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이야기] 관련 기사 목록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지만 지름길이 보이지 않는다. 연필을 괴롭히는 수밖에.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SNS에서 광고 카피 쓰는 6가지 방법-2

지난주 칼럼에서 광고 카피 쓰는 세 가지 방법을 공개했다. 오늘 나머지 세 가지 방법도 독자와 공유하려 한다.넷째, 글에도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카피 쓰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도 따라 할 수 있다. 당신의 글이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는 이유는 글 속에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부동산 공인중개소를 지나칠 때마다 글의 무미건조함을 느낀다. 24평이 몇억, 35평이 몇억, 전세, 월세, 매매 이 단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넣어보면 글이 재밌게 바뀐다.'장미꽃을 사세요. 집은 공짜로 드립니다'집은 항상 억대에 거래되고, 장미꽃은 싸다는 인식을 뒤엎는 것이다. 아파트 상가의 공인중개소들이 열이면 열 똑같은 카피를 쓰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장미꽃을 파는 공인중개소가 있으면 어떨까? 게다가 집은 공짜로 준다니. 필자도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사례였는데 실제로 일본에 있었던 마케팅이라고 한다. 글을 잘 쓰는 재주가 없다면 글 속에 아이디어를 담아보자. 당신의 카피 한 줄로 시장의 강자와 약자가 바뀔 것이다.다섯째, 당연한 것의 순서를 바꿔 써라. 사람들이 당연한 순서로 받아들이는 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성경의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하지만 이 문장의 순서를 바꾸면 음식점의 멋진 카피가 탄생한다. '먹지 않는 자여, 일하지도 마라'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굉장히 새롭게 느껴진다.당연하게 인지했던 인과 관계를 뒤집었기 때문에 우리 뇌는 이것을 색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해장국을 맛있게 먹기 위해 술을 마신다'라는 카피도 마찬가지다. 이미 음식점에서는 이런 법칙을 잘 활용하고 있다. 당신의 업계에서도 자주 쓰이는 카피가 무엇인지 찾아보라. 그리고 그 인과관계를 뒤집어 봐라. 독특한 카피가 나올 것이다. 여섯째, 속담을 활용하라. 속담은 그 문장을 인지시키기 위해 광고를 한 적이 없다. 사람들에게 속담을 외우도록 전광판, 신문, 버스 광고를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속담을 외운다. 그 이유는 속담엔 조상들의 엄청난 통찰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통찰력에 공감해 후대들에 전달한다.좋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를 때는 속담을 가져와라. 예를 들어 소상공인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할인 이벤트의 포스터를 올렸다고 가정하자. 이때 '가재는 게 편이다'라는 카피를 써보면 어떨까? 마치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늘 너희 편이야"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그리고 속담을 센스 있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브랜드명이 속담에 들어가 있는 운 좋은 경우(?)도 있다. 당신의 브랜드 네임이 '태산만두'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태산이라는 단어는 속담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바로 그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갈수록 태산'즉, 태산 만두에 오면 올수록 태산 만두밖에 없다는 걸 센스 있게 활용하는 것이다. 속담을 잘 이용하면 마치 그 카피가 진리인 듯 느껴진다.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카피를 공짜로 쓰는 것이다.좋은 글을 쓰고 싶은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미 있는 것을 잘 발견하면 된다. 그리고 종이로 옮겨 적으면 된다. 쓴다는 생각을 버리고 발견한다는 생각을 가지자. 그럼 당신도 어느새 훌륭한 광고 카피라이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5-16 11:21:21

광고 카피 한 줄이 상품의 매출을 좌지우지한다.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SNS에서 광고 카피 쓰는 6가지 방법-1

우리의 하루는 글쓰기로 가득 차 있다. 회사에 가면 기획서를, 학교에 가면 과제를 쓰며 하루를 시작한다. 영업직이나 자영업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고객에게 메일을 쓰며, SNS로 홍보를 하며 글을 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은 '쓰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그렇다면 글쓰기 능력만 좋아져도 우리의 하루가 바뀔 수 있다는 결론이 난다. 필자는 대기업, 중소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강의를 다니며 '광고 카피 잘 쓰는 법'에 대한 질문을 157회 정도 들었다. SNS의 카피 한 줄이 상품 매출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숱한 질문에 대한 대답인 만큼 필자는 다음 주까지 2회 분량으로 카피 쓰는 법을 설명하려 한다.첫째, SNS의 사람들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이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그들은 철저하게 당신의 브랜드에 관심이 없다. 그런 관계는 당신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를 볼 때 관심 있게 혹은 진지하게 보는가? 그렇지 않다. 게시물을 넘기는 손가락이 바쁘기만 하다. 그중 아주 자극적인 이미지나 문장을 봤을 때 멈추게 된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라이크를 누르고 또 다른 게시물을 찾아 떠난다. SNS는 이런 패턴의 반복이다. SNS는 매우 바쁜 공간이다.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의 장이다. SNS에 글을 쓰려면 이 사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은 당신과 당신의 브랜드에 전혀 관심이 없다.둘째, 숫자의 활용은 가독률이 높인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 매출을 올리는 방법들'이라는 글은 위험하다. 그 방법들이 몇 가지인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내 시간을 오랫동안 빼앗기기 싫어한다. 숫자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소상공인 매출을 올리는 7가지 방법'이 훨씬 가독률이 높다. 좋은 글은 이미지로 그려지며 예측 가능하다. 7가지 방법이라고 하면 우리의 뇌는 7장의 카드뉴스의 이미지를 그린다. 그리고 뇌는 안심한다.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명함 한장으로 대박 매출 올리기'보다 '100원짜리 명함으로 1,000만원 매출 올리기'가 훨씬 더 읽고 싶다. 이미지가 그려지고 측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SNS 마케터가 자주 쓰는 카피라이팅 기술이 있다. 카드 뉴스를 포스팅한 후 "8번째 방법은 정말 팩트 폭행! 7번은 실화냐?" 같은 형식으로 콘텐츠를 읽게 한다. 하지만 너도나도 이런 글을 쓰니 너무 식상해져버렸다. 이제는 이런 방법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숫자를 활용하되 담백하게 쓰자.셋째, 타깃을 명확하게 밝힌다. 광고 카피라이팅에는 이런 법칙이 있다. '당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과 아닌 문장은 천지 차이라고. 예를 들어 '누구나 좋아할 법한 레스토랑'이라는 카피보다 '당신이 좋아할 맛집'이라는 카피가 훨씬 좋다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지목 효과'에 있다. 이 지목 효과는 응급처치에서도 빛을 발한다. 길 가다 쓰러진 사람을 만났을 때 "누가 119에 전화 좀 해주세요!"라는 말보다 "파란 티셔츠 입으신 분이 119 불러주세요. 그리고 흰색 남방 입으신 분은 물 좀 가져와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이다.카피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이'라는 단어는 나를 지목하는 것 같다. 더 나아가 '당신'이라는 단어도 좋지만, 더 구체적으로 지목해보자. 예를 들어, '미용사라면 꼭 알아야 할 트리트먼트'라든지 '스타트업 대표라면 꼭 알아야 할 세무 법칙'이라고 쓰는 것이다. 당신이 미용사라면, 스타트업 대표라면 이 글을 지나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 대상층이 명확할수록 메시지의 흡수율은 높다. (2편에서 계속)㈜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5-08 15:48:27

사람들의 비난을 이끌어 낸 억만장자의 발언. 사진: 유튜브 캡처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벤틀리를 땅에 묻은 남자의 비밀

"저는 내일 벤틀리를 땅에 묻을 거예요"누군가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이 무슨 염장질이냐. 나는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데 돈 자랑을 해도 유분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벤틀리가 걱정된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남의 재산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벤틀리는 우리 집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실제 이 말을 한 사람은 '치퀴노 스카르파(Chiquinho Scarpa)'라는 브라질의 한 부자였다. 그는 2015년 어느 날 SNS에 글을 올려 50만 달러(약 5억 7천만원)의 벤틀리를 땅에 묻겠다고 선언했다. "돈 많은 것 자랑하냐?" "그 돈으로 불우이웃이나 도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그는 포크레인으로 땅을 판 사진으로 게재해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비난은 관심과 함께 왔다. 비난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관심을 가졌다. 마침내 벤틀리를 땅에 묻겠다는 날이 왔다. 사람들의 관심 덕분에 방송사에서는 헬리콥터까지 동원했다. 그리고 무덤으로 들어가는 벤틀리의 모습을 생중계했다.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차가 묻히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그때 치퀴노 스카르파는 손에 든 삽을 놓고 취재진을 자신의 집안으로 초대했다. 차분해진 분위기에서 그는 묵직한 인터뷰를 시작했다."벤틀리를 땅에 묻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 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기를 땅에 묻어버리나요?"이는 장기 기증을 유도하는 강력한 퍼포먼스였다. 메시지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는 그동안의 비난을 감수했다. 역발상 마케팅의 효과는 엄청났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브라질의 장기기증은 31.5%나 상승했다.바이럴 광고를 하고 싶다면 건강하게 뒤통수를 쳐라. 치퀴노 스카르파는 그 법칙을 잘 활용했다. 만약 그의 퍼포먼스가 건강한 의도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벤틀리 차의 성능이라든지, 차를 파는 마케팅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디어의 크리에이티브는 인정받았을지언정 좋은 마케팅으로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악랄한 뒤통수는 지양하자. 어설픈 뒤통수는 당신의 브랜드를 몰락으로 이끈다. 건강하게 타인의 뒤통수를 치자.나쁜 소문이 좋은 소문보다 네 배 더 빠르다. 실험에 따르면 부정적인 소문은 100명 속에서 빠르게 퍼져 81%가 소문을 들었고 무려 86%가 소문을 전했다. 반면 긍정적인 소문은 불과 18%만이 소문을 들었고, 고작 4%만이 소문을 전파했다. 인간은 나쁜 소식에 더 반응하고 확산시킨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이 장기기증 퍼포먼스 팀은 이 법칙을 기가 막히게 이용했다. 나쁜 소문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바이럴이 되도록 설정한 것이다. 그 팀은 사람들의 비난이 감사했을 것이다. 비난이 커질수록 반전의 임팩트가 커져 버렸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5-01 09:54:56

신용카드로 광고판을 긁으면 마치 빵 조각을 자르는 듯한 인터렉티브 광고. 사진: 유튜브 캡처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광고는 어떻게 변화할까?

9시 뉴스 앞에 나와야 광고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연예인은 광고의 필수였다. 9시 뉴스 앞에 연예인이 제품을 들고 웃는 것이 그 시대의 광고였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더 이상 뉴스 앞에 광고할 필요가 없어졌다. 네이버, 다음에 가면 광고가 넘쳐났다. 포털사이트는 광고비로 엄청난 매출을 이어갔다.2009년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광고는 또 달라졌다. 더 이상 PC 화면에 나오는 광고에 목맬 필요가 없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SNS의 등장으로 광고 제작을 위해 굳이 광고회사에 의뢰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어졌다. 광고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의 음식 사진과 글 한 줄이 광고가 되어 버렸다. 본의 아니게 전 국민이 광고인이 되었다.광고의 태생부터 2010년까지 우리는 보는 광고에 익숙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광고는 또다시 변화하시 시작했다. 우리 뇌는 더 이상 시각 자극만으로 메시지를 기억하지 못했다. 시각적 충격을 넘어 광고를 경험했을 때 비로소 메시지가 뇌에 달라붙었다. 사람들이 똑똑해질수록 광고인은 더 똑똑해져야 했다. 그렇게 광고는 사람을 따라 변했다.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해 광고를 경험하게 하는 '인터렉티브 광고(interactive advertising)'가 탄생한 것이다.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광고는 어떻게 변화할까? 4차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인공지능'이다. 그렇다. 앞으로 광고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기술'이다. 광고와 기술이 만나 당신에게 파고들 것이다. 더 나아가 광고는 이미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위한 맞춤형 광고로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2002년에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를 보면 미래 광고에 대해 잠시 맛볼 수 있다. 톰 크루즈가 광고판 앞을 지나가면 그의 동체를 인식해 그의 상황을 파악한다. 모든 사람의 정보는 ID화되고 그것으로 성별, 나이, 경제 상황 등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 필요한 상품을 추천한다. 만약 금요일 밤 퇴근 시간이라면, 또 당신이 매주 금요일 밤 치킨을 시킨다는 데이터가 있다면 광고판은 그에 맞는 카피로 유혹할 것이다. "김종섭 씨, 오늘 불금인데 치킨에 생맥주 한잔 어때요? 당신이 좋아하는 간장치킨 집이 100m 앞에 있습니다"라고 유혹할 것이다.독일의 공익단체인 미제레오르(MISEREOR)는 'the social swipe'라는 캠페인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디지털 광고판에는 빵이 놓여 있고 그 중간에는 신용카드를 긁을 수 있게 제작했다. 기부자가 신용카드를 긁으면 2유로(약 3,000원)가 기부되면서 빵이 잘린다. 그리고 한 사람이 잘라진 빵을 가져간다. 기부하면 빈민국의 아이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표현했다. 즉, 기부하는 즉시 자신의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캠페인은 재미있는 경험과 좋은 일을 하는 공익성을 동시에 잡았다. 기술을 입힌 '인터렉티브 광고'의 효과는 대단했다. 공항에 설치된 한 달 동안 기부된 금액만 3,000유로였다. 전년 대비 3개월 이상 정기 기부자들의 비율이 23%나 증가했다. 기부한 후에는 카드 청구서로 지속적인 후원을 권하고, 기부금의 사용처를 알려주었다. 새로운 기법의 마케팅이 탄생한 순간이었다.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광고는 더 이상 광고가 아니다.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삶 자체가 광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광고로 소비자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광고를 만들지 마라. 대신 우리 삶 속에 녹여진 이야기를 말하라. 광고인지 몰랐지만 광고였던 것. 광고의 냄새는 아주 약하도록 만들고 우리 삶의 향기를 강하게 풍기도록 하라.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은 광고가 될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4-25 10:21:39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세 가지 방법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당신은 어떻게 기록하는가? 필자는 아이디어를 적어둔 쪽지를 잃어버려 낭패를 경험한 적이 많다. 그럴 때는 마치 적금 통장이 날아간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자는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했는데 그 노하우를 독자와 공유하려고 한다.첫째, 디지털 기계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용하라. 필자는 학생 시절, 아날로그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기록했다.예를 들어 학교에서 생각난 아이디어라면 노트에 적어두었다가 이면지에 그림을 그려서 보관했다. 하지만 이면지는 묶음이 되지 않아 보관의 어려움이 있었다. 더군다나 언제 낸 아이디어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그때부터 아이디어 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니 시간의 흐름이 보였고 2권, 3권 쌓아가는 맛이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여 좋았다. 하지만 이 방법도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실효성이 없어졌다. 생각나면 전화기에 바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필자는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여러 앱을 사용해봤다. 그중 최고의 앱은 바로 에버노트다. 에버노트의 장점은 연동 기능에 있다. 휴대전화에서든 회사 PC든 연동되기 때문에 기기에 따라서 데이터를 옮길 필요가 없다. 비밀번호 잠금장치도 있어 아이디어 노출 확률도 낮다.하지만 이렇게 휴대전화 타자기만 치니 쓰는 맛이 없었다. 그때부터 의도적으로 펜이 있는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그리고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로 써 기록했다. 즉, 디지털 기계에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둘째, 미팅 때 수첩보다 노트북을 활용하라. 대개 클라이언트 미팅은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활용한다.하지만 이 경우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노트북은 조금 다르다. 양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 고객의 니즈를 기록하는데 더 수월하다.지금 독자는 조금의 의문이 들 것이다.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방법에 얘기하는데 왜 고객과의 대화를 적으라고 하지? 고객과의 대화에 많은 아이디어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그렇다. 광고주와 얘기할 때 사실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고객과 대화를 하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민하게 기록해라. 의외로 괜찮은 아이디어를 만나게 된다.셋째, 기록할 것이 없을 때는 주변 사물을 활용하라.필자에게 아이디어가 우르르 쏟아지는 시간이 있는데 바로 아침에 샤워 시간이다. 이럴 때는 참 난감하다. 하루 중 인간이 유일하게 휴대전화와 떨어지는 시간이 아닌가. 그럴 때는 주변 사물을 이용해 기록하곤 했었다.필자의 경우 습기가 찬 유리에 아이디어의 키워드를 써서 기억을 도왔다. 예를 들어, 신호등에 아이스크림을 합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신호등 아이스크림'이라고 적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샤워가 끝나면 휴대전화로 달려가 에버노트에 아이디어를 기록한다.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아이디어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물어 젖지 않는 종이와 펜을 구입해 샤워기 옆에 비치해두었다.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시간에 이것보다 좋은 상품이 없다.아이디어를 잘 내는 재능은 누구에게나 큰 축복이다. 하지만 그런 재능이 없다고 해서 실망하지 마라. 아이디어를 잘 기록하는 것으로 좋은 아이디어에 근접할 수 있다. 기록하는 것에 부지런하라. 탁월한 아이디어가 아니어도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고 표현하라. 좋은 광고가 될 씨앗이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4-17 10:32:53

사랑하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아이디어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 나타난다

'아이디어를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으면 좋겠다.'기업 홍보 담당자, 브랜드 광고 책임자의 머릿속은 이런 생각으로 가득하다. 구글에서 '기발한 광고'라고 검색해보면 상상치 못한 광고들이 쏟아져 나온다. 과연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지 미치도록 알고 싶다. 광고인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길래 이런 생각이 가능한지 따지고 싶다. 어떻게 하면 아이디어 뱅크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남들이 아이디어 때문에 머리를 쥐어짤 때 무심한 척 아이디어를 던져 길고 지루한 회의 시간을 끝낼 수 있을까? 필자의 경험을 써본다.아이디어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온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말은 비단 성경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낼 때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만나게 된다.필자가 창업하기 전, 광고주를 구하지 못해 공익 광고만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돈 주는 광고주에게는 늘 거절만 당하니, 거절할 수 없는 광고주를 구하자는 생각이었다. 세상을 광고주로 삼아 공익 광고를 만들면 거절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건축 현장을 지나가게 되었다. 높은 건물 사이를 얇은 사다리로 건너는 모습, 안전장치도 없이 난간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였다. 사람의 목숨을 의지하기엔 너무 부실한 현장이었다. 순간 광고인의 끼가 발동했다. 나의 재능으로 건설현장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부터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안전 상태는 어떤지, 하루 몇 명이 사고를 당하는지 통계를 살펴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무려 하루 6명의 인부가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하고 있었다. 맙소사. 저들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일 것이다. 가장이 죽고 나면 남겨진 가족이 감당해야 할 몫은 뻔하다.자료 수집이 끝난 후 관찰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공사판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노동자의 행동을 잘 파악하면 그 속에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았다.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꼭 담배를 빼 물고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즉, 몸에 나쁜 걸 둘 다 했다. 아마 고된 노동의 스트레스를 그렇게 푼 것이 아니었을까.'자판기 종이컵에 안전에 대한 광고를 그려 넣자!'아이디어가 스쳤다. 쉬는 시간마다 커피를 마시니 계속 광고를 노출해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전략이었다. 우리는 흔히 '가까이 있다'라는 표현을 '코앞에 있다'라고 얘기한다.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 종이컵에 가려 코가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코를 합성하고 맞은편에 다친 코를 그려 넣어 '사고는 늘 당신 코앞에 있습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늘 당신 가까이에 위험이 도사리니 조심하라는 공익 광고였다. 광고가 그려진 종이컵을 들고 무작정 현장소장님을 찾아갔다. 처음에 부동산 영업인 줄 알고 피하던 소장님을 붙잡고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소장님 입장에서는 종이컵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소장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명을 살리는 종이컵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그 뒤로 현장에서 사고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필자는 진심으로 그 문제를 사랑했다는 사실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사람이고 생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돕고 싶었다. 그 결과 저런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다고 믿는다.부정적이고 염세적인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 내더라도 누군가의 삶을 이롭게 하는 아이디어는 낼 수 없다. 옛말에 '씨도둑은 못 한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는 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을 닮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랑하라. 사랑스러운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4-10 15:11:52

루틴(routine)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결과물이 다르다.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루틴(routine)이 창의성을 만든다

"원래 아이디어는 번쩍하고 나오는 것 아닌가요?"광고 의뢰를 받을 때 광고주한테서 종종 듣는 말이다. 작업 시간을 얼마 줄 수 없으니 번쩍하고 아이디어를 빨리 가져와달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고 아이디어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작업 시간이 짧으면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다.필자에겐 아이디어 강박증이 있다. 백지를 앞에 둔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전 두려움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인데 광고주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그저 그런 아이디어를 내면 어떻게 될까? 아이디어를 보고 실망한 광고주의 표정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럴 땐 마치 수술을 실패한 의사가 환자에게 따귀를 맞는 듯한 기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디어 공포증이 생겼다.'이렇게 살 수 없겠다' 싶어 묘책을 마련했다. 자기 분야에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연구한 것이다. 그들을 공부하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성공 요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루틴(routine)'이었다. 일정한 생활 습관을 그들은 마치 종교처럼 믿었다.얼마 전 은퇴 선언을 한 이치로는 혹독한 루틴으로 유명했다. 이치로의 생활 습관은 다음 날의 게임 시간을 역산으로 계산해 정해진다. 취침 시간, 기상 시간, 식사 시간, 운동 시간 등 모든 패턴이 경기를 중심으로 계산된다. 그렇게 한 달, 1년의 계획표가 나오고 이치로는 철저히 거기에 맞추어 움직인다. 아마 그는 정해진 생활 방식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정감으로 성적 향상을 꾀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루틴의 힘은 강했다. 18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 동안 그는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냈다. 철저한 생활 패턴이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JYP 박진영 프로듀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의 순서와 잠자기 전에 하는 일의 순서가 철저히 정해져 있었다. 그중에는 견과류를 몇 개 먹고, 몇 분 동안 발성 연습을 한다는 것까지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순서까지 말이다. 밤낮이 바뀌어 자유롭게 살아갈 것 같은 사람들의 루틴이라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그때부터 필자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체중계에 올라간다. 자칫 살이 많이 찌거나 뱃살이 나오면 아이디어 내는 것에 방해가 된다(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으므로). 따뜻한 물에 샤워한 후 회사로 출근한다.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신문을 본다. 오전 업무를 보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약간의 독서를 한다. 필자는 하루 100페이지의 독서를 가장 중요한 루틴으로 두고 있다. 아웃풋을 만들어 내기 위해 머릿속에 인풋을 넣는 것이다.오후 업무를 보고 되도록 정시 퇴근을 하려고 한다. 퇴근할 시간쯤이면 집중도가 낮아져 더 회사에 머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칼퇴근은 저녁을 일찍 먹는 것에 도움을 준다. 저녁이 늦을수록 몸에 좋지 않다. 회사 근처 도서관에서 남은 독서로 100페이지를 완성한 후 카페에 가서 남은 작업을 마무리한다. 집에 가서는 절대 회사 업무를 하지 않고 유튜브와 영화를 보며 머리를 식힌다. 그리고 되도록 밤 10시 50분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한다. 자정이 넘어 자는 것과 그 전에 자는 것은 다음 달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필자가 루틴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체중'과 '독서'다. 뱃살이 들어가고 몸이 가벼우면 아이디어도 잘 나온다. 이 부분은 물리적인 부분이고 독서는 보이지 않는 지식적인 면이다. 독서를 하며 좋은 광고 카피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도 있다.이런 루틴을 지키니 건강이 좋아지고 컨디션이 유지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을 통해 아이디어 앞에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독자분들도 두렵고 힘든 일이 있다면 루틴으로 이겨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마지막으로 루틴이 창작가인 필자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부분이 있다. 바로 '긍정적인 생각'이다. 건강이 좋아지고 컨디션을 유지되니 머리가 맑아졌다. 그것들이 필자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다준 것이다.빅아이디어는 내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 자신만의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서 지켜보자. 그런 일정한 루틴이 당신의 삶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4-03 09:48:58

화난 위인들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표현해 강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룸살롱 다니는 세종대왕 때문에 울다

"시청 감사실입니다. 광고 의뢰 건으로 전화했습니다."순간 의아했다. 감사실에서 광고를 한다고? 반면 시청 감사실도 광고하는 시대가 온 건가? 설레기도 한 전화였다. 알고 보니 상황은 이랬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공직자의 청렴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포커스가 공직자들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곧 주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공직자의 청렴과 시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광고 의뢰였다. 순간 이 광고가 내게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뇌물에 대해 한이 맺힌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로 룸살롱 영업이 그 골칫거리였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와 미팅할 때 늘 반응은 좋았다. 광고제 수상작과 공익광고 등을 신선하게 봐주셨다. 활짝 웃는 광고주의 모습을 보고 이번에는 계약할 수 있겠거니 설렜다. 그러나 막상 계약할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상황이 달라졌다.알고 보니 상황은 이랬다. 다른 회사들은 룸살롱에 데려가서 몇백씩 써가며 광고주의 비위를 맞춰 광고 계약에 성공했다. 즉, 큰 광고 계약은 로비의 산물이었다. 나처럼 작품 몇 점을 보여주고 광고를 따려 해도 계약이 될 리가 없었다.그때 룸살롱 영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광고주 유치를 위해서 실력보다 영업력이 더 중요한 시장이었다. 주와 객이 전도된 시장이었다.'아이고 진짜 더럽다. 이력도 경력도 없다고 하길래 광고제에서 상도 받아왔는데…. 근데 이제 또 딴 걸 달라고 하네.'이런 문제로 고민할 때쯤 시청 감사실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뒷돈 주고 룸살롱 영업하는 사람들에게 드디어 한 방 날릴 기회가 왔다. 필자에겐 가장 직관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무엇을 보여주면 그 사람들이 쫄까? 보기만 해도 경외감이 드는 사람. 그분들이 말하면 절로 고개가 숙어지는 사람이 누굴까 고민했다.'우리나라 최고의 어르신들'이 필자가 찾은 답이었다. 바로 세종대왕, 신사임당, 퇴계 이황 선생님이었다. 위인들이 화난 모습과 돈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아이디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가지 얘기를 따로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그분들이 지폐 안에 계시기 때문이었다. 빅아이디어는 이렇게 연결고리가 딱 맞아 떨어진다.전광판에서 화난 위인들의 표정을 보여주면 임팩트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폐 속 위인들의 온화한 표정이 줌인 되며 눈썹이 구겨진다. 위인들이 인상을 쓰니 일반인보다 훨씬 무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카피로 메시지를 정박시켰다.'공직자는 받지 않고, 시민은 주지 않습니다.'문제는 광고주인 시청 감사관님의 컨펌을 받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감사관님도 공직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라 공무원다운, 즉 자극적인 메시지보다 안정적인 아이디어 시안을 원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실제로 내가 공무원에게 제안한 많은 아이디어가 너무 튄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그래도 이 광고는 꼭 하고 싶었기에 시안을 들고 감사실로 갔다. 한껏 심호흡하고 발표를 시작했고, 감사관님의 피드백은 1초 만에 날아왔다."좋습니다. 이 시안으로 갑시다."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감사관님과 필자는 뇌물 문제의 심각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광고로 공무원과 이렇게 손발이 잘 맞았던 적은 처음이었다. 뒷돈 거래, 룸살롱 영업을 뿌리 뽑겠단 의지가 우리 모두 강했다. 더 놀라운 건 시청의 반응이었다. 자극적인 메시지를 꺼리는 시청 공무원들도 이 광고를 칭찬하고 나섰다."이번 감사관실 광고가 아주 좋더라고. 공무원들 사이에 소문이 좀 났어! 김 소장."결국, 이 작품을 통해서 시청의 다른 과와도 인연이 생겼고, 더 많은 광고를 만들게 되었다.광고인과 공무원이 통한 이 작업의 결과는 어땠을까? 3년이 지난 지금, 큰 변화가 생겼다. 우리 회사는 더 룸살롱 영업 때문에 일을 못 따는 경우는 없어졌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어떤 로비가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많이 없어진 것만은 틀림없다. 사회 공익적인 차원에서 만든 광고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내가 되어 버렸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3-27 09:40:17

실직자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담은 공익 광고. 빅아이디어 아카데미 수료생의 작품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나의 꿈을 이루어 준 제자들

"소장님 저 BBDO 코리아에 합격했어요!"제자의 전화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미국 유학 시절, 광고대행 전문업체 BBDO 애틀랜타에 입사하는 것이 필자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꿈을 제자가 대신 이루어주었다. BBDO는 한국에도 지사가 있었고 빅아이디어 아카데미 1기 수료생인 친구가 입사한 것이다.BBDO는 필자에게 꿈같은 회사였다. 유명 광고제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했고 JWT, 오길비와 같은 대형 광고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라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찾아갔던 적도 있다. 회사 건물에 들어가 우연히 마주친 비서 앞에서 더듬거리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My dream is to work for here. Can I look around?" (여기에서 일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좀 돌아봐도 될까요?) 짧은 영어를 더듬거리며 허락을 구했다. 비서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약간의 시간을 허락해주었다.잠깐의 시간이 필자에게는 더 짧은 시간이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 노력했다. 그들의 근무 환경은 역시 자유분방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었고, 열심히 노는 사람도 있었다. 한쪽에선 광고를 만들고, 한쪽에선 탁구를 치고 있었다. 거기서 일하면 아이디어가 절로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필자는 BBDO에 입사하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한국에 돌아와서는 백수 생활이 시작되었다.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영어 학원 강사, 자동차 영업 사원 등의 일을 했지만 이내 그만두고 말았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광고를 하게 되었다. 광고회사를 창업하며 광고 아카데미까지 열게 되었다. 백수 시절의 필자처럼 돈은 없어도 광고 공부를 하고 싶은 친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은 소박했다. 대구 내 대학교를 돌며 교수님들을 만났고 학생들을 구했다. 그렇게 여섯 명의 학생을 모집했고 빅아이디어 아카데미 1기가 탄생했다.그때는 몰랐다. 학생들을 위한 무료 교육 활동의 보답이 이렇게 클 줄은. 아카데미 2기는 미국 Creativity International Awards에서 26개의 상을 휩쓸어 전 세계 광고 교육 기관 중 최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4개를 수상한 뉴욕의 한 광고 아카데미를 제친 기록이었다. 또 어떤 수료생은 서울의 유명 디지털 광고회사에 입사하기도 했다. 필자의 노력에 비해 제자들은 훨씬 큰 선물로 보답했다.빅아이디어 아카데미 설립 5년이 지난 지금, 수료한 친구들은 80여명에 달하고 그들은 전국에 진출해있다. 서울 출장이 잡힐 때면 꼭 수료생 중 한 친구를 만나고 내려온다. 그 재미가 쏠쏠하다. 대구에 있는 필자에 비해 서울의 제자들은 트렌드에 더 밝다. 빠르게 변화하는 광고 시장에 변화에도 잘 대처한다. 그래서 이제는 스승과 제자가 바뀌어 오히려 필자가 배우게 된다.필자는 창업한 이후 가장 잘 한 것이 빅아이디어 아카데미의 설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도 든다.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되어 가는 게 아니겠느냔 두려움, 일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여 광고 공부를 더 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그것이다. '광고에는 정답이 없어'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끝으로 아카데미 교육을 함께하며 학생들이 만든 작품 몇 개 더 올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2019-03-20 10:02:43

사회 이슈를 활용해 바이럴 광고를 만든 기발한 치킨. 유튜브 영상 캡처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가난한 스타트업은 어떻게 광고해야 하나?

"저희같이 돈 없는 스타트업은 어떻게 광고해야 하나요?"막 창업을 시작한 대표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들 중엔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창업한 사람, 대기업을 퇴사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그들의 절박한 상황을 알기에 저런 질문을 받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모두가 볼 수 있는 이 칼럼을 통해서 스타트업의 광고 전략을 공유하려 한다.결론부터 말하자면 광고에는 돈이 필요하다. 당연한 사실이다. 작은 스티커를 붙이는 광고에도 소액이지만 제작비가 든다. 블로그나 SNS는 돈이 들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는 매월 꼬박꼬박 통신비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최대한 적은 예산으로 효과적인 광고를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첫째, 사회 이슈에 자신의 브랜드를 올려 태워라. 2015년 3월 MBC 프로그램 녹화를 하던 두 연예인의 반말로 인한 다툼이 이슈가 되었다. '기발한 치킨'이라는 브랜드는 이 이슈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너, 어디서 반말이니?'라는 영상 속의 말을 '너, 어디서 반 마리니?'라는 말로 바꾼 패러디 광고를 제작한 것이다.해당 영상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고 4년이 지난 지금 150만이 넘는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패러디 영상을 찍은 제작비는 고작 50만 원 선이었다고 한다. 유명한 치킨 브랜드들은 인지도와 매출 상승을 위해 1년의 수십억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기발한 치킨은 적은 예산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이다. 사회 이슈를 예민하게 캐치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덕분이었다.하지만 위의 법칙에 중요한 단서를 붙이고 싶다. 이슈를 활용할 때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패러디를 당하는 사람도, 패러디하는 사람도, 그것을 보는 사람도 '허허'하고 웃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타인의 고통을 지나치게 희화화한다든지 사익을 위해 악용한다면 그 브랜드의 호감도는 오히려 떨어진다. 소비자들에게 역풍을 받게 되는 것이다.둘째, 영혼 없는 광고는 안 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음식점을 개업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동성로 맛집을 검색했을 때 우리 집이 나와야 해! 당장 온라인 광고회사 불러!'그렇게 당신은 블로그 체험단을 부르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당신의 브랜드는 다른 식당과 무엇하나 다른 것 없는 음식점이 되어 버린다. Only one(단 하나뿐인) 브랜드가 아니라 one of them(그들 중의 하나)이 되어 버린다. 모두가 그런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남들이 가는 길에서 돌아서서 오히려 반대 길로 전진하라. 남들이 체험단에, 검색 광고에 열을 올릴 때 묵묵하게 음식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라. 당신의 영혼을 인위적인 광고에 쏟지 말고 음식에 쏟아라. 고객은 진심을 알아차리게 마련이다.셋째, 상업성을 오른손에, 공익성을 왼손에 두어라. 모든 스타트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이것은 불멸의 진리다. 피가 없으면 사람이 죽어버리듯 스타트업도 돈이 없으면 죽게 된다.상업성과 공익성의 균형을 잘 맞춘 Toms라는 신발 브랜드가 있다. 신발 한 켤레가 팔리면 또 다른 한 켤레를 기부하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착한 마케팅은 입소문을 빨리 탄다. 많은 소비자의 참여로 6개월 만에 아르헨티나로 1만 켤레를 기부하게 된 것이다. 남의 지갑을 여는 일은 정말 힘들다. 하지만 지갑을 열도록 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내가 먼저 주는 것이다. 내가 먼저 베풀면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연다. Toms는 그것을 잘 아는 브랜드이다.이 외에도 여러 가지 법칙들이 있는데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나머지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시장에서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워보길 바란다.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실패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실패가 끝이 아니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의 창업 실패율은 80%가 넘는다. 야심 차게 창업했지만 10팀 중 8, 9팀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실패를 부끄러운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성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한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광고가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광고로 대박을 친다는 생각보다 꾸준히 고객들과 소통한다는 생각으로 광고해야 한다. 창업자의 진심을 고객들에게 알린다는 마음으로 광고해야 한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3-13 09:36:00

독도를 위해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아이들.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가깝게 하라

글의 제목이 어렵다.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가깝게 하라니. 메시지와 아이디어 둘 다 똑같은 말이 아닌가? 개념도 헷갈리는데 이 둘을 가깝게 두라고 한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필자와 함께 알아보자.메시지는 하고 싶은 말을 뜻한다. 즉, 행위의 의도이다. 예를 들어 매일신문을 가장 발 빠른 신문사로 인식시키고 싶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메시지는 "매일신문은 가장 빠른 언론사입니다"가 메시지가 된다.그렇다면 이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바로 여기에서 아이디어의 힘이 필요하다. 표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발 빠르다'라는 메시지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신문에 과속딱지 과태료 스티커를 붙여 보자. 너무 빨리 뉴스를 전하려다 보니 딱지가 끊겼다는 것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할 수 있다. 또는 신문을 손으로 집었는데 잉크가 묻어 있는 것처럼 표현해보자. 활자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독자들에게 찾아간다는 아이디어가 성립된다.이렇듯 하나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좋은 광고와 나쁜 광고의 성패는 여기서 차이가 난다. 좋은 광고일수록 메시지와 아이디어의 거리가 가깝다. 나쁜 광고는 두 개념이 한없이 멀어서 부작용을 낳는다. 즉, 사람들이 광고를 이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삼일절을 맞이해서 매일신문과 ㈜빅아이디어 연구소는 독도 수호 게릴라 캠페인을 펼쳤다. 여기서 메시지란 '독도를 수호하자'로 설정했다. 그렇다면 이 메시지를 표현하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또다시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가깝게 두는 방법을 고민했다. 사실, 대구에서는 독도가 보이지도 않는다. 지역에서 볼 수도 없는 독도의 수호를 표현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생각의 꼬리는 이렇게 이어졌다.수호하자. 〉 지켜보자. 〉 지켜보는 것은 눈. 〉 눈 옆에 독도를 두자. 〉 눈 옆에 작은 점 하나를 찍자.'눈 옆에 독도를 상징하는 작은 점을 찍자'라는 아이디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아이디어가 잘 빠졌을 때는 카피도 쉽게 써진다. "독도에서 눈 떼지 않겠습니다."사실 이 캠페인을 준비하는 데에는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워낙 급작스럽게 진행된 캠페인이라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캠페인 시작 시간도 유동인구가 적은 오전이었다. 하지만 필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가깝게 두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광고에 친절하지 않은 시대에 광고가 살아남는 법칙이 통한 것이다.오늘도 자신의 브랜드를 알려야 사람들은 여전히 광고를 어려워하고 아이디어를 두려워한다. 아이디어 노트를 채울 때 떠오르는 것이 없어 지레 겁먹기도 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우선 펜을 들어야 하는 것처럼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광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종이에 말하고 싶은 내용을 써봐라(메시지). 그 다음에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끄적여봐라(아이디어). 그리고 그 둘의 개념을 조금씩 가깝게 두는 연습을 해봐라. 그런 훈련을 할수록 빅아이디어는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가깝게 한 광고는 십중팔구 상대방의 가슴에 꽂힌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3-05 11:31:30

동성로에서 진행한 독도수호 게릴라 캠페인.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창의성은 15도 비트는 것이다

매년 삼일절만 되면 동성로에서 진행한 '독도 수호 게릴라 캠페인'이 생각난다. 벌써 6년이 지난 작업이다.광고인으로서 삼일절을 뜻깊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 독도 광고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대단한 애국심이 발동해서 하고자 한 광고는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말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광고인으로서 가장 뜻깊게 삼일절을 보낼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자연스럽게 태극기와 일장기가 떠올랐다. 이 두 가지 이미지를 재료로 활용하면 괜찮은 광고가 나올 듯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봤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상황이 마치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하나를 자기들 것이라 우기는 것 같았다. 태극기의 '곤'을 일장기에 붙여봤다. 굉장히 자극적인 이미지가 탄생했다. 태극기에 '곤'이 없어도 마찬가지였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태극기의 '곤'이 의미하는 것이 뭔지 몰랐다. 광고를 만들며 찾아보니 '곤'이 땅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도가 땅이니 이보다 더 맞아 떨어지는 표현법이 없었다.드디어 찾아온 삼일절, 나는 그 광고를 대형 현수막으로 제작해 동성로로 나갔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에 고맙게도 후배들이 힘을 보태주었다. 현수막을 들고 캠페인에 동참해준 것이다.우리는 대구백화점 앞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마주 보게 하고 세웠다. 그 순간 공기가 멈춘 것 같은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큰 현수막을 들고 동성로에서 게릴라 광고를 한 사례도 없었고 더욱이 공익 광고여서 그랬을 것이다.이내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아이들은 광고를 배경으로 엄마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광고 기획자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광고가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일본인들을 본 순간이었다. 카피를 영어로도 적어두어서 분명히 이 광고의 의미를 그들은 알았을 것이다. 인터뷰라도 하고 싶어서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소형 마이크를 들고 뛰어오는 내 모습이 부담스러웠던 건지 그들은 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아쉬웠다. 왜 독도수호 광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지 물어보고 싶었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성은 더욱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사람들은 창의성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늘 강조하듯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없었던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드는 건 창조이다. 즉, 신의 영역이다.우리는 세상에 있던 것을 조금 비틀거나 섞어두기만 하면 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필자가 제작한 독도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건곤감리 중 '곤' 하나만 일장기에 붙여둔 것이다. 하지만 그 임팩트는 대단했다. 우리가 익숙한 이미지에서 조금만 바뀌었는데도 굉장히 다른 이미지가 탄생한 것이다.6년 전 독도 캠페인을 했던 날, 이 광고를 보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이 총각, 왜 김 한장을 일장기에 붙여 놨노?" 창의성은 바로 이런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2-27 10:15:51

종이도 돈입니다 라는 카피의 공익 광고.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세상이 정해 놓은 가치를 뒤집어라

당신의 가치는 얼마인가?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니 질문이 잘못된 것 같다. 당신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창업가라면, 그것의 가치는 얼마일까? 당신이 소속되어 있는 기관, 병원, 회사의 가치는 얼마일까?우리의 하루는 가치를 좇는 일고 가득 차 있다. 조금이라도 좋은 차, 좋은 집을 장만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얼마 전 종영한 JTBC의 'SKY 캐슬' 역시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위한 이야기였다. 한국의 대학교는 수천 개지만 그들에겐 절대 비슷한 대학이 아니다. 대학 이름에 담겨 있는 브랜드 가치를 따지는 것이다.필자는 궁금했다. 도대체 가치라는 것을 누가 정하는 것인지. 서문에서 사람의 가치를 묻는 말이 잘못되었다 했지만, 실제로 우리는 사람의 가치를 사회적 기준으로 분류한다. 심지어 대놓고 따지는 곳도 있다. 바로 결혼정보업체이다. 그곳에서 사람은 10~15등급까지 나뉘는데 주로 학력과 경제력이 그 기준이 된다.필자의 백수 시절,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테이블 위의 티슈를 뽑아 코를 팽하고 풀어 버리는 게 아닌가. 순간 휴지가 너무 안타깝게 여겨졌다. '하필 티슈로 태어나서 사람의 콧물받이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반면 어떤 종이는 몸에 위인을 그려 사람에게 사랑받는 돈이 되기도 한다. 너무 억울해 보였다. 같은 종이인데 누구는 콧물 받이, 누구는 사람들이 절대 버리지 않는 돈이 되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그런 역설을 꼬집는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 각 티슈에 지갑 스티커를 붙여두고, 티슈를 쓰는 게 마치 돈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카피를 썼다. '종이도 돈입니다.' 그러니 낭비하지 말고 아껴 쓰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티슈 입장에서는 내가 한없이 고마웠을 것이다. 가장 낮은 가치의 종이를 가장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돈과 똑같다고 했으니 말이다.카페를 운영하는 친구에게도 이 광고는 큰 도움을 주었다. 손님들의 휴지 사용량이 많다고 투덜댔지만, 이 스티커로 사용량이 반 이상 줄었다. 스티커 한장의 광고였지만 콘텐츠의 힘을 발휘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티슈와 지폐의 본질은 같다고 말했다.세상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그리고 당신의 브랜드는 그중 하나다. 당신은 오늘도 어떻게 하면 나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을지 고민 중일 것이다. 하지만 그 가치는 누가 매기는 것일까? 다시 묻고 싶다.필자는 여름 군번이다. 여름에 입대해 40도가 가까운 날씨가 훈련을 받곤 했다. 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모두 땀이 배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산에서 훈련을 받고 내려올 때 늘 똑같은 구멍가게를 지나쳐야 했다. 너무 목이 마르니 가게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 스포츠음료를 다 마시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작은 가게가 나에겐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그 순간 그 구멍가게는 내게 애플, 삼성보다 가치 있는 브랜드였다.기억하라. 당신이 매출 1억이 안 되는 스타트업 대표이든 200억이 넘는 기업의 사장이든 쫄 필요가 없다. 세상 모든 가치가 상대적이듯 당신의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논산의 구멍가게가 내게 오아시스 같았듯, 당신의 고객에게 오아시스 같은 브랜드가 되면 된다.그러기 위해서는 늘 세상이 정해 놓은 가치를 의심해봐야 한다. 작은 차보다는 큰 차가 가치 있고 지방대보다는 서울대가 가치 있다는 건 세상이 규정해놓은 가치다. 하지만 당신의 브랜드를 감히 누가 함부로 평가하겠는가. 대전역 성심당에서 소보루 빵을 먹는 고객에게는 그곳이 뉴욕의 대형 프렌차이즈 빵집보다 가치 있는 브랜드이다.남들이 기준을 만들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자신만의 룰을 만들어라. 그렇게 세상이 정해 놓은 가치를 뒤집어라.㈜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2-20 09:28:20

창의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광고인, 퀸(Queen)

제목이 황당할 수 있다. 세계적인 록 밴드인 퀸(Queen)이 광고인이라니? 퀸의 오랜 팬들에게 욕먹을까 두렵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퀸에 대해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2018년, 대한민국 최고의 히트 브랜드는 단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다. 작년 10월 31일 개봉해 현재까지 993만4천881명(2월 10일 기준)의 관객을 모았다. 천만 관객 돌파가 코앞이다. 이 영화는 순식간에 극장을 공연장으로 바꿔버렸다. 극장 측은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은 관객들을 위해 싱어롱(sing along) 상영관을 만들어 큰 재미를 봤다. 싱어롱 상영관이 없는 지방의 팬들은 서울까지 올라와 콘서트(?)를 즐기는 극성을 보였다.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케 했을까?필자는 영화광이다. 하지만 절대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보지는 않는다. 새로운 영화를 볼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달랐다. 필자를 극장에 세 번이나 오게 했다. 첫 번째는 개봉작이란 이유로, 두 번째는 혹시 놓친 디테일이 있을까 봐 봤다. 마지막엔 광고인으로서 그들의 장인 정신을 배우고 싶어서 봤다.그들은 음악을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음반 작업을 위해 시골 한적한 마을에 머물며 오로지 녹음에만 몰두했다. 작곡할 때 스치는 작은 영감에도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멤버들끼리 싸우는 순간에도 영감을 얻어 곡으로 만들기도 했다. 특히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는 틀에 박힌 노래를 만드는 걸 거부했다. 록 음악에 오페라를 섞은 장장 6분 길이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세상에 내놓았다. 물론 대중적인 음악으로 배를 불려야 하는 제작사는 기겁했다. 하지만 그는 제작사와 결별할지언정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였다. 결국, 제작자에겐 퇴짜를 맞았지만 대중들에겐 인정을 받게 된다.퀸은 자신을 노래를 사랑해달라는 광고를 낸 적이 없다. 다만 한 곡 한 곡 내놓을 때마다 크리에이티브로 무장한 노래를 내놓았다. 그들의 음악은 다른 스타들처럼 예쁘지 않았다. 오히려 모난 노래들이 많았다. "엄마, 나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mama, just killed a man)"라는 가사는 절대 예쁘지 않다. 하지만 그다음 가사가 궁금해서 귀를 스피커에 붙여버리게 된다. 퀸은 강력한 콘텐츠 그 자체였다. 그런 힘으로 전 세계에 퀸 돌풍이 불었고, 사람들이 그들을 찾게 했다. 사달라 하지 않고 팔리게 한 것이다.광고는 이래야 한다. 이 브랜드를 사랑해달라는 말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두 번, 세 번이 넘어가면 프러포즈가 아니라 구걸이 되고 만다. 광고는 브랜드가 반짝이게 보이는 빛의 역할만 해야 한다. 그다음은 브랜드의 몫이다.필자는 퀸을 통해 장인 정신을 봤다. 그 장인 정신은 필자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곡 하나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며, 작은 아이디어에도 신경이 곤두서있는 모습이 필자를 돌아보게 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퀸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땅의 광고인들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퀸을 공부했으면 좋겠다.싱어롱 상영관에서 영화를 본 관객이 뱉은 말이 무척 인상 깊다. "프레디 머큐리, 다시는 죽지 마요."이것이 필자에겐 '강력한 힘을 가진 콘텐츠는 죽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렸다.우리는 눈만 돌리면 광고를 볼 수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 광고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광고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잠시 멈춰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카피 한 줄에, 디자인 한장에 영혼을 담아 세상에 내놓는지. 우리의 창작물 속에 과연 장인 정신이 담겨 있는지.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장이'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은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2-13 09:27:24

진심이 담긴 글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 사진 제공 :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가장 좋은 카피는 카피라이터가 쓸 수 없다

"다른 병원에서는 스포츠 스타를 데리고 광고를 하는데 우리는 방법이 없겠습니까?"대구의 한 병원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당시 타 병원에서는 운동선수를 내세워 홍보하고 있었다. 비싼 모델료 없이 효과적인 광고를 하고 싶다는 병원 관계자의 푸념이 이어졌다.순간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저 스포츠 스타가 병원의 의술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물론 이미지의 힘은 강하다. 운동선수를 모델로 내세우면 강한 이미지가 브랜드에 입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달콤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나에게는 소비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필요했다.아이디어라도 구할 수 있을까 해서 늦은 밤 그 병원을 찾았다. 로비에 앉아 있으면서 병원 밖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을 관찰했다. 그러던 중 한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퇴원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대단한 장면은 아니었는데 그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다. 아프지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행복해 보였다. 내가 그 할아버지가 되어 봤다. '내가 저 할아버지라면 의사 선생님께 얼마나 감사한 마을이 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할아버지의 마음을 찾기로 했다. 그 마음을 담은 문장이 세상에서 가장 진솔한 광고일 것이라 생각했다.병원에 요청해 지금까지 받은 감사 편지들을 모두 모아 달라고 했다. 때마침 미국 애틀랜타 출장이 잡혀 편지를 들고 해외까지 갔다. 애틀랜타 숙소에서 짐을 풀자마자 나는 편지를 찬찬히 살펴봤다. 신기하게도 글을 읽을수록 그 병원을 신뢰하게 되었다. 그 병원에서 병을 고친 생생한 증언이었기 때문이다.여러 사연이 있었지만 할아버지가 쓴 한 편지에 시선이 멈췄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보아 한글을 갓 배우신 분 같았다. 할머니의 허리 수술을 잘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는데 정확한 문장은 이랬다.'아...아내의 허리를 고쳐줘서 고맙...감사합니다.'이 촌스러운 문장에 내 마음이 무너졌다. 어떤 카피라이터도 이렇게는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유능한 카피라이터라도 자신의 아내를 고쳐준 마음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글씨는 어설펐지만 어떤 문장보다 정성이 느껴졌다. 그것이 나의 마음을 더 움직였다.할아버지의 글을 토시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광고판에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진료 과목, 팔짱을 낀 의사 모습이나 약도까지도 넣지 않았다. 흔히들 떠올리는 병원 광고와는 완전 다르게 기획했다. 광고처럼 보이지 않고 진심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병원 광고 시장에서 파격적인 시도였다.마침내 아이디어 발표일이 왔다. 잔뜩 기대한 광고주 앞에서 시안을 공개했다. 야심 차게 발표했지만, 병원 측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반적인 병원 광고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이게 뭐지?' 하는 표정이었다.우리는 억대 모델이 없이도 아이디어만으로 소비자들에게 통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이 문제로 병원은 내부적으로도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쳤다. 결국 숱한 진통을 거쳐 이 작품은 광고판에 올라가게 되었다. 진심이 통했는지 병원의 매출이 상승했다. 스포츠 스타와 같은 억대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도 진심을 전달한 것이다.진짜 좋은 카피를 쓰고 싶은가? 그렇다면 진심으로 써라. 할아버지의 글을 보는 순간 나는 더 큰 진심을 내 안에서 끌어낼 수 없다는 걸 확신했다. 그래서 발견하고자 했다. 카피를 쓸 때는 기억하라. 진심으로 쓰든가, 발견하든가.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장이'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은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1-30 06:30:00

어두운 산책길의 불을 밝혀주는 경찰청 광고판 (사진 제공: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좋은 광고 만드는 법은? '광고를 만들지 않기'

광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유튜브에선 광고를 건너뛰기 바쁘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단을 돌리거나 마케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애써 피해 다닌다. 조형물 광고는 웬만해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힘들다. 여론이 조금만 부정적이어도 예산 낭비라는 쓴소리가 들려온다. 2년 전 여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계란 프라이 조형물은 대구의 특성을 잘 살린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보행을 해친다는 민원으로 결국 철거되고 말았다. 광고가 설 곳은 점점 없어지는 듯하다.애석하게도 필자의 직업은 광고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이 정말 멋있게 보였다. 그래서 선택한 직업이다. 내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왕처럼 보였고 권력자처럼 여겨졌다. 많은 광고인이 아이디어가 주는 카타르시스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한다. 슬프게도 우리가 이토록 사랑하는 광고를 사람들은 싫어한다. 덕분에 나는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과연 무엇이 좋은 광고일까?'◆광고인이여, 광고를 만들지 말라대구지방경찰청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새해를 맞아 열심히 뛰겠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광고를 만들지 말자.'대신 '시민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만들자'라는 아이디어가 스쳤다. 그렇다. 이제는 광고 의뢰를 받으면 어떻게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만들지부터 고민한다. 그것에서 아이디어 작업은 시작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고를 만들 순 없을까?'광고가 그냥 광고에 머문다면 환경에도,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 광고판은 결국 쓰레기가 되어 환경오염을 시키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돌아온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요소가 녹여진 광고라면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어두운 밤 불빛 하나가 있다면 그것이 설령 광고일지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쫓아다닐 것이다.조형물을 설치할 곳을 답사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책로였지만 의외로 밤에는 깜깜했다. 가로수 근처는 밝았지만 유독 가로수 빛이 닿지 않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불빛을 밝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재밌겠단 생각을 했다.대구 경찰은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어두운 산책로에 불빛이 필요했다. 그 두 문장을 섞으니 '빛이 나도록 뛰어가는 경찰'의 모습이라는 답이 튀어나왔다. 그렇다면 대구 경찰은 신속출동의 이미지를 가지고, 시민들은 어두운 산책로가 밝아져 서로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된다. 아이디어가 나오니 카피도 쉽게 써졌다. '신속출동으로 세상을 밝히겠습니다'셉테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범죄예방디자인이라는 뜻인데 이번에 나온 작품도 셉테드 디자인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지난해 대구의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행) 발생 건수는 2만 2천155건으로 전년보다 6.3% 감소했다. 앞으로 많은 공공 디자인과 광고가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 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뒷말도 없고 작품 역시 롱런할 수 있다.'무엇이 좋은 광고일까?'라는 어려운 질문의 답은 의외로 평범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신이 광고인이라면 혹은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창업가라면 이 질문을 잊지 마라.'어떻게 하면 광고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장이'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은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1-23 12: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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