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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내게 꼭 맞는 광고 회사, 이렇게 찾아라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내게 꼭 맞는 광고 회사, 이렇게 찾아라

'창업은 했는데 광고는 어떻게 하지?'의외로 이런 분들이 많다. 창업은 했지만 소비자와의 소통을 어려워한다. 그럴만한 것이 브랜드 개발과 광고는 엄연히 다른 부분이기 때문이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광고주가 그랬다. 창업과 광고에 동시에 소질이 있는 분은 없었다.그럼에도 이 칼럼을 보시는 분들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창업자는 만능일 수 없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빨리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분의 적임자를 찾으면 된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좋은 광고 팀을 만나 브랜드를 키워 가면 된다.네이버에서 광고 회사를 검색하면 끝이 안 보인다. 그 정도로 광고회사가 많다. 여기서 내게 맞는 광고회사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진주를 찾는 일이다. 하지만 못 찾으리란 법도 없다. 구하는 사람은 찾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내게 꼭 맞는 회사를 어떻게 찾을까?첫째, 그들의 결과물을 살펴라. 인간이 하는 일이다보니 광고회사도 실수를 한다. 특히 프로젝트 진행 중에 그런 실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물은 달라야 한다. 과정상에서 실수가 있더라도 결과에는 흠이 없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물은 거짓말을 못 한다.그리고 말 잘하는 광고 회사를 경계하라. 말 잘하는 회사는 과정이 훌륭하다. 광고주를 늘 안심시킨다. 그리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장담한다. 그런 회사의 경우, 데드라인이 되어서야 본색이 들어난다. 광고주가 요구한 부분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발표일이 되어 급하게 작업을 한 경우이다.둘째, 기본을 확인하라.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드는 회사가 있다면 미팅을 요청해라. 아님 전화 통화도 좋다. 의외로 미팅과 통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고객 응대와 말투, 행동, 서비스 마인드 등과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것들이 광고와 무슨 상관이냐 반문할 수도 있다.하지만, 광고를 잘하는 회사가 이런 기본적인 것도 잘한다. 광고는 명백한 서비스업이다. 나 혼자 예술성 있는 작품을 하는 것이 아니다. 광고주의 돈은 그리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광고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다. 좋은 브랜드를 팔리는 브랜드가 되도록 돕는 일이다. 좋은 광고 회사는 좋은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명함을 주고받는 일, 이메일을 쓰는 요령과 같은 기본을 확인해라. 기본이 없는 회사가 좋은 결과물을 선물할리 없다.셋째, 직원들이 즐거운 회사임을 확인하라. 이것은 '내가 이 회사에 광고를 맡기면 즐거울까?'란 질문과 같다. 회사 자체가 즐거운 곳이 있다. 일이 즐거우니 이직률도 낮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광고회사가 그렇지 못하다. 초과 근무는 기본이고 야근은 필수이다. 우리 회사도 초창기엔 그랬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회사였다. 그 결과 유능한 직원들을 떠나보내는 쓰라린 경험을 해야 했다. 우리가 즐겁지 못한데 광고주에게 즐거운 광고를 주고자 했던 것이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구직 구인 사이트에 들어가면 그 광고회사의 평판에 대해 알 수 있다. 퇴사한 직원들이 남긴 그 회사의 장단점을 알 수 있다. 물론, 퇴사한 직원들이 좋은 글을 남겼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런 피드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광고회사와 즐겁게 일하고 싶다면 그 회사 내부의 분위기도 보라.넷째, 이유가 있는 광고회사를 선택하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이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디테일에 있다. 경찰이면서 깡패와 어울리는 이정재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디테일하게 묘사했다. 극 초반 이정재는 밝은 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나타난다. 하지만 깡패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의 양복은 어두워진다. 박훈정 감독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정재의 옷 색깔에도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이런 것이 디테일이다. 여기에서 뛰어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가 구분된다.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광고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좋은 광고 회사를 찾고 싶다면 광고의 디테일을 살펴라.다섯 번째, 계약서를 보면 그 회사의 문화가 보인다. 보통 계약은 1~2회의 미팅 후 세 번째 미팅에서 이루어진다. 서로의 신뢰를 탐색하는 시간인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절차가 남았다. 바로 계약서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계약서를 보면 그 회사가 고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회사 CEO가 돈을 바라보는 관점도 보인다.악덕 기업의 경우, 계약 해지 시 위약금을 2배로 책정하기도 한다. 명백한 반사회적 조항이다. 그리고 계약 해지의 경우, 상대방의 잘못만 명시되어 있고 광고 회사의 잘못에 대한 언급도 없다. 계약서는 그 광고 회사의 CEO의 입김이 가장 많이 작용하는 서류이다. 그래서 계약서를 보면 이 회사의 CEO가 어떤 마인드로 사업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계약하고 싶을 정도로 믿음이 간다면 계약서를 요청해라. 그리고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아라. 이때 자문 비용이 10만 원 정도 발생한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운 소상공인어도 이 돈을 아깝다고 생각지 마라. 그 돈을 아끼려다가 몇 백, 몇 천만 원을 잃을 수도 있다. 반드시 변호사 자문 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라.마지막은 '안 바쁜 회사'이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바쁘지 않아 우리 브랜드에 신경을 많이 써주는 회사, 일이 없으니 우리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회사가 최고의 광고회사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일이 많아야 실력 있는 회사라 믿는 경향이 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바쁜데 에는 이유가 있으니까.하지만 그런 순간 광고 의뢰가 '쳐내야할 대상'으로 바뀌기도 한다. '빨리 종료하고 나머지 프로젝트에 돌입하자!'는 식일 수 있다. 잘 찾아보면 스타트업인데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광고회사가 있다. 이들은 간절하다. 이번에 맡은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이들에 내일이란 없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일을 과하게 한다. 자신에게 광고를 맡겨준 것 자체가 감사하고 간절한 이들이다. 물론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이럴 때는 광고주로서 이들을 보듬어 주는 역할도 필요하다.광고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예측'이다. 절대 예측해서는 안 된다. '내가 5정도 바라면 10정도는 해오겠지' '좋은 게 좋은 거니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예측이 그렇다. 하지만 광고 회사는 내 마음 같지 않다. 이 점을 명심하셔야 한다. 광고회사를 선택할 때에는 한 가지 관점에서 보지 마라.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 기업 문화, 서비스 마인드 등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라. 다양한 시선에서 찾을 때 보석 같은 회사가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7-30 14:16:45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인의 영혼은 투명해야 한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인의 영혼은 투명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야."어린왕자는 말했다. 광고하시는 분은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설득한다. 상업 광고를 만들어 지갑 속 지폐를 꺼낸다. 공익 광고를 만들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돈을 꺼내든 1회용품을 쓰지 않든 설득이 우선이다. 설득이 없다면 성공한 광고도 없다.대구광역시 가정위탁지원센터의 광고 의뢰를 받았다. 위탁이라는 말이 생소했다. '가정을 위탁한다고?' 알고 보니 부모의 돌봄을 못 받는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는 일이었다. 즉, 일정기간 아이의 부모가 되어주는 것이다. 광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부모가 필요한 아이에게 부모가 되어 준다니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가.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를 내 자식처럼 돌본다니 말이다. 나 자신이 아이가 되어 보았다. 얼마나 부모가 그리울까? 부모의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질까? 누구에게 그 애달픈 마음을 고백할 수 있을까?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었다. 그 마음이 묻어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아이의 마음이 가장 잘 표현된 곳을 말이다. 그곳은 바로 일기장이었다. 일기장이라면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 같았다.나에게도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나에게도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그렇게 써내려간 글이다. 별다른 수사법보다 이렇게 담담한 글이 더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빠, 엄마를 그려보았다. 잘생기고 예쁘게 그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가장 멋진 부모님의 모습을 그렸다.드디어 아이디어 발표일. 광고주는 아니나 다를까 이 시안을 선택했다. 그림일기가 아이의 마음이 가장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름 뿌듯했다. 우리 팀의 생각이 광고주와 통했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그렇게 시안을 넘겨드리고 일을 마무리 되는 듯했다.며칠 뒤 센터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시안의 수정 사항에 관련한 전화였다. 광고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정말 별 것 아닌 수정이었는데 그것이 나를 엄청나게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용은 이랬다. 광고에 아빠와 엄마가 떨어져 있으니 편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즉, 이 광고를 보고 편부모 아래의 아이들이 상처 받을까봐 걱정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뭐라고 나는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다.보통 광고주를 만나보면 느낌이 있다. 기업에 따라 영혼이 다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광고주의 영혼은 어둡다. 반면, 이런 공익적인 일을 하는 분을 만나면 영혼의 깊이 다르다. 그래서 더 도와드리고 싶다. 이 광고를 보고 혹시나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전화하는 모습이 내겐 큰 감동이었다.동시에 부끄러웠다. 나는 왜 그 아이의 마음을 미리 챙기지 못했을까? 나 자신이 아이가 되어 봤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쩌면 나도 지극히 세일즈의 관점에서 접근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역시 위탁지원센터에 계시는 분들은 영혼이 달랐다. 내가 이길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광고는 그 따뜻한 마음을 반영했다. 카피는 '나에게도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로 수정되었다. 사람은 만남을 통해서 성장한다고 그랬던가? 광고인이 그렇다. 지구의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그것이 광고인의 가장 큰 특권이다. 센터 사람들을 통해서 나의 영혼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있다. 광고인은 진심으로 투명한 영혼을 가져야 한다고. 정말 투명해야 광고주의 영혼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그들과 같은 영혼을 가져야 그 마음을 잘 알릴 수 있다고 말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7-01 15:05:05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 한번 하지 않은 변호사에게 생긴 일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 한번 하지 않은 변호사에게 생긴 일

미친 것 같다. 광고인이 광고하지 말라니. 대한민국 마케터들의 욕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진짜 이 글을 보고 광고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굶어 죽을 것이다.지금 독자의 머릿속에는 이런 문장이 있을 것이다. '에이 말이 그렇지 뭐 결국 광고하라는 글이겠지'. 하지만 재미있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나는 현재 광고계에서 10년 정도 뒹굴고 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 자체가 독특한 브랜드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를 쓰고 광고해도 안 되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광고하지 않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브랜드가 있었는데 바로 한 변호사의 경우이다. 어떤 비법이 있길래 광고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몰려드는 것인지 궁금했다그 변호사는 대구의 가장 큰 법무법인에 일하다가 독립하게 되었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차리시면서 광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법무법인에 있었을 때는 소속 변호사였지만, 독립하려니 마케팅이 문제였다.당연히 많은 광고회사의 영업이 들어왔다. "온라인 키워드 광고를 하셔야 합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할 때 변호사님을 1순위 노출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와 같은 제안이 쏟아졌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지금 당장 의뢰인이 줄을 설 것 같았다. 내일 당장 통장에 돈이 수북하게 쌓일 것 같았다.하지만 변호사가 선택한 마케팅은 사무실 홈페이지 제작이 전부였다. 그것도 최소한의 기능만 넣은 정말 최소한의 홈페이지였다. 사실 요즘 젊은 변호사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정말 화려하다. 성형외과 혹은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를 보는 것처럼 찬란하다. 변호사를 일종의 스타로 보이게 해 의뢰인이 연락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외에도 키워드 광고, 블로그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 방식을 활용한다. 그에 반해 그 변호사는 의뢰인이 연락할 최소한의 창구를 만든 것이 전부였다.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19년 12월 16일, 변호사의 수가 3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법률 상담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분명히 음지도 동반하게 된다. 수임료에 눈이 멀어 의뢰인의 인생을 고려하지 않는 고객 유치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사무장과 상담을 하게 하고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식으로 사건을 수임한다. 그리고 계약을 한 후 의뢰인은 변호사와 연락이 잘 안 된다. 그리고 불안해한다. 변호사는 사무장에게 들은 내용으로 재판장에 나가는 일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렇게 해야 더 많은 사건을 수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1순위로 노출되는 사무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실 돈만 많이 주면 7번째로 노출된 브랜드가 1순위로 보일 수 있다. 당연히 의뢰인은 많아지고 변호사는 많은 사건을 수임하게 된다.그렇다면 광고 한번 하지 않은 그 변호사는 어떤 전략을 펼쳤길래 성공했을까?첫째, 그저 기본에 충실했다.비록 소수이지만 찾아와주시는 분들에게 최대한의 만족을 드린다는 전략이었다. 의뢰인과 직접 상담을 하며 증거 확보, 심리 상태까지 챙겼다. 사실 법률 분쟁으로 고통받는 의뢰인들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압박감을 받는다. 그때 변호사와 통화가 잘 안 된다든지 사무장하고만 일을 진행한다면 더욱 초조해진다. 그 변호사는 의뢰인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소통해가며 만족도를 높였다.기본에 충실한 전략은 막강했다. 이 정도 변호사라면 내 지인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 비즈니스 간의 분쟁이 많은 사업가에게는 소개 후 기업 고문 변호사로서 일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사람의 입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있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브랜드가 참 별로라는 소문도 무섭지만, '그 사람 참 잘해'라는 말도 무섭다. 그래서 지인에게 받는 혹은 해주는 추천이 정말 힘이 센 것이다.둘째, 탐구심을 잃지 않았다.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탐구의 개념으로 봤다. 왜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상대편의 머릿속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 그의 행동 패턴을 의사처럼 해부하고 관찰해갔다. 마치 추리 소설 속에 자신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상상하고 행동했다. 일이 아니라 탐구의 과정이라 생각하니 사건을 대하는 자세가 달랐다. 노동이 아니라 본인의 호기심을 해소해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그러니 밤 10시에도 의뢰인에게 전화해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면 의뢰인은 '나의 변호사가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나를 걱정하고 있는구나!'라는 인상을 받는다. 이것이 정말 좋은 광고이다. 달콤한 광고 카피가 없이도 그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드니까. 이렇게 변호사와 의뢰인이 완벽히 소통하니 이런 고객도 생겨났다. '설령 이 재판에서 져도 괜찮겠다. 변호사가 이 정도로 최선을 다해줬는데 이 이상의 결과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이다.셋째, 고객이 자신이라고 생각한다.식당에서 내놓은 음식이 상했을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가족이라면 이런 음식을 내놓았을까?' 나의 문제, 내 가족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태도가 달라진다. 더 깊숙하게 그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 저 사람이 재판에서 지는 건 내가 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건에 임했다. 그의 태도가 브랜드 충성도를 불어온 것이다.넷째, 집요함을 놓지 않았다.사실 집요함은 마케팅의 어머니이다. 가정에 어머니가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집요함이 있어야 위대한 결과가 나타난다. 근무 시간 이외에도 수임한 사건에 대해 고민하고 대응 방법을 찾으려는 집요함이다. 광고인 역시 마찬가지다. 금요일 저녁 지인들과의 회식 자리 때도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광고인이 있다. 눈은 상대방 얼굴을 보고 있지만, 머리로는 아이디어만 떠오를 때가 있다. 혹은 상대방이 뱉은 말을 가공해 아이디어와 어떻게 연결할까 생각할 때도 있다. 그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의뢰인의 말 속에서도 집요하게 아이디어를 구했다. 투자하는 시간이 많으니 사건의 해결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내가 위에 나열한 네 가지 법칙은 지극히 심심하다. 마치 건강한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운동하고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와 같은 대답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행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기본을 힘들어한다.만약에 그 변호사가 열심히 광고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포털에서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고 블로그 대행업체에 일을 맡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블로그에는 영혼 없는 광고성 글이 올라왔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법무법인과 차별성이 없는 one of them 브랜드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많은 수임을 해서 더 큰 돈을 벌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온 의뢰인들이 과연 변호사에게 만족하고 떠날까? 그렇지 않다. 한 번은 의뢰하되 다시는 맡기고 싶지 않은 변호사가 되었을 것이다.진짜 맛집은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곳이 아니다. 지난주에 왔었던, 지난달에 왔었던 손님이 다시 찾는 집이 진짜 맛집이다. 팔리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광고보다 기본에 충실하라. 업의 본질에 충실하라. 업의 본질이 먼저이고 광고는 그다음 문제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6-17 09:55:25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스티브 잡스는 왜 문법을 틀렸을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스티브 잡스는 왜 문법을 틀렸을까?

'Think different'.역사상 가장 성공한 브랜드 슬로건 중의 하나이다. '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애플의 기업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카피이다. 사실 이 카피의 문법은 잘 못 되었다. Think는 '생각하다'라는 뜻의 동사이다. 동사가 문장 맨 앞에 오면 '생각하라'라는 명령문이 된다. 그럼 이 동사를 꾸밀 수 있는 단어는 부사가 된다. different라는 형용사로 think라는 동사를 꾸밀 수 없다는 말이다. 즉, 이 문장을 수정하면 think differently가 된다.왜 애플은 문법이 틀린 슬로건을 썼을까? 잡스는 슬로건까지도 다르게 생각했다. 꼭 '문법을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조차 다르게 생각했다. 애플의 기업 정신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사람들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에 반응한다. 우리는 늘 틀린 것을 바로잡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수능에는 항상 문법에 틀린 문장을 찾는 문제가 나온다. 토익에도 빈칸에 알맞은 품사를 찾는 문제가 나온다. 정답 찾기가 중요한 교육을 받아왔다. 그런데 문법에 틀린 문장을 보면 우리는 반응한다. 무언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 문법적인 노이즈가 기억시키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이런 기법을 도시 브랜드 광고를 만들 때 적용한 적이 있다. 당시 대구는 전기차 지원 사업을 통해 거리에서 전기차를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매연을 뿜지 않는 전기차로 인해 자연스럽게 대구의 공기는 좋아졌다. 대구시에서는 그런 점을 광고해주길 바랬다.사람들은 어떤 글을 볼 때 상상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모호한 단어보다는 숫자나 색깔 같은 구체적인 것을 선호한다.예를 들어, 푸르스름한 색 (X) 녹색 (O)상상하기 힘든 푸르스름한 색보다는 상상할 수 있는 녹색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또한, 친환경을 대표하는 명백한 색감이어서 녹색을 가져왔다. 전기차로 인해 공기가 좋아졌다는 것을 녹색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한 것이다. 그리고 녹색이라는 단어에 '숨쉬다'라는 단어를 가져왔다.'녹색을 숨쉬다. 대구광역시'사실 '색깔을 숨쉬다'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맑은 공기를 숨쉬다'가 맞다. 하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문장은 전혀 주지 못한다. '대구는 공기가 맑아요!'라는 카피는 전혀 심장을 뛰게 만들지 못한다.대신 '녹색을 숨쉬다'라고 쓰면 무언가 이상하다. '녹색을'이라는 단어와 '숨쉬다'라는 단어가 노이즈를 일으킨 것이다.기억에 남는 카피를 쓰고 싶다면 이렇게 노이즈를 일으켜라. 부자연스러운 문장을 써라. 편안한 카피는 편안하게 기억에서 사라진다.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드라마가 새드 엔딩으로 끝나면 기억에 남는다.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뇌와 결말이 노이즈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를 쓸 때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노이즈를 줘라. 소비자의 머릿속에 스티커처럼 붙어 기억될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6-03 13:02:10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통찰력은 작은 것을 크게 사랑할 때 탄생한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통찰력은 작은 것을 크게 사랑할 때 탄생한다

통찰력(insight)라는 단어는 정말 매력적이다. in이라는 접두어는 '안'을 의미한다. sight는 보는 것이다. 즉, 인사이트는 안을 보는 것이다. 참 오묘한 단어이다. 밖에서 안을 어찌 꿰뚫어 본다는 말인가.예쁘게 포장된 선물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 속에 보석이 있을지 똥이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인사이트라는 단어는 매력적이다. 광고인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능력 중 하나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볼까? 이제 겨우 40대인 내가 인사이트에 대해 얘기한다는 게 조금 낯간지럽기도 하다. 하지만 강연을 다닐 때마다 이런 질문을 늘 받으니 아는 만큼 설명해 드리고 싶다.인사이트는 작은 것을 크게 사랑할 때 얻을 수 있다. 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사실 말이 좋지,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 혼자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세상에 무슨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한단 말인가.하지만 가장 지키기 힘든 끝판왕 격인 구절이 등장한다. "원수를 사랑하라". 원수를 사랑하는 것까지는 힘드니 우리 이웃을 사랑하는 선에서 합의를 보자.어느 여름날,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가로등에 벌레, 파리, 모기들이 엄청나게 꼬여 있었다. 여름철 흔히 볼 수 있는 가로등의 모습이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게 가로등이어서 그렇지. 사람 같았으면 엄청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스쳤다.하지만, 이게 웬걸,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바로 지구 정반대편의 아프리카 아이들. 어릴 적 TV에서 본 그 친구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얼굴에는 파리가 들끓었고, 몸에는 벌레가 붙어 있었다. 가로수 등을 보며 그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동시에 번쩍하고 이미지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그래 이거다. 가로수 등에 아프리카 아이 얼굴만 붙여두자. 스티커 한 장으로 공익 광고가 될 수 있겠다!'하지만 메시지가 관건이었다. 밤에 벌레들이 꼬인 얼굴이 된다 해도 광고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의미 정박이 필요했다. 벌레가 꼬인다는 건 단순히 불편한 문제가 아니다. 말라리아라는 병이 벌레 물림으로 감염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가 유행이다. 모기장을 기부해달라는 메시지는 어떨까? 고민했다. 모기장을 받을 수 있다면 자는 순간에라도 편히 잘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말라리아라는 병에서도 한발 물러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냥 널빤지에 모기장을 기부해달란 카피를 쓰기엔 뭔가 심심했다. 낮엔 보이지 않는 카피지만 밤에 그 카피가 노출된다면 재밌을 것 같았다.아프리카 아이 스티커가 붙어 있는 등의 아랫부분에 카피를 거꾸로 붙였다. 이렇게 되면 낮에 카피가 보이지 않는다. (가로수 등 뒤에 감춰져 있으므로) 그리고 가로수 폴대에 널빤지를 붙여뒀다. 이렇게 되면 밤에 불이 들어왔을 때 카피가 널빤지에 비치게 된다. 거꾸로 붙여둔 글이니 반사되면 그대로 보인다. 결국, 거꾸로 써둔 donate mosquito net(모기장을 기부해주세요)이라는 카피가 제대로 보였다. 나는 광고에 이런 장치들을 숨겨두었다. 낮엔 사람들이 이 광고를 당연히 지나쳤다. 아무런 메시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끄는 광고가 되었다. 스티커와 벌레가 자연스럽게 조화되어 임팩트를 줬기 때문이다. 나는 광고에서 이런 점을 꼬집고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무관심한 사람들. 눈에 보여야 비로소 이타심을 갖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꼬집고 싶었다.슬프게도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로 살았다. 하지만 이런 공익 광고를 만들었으니 조금 양심의 가책을 던 것 같다. 내가 어릴 적 뉴스에서 봤던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에 충격받지 않았더라면, 이런 광고를 만들 수 있었을까? 내게 그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조금은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그 사랑이 이런 아이디어를 만나게 했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 인사이트는 그렇게 작은 것도 크게 사랑할 수 있을 때 탄생한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2020-05-21 10:08:58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코로나19’ 말만 들어도 오줌 쌀 것 같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코로나19’ 말만 들어도 오줌 쌀 것 같다.

단어만 들어도 오줌을 지릴 것 같다. '코로나19'가 바로 그 단어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사업가들에게, 소상공인들에게 이 단어는 죽음만큼 무서웠다. 실제로 코로나는 우리를 죽음 문턱까지 데려갔다. 돈이 돌지 않으니 직장과 가정은 무너져갔다. 음식점은 문을 닫았고 학교는 개강조차 못 했다. 실제로 3월 28일, 황금네거리에서 한 50대 남성이 분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생활고 때문이었다.그러던 중 황금연휴가 찾아왔다. 석가탄신일부터 근로자의 날까지 4일간의 연휴를 선물 받았다. 연휴의 토요일 밤, 나는 지인과 동성로의 한 골목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의도치 않았지만, 하필 그곳이 클럽 골목에 있었다. 의도한 것 같지만 진심으로 우연이었다. 우리가 갔던 술집 포함 클럽 골목은 더 이상 코로나의 흔적을 볼 수 없었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도 다수였다. 대구의 20대는 모두 클럽 골목으로 집합한 듯했다. 서연이도 있는 것 같고 재윤이도 있는 것 같았다. 그곳에 끼어 있었던 마흔인 나는 혹시 20대들의 심기를 해칠까 맨 구석 자리에 가서 조용히 술을 들이켰다.지난주에 의뢰받은 광고 생각이 났다. 대구시청 청년정책과의 '생활 방역' 광고가 바로 그것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너머 이제는 생활 자체가 방역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마스크를 강조하기 바쁘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라는 메시지를 만들었다. '마스크 안 쓰면 바로 왕따로 직행하는데 마스크를 벗으라니?' 메시지는 때로 역설적으로 표현했었을 때 더 강력하게 기억된다.'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강한 인물이 누구일까?' 우리 팀은 고민했다. 그 결과 찾은 사람이 이순신 장군이였다. 그에게 마스크를 씌워주고 오히려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역설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서브카피가 그 의외성을 해결해주면 되니까.'마스크를 벗어도 좋습니다. 이순신 장군보다 강하다면'이렇게 카피에서 의외성을 해결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마스크에 대한 인식 재정립이 필요했다. 아직도 마스크는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그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이제 마스크가 옷입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우리에게 더 이상 마스크는 마스크가 아니다. 마스크는 이제 옷이다. 외출할 때 옷을 입는 것처럼 마스크를 입어야 한다는 것을 어필했다.술자리 후 지인들과 클럽 골목을 조심스레 빠져나왔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놀다가 코로나가 다시 오면 어떡하지?' 직원들 앞에서 "이번 달은 일감이 없어서 월급을 못 주겠다"라는 말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것은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귀신들린 딸이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는 것 이상의 두려움이다. 그냥 내려오기도 가끔 미끄러지는 계단을 요가 자세처럼 내려오니 말이다. 이렇게 놀다가 코로나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대로 광고에 옮기고 싶었다.딸린 식구가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 코로나는 생각하기도 싫은 대상이다. 하지만 공익을 위해서 필요한 메시지다. 모호한 말보다 언제 돌아오겠다는 구체성이 더 무서울 듯했다. 그래서 쓴 카피가 '방심할 때 돌아올게'이다.그러니 제발 방심하지 말자. 우리 회사에서 만든 광고처럼 방심할 때 코로나는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다시는 우리가 코로나 관련한 광고를 만드는 일이 없길 희망한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5-06 09:57:06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처음 탄생한 찰보리빵은 어떤 맛일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처음 탄생한 찰보리빵은 어떤 맛일까?

경주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빵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신데 필자의 책을 읽고 한번 뵙고 싶다는 전화였다. 빵집 광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호기심이 발동했다. 빵이라는 주제는 단어의 어감도 재미있고 기발하게 만들만한 거리가 많은 주제였다.미팅 날, 경주에서 필자의 사무실까지 오신 사장님은 지극히 평범함 50대 아저씨셨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서 큰 반전이 있었다. 그 사장님이 바로 경주 찰보리빵을 최초로 개발하신 분이셨다.경주하면 찰보리빵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경주 시내를 5분만 운전해도 숱한 찰보리 빵집을 볼 수 있다. 사장님이 가져오신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자신이 최초로 개발한 찰보리빵을 남들이 따라 하면서 원조의 개념이 퇴색한 것이다.필자는 'OOO 찰보리빵'이 그 원조라는 것을 광고에서 강하게 어필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생각은 달랐다. 그분들도 먹고살아야 하니 경쟁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말자는 말씀이었다. 순간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리고 역시 많은 매장을 운영하시는 데에는 그만큼 넓은 마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장님은 필자에게 더 어려운 숙제를 주신 셈이다. 경쟁자에게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지 않으면서도 원조의 느낌을 줘야 했으니까. 대구로 돌아온 뒤에도 고민은 계속되었다. 필자의 경험상 브랜드는 그 브랜드를 만든 사람을 닮아간다. 그리고 광고 역시 그 광고주를 닮은 작품이 나온다. 작업하며 염려는 되었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 사장님을 꼭 닮은 착한 광고가 나올 것 같았다.광고 작업 중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필자가 찰보리빵 광고를 맡은 걸 알고 온하우스의 신세원 대표님께서 연락이 왔다."소장님이 찰보리빵 광고 맡은 걸 알고 경주 가서 사 먹으려고 했는데요. 찰보리 빵집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못 찾겠더라고요. 결국, 아무 찰보리빵 집에 들어가서 하나 사 먹고 나왔어요"이것이 'OOO 찰보리빵'의 가장 큰 문제였다. 아무리 광고해도 브랜딩 되지 않으면 광고비는 허사인 셈이니까. 그래서 필자는 20년 가까이 써온 로고를 다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기존에 써오신 '찰보리빵 발명한 집'이라는 슬로건 역시 손을 봤다. '발명'이라는 단어는 왠지 제품 같은 딱딱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탄생'이라는 워딩을 써서 생명의 이미지를 줬다. 탄생이 발명보다 훨씬 고결하고 축복 된 느낌을 준다고 판단했다.두 번째 문제는 원조에 대한 인식이었다. 사실 '원조'라는 워딩은 식상하다. 춘천에만 가도 간판에 원조가 들어가지 않는 닭갈비 집이 없을 정도다. 원조라는 단어를 배제하고 어떻게 원조인 것을 알리느냐가 문제였다. 거기에 사장님의 경쟁자에게 최소한의 배려를 해달라는 요청까지 있었으니 더욱 풀기 힘든 문제였다.찰보리빵을 만나는 그 순간에 강력한 메시지를 줘서 원조임을 인식시키고자 했다. 사람들은 찰보리빵을 만지기 전에 패키지를 먼저 만지게 된다. 패키지를 먼저 보고 열어보고 비로소 찰보리빵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 탄생한 찰보리빵은 어떤 맛일까?'라는 카피를 패키지에서 전면으로 내세웠다.그렇게 패키지 박스를 열면 또 하나의 재미를 만나게 된다. '탄생'이라는 워딩을 써서 생명력을 부여했으니 가계도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OO 사장님(아빠)을 필두로 7개의 매장을 자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찰보리빵은 아빠의 사랑으로 태어난 자식들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거기에 더해 트레이싱지에 돌잔치 사진을 넣어두었다. 보통 우리가 돌잔치 사진을 찍을 때 의자에 앉아서 찍는데 아이 대신 찰보리빵을 앉혀둔 것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아! 여기 사장님이 찰보리빵을 정말 자식처럼 생각하는구나!' '그럼 하나를 만들어도 허투루 만들지 않겠네!' 이런 생각을 끌어내고 싶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그니처 이미지 하나가 필요했다. 찰보리빵에 공갈 젖꼭지를 물리는 이미지였다. 찰보리빵은 동그랗게 아이의 얼굴처럼 생겼다. 거기에 공갈 젖꼭지를 물리니 정말 생명이 탄생한 듯한 느낌이 났다.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우리는 시장이라는 전쟁터로 나갔다. 더 예뻐진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니 팔리기 시작했다. 경주에 찰보리빵은 다 똑같다는 인식을 불태워버렸다. 원조를 말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이 눈치채게 했다.팔고 싶다면 진실을 말하라. 거기다 경쟁자까지 배려해주는 마음은 덤이다. 그렇게 브랜드는 팔려간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2020-04-22 12:03:26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눈을 맞추면 팔립니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눈을 맞추면 팔립니다

왜 팔리지 않을까? 오늘도 누군가는 치킨집을 창업하고 곧 망할 예정이다. 내일은 누군가 카페를 열고 곧 망할 예정이다. 시작부터 망할 생각을 하면 너무 비참하다. 도대체 왜 팔리지 않을까? 마음이 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 회사를 창업하고 이런 광고주분들을 많이 만났다. 본인의 마음이 너무 높아 고객의 마음과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그런 분들의 특징은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자존심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아, 우리 제품이 이만큼 좋은데 왜 몰라주지?' '사람들은 정말 바보야. 이렇게 좋은 제품을 두고 사지 않으니'라고 생각한다. 고객과 눈 맞을 리가 없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 고객과 눈을 맞추기는커녕 더 높은 곳을 보고 있다. 눈이 맞지 않는데 마음이 동할 리가 없다. 말 그대로 동상이몽이다.동상이몽 정신은 사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관공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교육청 광고를 떠올려 보자.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나? 잔디밭 위에서 남녀 학생이 책을 읽으며 서로 미소 짓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완벽한 거짓말이다. 이건 학생들의 모습이 아니라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학생은 이렇게 자라야 해!'라는 규칙을 정해주는 것이다.당연히 학생들은 이런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모습과는 전혀 동떨어진 모습에 고개가 돌아갈 뿐이다. 이렇게 눈을 맞추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모습 때문에 많은 공익 광고들이 실패한다. 교화하려 하고 가르치려는 순간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낀다.그러던 중, 인천시 교육청에서 의뢰가 왔다. '인재의 천국'이라는 카피가 기억에 남으셨는지 다행히도 다른 일까지 맡겨주셨다. 인천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집중했다. 학교에 다니며 아이들이 가장 잘 배워야 하는 것이 뭘까 고민했다. 그것은 수능에 나오는 국·영·수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공부해야 할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공부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봤다. 그때 비로소 아이들의 눈이 가장 빛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기 싫은 공부로 야자를 채우면 아이들의 눈이 얼마나 흐리멍덩할까?필자가 좋아하는 영어 중에 'enlightening'이라는 단어가 있다. 명사를 꾸며주는 형용사로 '계몽적인, 밝혀주는'이라는 뜻이다. 굉장히 교육적인 단어라고 생각하는데 '밝혀주는'이라는 뜻이 참 좋다. 공부의 즐거움이 잘 녹여져 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갈 때, 어떤 문제에 관한 통찰을 얻었을 때 깜깜했던 눈앞에 불이 켜진 것처럼 기쁘다. '눈이 반짝인다'. '눈에 불이 켜진다'라는 아이디어를 아이들에게 적용하고 싶었다.톤 앤드 매너는 소위 아이들이 말하는 병맛 컨셉으로 갔다. 아이들은 진지한 교육청 광고에 고개를 돌리며 그런 콘텐츠는 소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아이디어는 이렇다. 길바닥에 떨어진 '인천 교육'이라는 책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마치 책을 열어보면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학생은 책을 펼쳐보고 그 속에 빠져든다. 책에서 얼굴을 떼니 눈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두웠던 세상이 너무 밝아 보이는 것이다. 오른쪽을 봐도 빛이 나고 왼쪽을 봐도 빛이 난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드니 눈에서 나오는 불빛이 밤하늘까지 밝힌다. 그러면서 카피가 나온다. '교육이 인천을 더 빛나게'아마 눈에서 빛이 나오는 교육청 광고는 인천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인천시 교육청과 한 작업을 돌이켜보면 공통점이 있다. '인재의 천국'은 줄임말을 활용했다. 교육이 인천을 더 빛나게는 눈에서 빛이 나오는 걸 찍었다. 둘 다 어른 취향이 아니라 아이들의 취향을 고려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교육청 광고가 없는 이유는 어른들의 취향에 맞췄기 때문이다. 줄임말 역시 요즘 아이들이 워낙 많은 말을 줄여 쓰기 때문에 쓴 카피이다. 눈에서 불이 나오는 설정도 지극히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것이다.광고와 심리 상담은 닮았다. 한 심리 상담가의 말이 기억난다. "제 역할은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그저 고민을 잘 들어주기만 해도 내담자분들은 많이 좋아하세요" 광고도 마찬가지다. 말하기인 것 같지만 사실 광고는 듣기이다. 우리가 이렇게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힌트를 주는 것이다. 팔리는 광고를 하고 싶다면 키를 낮추어라. 그리고 바짝 엎드려 고객과 눈 맞춤하라.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눈동자를 바라보아라. 마케팅은 거기서 시작된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4-08 12:05:29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와 놀게 하면 팔린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와 놀게 하면 팔린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광고를 어떻게 하면 좋아하게 만들까?'광고 회사를 창업하고 이 문제를 숱하게 고민했다. 필자가 찾은 답은 '광고와 놀게 하자'였다. 그 점에 착안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광고'가 우리의 모토가 되었다. 그러던 차에 한 요가 학원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뻔한 요가 광고에서 탈피해 색다른 이미지를 찾는 원장님이셨다."김소장님, 기발한 방법이 없을까요? 광고는 하고 싶은데 다른 학원은 전부 7kg 책임 감량이라고 하고...이런 광고들이 너무 싫증 나거든요" 수화기 너머로 사장님의 간절한 목소리라 흘러나왔다. 필자는 7kg 감량이라는 워딩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학원들 모두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7kg 감량이라고 쓰는 순간 다른 브랜드와 다를 바 없는 브랜드가 되어 버린다.요가의 핵심은 활동성이라 생각했다. 거칠지 않고 우아한 움직임이 요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봤다. 광고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광고를 가지고 놀게 하자' '사람을 활동하게 만드는 광고를 만들자'라고 기획한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도구가 바로 슬링키였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그 신기한 장난감, 계단에 떨어뜨리면 아랫칸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바로 그 장난감이었다.아이디어는 이렇다. 슬링키를 그냥 세워두면 다소 몸집이 있는 사람이 물구나무를 하고 있다. 그 슬링키를 움직이면 그 사람의 몸이 U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구부러진다. 그러면서 아주 날씬하고 유연한 모습이 보인다. 남들이 몸무게 감량, 체지방 감소와 같이 달콤한 말을 할 때 우리는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꾸며내는 말보다 이미지가 더 신뢰감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이 슬링키를 통해 요가 학원은 팔리기 시작했다. 슬링키를 가지고 놀면서 사람들이 소비자가 되기 시작했다. 광고와 놀면서 자연스럽게 요가 브랜드에 애착심이 생긴 것이다. 광고를 좋아하게 만들자 브랜드도 좋아하게 되었다. 이후 요가 학원 원장님께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엔 등록을 주저하는 사람들도 슬링키를 받고서는 등록하게 되었다는 얘기였다.슬링키 작업 이후로 우리는 '장난감 광고'에 꽂혔다. 슬링키 요가 광고로 재미를 봤으니 이번엔 공익적인 일에도 적용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광복절이 다가오는 시기여서 독도 장난감을 기획한 것이다.독도는 우리나라에서 워낙 민감한 이슈라 자칫 장난감으로 만들었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기획 의도에 오해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비난받기 쉬운 주제니까. 그러던 중 대구 중앙도서관 근처의 한 찜닭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진행하는 마케팅이 꽤 흥미로웠다. 주문하고 찜닭이 나오기 전까지 섞여진 큐브를 맞추면 음료 서비스를 주는 이벤트였다. 바로 그때 독도 광고를 큐브에 넣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큐브는 정확성을 요구하는 장난감이다. 한쪽이 완벽하게 맞아도 다른 한쪽이 맞지 않으면 꽝이다. 즉, 한 면이 다른 면에도 영향을 크게 끼친다. 자연스럽게 독도 생각이 났다. 독도가 일본의 지도에 있으면 이상하다. 바로 한국 지도에 있어야 올바르게 보인다. 그 사실을 큐브를 통해 알리고 싶었다. 큐브의 한 면에는 대한민국의 지도가, 다른 옆면에는 일본의 지도를 뒀다. 독도가 일본 면에 있으면 당연히 어색해 보인다. 그리고 한국 지도에 독도가 없으면 이상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아이디어가 딱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였다. 광고 장난감의 힘은 이토록 강했다. 혐오하는 광고에서 가지고 노는 광고로 바뀌니 사람들도 바뀌었다. 사람에서 소비자가 되었다. "제가 당신 돈을 노리고 있으니 지갑 열 준비하세요!"라고 말하는 광고는 사람들이 도망쳐 버린다. 대신 먼저 친구가 되어라. 친구가 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서 사람들 손에 쥐여주어라. 광고를 가지고 놀수록 브랜드 애착심이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처럼 행동해라. 처음부터 사랑을 말하면 상대는 달아나버린다. 먼저 재미있고 편안한 친구가 되어라. 그러면서 사랑도 싹튼다. 브랜드도 사람과 똑같다. 소비자가 나를 피하지 않을 방법을 궁리하라.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가지고 놀게 할까, 우리 브랜드로 인해서 어떻게 소비자를 미소짓게 할까 고민하라. 어느새 소비자들은 당신의 브랜드가 없이는 살 수 없도록 길들어 있을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3-11 14:02:50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불경기를 이기려면 0.1초를 붙잡아라.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불경기를 이기려면 0.1초를 붙잡아라.

유례없는 불경기에 우리는 숨 쉬고 있다.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혹시 최근에 주변에서 "저기 광고비를 정말 많이 쓴데!"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광고주의 머릿속엔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팔 수 있을까'란 생각이 가득하다.필자 역시 처음 창업을 했을 때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돈은 없는데 우리를 어떻게 알리지?' 그때는 독이 바짝 올라 있었다. '누구든지 우리에게 광고만 맡겨봐! 멋진 광고로 죽여버릴 거야!'라는 독기로 가득했다.하지만 그건 필자만의 생각이었다. 아무도 우리에게 광고를 맡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투자하게 된 것이 바로 명함이었다. 처음 창업할 때는 거의 빈털터리 상태였지만 명함에 투자할 2만 원은 있었다. 미국의 뇌과학자 폴 왈렌(Paul J. Whalen)에 따르면, 우리는 뇌의 편도체를 통해 0.1초 만에 상대방의 호감도를 평가한다고 한다.영업을 갈 때마다 늘 문전박대의 대상이었던 필자는 여기서 원인을 찾았다. '0.1초를 붙잡자. 그 짧은 시간에 상대방에게 호감을 줘서 우리를 팔자!'라고 다짐했다. 영업을 나간 어느 날, 운 좋게도 병원 원장님과 독대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자네, 사기꾼 아닌가?""다른 회사는 광고를 공짜로 만들어주는데 당신은 뭔데 돈을 달라고 하나?"실상은 이랬다. 당시 대구 지역의 광고 회사들은 거의 버스, 지하철 광고판을 입찰로 사들여 그 광고판을 쓰는 비용만 받았다. 즉, 부동산 비용만 받고 그 안에 들어가는 광고 기획, 카피, 디자인은 공짜였던 시장이었다. 그런 시장에서 아이디어 비용을 요구했으니 사기꾼으로 몰릴 만했다. 곧이어 원장님의 차가운 말이 쏟아졌다."내가 어제까지만 해도 음악회 갔다가 OOO 씨(이름만 대면 알 법한 유명인)랑 술 마시고 왔는데 오늘 당신 같은 잡상인하고 미팅하고 있으면 내 기분이 어떻겠어?"결국, 대화의 마무리는 내가 경력이 없으니 공짜로 내 광고를 써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끝났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 대구에서 광고 회사를 창업하지 말라는 선배들의 말씀이 떠올랐다. 필자는 그저 크리에이티브를 쫓는 철없는 사람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자괴감이 들었다.하지만 광고의 매력이 뭔가? 바로 상황을 뒤집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우울한 상황도 긍정적으로 뒤집고자 노력했다. 사실은 원장님께서 비난의 말씀을 하실 때 아이디어가 스쳤다. '아 원장님은 사람을 고치는 의사시군요. 저도 의사입니다. 브랜드 고치는 브랜드 닥터요'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지만, 머릿속에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스친 셈이다. 그렇게 브랜드 닥터 명함은 그렇게 탄생했다. 일반 명함은 종이 한 장으로 끝나지만 나는 커버를 만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병원의 명함 같지만 커버에서 명함을 꺼내면 '브랜드 고칩니다'라는 카피가 보이도록 만들었다. 실력 있는 광고 회사니 우리를 써달라는 간절함이 담긴 명함이었다.100원짜리 명함의 효력은 대단했다. 그 뒤로 문전박대가 사라진 것이다. 브랜드 닥터 명함을 내밀면 꼭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그 명함을 살펴봤다. 무언가 다른 디자인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그 뒤로는 잠시 기다려보라는 말과 함께 미팅이 이루어졌다. 0.1초를 붙잡으니 팔 수 있었다. 창업한 지 7년 차인 지금 돈으로 환산하자면 이 명함은 제게 수십억을 벌게 해 준 셈이다.이렇게 큰돈을 벌게 해 준 명함을 작년에 바꾸게 되었다. 한 명함을 가지고 너무 오래 사용했고 커버가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종이 한 장짜리 명함이라도 멋진 문구나 디자인이 있으면 팔릴 것이라 봤다. 지난 7년 동안 우리의 고생과 애환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글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광고주 미팅할 때 요즘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떠올랐다. "김소장님! 그 광고 만드신 분 맞으시죠!" 만나는 광고주분마다 경찰청, 인천시 교육청, W병원 광고를 말씀하시며 제가 맞는지 확인했다."네, 그 사람 맞습니다"라고 말을 하게 될수록 '그냥 명함에 쓰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명함에 쓴 카피가 "네, 그 광고 만든 사람 맞습니다"이다. 남들이 봤을 때 건방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광고비란 말조차 없던 대구시장에서 그 인식을 만들어 내기 위해 죽도록 고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명함을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겸손해야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사업을 하건 하지 않건 명함은 당신의 얼굴이다. 그 명함의 디자인, 서체 심지어 종이 두께까지 고객이 당신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상 유례가 없는 불경기인 것을 모르는 사업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을 것인가? 거창한 투자는 부담되니 본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SNS에 매일 짧은 글을 오리는 것일 수도 블로그에 작은 사진을 올리는 일일 수도 있다. 명함 역시 3만 원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소액을 투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큰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자. 리스크가 없는 일부터 시작하시면서 기초 체력부터 키우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더 큰 리스크도 감당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2-26 13:04:30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브랜드도 화장해야 팔린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브랜드도 화장해야 팔린다

'브랜드도 사람과 똑같구나'.브랜드를 맡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얼굴은 강력한 이미지가 된다. 그 이미지로 그 사람의 성격을 추측하기도 한다. 안성기씨를 보면 어떤 고민도 들어줄 것 같은 따뜻한 사람일 것 같다. 반면 마동석씨를 보면 강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안성기씨가 마동석씨의 이미지를, 마동석씨이 안성기씨의 이미지를 갖는 일을 죽었다 깨어나도 힘든 일이다.우리가 브랜드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 브랜드의 얼굴을 보고 그 브랜드를 판단하게 된다. 이때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얼굴은 바로 CI(Coporated Identity)이다.자, 지금 머릿속에 어떤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나이키, 스타벅스,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생각해보자. 그 순간 가장 먼저 머릿속을 차지하는 것이 CI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브랜드 로고에 목숨을 건다. 삼성 역시 브랜드 로고에 수억을 들였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혁신적인 정신이 들어가 있다. 그 로고에 그 브랜드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딤프라는 브랜드가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의 약자인데 지금은 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2006년에 시작해 전 세계의 프로덕션과 공연관계자, 시민을 아우르는 아시아 최초의 국제 페스티벌이 매년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셈이다.작년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님은 엑소의 수호를 홍보대사로 보내 아시아 팬들에게 어필하기도 했다. 그만큼 딤프 페스티벌은 국내 잔치용의 브랜드가 아니다. 특히 대구 중심가에 있는 노보텔에는 딤프 축제 동안 더 많은 외국인이 숙박한다. 대구에서 딤프가 차지하는 브랜드 파워는 강력하다.하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게 CI가 너무 올드했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CI를 개발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벅스, 애플의 현재의 로고도 처음 디자인에서 조금씩 변형된 것이다. 디자인 트랜드는 변하는데 한 가지 로고를 너무 오래 쓰면 당연히 올드하게 보인다. 카페베네 역시 위기를 겪고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로고를 교체한 것이다. 이토록 로고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로고의 중요성을 설명하다 보니 잠시 얘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다. 다시 딤프로 돌아가면 외국인이 찾는 브랜드인만큼 시각적인 어필이 필요했다. 딤프의 로고만 봐도 '아! 뮤지컬 축제구나!'라는 느낌을 줘야 했다. 즉, 글이 없이도 시각적인 언어를 전달 할 수 있어야 했다.하지만 수년 전에 개발한 딤프의 로고는 그 점이 부족했다. 필자는 애플 로고를 볼 때마다 스티브 잡스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애플 로고는 성경 속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빗댄 것이라는 설이 있다. 즉, 인간이 취해선 안 되는 것을 한 입 베어 무는 것을 표현해 혁신을 이야기 한 것이다. 그 로고 하나에 애플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사람들이 나이키 로고를 보면 달리고 싶고 맥도날드 로고를 보면 배고픈 것도 이런 이유다.필자는 CI 작업의 영감을 얻기 위해 딤프 뮤지컬에 참석했다. 운 좋게도 세계적인 작품인 투란도트를 두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얻었다. 난생처음 본 뮤지컬의 흥분은 대단했다. 불이 꺼지고 조명이 켜질 때 흥분은 영화관과는 또 다른 묘미였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조명이 뭐라고 사람을 이토록 흥분시키나?' 어둠을 뚫고 나오는 빛은 우리에게 큰 임팩트를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바로 그거였다. 아이디어는 바로 거기에 숨어 있었었다. '사람들은 조명에 흥분하고 박수치니 로고에 그 모습을 담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로고를 만드니 누가 봐도 뮤지컬이 연상되었다. 외국인이 봐도 이해되는 브랜드가 완성된 것이다.아이디어 발표일 찾은 딤프의 사무실을 보고 많이 당황했다. 국장님께만 발표하면 될 줄 알았던 시안이 스무 명 정도 되는 딤프의 직원들이 사무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간절했다는 뜻이다. 그들은 로고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준비한 몇 가지 시안 중 아니나 다를까 딤프 팀 역시 조명 시안에 애착을 뒀다. 기존의 딤프 로고에는 시각언어를 담지 못했는데 그 문제가 해결된 것 같다고 기뻐했다. 필자도 덩달아 행복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이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으니까.딤프는 분명 매력적인 브랜드다. 하지만 세상에는 매력적인 브랜드가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손님을 맞이할 때 세수를 하지 않거나 화장도 하지 않은 채로 나간다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매력적인 브랜드도 그 보이지 않는 매력을 시각화시켜야 한다. 이제 브랜드도 화장해야 팔린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2-12 12:01:09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말하면 실패한 광고, 들으면 성공한 광고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말하면 실패한 광고, 들으면 성공한 광고

우리는 하루 평균 5,000여 개의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기억해내는 광고는 5개 미만이다. 그만큼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과잉의 시대에 숨 쉬고 있다. 여기서 창업가들의 한숨이 들리는 듯하다. '그럼 광고해봤자 소용없네. 5,000여 개의 광고와 경쟁해 어떻게 기억에 남게 하냐고!'라는 불평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zero to one의 저자 peter thiel의 말처럼 경쟁하지 않는 영역에서 싸우는 것이 비즈니스에서는 옳다. 하지만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필자의 칼럼을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그런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시작한 칼럼이다.유튜브를 켜면 수많은 광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브랜드의 장점을 쏟아낸다. 출발점이 잘못된 것이다. 브랜드와 소비자는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다. 브랜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주시오!' 소비자는 '내 지갑 속에 돈을 훔쳐갈 생각 하지 마!'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손가락에 온 힘을 다해 광고 스킵 버튼을 누른다.여기서 실패하는 광고와 성공하는 광고가 나뉜다. 실패하는 광고는 그 중심이 자신들의 브랜드에 있다. 즉,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성공하는 브랜드를 살펴보자. 그들은 철저히 고객 중심이다. 고객이 무슨 말을 듣고 싶을까를 연구하고 그 워딩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광고에서 그 말을 토해낸다. '너 지금 치즈 케이크 먹고 싶지? 그래서 준비했어'라고 말한다. 짜장면이 먹고 싶은 사람에게 절대 탕수육 얘기를 하지 않는다.지난해 가을, 인천시교육청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매스컴에서 쏟아진 안 좋은 워딩으로 인천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었다. 그것을 지워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슴에 간직한 채 아이들이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아이들이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고민해봤다. 요즘 아이들과 관련한 뉴스를 보면 안타까운 것들이 주를 이뤘다. 성적을 비관한 나머지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 왕따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뉴스 속에 있었다. 동시에 필자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봤다.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를 입학한 친구들이 사회에선 실패한 모습을 보았다. 반대로 반 평균을 깎아 먹던 아이들은 일찌감치 창업해 매출 10억 원의 창업가가 된 모습도 보았다. 즉, 학교의 기준이 세상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학창 시절엔 성적이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학교라는 작은 세상의 기준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는 천재로 태어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들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 전에 아이들이 간절하게 듣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그렇게 써 내려간 글이 '세상에 필요하기에 네가 왔다'이다. 너는 꼭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이 광고를 보고 자존감을 회복하길 바랬다. 인천시교육청은 이 광고를 곧바로 신문에 게재했는데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 제대로 낸 광고가 맞냐고. 기존의 교육청 광고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전라도의 한 학교에서는 포스터를 보내줄 수 없냐고 문의가 왔다. 아이들이 이 광고를 보면 좋아할 것 같다고 말이다. 인천시교육청은 기쁜 마음으로 포스터를 내주었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1-22 11:14:42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진실한 광고는 어디에 있을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진실한 광고는 어디에 있을까?

"사재기 좀 하고 싶다."블락비 맴버인 가수 박경이 작년 11월 24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 맨션은 순식간에 퍼져 해당 가수들은 곧바로 검색어 상위로 직행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터질만한 일이 터졌다고 탄식했다. 사람들은 평소 의심했던 일이 밝혀지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팀은 2020년 첫 방송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실상은 이랬다. 광고홍보업체 회사들이 가수로부터 돈을 받고 음원 순위를 올리는 작업을 대행해주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만 개의 아이디를 생성하는 방법이었다.일반 사용자들의 피해 사례도 인터뷰했다. 구입한 적이 없는 음원을 사줘서 고맙다는 메일이 바로 그 증거였다.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모두가 죽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획사에 대행을 맡기는 소속사, 가수, 작업하는 광고회사도 죽는 구조였다.필자는 광고회사를 경영하는 CEO이기도 하지만 창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타리스트 신대철의 인터뷰가 더욱 마음 아팠다. 그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퀸을 예로 들었다. 신곡 길이가 6분이나 되어 소속사 사장은 상품 가치가 없다며 크게 반대한다.하지만 퀸은 예술적 가치로 밀어붙여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만들어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탄식한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다.이제 광고회사들은 고민할 때가 되었다. '무엇을 팔 것인가?' 보다 '어떻게 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장인정신이 없는 이런 광고의 형태는 광고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 피해는 광고인과 죄 없는 예비 광고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광고인이 아닌 돈만 주면 알아서 대행해주는 브로커 쯤으로 전락할 것이다.슬프게도 이미 그런 시대가 온 것 같다. 포털사이트에서 추천하는 맛집은 맛이 없을 것이다. 광고 대행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이런 일을 목격하며 병원 원장님의 푸념이 떠오른다. "아주 간단한 수술인 것을 포털사이트에 쳐보고 제일 첫 번째로 나오는 병원에 가요. 그리고 간단한 수술을 아주 복잡하게 하고 치료 기간도 늘립니다. 포털사이트 노출 순위는 실력순이 아니잖아요. 돈 많이 주는 병원이 1등 하는 거잖아요"이렇게 신뢰하지 않는 광고가 판을 치는 세상에 광고 산업은 어떤 길로 가야 할까?'그알'에서 밝힌 타이거 JK의 철학 속에 광고계가 가야 될 방향이 들어가 있다."진짜 사랑해서 해야 되는데...이런 사재기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이 친구가 진짜 음악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거라고 생각해요"바로 이것이 광고가 가야 할 방향이다. 광고 속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일은 수만 개의 가짜 아이디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아이디가 매크로를 돌린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될 때 밤잠을 자지 않고 줄을 서며 기다리는 사람들은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사랑할 수 있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다.진실하지 않은 사랑은 상대방이 금방 눈치챈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금방 눈치챈다. 광고 아닌 광고를 만드는 것, 거짓말이 아닌 것 같은 광고를 만드는 것이 광고계가 가야 할 방향이다. 거짓은 잠깐은 이길지 몰라도 계속해서 이길 수는 없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1-08 09:09:52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종이 신문이 말을 하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종이 신문이 말을 하네?

신문과 광고는 닮았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어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신문은 최대한 사실의 기반을 둔 정확한 정보로 독자와 소통한다. 광고 역시 사실을 근거로 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에는 주관성이 관여한다. 결국, 똑같은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특징이 있다.종이 신문은 더 이상 종이 신문이 아니다. 분명 종이인 것은 틀림없으나 전자기기와 결합해 메시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QR코드 역시 그런 기본 형태 중 하나이다. 필자의 회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사업을 통해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에 관한 작업을 매일신문과 진행하게 되었다.신문 지면에서 음주운전에 관해 얘기하면 자칫 가르치려고만 드는 전형적인 공익 광고로 비칠 수 있다. 필자는 그 점이 싫었다. 하루 5천여 개의 광고에 노출되는 요즘 어떻게 하면 광고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 것인가가 광고 제작의 첫 번째 규칙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면에서 다 보여주지 말자고 생각했다. 지면만 봤을 땐 심심한 광고처럼 보이도록 말이다.하지만 전자기기를 이용한 또는 QR코드를 이용한 광고의 가장 큰 단점은 참여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참여시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준다든지 돈을 준다든지 하는 당근이 없다면 사람들은 좀처럼 참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카피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부모의 음주운전에 딸은 이렇게 말합니다'이렇게 쓰면 그다음이 궁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광고가 지면에서 끝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이어진다는 느낌도 들 수 있어서 좋았다. 본 캠페인은 빅아이디어연구소와 공동 제작하며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QR코드를 찍으면 뒷좌석 창문이 열리며 딸의 독백은 시작된다.'아빠, 아빠 불러도 대답이 없네요. 음주운전은 안된다고 했는데 아빠가 한 잔은 괜찮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니네요. 아빠도 엄마도 대답이 없네요. 아빠. 전 이제 어떻게 살아요? 술 한잔이 아빠를 제 곁에서 데려가 버렸어요.'음주운전으로 아빠를 잃은 딸의 목소리를 들으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시각으로 느끼는 메시지와 청각이 함께 동원된 메시지는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의 딸의 말을 신문에 글로 적어두었다면 독자는 감화되기 힘들다. 하지만 내 귀를 통해 듣는 어린 딸의 목소리는 감화를 준다.이것이 바로 인터렉티브 광고의 묘미이다. 인터렉티브 광고란 말 그대로 상호 작용하는 광고라는 뜻이다. 80년대 우리는 광고를 말할 때 9시 뉴스 앞에 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런 광고는 상호 작용할 수 없다. 소비자는 그저 TV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IT 기술이 발전한 요즘 상호작용을 하는 광고 형태가 가능해졌다. 즉, 소비자들이 광고를 가지고 놀고 웃고 즐기게 된 것이다.앞으로 많은 광고의 형태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일방적인 시청각 광고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하고 움직이게 하는 광고 말이다. 광고처럼 신문 역시도 그런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일방적인 기사 전달이 아닌 그 기사에 독자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신문사와 광고회사는 그런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에 초점을 맞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12-18 09:35:07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바퀴벌레 같은 광고 VS 사람을 살리는 광고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바퀴벌레 같은 광고 VS 사람을 살리는 광고

광고 따위가 사람을 살린다고? 광고인이 쓰는 칼럼이라지만 과장이 너무 심하게 들린다. 종종 광고는 바퀴벌레에 비유되기도 한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핵폭탄 터지면 지구에 살아남는 것이 두 가지인데 그 정답이 바퀴벌레와 광고였다. 사람들은 바퀴벌레만큼 광고에 질려한다는 말인지도 모른다.제주지방경찰청에서 조형물 광고를 의뢰받았다. 짐작건대 최근 범죄 사건으로 제주도는 안전한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본질은 실제로 안전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안전하기 위해 노력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야 광고의 설득력이 살아난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여기 안전합니다! 놀러 오세요!"라고 광고할 수가 없다. 진정성이 없다면 그 광고는 바퀴벌레로 전락해버린다.어떻게 하면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광고에서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문제의 답은 너무 간단했다. 달콤함 광고로 제주도가 안전하다는 말을 하는 대신 필자가 본 광고주의 모습을 그대로 광고판에 옮기자는 것이었다. 즉, 치안을 위해 뛰어다니는 제주 경찰의 모습을 가공 없이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사실 광고주는 필자에게 가장 많은 아이디어의 영감을 주는 대상이다. 본인들이 속한 조직, 단체, 브랜드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구할 때가 많다. 이번 작업 역시 그랬다. 평소에 그들이 순찰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광고에서 거짓말을 들어내니 많은 장점이 생겼다. 첫째, 광고가 사람들을 도왔다. 요즘 경찰청에서는 어두운 골목에 가로등을 설치하거나 경찰관 이미지로 범죄를 예방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곳의 디자인을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두어 개발하는 것을 셉테드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즉, 달콤함 말이 아닌 실제로 시민들의 삶을 지켜주는 디자인으로 우리의 생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둘째,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이 조형물이 설치된 곳은 한 초등학교 근처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여자고등학교도 있어 밤이 되면 매우 어두운 곳이었다. 경찰관의 말로는 여고생들이 깜깜한 거리를 걷는 모습이 신경 쓰인다고 했다. 불빛과 경찰 이미지는 범죄 예방에 아주 좋은 매체인데 그 둘을 합쳐 놓으니 거리가 살았다. 게다가 가시성이 좋은 노란색으로 safety zone을 만들어두었기에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셋째, 경찰관이 시민의 언어로 말했다는 점이다. 사실 광고주가 쓰는 언어와 소비자가 쓰는 언어는 다르다. 같은 한국말이어도 사실 그들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광고주는 자신의 브랜드 얘기만 주구장창하고 소비자는 '내 지갑 열 생각 하지마!'라는 자세로 광고주의 말을 듣지 않는다. 아니,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거리에 커다란 가로등을 설치하고 어두워지면 센서가 작동해 불빛이 켜졌다. 그러니 안전하다는 말보다 신뢰가 간 것이다. 신뢰가 가면 소통은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어있다.광고를 맡을 때 창작가는 고민한다. 의뢰인을 만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의뢰인의 의뢰인을 만족시킬 것인가? 즉, 이번 작업의 경우 의뢰인이 제주경찰이지만 그들의 의뢰인은 시민이다. 필자의 경우, 의뢰인보다 그들의 의뢰인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안전에 실제로 도움 되는 광고로 시민들에게 만족을 주고 싶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너무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의뢰인의 의뢰인을 만족시키면 의뢰인은 저절로 만족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뢰인의 눈을 잘 봐야 한다. 그들의 눈에 그들의 의뢰인이 있다. 그들을 만족시키려고 머리를 싸매면 좋은 광고를 저절로 탄생한다. 특히 관공서에서 의뢰하는 공익 광고는바퀴벌레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광고가 될 확률이 높다.

2019-12-05 14:01:09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글쓰기가 번지점프만큼 두려운 이에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글쓰기가 번지점프만큼 두려운 이에게

글쓰기 전쟁이다. 아침에 눈 떠서 저녁에 눈감을 때까지 인간은 쓰기를 반복한다. 소통을 위해 쓰고 업무 보고를 위해 쓴다.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쓰고 SNS를 하기 위해 쓴다. 이토록 글쓰기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당연히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글을 쓰고자 앉으면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얘진다. 이런 스트레스는 돈이 오고 가는 순간 더 심해진다. 광고에 쓰이는 카피, 홈쇼핑에서 쇼핑호스트의 한 마디, 쇼핑몰의 상품 소개 문구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일이다. 광고 카피의 차이가 상품의 매출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광고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한 필자 역시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그 시작은 카피라이팅에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였다. 남들은 쉽게 척척 써내는 것 같은 카피가 필자에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수학, 영어 문제처럼 정답이라도 있으면 공식을 외어서라도 풀겠는데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다. 모래사장에서 동전을 찾는 것처럼 광활한 대지에서 보석을 찾아야 하는 느낌이었다.하지만 밥벌이를 하고 살아남아야 했다. 재능이 없다고 해서 손가락 빨고 있을 수는 없다. 그때 '재능 없음'을 이길만한 엄청난 해답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조금씩 계속'이라는 법칙이었다. 천부적인 재능이 없으니 남들이 안 쓸 때 더 쓰고 남들이 쓸 때 '나는 더 쓰자'라는 생각이었다. 이 칼럼에서 몇 가지 팁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다.첫째, 하루에 카피 10개를 무조건 썼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잠들기 전에는 무조건 카피를 열 줄을 써야 잠이 들었다. 카테고리는 카페, 병원, 가구, 가전, 의류 등 다양하게 나누었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써나갔다. 물론 세상에 내놓기에 부끄러운 카피도 많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쓰다 보니 카피의 질도 올라갔고 관련 브랜드에서 의뢰가 올 때 바로 꺼낼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올라갔다.둘째, 의도적으로 글을 많이 쓰는 상황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이 칼럼 역시 그런 의도적인 환경 중 하나이다. 처음 매일신문에서 칼럼 제안이 왔을 때도 망설이지 않았다. 무조건 쓰겠다고 했다. 사실 광고인이 칼럼을 쓴다는 건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일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는 하나의 글이 너무 빨리 그리고 멀리 퍼지기 때문이다. 무슨 광고인이 저렇게 글을 못 쓰냐는 비아냥거림도 겁났다.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의무적으로 칼럼을 쓰면 글쓰기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그런 극한의(?) 환경으로 자신을 밀어 넣으니 서점에 갔었을 때 반드시 글쓰기 책 하나는 들고 나왔다.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팁이지만 그 힘듦 속에 분명 성장이 있다.셋째, 실패작을 많이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에 대한 스트레스는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강박관념에서 시작된다. 반드시 좋은 글, 뛰어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이 글쓰기를 두렵게 만든다. 하지만 글을 못 쓴다고 해서 우리가 우려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경찰이 와서 우리를 잡아가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든지 이성 친구가 이별을 요구한다든지 하는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실패한 글을 많이 써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마음이 너무 편했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봤다. 두려움 없이 여러 시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 실력이 올라갔다.필자가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 법칙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실 누구나 지금부터 시도할 수 있는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처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니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처음부터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조금씩, 계속'이라는 법칙으로 글을 써왔던 작가들이다. 그렇게 시작하자. 조금씩, 계속 말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11-13 17:50:41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인이 만난 CEO의 DNA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인이 만난 CEO의 DNA

CEO라는 단어는 참 짧다. 고작 3음절이다. 하지만 그 무게는 한없이 무겁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 무게에 대해서 말하기 힘들다. 필자는 법인 창업자이지만 개인 창업까지 합치면 8년이란 세월을 CEO로 보냈다. 그 시간은 8년이 아니라 마치 80년과 같았다. 아니, 80년 동안 할 일을 8년 만에 압축해서 해버린 느낌이다. 그 정도로 CEO의 삶은 치열하고 고단했다.남들이 내게 "광고인이란 직업의 최고 장점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답한다. 다른 직업과는 달리 광고인은 CEO와 미팅할 기회가 많다. 기업의 브랜드에 관해 가장 깊이 있게 고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CEO와의 미팅은 늘 긴장감과 놀라움이 공존한다. 기업의 최고 수장을 만난다는 긴장과 동시에 무언가 특별한 CEO만의 DNA에 놀라움을 느낀다. 이번 칼럼에서는 광고인이 만난 CEO의 DNA에 대해 독자와 공유하려 한다.첫째, CEO는 돈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4년 전 필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모 회장님과 미팅할 기회가 있었다. CEO를 거쳐 회장님이 되셨는데 테헤란로에 본인 소유 빌딩이 있을 만큼의 부를 축적하신 분이셨다. 그때 후배 창업가인 필자에게 해주신 시간에 대한 말씀은 지금도 생생하다. "창업하면 집과 회사와의 출퇴근 시간이 5분이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 거예요."미팅 내내 필자는 선배 창업가 앞에서 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아껴 쓰지 못한 필자의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둘째, CEO는 틀 밖에서 생각한다. 얼마 전 전기차 관련 CEO분과 미팅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의 고민은 전기차와 관련된 법규가 너무 보수적이라 사업을 팽창시키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기술이 핵심이 되는 4차 산업 시대와는 맞지 않은 법규가 너무 많았다. 여기서 대부분 사람은 푸념하며 중단한다. 그리고 틀 안에서 최대한 적합한 방법을 찾으려 한다.하지만 그 CEO는 달랐다. 그는 법을 바꾸려고 했다. 법을 바꾸는 방법을 찾고 실제로 법을 바꾸려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는 모습을 봤다. 안 되면 되게 만드는 것, 즉 틀 밖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들만의 DNA였다.셋째, CEO는 에너지의 법칙을 이해한다. 올해 여름 필자는 25살에 학원을 인수해 수십억대의 매출을 올린 CEO와 미팅을 했다. 필자는 어떤 브랜드를 광고하기 전에 그 창업가의 인생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버릇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이런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을까를 알면 광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그 CEO의 경우, 학창 시절 집이 너무 가난해 창업할 수밖에 없었는데 엄청나게 몰입해 학원 경영을 했다고 한다. 그 몰입이 어느 정도였나 하면 토하고 병원에 실려 가서 링거를 맞고 다시 일하고 토하고 다시 일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고 한다. 물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하는 것이 CEO의 DNA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하지만 필자가 감동한 건 그녀가 에너지의 힘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평범한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노력이 결과를 맺지 못한 채 사라지곤 한다. 100도의 끓는점이 되기 전에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 CEO는 그 끓는점이라는 에너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즉, 남들보다 두, 세배가 아닌 열 배를 더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그 CEO는 젊은 나이에 슈퍼카 여러 대를 구입할 만큼 엄청난 부를 이루게 되었다.필자가 만난 CEO들의 DNA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CEO는 평범한 생각과 삶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세상에 남들과 같게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일지 모른다.어쩌면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대로 살아가려 한 것이 아닌지 모른다. CEO가 이루어낸 사회적인 성공과 부를 보며 부러워하지 말자. 다만,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삶을 충분히 사랑한 그들의 모습을 부러워하자.㈜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10-23 10:44:19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 카피에도 표정이 있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 카피에도 표정이 있다

"새로운 음반을 만들어내는 창작의 작업은 제게 살이 아리고 뼈를 깍는듯한 고통의 연속이었음을 고백합니다."1996년 1월 31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서태지가 한 인터뷰이다. 그때는 어려서 몰랐다. 창작이라는 것이 서태지가 말한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인지. 아이러니하게도 필자 역시 창작의 고통을 만끽할 수 있는 광고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글로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하는 카피라이터가 바로 그런 직업이었다.카피라이터지만 여전히 카피쓰는 일이 힘들고 고되다. 그래서 필자는 양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다. 아이디어노트에 수백 가지의 카피를 써보고 좋은 것을 찾아가는 식이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터득한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글을 담는 그릇이다. 즉 똑같은 글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여기서 그릇은 바로 디자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디자인은 그 말의 표정이 된다. 카피를 어떤 디자인에 담느냐에 따라 글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이다.대구시 의회 광고 카피를 쓸 때 필자는 평범한 글을 썼다. '시민의 작은 소리도 크게 듣겠습니다'가 바로 그것이었다. 누군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을 법한 평이한 카피였다. 그래서 이 카피에는 더욱 선명한 표정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이 카피를 더 좋아할만한 매력적인 표정 말이다.'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겠다'는 메시지니 디자인을 점점 커지게 한 것이다. 그랬더니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점점 크게 말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말 그대로 시민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는듯한 느낌이 났다. 평이한 광고 카피가 제대로 된 그릇을 만난 것이다. 이렇듯 카피에는 자기에게 맞는 그릇이 따로 있다. 자기 몸에 맞는 그릇을 만날 때 그 글은 더욱 빛난다. 그리고 미소 짓는다.카피라이팅은 늘 어렵다. 하지만 평이한 글이라도 그것이 맞는 그릇을 찾아보라. 당신의 카피가 빛날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10-10 09:35:07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우리에겐 청렴 스위치가 있습니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우리에겐 청렴 스위치가 있습니다

대구시청 감사실로부터 청렴에 관한 광고 의뢰를 받았다. 막막했다. '청렴'이라는 단어 자체가 잘 쓰지 않는 단어일뿐더러 카피나 이미지로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청렴하자고 말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등 온갖 고민이 머릿속을 채웠다. 광고에선 문제가 어려울수록 쉽게 풀어야 한다. 광고인에게 어려운 것은 사람들에게도 어렵기 때문이다.단순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흑과 백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은 속이 새까맣다"라든지 "마음이 밝은 사람이야"가 바로 그런 표현이다. 청렴에도 똑같이 대입하면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청렴은 세상을 밝히고 부정부패는 세상을 어둡게 한다. 그렇게 가지고 온 것이 스위치였다. 스위치를 올리면 밝아지고 내리면 어두워진다. 이것이 마치 청렴과 부정부패를 닮아 있었다.스위치를 가져오니 문제는 쉽게 풀렸다. 스위치를 올리면 광고판이 밝아진 모습을, 내리면 광고판이 꺼진 모습을 구현했다. 말 그대로 전광판에 전기가 나간 것처럼 말이다. 시각적으로 표현하니 보는 이들도 쉽게 인지하였다.이처럼 광고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광고인은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쉽게 풀어내어야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표현 방법의 문제만 해결한 것이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꾼 것은 아니다. 그래서 스위치를 광고 모델의 가슴에 붙여두었다. 모델은 가슴에 붙은 스위치를 켜고 끄면서 청렴과 부정부패를 경험한다. 그리고 밝은 화면과 어두운 화면을 동시에 보여준다.청렴 스위치는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우리 마음에 있다. 그것을 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 싶었다. 우리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청렴에 대해 고민한다. 필자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CEO의 자리에 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이고 스타트업도 윤리적인 판단 앞에 고민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청렴 스위치가 우리 가슴에 붙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늘 그것을 켜두자. 그렇다면 이 광고를 만든 보람을 필자는 충분히 느낄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9-25 15:16:58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대구시 신청사는 방향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대구시 신청사는 방향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큰 부담이었다. 대구시 신청사 광고를 맡은 순간부터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요즘 대구 곳곳에는 신청사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으로 포화상태다. 어느 구·군을 가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지역으로 신청사를 유치하겠다는 광고로 가득 차 있다.보는 눈이 너무 많았기에 부담스러웠다. 자칫 어설픈 광고를 만들었다가 시민들에게 뭇매를 맞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하지만 광고의 매력이 무엇인가?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을 역전해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광고의 매력이다. 광고 속에서 생각(아이디어)은 자유롭기 때문이다. 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것만으로 누가 와서 잡아가지 않는다. 그것이 광고의 매력이다.대구시 신청사 유치에 관한 가장 큰 문제는 '흐려진 본질'이라고 판단했다. 자신들의 구·군에 유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즉, 위치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본질은 시민들이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란 것이다. 바로 시민의 마음이 신청사 유치의 본질인 것이다.광고에서 그 점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은유'였다.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문장과 같이 대상을 암시적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가지고 온 것이 '나침반'이었다. 나침반은 사람을 보지 않는다. 온전히 방향만 본다. 방향을 가르쳐주는 일 외에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는다. 나침반의 모습이 마치 대구시 신청사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 같았다.필자는 신청사 광고에 나침반을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세차게 돌렸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나침반은 절정에 다다랐을 때 깨지고 만다. 마치 신청사 유치의 과열이 부작용을 가지고 올 수도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런 카피를 노출 시켰다. '대구시 신청사는 방향을 따라가지 않습니다''시민의 뜻을 따라갑니다'깨져버린 나침반은 과열 유치 경쟁의 부작용을 의미한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뜻이라는 카피를 던졌다. 사실 이 장면에는 한 가지 메시지를 숨겨두었다. 영상 초반부에 오직 나침반만이 색채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나침반이 터져버리면서 비로소 시민들이 모습을 채색하였다. 신청사의 본질이 나침반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시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물론 이렇게 숨겨둔 의도를 시민들이 파악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카피를 최대한 쉬운 말로 썼다. '악마는 디테일에 산다'라는 말이 있다. 광고 속에 숨겨진 디테일을 찾는 것도 광고를 보는 쏠쏠한 재미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9-11 09: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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