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에 쏠린 돈…자산가치 하락 땐 경제 붕괴

금융-실물 괴리 '불안한 경제'
지난해 대구 주택 매매 18조원…코로나 전보다 6조원 이상 급증
경북도 거래액 3조원 이상 뛰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집값 정책 실패와 저금리 등이 겹치면서 주택 매매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1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시세표에 아파트 매매는 하나도 없고 전세와 상가 매물표만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집값 정책 실패와 저금리 등이 겹치면서 주택 매매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1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시세표에 아파트 매매는 하나도 없고 전세와 상가 매물표만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코로나 19 장기화로 소비, 고용, 투자 등 실물 경기 지표가 끝도 없이 추락하는 가운데도 부동산, 주식 등 자신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을 맞으면서 실물-금융 경제 괴리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물경제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자산시장만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환호와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터져나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 사상 최대 호황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의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 총액은 18조6천400억원(지난 7일 기준 잠정치)으로 최근 5년 이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5년 전인 2016년 7조2천8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급증한 수치로, 직전 해인 2019년(11조8천200억원)과 비교해도 6조8천200억원이나 올랐다.

대구의 지난해 주택거래 총액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부산(14조2천억원)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경북도 2016년부터 매년 4조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7조6천500억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경북의 주택매매 거래액은 전년 대비 3조2천100억원 급증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주택매매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주택 매매가격의 합계는 360조8천억원으로 전년(246조2000억원) 대비 110조원 이상 급증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 282조2천억원(80만1천348건), 연립'다세대 35조4천억원(17만5천736건), 단독'다가구 43조2천억원(9만8천27건) 순이었다. 아파트 거래금액만으로도 2019년 전체 거래총액을 웃돌았다.

이 가운데 수도권 주택 매매거래 총액은 227조8천억원으로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고, 지방 주택 매매거래 총액도 133조1천억원으로 처음으로 100조원을 초과했다.

직방의 관계자는 "시중에 풍부하게 풀려 있는 통화량이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 간 결과로 판단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부양책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풍부해진 시중 통화량이 지속적으로 자산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주택 매매시장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빚투'

11일 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날 하루에만 4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해 역대 하루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코스피 지수가 3,100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는 것)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3포인트(0.12%) 내린 3,148.45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변동 폭이 170포인트에 이를 만큼 변동성이 컸다.

장 초반 3.6% 급등해 역대 최고치인 3,266.23을 찍었지만 오후 중 3,096.19까지 떨어져 3,100선을 밑돌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호재 전망이 큰 대형주에 개인 매수가 쏠렸다. 이날 개인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각각 1조7천394억원, 3천287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3조7천391억원, 7천192억원을 순매도하며 역대 하루 최대치 기록을 갈아워치웠지만 개인이 4조4천80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역시 하루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이 같은 투자 열기가 '빚투'로 과열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잔고는 전날보다 2천억원 늘어난 20조3천2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7일 사상 처음 2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달 들어 5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새해 들어서만 1조1천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잔고는 19조2천213억원이었다.

신용융자잔고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이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도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올해 빚투 현상은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신용거래는 주가가 급락하거나 결제대금이 납입되지 않을 경우 반대매매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주가 급락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요소"라고 우려했다.

◆실물-금융 괴리 우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내 통화량이 주식과 부동산 등에 쏠려 실물경제와 금융자산의 간극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터져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1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국내 금융계는 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췄다. 같은 해 5월엔 0.50%로 내린 뒤 7, 8, 10, 11월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문제는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간 '탈동조화'(디커플링)가 커진 점이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3차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잇따른다. 그러나 실물경제 하락의 대응책인 유동성 확대와 금리 조정도 한계에 다다랐다.

갈곳 잃은 돈이 부동산과 주식 등에 쏠려 자산 가격을 부풀린 점을 고려하면 금리를 더 내리기는 쉽잖다. 그렇다고 금리를 높이자니 가계와 기업, 자영업자가 이미 대출에 크게 의존 중인 데다, 투자금 이탈에 따라 자산가치마저 하락하면 경제 붕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금융 불균형 막기에 고심 중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12월 24일 정례회의에서 '금융 불균형에 대한 경고음을 분명히 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금통위원은 "가계 신용과 기업 신용이 급증하고 자산 가격 상승 압력이 증대되는 등 금융 불균형이 심화될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대한 조기 경보 메시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도 대출 비중의 70%를 차지하는 지역 중소기업이 부실화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지난해 연말처럼 정부 권고에 따라 가계대출을 일시 억제하는 것도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실물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 등이 나와야 한다"며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가계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시중 유동성에 대해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피가 11일 장 초반 3,2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이날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코스피가 11일 장 초반 3,2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이날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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