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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코로나19와 영화

[야고부] 코로나19와 영화

영화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가 큰 대표적 업종이다. 많은 극장이 문을 닫았고 완성된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로 넘어갔다. 어떤 영화들은 촬영을 중단하고 일부 영화들은 극장에서 상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극장 안은 썰렁할 수밖에 없다. 영화 관람은 청춘 남녀의 흔한 데이트 코스이자 대표적인 여가 보내기 수단이었는데 이제 보기 드문 풍경이 되고 있다.코로나19가 만든 세상은 이전의 세상과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천만 관객이 드는 대박 영화를 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극장 시스템이 OTT 서비스에 자리를 내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봉준호 영화감독은 이와 관련, 지난달 한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낙관적이라며 "우리가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그것은 과장이다.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봉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2019년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봉 감독이 세계 영화사와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직후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다. 이 때문에 세계 3대 영화제로 평가받는 칸 영화제는 지난해에 개최되지 못했으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베네치아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는 온라인으로 개최됐다.봉 감독은 최근 올해 9월 열리는 제78회 베네치아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그는 심사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진정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3대 영화제는 그동안 빔 벤더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왕가위 등 명장들과 로버트 드니로, 카트린 드뇌브, 숀 펜, 공리, 케이트 블란쳇 등 명배우들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봉 감독의 위상을 재확인한 셈이다.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은 영화가 변함없이 사람들의 현실과 꿈을 이야기하고 영화를 통해 문화 교류가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세계 곳곳의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화면 속으로 빨려 들듯 몰입하는 순간을 기대하게 된다.

2021-01-19 05:00:00

[야고부] 시공초월 법리(法吏)

[야고부] 시공초월 법리(法吏)

문재인 정권에서 법(法)이 고무줄이 되고 있다. 정권 입맛에 따라 법을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음을 제멋대로 한다.2019년 3월 23일 새벽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할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출입국 당국에 보낸 출금 요청 서류에 '가짜' 사건번호와 존재하지도 않는 내사번호를 기재했다. 명백한 불법임에도 법무부는 "불가피했다. 별 문제 아니다"고 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출금 조치'이기 때문이다.'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2017년 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의 선거 개입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보고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뭉개고 있다. 이 지검장은 또 지난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수사팀 보고서 역시 결재하지 않고 있다. 둘 다 정권 입맛에 안 맞는 수사 결과이기 때문이다.지난해 4·15 총선 이후 전국 130여 곳 지역구에서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되었다. 공직선거법 제225조는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소가 제기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9개월이 지나도록 130여 건 중 단 한 건도 결론 내리지 않았다. 정권 입맛에 안 맞는 소송이기 때문이다.2천100여 년 전 중국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두주(杜周)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황제가 배척하려는 자는 모함해 잡아넣고, 황제가 풀어주려는 자는 '그 억울함을 넌지시 비추어' 풀어주었다. 한 논객이 "당신은 법에 따르지 않고, 오로지 황제의 뜻에 따라 판결하니, 어찌 된 거요?"라고 따졌다. 두주는 "율(律)과 령(令)은 황제가 그때그때 옳다고 하여 만든 것입니다. 그때그때 맞는 것이 옳다는 말입니다"고 답했다. 황제는 두주의 사람됨을 인정해 어사대부로 승진시켰다.문재인 정부 사법 관리들은 시공을 초월해 두주의 사법관(司法觀)을 전수받은 모양이다. 출중한 능력으로 2천100여 년을 훌쩍 뛰어넘고, 그 많은 법리(法吏) 중에 가장 나쁜 놈을 찾아내 사사(師事)했으니, 신축년(辛丑年) 승진을 기대할 만하다.

2021-01-18 05:00:00

[야고부] 망상 장애

[야고부] 망상 장애

망상(妄想) 장애는 현실 판단력의 장애로 인해 망령된 생각이 생기는 정신병적 질환이다. '망상은 논리적인 설명으로 바로잡을 수 없을 정도의 잘못된 믿음이나 생각'으로 사전은 정의한다. 이런 망상 장애의 원인 중 하나로 사회문화적 요인을 꼽을 수 있는데 낯선 환경이나 문화와 맞닥뜨렸을 때 고립감·소외감 때문에 망상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망상을 서로 공유하는 공유 정신병적 장애도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최근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의 '한국 문화 가로채기'는 거의 망상 장애 수준이다. 뜬금없이 김치나 한복, 태권도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우기는 것도 모자라 이를 비판하면 "무식하다" 비아냥대는 꼴까지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런 황당한 소동은 국수주의에 빠져 있는 일부 중국 청년들의 문제나 망상 수준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과 관영 매체, 어용 지식인까지 가세한 '공유 과대망상 장애' 수준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최근 장쥔 UN 주재 중국대사가 SNS에 김장 사진과 함께 뜬금없이 김치를 홍보해 논란을 부른 데 이어 1천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명 유튜버는 직접 김치를 담그고 김치찌개까지 끓이는 영상에 '중국 음식' 자막을 달았다가 큰 논란을 불렀다. 그러자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는 SNS 계정을 통해 "한국 네티즌들의 비난은 부족한 자신감이 원인이며 피해망상을 낳을 뿐"이라고 대거리를 했다.김치는 피자나 퐁듀, 과카몰리 등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즐기는 음식이다. 하지만 김치를 먹고 만드는 모든 사람이 그들처럼 엉터리 주장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중국인들은 천연덕스럽게 "한국 문화는 중국에서 기원했으니 모두 중국 것"이라고 우긴다. "손흥민은 손오공의 후예"라고 내뱉을 정도니.중국인들이 어설프게 김치 담그기를 흉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우리가 직접 체득한 문화적 경험과 전통, 맛의 미학까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다. "김치는 중국 것"이라는 억지는 한마디로 '메이드 인 차이나 과대망상'이다.

2021-01-16 05:00:00

[야고부] 최면술 통치

[야고부] 최면술 통치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작년 한 해에만 100조5천억원을 가계가 은행에서 빌려 썼다. 2004년 집계 시작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IMF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100.6%다. 영국(87.7%), 미국(81.2%), 일본(65.3%)은 물론, 선진국 평균(78%)과 세계 평균(65.3%)에 비해 매우 높다. 왜 이처럼 어마어마한 빚을 끌어다 썼을까.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은 더 올랐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부지런히 일하고, 알뜰히 저축해도 집값은 자고 나면 올랐다. 아무리 아끼고, 열심히 벌어도 오르는 집값을 따라잡을 길이 없다. '일개미' 삶으로는 내 집 마련은커녕 점점 변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 세상이 변하는 바람에 내 처지가 궁색해지는 것이다. '일개미'가 거액의 빚을 내 '동학개미'로 나서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까닭이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은 11억2천481만원으로 하위 20%(675만원)보다 11억1천800만원 이상 많았다. 상위 20%의 순자산은 2017년 9억4천670만원에서 계속 늘어 2020년 18.8% 증가한 반면, 하위 20%는 950만원에서 더 줄었다. 또 '순자산 5분위 배율'은 166.64배로 2019년(125.60배)보다 41.04배 포인트 올랐다. 5분위 배율이 클수록 자산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폭등과 고용 한파로 이 배율은 매년 상승했다.좋은 말. 가령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로 풀리는 매듭들이 있다. 가족 간, 친구 간 마음의 빚이나 소소한 앙금은 그런 말로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배부르다'고 천만 번 외친다고 사흘 굶은 사람의 배고픔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자기최면으로 시간만 보내다가는 사망에 이르기 마련이다.문재인 정부는 애당초 현실의 실체를 개선할 실력이 없었다. 그래서 실체를 개선하는 대신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오직 그럴듯한 말뿐이었다. 과학과 통계가 아니라 최면술로 3년 8개월 내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그 결과가 작금의 양극화, 고용 한파, 집값 폭등, 자영업 폭망, 세금 폭탄이다.

2021-01-15 05:00:00

[야고부] 문재인의 환상

[야고부] 문재인의 환상

2차 대전 발발 직전 영국과 일본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만든 환상에 사로잡혀 적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영국부터 보자. 1938년 영국 정보부는 국경에 배치된 독일 공군력이 영국의 두 배이며 향후 독일의 항공기 생산도 영국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각에 보고했다. 내각은 이 정보를 토대로 개전(開戰) 첫 두 달 동안 영국 국민 60만 명이 희생될 것으로 예측했다.그러나 독일의 실제 공군력은 영국보다 60% 높은 정도였고 예비 전력은 더 약했다. 또 독일은 독립적인 폭격을 위한 항공 전력도 없었다. 독일 공군은 오로지 지상군과 합동 작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1939년이 지나면서 영국의 항공기 생산은 독일을 앞질렀다. 또 전쟁 기간을 통틀어 독일의 폭격으로 죽은 민간인은 6만2천 명이었다.이런 오판을 두고 영국 역사학자 A. J. P 테일러는 "영국인들은 스스로 만든 환상으로 벌벌 떨었다"고 했다. 그 논리적 귀결이 히틀러를 달래 전쟁을 피해 보자는 '유화정책'이다.반면 일본은 미국의 국력을 너무나 잘 알았다. 진주만 기습 전 주미 일본 대사 노무라 기치사부로(野村吉三郞)의 보좌관 이와쿠로 히데오(岩畔豪雄)를 통해 입수한 미국과 일본의 생산력 차이는 '강철 20:1, 석유 100:1, 석탄 10:1, 항공기 5:1, 선박 2:1, 노동력 5:1, 전체 10:1'이었다. 1905년 쓰시마 해전에 대위로 참전했으며 개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에게 이기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했다는 미즈노 히로노리(水野廣德)는 1929년 '일본은 전쟁할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였던 것이다.그럼에도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의 미국 함대를 기습했다. 그 근저에는 전쟁 초반에 미국의 기를 꺾어 놓고 버티면 자신들이 요구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강화(講和)에 응할 것이라는 착각이 있었다. '진짜'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문재인 대통령도 똑같다. 대화와 협력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올해 신년사는 이를 재확인해 준다. 김정은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잠수함, 극초음속 미사일, 전술핵을 개발하고 무력으로 통일을 하겠다고 협박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비대면 대화'까지 제의하며 '대화' 타령만 했다. 얼빠졌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은 '무개념'이다.

2021-01-14 05:00:00

[야고부] 담장 밖에 나온 도서관

[야고부] 담장 밖에 나온 도서관

300년 전, 1721년 낙육재(樂育齋)라는 건물이 대구읍성 남문 밖 오늘날 대구 중구 남산동 옛 동산양말공업사 터 일대에 들어섰다. 경상도 최초 관립(官立) 성격의 도서관을 겸한 인재 양성소였다. 경상감사 조태억이 당시 소외됐던 영남의 문풍(文風)을 떨치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세웠다. 경상도 71고을 인재를 뽑아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마음껏 책을 읽고 공부하도록 했다.뒷날 일제 간섭으로 1906년 문을 닫을 때까지 185년을 이은 낙육재 재산 일부는 대한제국 시절 옛 협성학교 설립에 쓰였고, 협성학교는 오늘날 경북고의 전신인 관립 대구고등보통학교 재정에 보탬이 됐다. 이런 역사의 낙육재는 암흑기를 거쳐 지난 1990년 대구향교 안에 재건돼 옛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엄선된 교육생이 몰린 낙육재에는 영조와 순조가 선물한 귀한 서적에다 사들인 도서를 두루 갖춘 곳이었으니 배움에 목말랐던 경상도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지식 보급의 샘 같았다. 450여 명의 교육생이 남긴 글과 문집도 여럿이었으니 낙육재는 그야말로 영남 고을마다 지식을 전파하는 전령 역할도 했다.한때 장서각 비치 도서는 1천397책에 이르렀고, 구한말에는 1만 권쯤 됐다. 낙육재의 공부 분위기와 서책 수요로 대구에서는 인쇄물도 잇따라 발간됐다. 뒷날 대구의 앞선 인쇄 문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과거 풍미한 관립 도서관 역할의 낙육재 소장 서책 일부는 지금도 대구시립도서관에 남아 옛날을 엿보게 한다.이런 학문과 교육의 도시 대구에는 도서관이 많다. 뭇 학교 시설에다 행정기관과 민간단체 운영 도서관도 숱하다. 특히 대학 도서관은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장서량 350만 권을 자랑하는 경북대 도서관이 그렇다. 국내 모든 대학 가운데 서울대 다음이라니 놀랍다. 국립대학 도서관인 만큼 300년 전 영남의 첫 관립 도서관 낙육재에 견줄 만하다.마침 본지는 올 1월 9일부터 매주 한 차례 대학 도서관을 재발견하는 기획물을 선보이고 있다. 대학이 가진 장서뿐만 아니라 대학 사회에 갇힌 뭇 지식 자산이 대학 담장을 넘어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 지역사회 기여와 함께 대구경북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350만 권, 담장 안에 그냥 두기 아깝지 아니한가.

2021-01-13 05:00:00

[야고부] 도시농부와 호박

[야고부] 도시농부와 호박

농업인이 된 지 6년째다. 기자 본업이 있기에 형식적인 농부에 머무르다 지난해부터 밭을 왔다 갔다 하며 나 나름 농부 행세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인임을 앞세워 경남 양산에 사저를 짓기로 했듯이 사이비 비슷한 농부들이 꽤 있는 것 같다.돈을 버는 목적의 농부가 아니기에 아직 속은 편하다. 속을 타게 하는 건 전업 농부가 되기를 유혹하는 나무와 풀이다. 문전옥답이라도 버려두면 금방 풀밭이나 산으로 변한다.이렇게 되는 것이 두려워 병충해에 강한 나무를 심고 텃밭을 일구었다. 모든 작물이 변화무쌍함을 자랑하며 초보 농부를 놀라게 하지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건 호박이다.친구가 씨를 뿌린 호박은 손댈 게 없었다. 나무와 울타리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뻗어 나가며 잎을 달고 꽃을 피웠다. 잎과 열매는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먹을거리를 제공했다.초기에 달리는 애호박은 수확물의 일부이며 가을 태양을 먹고 탄생한 늙은 호박도 전부가 아니다. 자고 나면 달리는 가을 애호박이 절정의 수확물이다.호박이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한순간 사라짐이다. 가을 첫서리에 줄기와 잎, 열매가 폭삭 말라 죽은 것이다. 1년생 식물의 한계임을 알지만 서리 맞은 호박의 처참함이 머리를 맴돈다.인간은 긴 삶을 산다. 불꽃처럼 살며 발자취를 남긴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질긴 운명을 마주한다. 행복의 순간은 짧고 긴 질곡 속에 신음하는 게 다반사다.코로나19가 각박한 세상을 더 험난하게 하고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가까운 이들도 있다.건강한 사람들의 생활도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단조로워진 생활 방식에 마음은 쪼그라들었다. 아파트, 주식 가격에 노심초사하며 정치판을 비웃는 게 일상이 됐다.호박의 기세를 단번에 꺾은 서리처럼 코로나19도 뭔가에 의해 잠재워질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보급되는 백신이 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자신의 위치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시 농부의 삶은 장점이 많다. 주말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농촌 생활은 불편하지만 자연 속에는 자유로움이 있다.

2021-01-12 05:00:00

[야고부] 인공지능의 거짓말

[야고부] 인공지능의 거짓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는데 요즘엔 기기들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그렇고 스마트폰에 탑재된 '어시스턴트' 프로그램들을 실행해 보면 실없는 농담과 유머를 나눌 정도로 진화했다.챗봇(chatter robot)의 발전도 눈부시다. 챗봇은 문자 또는 음성으로 대화하는 기능이 있는 채팅 프로그램을 말한다. 지난해 말 출시된 챗봇 '이루다'를 예로 들어 보자. 이루다는 실제 연인들이 나눈 대화 데이터를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으로 학습했는데 그 데이터 양이 무려 100억 건이라고 한다. 진짜 사람이 들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수다 떨기가 가능하다고 한다.하지만 매사에 나쁜 쪽으로 머리 굴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루다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개발사 측이 성적 대화를 금지어로 정했지만 이곳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우회스러운 표현으로 필터링을 뚫으며 이루다와 음란스러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루다 노예 만드는 꿀팁' 등의 게시글을 공유할 정도라고 하니 혀가 내둘러진다.인공지능이 객관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어떤 정보를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똑같은 인공지능을 둘로 나눠 하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다른 하나는 무작위 유튜브 영상을 두 달간 보게 한 실험이 국내에서 있었다. 그 후 대화를 나눴더니 전자는 예절 바르고 순수한 동심을 담은 답변을 했다. 반면, 유튜브로 학습을 한 후자는 공격적이었고 퉁명스러웠다. 심지어 "엄마를 사랑하냐"는 물음에 "사랑을 강요하지 말라"며 짜증을 냈다.모든 면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하는 시대의 벽두에 우리는 서 있다. 인공지능이 작곡한 교향곡과 사람이 쓴 교향곡을 비교해 듣게 했더니 감상자들이 인공지능 교향곡을 선호하더라는 실험 결과가 있을 정도다. 최신 인공지능은 거짓말도 하고 '신을 믿는다'는 답변도 한다. 위 사례들은 인공지능 또는 알고리즘에 대한 화두를 인류에게 던진다. 인공지능 여명의 시대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함은 물론이다. 잘못하다가는 유튜브로 학습한 인공지능처럼 인류에 적대적인 '괴물'이 대거 등장할지 모를 일 아닌가.

2021-01-11 05:00:00

[야고부] 윤석열 대망론 2

[야고부] 윤석열 대망론 2

이 난(欄)에 '윤석열 대망론'이란 제목의 글을 쓴 것이 작년 1월 13일이었다. 1년이 흐른 지금 윤석열 대망론이 '대세론'으로까지 커졌다. 일부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30%를 넘었다. 이재명, 이낙연 두 사람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30%를 돌파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맹위를 떨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운 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때문이다. 추 장관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윤 총장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 작년 6월 10%대로 진입했다. 윤 총장 몰아내기가 절정이던 작년 12월 지지율이 20%대로 수직상승한 뒤 단숨에 30%로 올라섰다.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윤 총장이 1위를 차지한 것과 같이 눈여겨봐야 할 것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문 정권의 국정 실패와 내로남불에 실망한 민심(民心)이 윤석열·안철수라는 '그릇'에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껏 국민의힘은 그릇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정권 심판을 넘어 정권 교체 주장까지 쏟아지는 민심을 제대로 담아낼 그릇이 생겼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더불어민주당에서 '윤나땡'이란 말이 돌았던 적이 있다. 대선에 '윤석열 나오면 땡큐'라는 뜻이다. 윤 총장 지지율이 30%를 돌파한 이후엔 이 말이 더는 안 나오는 것이 흥미롭다. 국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문 정권에 땡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자유민주 진영에 마땅한 구심점이 없던 차에 윤석열이란 민심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준 정권에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일부에서 윤 총장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고건 전 총리에 비유하지만 이회창 전 총리에 더 가깝다.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감사원장·총리에 발탁됐지만 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총리직을 내던진 이 전 총리와 닮았다. '대쪽'과 '강골 검사', 두 사람 이미지도 비슷하다. 어느 정치평론가는 둘은 스스로 정치적 에너지를 쟁취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7월 임기가 끝나는 윤 총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매우 궁금하다.

2021-01-09 05:00:00

[야고부] 선교에서 방역 교회로

[야고부] 선교에서 방역 교회로

1920년 1월 6일, 경북 안동에서는 기독교인 모임인 제8회 조선예수교장로회 행사가 열렸다. 이날 모임에서는 1919년 대구경북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의 영향을 살핀 시찰 보고서가 제출됐다. 보고서를 통해 대구경북 교회는 268개(1920년 11월 6일 현재)로 나타났다. 이는 3·1만세운동 이전 100개 이내에 비해 무려 2.5배가 는 숫자였다.('대구제일교회 100년사', 2004년)이는 동산병원 의사 출신인 전재규 전 대신대 총장이 지난 2003년 펴낸 '동산병원과 대구 3·1독립운동의 정체성'이란 책 내용과도 통한다. 그는 책에서 "3·1운동 이후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와 대구의 교회는 급성장했으며 불신자들 중에도 기독교 학교나 교회 건축에 거금을 기부하는 사례가 흔히 생겨났다"며 "1923년을 전후해 4년여간 112개 교회를 세웠다"고 기록했다.대구의 기독교는 1893년 약전골목 옛 제일교회 터에서 전도 활동을 시작하며 1899년 오늘날 동산병원의 출발인 제중원(濟衆院)의 문을 옛 교회 터에 열어 의료선교 활동으로 세를 불렸다. 여기에 3·1운동으로 지역민 관심과 기부까지 겹쳤으니 교회를 '마치 태양계에 별들을 심어 놓듯 병원을 중심으로 원근에 끊임없이 많이 세웠'고 '이 고장에 뿌리를 내린 원동력이 되었다'.일제강점의 암흑기 때, 특히 3·1운동에 대한 탄압이 엄혹하던 당시 교인의 헌신과 희생 등으로 컸던 역사 배경을 가진 대구경북의 기독교 역사였다. 이후에도 교회는 곳곳으로 퍼졌고 2020년 현재 대구에만도 1천600개 교회에 교인도 30만 명(대구기독교총연합회 회원 교회 기준)에 이를 정도의 교세를 자랑한다. 100년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이런 대구경북의 교회가 요즘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2월 대구를 덮친 코로나19 이후 3차 대유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교회가 전염병 전파에 직간접 관련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급기야 올 들어 지난 5일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최원주 회장이 "너무나 죄송하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교회와 교인을 대신해 사과까지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괴질과의 전쟁에서 힘들지만 지난날의 자랑스러운 선교 성공의 역사를 가진 교회로서 새로운 방역 성공의 기록을 남기는 모습을 새해 소망해 본다.

2021-01-08 05:00:00

[야고부] 가슴으로 낳은 아이

[야고부] 가슴으로 낳은 아이

입양은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일'이라고 했다. 자기 자식 키우기도 힘든 세상인데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기가 어디 쉬운가. 입양아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가 자신과 혈연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상실감에 빗나가거나 친부모를 찾으려 할 수 있다. 그때도 사랑으로 껴안는 것이 입양이다.2015년 7월 "입양한 아이를 파양하려고 한다"는 글이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 올랐다. 결혼 후 8년 동안 임신이 안 돼 두 살 난 여아를 입양했는데 3년째 아이를 키우던 중 임신이 되어 친자식이 생기고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양부모 밑에서 입양아가 행복했을 리 만무하다.하지만 이 경우 파양(罷養)은 불가능하다. 양부모와 입양아 사이에는 자연 혈족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민법은 파양 조건을 엄격히 제한한다. ▷양부모가 양자로부터 아주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양자를 학대·유기하는 경우 ▷양부모나 양자의 생사가 3년 넘게 분명하지 않은 경우 ▷부모 자식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중대 사유가 있을 때에만 파양이 허용된다.하지만 입양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 듯하다. 나중에 친자녀가 생기자 입양아를 천덕꾸러기 취급하거나 돌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하거나 부모가 될 자세가 안 된 사람이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겠다며 아이를 입양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이는 아이를 애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친자녀의 놀이 상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 입양을 고려하는 사례도 있다 하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정인 양 학대 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눈웃음이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16개월 아기가 겪은 반인륜적 학대 앞에서 국민 가슴도 무너져 내렸다. 어린 정인이가 받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 대개 그렇듯 이 사건에서도 우리나라 사회 안전망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인 양 사건은 입양 및 아동학대에 관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점을 일깨웠다. 천국에서는 정인 양이 예쁜 반달눈 웃음 되찾기를 두 손 모아 빈다.

2021-01-07 05:00:00

[야고부] ‘우주의 기운’이라고?

[야고부] ‘우주의 기운’이라고?

인간은 주변 상황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하는 자기기만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히틀러가 그랬다. 집권 전부터 1945년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대략 42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으나 히틀러는 무사했다. 1944년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폭탄 암살 시도(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국내에도 개봉된 '작전명 발키리'이다)가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았으나 이때도 자상(刺傷)과 타박상을 입는 데 그쳤다. 히틀러는 이런 행운의 연속을 "나를 인도하여 나의 사명을 완수하게 하는 섭리의 손이 도왔다"고 해석했다.이런 자기기만은 패망을 앞둔 1945년 4월 12일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유감없이 발휘됐다. 히틀러는 이를 오스트리아-프랑스-작센-스웨덴-러시아와 프로이센-하노버-영국이 맞붙은 7년 전쟁 중 1762년 러시아 엘리자베타 여제(女帝)가 사망한 것과 같은 기적이라고 굳게 믿었다.엘리자베타를 이어 황제가 된 표트르는 프리드리히 2세의 열렬한 찬미자였는데 즉위하자마자 프로이센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반(反)프로이센 연합이 해체되고 프리드리히 2세는 패전 위기에서 벗어났던 것이다.히틀러는 루스벨트의 사망이 이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군수 장관 슈페어에게 큰소리쳤다. "보라고!…내가 항상 말했던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누가 맞았나? 전쟁은 안 졌네. 읽어봐! 루스벨트가 죽었어!"('히틀러Ⅱ, 몰락 1936-1945' 이언 커쇼) 히틀러에게 루스벨트의 사망은 '섭리의 손'의 재확인이었던 것이다.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공상과학영화 '토르'에서 '우주의 기운'이 강력하게 집중되는 상황 설정을 한반도 상황에 빗대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중된 '대전환의 시기'가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남북 관계가 의도한 대로 풀리지 않자 이제는 '우주의 기운'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까지 늘어놓느냐, '어떻게 장관이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한반도의 미래를 점치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재난영화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한 대통령이나 공상과학영화 속의 상황을 현실의 실제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통일부 장관이나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참으로 기괴한 정권이다.

2021-01-06 05:00:00

[야고부] 왕비의 새해 인사

[야고부] 왕비의 새해 인사

일본에는 '가와이(かわいい·'귀엽다'는 뜻) 문화'라는 말이 있듯이 '귀여움'에 열광하는 특징이 있다. 일본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가와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애쓰며 유능한 여성조차 재능을 드러내기보다는 귀여움을 발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성(性)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작용해 여성의 가정적, 사회적 지위를 낮추게 하고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억제한다.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이 지난해 남녀평등을 지수로 나타내는 '젠더 패리티'(Gender Parity·젠더 공정성)지수를 발표했는데 일본은 0.652(1에 가까울수록 평등)의 수치로 153개국 중 121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108위(0.672), 중국은 106위로 일본과 비슷해 경제 강국인 동북아시아 3국의 여성 지위는 개발도상국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온다. 특히 일본은 처음 실시했던 2006년의 지수 순위가 80위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후퇴했다.일본에서는 아직도 '여자가 무슨 대학 진학이냐' '여자는 집안일에나 신경 써야 된다' 등의 사회적 편견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2018년 일본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을 보면 여성은 50.1%로 남성의 56.3%보다 6.2%포인트나 낮았으며 시골 지역으로 갈수록 그 격차는 더 컸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낮은 경우는 선진국에선 극히 드문 현상이다. 한국만 해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다.지난 1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부인 마사코(雅子) 왕비가 남편과 나란히 앉아 대국민 새해 인사를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왕실 영상을 통해 마사코 왕비는 일왕이 발언한 뒤 힘든 국민을 위로하고 국민의 평온을 기원했다. 30초가량의 짧고 평범한 새해 인사였지만, 왕비가 일왕과 동석해 공개적인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었다.마사코 왕비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결혼 전 촉망받는 외무 공무원으로 일하다 나루히토의 배필로 알려져 세간을 놀라게 했다. 결혼 후 외부와의 자유로운 접촉이 차단된 왕실 생활을 하면서 적응장애와 우울증을 앓았으며 최근에는 차츰 호전됐다고 한다. 마사코 왕비가 일본 왕실의 금기를 깸으로써 일본 사회에 변화의 울림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2021-01-05 05:00:00

[야고부] 베아티투도

[야고부] 베아티투도

친구가 SNS로 새해 메시지를 보내왔다. '코로나 조심하세요. 백신 어렵게 구했어요'라는 글귀와 함께 흰 고무신 한 켤레가 소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진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관심사다 보니 흰 고무신을 백신으로 빗댄 언어유희다. 그런데 '백신'(vaccine)이라는 말이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백신과 소, 흰 고무신이 전혀 맥락이 닿지 않는 엉뚱한 말은 아닌 듯싶다.아직 음력 설까지는 40일가량 남았지만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흰 소띠' 해다. 흰색은 10간(干) 중 경신(庚辛)이 백(白)을 상징한 데서 나온 것이다. 사람이 보기에 소는 '근면하며 우직하고 고집 센'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황소고집이라는 말도 있으나 한편으로 소를 생각하면 여유롭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소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느릿하지만 부지런하고 충직한, 긍정적인 의미다.연휴에 읽은 한동일 교수의 글에서 '베아티투도'(beatitudo)라는 라틴어 단어가 가슴에 와닿았다. 2017년 출간 이후 몇 년 만에 100쇄나 찍은 화제의 책 '라틴어 수업'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말로 '행복'을 뜻하는데 복되다(beo)와 태도·마음가짐(attitudo)이라는 뜻의 명사가 합쳐진 단어라고 한다. 글쓴이는 베아티투도에는 '태도나 마음가짐에 따라 복을 가져온다는 뜻이 담겼다'고 풀이했다.그런데 현실을 되돌아보면 나 자신은 물론 이런 복된 태도나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감정을 우선하고 이념·가치와 충돌하며 생업을 핑계로 제 이익에 눈이 흐려진 사람이 더 많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처럼 위기의 강도가 강할수록 베아티투도와 정반대의 길로 가는 부류가 더 많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속성 때문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까닭에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음을 맞는다'는 로마시대 경구가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지금 우리 눈앞에는 건너기 어려운 코로나 역경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바른 마음가짐으로 복된 시간이 되도록 모두가 인내하고 노력한다면 2021년 한 해도 우리가 뜻한 대로 달라질 수 있다. '베아티투도'를 올 한 해의 화두로 삼고 실천한다면.

2021-01-04 05:00:00

[야고부] ‘문재인일기’

[야고부] ‘문재인일기’

조선 왕들 중 '실록'(實錄)이 아닌 '일기'(日記)란 이름으로 재위 때의 역사가 기록된 왕은 두 명이다. 연산군과 광해군이다. 노산군일기는 숙종 때 단종대왕실록으로 개편됐다. 이들 세 명은 왕위에서 폐위됐기 때문에 애초부터 실록청 대신 일기청을 열어 일기를 편찬했다. 일기란 왕위에서 축출된 임금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옳지 못한 임금을 폐위하고 나라를 바로잡은 반정(反正)을 한 중종과 인조, 나라가 처한 병란이나 위태로운 재난을 평정한 정난(靖難)을 한 세조는 연산군과 광해군, 단종의 역사를 실록이 아닌 일기로 깎아내렸다. 역사는 승자(勝者)의 기록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친문 세력이 태종, 세종으로까지 떠받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들의 눈엔 찬란한 실록을 기록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3년 8개월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혼란과 고통을 당한 국민 눈에는 일기일 뿐이다.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문 대통령의 지난 궤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2017년엔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을 뽑아 문 대통령과 정권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2018년 임중도원(任重道遠·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가 선정돼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을 입증했다. 급기야 지난해엔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로 정권의 내로남불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추세라면 올해엔 더 험악한 사자성어가 등장할 판이다.진중권·서민 등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인사들이 대거 반(反)문재인으로 돌아선 것도 문 대통령의 국정 실패를 단적으로 상징한다. 친문 성향 온라인 카페와 사이트에 문 대통령 비판 글이 올라오고 동조 댓글이 대거 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끔찍한 4년'이란 비판까지 나온 것에 문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지지자들이 태종, 세종이라고 우긴다고 문 대통령이 '훌륭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없다. 국정에서 성과를 내 국민에게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지금껏 일기 쓰기에 그쳤던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실록을 쓰기를 바란다.

2021-01-01 05:00:00

[야고부] 쥐는 지고, 소는 뜨고

[야고부] 쥐는 지고, 소는 뜨고

쥐는 지고, 소는 뜨는 시각이 다가온다. 2020년 경자년 쥐띠 해 달력은 오늘로 접고, 내일이면 2021년 소의 해 달력을 펴게 된다. 올해 쥐는 불운했다. 무슨 악업(惡業)을 지었는지 욕된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쥐는 흑사병 등 전염병 매개체로 소환돼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동양에서 쥐는 지혜의 동물로 해석됐다. 이는 미국에서 만든 영상물처럼 쥐가 고양이를 골탕 먹이는 꾀 많은 동물로 그려지는 점과도 통한다. 이런 긍정적인 모습 말고도 부정적인 의미를 강조할 때 쥐가 등장하니 쥐의 두 얼굴인 셈이다. 특히 들쥐는 특정 인간 무리를 빗대어 낮추는 비유로 쓰이곤 했다.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1980년 주한(駐韓)미군 사령관인 존 위컴이 말했다는 "한국인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그 지도자를 따른다"는 소위 '들쥐론' 같은 거북한 이야기가 그렇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권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된 발언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한국인을 비하한 사례로 손꼽힌다.또 예수를 다룬 올해 출간한 책 '소설 예수'(나남, 윤석철 지음)에도 그런 글귀가 나온다. "유대인들은 말이오, 모두 들쥐예요, 들쥐! 대장 들쥐를 졸졸 따라다니는 들쥐!" 로마에서 파견된 빌라도 총독이 자신이 다스리는, 로마의 통치를 받는 지역에 사는 유대인에 대한 비하였다. 소설이지만 남의 민족을 폄훼하는 들쥐 비유는 위컴 사령관과 다르지 않다.이런 부정적 들쥐 이야기처럼, 코로나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2020년 올해 주인공 쥐의 불행도 이제 해를 지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야말로 쥐 죽은 듯이 숨죽이고 보낸 어수선한 쥐의 한 해였다. 바로 그랬던 우울한 쥐의 해는 내일이면 달력 속으로 종적을 감추고 대신 듬직한 소의 해, 신축년을 맞는다.소 하면, 논에 쟁기 끄는 두 마리 소 가운데 어느 쪽이 힘센지를 묻는 조선조 황희 정승에게 소가 들으니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해 황 정승을 부끄럽게 한 농부의 일화가 떠오를 만큼 단연 일하는 동물의 상징이다. 게다가 성실 근면 뚝심 등 긍정적 요소가 가득하고 죽어서까지 인간을 위한 희생으로 사람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런 소의 해를 맞아 코로나 백신까지 접종되니 쥐의 해에 누리지 못한 몫까지 만끽하길 소원한다.

2020-12-31 05:00:00

[야고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야고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2020년이 저물어 간다. 가는 해 추억을 갈무리하고 새해 설렘이 교차해야 할 거리는 온통 '코로나19 블루'가 드리워 있다. 이 지긋지긋한 역병(疫病)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새해에는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사람 만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던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치명률이 높지 않아 더 위협적이다. 만약 1세기 이전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면 5천만~1억 명의 희생자를 낸 1919년의 스페인독감과 맞먹는 피해를 냈을 것이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인류는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본다. 의학 기술이 진보하고 IT 기술 발달로 모든 이에게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이어서 가능했다. 코로나19는 압도적인 전파력으로 인간 사회의 약한 고리를 공격한다. 개인 건강보다 사회적 관계에 끼치는 파괴력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인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을 일찌감치 구축한 채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다. 과거 역사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적자생존 및 자연도태를 신봉하는 집단면역의 유혹에도 빠지지 않았다.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를 보호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형성했고, 방역에 따른 경제적 피해와 사회 활동 제약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특히, 우리 국민 중 80%가 방역과 인권이 충돌하면 방역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역사를 돌이켜보면 많은 재난과 재앙, 변고가 있었지만 인류는 잘 헤쳐 나왔다. 늘 그랬듯이 인류는 이번에도 답을 찾을 것이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거대한 자금과 기술력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투입됐고 이제 서광이 비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이 잇따라 개발돼 접종에 들어갔다. 치료제들도 국내외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삼각 전선을 구축하면 코로나19가 설 자리는 없다.원래 동 트기 전의 새벽이 가장 춥고 어두운 법이다. 등산에서도 8부 능선, 9부 능선을 지날 때가 가장 힘들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코로나19와 싸우느라 피로가 누적됐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방역에 앞장선 독자 여러분께 따뜻한 위로와 성원을 보낸다.

2020-12-30 05:00:00

[야고부] 1987년 군 복무자

[야고부] 1987년 군 복무자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때 기자는 강원도 철원 DMZ(비무장지대) 수색대대에서 복무 중이었다. 1985년 입대했고, 당시 27~30개월 복무하던 시절이었다.전두환 군사 정권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열기에다 남북한 대결 구도로 인해 군 생활은 빡셌다. 우리 사회가 시위와 진압으로 혼란했기에 북한의 위협을 마주하는 수색대대 생활은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전쟁에 대비해 수시로 걸리는 비상. 한밤 완전 군장으로 GOP(일반전초) 통문 앞에서 대기하며 소나기를 맞거나 함빡 눈을 뒤집어쓴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발가락이 타들어 가는 추위를 이겨내려는 의지도 졸음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크게 다치지 않고 군 생활을 끝낸 건 다행이지만, 30여 년이 지난 아직도 군대 악몽에 시달린다. 가슴에는 구타당한 흔적이 훈장처럼 남아 있다. 인간은 경험한 만큼 사고하며 행동한다. 어떤 훌륭한 사람의 책이나 조언도 몸소 체험한 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일부 '586세력'들의 행태에 같은 시대를 살아온 '586세대'들이 마음이 편치 않음을 호소하고 있다. '586세력'들은 대학 시절 또래 대다수가 두들겨 맞으며 복무할 때 민주화를 내세운 시위 경력으로 군 면제를 받았거나 강제 징집당해 복무했다.이들의 젊은 시절 민주화를 위한 행동과 희생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5·18 광주 등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공로로 받는 보상도 다수 국민은 인정할 것이다.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핵심인 그들의 정신 상태와 국정 운영 능력이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북한과 사회주의 정책을 우선시하는 그들의 정치적 이념과 국정 운영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시민들이 많다.권력의 시녀들이 목숨 걸고 밀어붙이는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가 일반 시민들에게 얼마나 와닿을까 싶다. 코로나19로 국민의 발을 묶을 수는 있을지언정 눈과 귀를 가릴 수는 없다.여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5·18 왜곡처벌법, 대북전단금지법 등에 전율을 느끼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혁명이든 쿠데타이든 일어나면 지지하겠다'는 말까지 나도는 수상한 시절이다.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kgs@imaeil.com

2020-12-29 05:00:00

[야고부] 안중근, 이순신, 예수

[야고부] 안중근, 이순신, 예수

히틀러 숭배는 참으로 기괴했다. 아첨꾼들은 그를 '재림 예수'로 '우상화'했다. 개신교 목사로 히틀러 내각의 종무(宗務) 장관이었던 한스 케를은 "진정한 성령"이라고 했으며, 한 나치당 간부는 "더 위대하고 더 강력한 새로운 그리스도"라고 했다.이런 '신성모독'은 독일 국민의 일상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히틀러 제단'이 공공장소는 물론 개인의 집에도 세워졌다. 불우한 소년들은 히틀러의 이름인 '아돌프'(Adolf)를 세례명으로 받았다. 당시 한 언어학자는 아돌프가 'ath'(신의 행위나 영적 행위)와 'uolfa'(창조주)로 구성된 것이라고 했다.('독재자들', 리처드 오버리)아첨을 위한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다. '아돌프'는 '고귀한 늑대'란 뜻의 독일 고어(古語) '아델볼프'(Adelwolf)의 줄임말이다. 히틀러는 이 어원(語源)을 알고 '늑대'(wolf)를 자신의 상징으로 써먹었다. 히틀러는 2차대전 중 서부전선 지휘소에 '늑대 골짜기', 동(東)프로이센의 동부전선 지휘소에 '늑대 굴'이라는 명칭을 붙였다.레닌과 스탈린 숭배도 마찬가지였다. 레닌 사후 러시아 정교도 가정의 성소(聖所)를 그대로 모방한 '레닌 성소'가 곳곳에 세워졌다. 그리고 예수의 부활·불멸 모티브를 차용해 시신을 방부 처리했다. 그의 장례위원회 이름은 '불멸화위원회'였다.스탈린도 예수처럼 보이려고 했다. 1902년 스탈린과 농민이 대화하는 그림은 좋은 예다. 그림 속의 농민은 예수가 활동했던 때의 히브리인 복장을 하고 있다. 이런 상징 조작이 제대로 먹혔던지 모스크바역(驛)에서 대독(對獨) 전선으로 떠나는 늙은 군인이 확성기에서 나오는 스탈린의 독전(督戰) 연설을 듣고는 성호(聖號)를 긋고 '아멘' 대신 "스탈린!"이라고 외친 일도 있다.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한 맛 칼럼니스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재판부를 비난하며 "골고다 언덕길을 조국과 그의 가족이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도 "자식의 스펙에 목숨을 걸었던 이 땅의 많은 부모를 대신해 정경심 교수에게 십자가를 지운 건가"라고 했다. '문빠'들의 위인 모독은 브레이크가 없다. 안중근 의사와 이순신 장군도 모자라 이제는 예수까지 끌어온다. 예수께서 뭐라 하실지….

2020-12-28 05:00:00

[야고부] 달구벌 종소리

[야고부] 달구벌 종소리

'댕~댕~댕~.'대구의 달구벌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울린 종소리가 있다. 먼저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동화사의 종소리이다. 불교는 신라에 전파된 뒤 고려의 전성기를 거쳐 조선 왕조의 핍박에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 동화사 종소리는 팔공산 골을 타고 고개를 넘어 대구 도심 반월당 아미산 포교당을 통해 널리 퍼졌다.이런 역사를 간직한 동화사 종소리, 특히 해가 질 무렵 동화사 종소리(桐寺暮鍾)는 1949년 대구를 나타내는 8경(景)의 하나가 되기에 이르렀다. 대구에서 한시를 즐긴 사람 182명이 1950년 전쟁 속에서 원고를 모아 이듬해 책으로 남긴 1천456수(首)의 한시에는 대구 8경으로 동화사 저녁 종소리가 빠지지 않았다.당시 대구 사람들은 동화사 종소리를 들으며 '한 번 종소리 울려 퍼지면 모든 근심 소멸되네'라고 읊거나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길 기원했다. 또한 시를 통해 동화사 종소리로 심신을 새롭게 하거나, 세속의 티끌을 씻고, 날마다 생각을 바르게 하며, 어둠에서 깨어나 세상을 밝히기를 빌었고, 그런 세상을 바랐다.동화사 종소리와 함께, 불교처럼 유입된 서교(西敎)를 통한 성당과 교회의 종소리도 달구벌을 적셨다. 특히 도심의 계산성당 종소리는 지금도 울린다. 오전 6시와 낮 12시, 오후 6시에 울리는데 때마다 42차례 타종(打鐘)한다. 성당 종탑 사람이 하루 126번의 종을 치는 셈이다. 그러나 종은 언제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리를 내며 퍼진다.처음에는 '댕~' '댕~' '댕~' 한 번씩 울린다. 이어 세 차례의 타종이 되풀이 반복된다. 그리고 중단 없이 33번의 타종이 계속된다. 이런 한 번씩 3차례 종소리와 세 번씩 2차례 종소리, 33연속 종소리는 오랜 세월 이어온 만큼 도심 성당을 떠올릴 만하다. 이런 타종의 '3'은 성부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예수의 3일 만의 부활과 33년의 삶을 뜻한다는 말도 있다.동화사 종소리는 물론, 계산성당 종소리는 어느 하루 멈추지 않고 울렸겠지만 듣는 이의 마음은 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오늘, 25일 성탄절에도 두 곳의 종소리는 어김없이 널리 울려 퍼지리라. 비록 종소리 듣는 이의 믿음과 마음은 다를지라도 코로나 괴질로 힘들었던 올해, 부디 지친 삶에서 벗어나 평화와 안식을 누렸으면 좋겠다.

2020-12-2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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