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야고부] 여당 폭주의 유혹

[야고부] 여당 폭주의 유혹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브레이크가 없는 것 같다. 국민들이 176석을 밀어줬으니 뭐든지 해도 된다고 믿는 것 같다. 위험한 신념이다.국회 재적 의석 가운데 58.7%를 차지한 민주당은 개헌만 빼면 야당 협조 없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176석 대 통합당 103석은 승자독식 구조인 우리나라 소선거구제가 만들어낸 일종의 '트레킹 에러'다. 21대 총선에서 정당별 투표율은 민주당계 38.7%, 통합당계 33.3%다. 두 정당 득표율 차는 불과 5.4%포인트다.하지만 민주당은 국민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법안마저도 밀어붙이고 있다. 부동산규제법 및 임대차보호법을 예로 들자면 자신들의 정책과 노선을 지지하는 국민들 못지않게 반대하는 국민들도 많은데도 일방통행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조급하게.미래통합당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법안 신속 상정을 막을 수 있는 120석을 확보 못 한 대가를 뼈아프게 치르는 중이다. 의석 분포상 어차피 여당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자기 검열'에 빠져 무기력증까지 보이고 있다. 그냥 언성만 높일 뿐 아무것도 해내는 게 없다.민생 현안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여야 협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당은 토론에 부치자는 시늉만 냈고 야당은 어차피 다수결로 밀어붙일 것인데 토론해서 무엇 하냐며 아예 거부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민의 수렴 창구로서 국회는 전혀 기능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한숨짓게 만드는 국회 풍경이다.의석수를 믿고 협치 따윈 안드로메다로 보낸다는 생각을 민주당이 갖고 있다면 큰코다칠 수 있다. 다수결은 신성불가침의 원칙일 수 없다. 다수결은 만장일치를 이끌어낼 수 없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현대사회가 받아들인 '차선책'일 뿐이다. 다수결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낳는다. 다수 의견이 소수 의견보다 현명하며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리라는 보장도 없다.소수자 권익을 대변하는 정당임을 자처하는 민주당이 첨예하게 이해가 엇갈리는 민생 사안들을 의석수 힘만 믿고 밀어붙이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국민들은 언제든 폭주하는 정치세력을 심판해왔다. 여당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0-08-04 06:30:00

[야고부] ‘불사파 정권’

[야고부] ‘불사파 정권’

영화 '넘버3'의 한 장면. 송강호가 연기한 불사파 두목 조필이 부하들에게 일장 연설을 한다. "너희들, 한국 복싱이 잘나가다가 요즘 왜 빌빌대는지 아냐? 다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옛날엔 다 라면만 먹고도 챔피언 먹었어. 복싱뿐만 아냐. 그 누구야, 현정화도 라면만 먹고 육상에서 금메달을 세 개나 땄다." 한 부하가 겁도 없이 두목의 말에 토를 단다. "임춘앱니다, 형님." 험악한 얼굴이 된 조필이 그 부하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서 말을 이어간다. "내 말 잘 들어! 내가 하늘이 빨간색이다 하면, 그때부터 무조건 빨간색이야.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다. 내 말에 토 다는 사람은 배반형이야, 배신! 앞으로 즉사시키겠어."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배신자'가 아닐까 싶다. 감사원장·검찰총장이란 분에 넘치는 자리를 줬더니 정권을 향해 칼을 드는 배신을 했다는 말이 목구멍을 맴돌 것이다. 최 원장과 윤 총장에 대한 집권 세력의 도를 넘은 공격을 보면 배신자에 대한 응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두 사람은 문 대통령이 발탁해 임명장을 줬다.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극찬하고 감사원장·검찰총장으로 책무를 다해 달라고 하명(下命)했다. "스스로 자신을 엄격히 관리해 왔기 때문에 감사원장으로 아주 적격인 분이다. 잘 부탁드린다."(최재형) "우리 윤 총장님!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란다."(윤석열)최 원장과 윤 총장의 죄(罪)는 문 대통령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을 뿐 그 속뜻을 헤아리지 못한 데 있다. 탈원전 같은 국정 과제를 뒤집으려 하거나 대통령 수족, 나아가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용서받을 수 없는 배신이란 것을 깨닫지 못했다.나라가 난장판이 된 지금 '누가 배신자인가'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책무를 충실히 수행한 최 원장과 윤 총장이 배신자인가. 정권이 출범하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과는 정반대 나라를 만든 문 대통령과 정권이 배신자인가. 정권은 불사파 두목 조필처럼 하늘은 빨간색이라며 폭주하고 있다. 이 정권엔 하늘이 빨간색이라는 주장에 동조하면서 정권 입맛대로 움직이는 감사원장·검찰총장만 필요할 뿐이다.

2020-08-03 06:30:00

[야고부] 먹는 샘물

[야고부] 먹는 샘물

지난달 초 인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처음 발견된 이후 전국적으로 큰 소동이 일었다. 대구경북도 유충 의심 사례가 20여 건 신고됐으나 수돗물에서 발견된 사례는 없고 외부 요인에 의한 5건의 검출 사례가 나왔다.이 때문에 먹는 샘물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생수 판매량이 폭증하고 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 판매도 급증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물 택배가 보편화하면서 온라인 생수 판매량이 1년 전보다 600% 이상 늘었다. 이 추세라면 내년에 국내 음료 시장에서 생수가 커피를 밀어내고 탄산 음료에 이어 두 번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우리 생수 산업의 역사는 수돗물과 깊은 연관이 있다. 국민의 수돗물 인식 악화에 대한 정부의 우려 때문에 생수 시장은 오랫동안 규제를 받았다. 그러다 1994년 '먹는 물' 시판 금지에 대한 위헌 판정이 나오면서 관련 법이 만들어지고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수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1998년 3월 시판을 시작해 20년 넘게 국내 생수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삼다수'의 영광도 알고 보면 수돗물의 풍선 효과다.지난해 우리나라 일반 생수 시장은 약 1조2천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세계 10위권에 근접할 정도로 국내 생수 시장이 급성장했고, 매년 10% 이상 커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생산과 유통에 뛰어든 것이 국내 시장의 몸집이 커진 원인이다.이렇듯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생수 브랜드도 200종이 넘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생수 생산 공장은 전국 66곳에서 61곳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는 생산지는 같지만 제품 이름은 다른, '한 지붕 다가족'이 많음을 의미한다.이런 생수 시장을 지켜보는 환경론자 등 전문가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정된 자원을 너도나도 뽑아 올리다 보니 샘물 고갈에 직면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수원지 인근의 농민에게는 더 현실적인 문제다. 이대로라면 과연 지속 가능한 먹는 샘물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앞선다. 수돗물의 불신이 생수로의 엑소더스를 불렀는데 그 생수마저 불신의 대상이 된다면 다음 선택지는 무엇이 될지 생각해볼 일이다.

2020-07-31 20:24:24

[야고부] 코로나 오소리와 원숭이

[야고부] 코로나 오소리와 원숭이

"원숭이골에는 먹을 것이 많다. 봄의 망개와 덩굴딸기, 여름엔 머루와 다래, 가을 잣 등이 풍성했다. 어느 날 오소리가 원숭이에게 오색 꽃신을 그냥 줬다. 처음 어색했던 꽃신은 편하고 걷기도 좋았다. 신이 헤질 때면 또 공짜 신을 받았다. 이러기를 반복했고, 원숭이는 폭신한 신발 없이 맨발로는 아파 걷지도 못했다. 오소리는 잣을 받고 신을 주었고 개수도 늘자 원숭이는 직접 신을 만들려 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 이윽고 원숭이는 1년 네 켤레 신발 값으로 500개 잣을 달라는 오소리에게 가진 300개를 주고 부족한 잣 대신 오소리 집을 쓸고 개울을 업어 건너기로 했다. 오소리를 업고 내를 건너던 원숭이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기어코 스스로 신발을 만들 것을 다짐한다."코로나19가 덮친 지난 3월 3일 대구에서 세상을 떠난 정휘창 아동문학가가 1968년 펴낸 동화집에 실린 '원숭이 꽃신'의 줄거리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여러 차례 소개돼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정 작가가 동화로 어린이와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뜻은 분명하다. 공짜를 조심하라고.실제 우리는 광복 이후 혼란과 한국전쟁의 피해로 미국 원조를 받았다. 특히 미국의 잉여농산물이 쏟아졌고 밀가루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수입 밀가루로 당장의 허기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입맛은 밀가루에 길들여지고 농산물 생산 지도조차 크게 바꿔 놓았다. 값싼 수입 밀가루가 식탁을 점령하면서 우리밀 생산은 사라졌고 미국산 밀가루 수입은 피할 수 없게 됐다.이런 조짐이 코로나 이후 번지고 있다. 대통령이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그냥 주자고 결정하고 나서 비슷한 일이 다반사이다. 국가가 앞서고 선거로 뽑힌 지도자가 다퉈 돈 푸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공짜 돈을 맛본 국민도 이젠 언제 또 나오려나 하고 있고, 돈 준 이를 자식보다 나은 효자로 여긴다. 벌써 2차 재난지원금 소문에 지급 시기 맞추기에 바쁘다.코로나 이후 쏟아지는 온갖 공짜 세례와 급조된 일자리 창출에 세금이 마구 헛되이 쓰이면서 눈먼 나랏돈을 타낸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까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가 빚어낸 공짜 선물 공세에 대통령부터 단체장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이니, 코로나 오소리와 원숭이의 꽃신 놀이의 끝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

2020-07-31 06:30:00

[야고부] 박지원의 비밀

[야고부] 박지원의 비밀

영국 역사학자 폴 존슨은 1939년 8월 23일 체결된 독소불가침조약(서명자인 나치 독일 외무장관 요아힘 리벤트로프와 소련 외무인민위원회 의장 뱌체슬라프 몰로토프의 이름을 따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이라고도 한다)을 '불가침 조약'이 아니라 "단순히 폴란드 침공 조약일 뿐"이라고 했다.조약의 핵심은 "10년간 서로 공격하지 않으며 한쪽이 제3국의 공격을 받으면 그 국가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공개한 내용이 아니라 폴란드를 동서로 갈라 먹기로 한 비밀 의정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나치는 같은 해 9월 1일, 소련은 9월 17일 각각 폴란드를 침공해 각자의 권역(圈域)을 점령했다. 이후 나치와 소련은 같은 달 28일 '독소 국경 및 우호조약'을 체결해 '분할'을 매듭지었다.비밀 의정서는 꼭꼭 숨겨져 있다가 1945년 독일이 항복한 뒤 연합국이 독일 비밀문서를 압수하고서야 드러났다. 그러나 소련은 1991년 소련 붕괴 때까지 비밀 의정서의 존재를 계속 부인했다.이런 사실은 독일과 소련이 전쟁을 하지 않았거나, 연합국이 전쟁 목적을 '추축국의 무조건 항복'으로 결정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처칠 영국 총리의 '카사블랑카 합의'(1943년 1월)에서 후퇴해 나치와 적당한 선에서 종전(終戰)에 합의하고, 그래서 히틀러 정권이 존속됐다면 과연 비밀 의정서가 햇빛을 보았을까라는 의문을 낳는다.그러나 역사는 아무리 단단히 봉인해도 '시간의 시험'을 견뎌내지 못하고 그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야 마는 비밀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보여준다. 박지원 국정원장의 주도로 현대그룹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5억달러(5천만달러는 현물)를 송금한 '비밀'이 바로 그렇다. 2002년 국정감사에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지원의 비밀'이 견뎌낸 시간은 고작 2년에 그쳤다.그러나 당시 실제 송금액은 5억달러가 훨씬 넘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대북송금특검'이 찾아낸 것이 5억달러일 뿐 실제로는 8억5천만달러 또는 1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3년간 총 30억달러 규모를 지원한다는 '경제협력 합의서'에 박 국정원장이 서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연 박지원의 비밀은 어디까지일까?

2020-07-30 06:30:00

[야고부] 코로나와 대구의 감사

[야고부] 코로나와 대구의 감사

"텔레비전에 엄마가 나왔다." "우리 엄마는 나빠. 우리들이 보고 싶지도 않나 봐."초등학교 2학년 이민준 군은 어느 날 아침을 먹고 TV를 보다 언뜻 엄마 모습이 나오자 외쳤다. 그러나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은 엄마를 보지 못했다. 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산소마스크를 쓴 모습의 엄마가 반가운 마음에 소리쳤지만 동생은 오히려 투정을 부렸다.간호사 엄마는 코로나19가 덮친 대구로 파견되고, 집안일은 할머니가 대신 했다. 민준 군은 '마스크를 오래 쓰다 주름이 생겨 일찍 늙어 버리면 어쩌나' 하고 엄마가 걱정이다. 그러나 동생은 엄마가 보고 싶다며 불만이고, "야, 임마. 엄마는 영웅이야"라고 얘기하는 형에게 꿀밤까지 맞는다.코로나가 진정되던 날, 엄마가 돌아오고 가족은 예전처럼 다시 하나가 된다. 엄마는 할머니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할머니는 엄마와 의사, 대구 시민, 국민 모두의 승리라고 공을 돌린다. 그리고 가족 모두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유지로 코로나 극복을 다짐한다.지난 23일 본사에서 열린 '2020 전국 재난안전수기 공모전' 시상식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청소년부 대상인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서울의 자운초교 2학년 이민준 군 가족의 실화이다. 간호사인 이 군 엄마처럼, 대구를 도우려고 기꺼이 달려온 숱한 의료진의 헌신은 잊을 수 없다.마침 지난 25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서울에서 열린 코로나 자원봉사 의료진 시상식에 참석, 대구 시민을 대표해 큰절을 하며 감사를 전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구로 달려온 2천500명 넘는 의료진에 대한 대구 사람들의 진정 어린 마음을 담아 큰절을 한 셈이다.권 시장의 감사처럼 본사도 올해 7회째 주최한 공모전에 접수된 총 761점 가운데 코로나와 뭇 재난의 극복 경험담과 값진 지혜를 담은 63점을 뽑아 시상하는 한편 이를 수기집으로 펴내 나눠 주고 있다. 또 다른 질병과 재난에 맞설 지혜의 공유로 널리 국민에 보답하기 위해서다.수기집에는 화재나 지진, 풍수해 등의 재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에 얽힌 가슴 아프고 슬픈 사연, 감동 어린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와의 힘겨운 싸움에서 힘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이런 경험의 나눔으로 코로나 극복이 앞당겨지길 빈다.

2020-07-29 06:30:00

[야고부] D10

[야고부] D10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50㎞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샤또 랑부예'는 15세기에 완성된 건축물로 프랑스 정부가 관리하는 85곳의 국가 기념물 중 하나다. 18세기 초반, 루이 16세가 이 성(城)을 보고 첫눈에 반해 반강제적으로 사들인 성이기도 하다. 1896년부터 2009년까지 국가 영빈관과 대통령 여름 별장으로 쓰였다.랑부예 성은 G7 태동의 역사적 무대이기도 하다. 1975년 11월 G6(주요 6개국) 정상회담이 이 성에서 처음 열렸는데 이듬해 캐나다가 참여해 G7 체제로 굳어졌다. G7은 '그룹 오브 세븐'(Group of Seven)의 약자로 국제통화기금이 분류한 주요 선진 경제국들의 모임이다.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태리 캐나다 일본이 현 멤버로 이들 7개국은 2018년 기준 세계 전체 부(317조달러)의 58%, 세계 총생산(GDP)의 46%를 차지할 정도다. 한마디로 G7은 부유한 나라들의 모임이다.'플라자 합의'가 이뤄진 1985년 이전까지 극소수의 관계자를 빼고는 이 회의에서 무엇이 논의되고 결정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경제정책 방향과 국제 정치외교를 다루며 회원국 이권과 위상을 지키는 '이너 서클'로 작용해 온 탓이다. 1998년 러시아가 참여해 G8 체제로 확대됐다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문에 G7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최근 무역 전쟁과 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G7 체제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변화의 조짐은 지난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호주 러시아 인도를 G7 회의에 초청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이 구상은 최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민주주의 국가의 새로운 동맹체 구성'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D10'(Democracies10) 체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D10은 기존 G7에다 한국과 호주 인도를 포함시킨 개념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G7과 G20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깔려 있다.미국의 의도대로 D10 구상이 중국의 패권 전략에 맞설 '민주주의 가치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신념 동맹체'로 발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참여가 거론되고 있고, 자칫 D10이 진영 싸움의 새 발판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걱정도 그만큼 크다.

2020-07-28 06:30:00

[야고부] 사법수도, 대구

[야고부] 사법수도, 대구

대구는 한 시절, '악법'에 따른 가슴 아픈 악연을 간직한 곳이었다. 바로 일제강점기이다. 숱한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가 일제가 '문명'의 이름 아래 만든 각종 악법으로 순국하거나 목숨을 잃은 곳이 대구였다.대구에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생존 애국지사와 독립운동가 후손들, '대한광복회 백산우재룡선생기념사업회'가 지난달 펴낸 책 '묻힌 순국의 터, 대구형무소'는 법에 얽힌 이런 대구의 악연을 잘 보여준다. 책에는 일제 악법으로 대구에서 순국한 180명의 이야기와 대구 사법기관 등을 살피고 있다.한국의 사법을 움켜쥔 일제의 재판은 독립운동에 나선 한국인에게는 그야말로 올가미였다. 당시 서울의 대심원(고등법원)과 서울, 대구, 평양의 공소원(복심법원), 여러 곳의 재판소(지방법원)의 형식적인 3심제는 있으나 마나였다. 일제 입맛대로 마구 사형을 판결, 집행했으니 한국인 희생은 피할 수 없었다.대구의 2심 항소심 법원인 공소원은 저항 한국인에게 사실상 마지막 판결처였다. 3심인 서울의 대심원에서는 대부분 기각으로 끝났으니 2심 법원이 있는 대구에서 수감 대기하던 한국인은 곧바로 사형 집행으로 삶을 마쳤다. 당시 대구의 2심 법원은 경상, 전라(제주도), 충청과 강원도 일부까지 관할했던 만큼 한강 남쪽 독립운동가의 무덤 같은 곳이 대구였다.그렇게 순국한 지사만 180명이고, 이들 외에도 대구 사형 집행자 명단은 숱하지만 순국 지사는 제대로 파악조차 어렵다. 이들 중 176명이 독립유공 서훈을 받았는데, 당시 제1 감옥인 서대문형무소 순국 독립유공자(175명)보다 많다. 특히 서대문형무소 순국 추모 7명이 대구감옥 순국자로 밝혀져 대구가 일제 최대 순국터였음을 알게 된다.일제 사법과 남다른 악연인 대구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이전을 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이 외쳐 눈길을 끈다. 불의(不義)의 악법이 횡행했던 대구에 정의(正義)를 세울 두 기관의 이전은 상징적 새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때 불의가 춤췄고, 숱한 한국인이 목숨을 잃은 대구에 두 사법 지휘부를 옮겨 사법수도에서 정의를 다시 세우는 일, 생각만으로도 벅차다. 정부와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서 사법 지휘부의 대구 이전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리라.

2020-07-27 06:30:00

[야고부] 부도덕한 주장

[야고부] 부도덕한 주장

'철학 이야기' '문명 이야기' 등을 쓴 미국의 윌 듀런트 부부는 1968년 '역사의 교훈'에서 과거 3천421년간 기록된 인류 역사에서 268년 동안만 전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듀런트 부부는 아무런 전거(典據)도 대지 않았으나 미국 역사학자 도널드 케이건이 국내에서도 번역된 '전쟁의 기원'에서 그 주장을 의심 없이 인용했다. 이어 좌파 논객 놈 촘스키와 미국 '아들 부시'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촘스키와 이념상으로 대척점에 있다고 할 딕 체니 등 여러 사람이 그렇게 했다.그 뒤 한스 반 데넨과 베트로 용만이라는 두 네덜란드 학자가 듀런트의 '268년'과 가장 비슷한 수치가 폴란드 금융업자로 군사학에도 관심이 깊었던 이반 블로흐의 저서 '기술적·경제적·정치적 관계로 본 전쟁의 미래'에 있는 것을 알아냈다. "기원전 1496년부터 기원후 1861년까지 3천357년 동안 전쟁은 총 3천130년이었고, 평화 기간은 겨우 227년이었다."듀런트의 '268년'은 십중팔구 이 수치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블로흐도 '원조'는 아니었다. 그는 '227년'이란 수치를 오디세 바로라는 17세기 프랑스 철학자의 '역사철학서한'이란 책에서 얻었다고 한다. 최근 출간된 '전쟁의 미래'(로렌스 프리드먼)에 나오는 내용이다. 프리드먼은 여기서 바로의 '227년'도 믿을 수 있는 수치인지는 '판정'하지 않았다.여기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주장'을 하려면 그 근거를 대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해 진부하기까지 한 '윤리'이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옹호하려고 이순신 장군도 관노(官奴)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고 주장한 네티즌은 무책임을 넘어 부도덕하다.그는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이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을 예고하자 '환영한다'며 이순신 장군이 관노와 잠자리에 들었다는 '해석'은 학계에서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느 학계의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런 해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이순신 전문가인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은 난중일기를 포함해 현존 어느 기록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고 한다.

2020-07-24 22:33:18

[야고부] 조폭과 정권

[야고부] 조폭과 정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민주당은 '정당'이 아니라 '조폭' 비슷해졌다"고 했다. 집권 여당이 어쩌다 조폭(組暴) 소리까지 듣게 됐나. 논란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판하면서 '동지' 운운한 데서 촉발됐다. 이 지사가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밝히자 정 의원은 "혼자 멋있는 척 운동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동지애'를 강조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의원은 공직이다. 공직이란 '동지'가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직을 말한다"며 "동지가 국민을 배반했을 때는 국민을 위해서 그자를 쳐내야 한다. 그게 안 되는 품성이라면 공직이 아니라 조폭을 해야 한다"고 했다.집권 세력을 살펴보면 진 전 교수 지적처럼 조폭과 비슷한 점들이 적지 않다. 진 전 교수는 "김종인 위원장이 2016년 총선에서 조폭의 오야봉 격(이해찬)과 대표 꼬붕(정청래)을 컷아웃시켰던 것"이라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대책을 묻는 기자에게 "XX자식"이라고 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아직도 오야붕(두목) 기질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조폭의 생존 철칙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내 편, 네 편을 확실히 가르는 것이다. 같은 조직원이면 '의리'를 내세워 뭔 짓을 해도 감싸고 배신자에겐 철저하게 조직의 쓴맛을 보여준다. 조국·윤미향·박원순을 비호하고 동지에서 배신자(?)가 된 윤석열을 찍어내려고 혈안인 집권 세력에게서 조폭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조직을 한 번 배신한 '전력'이 있는 추미애 법무 장관은 '행동대장'이 되어 칼춤을 추고 있다.진 전 교수는 민주당 친노·친문을 두고 "조폭 윤리로 무장했다"고 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자 테러를 하는 친문에게서 집단 린치를 일삼는 조폭이 안 떠오를 수 없다.조폭 세계에서 보스(boss)는 절대적인 존재다. 집권 세력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판·쓴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 맹목적인 충성만 보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아닌 지지 진영 보스를 자처하는 언행을 자주 하고 있다. 절대 권력을 갖고서도 만족하지 않은 채 새로운 권력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탐하는 집권 세력, 반대파를 없애면서 영토를 확장하는 조폭.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

2020-07-24 06:30:00

[야고부] 치료비는 자부담

[야고부] 치료비는 자부담

흔히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으로 "치료비는 자부담"이라고 농담을 한다. 그런데 때에 따라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내 입국 외국인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자 농담이 반(半) 진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정부가 외국인에게 코로나19 치료비를 부담시키는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외국인은 여행자나 장기 체류자 등 신분에 상관없이 무상 치료를 받아 왔다. 현재 책정된 외국인 치료비 지원 예산은 1인당 750만원으로 모두 국민 세금이다. 그런데 최근 해외 유입 외국인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자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이달 들어 3주간 검역 과정에서 확진된 외국인은 모두 285명으로 많게는 하루 30명 이상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월 3일 이후 6월 1일까지 약 5개월간 해외 유입 확진자 중 외국인 확진자 비율이 12.6%에 그쳤으나 7월 21일 기준 32%로 근 3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해외 유입 확진자가 지역 확진자를 웃돌자 외국인 치료비 문제를 놓고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정부가 2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3분의 2가량이 외국인에게도 치료비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자국민·외국인 가리지 않고 치료비는 자부담이다. 일본과 대만은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에게만 지원하고,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등은 무상에서 유상 치료로 바꿨다. 무상 치료 국가는 영국과 호주, 스웨덴, 말레이시아 등 8개국에 그쳤다.외국인 치료비 부과를 놓고 찬반 논란도 거세다. 찬성론자들은 많은 나라들이 치료비를 받는데 우리나라가 무상 치료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또 자칫 '한국에서는 외국인 치료비가 공짜'라는 소문이 돌게 되면 한국행을 부추기게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반면 반대론자들은 유상 치료의 부작용을 더 걱정한다. 치료비 부담에 외국인 감염자가 감염 사실을 숨기면서 지역 확산의 빌미가 된다거나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무상 치료'를 우선시하는 국제보건규칙(IHR)을 따르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인권과 외교 문제 등 사안이 복잡한 만큼 신중한 처리가 필요하나 국가 간 형평성 등 다각도의 검토를 거쳐 유·무상 치료 병행 등 개선책을 낼 필요가 있다.

2020-07-23 06:30:00

[야고부] 싼샤댐 붕괴?

[야고부] 싼샤댐 붕괴?

비버는 집을 짓기 위해, 인간은 홍수 조절과 용수 확보, 전기 생산 등을 위해 댐을 만든다. 인류 최초의 댐은 B.C. 2000년쯤 고대 이집트 가라위 계곡에 지어졌지만 이내 무너져 버렸다고 한다.인간이 만든 가장 큰 댐은 브라질·파라과이 국경 파나나강에 걸쳐져 있는 이타이푸댐이다. 높이 196m, 길이 7.37㎞로 나이아가라폭포의 높이 4배, 길이 8배 규모다. 전력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댐은 중국 싼샤댐이다. 높이 185m, 길이 2.3㎞ 크기이며 발전량이 2천250만㎾에 이른다. 2003년 완공된 이후 10년 만에 공사비를 뽑고도 남을 전기를 생산했다고 하니 경제적으로는 성공한 댐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싼샤댐은 걱정거리도 많이 안기고 있다. 댐 완공 이후 후베이성 일대의 기후가 완전히 바뀌었고 동중국해의 염도와 수온이 오르는 부작용이 생겼다. 나사(NASA)의 학자는 290억t이나 되는 싼샤댐 물 때문에 지구 자전이 하루 0.06마이크로초 정도 느려졌을 것이라고 계산했다. 물론 무시해도 상관없는 수치이다.싼샤댐으로 인한 실제적 위협은 붕괴 우려다. 요즘 후베이성 집중호우 여파로 싼샤댐 붕괴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싼샤댐이 무너지면 이창, 우한, 난징, 상하이 등 양쯔강 연안 중국 주요 도시들이 괴멸적인 피해를 입는다. 4억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중국 곡창지대가 물바다가 되며 경제적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중국 정부는 그런 우려일랑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싼샤댐이 100년에 한 번 있는 폭우에도 견디게 설계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상이변이 다반사가 된 요즘이다. 더구나 중국은 역사상 최악의 댐 붕괴 사고를 겪은 바 있다. 1975년 중국 허난성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반차오댐과 하류 62개 댐이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당시 사망자는 22만9천 명에 이른다.반차오댐은 1천 년에 한 번 오는 최대 강수량에 견디도록 설계됐다는데 자연은 인간의 근시안적 대비책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싼샤댐의 현재 수위는 164m로 한계수위(175m)에 바짝 다가섰다. 중국 정부로서는 기청제(祈晴祭·비가 그치게 해 달라는 제사)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2020-07-22 06:30:00

[야고부] 거리두기와 격대(隔代)

[야고부] 거리두기와 격대(隔代)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할아버지로부터 한문을 배웠다. … 암송하지 못하면 사정없는 회초리가 나의 종아리를 향하여 날아들었다. … 내가 싫어하는 사람, 제1호는 할아버지였다. … 항상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상투에다 갓을 쓰고 다니셨다. …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 나는 그렇게 슬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 2016년 중국의 한 일간지 소개에 이어 2017년 중국 베이징대학 출판사에서의 '고급 한국어'에 '매화 그늘을 서성이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경북대 정우락 교수의 글이다. 그는 대학에서 공대에 진학했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다시 국문학을 전공했고, 이후 할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글을 썼다.유림의 삶을 살며 '나는 문명이 싫어!'라며 전기조차 거부한 채 호롱불 아래서 손자에게 회초리를 대 가며 한문을 가르친 할아버지 정재화를 그는 싫어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그의 앞날과 운명을 바꾼 공부는 자신이 택한 공대가 아니라 할아버지에게 매로 배운 한문이었고 삶도 바뀌었다.'나뭇잎이 선홍의 피를 뚝뚝 흘리며 사라져 가던 가을 어느 날 한문 공부를 향하여 다시 눈을 들었'던 그는 '달 밝은 밤, 집 사랑 마당 매화 향기가 갑자기 엄습해 오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매화나무 그늘 사이를 서성이던 할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옛 학문을 한다며 세상과 거리를 두며 절연(絶緣)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할아버지의 호된 교육 덕분인지 그는 옛 사람이 남긴 숱한 한문 작품을 한글로 풀어 세상에 내놓았고, 그의 글이 중국 책에까지 실리고 명성도 얻었으니 할아버지를 향한 사무친 그리움은 더할 만하다. 6월 끝 무렵, 생전 할아버지 작품 중 107점과 할아버지를 기린 글을 모아 '후산졸언 시문선집'을 낸 까닭이다.정 교수와 할아버지에 얽힌 가르침과 배움의 이야기는 오늘날 드문 격대(隔代) 교육의 사례가 될 만하다. 마침 대구교육박물관이 6월부터 10월까지 '넉넉한 가르침, 격대 교육'을 주제로 전시 중이다. 동서양 사례 등도 전시한다니, 조손(祖孫) 즉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손녀 사이 이뤄지던 옛 격대 교육을 되돌아볼 기회이다. 코로나에 거리두기가 소환되더니, 교육에서도 거리두기의 격대 교육이 관심이다. 세상 일은 돌고 도는 모양이다.

2020-07-21 06:30:00

[야고부] 백선엽 장군님에게!

[야고부] 백선엽 장군님에게!

백선엽 장군님! 머리 숙여 장군님의 영면을 기원합니다.장군께서는 생전에 전우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그리워하셨다지요. 생사를 함께했던 전우들을 하늘에서 만나 포옹하셨겠지요. 6·25 호국영령들이 많이 잠들어 계신 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으로 모셔 송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를 찾지 않았고 청와대·더불어민주당이 추모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을 두고 전우들이 통분하는 것을 장군께서 "괜찮다"며 오히려 위로하셨을 겁니다.100년 삶을 통해 장군께서는 대한민국에 이바지하셨습니다. 가장 큰 공적은 칠곡 다부동전투에서 승리해 백척간두에 처한 나라를 구한 것입니다. 8천 명 병력으로 북한군 2만여 명의 총공격을 기적적으로 막아냈습니다. "내가 두려움에 밀려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쏴라"고 병사들을 이끈 장군님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영영 사라졌을 것입니다.조국을 위해 헌신한 장군께서는 생을 마감하면서도 국가에 기여하셨습니다. 이 나라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국민에게 일깨워주셨습니다. 어느 변호사는 장군님을 겨냥해 "6·25전쟁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 총을 쏘아서 이긴 공로가 인정된다고 현충원에 묻히는 게 맞느냐"고 했습니다. 남침한 북한군에 대응하지 말아야 했고, 한반도가 공산화되도록 놔뒀어야 했다는 망발입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현충원에 묻힌 6·25 호국영령들의 유해를 옮겨야 할 판입니다.더 큰 우려는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로, 미국이 참전한 바람에 우리 민족끼리 하나의 국가를 세울 기회를 날렸다고 여깁니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기류가 팽배하고 있습니다. 간도특설대 근무를 꼬투리 잡아 국가보훈처는 안장 다음 날 장군님을 '친일 행위자'로 공개 낙인을 찍었습니다. 이 나라가 다부동전투 당시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했습니다.그나마 청년들이 정부 대신 장군님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차리고, 수만 명이 추모한 것에서 위안과 희망을 갖게 됩니다. 장군께서 목숨 걸고 지켜낸 자유·민주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더 많은 국민이 깨닫기를 바랍니다. 염치없지만 호국영령들과 함께 장군께서 하늘에서도 이 나라를 계속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0-07-20 06:30:00

[야고부] 지속 가능한 식습관

[야고부] 지속 가능한 식습관

'루저'(Loser)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재산이나 학력, 신체 조건 등이 사회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남자 키를 예로 든다면 한국 여성이 보는 루저의 기준은 180㎝이다. 이를 밑도는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농담도 돌았다.징병검사 대상자 평균 키 통계를 보면 180㎝ 이상은 10% 정도다. 170㎝ 이하가 무려 30%다. 매년 30여만 명의 대상자 평균 키를 봐도 173~174㎝를 오락가락한다. 2009년과 2011년의 평균 173.9㎝는 역대 최고치로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편이다. 유전자 영향에다 식성, 좋은 영양 상태가 그 배경이다.구한말 조선인 식성에 대한 기록과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방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밥심'과 '대식'(大食) 습관에 대한 것이다. 샤를 달레 신부는 "조선 사람의 가장 큰 결점은 대식이다. 식탐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는다"고 지적할 정도였다.'조선의 생태환경사'를 쓴 교원대 김동진 교수는 "소고기가 뇌물로 널리 쓰였다는 기록을 볼 때 조선시대 고기 소비량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1천600만 명 인구에 소 사육량이 100만 마리로 현재 5천만 인구에 약 330만 마리와 맞먹는 수준이다. 조선시대 소고기 소비량을 넘어선 때가 1995년이라는 사실도 놀랍다.전 세계 인구가 현재 한국인이 먹는 음식량 수준을 감당하려면 2050년에 지구가 몇 개 더 있어야 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노르웨이 한 비영리단체가 최근 펴낸 '미래를 위한 식습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의 음식 소비 수준을 기준해 77억 명이 먹을 음식을 생산하려면 2050년에 지구가 2.3개 필요하다는 것이다.미국이나 프랑스, 독일처럼 음식을 소비하면 각각 5.55개와 5.02개, 3.36개의 지구가 더 있어야 한다. 주요 20개국 중 1인당 음식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나라는 인도(0.8개)와 인도네시아(0.9개)뿐이다. 중국은 1.77개, 일본은 1.86개였다. 한국도 G20 전체에서 평균치 이하의 음식 소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절제된 음식 소비가 필요한 때다.

2020-07-18 06:30:00

[야고부] 영혼 끌어모아 집 사기

[야고부] 영혼 끌어모아 집 사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영끌 대출'이 있다고 한다. '영혼까지 팔아서라도 대출을 끌어당겨 똘똘한 아파트 한 채를 사야 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저축성 보험상품 해지, 보험 약관대출 등 모든 재원을 다 그러모아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다.하지만 요즘 대한민국에서 영혼은 끌어모을 수 있을지 몰라도 대출은 언감생심이다. 실수요자라 할지라도 집을 사기 위한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갭투자 투기꾼을 잡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출 옥죄기가 엉뚱하게도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사다리마저 걷어치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새 정책이 나오면 시장 참여자들은 빈틈과 허점을 찾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책은 부작용을 수반하게 돼 있다. 책상머리에서 머리만 굴리는 관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를 따라갈 수 없다. 임상 실험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신약이 '사이드 이펙트'(부작용)를 낳듯 설익은 부동산 규제책은 투기꾼을 잡기보다 실수요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유동성 과잉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을 특효약이 마땅찮다는 점은 이해되지만, 정부가 전가의 보도인 양 무분별하게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 예로 7·10 부동산 대책 중에 종합부동산 보유세를 현행 3.2%에서 최대 6%까지 인상한다는 내용을 보자. '세금 폭탄' 논란이 빚어지자 여권의 한 정치인이 해명을 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6% 종부세에 해당되는 사람은 전국 20명에 불과하므로 세금 폭탄론은 과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고작 20명한테 적용될 정책을 그리 요란스레 내놓았다는 것 아닌가. 이건 정책 낭비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때 "집값은 잡을 자신이 있다"고 호언했다. 현 정부 들어 발표한 부동산 대책만 22번이다. 투기가 잡혔냐 하면 그도 아니다. 규제로 묶고 세금 높이고 대출 옥죄는 등 땜질식 처방을 마구 갖다 붙였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의 아파트값은 무려 45%나 올랐다. 명의(名醫)는 단 한 번의 집도(執刀)로 수술을 끝낸다. 칼질 여러 번 하는 것은 조폭이나 하는 행동이다. 정책 내놓을 때는 제발 숙고 좀 하길 바란다.

2020-07-17 06:30:00

[야고부] 비겁한 자살

[야고부] 비겁한 자살

구 일본군의 야전 지휘관은 전투에서 패배하면 대부분 자살했다. 후퇴해 전투력을 보강한 뒤 다시 적과 맞설 여건이 돼도 그렇게 했다. 태평양전쟁 지상전에서 일본군이 처음으로 미군에 패배한 과달카날 전투에 가장 먼저 투입된 이치키 지대(支隊)의 지휘관 이치키 기요나오(一木淸直)가 그런 예다. 그는 이미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한 미군에 두 번이나 이른바 '반자이(萬歲) 돌격'을 감행해 부대를 궤멸로 몬 끝에 부대기를 불태우고 자결했다고 전해진다.이는 일본군에게는 명예로운 것이지만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경험 많은 장군이 할복할 때 그의 전문 지식은 함께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살육과 문명', 빅터 데이비스) 미국다운 실용주의적 해석이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살이 무능(無能)을 덮어 버리고 자살이 드리우는 '아우라'만 취하려는 무책임한 이기주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전후 일본의 독직(瀆職) 사건 때마다 터져 나온 자살도 '무책임'이란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1976년 록히드 사건 때 뇌물을 실어 날랐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운전기사가 자동차 배기가스를 마시고 자살했고, 1988년 리쿠르트 사건 때는 다케시다 노보루(竹下登) 전 총리의 전직 비서가 손목 동맥을 잘라 생을 마감했다. 1999년에는 파산한 일본 장기신용은행의 수석 부은행장이었던 우에하라 다카시(上原降)가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목을 매 자살했다.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자기의 '보스'나 '조직'은 보호했겠지만 진실을 묻어 버림으로써 일본 사회가 더 선진화할 기회를 틀어막았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이들의 자살은 극히 소아적(小我的) 행위라는 것이다.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자살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평소 자임해 온 대로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면 자살하지 말아야 했다. 살아서 진실을 말하고, 피해 여성에게 물적·정신적으로 사죄하고, 공인(公人)으로서 사회 전체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자살은 '비겁'이란 단어를 피해 갈 수 없다. 플루타크는 '영웅전'에서 이런 잠언(箴言)을 남겼다. "자살은 명예를 빛내기 위해 해야 할 일이지, 해야 할 일을 회피하기 위한 수치스러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20-07-16 06:30:00

[야고부] 조국 ‘동급’ 김현미

[야고부] 조국 ‘동급’ 김현미

중국 역사상 최초의 국가 하(夏)를 세운 우(禹)는 치수(治水)에 성공한 덕분에 임금에 올랐다. 그의 성공은 역설적이게도 아버지 곤(鯀)의 실패가 밑바탕이 됐다. 곤은 요 임금 명을 받아 치수를 맡았으나 9년이 지나도록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를 거듭한 원인은 치수 방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곤은 강둑이 터지는 대로 막아 나갔다. 큰비가 오면 강둑을 더 높이는 것이 그가 한 치수법이었다. 하지만 백성들만 수고롭게 할 뿐이었고 홍수가 나면 강둑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곤은 치수 실패로 단죄돼 우산으로 추방돼 그곳에서 죽었다.농경시대 최고의 민생이 치수였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민생은 부동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고까지 했다. 치수에 실패한 곤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빼닮았다. 공급 대책은 등한히 한 채 규제 위주의 대책을 22번이나 남발한 김 장관, 수로를 따로 파서 홍수가 빠져나갈 통로를 만들지 않고 강둑만 높인 곤.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치중한 것이 똑같다. 집값 폭등을 불러와 국민에게 고통을 준 김 장관의 죄는 곤보다 가볍지 않다.야당은 물론 여권 일부에서 김 장관에 대해 교체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부동산 문제를 인사보다는 정책을 보완·강화하는 쪽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교체되지 않으면 2개월 뒤 김 장관은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벌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꼴이다.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이 벌어지는데도 문 대통령이 김 장관을 경질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떠오른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주문하면서 오히려 힘을 실어줬다. '경제부총리 패싱론'이 나온 것은 물론 김 장관의 경제부총리 또는 국무총리 영전설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에게 김 장관은 조 전 장관과 동급(同級)인 것 같다.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장관을 내치지 못한 뒷감당은 오로지 문 대통령이 져야 한다. 제갈량은 울면서 마속(馬謖)의 목을 베 군율을 세우고 평등·공정·정의를 실천했다. 읍참마속을 못 하는 것도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2020-07-15 06:30:00

[야고부] 죽음 앞의 모자(帽子)

[야고부] 죽음 앞의 모자(帽子)

유명 인사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도 그랬다. 여권 신장 운동으로 사회 활동을 시작해 3선 서울시장에 오른 그가 성추행 고소에 휘말리며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할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박 시장을 고소한 여성은 13일 대리 기자회견을 통해 박 시장으로부터 4년 동안 성적 괴롭힘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샘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놨습니다." 대한민국 법의 심판을 받고 사과를 받고 싶었다는 이 여성의 바람은 이룰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이 여성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2차 가해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박 시장 조문과 관련해 논란이 뜨겁다. 빌미는 서울시가 자초했다. 박 시장은 유서에서 "화장을 해서 고향 부모 산소에 뿌려 달라"고 했다. 18년 전 생전 유서를 통해서도 "내 부음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게 좋겠다. 신문에 내는 일일랑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 그의 유지대로 장례는 가족장(葬)으로 단출하게 치르는 게 옳았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장례를 대대적으로 치름으로써 나라를 갈등과 증오에 휩싸이게 만들었다.사람의 삶은 단편적 요소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 공과 과에 대한 판단에도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고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우리 사회는 '판단'을 서둘렀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정치권은 도리어 갈등을 부추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성추행 고소 사건에 사실상 침묵하며 2차 피해를 방조했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조문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사안을 정쟁화했다.어찌 보면 이번 조문 논란은 애도(哀悼)와 추모(追慕)를 구분하지 않아 빚어진 일일 수 있다. 애도와 추모는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이다. 애도는 연민에, 추모는 그리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까운 사람이 타계하면 공과를 떠나 애도를 하는 게 인간의 도리이고, 존경하거나 그리운 사람이 세상을 뜨면 추모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박 시장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예로부터 죽음 앞에서는 모자를 벗는 게 예의"라는 말을 남겼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2020-07-14 06:30:00

[야고부] 수관 기피

[야고부] 수관 기피

나뭇가지가 서로 맞닿지 않고 간격을 두고 자라는 자연 현상을 '수관(樹冠) 기피' 라고 한다. 나무 꼭대기에서 뻗은 가지와 잎들이 제 구획을 벗어나지 않고 엄격히 서로 경계를 이루는 행태가 마치 왕관 모양을 닮아 '크라운 샤이니스'(crown shyness)라는 용어가 생긴 것이다.이 현상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종종 목격되는데 학자들이 1920년대부터 그 원인에 대해 연구해 왔으나 일부 수종에서 목격되는 수관 기피 현상의 생리학적 근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설명하는 많은 가설 중 하나가 잎을 갉아먹는 벌레를 방지한다거나 바람에 의한 가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본능적 행위라는 것이다. 또 가지의 끝부분이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의 양에 매우 민감해 다른 나무가 접근할 경우 생장을 멈추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수관 기피는 대부분 같은 수종의 나무에서 나타나는데 수종이 다른 나무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보르네오 녹나무처럼 잎에서 에탄올 성분이 방출돼 다른 나무의 접근을 막는 사례가 관찰된다. 말레이시아 용뇌향나무에도 비슷한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 개체 사이의 틈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햇빛을 숲에 받아들이면서 광합성 작용과 해충·질병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식물이 거리를 두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자 조화로운 생장이라는 자연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다시 확산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한 미국은 하루에 4만~6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비상사태다. 한동안 잠잠하던 일본·호주 등에서도 연일 수백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하루 10명 안팎이던 우리나라도 5월 10일 34명으로 치솟은 이후 두 달째 매일 30~70명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의 기세가 여전하다.아직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소식은 없다. 사태가 7개월째 이어진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 경계심이 훨씬 옅어진 것도 사실이다. 수관 기피처럼 식물의 타감(他感) 작용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우리도 보다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피해 가는 지혜를 키워야 할 때다.

2020-07-13 06:30:0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