우리 주변, 지방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못된 행실 몇 가지만 봐도 절로 고개를 끄덕일 만한 속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지방의회가 1961년 사라졌다가 30년 만인 1991년 되살아나 다시 30년을 맞는 남다른 해이다.그런 뜻깊은 해를 맞았건만 2021년 경북의 광역의회나 시·군 기초의회 의원의 '못된 짓'에 대한 지탄받을 일이 1월부터 터지더니 4월에는 '잔인할' 만큼 동시다발이고 여야 없이 모두 수난의 날이다.먼저 경산에서는 한 시민이 지난 1월, 과거 시의회 의장 선거에서의 담합을 이유로 의원 4명의 징계 청원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대구지검이 시의원 5명에게 벌금 200만~500만원의 약식기소를 한 데 따른 유탄인 셈이다.같은 달, 이웃 영천시에서 한 시의원이 아예 의원직까지 박탈당하는 사달이 났다. 음주운전한 시의원이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1,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기 때문이다.그러다 2개월 건너 4월에는 한 경북도의원이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당시 밥값 제공 문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 항소심에서도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아 자칫 의원직을 잃을지도 모를 위기를 맞는 일이 일어났다. 또 울진에서는 군의회 의장이 억대 뇌물 혐의로 구속되고 동료 의원들이 그를 제명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어 고령의 한 군의원은 신도시 개발 관련 사전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구속됐다.지난 3월 26일로 기초의회 재출범 30년을 보냈고, 오는 6월 20일이면 광역의회 새 출발 30년을 맞는다. 30년 세월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남은 날에는 그들의 '못된 짓'이 어찌 될까 궁금하다. 하지만 '말이 씨 된다'는 또 다른 옛말이 있어서 함부로 앞날을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래서 수난의 날은 끝나고 이제 송아지 엉덩이에 뿔이 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싶다. 그러니 지방의원 여러분, 제발 여의도 정치인과는 다른 길로 가옵소서!

2021-04-28 05:00:00

[야고부] 사과(謝過) 호소인

[야고부] 사과(謝過) 호소인

보궐선거 참패 이후 범여권의 행보가 에프킬라 맞은 똥파리처럼 웽~웽~거리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좀 거친 듯한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일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따른 탓이다.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2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에 느닷없이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썼다. 이에 앞서 신임 원내 지도부와 현충원을 참배하며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정말이지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행동이다.민주당에서는 "'피해자님'은 이번 보궐선거의 발생 이유가 됐던 (박원순·오거돈 사건)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윤 위원장은 "(국립현충원이) 사과의 말을 드릴 수 있는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저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니다"면서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야당 의원의 대정부 질의와 관련, "아주 신났네, 신났어"라고 혼잣말을 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항의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하하, 참 내"라고 했다. 국회 윤리위 징계 제소라는 강경 조치를 예고하자, 본회의 사회 도중 "제 혼잣말이 의도치 않은 오해를 낳았다"고 변명성 사과를 했다.이인람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장(장관급)은 '천안함 재조사'의 실상이 드러난 지 20일 만에 사퇴하면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의 전사 장병 유족, 생존 장병들과 국민께 큰 고통과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도 "위원회의 조사 개시 과정이 법과 규정에 따른 절차"라고 했다.사과(謝過·apology)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잘못에 대한 인정이 먼저이고, 이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때와 장소, 방법, 태도, 언어 등이 중요하다.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하는 변명(辨明·excuse)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범여권 인사들이 거짓과 위선의 '사과 호소인'이란 비아냥을 피하기 어려운 것은 사과의 진정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때문이다. 그래서 살충제 맞은 똥파리의 좌충우돌에 비유되어도 남 탓하기 어렵다.

2021-04-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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